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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엘 갤러거의 4가지 ‘기업가정신’

스타트업 관람가 45. <슈퍼소닉>
언젠가 누군가 존경하는 위인을 물었을 때 정색하고 “노엘 갤러거”라고 답한 적이 있습니다. 중2병 앓던 시절이 아닌 성인 아재로서 한 말이었습니다. 저는 오아시스의 노엘 갤러거가 박지성이나 오프라 윈프리 혹은 버락 오바마처럼 존경하는 인물이라는 질문의 답으로 응당 나올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 노엘 갤러거는 알고 보면 세상 그 어느 뮤지션보다도 프로페셔널한 사람입니다.
오아시스의 전기영화 <슈퍼소닉>은 그래서 좋았습니다. 노엘의 프로페셔널리즘을 진지하게 다뤄주었기 때문입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오아시스가 지하 골방에서 시작해 최다 관객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96년 넵워스 공연장에 서기까지의 일대기를 비춥니다. 맷 화이트크로스 감독은 오아시스에 관한 거의 모든 자료를 모았습니다. 그 푸티지 위에 오아시스 멤버들, 가족, 음반관계자를 인터뷰한 목소리를 입혀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프로페셔널 노엘’ 1. 철저한 프로 정신과 좋은 결과물에 대한 집착
오아시스를 오아시스로 만든 건 결국 음악입니다. 짤방으로 돌아다니는 것처럼 오아시스는 그저 아무 독설이나 내뱉고 되는대로 치고박기 좋아하는 망나니가 아닙니다(헉.. 아니 사실 이것도 맞습니다). 구설수 뒤엔 ‘비틀즈 이후 최고의 밴드’라는 수식어 앞에 부끄럽지 않을 실력이 버티고 있었습니다. 오아시스의 거의 모든 곡을 쓴 노엘은 그 중심에 있습니다. 노엘은 냉철한 프로 그 자체였습니다. 사업을 했어도 대성했을 사람입니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른바 ‘락스타들’은 존나 불평을 해대곤 하죠.
‘오 제발 X발 탄자니아에서 존나 15시간 비행하고 왔으니 건드리지 말라’면서 말이죠.
우린 누군가의 꿈을 살고 있어요.
바에서 기타를 치는 애들도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뭐 지역 밴드들, 꼬맹이들이 우리가 하는 일을 하길 존나 꿈꾸고 있다고요.
이건 누군가의 꿈이라는 겁니다.
근데 어떻게 감히 락스타가 스트레스 받는다고 불평을 한단 말입니까.
‘X발 투어하느라 지쳐 나자빠지겠네’하면서 말이에요.
X까! 그럴 거면 X발 하지 마.”
노엘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습니다. 그 자신이 음악에 관해선 결코 적당히 하는 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역사에 남을 곡을 쓰고자 안간힘을 쓰는 사람이었습니다. 또 원하는 음악을 하며 살 수 있다는 사실을 감사히 여겼습니다. 기타를 한번 잡으면 밤새도록 연습했고, 다른 멤버들이 술 마시고 놀 때도 혼자 스튜디오에 남아 곡을 썼습니다.
동생 리암과 크게 싸운 일화들을 자세히 보면 사건 발단은 모두 리암이 프로답지 못한 모습을 보였을 때였습니다. 노엘은 겉멋 든 ‘락스타들’을 못견뎌했고, 리암이 그런 모습을 보이면 못 참고 주먹을 갈기거나 떠나버렸습니다. “형제들끼리 맨날 싸운다”는 기사들이 말하지 않는 배경엔 늘 노엘의 지독한 프로페셔널리즘이 있었습니다. 싸워서 경찰에 연행되거나, 공연이 무산되거나, 결국 해체를 하게 된 이유는 대부분 그걸 건드렸기 때문이었습니다.
‘프로페셔널 노엘’ 2.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오직 실력으로 승부하는 태도
“퇴물들은 신예들에게 상 줄 자격 자체가 없어.”
노엘의 브릿어워드 3관왕 수상소감입니다. 영화에서 이 때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브릿어워드가 뭐가 중요한데? 꺼지라 그래. 그딴 요란한 것들은 아무래도 상관없었어. 그쪽의 높은 양반이 그러는 거야. ‘자네들 경력을 망칠 수도 있는 행동이었네’라고. X까지 말라 그래. 내가 망쳤으면 망쳤지 남이 할 순 없어.”
노엘은 세상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았습니다.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거침없이 말했습니다. 어떤 평론가는 “핀란드인은 자기 전에 자일리톨을 씹지만, 갤러거 형제는 자기 전에 요즘 잘 나가는 밴드를 씹는다”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사실 아무나 까는 모두까기인형은 아니었습니다. 실력보다 겉치레에 더 신경 쓰는(물론 자신의 기준에서) ‘락스타들’과 거들먹거리는 권력자들을 주로 깠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적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개의치 않았습니다. 아무에게도 굽신대지 않았습니다. “밴드는 결국 음반으로 평가받는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꼬우면 실력으로 이겨보던가’라고 도발 했지만, 그들의 적은 아무도 실력으로 오아시스를 못 이겼습니다.
‘프로페셔널 노엘’ 3. 주어진 자원을 활용할 줄 아는 전략가
막말을 일삼고 싸움을 피하지 않는 건 성격이나 락 스피릿이기도 했지만 비즈니스이기도 했습니다. 노엘은 이걸 인정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기자나 평론가들이 뭐라 써갈기든 상관없어요.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신경 안 써요. 그저 1면에 실리기만 하면 돼요. 대신 무조건 1면에 실려야 돼요. 1면에, 우리 이름이 들어간 제목으로. 그게 중요해요.”
노엘은 자신들에게 그 어떤 아군도, 아군을 만들 생각 자체도 없는 홀홀단신이라는 걸 잘 알았습니다. 그래서 구설수와 싸움을 피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걸 마케팅으로 활용했습니다. ‘어떻든 간에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면 한 명이라도 음악을 더 듣게 된다’는 생각이었죠. 이건 사람들 시선 같은 건 애초에 신경도 쓰지 않았고, 음악에 관해서라면 누구보다 자신 있었던 그에게 가장 적합한 마케팅 전략이었습니다.
외적인 부분만이 아니었습니다. 내적인 면에서도 노엘은 주어진 자원을 극도로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그는 아버지가 휘두른 주먹을 맞고 길거리에서 기절하기도 했을 정도로 심한 가정폭력에 시달렸습니다. 말을 더듬게 된 건 그때의 트라우마 때문입니다. 누군가 그 얘기를 묻자 노엘은 이렇게 답합니다.
그래 다 맞아. 대체 그런 걸 어떻게 아는 거지?
하지만 그런 것들은 절대 내 음악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어. 난 우리 집이 특별히 나쁜 환경이었다고 생각 안 해. 그 시기 노동자집안의 아버지들은 실업자가 돼서 술 먹고 애들 패는 일이 흔했어. 내 음악은 항상 긍정적이었어. 난 “X같은 내 어린시절에 대해 노래로 써야지” 생각 했던 적은 한 번도 없어. 누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음악을 듣고 싶겠어?
그딴 걸 안고 살면 안 돼. 어린 시절에 죽도록 맞으며 자랐어, 그래서 뭐 어쩌라고? 지나간 건 지나간 거야. 그런 것들이 니 인생에 영향을 끼치게 허락하지 말라고.”
‘프로패셔널 노엘’ 4. 관객의 귀함을 알고 있음
냅워스 공연이 열리던 날. 오아시스를 보려고 모인 사람은 25만 명이 넘었습니다. 예매를 시도한 사람은 약 260만 명이었습니다. 참고로 25만은 세종시 전체 인구가 다 모인 것보다 큰 숫자입니다. 예매 사이트에 접속한 사람은 대구광역시(약 250만) 인구보다 더 많습니다. 노엘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역사적인 순간이었지. 맞아. 그날 모인 사람들이 역사를 만든 거야.
근데 솔직히 말하면 우린 존X 아무것도 한 게 없어. 역사는 그 사람들이 쓴 거야. 그날 모인 25만 명과 티켓을 살려고 접속한 260만 명이 만든 거지.
그 사람들이 없었다고 생각해봐. 아무도 우리 음악을 안 들어주고, 공연을 해도 아무도 안 온다고 생각해보라고. 그럼 우린 아무 것도 아니야.
진정한 락커로서도, 한 인간으로서도 노엘은 멋집니다. 노엘의 이 네 가지 장점은 스타트업이 필요한 그것과도 일치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프로 정신과 꾸준한 노력, 굽신대지 않고 실력으로 승부하기. 주어진 자원 활용하기, 고객의 소중함을 알기. 오아시스가 초음속(Super Sonic)으로 성장해 샴페인색 초신성(Champagne Supernova)처럼 찬란히 빛날 수 있던 배경엔 리더인 노엘의 이 4가지 ‘기업가정신’이 있었습니다.
3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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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이렇게 풀어낼 수도 있군요
노래도 좋고 사람도 맘에들고 인생살이도 멋진 노엘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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