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의 흔적
며칠 전...
일에 지쳐서
오랫만에 배달 음식으로 저녁을 해결하려고 전화를 했다.
그런데 갑자기 우리집 동호수가 떠오르지 않아 버벅이니...
전화를 받는 점원이
"** 아파트 ***동 ***호 맞죠?"라고 내게 묻는다...
너희 집 동호수를...
아마도 내 번호가 그렇게 저장되어 있나보다...
하긴 너랑 헤어지고 전화를 한번도 한적이 없으니..
다음 날
생각지도 못한 주차장 접촉사고가 일어나
오래 거래했던 정비소를 찾았다.
정비소 상무님 왈.
"다온씨~ 결혼은 대체 언제해요?
그 분이랑 잘 만나고 있죠?"
우리가 헤어지기 전 내 생일에
내 톡의 생일축하 메시지를 보시곤
선물을 사주거나 밥을 사주시고 싶다며
호감을 표시하는 상무님 톡 얘기에~
일부러 다음번에 정비 맞긴 차를 받으러 갈 때
직접 태워다 주고
상무님께 인사까지 했었던 너를...
아직 그 분은 기억하고 계셨던게다.
문득 문득...
그렇게 내 삶 속에서
너의 흔적들이 되살아나곤 한다.
너의 그 여자
오늘 저녁. 우연히 집을 나서던 길에
너와 그 여자가 다정히 길을 건너는 모습 봤어.
내가 골라준 네 패딩을 그 여자가 입고 있고
넌 얇고 후줄근한 패딩을 걸친 채
다정히 이야기 나누며 길을 건너고 있었지.
그런데 그 녀늘 바라보는 너의 눈 빛...
너무너무 낯설었다.
뭔가 숨기고 있는듯 가식이 느껴지는~
비열함과 약간의 사악함이 묻어나는...
처음 보는 눈빛...
그녀를 만나고 그렇게 변한건가?
너도 내 차를 발견하고 흠칫 놀라는듯 하더니
내 차가 지나간 뒤에도
힐끔거리며 내 차를 자꾸 바라보더라.
가슴이 너무 찢어지도록 아팠다.
가만히 그냥 네가 돌아오기만
마음으로 기다렸던 나에게
연애 초반부터 지금까지
그렇게 당당하게 도발하며 감시하고 괴롭히는 그 여자.
사람들은 양쪽 집안 다 인정하고 행사도 챙기며
결혼 날짜 잡는 것만 남았던 사이였던
오래된 여자친구인 나랑도
그렇게 단번에 헤어질 수 있는 너란인 걸 알기에~
그녀는 나처럼 너를 그렇게 놓치고 싶지 않아서~
불안하고 초조한 맘에 내게 그러는거라고~
남자가 여자에게 그만큼 확신을 안주니까 그런거라고~
나보고 그 여자를 그냥 이해하고 넘기라고들 하는데...
그녀 자신의 마음이 불안하다고
아무 행동도 안하고 잠잠히 있는 나를 괴롭히고
내 사생활을 간섭하는 그녀의 행동이
어찌 이해하고 넘길 수 있는 사안일까?
내 얼굴도 집도 그녀는 다 알지만...
나는 그녀에 대해 아는게 하나도 없어서
대체 어떻게 생긴 여자길래
그 여자를 만나고
네가 이성이 마비된 미친 사람같은 행동을 하고~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자신감을 갖었기에
내게 그런 행동을 하는건지~
한 번쯤은 그 여자가 보고 싶었었는데...
그렇게 처음 본 너의 바로 그 여자...
나와 비슷한 체구인데
예쁘지 않은 나보다...
더 아줌마스러워 보이는 외모의 그녀.
남자는 조강지처보다 못난 여자랑
바람이 나는 경우가 더 많다던
사람들의 말이 갑자기 떠올랐다.
그저 새로운 여자가 더 좋은 법이라던...
자존심도 상하고 속도 상하고 마음도 아팠다.
이젠 정리하고 싶다는데...
묻어두고 싶다는데...
나도 좀 살아야겠다는데...
왜 기다릴 때는 한 번 마주치기도 어려웠던 너를
올들어 3번이나 마주치는걸까?
심지어 그녀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