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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거러가야겠다.

위대한 유산

2016년 말, 무한도전이 대세 음악인 힙합에 역사를 담아내는 역사X힙합 공동 과제인 '위대한 유산'을 기획했다. 2016년 병신년, 비선실세 사태를 맞아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대한민국에게 역경을 극복할 수 있는 꿈과 희망과 용기를 주기 위해서이다. 역사를 주제로 한 이유는 과거의 지혜를 빌리기 위해서인데,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끝 없는 대화다'라는 말을 생각하면 쉽다. 수십 년, 수백 년, 수천 년 전에 살았던 조상들에게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묻고, 답을 얻으려는 것이다. 그 형식을 힙합, 랩으로 정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대세 음악이기도 하지만, 힙합의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그곳에는 20세기 미국에서 흑인들이 겪었던 인종차별이, 저항정신이, 사회에 대한 냉소가 있다. 이번 역사X힙합 공동 과제 '위대한 유산'에는 2016년 하반기 우리가 느꼈을 우울함과 쓸쓸함, 허탈함이 담겨있다.

광희와 윤동주

사는 게 허무하고 무기력한 요즘, 남의 나라 일본의 3평 남짓한 방에서 써 내려 간 윤동주의 시를 생각해 본다. 그의 시를 통해 독립운동은 총과 칼로만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윤동주는 연필 끝의 힘으로 대한민국 만세를 외친 것이다. 광희는 일제강점기에도 꿋꿋이 한글로 시를 쓰며 한국의 독립을 염원했던 윤동주를 통해 자신의 이름과 나라가 부끄럽지 않게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고 다짐한다.

"제 이름을 한글로 쓸 수 있어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노래 가사를 한글로 쓸 수 있어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이렇게 행복하게 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광희-


개코와 윤동주

설민석 선생의 역사 강의를 듣고 난 뒤 개코가 윤동주에 대해 처음 느꼈던 감정은 이러하다. 창씨개명(일본식 이름 강요) 후 느꼈을 부끄러움과 모멸감, 쓸쓸함. 그는 그 감정들에 집중해 곡을 쓰기로 마음 먹었다. 그러나 2016년 11월 15일, 윤동주 기념관에서 만난 김응교 교수를 통해, 윤동주가 부끄러움을 넘어 현실의 회복을 기원하며,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한 인물임을 알게 된다. 창씨개명은 했을지언정, 한글로 계속해서 시를 쓰며 우리 민족의 해방을 염원했던 시인.

"용기를 낼 수 있는 시대인데, 하고 싶은 말 할 수 있는 시대인데, 그걸 못하는 게 부끄럽다. 윤동주는 시가 써지는 게 부끄럽다고 했는데 그게 부끄러운 게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표현의 자유가 있는 지금, 용기 내지 않는 내가 부끄럽다."

현의 자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용기 내지 못했던 자신을 되돌아본다. 개코의 참회록. 악플이 올라오면 즉각적으로 비수가 되어 꽂히는 요즘이다. 비판과 비아냥이 싫어 머뭇거렸던 자신의 행보를 되돌아보고, 불의를 불의라 말하지 못했던 자신의 과거가 밉기만 하다. 일본군의 탄압이 두려웠던 윤동주, 촛불 위의 바람이 두려웠던 개코. 일제강점기에 앞장서서 독립운동을 하지 못한 부끄러움, 지금 이 어지러운 시국에 앞장서서 촛불을 들지 못하는 부끄러움. 개코는 70년 전의 윤동주를 통해 위로를 받는다. 우리가 모두 윤봉길 의사, 유관순 열사가 될 수는 없다. 윤동주는 연필을 들어 시를 써 내려 갔고, 개코는 가사를 쓰고 입을 열어 노래한다. 수백만의 사람들은 촛불을 들고 광장에 모였다. 정정당당하게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면 되는 것이다.


윤동주 자필 시

서시, 별헤는 밤, 그리고 쉽게 쓰여진 시



서시 :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거러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1941.11.20
별헤는 밤 :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속의 별들을 다 헤일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색여지는 별을 이제 다 못헤는 것은 쉬이 아츰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하나에 추억과 별하나에게 사랑과 별하나에 쓸쓸함과 별하나에 동경과 별하나에 시와 별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식 불러봅니다. 소학교때 책상을 같이 햇든 아이들의 일흠과, 패, 경, 옥, 이런 이국소녀들의 일흠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게집애들의 일흠과 가난한 이웃사람들의 일흠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쁘랑시쓰 잠’, ‘라이넬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일흠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1941
쉽게 쓰여진 시 :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은 남의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줄 알면서도 한줄시를 적어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그니 품긴 보내주신 학교학비를 받아 대학 노트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를 들으러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들 하나, 둘, 죄다 잃어 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 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씨워 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 밖에 밤비가 속살 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츰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적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1942.6.3


당신의 밤 (Feat. 오혁)
작사 개코, 황광희
작곡 개코, Fluxquad
편곡 Fluxquad
2016. 12. 31


오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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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길을 잘 걸어가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