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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의 눈] '떠난' 반기문, '아름다운' 마무리가 중요하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측은 여의도 캠프 사무소를 중개한 부동산업자에게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덕인 기자
[더팩트ㅣ여의도=변동진 기자] 세계 대통령으로서 존경을 받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 20여일 만에 돌연 대선 부출마를 선언했다. 대다수 측근들도 잘 몰랐을 정도로 갑작스러운 발표였다.

10년 간 '세계 대통령'이라는 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뒤 곧바로 국내 정치무대에 뛰어든 반 총장이 갑작스런 대선 출마 포기 결정을 내린 배경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대선 검증 과정에서 자신과 가족을 향한 검증, 그리고 정당으로부터의 홀대 등으로 상당한 상처 받은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꼽힌다. 1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저의 순수한 애국심과 포부는 인격살인에 가까운 음해에 짓밟혔다. 각종 가짜뉴스로 인해 정치교체 명분은 실종되면서 오히려 제 개인과 가족 그리고 제가 10년간 몸담았던 유엔의 명예에 큰 상처만 남겼다"는 말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어찌 됐든 반 전 총장의 짧았던 20일 대선 레이스는 막을 내렸다. 그를 지지했던 사람은 실망과 허탈함을 느끼면서도 아름다운 퇴장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까 싶다. '아름다운 사람이 머물다 간 자리는 떠난 뒤에도 아름답다'는 말처럼 말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반 전 총장 사람들이 떠난 자리는 아직 말끔하게 정리되지 않은 것 같다.

언론과 정치권에 큰 실망을 했다고 하니 그를 무작정 비판할 생각은 없다. 그런데 한 가지는 짚고 넘어갈 대목이 있다. 캠프 사무실 이전을 둘러싼 부동산 중개업자와의 '수수료 문제'이다. 작다면 작은 문제일 수 있는데, 그렇다고 큰 정치를 하겠다는 포부를 가졌던 분이 소시민의 가슴에 멍을 남겨서야 되겠는가.

반 전 총장은 1일 대선 출마 포기 직전까지 캠프 사무실이 있는 마포를 떠나 정치 1번지인 여의도 00빌딩 5층(약 661.2m², 200평)에 새 둥지를 틀 예정이었다. 부동산 중개업자에 따르면 반 전 총장 측은 지난달 31일 건물주와 직접 계약을 했고, 예정대로라면 3일부터 입주를 시작해야 했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이 1일 돌연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00빌딩 5층은 사실상 공실이 됐다. 물론 반 전 총장 측이 지난달부터 사용하고 있는 30평대 사무실 임대료와 나머지 공간에 대한 보증금은 입금됐다.

겉으로 보면 큰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중개업자는 반 전 총장 측으로부터 수수료를 받지 못했다. 그는 "한 달간 속앓이를 했다"고 토로했을 정도이다. 그러면서도 "여기서 오래 장사해야 하기 때문에"라며 자신의 속앓이가 알려지는 것을 꺼려했다.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반 전 총장은 3일 00빌딩으로 대선 캠프를 옮기려 했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이 돌연 불출마를 선언하며 무산됐다. /여의도=변동진 기자
그는 왜 어디에 말도 못하고 속앓이를 해야 했을까. 취재 결과 반 전 총장 측이 처음 부동산을 찾은 것은 지난달 초. 중개업자는 당연히 건물주를 소개시켜줬다. 그런데 갑자기 반 전 총장 측으로부터 "건물주와 직접 계약하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중개업자는 "나중에 둘(건물주와 반 전 총장 측)이 아는 사이라며 직접 계약하겠다고 하더라"며 "저도 입장이 있어서 수수료를 받을 수 없었다"고 불만을 내비쳤다. 반 전 총장 측과 건물주 사이에 낀 신세가 된 중개업자 입장은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중개수수료'로 먹고 사는 중개업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뒤통수 맞은 기분일 것이다. 임대료만 약 2억 원에 달했고, 못해도 수백만 원의 중개료가 나왔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복수의 부동산 중개업자들에게 문의하자 "법적으로 따지기 전에 기본적인 '신의'의 문제"라며 "(중개업자가) 반 전 총장 측에 내용증명을 보내거나, 소송을 거는 등 복잡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답했다.

세계의 대통령이란 유엔 사무총장을 지냈고, 대권을 노렸던 분이라면 '신의'가 얼마나 중한지 그 누구보다 잘 알 것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이런 말도 남겼다. "중개업자 입장에서 그런 사람들을 'X아치'라 한다."

반 전 총장은 2일 오후 사실상 캠프 해단식에서 "모든 원인은 정치인이 제공하고 (이를) 해결해야 하는데 전부 생각이 다르니 국민이 고생이다. 그러나 실제 정치를 움직이는 것은 역시 정치인들이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더 각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정치인들을 두루 만났던 일을 거론하면서 "다 자기 계산이 있다"고 표현했다.

반 전 총장은 대선 불출마 선언 다음 날 "오랜만에 잘 잤다"고 했다. 대선에 나서지 않으니 마음의 부담을 덜어 숙면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반 전 총장 측으로부터 부동산 중개수수료를 받지 못한 중개인은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속앓이 중이다. "다 자기 계산이 있다"고 한 반 전 총장님, 중개수수료같은 계산은 꼭 해야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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