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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은 자선단체가 아니다. '기업'이라는 사실 명심해야"

“저희가 준비한 공간이 많이 협소합니다. 자리가 없으신 분은 계단에 앉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난 3일 서울 중구 을지로 페럼타워.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올 한 해 추진할 사업들을 설명하는 자리에 300명 가까운 예비 사회적기업가들이 몰렸다. 주최측에서 준비한 좌석이 모자라 서서 듣는 참석자까지 생겼을 정도. ‘사회적기업’과 ‘소셜벤처’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설명회 현장의 열기로 고스란히 연결된 셈이다.

‘사회 문제’를 ‘기업’으로 풀다… ‘사회적기업’
노숙자들의 자립을 돕기 위한 잡지 ‘빅이슈’. 폐자전거를 수리해 팔며 노인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거마’. 이들은 모두 사회 문제 해결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면서 영리활동을 하는 ‘사회적기업’이다. 넓은 의미에서 ‘소셜벤처’와 뜻을 같이하지만 법적으로 ‘사회적기업’이라는 명칭을 쓰려면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을 통해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증을 받아야 한다. 정부 지원사업의 대상이 되는 사회적기업의 정의를 명확히 하고 무분별한 명칭 사용을 막기 위해 '사회적기업 설립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을 통해 자격 요건을 명문화해놨다. 

인증제도를 처음 시작한 2007년 55개에 불과했던 사회적기업은 2016년 12월까지 1,713개로 늘었다. 지난해에만 265개 기업이 새로 ‘사회적기업’ 명칭을 달았다. 

사회적기업은 ‘일자리제공형’,‘사회서비스제공형’, ‘지역사회공헌형’ 등 5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일자리제공형’이 69.8%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사회적기업이 진출하고 있는 분야는 '복지사업'뿐 아니라 ‘문화∙예술’, ‘환경’, ‘교육’ 등 모든 사회 서비스를 총망라한다.

진흥원의 꽃 ‘사회적기업 인증 및 창업 육성 제도’
“다음은 우리 진흥원에서 가장 많은 예산을 집행하는 부서죠. 창업육성본부의 사업 소개가 이어지겠습니다.”

‘인증지원’과 ‘창업지원’을 담당하는 부서, 즉 사회적기업이 가장 목말라하는 지원 자금을 집행하는 곳의 사업 설명이 시작되자 청중들의 눈빛이 달라진다. 진흥원 기획홍보팀 이웅희 과장은 “참석자 대부분이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고 싶어하는 기업 대표들과 창업 지원에 관심있는 예비 창업가”라고 전했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은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을 발굴∙육성하고 사회적 가치를 확산하기 위해 지난 2011년 출범한 공공기관이다. 사회적기업 인증 업무를 주관하고 인증 기업을 위한 교육∙자금∙판로∙경영컨설팅 지원 등 340억 원(2016년 예산 기준) 규모의 정부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으려면 독립된 조직형태, 유급 근로자 고용, 사회적 목적 실현 등 7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제공하는 서비스의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의사결정 구조를 갖추고 이윤의 2/3 이상을 사회적 목적을 위해 사용해야 ‘사회적기업’ 명칭을 쓸 수 있다. 사회적 목적을 실현하며 기업활동을 수행하고 있지만 의사결정구조와 영업활동 수입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엔 ‘예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는 방법도 있다.

사회적기업 인증은 진흥원의 서류검토와 현장실사, 인증심사 등의 과정을 거쳐 이뤄진다. 인증지원팀 관계자는 “매년 30~40%의 신청 기업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탈락한다”며 “신청 전에 요건과 절차를 꼼꼼히 따져볼 것”을 당부했다.

이밖에도 진흥원은 사회적기업을 만들고 싶은 예비창업가를 위한 육성사업도 실시하고 있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아이템을 갖춘 창업팀을 선발해 창업공간, 1,000만원~5,000만원 범위의 창업자금, 교육, 멘토링 등을 지원한다. 총상금 1억 5,000만원의 ‘소셜벤처 아이디어 경진대회’를 통해 혁신적인 창업 아이템을 발굴하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그린라이트’ 취약계층 고용창출 효과… 자립 가능성은 ‘적색등’
사회적기업이 고용한 직원은 지난해 11월 기준 3만 6,858명. 이 가운데 취약계층 근로자가 2만 2,647명으로 61.4%를 차지한다. 2014년에만 약 1,600만 명이 사회적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혜택을 받았고, 인증 기업에서 사회에 재투자한 금액은 715억 3,800만 원에 달한다. 사회적기업이 취약계층 고용 활성화 및 사회적 가치 창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윤리적 소비', '가치 소비'가 사회 트렌드로 자리잡으며 ‘사회적기업’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지난 설에는 불황의 여파로 명절 선물 판매량이 급감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기업 선물세트 판매율은 90%를 넘기는 이례적인 현상을 빚기도 했다.

문제는 기업들의 '지속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2014년 한 해동안 사회적기업들이 달성한 매출액은 평균 12억 390만 원. 반면 자립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인 영업이익은 평균 -9,286만 원을 기록, 대부분의 기업들이 적자구조를 면치 못했다. 

‘2012년 사회적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정부 지원이 끝난 후 당기순이익이 적자로 전환된 사회적기업이 30.4%, 부채가 증가한 기업은 67.4%에 달한다. 보고서는 “해가 갈수록 매출이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이익은 악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부분의 사회적기업이 정부 자금 지원이 끊기면 사실상 기업활동 지속이 어려운 상태에 놓여있다는 얘기다.

사회적기업도 결국은 ‘기업’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회적 가치를 가진 아이템도 중요하지만 좋은 일도 돈을 벌어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자체적인 영업으로 벌어들이는 수익 없이 정부지원금에 의존하는 기업은 ‘자선단체’에 불과할 뿐 사회적'기업'이 될 수 없다는 것.

"현장에서 뛰어보니 소비자들이 사회적기업이라고 무조건 잘 봐주는 게 아니더라고요. 우리의 경쟁자는 같은 사회적기업이 아니라 일반 기업이거든요." 설명회에 참석한 한 기업 대표는 "일단 시장에서 살아남는 게 우선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지원 제도는 하나의 ‘수단’일 뿐 ‘목표’가 될 순 없다”며 “어느 정도의 도움을 받는 건 좋지만 사회 문제를 확실히 해결하고 싶은 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건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지적했다.

기사/사진/인포그래픽= 비즈업 김현주 기자 joo@bzu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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