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인들이 핀란드에서 쇼핑하는 방법
평범한 러시아인들에게 유럽으로 가는 길은 현재… 직접 가는 건 거의 대부분 막혔다고 봐야 한다. 비행기를 타려면 터키에서 갈아타야 할 테고, 육로로 온다면 이전에라도 받은 비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현재 딱 한 군데, (보통 솅겐 비자라 부르는) 비자를 갖고 있는 일반 러시아 관광객(!?)이 육로로 들어올 수 있는 창구가 남아 있다. 바로 노르웨이의 Storskog인데, 물론 짤방의 (애플맵) 지도를 보시면 바다가 있는데 그게 북극 바렌츠해입니다. 정말 춥고 사람 없는 지역이다. 한때 이쪽으로 군대 피해 넘어오는 러시아 청년들의 망명을 받아줘야 하나 하고 노르웨이거 고민하긴 했는데(참조 1), 요새는 쇼핑하러들 오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가 바로 일종의 “루프홀”이기 때문입니다? 솅겐 비자가 있는 러시아인들이 자동차를 몰고 일단 노르웨이의 스토르슈코그 국경을 통과한다. 그 다음부터는 어차피 솅겐 지역이니 스토르슈코그에서 제일 가까운 큰도시인 핀란드의 Näätämö로 향한다. 지도에서처럼 1시간 반밖에 안 걸리니 짧다. 그래서 핀란드에서 물건을 잔뜩 사갖고 돌아간다는 이야기인데, 외화가 풍부한 러시아이니 유로 환전은 문제가 안 될 것이다. 물론 제재대상 물건들은 구매를 막을 수 있기는 한데… 이 러시아인들이 핀란드에서 사가는 것은 생필품들이 많다. 그게 아닌 것들은? 그래도 사간다. 이게 이유가 있습니다. 러시아식 보따리 상인들이 있기 때문인데, 경제 제재로 인해 표면상으로는(참조 2) 서방 기업들이 나갔다고는 하지만, 서방 기업 물건들이 러시아에서 사라졌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 이미 카자흐스탄, 터키 같은 곳에서 중간 상인을 거쳐 물건들이 들어가고 있으며, 차이점은 단 하나 있다. 중간 마진이 급속히 늘어났다는 얘기다. 그러니 서방에서 뭘 사오든 러시아에서 그 배로 팔 수가 있다. 그런데 말입니다. 러시아 관세법에 따르면, 육로로 국경을 통과하는 경우 사람 1명당 50kg까지 면세라고 한다. 그래서 러시아 보따리 장수들이 시간 많고 용돈을 벌고 싶어하는 할머니들을 많이 고용한다. 이건 전쟁때문에 생겨난 현상이 아니며(참조 3), 핀란드에서는 그런 보따리 장수 알바하는 할머니들을 “킬로할머니/Kilomummo“라 부른다. 50kg 거의 다 채워서 다시 러시아로 돌아가는 분들이다. 그런 할머니 대여섯명이 밴으로 오면? 정말 장사할만하겠다. 당연하겠지만 러시아 상인들이 할머니들을 알바로 고용하는 것이며, 수고비를 또 할머니들에게 주기 때문에 할머니들 입장에서는 나쁠 게 전혀 없다. 서유럽 여행도 공짜로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걸 막아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 핀란드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면세 신청을 안 받아주는 것 정도 있을까? 국경 통과를 노르웨이에서 했기 때문이다(참조 4). 업체들 입장에서도 반드시 모니터링을 해야 할 의무는 없다. 여권을 보여달라 요청도 안 하는 모양이며, 어차피 저 지역은 러시아어도 대체로 통한다. 이건 그냥 봐줘야 하잖을까? 저 북극 마을에서 고가의 (제재 목록에 들어갈 만한) 제품이 진열되어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어차피 냉전이 최고조일 때에도 상인들은 동서방을 왔다갔다 하곤 했었다. 바부슈카들에게는 죄가 없다. ---------- 참조 1. Norway hesitates on granting asylum for Russians fleeing army draft(2023년 1월 24일): https://thebarentsobserver.com/en/borders/2023/01/norway-hesitate-asylum-russians-fleeing-army-draft 2. 생각보다 러시아에서 기업들이 나가지 않은 건에 대하여(2023년 1월 24일): https://www.vingle.net/posts/5249703 3. 이 기사에서는 할머니 5명이 밴 하나에 타서 쇼핑하는 광경이 나온다. “Kilomummot" työllistävät tullia entistä enemmän(2014년 8월 14일): https://yle.fi/a/3-7409656 4. Venäläiset turistit keksivät keinon päästä Suomeen, eivätkä viranomaiset voi asialle mitään(2023년 2월 13일): https://yle.fi/a/74-20017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