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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희, '싱글라이더' 전과 후로 나뉠 배우[윤가이의 별볼일]

안소희의 얼굴은 티끌 하나 없는 백지같다. 인위적인 느낌이라곤 찾아 보기 힘든 자연스러운 생김새, 배우로서 어떤 역할을 맡든 흡수하기 좋은 조건이다. '대놓고' 어떤 이미지를 드러내기보단 보기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얼굴을 가졌다는 점에서 훌륭한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이 꿈틀댄다.

하지만 매번 2% 이상 아쉬웠다. 아직 경험이 많지 않다는 전제가 늘 다음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들었지만 언제까지 '기대주'란 수식으로만 살 수도 없는 노릇. 그러나 2017년 2월, 안소희는 배우로 재평가 받게 될 작품을 들고 나타났다. 영화 '싱글라이더'(감독 이주영) 얘기다.
신작 '싱글라이더'는 배우 안소희에게 새로운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영화에서 그는 이병헌 공효진 등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 '얄밉도록' 제 몫을 해냈다. 안소희는 호주 워홀러 유진아(지나)로 분해, 전부를 잃은 채 호주로 가족을 찾아 온 강재훈 역 이병헌과 묘한 합을 이뤘다.

이병헌이 어떤 배우인가. 연기로는 대한민국에서 '욕먹기 힘든' 대배우 아닌가. 안소희는 이병헌과 영화 내내 호흡하며, 전개의 주축을 담당한다. 뿐만 아니다. 후반부 소스라칠 반전의 키(key)를 쥔 막중한 캐릭터다. 안소희에게 이토록 무겁고 어려운 임무가 주어졌을 줄이야, 영화를 보기 전엔 상상치 못했던 일이다.

2008년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로 연기를 시작한 안소희는 이보다 앞서 상당기간 국민 걸그룹으로 군림한 원더걸스의 귀여운 막내였다. 그러나 가진 끼가 워낙 출중해 3 ~4분 남짓한 무대에서 다 분출해 보이기엔 늘 아쉽던 느낌. 예쁘장하면서도 묘한 비주얼 역시 그를 배우의 길로 이끈 큰 이유일 것이다.

그렇게 시작한 배우 생활, 특히 지난 여름 신드롬을 일으킨 영화 '부산행'은 안소희의 짧은 필모그래피 속에서도 최고 흥행작으로 기록됐지만, 배우 스스로는 각고(刻苦)의 기억이 됐을 터다. 영화의 만듦새나 주조연 배우들의 연기력에 대해 고루 호평이 쇄도한 가운데 안소희만이 '옥에 티'로 회자됐으니 말이다.

안소희에게서 진작 배우로서의 역량을 발견한 충무로 사람들은 많았다. '뜨거운 것이 좋아'에서의 그 독특한 카리스마는 배우가 꼭 대사와 몸짓이 아니어도 가진 이미지만으로 얼마나 훌륭하게 쓰일 수 있는지를 증명했다. 이후 도전한 몇 작품에서 안소희는 그러나 꽤 깊은 좌절감을 맛봐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무로 제작자와 감독들이 꾸준히 눈독을 들였다는 건, 그의 가능성이 아직까지 채 터지지 못했다는 반증이었을까. 안소희는 마침내 만난 '싱글라이더'에서 기라성같은 선배들과의 합, 작품의 만듦새를 끌어올리는 몫, 제 스스로 빛나는 재주까지 어느 하나 손색없이 모두 해냈다.

이제 안소희는 이번 '싱글라이더' 전과 후로 나뉘지 않을까? 화장기 지운 얼굴로 어깨가 내려앉도록 무거운 백팩을 메고 거리를 떠돈 지나의 얼굴이 꽤 긴 여운이 된다. 신마다 또는 대사마다 힘을 빼거나 더하는 완급조절도 수월했다. 영화 속 캐릭터를 200% 이해하고 몰입한 흔적이 곳곳에 역력하다.

한편 '싱글라이더'는 증권회사 지점장으로서 안정된 삶을 살아가던 한 가장 재훈(이병헌 분)이 부실 채권사건 이후 아내 수진(공효진 분)과 아들을 찾아 호주로 사라지면서 충격적인 비밀을 만나게 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단편 영화, 각종 CF와 뮤직비디오 연출로 실력을 쌓은 이주영 감독의 첫 상업영화다. 22일 개봉한다.

[뉴스엔 윤가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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