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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죄의 왕>, 묘하게 정곡을 찌르는 블랙코메디

2013년 영화 <사죄의 왕>은 진정으로 블랙코메디라고 할 수 있을 작품입니다. 사과 못하는 일본인이 어떻게든 상대에게 사죄를 전하려 좌충우돌하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도 이 영화가 주는 메세지는 결코 가벼이 넘길 것이 아닙니다.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체면치레하느라, 혹은 법적 지위나 책임을 의식해 정작 본질인 사과하는 마음을 전하지 못하는 건 한국인도 일본인도 마찬가지죠.

사죄 센터 소장과 여조수가 사과하고 싶지만 방법을 몰라 실패한 여러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를 전하도록 도와준다는 게 이 영화의 내용입니다. 나중에는 한 영화 제작사의 실수로 국가적 위기에 빠진 일본을 구하기 위해 그야말로 일생일대 사죄 자리를 준비하게 됩니다만 그 결말은 의미를 제대로 깨달을 때 더욱 감동적이 됩니다. 자세한 내용은 굳이 여기서 풀지 않겠습니다.

소장이란 남자가 사죄 센터를 만든 동기가 흥미롭습니다. 이름난 라면 맛집에 갔을때 고압적인 서비스에 불쾌감을 느끼던 중, 눈앞에서 라면을 만들던 종업원의 실수로 뜨거운 물이 소장의 눈가에 튀게 되었습니다. 사과는 없었고 소장은 한시간 넘게 속으로 참다가 다시 가게에 뛰어들어 실수한 종업원에게 큰소리로 항의합니다. 고객 클래임으로 판단하고 다른 종업원에게 대응하라고 지시하던 그 주방 직원에게 소장은 '지금 네게 말하고 있잖아!'라고 명찰에 적힌 직원 이름을 부르며 호통을 칩니다.

가해 점원에게 소장은 근처 카페에서 기다릴테니 일 끝나면 오라고 말해뒀지만, 그 뒤로 소장을 찾아온 건 가해자 본인이 아니라 클래임 처리 담당, 프렌차이즈 사장 등이었고 해결방법이라고 제시하는 건 일정 금액의 합의금이나 서비스 개선안 등 소장에게는 관심없는 것들뿐이었죠. 소장이 바란 건 그저 당사자가 직접 눈앞에서 진심으로 사죄하는 것뿐이었는데 직원은 일을 그만두게 되고 얼마 안 가 가게도 문을 닫고 맙니다. 형식에 치중하고 진심을 전하지 못했기에 사죄하는 것도 실패하고 가게까지 망하게 된 이 일을 본 뒤 소장은 제대로 사과하는 걸 돕는 센터를 만들게 됩니다.

일본 전통에서 최고의 사죄법은 도게자, 즉 엎드려 이마를 땅에 붙이는 거라고들 합니다만, 이 도게자가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소장은 도게자를 뛰어넘는 궁극의 사죄법을 발견합니다. 형식이야 어쨌건, 자기 체면이나 입장은 고려치 않고 오로지 상대에게 진심이 전달되는 것만을 생각하기. 일본 정부 수장인 총리가, 일본어와 일본 문화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우스꽝스러운 말과 동작으로 타국 왕과 국민들에게 간절히 전하는 진심이란 저도 모르게 폭소가 나오면서도 감탄스럽습니다. 어째서 우리는 저런 사과를 어디서도 보지 못하게 된 걸까요?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꼭 한번 찾아보시길.

제대로 사과도 못하는 사람들 때문에 국내외 모두 시끌벅적합니다. 모 대선 주자 말마따나 그들에게 일말이나마 진심이 있었다고 믿고 싶지만, 적어도 사과하지 않았거나 사과에 진심이나 배려를 담지 못했단 사실 하나만은 분명합니다. 진심은커녕, 진실조차 담지 않은 사과로 이해하라고, 용서해달라고 억지 주장하는 행동 자체가 피해자에게, 또 가해자에게도 폭력이 되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지 않을까요?

개인적인 바람은, 아마 이루어질 리 없겠지만, 이 영화를 청와대와 백악관과 일본 총리 관저에서 상영되어 각국 정상들이 이 영화를 보는 것입니다. 제대로된 사죄라곤 모르는 듯한 그들이, 이 영화를 통해 진짜 사과가 뭔지 조금이나마 깨닫기를 꿈꿔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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