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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포기해버린 전쟁의 땅
언제부턴가 문닫아버린 국경의 벽
아, 봄은 누구에게나 봄이어야 한다

-박노해 '아가야 일어나라'
Syria, 2008. 사진 박노해

*시리아 내전 6년, 시리아에 평화를


아가야 일어나라
일어나 걸어야지

아직 꿈을 꾸고 있는 거니
살포시 눈을 감고
엄마 품으로 걸어가려는 듯
운동화를 꼬옥 신고
붉은 볼의 얼굴을 파도에 묻고
꿈꾸듯 잠이 든 아가야

날마다 죽고 죽어
30만이 죽어간 분쟁의 땅에서
떨고 피하고 숨고 탈출해도
아가야 네가 안긴 곳은
엄마 품도 새로운 땅도 아닌
지중해 파도 속이었구나

아가야 일어나라
일어나 걸어야지
저 죽음의 바다를 딛고
저 미친 무기의 땅을 밟고
저 높은 난민의 벽을 타고
걸어야 해 아가야

아, 언제부터 포기해버린 전쟁의 땅
언제부터 문 닫아버린 국경의 벽
그렇게 굳게 닫힌 내 마음의 세계
그래, 여기도 사는 게 전쟁이라서
나 하나 살아남기도 너무 힘들어서
무관심의 파도가 발밑을 치는데

내 가슴을 꼭꼭 즈려 밟는
네 발걸음은 너무도 가벼워서
끝도 없이 줄지어 걸어오는
아이들의 행렬은 너무도 무거워서
내 가슴은 이렇게
깊이깊이 파이는데

아가야 일어나라
일어나 걸어가라
해 뜨는 땅으로
내 가슴을 꾹꾹 밟고
걸어가라 아가야
해변의 아일란아

-박노해 시인의 숨고르기 '아가야 일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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