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분노 타입에 맞게, 화 ‘잘’ 내는 법
20대 내내, 저는 스스로를 ‘화 낼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여기며 슬퍼했습니다. 모질지 못해서, 순해서, 바보 같아서… 말하자면 내가 착해서 화를 못내는 줄 알았죠. 그건 착각이었습니다. 저는 착한 게 아니라, 그냥 화내는 방법에 대해 무지했을 뿐입니다. 분노 감정을 어떻게 처리해야 좋을지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었으니까요. 물론 인생은 실전이라, 제가 드리는 팁은 도움말 정도에 그치겠죠.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기억하면서 읽어주세요. 우리의 감정은 모두 옳습니다. 심지어 ‘분노’ 마저도요. * ‘다혈질’ 형 화나는 상황에 부딪히면 불같이 분노를 폭발 시켜버리는 스타일. ‘참아야지’ ‘침착해야지’ 생각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편이죠. 술자리에서 어떤 사람이 ‘빡치게’ 했을 때 화를 크게 내거나 팀플을 하다가 커뮤니케이션이 꼬여버렸을 때 분노를 터트려서, 주변 상황을 싸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다혈질’이라는 말을 종종 듣지요? -> TIP 자신의 분노 감정을 적절하게 풀어내는 것은 분명 중요하지만, 제어할 수 없는 상태에서 화를 폭발시키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곧 뒤따라오는 후회는, 분노 감정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만들고요. 그럴 땐 ‘공간적 거리감’을 활용하길 추천합니다. 간단히 말해서, 그 자리를 잠시만 벗어나세요. 이를 악물고 “즘스믄 느긋다으께” 하는 겁니다. 주변을 5분 이상 천천히 산책하면서 마음을 정리하세요. 혹은 전혀 상관없는 사람(예를 들어 가족)에게 전화해서 일상적인 이야기(“밥 먹었어?” “지금 뭐하고 있어?”)를 하며 감정을 환기시키는 것도 좋습니다. 마음속 불길이 사그라들면, 좀 더 논리적으로 분노 감정을 풀어내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 ‘남 탓’ 형 분노의 이유를 외부에서 찾으려고만 하는 스타일. 화가 났을 때, 외부 환경이나 다른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분노 감정이 해결될 수 없다고 믿는 편입니다. ‘나 말고 세상 사람들은 다 나쁘다!’는 마음은 아닙니다. 방어 기제가 강해서 화살을 남에게 돌린다는 표현이 맞겠네요. -> TIP 황희 정승의 말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누구도 완벽한 악인은 없고 어떤 상황도 한 가지 이유 때문에 생겨나지 않습니다. 화가 났을 때 그 이유를 외부로 돌리면 마음이 편해질 것 같나요? 전혀 아닙니다. 오히려 분노 해결의 열쇠를 주인 없는 그림자에게 쥐여 주는 꼴이죠. 내가 화난 이유가 10가지라면 무조건 2가지 이상은 나로부터 왔다고 가정하고, 그 근거를 적어보세요. 적어 내려가다 보면, 의외로 해결점을 찾거나 ‘이렇게까지 화낼 일은 아니’라는 걸 깨닫고 해탈(?)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세상엔 “영원한 피해자도 영원한 가해자도 없다‘는 걸 기억하세요! * ‘모르는 척’형 자신의 분노를 자꾸 모르는 척 하는 스타일. 화내는 것을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과 트러블을 만들지 않기 위해 애쓰죠. 팀플에서 많은 역할을 떠맡고 화를 참아가며 과제를 하다가 결국 폭발해서 다 때려치우고 사라져버리지는 않나요? 친구 사이의 트러블을 피하려고 참고 참다가 절교 선언을 해버릴 지도 모르죠. 그러면 가장 상처 입는 건 나 자신인 데도요. -> TIP ‘화낸다’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표현하지 않다보면 속으로 곪게 됩니다. 그러다보면 해결점을 찾기도 전에, 해결하려는 노력 자체를 포기해버리게 되는 상황에 다다르죠. 진심으로 믿는 소수의 사람에게 ‘최근 화가 났던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사전에 그들에게 양해를 구한 후, 5분 혹은 10분으로 얘기하는 시간을 설정합니다. 친밀한 사람에게 공감을 받으면서 마음속 분노 감정을 표현하는 연습을 하다보면, 마냥 화를 쌓아두기만 하는 사람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예요. * ‘내 말 좀 들어봐’ 형 자신의 분노 감정을 타인에게 전달하고 표현할 줄 아는 스타일. 그것만으로도 분노 때문에 괴롭거나 자신을 좀 먹는 일이 덜하겠네요. 가장 좋은 건 적절한 대상(화나게 한 사람)에게,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강도를 지키며 분노를 표현하는 것이겠지만…. 표현할 줄 안다고 해서 모두 적정선을 지킬 줄 아는 건 아니겠죠? -> TIP 사람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 너무 반복적으로 분노를 표현하고 있는 건 아닌지, 제대로 된 대상에게 분노를 표현하고 있는 건지 스스로 확인이 필요합니다. 잘못하면 뒤끝 있는 사람으로 오해받기 십상이니까요. 더불어, 사람들에게 위로받고 나서는 화났던 감정을 누그러트릴 줄도 알아야 합니다. 사람들이 공감해주는 건 당신의 마음을 위해서지, 당신의 분노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걸 잊지말아 주세요. * ‘복수혈전’ 형 분노 감정을 자극한 상대에게 복수를 꿈꾸는 스타일. 화가 나면 그 자리에서 해결하기 보다는 나중에 복수할 계획을 세우는 편입니다. 자신이 겪은 분노를 상대에게 되돌려주려고 하는 거죠. 복수심은 힘이 세기 때문에 종종 성공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자기 자신을 갉아먹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 TIP 살다보면 화나는 상황이 자주 생기기 때문에 ‘복수혈전’ 형 사람들은 늘 분노에 사로 잡혀있습니다. 계획했던 복수가 이뤄지기 전에, 다음 분노가 또 다른 복수를 꿈꾸게 하는 거죠. 더 슬픈 건, 표현하지 않았기에 상대방은 당신이 왜 화가 났었는지 알지 못한다는 겁니다. 분노 해결을 나중으로 미루지 말고, 화가 나면 ‘그 자리에서’ 표현하세요. 복수에 쏟는 노력 대신, 화가 났던 이유 제대로 전달하는 것에 노력을 기울이세요. 전보다 훨씬 홀가분해지는 마음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illustrator 개은 참고도서 <또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 대학내일 전아론 에디터 aron@univ.me [대학내일] 20대 라이프 가이드 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