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는 NBA, NFL에 비해
드래프트 1라운더 선수들의
실패 가능성이 높습니다.
단순히 운동 신경이 좋아야
하는 점을 넘어서, 멘탈과
기술적인 요소들도 이들의
성공을 크게 좌우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알아보았습니다.
'지난 20년간 MLB 드래프트
전체 1픽들을 조명하다'

1997년 = 맷 앤더슨 (라이스 대학, 디트로이트 지명)
통산 257경기 256.2이닝 15승 7패 26세이브
ERA 5.19 BWAR -0.5
라이스 대학 재학 당시 모교의
역대 다승, 최다 세이브 기록을 동시에
갈아치우고 졸업했던 유망주였죠.
100마일 전후로 형성되었던
매력적인 패스트볼이 매력적이었던
우완 불펜투수였습니다.
사실 전체 1픽을 불펜투수에 썼다는 점은
다소 아쉽지만, 마이너리그를 3달만에
초토화시키고 빅리그에 데뷔했던
1년차 시즌에는 그 아쉬움이 덜했습니다.
(A~AA: 30경기 41이닝 ERA 0.66
MLB: 42경기 44이닝 ERA 3.27)
하지만 2002년에 비극이 찾아왔습니다.
당시 연고지였던 디트로이트에는
'디트로이트 레드윙스'라는 하키팀이
있었고, 플레이오프에서의 선전을
기원하는 의미로 매년 스타들이
팬들 앞에서 문어 멀리던지기 대회를
하였습니다.
디트로이트의 유명인사였던
앤더슨도 참가했죠. 하지만 원래
어깨 부상을 안고 있던 앤더슨은
이날 멀리던지기 이후 더 큰 부상을
당하며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103마일까지 나오던 패스트볼 구속이
90마일을 넘기기도 버거워졌다죠?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처럼
대왕 오징어 같이 큰 문어가
아니었어요. 정말 작았다구요."

1998년 = 팻 버렐 (마이애미 대학, 필라델피아 지명)
통산 1640경기 0.253/0.361/0.472
292홈런 976타점 9도루 FWAR 19.0
몇몇 필라델피아 팬들과 공갈포를 싫어하는
분들께서는 버렐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시겠지만,
의외로 통산 스탯이 준수합니다.
이래서 사람이 이미지가 중요한가봐요.
분명히 제 기억에도 삼진 많고, 수비 못하는
공갈우타거포였는데 말이죠.
(통산 1564삼진 / 985볼넷)
마이애미 대학 재학 당시
최고의 아마추어 야구선수에게
주는 '골든 스파이크 상'을 수상하고
필라델피아에 전체 1픽으로 지명되었죠.
대학시절의 기록이요? 어마어마했습니다.
통산 162경기 0.442 61홈런 187타점
170볼넷... 이때의 활약을 바탕으로
2008년 마이애미 대학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습니다.
사실 메이저리그에서의 활약은
체감상 그리 두드러지지 못했어요.
약물시대라 극도의 타고투저이기도 했고,
매년 삼진많고, 외야 수비도 별로였던
버렐이 크게 매력적이었던 선수는
아니었습니다.
(데뷔 초창기에는 1루수였지만,
58경기 6에러를 기록 후 외야로 전업)
세부스탯을 봐도 수비지표은
UZR이 거의 매년 마이너스입니다.
심할때는 -20에 이를때도 있었구요.
음...솔직히 매력없네요 ㅎㅎ
그래도 1픽 중 망한 선수가 수두룩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정도도 감지덕지려나요?

1999년 = 조쉬 해밀턴
(아덴스 드라이브 고교, 탬파베이 지명)
통산 1027경기 0.259/0.349/0.516
200홈런 701타점 50도루 FWAR 27.9
아덴스 드라이브 고등학교 재학 당시
왼손으로 97마일(156KM)을 던지고,
55미터를 6.7초만에 주파했던 괴물이었죠.
고등학생 시절 성적이 어땠냐구요?
투수 - 56이닝 7승 1패 ERA 2.50
타자 - 25경기 타율 0.527 13홈런 35타점 20도루
마찬가지로 당시 고등학생으로서
100마일을 찍어대며 미친 기록을 보여준
'조쉬 베켓'과 함께 당시 드래프트를
'조쉬 드래프트'로 만들어버렸습니다.
(베켓은 1라운드 2픽으로 플로리다에 지명,
고등학교 마지막 2년간 23승 3패
ERA 0.44, 164.1이닝 333탈삼진)
탬파베이는 해밀턴을 지명 후
계약금으로만 무려 396만달러를
주었습니다. 네, 그만큼 쩌는
유망주였다는 것이죠.
하지만 마이너리그 입성 이후
마약 및 알코올에 빠져 배트를 내려놨고,
결국 할머니, 장인, 아내의 내조로
2007년이 되어서야 재기하게 되었습니다.
야잘잘이라고 했던가요?
야구는 잘하는 놈이 잘하죠.
사실상 2003년 봄 이후로 야구를
그만두었던 해밀턴은 룰5 드래프트를
통해 신시내티로 건너갔고,
4년만에 다시 야구를 시작하였는데도
MLB에서 90경기 0.292/0.368/0.554
19홈런 47타점을 찍었습니다...ㄷㄷ;;;
이후 텍사스로 트레이드 되었고,
텍사스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LA 에인절스와 거액의 FA계약을
맺었지만 다시 먹튀로 전락했죠.
(5년 1억 2,500만 달러)
아쉬운건, 부상 및 부진도 문제지만
다시 알코올에 손을 대었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안쓰럽네요.
(텍사스에서 5년간 FWAR 22.2
/LA 에인절스에서 2시즌 동안
FWAR 3.1)

2000년 = 애드리안 곤잘레스
(이스트레이크 고교, 플로리다 지명)
통산 1804경기 0.290/0.362/0.492
308홈런 1146타점 6도루 FWAR 39.0
1993년 알렉스 로드리게스 이후
전체 1픽에 지명된 내야수죠.
류현진의 팀메이트인
그 애드곤조가 맞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MLB 데뷔는
지명팀인 플로리다가 아닌
텍사스에서 하게 되었다죠?
마이너에서 당한 손목 부상이후
다소 주춤한 사이에, 2003년
플로리다가 포스트시즌을 대비하여
텍사스에 마무리 투수 '우게스 어비나'를
데려오기 위해 트레이드 카드로 쓴 것이죠.
(결국 당시 플로리다는 월드시리즈 우승에
성공하였습니다)
애드곤조에게 텍사스행은 악재였어요.
1루에는 이미 2003년에 데뷔하자마자
26홈런을 때려낸 2001년 1라운더
'마크 테셰이라'
지명타자에는 과거 10년간 연평균
홈런 43개, 당시에도 38홈런을 때려낸
베테랑 '라파엘 팔메이로'
자리가 없었던지라 2005년까지
메이저와 마이너를 오가며
버벅대던 중, 시즌 종료 후
샌디에이고로 건너가게 됩니다.
타자 친화적 구장인 알링턴 파크를 떠나,
투수 친화적 구장인 펫코 파크에 입성.
이때 이후로 빛나는 시즌을 보냈고,
결과는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ㅎㅎ

2001년 = 조 마우어
(크레틴-더렘홀 고교, 미네소타 지명)
통산 1590경기 0.308/0.391/0.446
130홈런 804타점 50도루 FWAR 45.9
박병호의 팀메이트인 마우어네요.
3형제 중 막내이며, 위의 두 형 모두
미네소타에 지명되어 뛰었을 정도로
진정한 로컬보이였습니다.
팀에 대한 충성심도 상당했다죠?
미네소타 이외의 다른팀이 자신을 지명하면
드래프트 거부 후 대학에 가서 야구를
그만두겠다고 했을 정도였습니다.
이 친구도 고교 스탯이 어마어마합니다.
- 고등학교 4년 연속 5할 달성
- 4년 통산 222타수 타율 0.567 기록
- 4학년 졸업반때 타율 0.605 기록
- 4년 도합 피삼진 1회
"나는 아직도 내가 고등학교 때
당한 삼진이 기억나요. 3학년때
나간 주 대회 경기였죠. 삼진을
당하고 벤치로 돌아오니 다들
날 이상하게 쳐다보더라구요?"
(그때 마우어에게 삼진을 잡아낸
폴 파이너는 디지털 마케터로
일하고 있다고)
당시 마우어가 1라운더에 지명될만한
선수였던 것은 맞지만, 1픽으로 지명될
선수는 아니라는 평이 중론이었죠.
USC에서 대학리그를 초토화한
마크 프라이어가 유력한 1픽후보였지만,
구단주들에겐 악마같은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가 후견인이다보니
막대한 계약금을 지불해야 할 것은
명백한 사실이었습니다.
스몰마켓인 미네소타는 결국
로컬보이인 마우어를 지명했고,
이는 팀의 역사를 바꾼 선택이
되었습니다.
(마우어 통산 FWAR: 45.9
/ 프라이어 통산 BWAR: 15.7)
고교 시절 '신이 만든 포수'라는
평에 걸맞는 활약을 보인 마우어는
2010년 시즌 종료 후 감동적인
계약을 하였습니다.
소속팀 미네소타가 8년간
1억 8,400만달러 계약을 제시,
계약 당시 지난 2001년 신인
자격으로 입단할 때 사용했던
만년필을 그대로 들고 나온 것이죠.
이후 뇌진탕 사건으로 인한 1루수
전향 등등 굴곡도 많지만, 훌륭한
선수임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