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IE
1,000+ Views

기동력 빵빵, 만족도 빵빵 규슈 렌터카 여행

규슈 북쪽 지역을
3박 4일 여정으로 돌아봤다. 

여정 내내 신화 속 카이로스처럼 시간을
관장하거나, 소처럼 위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게 다 렌터카를 이용해서 그렇다. 

기동력을 장착한 여행자는
마음 가는 대로 어디든 닿을 수 있다는
자신감에 심장이 뛰었다. 

네 개의 현에 속한 여섯 개의
시를 호기롭게 달렸다.


이번 여행에서는 규슈 북쪽 지역을 큰 원을 그리며 돌았다. 그 덕에 기억해야 할 이름도, 간직해야 할 추억도 많다. 그곳들의 자연과 음식에 관한 이야기다. 물론 온천도! 추켜올릴 엄지가 두 개뿐인 게 아쉬울 따름이다.
For Driver 
후쿠오카 공항 인근 렌터카 숍에서 차를 빌려 이토시마시로 향하는 고속도로에 올라탔다. 이십 분쯤 달렸을까. 바다가 펼쳐진다. 발 아래로 검은 바다, 현해탄이 흐르고 있다. 1936년, 시인 임화가 근대화된 일본을 동경하며 건너던 그 바다다. 세상이 많이 변해, 이곳은 서울보다 몇 배쯤 고즈넉한 풍경이다. 더 달리면, 제주 같은 풍경의 이토시마 해안길이 나를 맞을 게다. 차창 밖으로 흐르는 풍경을 보며, 마음을 단단하게 조여 맨 매듭을 완전히 풀어낼 준비를 한다. 
부부바위 인근 해변의 아름다운 풍경
카페 타임의 테라스에 앉아 바다를 보듬어 보라

군침 도는 드라이브
달리는 내내 일행들의 화두는 먹거리다. 굴, 명란, 돼지, 맥주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식재료와 음식 이야기로 군침이 주룩주룩 눈물처럼 흘렀던 드라이브 길이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해안가에는 굴 구이집이 자주 눈에 띈다. 굴 제철인 11월부터 4월까지 바다에서 갓 건져 올린 굴을 구워 먹는데 음료나 소스 조미료 등을 개인의 취향에 맞게 가져갈 수 있는 게 특징이란다. 굴 이야기로 물꼬를 튼 대화는 후쿠오카 명란, 이토시마 돼지로 이어졌다. 후쿠오카는 명란이 유명하단다. 그중 멘타이중이라는 이름의 가게는 일제시대 부산에서 자란 주인장이 명란을 배워 와 일본에 전파한 명란 원조집이라고 했다. 이토시마시는 돼지가 유명한데, 유독 이토시마시에서 나고 자란 돼지가 맛있어 현 이름이 아닌 시 이름을 붙여 돼지를 상품화했고, 이는 일본에서 유례없는 일이라고 한다. 이어 기린이냐 아사히냐로 주고받은 이야기는 고속도로를 벗어나 이토시마의 54번 해안도로로 접어들면서 끝이 났다.
일몰시간엔 하얀 누문과 부부바위 사이로 해가 동그랗게 걸린단다

리아스식 해안에서 석양을
리아스식 해안 길의 아름답고 광활한 풍경. 그 앞에서 먹는 이야기를 잠시 접었다. 대한해협의 거대한 파도가 들고나는 해안가로 아찔하게 뻗은 33.3km의 자동차길 이름은 선셋대로(Sunset Road). 구간 중간 지점에서는 바다에 떠 있는 두 개의 작은 바위를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이 두 개의 바위를 암바위, 숫바위로 나누고 이를 합쳐 부부바위, ‘후타미가우라’라고 부른다. 부부바위 사이로 해가 눕는 풍경이 걸출해 일본 100대 석양에 이름을 올린 곳이기도 하다. 암바위와 숫바위 사이에는 길이 30m의 금색 띠를 걸었다. 풍요와 건강을 빌고 악을 막기 위함이다. 금줄의 무게는 염원의 무게와 비례하기라도 하듯 무겁다. 무려 1톤이다. 이 무거운 것을 가혹한 환경에서 버틴 것에 대한 자축과 감사의 의미를 담아 매년 새것으로 교체한단다. 인근에 위치한 사쿠라이 신사에서 주관하는 마을 일대의 신성한 의식이자 축제로 오랜 세월 이어온 풍습이다. 자세히 보기 >>규슈 렌터카 여행 ①후쿠오카현 이토시마시(糸島市)

For Driver 
다케오시(武雄市) 는 제주올레와 합작해 만든 규슈올레길이 처음 생긴 곳이며, 가장 인기 있는 올레 코스이기도 하다. 시간이 없다면 다케오올레코스의 핫 스폿을 차로 둘러보며 잠깐의 산책을 즐겨 보는 것은 어떨까. 다케오 온천마을, 녹나무가 자리한 대숲 외에도 1,500년의 고분 유적이 있는 키묘지절(貴明寺)과 이케노우치 호수(池ノ内湖)를 따라 걷는 길이 아름답다. 다케오 올레 구간은 아니지만 인근에 아리타포세린파크 논노코노사토(有田ポーセリンパークのんのこの郷)도 들러 볼 것. 
다케오 신사로 들어가는 가파른 계단. 왼쪽으로 경사로가 있다

지금은 조용한 전설의 온천마을
날의 숙소는 다케오시의 온천마을. 1,300년 전부터 이름을 떨친 오래된 온천마을이다. 마을 입구에는 붉은 누문이 위풍당당하게 서 어두운 골목을 밝힌다. 다케오 온천마을의 상징인 누문은 메이지 시대의 건축 대가인 다쓰노 긴고(辰野 金吾)의 작품이라고 한다. 도쿄역과 서울의 한국은행 화폐금융박물관도 그의 작품이다.  붉은 누문 바로 옆에 자리한 토요칸 료칸에 짐을 풀었다. 에도시대의 무사 미야모토 무사시(宮本武蔵)가 묵으며 상처를 치유했다는 곳이다. 로비에는 그가 누웠던 물자리를 고스란히 보존해 유리관으로 막아 두었다. 주변으로는 그의 생애를 엿볼 수 있는 각종 자료들을 소담히 모아두었다. 미야모토 무사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겠다. 그는 양손에 쌍칼을 쥐고 무패 신화를 쓴 일본 제일의 검성으로 추앙받고 있다. 평생 69번의 일대일 승부를 겨뤘고 매번 이겼다는데, 그 이면에는 다소 실망스러운 비법이 있었단다. 상대의 결의를 말로 혹은 무례함으로 어지럽힌 후 검을 들었단다. 비열한 심리전의 대가는 일본 역사의 전설이 되었다. 
염원이 많다. 모두 이루어지길
3,000년 산 녹나무의 위엄
른 아침, 다케오 신사로 향했다. 사실, 신사에 대한 호기심은 뒷전이다. 누군가는 전범을 모신 신사라고도 했다. 다케오 신사의 진짜 주인은 신사 뒤편으로 울창하게 뻗은 대숲과 그 길 끝의 3,000살 된 녹나무다. 3,000년을 살았다면, 그것이 무생물일지라도 영험한 기운이 스미게 마련이지 않을까. 그러니 햇볕 받고, 숨 쉬고, 제 잎을 떨구고 붙이길 반복하며 자라나는 녹나무가 신비로 가득한 것은 당연지사다. 포근한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대숲은 빛의 춤을 추듯 일렁였다. 아침 해가 낮게 걸린 덕이다. 그 리듬에 맞춰 한 걸음 두 걸음 천천히 걷길 5분, 드디어 녹나무가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수령만큼이나 높이 자란 나무는 보는 이의 기운을 한순간에 집어삼키는 듯하다. 거대한 나무 둥치는 독수리와 마주 보는 호랑이 얼굴의 형상으로 풍화되어 호기롭고 기묘한 기운을 뿜어낸다. 동행한 선배가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고 넌지시 알려 준다. 억만 분의 일의 확률로 일어날 기적이라도, 이곳에서 빌면 실현될 것 같다. 작은 소원은 시시해서 못 빌겠고, 너무 큰 소원이 실현되면 인생 허망해질 것 같아 결국 아무것도 못 빌고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에는 연리지가 있다. 이 나무도 소원을 들어준다. 연리지 사이에 매달린 구슬 엮은 줄을 흔들면 연인이나 부부가 사이좋게 지낸단다. 제 힘으로 애써 이룰 수 있는 주제의 가벼운 소원이라 구슬을 잡고 세차게 흔들어 보았다.
For Driver 
은 시간 동안 다양한 것을 보려면 둥글게 순환하는 여행코스가 최적이다. 규슈 여행은 후쿠오카 공항으로 들어가서 기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 보통인데, 여기서 항상 소외되는 마지막 퍼즐 한 조각이 나가사키현의 운젠, 시마바라 등의 지역이다. 일정 순으로 나열한 여행기지만, 사실은 이렇다. 이토시마와 다케오가 점심 먹듯 마음에 점만 찍은 곳이라면 나가사키현의 운젠과 시마바라시는 마음에 따뜻한 돌덩이 하나를 품어 새긴 듯하다. 하루 반이라는 긴 일정 탓에 본 것, 먹은 것, 마주친 사람들이 많아서일까. 
주인은 운젠지옥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개는 어서 벗어나고 싶은 모양이다

운젠을 빛내는 두 개의 온천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오바마 온천마을. 미국 전 대통령 오바마 캐릭터가 관광객을 맞지만 발음만 같다. 작은 해변이라는 뜻의 오바마 마을은 해안가에 면한 온천마을이다. 나트륨 함량이 높은 105도의 온천수가 해안가 여기저기서 분출하는 덕에 마을 곳곳엔 수증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이 천연증기로 해산물을 쪄내는 밥집이 있다. 오바마 해안가에 자리 잡은 무시카마야(蒸し釜や). ‘무시’는 찜, ‘카마야’는 통이라는 뜻이니 우리말로 풀면 찜통집이다. 가게 안의 진열대에서 해삼, 문어, 굴, 조개, 소라 등의 해산물은 물론 고구마, 각종 야채 등을 골라 바구니에 담으면 가게 입구의 유황냄새 폴폴 나는 찜통에 넣어 쪄 낸다. 다양한 찜요리로 배를 채웠다면 엄청난 맛의 디저트를 즐길 차례다.  무시카마야 바로 맞은편에 자리한 젤라또 가게 ‘오렌지젤라또’는 꼭 들러 볼 것! 온천물을 졸여 얻은 소금으로 살짝 간해 ‘단짠단짠’의 정수를 맛볼 수 있다. 다양한 과일 맛이 있지만 우유 맛 젤라또를 넣어 만든 아이스크림 센베이가 가장 맛있다. 온천 기호 모양으로 라테아트를 만들어 내는 카페라테도 맛이 좋다. 젤라또를 손에 들고 갈 곳이 있으니 가능하다면 테이크아웃 하자. 도보로 1분 거리에는 바다를 바라보며 온천물에 발을 담글 수 있는 족욕장이 있다. 105도의 온천수를 상징하는 의미로 105m 길이로 만들고 보니, 일본 내에서 가장 긴 족욕장이 되었단다. 뜨끈한 물에 두 발 담그고 젤라또 맛보며 바다를 바라보는 맛. 사는 게 뭐 별건가. 이거면 족하다. 
온천마을에 사는 오바마의 패션 포인트는 꽃팔찌다
무시카마야의 찜통에서 맛있는 해물찜이 나오는 순간.

오바마 마을이니, 오바마 대통령에게 인사는 해야겠다. 이런저런 자료도 챙길 겸 관광안내소로 향했다. 입구에 오바마를 형상화한 밀랍인형이 객을 맞는다. 오바마에 비해 왜소한데다 옷도 남루하고 조악한 꽃팔찌까지 끼고 있어 왠지 짠한 느낌이다. 실제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당시, 마을 사람들은 이 동상을 잠시 숨겨뒀단다. 동상의 행방을 묻는 관광객에게 오바마는 선거운동 하느라 바쁘게 돌아다닌다고 했단다. 이런 위트라니! 이 마을 사람들, 매력이 넘친다. 
무시카마야(Musigamaya)
주소: 19-2 Obamacho Marina, Unzen 854-0517, Nagasaki 
전화: +81 957 75 0077
홈페이지: musigamaya.com
아기자기한 지옥 순례
젠 지옥은 오바마 온천마을의 아기자기한 분위기와 사뭇 다르다. 차에서 내리자 유황냄새가 코를 찌른다. 주인을 따라 운젠 지옥의 산책로에 나선 개는 첫 들숨에 흠칫 놀란 표정이다. 후각에 예민하니 더 괴로울 거다. 계란 썩는 냄새가 나 괴롭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계속 맡다 보면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증기인지 안개인지 모를 덩어리들이 거대하게 피어났다. 곁에 선 사람의 형상도 겨우 보일 정도였다가 바람이 불면 마법처럼 경계를 드러낸다. 찰나의 순간, 훅! 그 순간이 재미있어 꺄르륵꺄르륵 웃다 보면 어디선가 비슷한 소리가 들린다. 꾸르렁꾸르렁. 다치바나만 해저에 묻힌 마그마의 열기가 조심스레 솟아오르며 대지를 간질일 때 나는 소리다. 혹자는 이를 새가 우는 소리라고, 혹은 지옥에서 절규하는 사람들의 소리 같다고도 하지만 그렇게 극적으로 들리지는 않는다.
오렌지 젤라또는 꼭 들를 것!
마냥 신비롭기만 한 이 풍경이 진짜 지옥이었던 때가 있었다. 일본 내에서 서양문물을 가장 먼저 받아들인 나가사키에는 가톨릭이 급속도로 전파됐다. 도쿠가와막부가 크리스천들을 탄압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운젠 지옥에서 고문당하고 순교했다. 운젠 지옥의 열기 속으로 신도들을 밀어 넣고 살갗이 타면 그 위에 소금을 뿌리는 식이었단다. 이 말에 온천 증기로 찐 계란을 오물거리다 멈칫하게 된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당시의 상황을 상상하니 경건해진다. 이 탓에 운젠 지역 곳곳은 가톨릭 성지로 거듭났고, 성지 순례를 위해 부러 찾는 관광객도 많다. 
For Driver 
마바라항에서 페리에 차를 싣고 구마모토로 향했다. 육로로 가면 해안을 따라 뱅글뱅글 돌아갈 길이지만 바닷길로는 한 시간 거리다. 마지막 날 일정은 구마모토에서 후쿠오카 공항을 향해 위로 올라가는 여정. 이 길이 위험하다. 다양한 음식들이 여행자의 허기, 식욕, 호기심, 식탐을 향해 끊임없이 구애한다. 먹고 달리고, 먹고 달리고, 먹고 달리고. 디저트까지 포함하면 모두 다섯 끼. 고백하겠다. 본문엔 없지만 후쿠오카로 가는 길에 돈코쓰 라멘의 발상지인 구루메까지 들렀다. 다 차를 빌린 덕이다. 
갑판 위에서 역광이 비치는 드라마틱한 바다를 찍는 사진가

바다 건너 구마모토로
이 맑으면 시마바라에서 아리아케 해협 건너의 구마모토가 한눈에 들 정도다. 멀지 않은 뱃길을 건너는 동안 갑판으로 나갔다. 갈매기들이 길동무가 되어 준다. 누군가는 바다의 푸르름을 카메라에 담고 누군가는 갈매기에게 일본 새우깡인 에비센을 던져 주거나 입에 물려 준다. 연인들이 갑판에 서는 경우 벌어지는 상황은 언제나 같다. 여자가 갈매기에게 에비센을 주다 손이라도 쪼이면 화들짝 놀란 남자가 손가락을 호호 불며 달래 주는 식이다. 마치 연인들의 ‘나 잡아 봐라’ 놀이가 갑판 버전으로 재구성된 듯하다.  바다 구경, 사람 관찰 실컷 하다가 실내에 들어와 커피 한 잔 마시면 어느덧 도착이다. 호텔에 짐을 풀고 시내로 들어서니 저녁 먹을 시간이 됐다. 구마모토의 밤은 화려하다. 시마바라의 고즈넉한 풍경에 비하면 이곳은 시끌벅적하다. 규슈에서 후쿠오카 다음으로 큰 도시라 했던가. 규모에 걸맞게 구마모토성 인근에는 밥집 술집들이 도열해 지나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든다. 
구마모토 산넨자카거리. 가장 번화한 지역이다

구마모토 '타이피엔면’
고기가 유명하다는 구마모토에서 진중하게 메뉴를 고민한 후 들어간 집은 1934년부터 성업 중인 코우란테이. 구마모토에서 가장 번화한 시모도오리 아케이드(下通アーケード)에 위치한 곳으로 여기가 아니면 맛볼 수 없는 메뉴 타이피엔(太平燕)면을 판다. ‘서울에는 짜장면, 나가사키에는 짬뽕, 구마모토에는 타이피엔면’이라고 간략하게 설명하면 이해가 쉽겠다. 중국 푸젠성에서 건너와 구마모토에 터를 잡은 화교들이 시작한 음식이다. 돼지나 닭을 우린 고기 육수에 배추, 무 등의 야채와 당면을 넣어 끓인 것으로 구마모토 사람들의 소울푸드다. 코우란테이는 타이피엔면 외에도 볶음밥, 마파두부, 교자 등의 식사류는 물론 수준급의 중화요리를 낸다.  마지막 밤이다. 일행 모두가 무언가 더 먹겠다는 결의를 다지는 건 당연지사. 일본에서 생일을 맞은 동행인이 한턱내기로 했다. 그는 셰프다. 맛집을 귀신같이 찾아내는 동물적 감각을 지녔다. 오랜 세월 요리를 하고 식당을 일구었으니 세포 구석구석에 제대로 된 집 알아보는 빅 데이터가 켜켜이 쌓였을 게다. 무렴하지만 뒤만 졸래졸래 따라나서면 되니 퍽 행복한 일이다. 그가 골라 들어선 집은 호루몬만 야끼니꾸.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간 좁은 식당 안에는 고기 굽는 연기가 담배연기와 함께 피어오른다. 더 정확히는 고기 냄새가 강하고 향긋해 담배 냄새는 존재감을 잃는다. 과연 가게 고르시는 눈썰미가 날카롭다. 셰프님은 여러 부위를 골고루 주문하시고는 일본 사람들의 고기 취향이 한국인과 달라 갈빗살, 안창살 등의 부위를 한국보다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다는 고급 정보도 알려 주었다. 바에는 어깨 굽은 한 남자가 홀로 앉아 고기를 굽는다. 이 순간만큼 그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고기를 맛있게 굽는 일. 남의 눈치 안 보고 온전히 몰두한 고독한 미식가의 뒷모습이 인상적이다. 
코우란테이의 타이피엔면. 얼큰한 국물 입은 당면이 술술 잘도 넘어간다

코우란테이(kourantei) 주소: 1-15 Kamitōrichō, Chūō-ku, Kumamoto 전화: +81 96 352 3812   홈페이지: www.kourantei
료칸 마을의 인생 닭집
지막 날, 후쿠오카로 돌아가는 길에 들른 야마가시(山鹿市)에는 아름다운 료칸 마을과 인생 최고의 닭집이 있다. 구마모토 외곽의 전원 풍경이 인상적인 히라야마 온천마을은 알칼리성 유황온천이 샘솟는, 총 30개 정도의 온천 숙소가 모여 있는 작은 마을이다. 이중 유노쿠라 료칸을 잠시 들렀다. 모든 객실에 노천온천이 있고 료칸 이곳저곳을  산책하다 보면 마치 시골 마을 길을 걷는 느낌이라 금세 평온해진다. 완벽한 힐링의 장소가 되겠다는 포부로 경영하는 만큼 결과도 좋다. 2011년 기준 일본 전역을 통틀어 4위에 랭크된 이력도 있을 정도다. 온천 내 식당에서 판매하는 말고기 덮밥이 유명해 이것 먹으러 일부러 료칸을 찾는 손님도 많다고 한다.  유노쿠라 료칸 바로 옆 가게 ‘산초 지도리’에는 료칸의 말고기 덮밥을 무색하게 만드는 식재료가 있다. 닭이다. 아마쿠사다이오라고 부르는 아마쿠사산 대왕닭을 식탁 위 커다란 화로에 올려 구워 준다. 대왕닭은 이름 그대로 몸집이 크다. 10개월 자란 수탉은 크기 1m, 무게 10kg까지 자란다. 사라진 품종을 복원한 것으로 껍질에 콜라겐이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일반 닭의 3배나 많은 콜라겐을 함유하고 있단다. 불판 위에 오른 고기를 보자. 노랗고 두꺼운 부위가 있는데 그것이 콜라겐이다. 닭의 여러 부위는 생으로도 먹는다. 모래집, 가슴살, 간을 생으로 손님에게 낸다. 처음 먹어 보는 사람일지라도 입에 넣는 순간 심리적 저항 따위 아득히 사라질 맛이다. 간은 푸아그라와 비슷한 식감이지만 더 고소하다. 꼬들꼬들할 거라 예상한 모래집은 생각 외로 부드럽다. 후쿠오카나 구마모토에서 아마쿠사 대왕닭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이곳뿐이라 주말이면 인산인해다. 산초 지도리 덕에 온천마을이 잘 된다 해도 놀랄 일이 아니다.  구마모토 다마다시(玉名市)에 위치한 ‘우라노 카페(裏乃カフェ)’는 음악을 듣는 어른들을 위한 카페다. ‘뒤’라는 뜻의 카페 이름은 의미가 다양하다. 약국 뒤에 있어서 뒤, 카페 앞에 우라카와라는 이름의 강이 흐르고 있는데 강 이름 앞 글자에 소유격조사를 붙여서 또 우라노다. 약국을 운영하는 어머니와 딸이 함께 뒤쪽 부엌에서 겸허하고 고요한 마음으로 카페를 운영하겠다는 다짐의 의미가 있다. 우라노 카페는 전망이 아름답다. 통창으로 드는 햇살이 좋고 그 바깥으로는 우라카와 강줄기를 따라 녹음 우거진 산책로가 펼쳐졌다. 야무진 인상의 주인 아주머니는 흐린 날은 클래식을, 맑은 날은 재즈 앨범을 턴테이블 위에 올린다고 귀띔해 준다. 글렌 굴드가 연주한 바흐 평균율이 카페에 아름답게 울려 퍼진다. 창밖 풍경은 멋진 그림 같다. 음악의 리듬과 살랑 부는 바람의 리듬이 맞는 어느 순간엔, 마치 잘 만든 동영상 한 편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비가 오면 좋겠고 눈 내리는 풍경도 아름다울 것 같다. 여기에선, 온종일 날이 흐려도 괜찮겠다 싶었다.
산초 지도리의 닭간요리

산초 지도리(Sanzo Jidori) 주소: 5205 Hirayama, Yamaga-shi, Kumamoto-ken 861-0556  전화: +81 968 42 8138  홈페이지: sanzo-jidori.com

[여행+삶] TRAVIE 매거진에서

다양한 여행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Comment
Suggested
Recent
일본은 렌트비가 싼 대신 도로비하고 주차비가 살인적이라 엄두가 안남 관광지라면 대략 5분 10분에 싸면 500엔에서 1000엔이넘고 저걸 숙박해도 시간대로 다 받기때문에 하루 주차하는데 후덜덜함 결론은 돈없으면 국제면허증이 있어도 렌트할 엄두가 안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