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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도 사람을 안 물면 죽나요?

춘분의 흐린 봄 앞에 팔꿈치를 시소태우는 삐걱이는 책상 앞에 앉아 궁리를 해야하는 책이나 노트 따위는 펼쳐 놓고서 나는 가만히 눈을 감고서 조용히 오글거리면서 공기에 녹아 무로 꽃피는 상상을 했습니다 먼지만 거르면 딱 봄인 봄날에 앉아 울었었지요 사랑아 내가 물었던 좀비를 다시 꺼내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좀비도 사람을 안 물면 죽나요? 아니면 죽지 않는데 먹어야만 사는 것도 아닌데 사람이 보이면 달려들어 무는 건가요 재미인가요 치열했던가요 여러모로 삶에서 공포로 태그 붙은 것들이 어째 달라 보입니다 사실 공포는 삶 자체고 귀신도 좀비도 죽음도 실패도 무의미도 사실은 위안이고 평화라고 사자에게 물리지 않게 왜 우리는 달려야만 하는 걸까요 너를 낫게 해줄게 평화를 줄게 달려드는 좀비에게 도망치는 것은 실은 실은 그래 사실 바이러스는 우리 인간이고 좀비는 백신이라고 사람에게 물린 이상 우리는 울면서도 지쳐서 졸면서도 손으로는 닿는 것들은 몽땅 물면서 살아야 한다고 내가 사랑을 몰라보고 물고 사랑도 나를 몰라보고 물어서 우리는 그렇게 울면서도 방향에 앓아서 걷고 걷다가 졸고 울고 울면서 걷고 내가 빌어먹을 인간이라 당신도 인간이 되어 주었구나 당신이 빌어먹을 인간이라 나도 인간이어라 혼자인 평화는 싫다고 목을 내밀었구나 오래 앓은 뒤 깨끗이 나은 날에는 세상의 색이 뇌를 바로 때려서 말도 없이 우리는 우우우나 거릴 겁니다 바람도 재미지어 식사도 없이 가만히 누워 움직이지도 않을 겁니다 잡으로 오는 인간들은 돌판으로 막고서 우는 소리 귓등으로나 듣고서 우리는 가슴에다 꽃이나 그래 잡초면 뭐 또 어떻구요 W 심플. P WEB AGENCY.
2017.03.20 시로 일기하기_오늘 날씨 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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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면 이야기 1
앞으로 나는 일상생활 이야기를 조금씩 적으며 그 안에서 최면의 원리를 여러분들께 설명해보고자 한다. 미약하지만 많은 이들이 이러한 정보를 통해 최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또 혹시 필요하다면 최면에 대해 알고 올바르게 접근해서 바르게 쓰도록 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참고로 필자인 나는 더이상 최면으로 사람을 치료하진 않는다. 어느 정도의 상담과 간접최면기법을 통해 정법강의를 추천해주지.... 먼저 최면이란? 간단하게 정리해서 몇가지 용어로 표현 하자면 변형된 의식상태 혹은 트랜스 상태이다. 사람이 눈을 감고 일정하고 반복적인 호흡을 하며 암시를 주게 되면 트랜스상태로 들어간다. 자 그렇다면 먼저 트랜스상태란 무엇일까? 최대한 쉽게 이해가 가도록 내가 배운 대로 뇌파운동으로 설명을 해보고자 한다. 우리 눈에 비치는 각 색깔들이 가시광선 고유의 주파수를 가지고 있듯 우리의 뇌도 활동상태에 따라서 뇌파가 4가지로 나누어진다. 첫째로 우리가 깨어있을 때는 뇌에서 평소때 평균 베타파(약13~30hz)의 뇌파운동을 한다. 그리고 약간 집중한 상태에서는 알파파(약12~8hz)의 운동을 한다. 이 뇌파는 주로 가벼운 명상,요가,혹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가벼운 집중이나 몰입상태, 이완상태에서도 이 상태의 뇌파운동을 한다. 그리고 좀 더 깊은 집중을 하면 더욱 이완되고 집중된 즉 세타파(약7~3hz)의 뇌파운동 상태가 된다. 이 상태에서는 의식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베타파와는 달리 의식과 무의식이 공존을 하는 상태이다. 그리고 잠이 들게 되면 델타파(약2~1hz)의 뇌파가 나온다. 최면을 통해 트랜스상태로 유도한다라는 것은 최면가가 암시를 통하여 집중을 시킴으로써 알파파를 거쳐 세타파 상태까지 유도를 하는 것이다. 알파파상태와 세타파상태를 왔다갔다 하는 상태라고 보면 된다. 자는 상태와는 다르게 의식이 있지만 아무래도 최면 도중 너무 깊게 이완시키고 암시를 부드럽게 주다 보면 종종 너무 편안해서 세타파 다음상태인 델타파 상태로 넘어가 진짜 잠이 들어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어 최면가인 나를 당혹스럽게 하던 기억이 난다. 잠이 들면 최면이 불가능해서 깨워야 된다. 깨우고 나면 잠이 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이완이 잘 되고 깊이 몰입이 되었기 때문에 그런거라고 암시를 준다. 말하자면 잠든 것 까지도 최면 암시로 이용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변형된 의식상태 혹은 깊은 집중상태 몰입상태가 되면 대량의 의식이 평소때를 차지할 때보다는 훨씬 많은 일들이 일어날 수 있고 또 어느 정도 내담자(최면을 받는 사람)의 의도대로 자신의 깊은 무의식을 들여다 보고 또 그것을 만져서 감정을 다루고 자신의 문제 혹은 자신이 평소때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에 대해 새로운 시각기법으로 접근을 하여 다루어 낼 수가 있다. 그리고 평소때 대부분을 차지하던 의식상태에서는 암시가 잘 먹히지 않지만 의식의 비중이 좀 줄어들고 무의식이 떠오르게 되면 무의식은 무비판적으로 최면가의 암시들을 잘 받아들이게 된다. 의식의 역할은 논리,경계,계산,검증,현실적인 판단역할을 하기 때문에 어떤 암시가 들어왔을 때 그것이 터무니 없거나 허무맹랑하다고 판단이 되면 암시를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 무의식은 무비판적으로 모든 정보를 수용하고 저장하며 또 의식과는 좀 다른 역할을 한다. 집중력이 강하게 증진되어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무언가를 오감화 시켜서 떠올리기가 쉬우며 자신의 상태에 대해서 평소때보다 더 잘 알 수가 있고 각성된 상태처럼 때론 무언가 어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작용도 한다. 이 때 무의식상태에서 심상화를 통하여 즉 상상을 통해 현실적으로 가능해 보이지 않는 암시라도 집중력이 증진된 상태에서는 그 내용을 떠올리는 것이 쉬우며 또 그것이 이루어 진 것 처럼 느끼게 하고 감정을 증폭시켜서 느낄 수도 있으며 원하는 상태가 이루어졌다는 암시를 주게 되면 그것이 현실화 되는 경우도 많았다. 이것은 어떤 끌어당김의 법칙, 혹은 시크릿 또는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라고 말하는 것들의 원리와도 같다. 치료에서 혹은 자신의 미래에 대한 긍정적 암시에서 이러한 기법들이 주로 이용이 된다. 그런데 이 부분을 함부로 사용하면 처음엔 이루어지지만 나중에 큰 댓가를 지불해야 하니 부디 독자들께선 욕심내지 말기를 바란다. 그 댓가는 정말 처절하니ㅠㅠ 최면은 여러가지 분야에 쓰이는데 내가 배운 학술적인 지식의 내용에 의하면 네가지가 있다. 차례로 나열해보자면 심리치료,그리고 범죄의 수사,또는 무통 수술(마취약 없이 최면암시를 통해 수술을 하는 것.),그리고 빙의환자를 치료 한다. 오늘 내가 두서없이 더듬더듬 기억해낸 최면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오늘은 이 정도만 설명하고 다음엔 최면의 역사에 대해서 몇가지 간단한 설명과 또 최면에 대한 또다른 이야기를 해보겠다. 혹시 이 글을 읽고 궁금한 점이 있다면 댓글을 남겨주길 바란다. 그럼 미약하지만 이 홍익인간 최면사나이가 아는 만큼만 최대한 이해가기 쉽도록 성심성의껏 대답해 주도록 하겠다.
미루는 습관의 7가지 원인 및 극복방법
미루는 습관의 7가지 원인 및 극복방법  미루는 것은 꼭 나쁘다고 규정할수는 없다. 한 인간의 행동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해야 할일이며 하고 싶었던 일이며 하지 않으면 자신에게 마이너스가 될 일임에도 불구하고 약속시간을 준수하지 못하고 미루는 습관은 가랑비에 옷이 젖듯 내 삶도 축축하게 젖어버릴 것이다. 왜 우리는 계획은 잘 세우지만 왜 생각처럼 실천하지 못하고 미룰까? 의지박약, 정신을 못차렸다고 쉽게 말하는것이 맞는것 같지만 그리 단순한 문제는 아닌듯 싶다. 미루는 습관 1. 동기부여가 없다. 학교숙제를 하지 않는 아이에게 장난감 사줄테니 공부하라고 하면 금세 열공모드로 들어간다. 그런데 성인이 된 우리는 스스로 동기부여를 해야 한다. 이 세상에 값어치 없는 일은 없다. 꼭 그것을 하면 돈을 벌고 진급하고 명예를 얻는다고해서 그것만이 동기부여가 되는것은 아니다. 사소하고 소소하고 눈 앞의 이득이 없을지라도 그 일에 즐거움을 느끼고 성실하게 임하다보면 그 자체로도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다. 지금 눈 앞에 보이는 것도 가볍게 넘어서지 못한 사람이 어찌 미래에 다가올 강력한 선물을 잡을수 있겠는가? 작은 것에 감사하며 만족하며 기쁨을 느끼는 자는 자기 마음안에서 동기부여를 만들어낸다. 세상이 나에게 사탕을 주지 않아도 자기 스스로 할일을 알아서 한다. 그런 사람은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열정적이다. 2. 햄릿증후군 죽느냐? 사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수동적인 생활 습관과 과도하게 넘쳐나는 정보(생각)들로 인해서 결정하지 못하는 우유부단 상태이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시간과의 싸움이기도하다. 당신이 집에서 하루종일 잠만자면 당신의 시간은 멈춘듯 보이지만 세상은 아주 빨리 움직이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스스로 확신이 없을때 결정을 늦추게 되고 그 미루는 습관을 게으름, 무책임이라고 한다. 할 것이라면 이렇게 자신에게 말하자. " 일단 멋지게 뛰어내리자, 결과는 하늘에 맡기는걸로 GO" 하지 않을 것이라면 이렇게 자신에게 말하자. " 이건 못하겠어! 내가 원하는 것을 지금당장 찾아가는걸로 GO " 좋은 선택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중에 결과만 말해줄뿐... 그런데 가장 무서운 일은 내가 지금 선택하지 못함으로써 선택할수 있는 영광을 박탈당함과 동시에 나중에는 선택을 당하는 노예같은 약자가 된다. "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가 아닌 저 죽어야 하나요? 아니면 저 살아야할까요? 3. 우울증 불안증 마음이 우울하면 만사가 귀찮아진다. 마음이 불안하면 겁나서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다. 당신이 미루는 이유가 정신력의 문제도 있겠지만 우울증 불안증등의 마음이 병들면 제 아무리 강한 사람도 의지박약이 되어버린다. 발목을 다치면 걷기가 힘들듯 마음도 기능의 고장, 장애를 겪게 된다. 삐친 아이마냥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것을 나쁘게 생각하기 보다는 몸의 병을 치료하듯 마음의 병을 치료해야 한다.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들어내는데(일체유심조) 마음이 고장나면 내 삶도 고장나게 된다. 당신은 휴식을 취하면서 치료해야 할 때일지도 모른다. 4. 잔소리 대마왕 말이 달리지 않는다고해서 꼭 채찍질을 해야 하는가? 사람에게도 그렇게 하는 방법이 맞는가? 게으른 그 모습이 꼴도 보기 싫고 화가날 것이다. 그래서 시도 때도 없이 잔소리를 하게 된다. 그런데 당신이 착각한것이 하나가 있다. 인간은 어떠한 경우에도 억지로 하지 않는다. 당장 그렇게 하는 척을 하겠지만 결국 본래 상태로 돌아간다. 때로는 자신의 행위에 대한 혹독한 결과를 맞이하도록 방치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 말은 어떠한 잔소리로도 상대의 마음을 바꾸지는 못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청개구리처럼 역효과를 불러 일으킬 뿐이다. 내가 미루는 당자사라면 자아성찰, 마음공부를 통해서 스스로 깨어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나의 미루는 습관이 지금 당장, 10년후 어떤 모습이 될지 잠시만 생각해봐도 그렇게 나태하게 살지 않으리라 본다. 내가 장담하는데 당신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고통스러울 것이다. 살아가는것 자체가 때로는 고통인데, 이 조차도 넘어서지 못하면 고통은 걷잡을수 없을정도로 누적된다. 당신이 잔소리를 하는 입장이라면 가만히 놔두거나 진실된 대화를 통해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할지 인내심을 갖고 다가서야 한다. 진심어린 경청과 공감의 대화가 필요하다. 잔소리는 자신과 타인을 불타게 하는 휘발유와 같다. 5. 당신은 매우 열정적인 완벽주의자 태어날때부터 게으른 사람은 없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열정적인 완벽주의자는 쉬지 않는 탱크와 같다. 그 누구보다도 강력하게 동기부여가 되는 사람이다. 영원히 활활 불타오를것 같지만 너무 많이 달려버렸다. 과부하= 번아웃증후군 이미 자신의 에너지를 다 써버렸으며 내일의 에너지까지 다 끌어써서 지금은 에너지 방전상태이다. 아무리 뇌가 '가자'라고 신호를 보내도 몸은 그대로 축 쳐진채 움직이지 않는다. 지나치게 열심히 사는 사람은 결국 지치게 된다. 밥을 먹고 일을하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또 일하고 운동을 하고 잠을 자면 자연스럽다. 밥도 안먹도 일을하고 쉬지 않고 일하고 또 일하고 야근하면 고장이 날수밖에 없다. 당신은 예전의 생활습관을 지금 당장 갖다 버려야 한다. 그리고 다시 걸음마부터 시작해야 한다. 당신은 열심히 살아서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신념이 아닌 모든 선택의 기준의 행복에 두고 오늘 하루를 살아야 한다. 그러면 지혜로운 성실꾼이 될 것이다. 7. 여전한 남탓 그렇다... 당신은 미룰수 밖에 없는 수많은 이유를 댈 것이다. 이유야 어찌됐든 이것은 당신 삶이다. 당신이 마주해야 할 냉정한 현실이다. 또한 일하지 않으면 내일 굶어야 한다. 점점 이 세상속에서 밀려나게 된다. 오늘 하루의 미룸이 급기야 은둔형 외톨이처럼 세상속의 고아(미아?)가 될지도 모른다. 지난날의 과거를 잠시 버려두고 현실만 보자. 남탓하고 그들을 미워하는것이 나쁜건 아니지만 그럴수록 당신은 어둠속에 갇힌 어린아이가 된다.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들이 내 손을 잡고 나를 구원해주기를 바라는? ...... 이상한 심리... 오늘 하루 일하고 오늘 하루 밥 먹고 산다는 심정으로 많은 생각을 하지말고 천천히 움직여보자. 당신 영혼의 목적은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내가 건강하게 잘 생존하는 것이다. 나를 배고프게 만들지 말자. 내 삶을 비참하게 만들지 말자. 내가 내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가자. 그렇게 천천히 가벼운 마음으로 오늘도 화이팅 ^^* 김영국 행복명상센터
그러니 가서 잘 살아라
많은 ‘사람의 일’ 이 있었지만 그 모든 게 다 날씨처럼 느껴져 섬뜩했다. 나의 귀는 듣지 않은지 오래. 나의 눈도 보지 않은지 오래다. 안타깝다는 말들 슬프다는 말들을 하기가 힘들어졌다. 무엇도 말을 할 만큼 잘 알지 못한다 느껴지기 때문이다. 내일이면 37년의 삶을 채 정리도 못 하고서 허겁지겁 파리로 떠나간다. 엠마는 사람을 볼 때마다 눈물을 흘렸고 사람들은 나를 볼 때마다 울었지만 나는 이 나이에 공부를 하러 간다는 말이 민망해서 한 두 걸음 뒤로 물러서며 ‘영영 가는 것도 아닌데 뭐’ 할 뿐이었다. 이 무심한 사람. 하지만 생각해보니 인사도 제대로 못 나눈 채 그 날이 마지막 인지도 모른 채 영영 보지 못하게 되어 버린 사람들이 잔뜩이다. 또 보자는 빠른 인사로 서로를 지나쳐 열심히 걷다 보니 서로를 그 어느 날의 추억 속에 죽여 놓고 왔다는 걸 한참이 지난 후에야 깨닫게 된 것이지. 그렇게 실은 그 날에 죽여 놓고서 훗날 늦은 장례식에나 가게 되겠지. 우습다. 책들을 정리했다. 두꺼운 책들은 마음을 묶어 두려 놔두고 반쯤 읽은 책들 꿈을 사려고 무리해서 산 책들은 그만 팔아야지 하고 두 가방 가득 채워 서점을 갔다. ‘53기 김상석’이라고 이름이 도장 찍혀서 1000원의 가격이 일괄적으로 메겨지는 18년 된 영화 이론 책들 중 하나에서 엽서 하나가 흘러나왔다. 20살의 아픈 나에게 21살의 룸메이트가 써 준 오줌색의 엽서. 그 친구는 공군사관학교에 수석으로 입학한 친구였는데 재수 없게 굴지 않고 웃긴 광대짓도 곧잘 해서 나랑 함께 선배 방으로 자주 불려 다니던 친구였다. 그 친구는 프랑스 공군사관학교로 교환 프로그램을 가기 위해서 우리가 청원에 갇혀 있을 때 서울로 어학원을 다녀 우리의 부러움을 사곤 했었는데.. 준비를 거의 끝 마친 무렵 우리나라와 프랑스 사이의 교류 프로그램이 끝이 나버려서 아쉽게도 프랑스로 가지 못 하게 되었었다. 2년의 시간이 한순간에 사라진 것이지. 친구는 불평 한마디 안 했었지만 임관을 하고 꽤 시간이 흐른 후 나를 갑자기 찾아와 퇴역을 하고 싶다는 말을 불쑥 꺼냈었다. 그리고 우리는 또 다시 소식이 끊겼다. 그가 함께 지급받은 펜으로 쓴 엽서의 마지막 줄에는 오래 두고 가까이 사귄 벗이라는 문장이 민망함도 모르고 쓰여 있었다. 그로부터 18년이 지난 후 철이 없던 그의 룸메이트가 프랑스로 떠난다니 웃긴 일이다. 얼마 전에는 프랑스에서 영화를 배우던 학생 한 명이 연기를 배우겠다고 나를 찾아왔다. 나는 곧 프랑스로 영화 공부를 하러 간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하고 다른 좋은 말들을 챙겨주며 가르치는 일만은 사양했다. 이것 또한 웃긴 일이다. 나의 귀는 듣지 않는지 오래. 나의 눈도 무엇을 보지 않은지 오래다. 내일 나는 무엇도 보지 못 했던 곳으로 무엇도 들리지 않아서 귀가 괴로울 곳으로 기꺼이 간다. 내일부터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못 견뎌 뱉을지 지금의 나로선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무엇을 알아서 뱉는 것이 아닌데. 사실 그저 용기가 없어진 것일 뿐인데. 내가 무서워 못 잡은 쥐 같은 것들이 야금야금 나를 낮춰 가고 있었던 것일 뿐인데. 나는 이제 37년째 적당히 치던 도망을 끝내고 자수를 하려 한다. 추방되어 가는 곳에서 나는 가볍게 돌리던 이름 대신 외우기 힘들어 금방 대답하기도 어려운 숫자로 불리며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나는 이제 무슨 이야기를 써야 좋은 지 모르겠다. 다만 내 마음이 자꾸 가는 두 주인공만 불러 세웠을 뿐. 가서 잘 살아라. 할머니 엄마 아빠 형 친구들 동료들 제자들에게서까지 같은 말을 듣고 와서는 개런티처럼 들려준다. 그러니 가서 잘 살아라. W 레오 P Luca Micheli 2019.11.15 파리일기_두려운 날이 우습게 지나갔다
단편 : 붉은 눈
현수는 30분 만에 다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여보, 30분이 지났는데 아직도 안 들어왔어.” 그녀는 거의 울먹거리면서 말했다. 현수는 지금 당장 가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은 후 옆에 있는 후배에게 말했다. “나 가봐야 될 거 같다.” “네? 곧 있으면 그 자식 나올 거 같은데요?” “연이가 아직도 안 들어왔대.” 후배의 얼굴이 굳어졌다. 현수는 잠복근무를 하던 후배의 차에서 나와 택시를 잡아타고 은평경찰서로 빨리 가달라고 말했다. 설현의 첫 전화는 연이가 학원 끝나고 집에 올 시간이 되었는데 들어오지도 않고 전화도 안 받는다는 것이었다. 현수는 수업이 조금 늦게 끝나는 거 아니냐고 이야기했고 그녀는 꺼림칙한 느낌을 지우지 못한 말투로 좀 더 기다려보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30분이 지나 다시 전화가 온 것이다. 연이가 아직도 들어오지 않았다고. 연이의 학원은 원래 10시 반에 끝난다. 집에는 보통 15분 안에 도착한다. 지금 현수의 손목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은 11시 25분이었다. 경찰서 앞에 내리자마자 현수는 주차돼 있던 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네 번째 신호등에서 빨간 불에 걸렸다. 초조하게 핸들을 두드리고 있던 현수는 신호가 바뀌자마자 엑셀을 꾹 밟았다. 앞에서 우회전하던 트럭과 부딪힐 뻔했지만 핸들을 확 틀어 피했다. 뒤에서 트럭의 상향등이 점멸하고 클락션 소리가 길게 이어졌다. 차는 경찰서에서 아파트까지 20분 만에 도착했다. 현수가 502호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벽시계의 시침은 이제 막 자정을 지나는 중이었다. 설현은 식탁 주변을 서성이며 전화를 하고 있었다. “네, 네. 저희 연이가 집에 아직 안 들어와서요. 지현이는 집에 잘 들어갔나요? 연이가 혹시 보충 수업받거나 하진 않았는지 지현이한테 좀 물어봐 주실 수 있을까요?” 현수는 아내의 앞에 서서 눈빛으로 물었다. 그녀는 한 손으로 이마를 짚은 채 입모양으로 잠깐만 이라고 말했다. “…네, 감사합니다. 늦은 시간에 죄송해요.” 설현이 전화를 끊고 식탁 의자에 주저앉았다. “연이 학원에도 전화해 봤고 연이랑 같이 학원 다니는 친구들, 걔네 부모님한테까지 다 전화해봤는데 아무도 모른대. 연이 어디 있는지. 학원 정시에 딱 끝났고 연이 친구들도 학원 나오고 나서 항상 헤어지던 데에서 멀쩡하게 헤어졌고.” “전화는 언제부터 안 받은 거야?” “학원 수업 시작하는 시간 될 때까지만 해도 카톡 했었어. 그리고 집에 올 시간이 됐는데 안 오길래 전화했는데 안 받아. 카톡도 안 보고.” “알았어 여보. 일단 내가 학원 주변 한 번 돌아볼게. 당신은 집 주변 좀 돌아봐.” 대답이 없었다. 설현은 초점 없는 시선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현수가 허리를 숙여 아내를 꼭 안았다. “여보. 연이 아무 일 없을 거야.” 설현은 울음을 터트렸다. 전화에서부터 느껴졌던 울먹임이 이제야 형체를 가지고 흘러내렸다. “우리 연이 괜찮겠지? 아무 일 없겠지? 나 연이한테 무슨 일 생기면……” 설현은 말을 잇지 못했다. 현수는 아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괜찮아. 괜찮아. 연이 내가 데리고 들어 올게.” 현수도 그쯤에서 말을 멈췄다. 그는 눈가가 아릿해져서 흰 벽지를 쳐다보았다. 차를 타자 5분 만에 학원에 도착했다. 학원은 아직 불이 밝혀져 있었다. 현수는 계단을 세 개씩 밟고 올라가 3층에 있는 학원 문을 열었다. 문에 달린 종에서 소리가 나자 안에서 여자 한 명이 나왔다. “누구세요?” “혹시 연이 선생님이신가요?” “아, 네. 아까 어머니가 전화 주셨던데 연이 아버님이세요?” “네, 연이가 아직 집에 안 들어와서요. 혹시 오늘 수업 중에 연이가 평소랑 조금 달랐다거나 어디 간다고 이야기를 했다거나 그런 건 없었나요?” 잠시 음 소리를 내며 생각하던 여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연이 평소랑 똑같이 수업도 잘 들었고 어디 간다거나 그런 이야기도 없었어요. 학원 나갈 때도 평소처럼 지현이랑 희연이랑 인사하면서 나가길래 당연히 집으로 가겠거니 생각했거든요. 저도 어머니 전화받고 놀랐네요.” “그랬군요. 감사합니다.” 현수는 어두워진 얼굴을 숨기지 못한 채 몸을 돌렸다. 안타까운 시선이 현수의 뒷모습에 꽂혔다. 현수는 건물을 나와 집까지 가는 길을 훑기 시작했다. 편의점과 아직 열려 있는 마트 안을 일일이 들어가서 확인했고 골목길도 하나하나 들어가서 혹시 사람 그림자가 보이지는 않나 살폈다. 보이는 사람마다 잡고 이렇게 물었다. “혹시 단발머리에 안경 쓴 고등학생 여자아이 못 보셨어요? 키는 이 정도 되고 17살이에요. 아마 교복 입고 있었을 거예요, 동명여고 교복.” 편의점 앞에서 술을 마시던 대학생 세 명과 셔터를 내리고 있던 마트 주인, 골목에서 담배를 피우던 젊은 여자, 편의점에서 카운터를 보던 알바생까지 모두 본 적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혹시 몰라 핸드폰에 있는 연이의 사진까지 같이 보여줬지만 결과는 매번 같았다. 고개를 젓는 알바생을 뒤로하고 편의점에서 나온 현수의 앞에 오른쪽 골목으로 걸어가는 아줌마가 보였다. 현수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물었다. “아주머니, 혹시 안경 쓰고 단발머리 한 여자애 못 보셨어요? 고등학생이고 아마 교복 입고 있었을 텐데…… 이렇게 생겼어요.” 스마트폰 화면 속 연이의 얼굴을 유심히 보던 아줌마가 말했다. “아까 교복 입고 가던 여학생 한 명 보긴 봤는데 멀리서 봐서 얘가 맞는지는 모르겠네. 단발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혹시 그 학생 어디로 갔는지 보셨나요?” “저기 언덕길 올라서 가던데. 지나간 지 얼마 안 됐어요. 한 5분쯤 됐나? 근데 웬 남자랑 같이 가던데?” 현수는 아줌마가 턱짓으로 가리킨 언덕길을 향해 달렸다. 횡단보도의 신호가 빨간 불이었지만 현수는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왼쪽에서 오던 차가 현수를 칠 뻔했다. 간발의 차로 앞으로 넘어져 급정거하는 차와의 충돌을 피한 현수는 돌아보지도 않고 앞으로 다시 뛰었다. 뒤에서 운전자의 욕지거리가 들렸다. 높은 언덕길을 전속력으로 달려 올라가자 숨이 차기 시작했다. 11월 밤의 차가운 공기가 폐로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하며 기도를 차갑게 긁었다. 목에서 올라온 피 냄새가 입 속을 통과해 후각을 자극했다. 현수는 코와 입으로 동시에 찬 공기를 들이마시며 언덕길을 뛰었다. 언덕을 넘어서자 앞에 내리막길이 보였다. 외길이었다. 계속 달리기만 한다면 연이를 따라잡을 수 있었다. 현수는 통증으로 한계를 경고하는 허벅지 근육을 무시하고 달려 내려갔다. 더 이상 다리를 움직일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심장이 쾅쾅대며 뛰는 소리가 고막을 때릴 때쯤 앞에 두 사람의 뒷모습이 보였다. 키 큰 남자 옆에 연이 정도 키의 여자아이가 있었다. 연이를 부르려고 했지만 숨이 가빠 크게 외칠 수가 없었다. 현수는 입을 다물었다. 이제 여자아이의 머리가 단발이라는 게 보였다. 현수는 더 빠르게 다리를 움직이며 연이를 불렀다. “연아!” 남자와 아이가 함께 뒤를 돌아보았다. 가로등 때문에 아이의 얼굴에 그림자가 져 연이인지 알 수가 없었다. 현수가 가까이 다가가 아이의 모습을 확인하려고 하는데 남자가 현수와 아이의 사이를 가로막았다. 현수는 그 앞에서 멈춰 섰다. “당신 뭐야?” “연아!” 가쁜 숨이 섞인 소리로 연이의 이름을 한 번 더 부르자 아이가 남자의 뒤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안경도 없었다. 연이가 아니었다. 현수는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애써 참고 숨을 고르는 현수 앞에서 남자는 의심에 가득 찬 얼굴로 현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호흡이 진정된 현수가 말했다. “죄송합니다. 저희 딸인 줄 알았어요. 딸이 집에 아직 안 들어와서요.” 연이일 뻔한 아이 앞에서 현수의 말은 조금씩 떨렸다. “혹시 교복 입은 여자 아이 못 보셨나요? 이 정도 키에 단발머리고 안경 쓰고 있는 아이예요.” “저희는 못 봤어요.” 연이를 닮은 여자아이의 아빠는 일말의 의심과 약간의 동정을 담은 시선으로 현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수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아직도 거친 호흡을 내뱉으며 몸을 돌렸다. 다시 언덕길을 넘어가야 했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현수가 외투를 벗자 몸에서 김이 났다. 땀이 식어가며 머리가 차가웠다. 돌아가는 언덕길은 아까보다 두 배는 높았다. 현수는 땀에 젖었던 몸이 밤공기에 차갑게 식은 채 아파트 앞에 도착했다. 아무도 없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을 눌렀다. 엘리베이터 안 거울에 비친 얼굴은 초췌했다. 흰자에는 붉은 실핏줄이 올라왔고 땀에 젖었던 머리카락은 제멋대로 뭉쳐 삐죽거렸다. 5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가 띵 소리를 내며 열렸다. 환한 빛과 억눌린 흐느낌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아파트 복도로 쏟아져 들어왔다. 내리는 사람은 없었고 문은 곧 닫혔다. 아파트 복도는 다시 고요한 어둠에 잠겼다. 엘리베이터는 5층에 한참 서 있었다. 502호에는 설현이 없었다. 현수는 헛기침을 해 목소리를 가다듬고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세 번 정도 가고 아내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 어디야.” “여기 롯데마트 쪽. 연이는 찾았어?” “일단 집으로 들어 올래?”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응.” 전화가 뚝 끊겼다. 현수와 설현은 식탁에 마주 보고 앉았다. 연이가 문을 열고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듯 둘은 말이 없었다. 하지만 끝내 문은 열리지 않았고 결국 설현이 입을 열었다. “경찰에 신고해야겠지?” “아마도.” 설현은 발작적으로 눈물을 터트렸다. 연이의 어릴 적처럼 설현은 목놓아 울었다. 현수는 우는 아내의 손을 잡았다. 현수도 울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랬다가는 설현이 바닥에 떨어진 유리잔처럼 산산이 깨질 것 같았다. “나 신고 못하겠어. 그러면 진짜 연이가 집에 못 돌아올 거 같단 말이야.” 중간중간 울음소리를 토해내며 설현이 악을 썼다. 현수는 쥐고 있는 손을 더 꼭 잡는 수밖에 없었다. 사라진 아이의 엄마는 심장을 토해낼 듯 내리 울다가 시간이 지나자 조금 진정되었다. 현수는 두 손으로 뜨거운 아내의 손을 그러쥐고 눈을 맞추며 말했다. “괜찮아. 실종 골든타임 48시간이니까 아직 많이 남았어. 지금 신고하면 이틀 안에 연이 볼 수 있을 거야.” 현수는 설현의 눈을 바라보면서 웃었다.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하라고 불안에 떨면서 웃었다. 설현은 붉어진 눈으로 울음을 멈췄다. 현수가 아내의 손을 툭툭 일정한 박자로 토닥였다. 설현의 숨은 여전히 가빴지만 어깨의 들썩거림은 잦아들었다. “난 나가서 좀 더 찾아볼게. 혹시 연이가 갈만한 곳 아는 데 있어?” 설현이 눈물을 닦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TV 옆의 장식장 위에서 포스트잇과 볼펜 한 자루를 가지고 왔다. 설현은 볼펜을 들고 뭔가를 적더니 포스트잇을 건넸다. 포스트잇에는 여러 장소가 적혀 있었다. 카페, 독서실, 공원, 연이 학교 근처의 찜질방도 있었다. 현수는 포스트잇을 자신의 손바닥에 붙였다. “경찰에 신고하고 집에서 눈 좀 붙여. 오늘도 늦게 퇴근했잖아. 내가 실종 수사 쪽에 아는 분 있으니까 연락 한 번 해 볼게. 걱정하지 마.” 일어서는 현수의 머릿속에 온갖 강력범죄 피해자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자신이 직접 본 적도 있었고 증거 사진이나 현장 사진에서 목격한 적도 있었다. 피해자들의 모습에 연이가 겹쳐졌다. 옷이 다 찢어진 채 강간당한 연이, 토막 난 채 강에서 발견된 연이의 팔과 다리, 검은 봉지에 담긴 퉁퉁 부은 연이의 머리. 머리가 지끈거리고 구역질이 나올 것 같았다. 현수는 떨리는 손을 설현이 보지 못하게 외투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눈물을 닦는 설현을 한 번 보고 현수는 문을 열고 나왔다. 찬 공기를 마시자 머리가 조금 차분해졌다. 현수는 바로 스마트폰을 꺼냈다. 서울 실종 수사 총괄 위원회 쪽 높은 분이랑 전에 한 번 술자리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번호를 받아 놨었다. 재작년, 장애 아동이 실종되었다가 죽은 채 발견된 사건 이후로 경찰의 부실 수사에 대한 여론이 들끓었고 이를 잠재우기 위해 위에서 내놓은 답이 서울 실종 수사 총괄 위원회였다. 서울 경찰서들의 실종 수사팀 간 효율적인 연계와 빠른 소통을 목표로 내세우며 만들어진 단체였다. 제대로 작동하는 위원회이긴 한 건지, 연이를 찾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 알 수는 없었지만 할 수 있는 건 뭐든 해야 했다. 이름이 뭐였더라. 현수는 저장된 이름 몇 백개를 하나하나 살폈다. 찾았다, 이기수. 알고 보니 본이 같고 돌림자도 같은 항렬이어서 형님으로 모시겠다고 하며 비위를 맞췄던 기억이 난다. 그 날 술자리는 몸도 제대로 못 가누면서 한 잔 더 하자고 외치는 이기수가 현수의 옷에 토를 거하게 하고, 옷을 대충 씻은 현수가 대리를 불러 5만 원을 쥐어주며 이기수를 태워 보내고서야 끝이 났다. 그때 시간은 아침 6시였다. 현수는 집에 오자마자 그 옷을 쓰레기통에 처넣었다. 그리고 다음날 이기수는 현수에게 전화해 언제든지 부탁할 일 있으면 자신에게 전화하라고 말했다. 현수는 이기수의 번호를 누르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신호음이 계속 울리다 음성 사서함으로 넘어갔다. 시간을 보니 벌써 새벽 3시 반이었다. 현수는 한 번 더 통화 버튼을 눌렀다. 신호음이 세 번 울리고 전화가 연결됐다. 현수가 형님이라고 말하려는 순간 뾰족한 여자의 목소리가 현수의 귀를 찔렀다. “지금 남편 자니까 내일 전화해요! 예의 없게 새벽에 뭐하는 짓이야!” 전화가 끊겼다. 현수는 멍하니 있다가 다시 통화버튼을 눌렀다. “전화기가 꺼져 있어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됩니다.” 현수는 주먹으로 벽을 때렸다. 하얀 벽에 붉은 핏자국이 묻었다. 현수는 가장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찜질방부터 가기로 결정하고 연이의 학교 쪽으로 차를 몰기 시작했다. 신호에 빨간 불이 들어와 차를 멈췄다. 앞에서는 후드티를 입은 대학생이 담배를 입에 물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현수는 공기 중으로 흩어지는 흰 담배 연기를 쳐다보며 생각했다. 자신이나 설현에 대한 불만으로 가출한 것은 아닐까. 현수는 연이가 찜질방이나 공원에서 친구에게 아빠 욕을 실컷 하고 있기를 바랐다. 이현수 그 새끼가 무슨 아빠냐고, 꼰대라서 말이 안 통한다고 친구와 수다를 떨며 공원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거나 찜질방에서 식혜를 먹고 있으면 더 바랄 것이 없었다. 지금까지 자신이 보아 왔던 착하고 말 잘 듣는 연이의 모습이 사실 꾸며진 것이었고 그 속의 진짜 연이는 아빠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 찬 아이이기를, 그래서 말없이 가출한 것이기를 현수는 빌고 또 빌었다. 현수는 자신이 누구에게 연이의 안전을 빌고 있는 건지 생각했다. 보통은 신에게 빌겠지만 현수는 신이 있다면 일어날 수 없을 법한 일들을 수도 없이 목격한 형사였다. 불 속에서 타 죽었어야 할 인간들이 버젓이 한낮의 태양 아래서 돌아다니는 곳이 바로 대한민국이다. 세상을 어떤 존재가 만들었다면 그건 신이 아니라 악마였다. 머릿속에서 악마인지 범죄자인지 알 수 없는 검은 형체가 검은 비닐봉지를 내밀었다. ‘여기.’ 비닐봉지 속에서는 물에 퉁퉁 부은 연이의 머리가 나왔다. 검은 형체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었다. “빵!” 뒤에서 클락션 소리가 울렸다. 정신을 차린 현수가 머리를 흔들고 앞을 보자 신호는 이미 초록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현수는 식은땀을 훔치며 출발했다. 뒤차가 추월하면서 클락션을 한번 더 길게 울린다. “빠아앙!” 현수는 아내가 준 포스트잇에 있는 장소들과 그 주변 편의점, 24시간 카페, 패스트푸드점, 식당들까지 모조리 돌아다녔지만 어제 아침까지 보았던 연이는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지상에서 증발해 버린 것 같았다. 24시간 카페 주인에게 열렬히 연이의 인상착의를 이야기했지만 그는 아는 것이 없었다. 카페를 나서는 현수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잠이 부족했다. 현수는 까끌까끌한 눈을 감고 그 위를 손바닥으로 지그시 눌렀다가 뗐다. 눈을 뜨고 고개를 들자 밝아오는 하늘이 보였다. 집에 들어가자 설현이 스마트폰을 손에 꼭 쥔 채 식탁에서 졸고 있었다. 현수는 아내를 조심스럽게 흔들었다. “여보. 신고하고 그쪽에서 다시 연락 온 건 없었어?” 설현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깨어났다. 당신이구나 라고 말하며 가슴에 손을 얹은 설현은 숨을 한 번 내쉬고 말했다. “신고했더니 마지막으로 어디서 봤는지 물어보고 무슨 정보 조회 같은 거 동의해달라고 해서 동의한다고 했어. 마지막 목격 장소 가서 수색 시작해본다고 했는데 그 뒤로 아무 연락도 없네. 다시 전화해 봤더니 조사 중 이래. 그게 끝이야.”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이 조그만 나라에서 실종 신고가 들어오는 사람 수만 해도 수 만 명에 이른다. 미취학 아동이나 장애인, 고령의 노인들만 수색하기에도 인력이 부족하다. 90프로, 아니 99프로 이상이 가출이나 야반 도주로 판명 나는 성인과 청소년들의 실종 신고까지 신경 쓰기는 힘들다. 게다가 17살의 고등학생이라면 더욱더. 현수도 형사로 일한 기간 동안 실종 수사는 거의 한 적이 없었다. 명백한 유괴나 납치, 혹은 살인의 증거가 있지 않은 이상 실종 수사는 없다. 다른 수사해야 할 사건들이 차고 넘친다. 현수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고 연이는 그 당사자가 되었다. “일단 서에 가서 오늘 널널한 애들한테 탐문 좀 도와달라고 부탁해볼게. 가는 길에 서장님한테도 연락해 봐야겠다. 여기서 이러고 있지 말고 침대 가서 잠깐이라도 쉬어.” 설현은 건조한 눈으로 현수를 바라보았다. 현수는 그녀가 울면서 자신을 비난했으면 했다. 이런 눈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밤부터 어깨를 짓누르던 죄책감과 자책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곧 현수를 잡아먹을 듯했다. 현수는 설현의 눈을 피했다. “그럴 리 없겠지만 만약 납치당하거나 한 거면 진작 범인한테 연락 왔을 거야. 돈 내놓으라고. 이래 봬도 나 형사잖아. 진짜 별일 없을 거니까 쉬고 있어.” 아무도 물어보지 않은 질문에 현수는 아내의 어깨쯤을 바라보며 변명했다. 자신도 믿지 않는 말을 끝낸 현수는 황급히 몸을 돌려 바깥으로 향했다. 불안이 머리를 조여들었다. 현수는 관자놀이를 찔러대는 두통을 무시하며 이기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세 번 울리고 건너편에서 여보세요 하는 소리가 들렸다. “형님. 저번에 같이 술자리 했던 이현수입니다.” “어, 현수야. 아침부터 웬일이야?” “형님 실종 수사 위원회 쪽에 계시죠?” “응. 근데 왜?” “저희 딸이 어제부터 안 들어와서요. 일단 신고하긴 했는데……” “야, 딸 이름이랑 사진, 신상정보 보낼 수 있는 거 싹 다 나한테 문자로 보내. 내가 다 처리해놓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오늘 안에 딸 찾아 줄게.” “감사합니다 형님!” “바로 보내!” 현수는 전화가 끊기고 나서야 90도로 숙였던 허리를 폈다. 문자에 연이 사진을 첨부하고 학교, 이름, 나이, 키, 몸무게, 기억나는 흉터나 점의 위치까지 알고 있는 신상 정보를 모두 써서 이기수에게 보냈다. 마지막 감사하다는 인사도 잊지 않고 붙였다. 현수는 자신의 옷으로 토사물을 받아 내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현수는 차를 타자마자 서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블루투스로 연결된 차 스피커에서 신호음이 울리다 전화가 연결됐다. “서장님, 저 형사과 이현수입니다.” “어, 무슨 일이야?” “딸이 학원 갔다가 집에 안 들어와서 새벽에 아내가 실종 신고를 넣었습니다. 혹시 진행 상황 좀 알 수 있을까 해서 연락드렸습니다.” “어제 새벽에 17살 여자애 실종 신고 한 건 들어왔던데 니 딸이었어?” “네, 그렇습니다.” 차 안이 조용해졌다. 불편한 침묵이 이어졌다. 현수는 서장이 다시 말을 꺼낼 때까지 입을 꾹 다물었다. “안타까운 일이긴 한데 너도 알잖아. 청소년이나 성인 실종 90프로 이상이 단순 가출인 거. 게다가 지금 발달 장애 초등학생 실종 사건 때문에 뺄 사람이 없어.” “제 딸 그렇게 말없이 가출할 아이 아닙니다.” “그래 아는데 사람이 없다니까, 사람이. 너 지금 인터넷 들어가 봐. 네이버 실시간에 아직도 실종된 애 이름 떠 있어. 나현이 실종, 나현이 사건, 줄줄이 다 걔 얘기야. 초동 수사 미흡하다고 뉴스에 뜨고 난리도 아니라니까. 지금 여청과 애들 밤새면서 CCTV 돌려보고 탐문 나가고 인터넷 접속 기록 뒤져보고 있는 거 너도 알잖아. 하필 우리 관할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돼 가지고, 재수 없게. 걔 못 찾으면 나만 징계받냐? 여청과 과장은 옷 벗어야 될지도 몰라.” “그럼 신고 들어가고 나서 기본적인 조사나 탐문도 없었습니까?” “… 미안하다. 탐문 나가는 애들한테 얘기는 해놨는데……” 현수는 서장의 말을 이해하는 자신이 증오스러웠다. 누가 봐도 나현이가 급했다. 나이도 어리고 심지어 장애까지. 누구에게나 0순위는 나현이고 연이는 아마 2순위쯤일 것이다. 현수는 형사를 때려치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론에 휘청거리는 경찰이라는 집단과 연이의 흔적 하나 찾지 못하는 형사인 자신. 현수가 아무 말이 없자 서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오늘 너 연가 처리 해 놓을 테니까 납치나 유괴 관련된 거 같다는 증거나 아님 목격자라도 찾아와. 바로 정식으로 인원 동원해서 수사 나갈 수 있을 거야. 근데 혹시 증거 있어서 수색 시작하게 되면 언론에다가 기사 좀 내도 되냐? 나현이 사건 때 초동 수사 미흡하다고 기사가 엄청 떠 가지고 말이야, 실종 신고 들어오자마자 증거 찾고 정식 수색 시작했다고 기사 내면 여론도 좀 사그라들고…” 현수는 서장이 말하고 있는 도중에 통화 종료를 눌렀다. 그때 진동과 함께 문자가 하나 왔다. ‘애가 나이가 좀 많네, 열일곱 살이면. 말은 해보겠는데 정식으로 실종 수사 들어가긴 좀…’ 이기수였다. 현수는 결국 스마트폰을 집어던졌다. 형사과 안으로 들어가자 같이 잠복근무했던 후배 앞에 얼굴에 피어싱을 열 개 정도 한 젊은 남자가 앉아 조서를 쓰고 있었다. 어젯밤 차 안에서 기다렸던 마약 유통책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이미 다 현장에 나가 있는지 자리가 비어 있었다. 후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앞에 앉아 조서를 쓰고 있던 남자가 움찔했다. “형!” 현수는 대꾸 없이 자신의 자리에 앉아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침묵이 내려앉았다. 현수는 엄지와 중지로 양쪽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후배도, 후배 앞의 남자도, 현수도 아무 말이 없었다. 얼어 버린 공기를 깬 건 현수였다. “야, 우리 서에서 잡았던 놈들 중에 납치범 신상 정보 리스트 볼 수 있지?” “네.” 후배는 범죄자 및 용의자 신상정보 데이터가 들어있는 컴퓨터 앞에 앉아 파일을 열었다. 현수도 일어서서 후배의 뒤에 섰다. 후배가 키보드를 몇 번 두들기더니 바로 옆의 프린터에서 종이가 인쇄되는 소리가 났다. 현수는 프린터에서 나온 재생지를 집어 들었다. 총 세 장이었다. 다섯 명의 사진과 집주소, 전화번호, 나이, 키, 몸무게 등이 표로 A4 용지 한 장에 두 명씩 정리되어 있었다. 눈이 건조해서 표가 두 개로 보였다. 현수가 왼손으로 눈을 비비자 흰자는 더 붉어졌다. “형, 그럼 연이는…” 후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현수는 계속 종이를 보고 있었다. 후배는 망설이다가 한 마디를 덧붙였다. “저도 오늘 나가면서 탐문 한 번 해볼게요. 연이 사진 보내 주세요.” “고맙다.” 현수는 피곤함과 좌절감이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종이를 갈무리하고 나가려는 현수의 등 뒤에서 후배가 말했다. “형, 좀 쉬셔야 되는 거 아니에요? 한숨도 못 자신 거 같은데.” 현수가 고개를 돌렸다. 현수는 붉은 눈으로 후배를 응시하다 대답 없이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현수는 경찰서 밖으로 나와 종이에 쓰인 전화번호를 누르고 순서대로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오영곤과 김철훈은 전화를 걸자마자 받았고 아는 게 없는 눈치였다. 형사의 감으로 알 수 있었다. 이 둘은 정말로 연이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 세 번째로 박진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네 번 울리고 전화가 연결되었다. 연결된 전화는 현수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끊겼다. 다시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가 꺼져있어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됩니다.” 이 새끼다. 내비게이션에서 5분 후 목적지 도착이라는 안내 음성이 나온다. 종이에 적혀있던 박진수의 집까지는 30분이면 갈 거리였지만 출근 시간대와 겹쳐 시간이 1시간 가까이 지났다. 꾸물대던 앞차 때문에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에 걸렸다. 현수가 초조하게 손가락으로 핸들을 두들긴다. 앞에서는 한 남자가 모자를 푹 눌러쓰고 횡단보도를 건넌다. 왠지 익숙하다. 어디서 봤더라. 고심하던 현수는 무언가를 깨달은 듯 황급히 조수석에 있는 종이를 들고 박진수를 찾는다. 두 번째 장, 박진수라는 이름 옆에 있는 얼굴이 모자를 눌러쓴 채 횡단보도를 거의 건넜다. 현수는 차 문을 열고 뛰쳐나와 초록불이 깜빡거리는 횡단보도를 뛰었다. 운전자가 도로 위의 차에서 내려 횡단보도를 뛰어가자 신호를 대기하던 운전자들이 창문을 내리고 현수를 쳐다보았다. 보행자 신호가 빨간 불로 바뀌고 차들이 클락션을 울려댔다. 현수가 모자 쓴 남자의 4m 뒤에 있을 때 남자가 뒤를 돌아보았다. 6년 전 잡아넣었던 박진수와 현수의 눈이 마주쳤다. 현수는 박진수의 눈이 놀람에서 당혹으로 바뀌는 것을 보았다. 박진수는 달리기 시작했다. 현수가 박진수의 외투를 잡아 채기 바로 직전이었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졌다. 박진수는 대로에서 바로 주택가 쪽으로 달려갔다. 그는 골목이 나올 때마다 방향을 틀었고 집 앞의 화분, 자전거, 주차 방지용 드럼통 등 온갖 것들을 넘어뜨리며 현수가 쫓아오지 못하도록 방해했다. 하지만 현수는 방해물들을 피하며 집요하게 그 뒤를 따랐다. 숨소리조차 크게 내지 않았고 눈은 고요했다. 사냥감을 노리는 호랑이처럼 묵묵히 기다릴 뿐이었다. 지친 먹이가 스스로 목덜미를 내밀고 자신의 딸을 토해낼 때까지. 그때는 곧 찾아왔다. 박진수가 어느 가정집 대문 앞에 서 있는 유모차를 넘어트리다 손잡이에 외투 끄트머리가 걸렸다. 박진수는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땅을 짚고 일어나려는 박진수의 얼굴에 현수의 발이 날아들었다. 박진수는 옆으로 다시 쓰러졌다. 현수는 여전히 차분하게 숨을 쉬며 박진수의 멱살을 잡았다. 현수가 연이의 행방을 묻기도 전에 박진수는 멱살을 쥔 현수의 팔 위로 두 손을 올려 빌기 시작했다. “형사님! 저 뽕 딱 한 번 밖에 안 했어요. 진짜예요. 팔 보여드릴게요. 주사 자국도 하나밖에 없어요. 저한테 뽕 준 애들 명단도 다 불게요, 번호랑 어디 사는지도 다 알아요. 제발 한 번만 봐주세요.” 박진수는 속사포처럼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울기 시작했다. 왼쪽 볼이 빨갛게 부은 채 피 묻은 손을 비비며 울고 있는 29살의 남자 앞에서 현수는 사고가 정지됐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멱살을 잡은 채 움직이지 않는 현수 앞에서 박진수는 계속 자신만의 변명을 늘어놓았다. “연이는. 연이는 어디 있어!” 현수가 윽박지르자 박진수는 울면서 대답했다. “연이가 누구예요. 저 진짜 그런 놈은 몰라요.” 현수는 멱살을 더 세게 틀어쥐었다. 박진수가 목이 막혀 컥컥거렸다. 현수는 아까보다 더 커진 목소리로 박진수를 윽박질렀다. “왜! 왜 니가 아니야!” 현수는 멱살 쥔 손을 마구 흔들었다. “왜 니가 안 데리고 있어. 너라고 말해. 니가 데리고 있다고! 니가 어젯밤에 연이 납치했다고, 제발 너라고 말해. 제발. 너라고 말하라고……” 말이 이어지는 동안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고 멱살을 쥔 현수의 손에서는 힘이 빠졌다. 현수의 붉은 눈에서 눈물이 울컥거리며 튀어나와 얼굴을 가로질러 흘렀다. 마지막 목표를 잃은 현수의 손은 더 이상 박진수를 붙들고 있을 수 없었다. 현수의 손에서 힘이 빠지는 걸 느낀 박진수는 팔을 쳐내고 일어서서 쏜살같이 사라졌다. 현수는 동력원을 잃은 로봇처럼 그대로 멈췄다. 이제 더 이상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수많은 의문이 머릿속에 휘몰아쳤지만 무엇 하나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없는 것들 뿐이었다. 그때 어서 자신을 손에 쥐라는 듯 외투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이 윙윙대며 울렸다. 현수의 무시를 무시하고 스마트폰의 진동은 영원히 끊기지 않을 듯 계속해서 울려댔다. 몇 분간 지속된 진동에 현수는 천천히 스마트폰을 꺼냈다. 처음 보는 번호가 스마트폰에 떠 있었다. 현수는 아무 말 없이 통화 버튼을 누르고 귀에 스마트폰을 가져다 댔다. 그리고 벌떡 일어났다. “연이 내가 데리고 있어요.” 아직 정오도 안 지난 시각인데 하늘은 매우 흐렸다. 마치 해가 떨어지는 초저녁 즈음의 하늘 같았다. 구름이 잔뜩 끼어 금방이라도 눈이나 비가 쏟아질 듯했다. 현수는 전화기 너머에서 알려준 주소로 향하고 있었다. 내비게이션 상에서는 경기도 양평의 산자락이었다. 현수는 허리춤의 권총을 만지작거렸다. 여자의 목소리가 귓속을 맴돌았다. “제가 말하는 주소로 오세요. 총을 들고 오든 칼을 들고 오든 상관없어요. 아무한테도 알리지 말고 혼자 오세요. 누군가 데리고 오거나 다른 사람에게 알리면 연이는 죽어요.” 여자는 주소를 불렀고 현수는 묵묵히 여자의 말을 들었다. 여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현수가 물었다. “왜 지금에야 연락하는 거지?” “지금이어야 하니까요.” 전화가 끊겼다. 내비게이션에서 예상 도착 시간을 알렸다. 10분 뒤였다. 현수는 불안과 희망을 초단위로 넘나들며 계속해서 총을 들었다 놓기를 반복했다. 약실에 공포탄은 없었다. 전부 실탄이었다. 경기도로 출발하면서 서에 들러 공포탄을 빼고 실탄으로 약실을 채웠다. 왠지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았다. 차는 점점 인적이 드문 산길로 들어갔다. 도착지가 보일 때쯤에는 포장도로가 끊겨 차가 덜덜거리며 떨렸다. 하늘에서 쌀알 같은 눈송이가 떨어지기 시작할 때 차가 멈췄다. 내비게이션에서 여자의 명랑한 음성이 말했다.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현수가 차에서 내렸다. 지붕이 파란색 슬레이트로 된 조그만 시골집 한 채가 전혀 있을 법하지 않은 위치에 자리하고 있었다. 현수는 두 손으로 총을 움켜쥐고 천천히 문으로 다가갔다. 문에 귀를 댔지만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현수는 오른손에 든 총을 한 번 바라보고 왼손으로 문고리를 돌렸다. 문고리는 아무런 저항 없이 부드럽게 돌아갔다. 현수가 숨을 들이마시고 문을 확 열자 문이 쾅 소리를 내며 벽에 부딪혔다. 현수는 두 손으로 총을 잡고 집 안을 겨눴다. 거실 뿐인 집 안의 검은 소파에 검은 상복을 입고 앉아 있는 여자가 보였다. 여자의 하얗게 센 머리는 곱게 쪽 지어져 있었고 검은 상복과 대비되어 묘한 느낌이었다. 총구가 재빨리 여자의 얼굴로 향했다. “여기 앉으세요.” 스마트폰 너머에서 들렸던 그 목소리였다. 현수는 성큼성큼 걸어가 총구를 여자의 머리 바로 앞에 가져다 댔다. “연이 어디 있어.” 목소리가 떨렸다. 여자는 소파 앞 테이블에 놓인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날 죽이면 연이도 죽어요.” 여자는 현수를 바라보지도 않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하더니 손을 들어 앞에 있는 소파를 가리켰다. “앉으세요.” 목소리만 들어서는 여자가 현수의 이마에 총구를 들이대고 있는 것 같았다. 본인에게 결정권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현수는 여자의 얼굴에서 눈과 총구를 떼지 않은 채 천천히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여자의 주름진 얼굴은 60대는 되어 보였다. 현수가 소파에 앉자 여자가 빈 찻잔에 차를 따랐다. 여자가 잔을 현수의 앞에 놓았다. 현수는 찻잔에 손도 대지 않고 여자의 이마 정중앙에 총을 겨눈 채 여자를 바라보았다. 여자는 총이 보이지 않는 건지 차분한 눈빛으로 현수의 시선을 맞받았다. 창 밖의 눈송이가 조금 더 많아지고 찻잔의 김이 약간 잦아들 때쯤 현수는 입을 열었다. “연이는 어디 있지? 아니, 왜 연이를 납치한 거지?” 현수는 이 여인이 왜 자신의 딸을 납치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돈 목적은 아닌 것 같았고 그렇다고 사이코패스나 정신병자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뭔가 분명한 목적이 있어 보이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저 누군지 모르겠어요?” 깊게 가라앉은 검은 눈동자가 현수의 붉게 충혈된 눈과 마주쳤다. 현수는 자신의 머릿속 어딘가에 여자가 있는지 기억을 되짚었다. 하지만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자신이 잡았던 범죄자도 아니었고 그들의 가족도 아니었다. 비슷한 얼굴조차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현수가 한참 머릿속을 헤집고 있을 때 여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저, 설이 엄마예요.” 저 깊은 곳에서 가는 실 같은 기억 하나가 쏜살같이 딸려 올라왔다. 기억을 되감으며 움직이던 현수의 눈동자가 멈췄다. 새벽 2시, 현수는 서로 주먹질을 하다 잡혀 온 취객 두 명을 진정시키느라 정신이 없었다. 잠깐이라도 눈을 떼면 취객 둘이 엉겨 붙어 주먹질인지 발길질인지 구분이 안 가는 무언가를 주고받기 시작했고 그걸 말리는 건 6개월 차 막내인 현수의 몫이었다. 선배들은 취객 둘이 싸우기 시작하면 현수에게 화를 냈고 현수는 주먹과 발에 얻어맞으며 둘을 떼어놔야 했다. 그게 벌써 1시간째였다. 그 사이 성희롱과 성추행, 취객들의 싸움, 심지어 승객이 택시 타고 돈을 안 낸다는 택시 기사의 전화까지 온갖 신고들로 경찰서의 전화기는 불이 날 지경이었다. 선배들은 현수에게 한껏 짜증을 내며 신고가 온 곳으로 출동했고 현수는 두 취객을 담당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은 채 홀로 남겨졌다. 현수가 혼자 남은 지 10분쯤 지났을 때 경찰서의 문이 열렸다. 현수는 아직도 기운이 남아 비틀거리는 주먹을 주고받으려는 취객 둘을 떼어놓느라 용을 쓰고 있었다. 경찰서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출동했던 선배가 아니라 40대 중반의 여자였다. 땀범벅이 된 머리가 여자의 얼굴에 달라붙어 있었다. 맨발에 삼선 슬리퍼, 고무줄 바지, 대충 걸쳐 입은 듯 보이는 티와 얇은 외투는 11월의 쌀쌀한 밤 날씨에 어울리는 차림은 아니었다. 말이 안 통하는 취객들을 달래려 애쓰고 있는 현수에게 여자가 말했다. “선생님, 딸이 없어졌어요.” 취객들의 으름장에 여자의 말은 묻혀버렸다. 현수는 뒤에 여자가 있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아저씨, 그만 좀 하세요! 잠깐만 여기 가만히 앉아 계세요, 예?” “선생님, 제 딸이 없어졌어요. 제 딸 좀 찾아주세요.” 여자가 현수의 등을 조심스럽게 건드렸다. 그제야 현수는 뒤를 돌아보았다. 갑자기 벽에 머리를 박고 잠든 척하는 취객과 자기 신발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다른 취객을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며 현수가 물었다. “뭐라고요 아줌마?” “제 딸이 없어졌어요.” 현수는 한숨을 푹 쉬고 여자에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며 안쪽으로 걸어갔다. 그 사이 신발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취객은 바닥에 침을 뱉기 시작했다. “아저씨! 거기다 침 뱉으시면 안 돼요!” 현수는 포기했는지 취객을 말리지는 않고 고개를 흔들며 책상 앞에 앉았다. 취객은 거의 나오지도 않는 침을 바닥에 퉤퉤 거리며 뱉고 있었다. 여자는 책상 앞에 서서 현수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정신이 반쯤 나가 있었다. 현수는 여자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말했다. “언제 없어졌어요?”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제가 일 갔다 11시쯤 들어오면 항상 집에 있었는데 애가 집에 없어서. 전화도 안 받길래 찾으러 다녔는데 안 보여요.” “그럼 어디서 없어진지도 몰라요? 마지막으로 본 데는 어디예요?” “제가 아침부터 밤까지 일하느라 오늘 아침에 학교 가는 거 보고 그 뒤로는 못 봤어요. 제 딸 찾을 수 있겠죠 선생님?” 여자는 말을 하면서 불현듯 정신이 돌아온 듯했다. 여자의 눈은 현수가 이 사태를 해결해 줄 거라고 믿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애는 몇 살이에요? 사진 같은 건 없어요?” “열일곱 살이에요. 사진은 집에 있는데 가져올까요?” 현수는 여자의 대답을 듣자마자 코웃음을 쳤다. “열일곱 살이요?” “네, 열일곱 살.” 현수는 들고 있던 펜을 책상에 탕 소리 나게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바닥에 침을 뱉고 있는 취객에게 걸어갔다. 여자는 취객에게 걸어가는 현수를 쳐다보다가 황급히 뒤를 따랐다. “아저씨! 여기 침 좀 뱉지 말라니까요, 진짜. 내가 이거 다 닦아야 되는데 드러워 죽겠네.” 여자는 현수의 뒤에 서서 취객과 현수가 벌이는 실랑이를 불안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입을 뻐끔거리던 여자가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선생님, 설이는 안 찾아주시나요?” 현수는 뒤로 돌아서서 벌컥 화를 냈다. “아니, 아줌마. 열일곱 살짜리가 무슨 말 못 하는 애도 아니고 알 거 다 아는 나이에 뭔 경찰까지 나서서 찾아요. 친구 집에서 놀고 있든가 아님 사춘기라 가출했던가 한 거겠지. 내일쯤 되면 알아서 들어올 테니까 그냥 집에서 얌전히 기다리세요. 안 그래도 바쁜데 귀찮게 하지 말고.” 다시 취객에게 돌아선 현수의 뒤에서 여자는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두 손을 모아 빌었다. “선생님, 저희 딸 그럴 애 아니에요. 제발 한 번만 도와주세요 선생님. 네? 우리 설이 한 번만 찾아주세요.” 여자는 울면서 애원했다. 머리를 바닥에 닿을 듯 숙이면서. 지문이 닳아질 듯 빌면서. 하지만 현수는 무릎 꿇고 비는 여자를 돌아보지 않았다. 새벽 2시가 훌쩍 넘은 시간, 피곤한 건 당연했고 취객들이 사고 안 치게 보고 있는 것만도 정신이 없었다. 가출해서 대로변에 침이나 찍찍 뱉고 있을 열일곱 살짜리 여자애까지 신경 쓸 여력도 그럴 필요도 없었다. 선배들도 항상 이렇게 했었다. 청소년 실종 신고는 가출한 아이가 스스로 집에 돌아오는 것으로 마무리되곤 했으니까. 현수는 끝까지 뒤를 돌아보지 않았고 여자는 결국 일어서서 경찰서 문을 열고 나갔다. 설이는 다음날 오후 경기도 양평의 야산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점심때부터 오기 시작한 눈이 설이 위에 소복이 쌓여 있었다. 설이는 옷이 다 찢겨 거의 벌거벗은 상태로 발견되었고 몸 안에서는 정액이 검출되었다. 사인은 두부 외상이었다. 둔기로 머리를 맞은 것이다. 피로 물든 붉은 눈이 설이의 머리를 중심으로 동그랗게 퍼져 있었다. 범인은 근처의 나무에 목을 매달고 자살했다. 현수의 뒤에서 무릎을 꿇고 빌던 여자는 설이가 죽은 채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 자리에서 실신했다. 여자는 취재를 거부했지만 기자들은 여자의 뒤를 집요하게 쫓아다녔다. 그 결과 한국일보에서 경찰에 설이의 실종 신고가 두 번이나 들어갔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보도했고 온갖 매체들이 앞다투어 실종 신고에 대한 경찰의 대응을 비난하는 기사를 냈다. 현수는 실종 신고에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년간의 정직 처분을 받았다. 그 바로 다음날 현수가 엄중한 징계 처분을 받았다는 기사가 3대 신문의 한 꼭지를 차지했다. 현수는 설이의 장례식에 가지 않았다. 설이의 발인이 있던 날, 꿈에 설이가 나타나 뭔가를 말했는데 현수는 그 말이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다음 날부터 현수는 불면증에 시달렸다. 그런 현수에게 동기들과 선배들이 말했다. “야, 너 진짜 재수 없었다. 원래 청소년 실종은 그렇게 대처하는 게 맞는 거야. 다른 사건도 수두룩한데 가출한 애들까지 언제 찾고 앉았냐. 그냥 운이 없었다 생각하고 잊어버려.” 죄책감이 조금 옅어졌다. 현수는 재수 없었던 그 일을 잊으려고 노력했다. 3주가 지나자 설이는 더 이상 꿈에 나오지 않았고 불면증은 사라졌다. 시간이 갈수록 설이의 얼굴은 점점 희미해졌다. 정직 처분이 끝날 때쯤에는 설이 주위를 동그랗게 둘러싼 붉은 눈만 떠올랐다. 그리고 23년이 지나 설이가 사라진 그 날, 연이도 재수 없게 사라졌다. 현수는 소파에서 일어나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현수가 고개를 천천히 숙였다. 바닥에 닿을 정도로. 여자는 찻잔을 들고 창 밖을 쳐다보고 있었다. 설이 위에 쌓였던 그 눈은 오늘도 오고 있었다. “설이, 그 날 이 산에 6시간 정도 누워 있었을 거라고 의사가 말했어요. 옷도 다 찢어지고 많이 추웠겠죠.” 여자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현수는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자세 그대로 여자의 말을 듣고 있을 뿐이었다. “연이, 지금 열일곱 살이죠?” 현수가 고개를 들었다. 현수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총구를 잡은 채 총을 여자에게 내밀었다. “차라리 저를 죽이세요. 연이는 아무 잘못 없어요. 연이 제발 살려주세요.” 여자는 찻잔을 놓고 일어서 현수의 손에서 흔들리고 있는 총을 받아 들었다. 그리고 총을 다시 현수의 손에 쥐어주며 말했다. “이제는 당신에 대한 원망도 분노도 없어요. 그 감정을 유지하기에 23년은 너무 길었어요. 이 일은 설이가 죽은 그 날부터 제가 해야 될 의무였고 그래서 한 것뿐이죠. 그런데 그거 알아요?” 여자는 현수의 검지 손가락을 친절하게 방아쇠 구멍에 넣어주었다. 그리고 총을 든 현수의 손을 두 손으로 잡은 채 현수의 귀에 대고 말했다. “연이 이미 죽었어.” 여자는 옆구리에 구멍이 뚫린 채 옆으로 쓰러졌다. 현수는 총이 발사된 순간이 기억나지 않았다. 심지어 총성을 들었는지도 헷갈렸다. 확실하게 기억나는 것은 검지 안쪽에 닿았던 방아쇠의 차가운 촉감뿐이었다. 여자는 노란 장판에 쓰러진 채 옆구리에 뚫린 구멍에서 피를 울컥울컥 쏟아냈다. 현수는 무릎걸음으로 다가가 뿜어져 나오는 피를 두 손으로 눌렀다. 하지만 검붉은 피는 현수의 손가락 사이를 비집고 나와 바닥을 붉게 적셨다. 현수의 입에서는 신음인지 울음인지 알 수 없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현수는 한 손을 떼서 여자의 코 아래 댔다. 덜덜 떨리는 손에서는 숨결이 느껴지지 않았다. 손에서 떨어진 피가 여자의 볼을 타고 아래로 흘렀다. 몸 밖으로 갓 나온 피의 진한 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현수의 주머니가 윙윙대며 울렸다. 현수는 여자의 코 밑에 댔던 손을 주머니에 넣어 핸드폰을 꺼냈다. 무의식적인 행동이었다. ‘이설현’ 손에서 묻어난 피로 액정은 군데군데 붉었다. 통화 버튼을 누르려고 했지만 피로 미끌거리는 손이 스마트폰을 놓쳤다. 버튼은 제대로 눌렸는지 노란 장판 위 붉은 샘에 잠긴 스마트폰에서는 설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 연이 무사히 돌아왔어!” 현수는 가만히 설현의 목소리를 들었다. 설현은 환희와 기쁨에 가득 찬 목소리로 계속해서 연이의 무사 귀환을 알렸다. 현수는 빨갛게 충혈된 눈을 두 번 깜빡였다. 건조한 붉은 눈에 눈꺼풀 안쪽이 달라붙었다 떨어지며 따끔거렸다. 현수는 피로 적셔진 두 손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들어 얼굴을 감쌌다. 조용하고 처절한 소리가 붉은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 “여보? 여보! 현수 씨, 당신 울어?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창 밖에서는 바람이 더욱 거세게 불었다. 바람을 타고 흩날리는 눈이 희었다.
[스압] 전쟁 덕에 대박난 음식 몇 가지
스팸 요즘 한국에서야 스팸을 공짜로 뿌린다면 유토피아가 됐다며 좋아하겠지만 공짜 스팸이라고 꼭 좋지만은 않았다. 2차대전을 보면 특히 그렇다. 1940년 영국의 식량사정은 개박살난 상태였는데 왜냐면 나치새끼들이 잠수함을 때려박아서 온 바다에서 분탕질을 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식량 상당수를 해외에 의존하는 영국에게는 심각한 문제였다 당시 영국이 얼마나 굶고 살았냐면 배급표를 보면 알 수 있는데 영국 성인 남자가 받을 수 있는 식량은 고기 550g과 달걀 반 개가 전부였다 고기 550g이면 삼겹살 3인분 정도 된다. 충분히 많지 않냐는 생각이 들 텐데 이걸로 1주일 버티라고 하면 생각이 좀 달라질걸 하루에 고기 0.5인분 이하니까 그런데 갓조국 미국이 전쟁에 참가하고 동맹국한테 식량을 무자비하게 뿌리기 시작하면서 식량의 양적인 상황은 많이 나아지기 시작한다 갓조국이 뿌린 음식 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스팸이었는데 말 그대로 수억 개씩 뿌려댄 덕분에 영국 사람들은 처음 몇 달 정도는 환호했다 물론 아침에 스팸 수프먹고 점식으로 스팸 바베큐먹고 저녁으로 스팸 스튜 먹는 걸 6달 정도 반복한 뒤에는 앵간히 인성 좋아도 욕을 참기 힘들 것이다 근데 스팸 안 먹으면 다른 선택지가 별로 없거든 굶어 뒤지는건 별로 유쾌한 선택지가 아니다보니 다들 꾸역꾸역 스팸을 먹게되고 결국 스팸은 공전의 대박을 치는 초히트상품이 된다 영국인들은 조금이라도 스팸을 덜 물리게 먹어보려고 온갖 음식을 개발했는데 그래봤자 유전자 단위로 요리재능에 파멸을 선고받은 영국인들인지라 결과물은 신통치않다 당장 저 유명한 스팸튀김부터 시작해서 스팸 팬케이크라든지 딸기잼에 찍어먹는 스팸도넛이라던지 파멸적인 음식들이 탄생하게 된다 이런걸 먹고도 전쟁에서 싸운 영국군들에게 경의를 표할 수 밖에 없다 스팸메일이란 표현의 유래가 되었을 정도로 스팸 이미지가 개똥일만도 하다 스팸 비싸서 명절 선물로 교환하는 한국은 서양권에서 보면 상당히 특이한 이미지겠지 딱히 영국에만 스팸이 뿌려진 것은 아닌고로 다른 장소에서도 남아도는 스팸을 이용한 요리가 발달하는데, 하와이에서 발달한 스팸 무스비처럼 그럴싸한 요리도 있다. 왜 뜬금없이 하와이에서 일본음식에 들어가는 무스비와 스팸이 퓨전합체를 하는지는 모르겠다만 아무튼 하와이 음식임 넓게 보면 부대찌개도 이 부류에 들어간다 물론 개중에는 영국만큼이나 끔찍한 피조물이 탄생하기도 하는데 홍콩의 스팸 라멘이 그것이다 누가 영국식민지 아니랄까봐 진짜 굉장한 비쥬얼이다 장어 스팸과 마찬가지로 국내에선 비싼데 영국에선 개싸구려 이미지인 케이스다 원래 영국에서 장어 하면 가난뱅이 새끼들이나 먹는 생존식품이라는 이미지였다 고슴도치 고기나 비둘기 구이쯤 되는 이미지였던거지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는데 영국은 제일 먼저 산업혁명을 일으킨 나라라는데서 장어 이미지가 박살난다 장어가 우리는 노예가 되지 않는다며 러다이트 운동을 일으켰기 때문은 아니고, 산업혁명으로 우후죽순 세워진 공장들에서 나온 폐수가 다 어디로 갔을 거 같음? 템스강으로 전부 흘러갔다. 곧 템스강은 참피 수영장만도 못한 끔찍한 꼬라지로 바뀌었고 템스강에 살던 물고기 새끼들은 전부 용궁으로 사출당했다 장어만 빼고. 장어는 그 지랄이 난 템스강에서도 오히려 활개치면서 활발히 번식했다 다들 알다시피 장어는 진짜 엄청나게 생명력이 강한 생선인데 이 놈이 정력에 좋다는 소문도 그 생명력에서 비롯된거다. 대갈통 잘라서 냄비에 넣고 끓여도 도무지 뒤지질 않는 존나 킹기도라같은 놈이다. 장어가 안 뒤지면 좋은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생각해봐라 폐수 오염물질 둥둥 떠다니는 곳에서 살아가는 생선 건져먹을 생각이 드냐 당연히 멀쩡한 사람이면 안 건드리지. 내일 설사로 뒤지더라도 오늘 고기맛은 봐야겠다는 흙수저들이나 건져먹는게 장어였다 근데 2차대전이 터졌다. 그리고 잔혹한 소금돼지시체뭉침 스팸이 식탁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결국 영국인들은 절규하며 강가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리하여 빈민들이나 먹던 장어는 전영국인이 즐기는 대중식품으로 격상하게 된다 아 차라리 격상하지 않는게 좋지 않았을까 쓰레기물에서 살아서 그렇지 비쥬얼도 그야말로 쓰레기 그 자체다 어떻게 소스까지 초록색이지 색깔이 참피색인 이유는 전쟁 중에도 그나마 쉽게 구할 수 있는 파슬리로 소스를 만들어서 그런데 암만 봐도 참피 갈아서 만든 것처럼 생겼다 장어를 그냥 굽고 젤리 될 때까지 만든 장어 젤리와 장어 토막친 것과 파이에 초록 소스를 끼얹어 내는 파이 앤 매시는 스팸을 제외하면 거의 유일하게 먹을 수 있는 육류였기 때문에 또 대박을 친다 다만 이런 튀김+국물 조합은 재료의 품질을 숨길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도 해서 썩어가는 장어로 만든 파이 앤 매시 떄문에 벌어지는 수많은 식중독은 어쩔 수 없는 부작용이었다 팝콘 영화관 하면 팝콘을 빼놓을 수 없다 X스맨 X크 X닉스 같은 X같은 영화를 보면 내 손 안에 팝콘이 들려있다는게 그렇게 감사할 수가 없다. 진 그레이가 개소리 떠는 걸 보느니 입안에서 팝콘 부서지는 소리 감상하는게 몇 배는 더 박진감 넘친다 그런데 의외로 팝콘=영화관 이미지가 잡힌것도 2차대전 때의 일이다 2차 대전에도 미국 영화 산업은 존나게 활발했는데, 이 당시에는 오히려 영화관에 팝콘 들고가는게 금지였다 왜 금지인지 이유가 안 떠오르면 최근 영화관 갔다가 영화 끝났을 때 영화관 바닥의 참상을 생각해보자 바닥에 끝없이 널려있는 팝콘쪼가리를 영화관 주인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욕지거리가 터질 것이다 그래서 2차머전까지 영화관에서 인기있는 식품은 달달한 초콜릿이나 사탕 계통의 음식이었고 팝콘은 길거리에서 가끔 사먹는 싸구려 음식 정도의 이미지였다 그런데 2차머전이 터지고 나서 이 잘나가던 영화관 초콜릿이 전멸해버리는데, 왜냐면 초콜릿 생산량이 전부 군바리들에게로 몰렸기 때문이다 다들 알다시피 전쟁터에서 단 거 만큼 절박한게 없다 아무리 갓조국이라도 군인한테 설탕 몰빵해주면서 민간에까지 뿌릴 여유는 없었기 때문에 곧 미국 전역은 당분 부족에 시달리게 되는데 영화관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영화 보면서 혓바닥이 심심하신 관객들을 위해서 등장한 것이 싸구려 식품의 대명사 팝콘이었다 팝콘은 원가가 진짜 싸도 너무 싸서 전쟁 중의 박살난 경제 상황 중에서도 충분히 저가로 공급될 수 있었다 결국 팝콘이 영화관 식품의 대명사가 될 때까지는 채 5년도 걸리지 않았다 근데 분명 싸서 경쟁력 가졌던 새끼들인데 요즘 가격은 왤케 창렬인지 모르겠다 X발 옥수수 덩어리에 꿀 존나 얇게 처발랐더니 국밥 두 그릇 가격이 나오네 개새끼들 결론은 영화관에 국밥을 들고갈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출처 - 개드립] 놀랍게도 심한 욕은 필터링한 상태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