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dongju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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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글거리지 않는 사랑시

​인중을 긁적거리며 심보선 내가 아직 태어나지 않았을 때. 천사가 엄마 배 속의 나를 방문하고는 말했다. 네가 거쳐온 모든 전생에 들었던 뱃사람의 울음과 이방인의 탄식일랑 잊으렴. 너의 인생은 아주 보잘것없는 존재부터 시작해야 해, 말을 끝낸 천사는 쉿, 하고 내 입술을 지그시 눌렀고 그때 내 입술 위에 인중이 생겼다. 태어난 이래 나는 줄곧 잊고 있었다. 뱃사람의 울음, 이방인의 탄식, 내가 나인 이유, 내가 그들에게 이끌리는 이유, 무엇보다 내가 그녀를 사랑하는 이유, 그 모든 것을 잊고서 어쩌다 보니 나는 나이고 그들은 나의 친구이고 그녀는 나의 여인일 뿐이라고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것뿐이라고 믿어왔다. 태어난 이래 나는 줄곧 어쩌다 보니,로 시작해서 어쩌다 보니,로 이어지는 보잘것없는 인생을 살았다. 그러나 어떻게 하면 깨달을 수 있을까? 태어날 때 나는 이미 망각에 한 번 굴복한 채 태어 났다는 사실을, 영혼 위에 생긴 주름이 자신의 늙음이 아니라 타인의 슬픔 탓이라는 사실을, 가끔 인중이 간지러운 것은 천사가 차가운 손가락을 입술로부터 거두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모든 삶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고 태어난 이상 그 강철 같은 법칙들과 죽을 때까지 싸워야 한다는 사실을. 나는 어쩌다 보니 살게 된 것이 아니다. 나는 어쩌다 보니 쓰게 된 것이 아니다. 나는 어쩌다 보니 사랑하게 된 것이 아니다. 이 사실을 나는 홀로 깨달을 수 없다. 언제나 누군가와 함께..... 추락하는 나의 친구들: 옛 연인이 살던 집 담장을 뛰어넘다 다친 친구. 옛 동지와 함께 첨탑에 올랐다 떨어져 다친 친구. 그들의 붉은 피가 내 손에 닿으면 검은 물이 되고 그 검은 물은 내 손톱 끝을 적시고 그때 나는 불현듯 영감이 떠올랐다는 듯 인중을 긁적거리며 그들의 슬픔을 손가락의 삶-쓰기로 옮겨 온다. 내가 사랑하는 여인: 3일, 5일, 6일, 9일 ...... 달력에 사랑의 날짜를 빼곡히 채우는 여인. 오전을 서둘러 끝내고 정오를 넘어 오후를 향해 내 그림자를 길게 끌어당기는 여인. 그녀를 사랑하기에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죽음, 기억 없는 죽음, 무의미한 죽음.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죽음일랑 잊고서 인중을 긁적거리며 제발 나와 함께 영원히 살아요. 전생에서 후생에 이르기까지 단 한 번뿐인 청혼을 한다. * 「탈무드」에 따르면 천사들은 자궁 속의 아기를 방문해 지혜를 가르치고 아기가 태어나기 직전에 그 모든 것을 잊게 하기 위해 쉿, 하고 손가락을 아기의 윗입술과 코 사이에 얹는데, 그로 인해 인중이 생겨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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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본 관중 (羅本 貫中) A.D.1330? ~ 1400
여기서 다뤘거나 다룰 인물들 중 예전에 다룬, "유일한" 생존인물 정대리 외에 사망인물들 중 가장 최근(?) 인물이자, 유구한 중국역사 속 찰나에 불과하며 의미도 그닥인 삼국시대를 지금의 메이져 에이지가 되는데 큰 공 세운 삼대장 중 끝판왕이라 할 수 있는 인물인 "나관중" 을 한 번 다뤄 보고자 한다. (삼대장 중 둘은 정사의 진수와 그 정사에 주석자 배송지) 처음 제목보고 '응? 나본이 뭐야? 백종원의 프랜차이즈?' 하시는 분도 계실 수 있겠으나 삼국지 속 인물들이 이름 외에 자(字)가 있듯, 나관중의 본명은 "나본"이고 관중은 그의 "자"인데 이거 모르는 분 많으실 듯ㅎㅎ(이하 나관중) 사실, 이 칼럼연재를 시작하며 어찌보면 정사의 저자인 진수와 함께 가장 먼저 다뤘어야 도리였던 사람인데... 그런 사람치고 의외로 기록이 그닥 많지 않은편. 일단 이 사람의 사망연도는 딱 떨어지는 A.D. 1400이나 출생연도는 추정치가 있을뿐 정확하진 않고 고향도 지금 중국 산시성의 타이위안이란 곳쯤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긴 하지만 명확한 고향인지는 알 수 없다. 그게 왜 그러냐? 지금이야 삼국지가 동아시아 최고의 히스토릭 미디어떡밥이지만 나관중 생전에는 서점이 있냐, 도서관이 있냐, 스마트폰으로 검색이 가능했냐.... 인쇄라는 개념도 없어, 책 한 권이 두 권 되려면 누가 붓 가져오고 벼루에 먹 갈아 베껴적어야 하다보니 인기를 얻으며 널리 퍼지는데 막대한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삼국지연의가 그 넓은, 그러나 유통망이나 인프라가 개떡인 수백 년전 중국일대에서 인기를 끌쯤, 이미 나관중은 천국에서 삼국지속 실제인물들을 만난지도 한참 이후... 게다가 지금 현재의 중국조차 인적사항등록이 누락된 인간이 있는 마당에, 당시 명나라 초기의 일반인의 기록이 세세히 있을리가 없다. 지금에나 그런 베스트셀러작가가 명망높지... 당시의 명은 당연히 관직에 나가 벼슬살이 하는게 갑이였고 그 이하 여타 직군들은 별 큰 인기나 선망직종이 아니였다. 어렸을적에 어떤 어린이였고 소년이였는지는 모르겠고, 여튼 머리 크고는 위 언급대로 벼슬아치가 최고였던 시절이다보니 나관중 또한, 명나라의 인싸가 되기 위해 과거에 응시를 했었나본데, 낙방했다.....;;;; 심지어 세 차례 이상 내리 낙방했다고 한다... 물론, 당시 과거는 지금 한국의 공무원 시험 따위와는 댈게 아닌 극악의 난이도여서 벼락치기 좀 했다고 붙는 그런건 아니였어서 수년간 공부했어도 수 차례 물 먹는 사람들이 많은건 사실이였지만, 왠지 뭔가 천재작가 이미지의 나관중조차 여러 번 불합격한건 의외다. 이건 나관중 개인에게는 불행이였는지는 모르지만, 우리들에겐 다행인거지..ㅎ 벼슬 나갔으면 삼국지같은거 썼겠나. 게다가 당시 명의 천자였던 "홍무제"는 뭐가 불만인지 수틀리면 벼슬아치들을 죽여대던 때여서 홍무제손에 킬된 벼슬아치가 10,000 명이 넘었다하니 어쩌면 나관중 본인에게도 잘된 걸 수도~ 뒤에 이야기들 보면 느끼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이 양반이 뭐가 딸려서라기보다 그냥 공부머리가 없었지 싶다. 정사를 꿰고 그 무수한 민담들을 캐내서 집대성하고 스토리텔링을 해낸 그의 재능은 오로지 포커스가 삼국지에 올인 되었을 뿐이였다. 과거에 계속 떨어지기를 여러 번... 어느 시점부터는 그냥 벼슬에 대한 미련 버리고 부친이 하시던 소금장사를 따라다니며 장사를 도왔는데, 공부도 못 하는 주제에, 장사도 못 했고 장사에 별 도움이 안되다보니 아버지한테 한 소리 들었는지, 나중에는 장사를 따라다니는 것도 그만뒀다.ㅋㅋㅋ 이렇게 원나라(그 시절은 아직 원)의 잉여놈이던 나관중은 동네 찻집을 수시로 드나들었는데 당시의 찻집은 옛날 프랑스 파리의 카페와 비슷한... 문학도나 학자들, 혹은 예능인들이 드나들며 의견을 나누던 그런 분위기였다고 보면 된다.(술 안팔았다) 그렇게 드나들던 찻집에서 거의 매일 했던것이 "삼국희곡(三國戱曲)" 이란 공연인데, 이게 뭐냐면 몇 명의 화자가 어떤 내용의 이야기를 연기와 나레이션 섞어서 간단한 연극 비슷하게 만담처럼 진행하는 요즘말로 스탠딩공연같은건데 나관중은 여기에 빠져서 이걸 보려고 싸지도 않은 찻집에서 살다시피 했다. 그래도 당시에 소금집 아들이면 나름 먹고사는 집이니 가능했던 듯..ㅎ 이 때 이 찻집의 삼국희곡은 한 잉여의 삶을 바꾸게 된다. 이후 단순 삼국희곡덕후에서 끝난게 아니라, 관련 사료들을 모으고 연관 주석과 민담 및 구전설화들까지 모으게 되는데.. 당시에 이짓은 그야말로 엄청난게, 이때 인터넷이 있나, 도서관이 있나 이런저런 자료들과 이야기들을 모으려면 그야말로 발로 뛰어야 했는데 그렇다고 당시 교통이 좋기를 해.. 심지어 "중국"에서... 여튼 덕중의 덕은 양덕이 아닌 중덕이란걸 보여준 나관중은 이렇게 모은 자료들을 토대로 소설을 쓰고 소설 제목은 "삼국지통속연의(三國志通俗演義)" 바로 우리가 삼국지연의라는 그 소설이다. 마치 원래는 연극영화과 전공이였고 관련하여 뮤지컬 명성황후를 보다 역사에 매료되어 한국사 강사가 된 설민석 선생님과 엇비슷하다. 자료를 취합하는 나관중의 정성과 열의는 실로 대단한건데, 지금같은 정보화시대에서 알기 쉽지 않은 자료나 정보가 많거늘, 그때는 위에서 말했듯 아무런 인프라도 시스템도 없고 심지어 삼국시대는 나관중이 살던 원말~명초때 당시 기준으로도 1,000년전 역사였으니 이에 대한 자료조사는 맨땅에 헤딩이였다. 그러나 소금집 잉여아들은 이 모든걸 해냈다....! 헌데 당시 그런 어렵고 힘든 과정을 통해 자료수집 하다보니 아무래도 칼같이 정확하고 공정한 기록들만 채집하는건 한계가 있었으며 별 말같잖은 소리나 뜬금없는 자료들도 많아 나관중은 머리를 쥐어뜯었을 것이다.. 게다가 시대상황 따라 인기인물도 바뀌고 그러다보면 아무래도 인기따라 민담이나 에피소드들도 늘고 줄고가 생겼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관중은 삼국지를 기반한 판타지를 쓰려는게 아닌 정말 역사속 사실을 모티베이션한 모큐멘터리급의 작품을 추구했기에 최대한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게끔, 설령 쏠림이 발생해도 티나지 않게끔 매끄럽게 만들었다. 그렇기에 오늘날에도 한중일 삼국에는 아직도 나관중의 삼국지연의 속 이야기가 모두 팩트라고 잘못 아는 이들이 상당수 있고 무엇이 픽션이고 어디부터 리얼인지를 분간하기 어려워 하는 수작이 나온 것! 이 또한 삼국지연의가 명작반열에 오르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된게 아닌가 싶다. 쉽게 말해, 영화로 치면 나관중은 '운장포터와 도술사의 돌', 이런 판타지나 '삼국불패 -촉한웅사-' 같은 무협물이 아닌 '오호대장군 : 적벽워' 같은 허무맹랑한듯 리얼하게 그려낸 덕에 더 많은 이들이 몰입할 수 있는 작품이 되었던 것이다. 삼국지연의를 살펴보면 나관중의 취향을 알 수 있다. 일단 나관중은 지금 표현으로 치면 "마초스러움"을 선호했던거 같다. 서량의 그 마초말고 터프하고 와일드한 전형적 남성미의 그 마초이즘을 말한다. 그 이유는 일단 삼국시대는 물론, 나관중이 생존한 원나라 말 ~ 명나라 초에도 전투시에 그 전투지휘를 일임한 상장이나 총지휘관이 가장 선두에서 지휘하거나 심지어 적장과 1vs1 맞다이를 붙는건 확률이 0에 수렴했음에도 나관중은 그런 네임드간의 일기토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애초에 저런 방식의 전투가 없다시피했기에 당시 일반적인 상식선에서는 언뜻 생각도 못했을 개념인데 저리 도입한걸 보면 소설적 재미추구는 물론, "장수는 싸워야 장수!" 라는 그당시 기준의 마초이즘적 증거가 아닐지.... 또 한가지로, 삼국지연의내에서 장수들의 최후를 그린 부분들이 실제 역사와 다른 경우들이 꽤 있는데 대체로 병사하거나 혹은 죽음의 과정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이들이 연의에서 장렬히 전장에서 간지뿜으며 전사하는 걸로 각색되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이질로 앓다 병사한 감녕, 역시 병을 앓다 결국 병상에서 숨 거뒀던 서황, 역시 고열로 인해 헛소리까지 했다는 학소, 역시 죽음 과정에 대한 별 기록이 없던 황충 등... 아참 태사자도 있구나 여러 장수들이 누워서 천장을 보다 저승을 갔음에도 나관중은 이들을 명예롭게 전장에서 요단강을 건넌 것으로 그려내줬다.ㅎ 나관중의 또 다른 취향은 "물량공세" 적벽대전 당시 조조군의 83만명. 관도대전 당시 원소군과 이릉대전 당시 촉-무릉만 연합군 70만명. 촉의 남만정벌 당시 50만명 등.... 지금의 중국으로야 가능해도 당시 빈번한 전란과 자연재해 및 극악의 치안상태와 기아 등으로 전 중국의 인구가 지금의 20분의 1수준에.. 제대로 된 인구통계도 못 내며 심지어 대규모 인원이 필요한 농경사회였던 당시로는 엄두도 못낼 규모의 대병력이 마주치는 이런 물량공세는 역시 나관중이 전쟁을 더욱 흥미롭게 표현키 위한 장치였다. 삼국지연의와 함께 "중국의 4대 기서" 라 불려지는 명작들이 있는데 나머지 세 작품은 수호전, 서유기, 금병매. 유교마인드 뿜뿜인 우리나라 정서상... 야설의 원조격인 금병매는 거의 매장 당하다보니 삼국지연의, 수호전, 서유기가 삼대장이 되었고 서유기가 주로 애니매이션이나 게임같은 어린이~청소년 대상 매체들에서 매만지다보니 성인들에게는 삼국지연의와 수호전이 양대산맥을 이룬다. 놀랍게도 이 중국4대 기서 중 삼국지연의의 나관중이 수호전도 집필했다...!!!! 수호전은 순전히 나관중이 창조했다기보다, 원나라 말기의 시내암(施耐庵)이라는 사람이 원작자에, 나관중이, 쉽게 말하자면 초본상태의 수호전을 사실상 마무리지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자면 시내암이 수호전이라는 그림을 대강 콘티만 그렸다면 나관중이 거기에 펜선을 그려 디테일을 추가하고 컬러링까지 했다고 하면 비슷한 표현?...ㅎ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 단편이라도 소설이나 수필 등을 써본 분이 계시는지 모르겠다만... 아무리 적성이 맞고 본인이 원해 쓴다 할지라도 "글을 쓴다"는 작업은 보통의 인내와 센스로는 하기 어려운 작업이며, 더구나 실제역사를 기반해 철저한 자료조사 및 고증을 더한 작품은 요새도 쓰기가 버겁다. 게다가 요즘은 펜에 원고지로 원고작업 않고 대부분의 작가분들이 컴퓨터를 쓰지만.... 나관중은 명나라 사람이라, 벼루에 먹을 갈고.. 붓으로 먹물을 찍어 썼다. 학창시절 혹시 서예해 보신 분 계시는지?.. 먹을 가는거부터가 존니 진짜...하아..(난 그 먹냄새도 싫었어) 게다가 붓글씨는 정말 글씨쓰기가 거지같고 뭐 좀 쓸라치면 그새 붓의 먹물이 다해서 또 찍고.. 붓의 힘조절이 잘 안되면 글씨가 개판되며 오타가 나면 이건 수정이고 뭐고 처음부터 다시 써야된다.. 게다가 서예반 애들은 거의 대개 부모나 담임이 산만한 애들의 정서함양에 좋다고 시켜놓다보니 애새끼들이 전부 산만하다 -_-;;;;; (게다가 손에 묻은 먹물은 잘 씻기지도 않고 옷에 묻으면 그 옷은 그냥 버려야 된다는...) 여튼 그런 붓글씨로 쓴 소설! 심지어 그냥 소설도 아닌 중국의 4대 기서! 게다가 그중 둘이 Write By 나관중의 위엄은 말로 표현불가다. 위에서 언급했듯, 공부머리가 없었을 뿐 그는 천재고 서양의 세익스피어에 뒤지지 않는 동양최고의 문학가였다. 그런데 수호전을 읽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세상과 사회에 불만이 가득한 이들이 많이 나오고 그러다보니 명나라에서 그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벼르고, 그의 가문은 나관중으로 인해 온집안이 화를 입을까 두려워 그를 가문에서 파문!!! 쉽게 말해서 호적을 파버렸고, 나관중 역시 자신의 신상 및 자기네 집안안위 위해 노년에는 인적 드문곳에 짱박혀 이승윤이나 윤택이 찾아가는 그런 자연인처럼 살다 조용히 죽었다..., 그의 업적대비 참 초라한 최후지만, 당시는 뭐.. 아무거나 트집 하나 잘못 잡히면 그냥 모가지가 날아가는 시대에, 잘못 얽히면 온집안이 풍비박산 나는것도 다반사던 시절이였고 또 천재들은 항상 시대를 앞서가다보니 오히려 살아생전에는 인정은 커녕 가난과 무관심 속에 불운한 삶을 살다간 이들도 부지기수다. 아마 나관중은 앞서 언급했듯, 당시 시스템과 인프라에 따른 자기작품의 빠른 대중화의 한계와 당시 사회적인 직업인식 등으로 인해 생전에는 대문호에 대한 존경같은거 없이 살았을거다. 그냥 간신히 밥이나 먹고 맨날 방구석 처박혀 글이나 쓰고 그러는 Nerd였을 듯 싶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국지와 수호전이란 두 거작을 만들어낸 그의 근성과 집념에는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매사가 다 그렇다. 뭘 하건 성공을 위해 우리는 당장은 미진해도 꾸준한 시간과 노력의 투자가 쌓여 결국 언젠가는 빛을 발하는거라고 나관중의 삶이 말해준다. . . . 네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심히 창대하리라. - 욥기 8장 7절 - (하지만 난 무신론자)
시일기_그것은 다시 나의 7시였다
어제는 오랜만의 체기에 오른쪽 관자놀이가 쪼여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버티기만 했다 비상이 아니라며 아끼다가 못 견뎌 꺼낸 흰 알약을 반으로 쪼개 삼키고  사랑의 관제에 그의 가슴판에다 착륙한 시간은 돌아온 우리의 자정 5유로라서 속는 것만 같아서 사 오지 못한 카드가 맘에 걸렸다 시말서를 써야지 무덤 위에서 입술만 오물거리다 깜박 잠에 들었다 구름이 없는 아침이었다  빼꼼히 꺼낸 눈으로 내가 해야 할 설거지를 하는 구름 바지를 훔쳐보았다 칼의 물기를 닦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당근을 잘게 썰고  양파를 까다가 고개를 들어 눈물을 달래는 모습도 바라보았다 커피 5스푼 차가운 물 900 미리리터 팬에 기름을 두르는 바지 뒤로 빨갛게 들어 올라오는 전원은 나의 것 그것은 다시 나의 7시였다 치이익 거리는 내가 겨우 일어나 앉는 유일한 나의 아침 장면 우리의 지겨운 창에는 마트를 오가는 적당히 떨어진 걸음들과 여전히 물기가 마른 세차장이 있다 다시금 자기를 그리고 있는 시곗바늘 둘 역사를 확인하기 위해 나는 당신의 얼굴에서 중력을 찾아본다 마른 가지의 나무가 어느새 흰 꽃으로 다 덮였다 저거 꽃나무더라 몰랐어 봄에 너를 만나 다행이야 어떤 밤이 꽤 길었더라도 눈을 뜨면 그곳이 봄이고  봄이면 사랑이라는 모를 것 먼저 떠올라 나는 그래 그게 참 다행이야 레오 2020.04.04 시로 일기하기_오늘 날씨 맑음
드럼통 귀신 1
안녕하세요! optimic입니다! -------------------------- 오늘은 간만에 군대 실화로 가져와 봤습니다! 그냥 소소하고 잔잔한 이야기라 별로 무섭지는 않을 거에요! 재밌게 읽어 주세요! 항상 제 글은 실화를 바탕으로 많은 각색과 양념이 들어갔다는 점! 알아주세요! -------------------------- 지난 번부터 쭉 내 글을 봐 오셨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나는 화천의 모 부대에서 군 생활을 보냈다. 국내 유일 경례 구호가 세 글자인 그 곳. 살면서 '이기자' 라는 말을 가장 많이 했던 그 곳... 그 부대 중에서도, 우리 부대는 구석에 덩그러니 대대 하나만 있는, 어찌 보면 독립되어 하나의 단체를 이루고 있는 대대였다. 우리 대대 안에는 이름 모를 무덤이 하나 있었다. 누가 와서 벌초를 해 주지도 않고, 흔한 비석도 하나 없는. 대대 구석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무덤이었기에, 대대에서 진지공사 및 제초작업을 할 때 병사들이나 간부들이 가서 벌초를 해주곤 하는 무덤이었다. 궁금증이 도진 우리는 간부들이나 누군가에게 이 무덤의 주인이나 사연에 대해 물어보곤 했는데. -아 저 무덤? 주인 있어. 예전에 우리 대대가 만들어질 때 사유지였는데, 거기서 미처 이장을 못 해서 남아있는 거야. 가족들도 와서 성묘도 하고 그래. 라고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곤 했지만, 우리는 그게 거짓말임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왜냐면 군생활 내내 밤낮으로 위병소에서 근무를 서는 동안, 명절에도 단 한 번도 가족들이 성묘를 온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 동기들 사이에서는 저 무덤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 훈련받다가 죽은 병사 혹은 간부 아닐까? - 븅신아. 가족들이 다 수습해 가겠지. - 아니, 고아였을 수도 있잖아. - 고아여도 군대에서 죽으면 현충원 간다던데? 국가 유공자. - 아 그래? 아 그럼 뭐지 진짜? - 혹시 막 누가 살인하고 몰래 묻은 거 아냐? - 에이. 군대에서 누가 살인을 해. 해도 걸렸겠지. 븅신이냐? - 말이 심하네... 실없는 소리와 함께 그 무덤은 우리에게서 잊혀져갔고, 대대 내에서 하는 훈련 집중 주가 다가왔다. 화기를 다루던 우리 중대는 대대 안에서 훈련을 하게 됐고, 다른 중대원들은 전부 대대 주변 산으로 훈련을 나갔다. 늘 그렇듯, 우리는 커다란 박격포를 짊어지고 대대 구석으로 향했고, 지정된 위치에 포를 설치했다. 어느 정도 다른 대대원들이 저 멀리 산으로 사라지고, 커다란 대대에 우리밖에 남지 않았다. 어느정도 날이 추워지고 스산한 바람소리와 풀벌레 소리들만이 우리를 감싸고 있었을 무렵. -퉁....둥...둥...-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무언가에 부딪히는 소리 같기도 하고, 뭔가 북 같은 걸 치는 소리 같기도 했다. -뭔 소리야? -어떤 소리 말씀이십니까? 내 옆에 있던 준서가 내게 물었다. -방금 뭔 소리 안들렸냐? -못 들었습니다. -개 단호하네. 너무한 거 아니냐? -강병장님이 말씀하시면 무서워서 그냥 안듣고 싶습니다. -아냐. 들어. 안 들을 거면 포 청소 다 니가 해. -.... 그렇게 시덥잖은 농담을 주고받던 그 때. -퉁.... 둥... 둥...-- -야. 들었지. 이번엔 진짜 확실히 들었지. -드...들었습니다... 근데 이거 그냥 뭐 부딪히는 소리 아님까? -약간 드럼통 같은 거에 뭐가 부딪히는 소리 같기도 하다... 무섭다기보단 뭔가 흥미거리였다. 졸음과 추위를 견디며 무작정 앉아서 대기만 해야하는 우리에게, 불규칙적으로 울리는 그 소리는 온갖 상상을 하게 해 주었고, 우리는 결국 산짐승일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채 훈련을 마치고 돌아왔다. 그리고 돌아온 직후 우리가 훈련을 했던 그 장소 옆에 무덤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냈지만, 우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얼마 후. 당직을 서고 있던 내게 탄약고 근무자들이 근무를 마치고 돌아왔다. - 아이고 고생하십니다. - 아이고 이 새벽까지 고생 많으십니다. - 특이사항이나 보고할 건? - 아, 강뱀. 자꾸 이상한 소리가 납니다. - 뭔 소리가 나? - 막 자꾸 퉁퉁퉁 하는 소리가 납니다. 뭔가를 막 두드리는 소리 같기도 한데... - ...드럼통? - 맞다! 딱 그겁니다. 드럼통 두드리는 소리.. - 진짜 어디 덫에 걸린 동물이라도 있나?? - 아님 막 간첩들이 지들끼리 신호라도 보내는 거 아님까? - 말년에 간첩이라고...? 그 날 새벽, 위병소 근무를 마치고 온 후임들마저 퉁퉁거리는 소리를 들었다고 내게 보고했고, 퉁-퉁-거리는 소리를 내는, 일명 '드럼통 귀신' 은 온 중대에 퍼져나갔고, 며칠 뒤, 당직 준비를 하고 있는 내게 퇴근 준비를 한 중대장이 다가왔다. - 너 오늘 새벽에 탄약고, 위병소 쭉 한바퀴 돌고 와라. - 잘모싼?(잘못들었습니다의 병장 버전) - 드럼통 귀신인지 지랄인지, 뭔 군인들이 통통거리는 소리를 듣고 벌벌 떨어. 니가 가서 싹 확인하고, 원인이 뭔지 알아 와. - 아....알게씀다... 그렇게 중대장은 내게 똥을 투척하고 퇴근을 했고, 그렇게 새벽이 다가왔다. 나는 한껏 무거워진 몸을 억지로 일으키며 밖으로 나왔다. 새벽 두시가 넘은 시간에 초겨울 산길을 순찰한다는 건 썩 즐거운 일은 아니였다. 그렇게 손전등 하나를 손에 쥔 채, 칠흑같은 어둠을 겨우 걷어내며 탄약고로 가는 오솔길을 걸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 퉁--- 아주 작게 또 누군가가 드럼통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순간 등골이 오싹했지만, 애써 아닐거라 생각하면서 서서히 올라갔다. - 퉁---퉁---퉁 조금 더 커진 소리가 내 귀를 울렸다. 슬슬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온 중대가 들은 이 소리는 대체 무엇일까. 정말 간첩인가, 아니면 동물일까... 여러 가지 생각들로 뒤엉킨 머리를 들고 나는 앞으로 발을 움직였다. --------------------------------- 분량조절 실패로 2화로 이어집니다!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 로버트 A. 하인라인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 / 로버트 A. 하인라인 저 (지극히 주관적인 제 생각을 쓴 글입니다.) 이제 한국에서도 SF 소설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요즘 주목받고 있는 한국 SF 소설들의 힘 덕분일 수도 있고 자연스러운 유행의 변화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과학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기쁠 따름이다.(어린아이들에게 SF 소설은 과학자의 꿈을 길러주기 마련이니까.) 점점 발전해가는 한국 SF 소설계의 흐름에 발맞춰 오랜만에 SF 소설을 한 번 읽어볼까 하고 집어 든 책이 바로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이었다. 이 소설의 저자인 로버트 A. 하인라인은 아이작 아시모프, 아서 C. 클라크와 함께 SF 문학의 3대 거장으로 불린다. 이 소설의 가장 뒷부분에 나오는 작품 해설 및 역자 후기 부분을 보면 아시모프는 SF를 통해 박학다식과 위트를, 클라크는 SF에 과학적 엄밀성과 철학적 깊이를 더했고 하인라인은 뛰어난 스토리텔링으로 SF의 재미가 무엇인지 보여줬다고 한다.(아이작 아시모프의 <아자젤>이란 작품을 읽어본 적이 있는데 박학다식은 몰라도 위트 하나는 확실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하인라인의 대표작인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을 읽고 가장 먼저 남은 감상은 아쉬움이었다. 그것도 과학적 깊이나 오류에 대한 아쉬움이 아니라 SF의 '재미' 부분에서 다가오는 아쉬움이라 안타까웠다. 소설의 주인공은 킵이라는 남학생이다. 이제 곧 대학을 가야 할 나이의 킵은 달에 가겠다는 꿈을 가지고 달 여행을 상품으로 건 비누 회사의 표어 선발 이벤트에 5,000 여장의 표어를 보내지만 중복 당첨이 발생할 경우 가장 먼저 표어가 도착한 사람에게 달 여행 기회를 준다는 규칙에 의해 달 여행의 기회가 아니라 중고 우주복(실제로 우주인이 우주에서 입었던)을 받게 된다. 언젠가 달에 가겠다는 의지로 우주복을 고치고 닦아 새것처럼 만든 킵은 대학에 갈 돈을 벌기 위해 우주복을 팔기 전 마지막으로 한 번만 입어보자는 생각으로 동네 들판에서 우주복을 입고 교신 장치를 건드리며 논다. 그때 갑자기 잡힌 신호에 반신반의하는 심정으로 응답을 보낸 킵. (이런 소설에서는 으레) 당연하게도 우주선이 착륙하고 킵은 납치당한다. 지구를 지배하려는 외계인 벌레 머리에게. 끔찍하게 생긴 벌레 머리는 엄마 생물이라는 외계인(킵에게 우호적이며 엄마 생물이라는 명칭처럼 가까이 가기만 해도 마음이 포근해지는 생명체다.)과 피위라는 여자 아이도 함께 납치한 상태였다. 킵과 피위 그리고 엄마 생물이 힘을 합쳐 벌레 머리에게서 탈출하는 우주 활극이 소설의 주 내용이다. 벌레 머리에게서 킵과 피위, 엄마 생물이 힘을 합쳐 탈출하는 내용이 소설의 중후반까지 쭉 이어진다. 탈출과 좌절의 반복이 계속되는데 솔직히 말하면 이 부분에서 그리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보통 재밌다고 느끼는 장르 소설들의 경우 서사에 이끌려 쉴 새 없이 페이지를 넘기게 되곤 하는데 이 소설은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자야 되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못 덮겠어!"가 아니라 "자야 되니까 덮고 내일 보지 뭐." 하는 느낌이랄까. SF 3대 거장이라 불리는 작가의 대표작이라 너무 기대를 한 탓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소설의 설정과 묘사는 흥미로웠다. 엄마 생물이라는 생명체와 그들의 특이한 의사소통 방식, 오스카(킵이 자신의 우주복에 붙인 이름이다.)에 대한 세세한 묘사, 달과 명왕성 등 미지의 행성에 대한 실감 나는 설명 등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그것에서 끝이었다. 그 흥미가 서사의 재미로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이 소설의 이야기는 너무나 당연히, 예상 가능하게 흘러간다. 필사의 탈출, 좌절, 또 한 번의 탈출, 좌절, 다시 또 탈출, 좌절......  끝없이 탈출과 좌절의 반복이 이어질 뿐, 무언가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이나 긴장되는 순간이 없었다. 그건 아마 이 소설이 60년도 더 된 1958년에 처음 출간된 소설이라 그런 듯하다. 긴 시간 동안 이미 너무나 많은 SF 소설, 영화, 드라마가 만들어졌고 과거에는 너무나 흥미로웠을 서사가 지금은 당연히 예상 가능한 이야기가 되어버린 것이다. 물론 60년도 더 지난 소설에 지금의 시각으로 재미를 찾는 것이 조금은 매정할 수도 있지만 거짓을 말할 수는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앞부분은 재미없었다 라고 말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중후반을 넘어서서 지루한 탈출 과정을 지나면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기에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외계 종족과 인류, 행성과 별의 존망, 생명의 존재 의의와 가치에 대한 이야기들이 갑자기 엮여 나가기 시작하는데 그 상상력과 이야기 진행, 질문을 던지고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 주제 의식은 하인라인이 SF 3대 거장이라고 불리는 이유를 납득시켰다. 후반부가 앞의 탈출 과정에 비해 짧은 것이 엄청나게 아쉬울 정도였다. "뭐야, 이게 끝이야? 킵이랑 피위 지구로 돌려보내지 말고 더 장황하게 써 달라고!" 하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후반부만큼은 바로 어제 이 소설이 출간되었다 하더라도 충분히 뛰어난 SF 소설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반부까지의 지루함에 대해 길게 이야기하긴 했지만 솔직히 말하면 60년이 넘은 소설이 이 정도의 감탄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이 소설이 지닌 가치와 생명력의 대단함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탈출 과정도 재미없어서 덮어버리고 싶은 정도는 아니고 충분히 읽을 만하다. 하인라인의 명성과 내 기대에 비해 아쉬운 정도라고 말하면 되려나.)  좋은 SF 소설이고 60년의 세월을 감안하면 아주 뛰어난 SF 소설이다. 로버트 A. 하인라인의 다른 책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소설 속 한 문장 "... 당신은 우리에게 예술이 없다고 했습니다. 파르테논을 본 적이 있나요?" "당신들이 전쟁 중에 폭파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