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jy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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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그리고 나

요즘 핫한 소설인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 르포에 가까운 밀도와 자꾸만 서글퍼지는 공감이 다가오는 책이었다. 누구에게든 건네주고 싶은, 담백하면서 아릿한 콘텐츠가 돋보인다.
뉴스가 인용되는 경우가 많다. 10년가량 시사프로그램 작가로 지낸 작가의 내공 덕이다. 그래서인지 더욱 평범하고, 그래서 더 슬프게 감응하게 된다.
특히 소설 속에서 내 얘기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다. 엄마가 둘째 딸을 낳고선 친정엄마에게 전화하려 했을 때 "뭐 잘했다고 연락하냐" 핀잔줬던 할머니, 내게 눈길조차 안 주다가 내가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게 된 후에야 "날 닮아서 그렇다"고 말했던 기억이 났다.
12시까지 야자하고 들어갔는데 아빠가 버럭 화를 내며 문을 잠가버리기도 했다. 너무 어이없어서 밖에 앉아있었는데 알고보니 내가 너무 늦게 들어간 게 화근이었다. 며칠의 냉전 후 아빠는 사과했다. 그게 날 위한 걱정인 걸 알면서도 모든 게 내 잘못이어야만 하는 환경이 서러웠다.
특히 무직을 전전했던 아버지에 비해 가사노동과 밥벌이까지 겸해야 했던 어머니의 삶이 자꾸만 눈에 밟혔다. 시어머니에 도련님까지 모시고 살며 아빠 기 안 죽이기 위해 모든 말을 참았던 엄마. 자식만큼은 남 부럽지 않게 키우려 한 엄마. 거의 유일하게 집을 돌본 엄마.
그런 엄마가 나이많은 여자라고 무례하게 대하는 아저씨들을 마주하게 될 때마다 싸울 각오를 했다. 택시를 탈 때마다 왜 카드를 내냐고 짜증내는 기사에게 퉁명스러울 수밖에 없는 건 그들의 강약약강을 너무 자주 접한 까닭이다.
어린 여자는 어리다고, 늙은 여자는 늙었다고 함부로 대하는 태도에 질렸다.
결국 여성에 대한 이중잣대와 온갖 제약이 82년생 김지영씨가 평범하게 미칠 수밖에 없던 까닭이었다. 공중화장실 이용하려면 내 벗은 몸쯤은 남에게 유출돼도 어쩔 수 없다는 작심이 필요한 게 이 나라다. 적은 임금으로 여성노동자들을 뽑아놓고 '너네가 법을 아냐'고 무시하다가 역공당한 사장, 애만 둘인데 기어코 어린 여자를 쫓아다녔던 그 유부남, 발이 너무 크고 쌍커풀이 없으며 가슴이 작다고 품평하기 바빴던 그들을 잊을 수 없다.
그래서 이 소설은 더 큰 위로였다. 이 소설을 접한 남녀노소 누구든 큰 위로와 낡은 깨달음을 얻을 것이다.

강추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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