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주=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이 유임됐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3일 파주 축구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NFC)에서 회의를 열고 지난달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졸전을 펼쳐 국민적 지탄을 받은 슈틸리케 감독의 거취와 관련해 ‘유임’으로 확정했다. 이 위원장은 “감독 거취 문제에 대해 기술위원과 격론을 벌이고 의견을 모았다”며 “슈틸리케 감독을 다시 한 번 신뢰하기로 했다.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이전 최종예선에서 어려운 과정을 겪었지만 월드컵에 진출하는 저력을 보여온 점을 믿는다. 다시 다음 경기를 준비할 수 있도록 결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호한 표현이 오갔다. “남은 3경기가 굉장히 중요할 것 같다”고 말한 이 위원장은 “기술위와 남은 시간 동안 비상사태라는 것을 고려하고 준비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3경기 결과에 따라서 또다른 변화가 있을 수 있고, 마지막 월드컵 본선까지 갈 수도 있다”고 했다. 사실상 슈틸리케 감독이 매경기 감독직 운명을 걸고 싸워야하는 모양새가 됐다.
이날 회의엔 이용수 기술위원장을 비롯해 정정용(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 정태석(스피크재활센터 원장) 송주희(화천KSPO 코치) 하석주(아주대 감독) 이영진(전 대구FC 감독) 조긍연(K리그 경기위원장) 안재석(전북현대 U-18 감독) 장동진(이천신하초 감독) 최영준(전 부산 감독) 기술위원이 참석했다. 신재흠(연세대 감독) 김남표(대한축구협회 강사)은 개인 일정으로 불참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팀은 지난달 23일 중국 원정에서 0-1로 패하며 ‘공한증’을 우습게 만들었다. 닷새 뒤 홈에서 열린 시리아와 경기에서도 1-0 신승했으나 전반 4분 홍정호의 결승골을 제외하면 맥 없는 플레이로 일관했다. 아직 4승1무2패(승점 13)로 월드컵 본선으로 직행하는 조 2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우즈벡(승점 12) 시리아(승점 8) 등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또 남은 3경기도 카타르(원정), 이란(홈), 우즈벡(원정)전까지 험난한 여정이 남아 있다. 지금과 같은 경기력으로는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게 축구 전문가의 견해였다. 설령 월드컵 본선행에 성공한다고 해도 타 대륙 강호들과 만나 경쟁력을 발휘할지도 물음표다. 무엇보다 최종예선 지난 7경기 내내 좋은 내용으로 이긴 경기가 단 한 경기도 없었다. 한국 축구의 장기적인 미래를 볼 때 지금이라도 슈틸리케 감독 대신 다른 인물을 앉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다만 ‘슈틸리케호’가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직행권인 최종예선 2위를 지키고 있는 게 컸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2014년 9월 부임 이후 37경기에서 24승4무6패로 승률이 70% 이상에 달한다. 당장 경질하기엔 명분이 부족했다. 최종예선이 불과 3경기 남은 상황에서 그의 대체자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 대안 1순위로 꼽힌 신태용 20세 이하(U-20) 대표팀 감독은 오는 U-20 월드컵 기간과 오는 6월13일 열리는 국가대표팀의 최종예선 8차전 카타르 원정이 겹친다. 또 6월 카타르전을 앞두고 대표팀이 조기 소집을 하기로 하면서 2주라는 준비 기간을 갖출 수 있다. 슈틸리케 감독이 일련의 과도기를 통해 다시 한 번 도약할 시간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또 카타르의 러시아 월드컵 본선행이 사실상 좌절됐다는 점, 상대 간판 공격수 세바스티안 소리아가 경고 누적으로 결장한다는 점 등도 고무적이다.
이 위원장은 “슈틸리케 감독이 부임한 뒤 주관하는 전술 미팅에 동행해왔다. 나름대로 상대 팀에 맞는 우리 선수들을 활용할 수 있는 전술적인 게 잘 준비돼 왔다고 본다”며 “그게 경기장에 나타나고, 안 나타나는 건 또다른 문제다. 최종예선에서 나온 경기 결과와 아쉬운 부분은 더 충실하게 준비해야 한다. 또 우리와 상대한 모든 팀은 2~3주 이상 준비했다. 우리는 대부분 이틀, 사흘이었다”고 강조했다. 기술위는 슈틸리케 감독을 유임을 결정하면서 경륜 있는 수석코치과 관련해선 “슈틸리케 감독과 논의한 뒤 추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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