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ko12
1,000+ Views

57.쓸만한 헐값은 없다.

큰 그룹에서 분리된 소 그룹에 잘 나가던 지인이 있었다. 전략기획, 투자 담당 김 부장. 분리 전 모그룹에는 핸드폰 제조사가 있었다. 글로벌 탑 10에 들었다. 대주주들은 사촌, 우애가 돈독했다. 좋은 부품만 있으면 영업은 간단했다. 사업 다각화, 사세 확장이 쉬웠다. 부품 업체를 소개했다. 후발주자지만, 기술력이 좋았다. 매년 매출이 늘어났다. 운영자금이 더 필요했다. 이미 모그룹에 납품하고 있었다. 자금도 지원받고, 영업도 쉬워지고, 전략적 투자자로 좋았다. 미팅, 미팅, 미팅. 기술, 원리 설명하고, 공장도 보여줬다. 김 부장은 맘에 들었다. 추진해 보고 싶다 했다. 업체 측에서도 진행이 궁금했다. 김 부장은 투자를 건너뛰고 바로 인수하고 싶다 했다. 사장님은 CTO로 계속 일해주길 바랬다. 사장님이 핵심이었다. 그게 좋다고 생각했다. 사장님은 원래 프리미엄 제품을 개발하고 싶어 했다. 핸드폰용 부품은 적당한 성능을 내는, 소형화 의미만 있었다. 그간 노력을 보상받고, 자금이나 관리 고민 없이, 대기업 울타리에서 하고 싶었던 일을 마음껏 할 수 있었다. 업체와 사장님, 지인과 대기업, 또 투자자까지 모두에게 좋게 보였다. 그건 내 생각이었다. 사장님은 펄쩍 뛰었다. 갑갑한 대기업 임원질을 왜 하냐고. 보고하고, 상하로 눈치 보고, 규율에 메여 살기 싫다 했다. 매번 닥치는 자금 압박에서 벗어나는 것보다, 원래 꿈꾸던 제품 만드는 것보다, 지금의 오너 생활이 더 좋다는 거다. 김 부장의 인수 제안도 실망스러웠다. 제품과 기술은 좋다 하면서 제안은 박했다.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인수 후에 계획대로 되지 않았을 때, "고가 인수” 이런 말이 싫었을 게다. 재무상황이 좋지 못하니 협상에서 유리하다 생각했을 거다. 양측의 생각이 이처럼 달랐다. 메우기 어려웠다. 난 봤다. 사장 노릇이 힘들다 힘들다 하면서도, 결코 놓치기 싫은 위치란 걸. 또, 인수 담당자의 이해관계가 얼마나 큰 지, 중요한 지. 인수해서 실패하는 것보다, 차라리 인수에 실패하는 편이 더 낫다. 실패를 미리 가정하고, 그때 발생할 잠재적 손실을 줄이는 노력으로 어필하는 게 더 유리했다. 그 입장에선 최선이다. 제값은 없다. 헐값만 줘도 되거나, 그렇게 될 때까지 기다린다. 실패 사례만 늘어 난다. ..... 성공한 대기업에는, 사업 초기에 남이 버린 기계를 거저 줍고, 밤낮으로 기름칠하고 닦아서, 기반을 잡았다는 전설이  많다. 살림살이가 넉넉한 지금도, 성장은 외부에 있다는 걸 알아도, 거기서 벗어나질 못한다. “일단 싸게" 성공 프레임에 갇혀있다. 스타트업이 상상하는 매각, 그쪽에는 없다. 늘 "헐값 인수"만. 그래서 성공한 적 별로없는 그쪽엔 없다, 잘 나가는 기업에 베팅해 더 크게 키운 경험이 있는 새로운 산업에 있다. 네오플, 옥션처럼.
Comment
Suggested
Recent
Cards you may also be interested 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