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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청기’뿐이던 청각장애 보조기 시장에 새바람 일으킨 남자

“넌 왜 맨날 벽에 붙어다니냐?”
어느 날 선배가 내게 물었다. “뒤에서 차가 빵빵 거리는 걸 들을 수 없으니까요. 한 번은 기다리던 운전자가 세게 박아서 허리가 나갈 뻔한 적도 있고요.” 보통 낮이 안전하고 밤이 위험하다고 하지만 내게 있어 ‘낮’은 ‘위험’, ‘밤’은 ‘안전’. 
청각장애인인 ‘라일라’ 작가의 네이버 웹툰 <나는 귀머거리다>의 한 장면. 작가는 환한 낮보다 전조등 불빛으로 자동차의 존재를 느낄 수 있는 밤이 자신에게 더 안전하다고 말한다. 소리를 듣고 본능적으로 몸을 피하는 ‘당연한’ 과정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 이는 청각장애인들에게 불편함을 넘어 삶의 ‘위험’ 요소 가운데 하나다.
여기 청각장애인들에게 청각이 아닌 다른 감각을 선물해 삶의 불편을 해소해주고자 하는 기업이 있다. 세계 최초로 소리의 방향을 진동으로 알려주는 스마트 넥밴드를 개발한 ‘유퍼스트’가 그 주인공.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을 누구나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 세계 최초의 청각장애인용 웨어러블(착용형 정보기술) 기기를 개발한 이현상(만 38세·사진) 대표를 비즈업이 만났다. 

누구나 들을 수 있는 소리를 누구나 느낄 수 있게 ‘누구나 넥밴드’


이 대표가 웨어러블 기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4년 전. 10년간 이동통신 회사에서 프로젝트 매니저(PM·Project Manager)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용역 사업을 시작했을 때였다. 

“당시에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한 협업 진료 시스템 개발을 맡게 됐어요. 구글 글래스로 수술 장면을 외국에 실시간으로 중계해주는 솔루션이었죠. 그걸 만들다보니 안경이 눈이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웨어러블 기기들이 장애 때문에 사용하지 못하게 된 기관을 대신한다면?’ 이 물음에서 저만의 제품 개발을 시작하게 된 거죠.”

그 때까지 다른 업체의 ‘용역 물품’을 제작해주던 이 대표는 2015년부터 ‘내가 만들고 싶은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 대표의 머릿 속에 처음 떠오른 아이디어는 청각장애인용 안경. 안경을 쓰면 눈 앞에 상대방의 말이나 전화 통화 내용이 수어(手語)로 나타나는 방식이었다. 
“3억원을 투자해서 시제품을 만들었어요. 자신있게 안경을 들고 소비자를 찾아갔죠. 안 사겠대요. 청각장애인들이 분명 이런 제품을 원한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당황스러웠죠. 안경 형태가 거추장스럽고 사용이 불편하다는 게 이유였어요. 눈물을 머금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겠다 마음 먹었죠.”

첫 제품의 실패로 그가 얻은 값비싼 교훈 하나. 모든 사업 과정의 중심에는 ‘소비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 ‘내가 만들고 싶은 제품’이 아닌, ‘소비자가 사고 싶은 제품’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이 대표는 유일한 청각장애 보조기구인 '보청기’가 소비자에게 외면받는 이유를 먼저 분석하기로 마음 먹었다.
“청각장애인이 보청기를 사용하는 비율이 한국은 단 5%밖에 안 돼요. 유럽이나 미국도 25%에 불과하고요. 일단 사용이 굉장히 불편해요. 24시간 이어폰을 귀에 끼고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상황에 따라 감도를 계속 조절해줘야 하는 문제도 있고요. 가격도 쓸 만한 제품이 800만원 정도 하는데 정부 지원금은 131만원밖에 안 돼요. 그러다보니 사용률이 굉장히 낮을 수밖에 없죠.”

청각장애인들의 요구사항은 세 가지. 가격이 저렴할 것. 사용방법이 간단할 것. 그리고 장애인 티를 내지 말 것.

“어머니가 노인성 난청으로 한 쪽 귀가 잘 안들리시거든요. 어느 날은 전화가 울리는데 270도를 돌아서 찾으시더라고요. 차가 경적을 울리면 반대 쪽을 바라보시기도 하고요. 소리의 방향을 알려줄 수 있다면 청각장애인들의 니즈를 충족하면서 생활에 큰 도움이 되는 제품이 되겠다 싶었어요.”
그렇게 탄생한 게 ‘누구나 넥밴드’다. 인지할 필요가 없는 환경 소음 이상의 데시벨이 감지되면 소리가 나는 방향에서 진동이 울리는 방식이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연동되는 제품의 경우 모닝콜이나 메신저 알림, 지진 감지 기능도 이용할 수 있다.

“’누구나 넥밴드’의 장점은 확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거예요. 매달 미국에서만 127명이 이어폰 관련 사고로 죽거든요. 음악을 들으며 걸으면 자동차 소리를 들을 수 없으니까요. 건청인도 이어폰을 꽂고 다니면 그때부터는 외부에 난청인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넥밴드에 이어폰을 달아서 노래를 들으면서 바깥 소음을 감지할 수 있는 제품도 만들거고요. 미국에선 반려견에게 씌워주고 싶다는 요청이 들어와 개 목걸이로도 개발할 예정입니다.”

장애를 장애로 여길 수 없는 나라 ‘대한민국’


보통 장애보조기구의 경우 한 국가 내에서의 시장이 작아 해외로 눈길을 돌리는 창업자가 많다. 이 대표 역시 최소 기능 제품(MVP·Minimum Viable Product)이 만들어지자 마자 미국, 싱가포르, 일본, 유럽 등 10개 국가를 누볐다. 그러나 그가 세계 시장을 타겟팅한 이유 꼭 시장 크기 때문만은 아니다. 
“일본은 인구의 27%가 노인이에요. 그러다보니 이 제품을 장애용품이 아니라 노인용품으로 봐요. 유럽은 ‘당연히 있어야 할 제품인데 왜 지금까지 없었지?’라는 반응이고요. 즉 복지 선진국으로 갈수록 제품에 대한 당위성이 점점 커지는 거죠. 그래서 시장진입이 쉬운 측면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대표가 바라본 한국의 장애 복지 수준은 어떨까. 이 대표는 ‘대한민국은 아직 복지선진국이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농학교(청각장애인을 위한 학교)에 가보면 3학년부터 갑자기 학생 수가 늘어나요. 일단 부모님들이 청각장애 아이를 일반 학교에 보내거든요. 우리 애는 장애인이 되면 안된다는 거죠. 아이가 학교에 적응을 못하니까 그제서야 농학교에 보내는 거예요. 그 과정에서 이미 아이는 상처를 많이 받아 있거든요. 왕따를 당하는 경우도 많고. 장애가 잘못된 건 아니잖아요. 장애를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죠.”
장애에 대한 이같은 부정적 인식은 수치로도 증명된다. 2015년 기준 국내 청각장애인 숫자는 26만 9,000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청각장애인 비율은 0.52%. 세계보건기구(UNWHO)가 발표한 세계인구 대비 청각장애인 비율 5%의 1/10에 불과하다. 

“영국에선 이런 발표를 했어요. 영국 인구의 1/6이 청각장애를 지니고 있다고. 한국은 굉장히 적죠. 장애에 대한 안 좋은 인식 때문에 등록을 꺼리기 때문에 이런 통계가 나오는 거예요. 장애에 대한 인식 수준만큼 통계에 잡히는 장애인의 숫자가 늘어난다는 얘기죠.”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최종소비자’를 먼저 찾아라


유퍼스트의 목표는 장애인 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겪는 여러가지 불편을 기술로 없애는 것. 이 대표는 비슷한 목적을 갖고 있는 소셜벤처들을 향해 ‘소비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저는 이 제품을 만들기 위해 소비자 300명을 찾아 다녔어요. 전국을 돌며 전문가들도 많이 만났죠. 어떤 제품을 만들든 최종 소비자를 먼저 찾으세요. 그리고 최소 100명은 직접 만나서 조언을 구하세요. 내가 이미 만들어놓은 해결책을 먼저 들이밀지 말고 현재 어떤 점이 불편한지 묻는 것부터 시작하는 거예요.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제품을 만들어야 해요. 소비자가 필요없다는데 만들 필요 없잖아요.”
기사/인포그래픽/영상편집= 비즈업 김현주 기자 joo@bzup.kr
사진 및 영상 촬영= 비즈업 김경범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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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지 블루투스 이어폰하고 형태가 똑같네요
하루종일 시끄러운 곳에서 일하는 사람은 못쓰겠네요 사람소리와 소음을 구분 하면 조을텐데 좋긴하지만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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