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쇼 옷은 왜 다 난해해? 저 옷 실제로 입고 다닐수나 있는거야?' 에 대한 답.jpg
왜 인터넷에 올라오는 패션쇼 의상들은 다 난해한지, 대체 저런건 누가 사입는건지(아마 레이디가가?), 아니, 입을 것도 아니면서 대체 왜 만드는건지 그리고 오뜨꾸뛰르? 그게 대체 뭐시여 하는 사람들을 위해 부족한 지식으로나마 알려주기 위해 글을 찐당 1. Haute Couture 먼저 크리스찬 디올의 오뜨 꾸뛰르 컬렉션 일단 감상 고고! Christian Dior Fall 2010 Couture 다양한 꽃을 형상화한 디올 오뜨꾸뛰르 컬렉션! Christian Dior Spring 2009 Couture 볼륨에 관한 다양한 해석을 의상으로 보여준 오뜨꾸뛰르 컬렉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중세 마녀의 귀여운 버전같은 느낌이야 Christian Dior Fall 2009 Couture 전형적인 파리의 요부들, 섹시한 팜므파탈들이 입는 의상 같았던 오뜨꾸뛰르 컬렉션 여기까지 본 반응 아마 예쁘지만 과하다, 아니 대체 저걸 누가 입어? 그래서 오뜨꾸뛰르가 뭔지 설명해줄게! 오뜨꾸뛰르는 판매를 위한 의상이 아니야. 100% 예술성을 추구하는, 오로지 미적인 요소를 위한 옷! 사전적 의미로는 '고급 여성 맞춤복'.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오뜨꾸뛰르란 19세기 중반, 영국인 디자이너 '찰스 워스'가 최초로 만든 시스템이야 놀랍게도 이 전까지는 '디자이너'의 일을 하는 사람이 없었어. 옷을 재봉할 재봉사나, 바느질할 시녀는 있었어도 지금처럼 새로운 의상을 생각해내 트렌드를 주도하는 디자이너는 없었던거지 중세에는 왕족들이나 귀족들조차 입고싶은 옷이 있으면, 화가에게 설명을 하고 그림을 그리게 한 후, 그 그림을 토대로 왕실의 재봉사와 패턴사들이 옷을 만들었지. 왕족들이 이정도였다면 평민들은 제대로된 옷 한 벌 입기 힘들었겠지? 그런데 찰스 워스는 최초로 자신의 옷을 만들어, 모델에게 입혀 선보인 후 S/S, F/W 컬렉션까지 선보이는 진보적인 시스템을 마련하고,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화 시켜 고객들에게 판매했지. 이렇게 마련된 새로운 패션시스템은, 패션의 흐름을 주도하게 됐어. 대량 생산이 불가능한 화려한 수작업 옷들이 대부분이였기에 당연히 생산량은 적었고, 최고급 원단의 최고의 디테일로 높은 가격에 왕족들이나 귀족들과 같은 상류층 부자들에게 판매됐지. 일반 평민들은 집에서 세련된 '오뜨꾸뛰르'옷을 따라 만들거나, 비슷한 스타일의 카피 옷들을 구매해서 입었어! 이렇게 생겨난 오뜨꾸뛰르 시스템은 1950년대 대량 생산의 기성복 산업이 발달하기 이전까지 패션의 흐름을 주도했고, 코코 샤넬, 위베르 드 지방시,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 크리스챤 디올, 칼 라거펠트, 이브 생 로랑 등 지금까지도 존경받는 디자이너들과 브랜드들이 등장하여 오뜨꾸뛰르 하우스로서 첫 출발을 내딛었어 즉, 하이패션의 시작이 바로 오뜨꾸뛰르인거지! 2. Ready to Wear (기성복) Christian Dior Fall 2009 RTW Christian Dior Spring 2010 RTW 같은 브랜드의 기성복 라인 컬렉션. 위에 비해서 확실히 디테일이나 실루엣이 좀 덜 과감한게 느껴지지?! 물론 이것도 좀 과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거야! 실제로 기성복 컬렉션이여도 꾸뛰르 못지않은 화려함을 자랑하는 브랜드들도 많이 있으니까 하지만 대부분 쇼를 위한 메이크업, 헤어 장식이나 디테일 요소들을 가다듬고 나면 일상생활에서도 입을만한 옷들이 기성복 라인이지! 1950년대 이후 시대가 바뀌면서 당연히 왕족이나 귀족들만을 위했던 오뜨꾸뛰르는 쇠퇴하고 있었어. 사람들은 좀 더 자유롭게 입길 원했고,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의 오트꾸뛰르 옷은 예쁘지만 현실감각이 없었지. 그래서 생겨난게 바로 이 '레디투웨어' (=프레타 포르테,기성복) 라인이야! 기성복 산업이 활발해지면서 수많은 오뜨꾸뛰르 브랜드들이 문을 닫았고, 디자이너 발렌시아가는 진정한 패션은 사라졌다며 은퇴하기까지해 이대로 오뜨꾸뛰르는 역사속에서 사라지나, 했지만 전쟁속에서도 공방(아틀리에)을 지켰던 장인 정신을 가진 수많은 꾸뛰리에들의 노력과 패션을 예술의 한 분야로 생각했던 프랑스 정부의 보호와 지원덕분에 아직까지 몇몇 꾸뛰르 하우스들이 남아있어. 하지만 최고급 의상을 다루는 예술답게, 꾸뛰르 하우스가 되기위한 자격은 아~주 까다로워서 꾸뛰르 컬렉션을 진행하는 브랜드는 항상 30개가 넘지 않아. 게다가 꾸뛰르 옷의 제작과정은 더욱 놀라워서, 21세기인 지금에도 100년 전과 마찬가지로 모든 작업들이 전부 장인들의 손으로, 천천히, 정성스럽게 또 고생스럽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지 3. Resort, Pre-Fall 오뜨꾸뛰르 컬렉션을 진행하기 위한 자격은 매우 까다롭고, 돈도 굉장히 많이 필요하지. 그래서 대신, 기성복 라인에서 창의력을 뽐내던 디자이너들은 난관에 부딪혔어 바로 판.매.량 아무리 예쁘고 환상적인 옷이더라도 내가 일상에서 드레스를 입고 다닐 수 없듯이, 디자이너의 창의력을 뽐내는 것과 별개로 사람들이 '살 만한' '입을 만한' 옷들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었지. 그래서 현대에 들어 기성복 라인에 하나 더! 추가하게된 컬렉션이 바로 리조트(Resort) 라인과 프리폴(Pre-Fall) 라인이야 이 두 라인은 어떠한 브랜드라도 전적으로 '판매'를 위한 라인으로, 사실 S/S 컬렉션과 F/W 컬렉션의 판매 버전으로 봐도 무방해 실제로 대부분의 브랜드들, 우리가 아는 명품브랜드, 샤넬이나 디올조차 구두나 가방같은 잡화를 제외하고 가장 많이 팔리는 컬렉션은 이 두라인이니까 말이야! Christian Dior Pre-Fall 2010 Christian Dior Resort 2010 Christian Dior Pre-Fall 2009 어때? 확실히 일상 생활에서 입을 수 있을 법한 디자인의 옷들이지? 놀랍게도 디자이너가 바뀐 것도 아니고, 같은 디자이너가 같은 브랜드에서 디자인을 했지만 이렇게 라인마다 추구하는 목적에 따라 디자인의 정도가 조절되고 컬렉션의 스타일이 달라져! 본 컬렉션 (기성복라인) 이라해도, 실제 판매될때는 패션쇼에서와 달리 좀 더 실용성있게 디테일을 단순화 시킨다던지 해서 나오고, (특히 기성복이 꾸뛰르같은 알렉산더 맥퀸의 경우엔 판매용 컬렉션을 아예 새로 디자인하는 정도더라) 그래서 어쨌든 결론은! 패션쇼에서 난해하고 과장된 옷들은 대부분 꾸뛰르 컬렉션 의상일 경우가 높다는거, 기성복이라도 패션쇼에 선 의상을 그대로 판매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거, 대부분 판매를 위한 '리조트,프리폴' 컬렉션을 함께 진행한다는거! 혹시 판매도 안되는 오뜨꾸뛰르를 왜 계속 진행하느냐고 묻는다면, (딴 얘기지만 일부 판매가 되기도 한다고해! 주요 고객층은 아랍이나 중동의 부자들과 미국의 상류층, 일부 프랑스인들로 오뜨꾸뛰르 고객들은 전세계에 3000명정도 된다고 하네. 또 꾸뛰르 옷이 실제로 입혀지는 경우는 화보 촬영이나 레드 카펫에서 입는 경우가 대부분이야 그리고 이 옷들은 브랜드마다 마련된 아카이브 박물관 같은 곳에 보관된다고 해) 아마 현대 패션의 시작의 문을 연 오뜨꾸뛰르가 돈이 안된다는 이유로 문을 닫는다면, 패션의 의미가 사라지기 때문일거라고 생각해 세상에 단 하나뿐인 꾸뛰르 옷을 만들기 위해 들어가는 장인들의 기술과 실력, 그 정신들이 사라져서는 안되기 때문이기도 하고 '입을 수 있는 예술' 오뜨꾸뛰르 의상들이야 말로 사람과 가장 가까이있는 예술이 아닐까?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