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lfltltm
50,000+ Views

오늘은 키스데이 입니다

{count, plural, =0 {Comment} one {Comment} other {{count} Comments}}
Suggested
Recent
훈훈하군....훗.....
아이수크림으로 얼굴 문질러버려랏~!!!😤
키스가 뭔데? 뭔데? 응? 뭔데?
안돼 주인님아!! 나두나두나두나두!!
Cards you may also be interested in
퍼오는 미스테리썰) 우리 마을이 감염된 것 같아 12화
오늘도 여러분의 무료한 점심시간을 퇴치하기 위해 왔어! 이제 이야기의 끝이 보이는 것 같지? 마지막까지 함께 달려 보쟈 ㅎㅎ 그럼 시작! 참. 이미지는 이야기랑 전혀 무관! 그냥 내가 퍼온거야 ㅎ ______________________ 감염된 마을 15 안녕, NoSleep. Clayton이야. 글을 업데이트하는데 공백 기간이 좀 길어서 그렇지, 난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죽진 않았어.  걱정...해줘서 고마워.  아마 Elizabeth가 날 죽이면, 여기다 내가 죽었다고 글을 올릴지도 몰라. 그녀가 날 죽이려는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아직 성공하진 않았어. 그래도 항상 걔 덕분에 긴장하면서 지내고 있지.  내가 요즘 뭘 하고 지내는 지는 말해줄 수 없어. 걔가 이 글을 읽을 걸 나도 알고 있으니까. (안녕 Liz, 잘 지내? 엿이나 처먹길 바래.) 일의 진행이 느리긴 해도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면 족할듯해... 왜냐면 좇아야 할 목표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거든. 다시 한 번 내 과거를 들춰볼게.  왜냐면 부분적으로는, 이유가 뭐든, 너희가 이걸 계속 읽어주니까. 또 내가 이런 결속감...을 좋아하는 것 같으니까.  근데 사실은 어쩔 수가 없어서야. 뭘 해야할지 알수가 없어, 벽에 가로막혀서 어떤 식으로 진전시켜야할지 감이 안 와. 뭘 어떻게 해야할지는 알고 있는데, 언제 어디서 해야할지를 모르겠어. 세상에 종말을 가져올지도 모를(물론 추측에 불과하지만) 일을 막으려면 '누구를, 언제, 어디서'라는게, X발 굉장히 중요하단 말이지. 내가 놓친 게 있는 거야. 분명해.  잃어버린 퍼즐 조각이 있는 거야. 아마 내 과거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X같은 자기성찰이나 뭐 그런걸 해야겠지. 이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어; 그냥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야. 그러니까 얘기가 삼천포로 빠져도 이해해줘. 오랫동안 잠을 못잤거든. 또, 맨날 존나 애매한식으로 말해서 미안해. 그치만 시간순서로 말해줘야해. Claire의 일처럼 이건 너희가 뭘 어떻게 해줄 수 있는게 아니야. 그저 내 눈으로 본 걸 너희한테 말해주는 것 밖에 안 돼.  저 번 글에서 내가 처음 그 '눈'(자칭 우리 차원의 신이라는)과 만났던 걸 말했었지. 댓글에선 '개체'랑 별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고 별로 믿음직하지 못하다는 의견이 많았어. 사실이야, 별로 믿음직스럽지는 못하지. 근데 적어도 우리 주변 사람들을 괴물로 만들어놓지는 않잖아. 그러니까 최악보다는 차악을 선택해야지. ' 눈'에 대해서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 게 있어 - 그는 많은 것들을 그의 주변에 간직하고 있어. 전지적인 수준의 힘을 가졌을지도 몰라, 그게 아닐수도 있지만. 나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그가 모든 걸 알고있다 해도 나한테는 X발 일언반구도 없어.  머릿속에 별로 도움이 안 될지도 모르는 '지식'을 가지고 생생했던 DMT여행에서 깨어났지만, 논리를 담당하는 뇌의 일부분은 그게 정교하게 조작된 환상이라고 주장했어. 또 내가 그 환상을 보고도 뭘 해야하는지 정확히 알지도 못했고. 누가 '그릇(Vessel)'인지도 몰랐어.  그저 컬트 집단과 '개체'가 굉장히 위험한 존재라는 인상만 뚜렷하게 느꼈고, 그들이 내가 그들의 일에 관심을 가지는걸 탐탁치 않게 생각할 것이라는 것만 알았지. 내 인생이 위험에 처할수도 있었어. 만약 이 모든 일이 다 사실이라해도 16살짜리 애한테는 벅찬일이었지. 압도되고, 두려워하고, 내가 미쳐버릴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면서, 난 내가 할 수 있는 걸 했어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지내는 거 말야.  난 고등학교 1학년을 더 조용하고 엄숙하게, 아무 문제도 일으키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보냈어. 마약에 심취한 친구들이랑은 멀어지고, 정신줄을 잡을 수 있게 해주는 Alan, Lisa와 지내는 걸 낙으로 삼았어. 물론 걔들한테 내 DMT여행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지. 시간은 항상 그러하듯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고 지나갔어. '그' 기억은 희미해져갔고, 그러한 일들이 사실이 아니라고 믿는게 점점 쉬워졌어.  그러다가 어떤 소문이 퍼졌어. 고등학교 3학년 때, Elizabeth가 한밤중에 학교안에서, 마치 태어날때의 모습처럼 나체로, 또 온몸에 그을음이 묻은채로 발견됐어. 그녀 뒤로는 불길이 1층부터 터널을 타고 올라와서 치솟고 있었어.  사람들은 그 터널을 보수유지 통로처럼 이용해서 그녀를 구출했대, 그리고 불은 고장난 보일러에서 시작된 거였대. Elizabeth가 거기에 있었던 건 그저 우연이었댔어 - 반항적인 학생 하나가 잘못된 시간에 잘못된 장소에 있다가, 재수없게도 적발된거라고 말야. 모험심 강한 여자애가 자기네 반 교실에 있는 해치가 어디로 통하는지 궁금해서 들어갔다가, 용감하게도 치솟는 불길에서 살아남았대. 18살 여자애가 얼마나 무서웠겠어. 근데 저건 신문에서 그랬다는 거고. 아마 걔네 아빠 입김으로 저렇게 포장해서 기사를 쓴 거겠지.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수군거렸어. 왜 거기에 있던 걸까? 옷은 왜 홀랑 다 벗고? 불이 난 거랑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 Elizabeth가 어딜 가든 평소보다 많은 눈들이 따라다녔어.  물론 걔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넘어갔지. 더 밝게 웃고, 더 어깨에 힘이 들어갔어. 그런 관심을 즐긴거야. 걔는 그걸 존나 좋아했어. 그 날 밤에 진짜 있었던 일은 아마 그녀가 무덤까지 가져가려고 했을 거야. 하지만, 나랑 Claire가 몇 년이 지나고, 그 해치가 어디로 통하는지 알게 됐어 - 지하 깊숙한 곳에 그 집단이 사용했던 비밀의 방이 있던 거야.  아마 그 방이 숨겨진 데에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 어떻게, 왜 거기서 불이 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날 밤부터 뭔가가 변하기 시작한건 분명해. 그리고 Elizabeth가 그때부터 변하기 시작했어. 전에는 상대적으로 정상 같았는데 - 영악한 눈과 교활한 미소를 짓긴 했지만 - 그 후엔 완전히 미스터리한 애가 된거야. 걔랑 별로 얘기하는 걸 꺼려했던 나까지 그걸 눈치 챘을 정도면 말 다했지.  애가 좀 산만해지고 으스댔어. 권력에 대한 존경심도 없어졌고. 우리 시장이었던(그리고 그 집단의 리더였던) 걔네 아버지랑도 스스로 멀어지려고 했고, 걔네 어머니도 아버지랑 곧 이혼해서 떨어져 지냈어. 왜 그랬는지는 몰랐어. 관심이 없었지. 18살의 Liz는 완전히 탈선하기 시작했어.  그 집단이 걔가 그러고 다니는걸 가만히 뒀다는게 신기했어. 자기들한테 얼마나 중요한 존재였을지 내가 아는데. 아마 그 사람들의 힘을 넘어서는 파워를 가지게 된 걸지도 모르겠다. 무튼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건 다 내 추측이야. Alan 은 걔한테 빠지다 못해서 미쳐가기 시작했어. 내가 보기에 Elizabeth는 Lisa를 될 수 있으면 계속 무시하려고 했던 것 같아. 우리는 그러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졸업했어. 특히 Liz랑 Jess는 우리가 상상도 못할 영예를 떠안고 졸업했지. 그러고나서 2009년 초에, Alan은 Liz랑 Jess를 어떤 하우스파티에서 만났어, 그리고 갑자기 어느 순간부터 그년들이 내 인생에 끼어들기 시작한거야. Alan은 마침내 자기가 원하던 걸 얻었어: Elizabeth의 의미심장한 미소를 알아보는 그들의 세계에 동참하게 된거지.  그들만 알아듣는 이야기는 점점 심해져갔어. Liz는 분명히 Alan의 관심을 받는게 좋았던 거야. 난 걔가 가끔 만취했을 때 슬그머니 옷을 다 벗고 빗속에서 춤을 추는걸 몇 번 목격한 적이 있어. 아니면 벌겋게 달궈진 나이프 끝을 자기 피부에 갖다 댄다거나. 방 안에 있는 모든 사람한테 키스한다거나. 달을 보고 울부짖는다거나. 빌어먹을 Fleetwood Mac의 노래의 패러디처럼.  10대 애들이 멋지다고 생각하는 것들 있잖아. 그치만 그게 뭐든간에 Alan이 걜 더 좋아하게 만들었어. Jess는 그저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지만, 걔도 똑같이 Elizabeth의 환상에 빠져있는 것 같았어. 걔들은 지들이 나쁜년들이라고 생각되는 걸 좋아했어. 한창 반항할 때니까.  Lisa랑 나만 그걸 꿰뚫어 볼 수 있었어, 하지만 Alan은 우리가 "질투"하는 거라고 했지.  염병, 가엾은 Lisa.  남자친구가 '개체'에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꼴을 보고만 있어야 한다니. 내 눈엔 별로 좋아보이지 않았어. 싫었어. 걔들은 저녁에 모여서 비디오 게임을 하거나 맥주를 마시는걸론 만족하질 못했지. 대신 Alan을 꼬여내서 모르는 사람들하고 위험한 모임을 갖게 만들었어. 지금 와서 보면, 아마 그 사람들은 그 컬트 집단의 멤버거나 그들의 자식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 자기 아버지랑 관련 없는척했지만, Elizabeth는 계속 그 사람들이랑 가까이 지냈어. Alan은 Liz가 컬트 집단에 대해 말하는걸 들어본 적이 없댔어. Jess도 마찬가지고. 여튼 그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와중에, 난 계속 악몽을 꾸기 시작했어. 내 기억이 맞다면 처음 그런 악몽을 꾼 건 2009년 6월이었을 거야.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까 내가 무슨 관 안에 있었는데, 아마 산 채로 묻힌 것 같다는 생각이 막연히 들었어.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지 현실에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어. 분명 침대에 누워서 자려고 했었던 기억은 있는데 말이야.  내가 납치를 당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만 들었어. 그 어둠 속에서 움직이지는 못하고, 그저 떨면서 점점 숨이 막혀왔어. 숨 쉴 공기가 점점 없어져간다는 공포, 밀실 공포, 어두움 속에서 정말 1초, 1초를 생생하게 느끼면서 몇 시간을 갇혀있었어. 그러다 결국 질식해서 기절했지. 나중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벌떡 일어나보니까 침대 위였어. 그치만, 그 관 안에서의 기억이 너무 생생해서 그게 진짜 있었던 일인지 헷갈렸어. 다른 악몽들은 부끄러움, 죄책감, 분노의 그림자를 드리우면서 나타났어. 꿈 속에서 사람들은 날 약자, 멍청이, 가엾은 것이라고 불렀어. 내가 시도조차 하고 있지 않다고 사람들이 뭐라하는 꿈도 꿨고. 항상 그런 꿈을 꿀 때마다 침실 천장을 보면서 헐떡이며 잠을 깼던 기억이 나.  “뭘 시도해? 뭘 시도하냐고?”  답은 없었어. 하지만 다음 날 밤에, 더 끔찍한 악몽이 날 찾아왔어. 내 가족이 불에 산태로 타는 꿈이었어 - 너네 어머니의 눈알이 뜨거운 불 속에서 열기에 터져버리고 볼 위로 줄줄 흘러내리는 걸 보고만 있어야 한다고 생각 해 봐. 그게 얼마나 잊기 힘든 장면인지. Alan의 손, 발목에 녹슨 체인이 묶여있고 능지처참을 당하면서 나한테 “좀 처 보라고, 제발!”라고 소리지른다거나.  아직도 머릿속에서 관절이 꺾이는 소리가 들리고, 얇은 피부 아래에서 척추 뼈가 전부 분리되는 게 보이는 것 같아. 또 Lisa의 허리가 부러지고, 손과 발이 완전히 밖으로 꺾여나간 채로 "대체 왜 찾아보지를 않는거야?"하고 소리치기도 했어.  그런 일이 일어나면, 그게 뭘 뜻하는 건자 깨닫기는 했던 것 같아: 상기시키기 위한 장치말야. 그래서 내가 잊어버리지 않도록. 컬트 집단이나, '눈'이 했던 말들에 대한 꿈도 있었어. 마치 그 여행이 그래야 했다는 듯이, 기억에서 잊혀지질 않았어. 그래도 난 한 1년 간은 잊어보려고 계속 노력했어. 그러다 나는 2010년 9월에 마을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지역대학에서 2학년을 보내고 있었어. Liz는 Alan을 설득해서 1년 휴학을 시켰지만, Jess는 PSU에 붙어서 Portland로 이사갔어. 물론, 자주 놀러오긴 했지. 그 때가 그 일이 일어나기 한 두 달 전이었을 거야. 나는 수업이 끝나고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어. 일상에 너무 지쳤을 때 자주 숲 속 길로 돌아돌아서 혼자만의 드라이빙 타임을 가지곤 했거든. 아직도 기억나는 게 길가엔 눈이 쌓여있었고, 내 생일이 얼마 남지 않았었어 - 내 생일이 Jess랑 Liz의 생일이랑 가까웠기 때문에 트리플파티를 준비하고 있었지 - 그러니까 한 12월 초 였을 거야. 한 5~6시 쯤이었나, 겨울이라 어두웠는데, 히터도 켜놓고 좋아하는 음악 CD가 있어서 괜찮았어. 그래서 그 때 기분이 좀 좋았어. 컬트 집단이나 '눈'은 전혀 신경도 안 쓰였고 말야.  그 러다 산 속의 S자 코스에 다다랐어 - 진짜 구불구불한 산 속의 S자 코스에. 그래서 속도를 좀 줄였지. 난 그 길을 수 천 번쯤 다녀봐서 눈 감고도 운전해서 빠져나갈 수 있었어. 근데 길 중간에 왼 쪽으로 빠져나가는 갈림길이 나와서 소스라치게 놀랐어. 아까 말했듯이 그 길을 수 천 번쯤 다니는 동안은 단 한번도 그런 길을 본 적이 없었거든.  그 때 내 생존본능 모드가 갑자기 꺼지기라도 했었는지, 미쳐가지고 처음보는 그 길로 들어가버렸어. 그런 충동이 왜 갑자기 들었을까? 그냥 막연한 호기심이었을거야, 어린애들처럼 위험속에 뛰어들어갈 정도로 바보는 아니었으니까. 아마 '눈'이 알 수 없는 방식으로 날 그렇게 만들었던 것 같아. 그냥 두 번도 생각 안하고 바로 그새 길로 들어가버렸어.  길 가에 가로등은 없었는데, 마치 원래 거기 그 길이 있었다는 듯이 길바닥은 포장 돼 있었어. 뭐 산 속에 트랙터 같은 게 너무 자주 다녀서 자연스레 생긴 길 같은 게 아니라, 진짜 2차선에 노란 중간선까지 그려진 포장도로였어. 그저 내가 확실히 알 수 있었던 건 동쪽 방향으로 길이 나 있던 거라는 정도.  그 방향이면 정확하게 산등성이 중간으로 뚫고 들어가는 방향이었어야 하는데, 그 길엔 터널 같은 게 없었어 - 아직도 그 길 위에 터질듯이 부풀어 오른 커다란 달이 떠있던 게 기억나. 눈도 쌓여있지 않았고, 길이 얼어있지도 않았어.  헤드라이트가 비추는 길가의 나무에는 하얀 크리스탈 같은 것들이 가지에 잔뜩 달려있었는데, 그 밖에 헤드라이트가 비추지 못하는 곳은 아예 검은 어둠뿐이었어. 공허같은 어둠말이야. 그리고 무서운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 공허처럼 차갑고 검은 생각이.  길은 마치 화살처럼 곧았고, 눈 앞에서 나타나고 지나가면 사라지기만을 반복했어. 저 멀리서 헤드라이트에 비치는 무언가를 발견하기 전까지 한 1~2분 정도 차를 몰았던 것 같아. 뭔가 창백하게 하얀 게 반짝거리고 있었는데, 너무 멀리 있어서 확실히 뭔지 볼 수는 없었어. 그게 뭔지는 몰라도 내가 차를 몰고 가는 길 한가운데에 서 있어서, 속도를 줄여야했어.  근데 속도를 줄이는데도 그 형상이 커지는 속도는 변하질 않았어. 점점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난 깨달았지. 그게 나한테 달려오고 있다는 걸. 그 게 나한테 어떤식으로 이상하게 달려왔는지, 저렇게 설명할 수 밖에 없겠다. 처음엔 그게 뭐 사슴이나 그런 건 줄 알았어, 알비노 사슴 뭐 그런거 - 말했듯이 어둠속에서 아주 창백한 하얀색이었으니까. 돌연변이 사슴이 더 말이 되잖아, 달려오는 모습도 굉장히 이상했고 - 길을 지그재그로 달려오면서 절뚝거리고 가끔 엎어지기도 했어. 그치만 그럴 때마다 스스로 일어나서 다시 내 차를 향해, 나를 향해 달려왔어.  무 슨 광견병이나 미친 좀비같아서 점점 무서워지긴했는데, 난 500kg가 넘는 쇳덩이을 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최악의 시나리오로, 만약에 내가 저 X신 같은 광견병 알비노 사슴새끼한테 공격받는다 쳐도, 그냥 깔아뭉개고 지나가면 됐어. 근데 점점 가까워질수록, 그게 확실히 사슴은 아니라는 걸 알게됐어. 사람이었지. 그 사람은 개나 곰이 뛰듯이 네 발로 나를 향해 최고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어. 몸이 상당히 길어보이긴 했어, 상체가 무슨 사슴처럼 길었고, 팔다리는 사람의 것보단 두 배는 길었으니까. 그 때쯤 되니까 그 사람이 헐떡거리면서 내가 들어본 적도 없는 언어로 웅얼거리면서 떨고 짖어대는 걸 들을 수 있었어. 난 그 사람이 내 차 바로 앞으로 달려들길래 바로 브레이크를 밟았어. 그 사람은 짐승처럼 내 차 범퍼에 부딪치기 직전에 몸을 틀어서 멈춰섰고. 긴 시간 동안, 그 사람은 내 트럭 앞에서 구부정하게 앉았다 일어나길 반복했어. 몸은 무슨 후드에 가려져 있었는데, 수척한 척추 뼈는 후드 위로도 툭 튀어나와보였어. 그러다가, 그게 천천히 후드 안으로 손을 집어넣더니 내 트럭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어.  난 완전히 마비돼서 그 것이 내 쪽으로 올라오는 걸 보고만 있었어. 아주 여위고 홀쭉한 얼굴, 이가 거의 다 빠진 입 - 그나마 남아있던 이빨도 부러지고 누렇게 변색돼있었어. 또 지저분한 수염이 길게 늘어져있었고, 잔뜩 떡진 갈색 머리는 늙어서 회색으로 변하고 있었어. 분명히 기억하는건, 상체가 너무 길어서 그것이 발을 내 범퍼에 기대고 있었다는 거야. 아마 평균적인 사람의 길이보다 정확하게 두 배나 긴게 아니었지만, 거의 그 정도로 길어보이긴 했어.  팔이랑 손가락은 존나 얇고 길게 뻗어있었고. 전체적인 실루엣이 이리저리 뒤틀리고 홀쭉했어. 뭐 “초자연적인” 방식이 아니라 "선천적 질환" 때문인 것 같아보이긴 했지. 그 미친남자는 다른 짐승보단 스라소니에 가까운 움직임으로 내 차 앞유리로 올라왔. - 유연하고 나긋나긋이 짐승처럼. 눈은 완전히 하얀색이었고, 눈동자는 무슨 바늘로 찍은 듯이 아주 작은 빠딱한 점 같았는데 약간 사시같아 보였어. 눈알은 거의 빠질 것 처럼 튀어나와있었는데, 눈병에 걸린 것처럼 가장자리가 시뻘갰어. 마판증후군걸려서 태어난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진짜 소름끼치게 아파보였어.  그리고 내가 앉아있는 자리에서 30cm정도 떨어진 앞 유리에 길쭉한 얼굴을 들이댔어, 그가 날 똑바로 쳐다보면서 뭐라 말할 때, 숨이 유리를 뿌옇게 가렸지. 그가 말 할 때마다 입은 무슨 바늘처럼 앞유리에 닿아선, 진 시몬즈처럼 길다란 혀가 보이도록 입을 크게 벌렸는데, 혀는 검은색, 회색으로 얼룩덜룩했어.  미친, 그 사람은 진짜 심각하게 아파보였어. 그리곤 앞유리를 느끼하게 핥았는데, 그가 핥은 부분엔 반투명한 점액이 남았어. 그러다 갑자기,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지껄이다가 멈춰서 조용해졌어. 그의 눈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지. 그는 뼈만 남아 앙상하고 마디도 너무 많고 손톱은 다 자라지도 않은 징그러운 손가락을 들어서 나를 가리켰어. 그 가 다음에 말한 말과 목소리는 선명하게 들렸어.  “너! 너도 '그'를 봤구나! 넌 '그'의 것이야! 나처럼!”  그리곤 미친 것처럼 낄낄대다가 앞유리를 몇 번 더 핥았어. 마치 내 얼굴을 직접 핥고싶어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어. 내 트럭 안에서도 그 남자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거든.  “크게 기뻐하라!” 그 사람이 속삭였어.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계곡을 헤맬지라도, '그'가 너와 함께할 것이니, 악마도 두려워 말라. 그래. 그래. 아멘.” 그리고는 앞 유리 위, 천장으로 기어올라갔어. 그 썩어 문드러진 징그러운 면상을 치워주고 내 위로 사라져줘서 살짝 고마웠지. 그리곤 내 눈을 감았어. 코로 싶게 숨을 들이쉬면서 구역질, 두려움, 분노를 참았지. 그 남자는 내 트럭 천장 위에 몇 분동안 앉아서 쇳소리나는 목소리로 찬송을 부르고 있었어.  “너희가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면, 난 너희 안에 살 것이고, 너흰 내 사랑 안에 살 것이다.” 난 대체 X발 뭘 해야 할 지 몰랐어. 운전을 하면 그가 떨어질거고, 그렇게 되면 살인죄가 씌워질까봐 무서웠지. 그의 X신 같은 DNA는 내 차 곳곳에 묻어있고. 핸드폰은 그 빌어먹을 산 속에서 아무런 신호도 못잡았어; 따라서 경찰을 부르는건 불가능했지. 그래서 그 끔찍하고 긴 시간 동안, 난 그냥 기다렸어.  그러다 그 남자가 조용해졌어. 누군가가 내 바로 위에 앉아있는데, 정확히 어느 부근에 있는지 알수가 없으니까  X  같았지. 그가 부스럭거리고 움직이는 소리가 아예 멎었어. 그 남자가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어떻게든 내려갔을 거라고 생각했지. 앞으로 1~2분 동안, 그 사람의 소리가 더들리지 않으면, 조용하고 천천히 트럭을 몰아서 그곳을 빠져나가려고 했어. 그래서 기다리고, 또 기다렸어... 그러다가 고기썩는 냄새가 확 올라왔어. 주변에서 뭔가가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룸미러를 들여다 봤지. 그가 거기 있었어, 그 길고 혐오스러운 얼굴이 내 얼굴과 너무도 가까이 있었어. 내 바로 뒤에 말이야. 내 빌어먹을 트럭 안으로 반쯤 들어와 있던 거야. 어떻게 했는지 알 순 없었지만 조용히 뒷 창문을 열고 몸을 우겨넣고 있었어.  룸미러를 확인하는 X 같은 10초 동안, 그 새끼의 얼굴이 거의 내 어깨에 닿았어. 혀는 흔들거리고, 입냄새는 존나 썩은내가 났어. 그의 다리는 여전히 트럭 천장 위에 있었는데, 그렇다는 건 상체는 상상도 못할 방식으로 비틀려있었다는 얘기지. 우리 시선이 마주치자마자, 그 남자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다가 걸린 사람 처럼 움직임을 멈췄어. 입은 상당히 과장된 모양으로 "오"하고 있었지. 천천히 조심스럽게, 그는 다시 트럭 밖으로 기어나갔어.  표정은 광기어린 기쁨에 사로잡혀선 바뀌질 않았고, 숨소리를 색색거리면서 낄낄댔어. 난 그가 트럭을 거의 다 빠져나갈 때 쯤 얼른 고개를 돌려서 뒤를 봤어. 아마 X발 당장 꺼지라고 소리치려고 그랬나봐. 솔직히 왜 그랬는지 기억은 안 나. 그 남자는 트럭 뒤로 스물스물 기어내려가서 웅크리고, 내가 자길 못볼거라는 듯이 킬킬거렸어. 그가 무슨 게임을 하면서 재미있어 하는게 분명했어. 난 그 남자한테 얼른 썩 꺼지라고 소리질렀지. 내 글러브 박스에 있지도 않은 총으로 당신을 쏴버리겠다는 식으로 말하면서. 그제서야 그 남자는 트럭 밖으로 도망갔어. 그리곤 길 한가운데에서 허리를 쭉 펴고 일어섰어.  X 같은 새끼 키가 한 210cm는 돼보였어, 내 기억이 과장된 걸수도 있지만. 무슨 이상하게 꼬여서 자란 나무처럼 가만히 서서, 길다란 팔을 들고 길다란 손가락으로 내 앞을 가리켰어. 길 저편을 말야.  “왼 편 마지막 집,” 그가 꺽꺽거리면서 말했어, 뒤로 슬금슬금 물러나면서.  “그리고 아침이 밝을 때까지.”  그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어. 이젠 뭔가 두려워하는 것 같았어. 난 그가 무슨 공포영화 70선을 생각하는건지 빌어쳐먹을 피터팬을 생각하는건지 알 수가 없었어.  그는 계속 내 차 앞쪽을 가리키면서 군인처럼 뒷걸음질 쳤어. 그리고 재빠르게 좌향좌를 틀더니 길 옆으로 사라졌어. 어두운 숲속으로. 그 남자의 악취는 계속 내 차 안에 남아있었어. 구역질을 참아가면서 창문을 열고 운전을 시작했지. 난 어쨌든 그 전에는 거기 있지도 않았던 미스터리한 그 길을 따라 몇 시간을 더 운전했어. 그 몇 시간 동안 계속 같은 구간만 있는 것 같았어. 내 트럭에 있는 시계만 시간이 지나고 있다는 걸 알려 줄 뿐이었어.  난 계속 방향을 틀어보기도 하고, 후진해보기도 하고, 별 X랄을 다 해봤어. 근데 곧은 직선도로랑 어두운 숲 말고는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어. 커브나 언덕조차 없었지. 그 러다가 어느순간부터 짜증이 나서 그냥 길을 벗어나 가파르고 울퉁불퉁한 능선을 따라서 오른쪽으로 차를 꺾었어.  그러자 한 순간에 어둠이 닥쳐왔어. 앞 유리에 블라인드가 쳐지듯이. 아니면 내 눈이 지 멋대로 감겼거나 내가 장님이 된 듯이. 내 눈앞에 핸들을 잡은 내 손조차도 보이질 않았어, 내 뒤의 길도 보이지 않았고. 달도 없고, 별도 없었어. 그저 내 트럭 대쉬보드에 있는 시계의 야광 녹색 빛만 어슴푸레 빛났지. 근데 그 빛 마저도 시계 주변으로는 밝히질 못했어. 무슨 어둠이라는 것이 살아있는 생물이라서 광자를 몽땅 잡아먹고 사는 듯 했어.  그래도 난 계속 그 어둠속에서 가파른 비탈길을 따라 아래로 아래로 운전해 내려갔어... 그러니까 점점 어둠이 물러나고 시야가 밝혀지기 시작했어. 마치 아무런 문제가 없는 평소의 밤처럼. 그리고 앞을 보니 아까의 그 빌어처먹을 X 같은 직선도로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내 눈 앞에 나타나 있었어. 잠깐 동안은, 한 새벽 3시쯤까지는, 존나 내가 귀신에 홀려서 무슨 무한루프 지옥에 빠진 줄 알았어. 울음음 터트리고 비명을 질렀어. 또 미친 사람처럼 웃어제꼈어. 그렇게 밤이 지나갔지. 내 가 그 무간지옥에 빠진지 한 8~9시간 쯤 지났을 때, 해가 나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난 내가 익숙한 숲길에 있다는 걸 깨달았어.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난 우리 마을 바로 옆에 있던거야. 마지막 건물이 서 있고, 산 속으로 길이 뻗어있는 곳에.  난 그 곳을 굉장히 잘 알아 - 언덕이랑 숲 속 길도 존나 X발 잘 안다고 - 근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그 곳에 있을 수가 없었어. 불가능한 일이었어. 말 그대로 불.가.능.했단 말이야. 근데 어쨌든 난 거기에 있었어. 숲의 끝에. 나무들 너머로 마을이 보였어, 해가 뜨면서 천천히 깨어나는 우리 마을이. 난 다리 너머의 울창한 숲 속에서 반쯤 마른 개울의 졸졸거리는 물소리를 듣고 있었어. 그 리고 그 곳엔, 길 왼편엔, 그 컬트 집단의 교회가 있었어. 거기에 교회가 있는 건 알고 있었지. 일반적으론 '헤이븐', 공식적으로는 '주님의 빛 교회'라고 불리던 곳이야.  이제 겨우 밝아지기 시작하는 오전 6시에, 그곳은 어둡고 공허했어. 그리고 내 집과 침대를 그리며 그곳을 지나갈 때, 내 트럭은 교회의 빨간 양문 앞에서 멈추고 시동이 꺼져버렸어. 난 겨우 그 밤이 보내고 나니까, 그런 사인을 알아볼 수 있게 됐어. 멍청하게 생각하면 안 됐던 거야. '눈'은 나한테 특별히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악몽과 같은 고문을 하면서 내가 그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말해왔던 거야. 내가 헤이븐으로 쳐들어가서 내가 찾아야 할 사실을 찾아내는 것을.  그래서 난 따랐어. 그 이후의 모험에 관한 내용은 다음 시간에 풀어놓을게. 많은 모험 중에 첫번째 모험이었지만. 이번 글도 충분히 길어졌다고 보거든. 참고 기다려줘서 고마워.  재밌는 점은, 이 긴 글을 쓰면서 내가 아직 좇지 않았던 몇가지 목표가 생각났다는 거야. 아마 거기에 뭔가 새로운 사실이 있지 않을까. 나중에 글을 또 올릴 수 있을 때 돌아올게.  감염된 마을 16 안녕 NoSleep. Clayton이야. 이번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게. 헤이븐 교회는 (대문에 달린 명판에 적힌 걸 보면) 1890년에 마을 설립자 Charles M Hadwell III세와 그의 아내 Olivia에 의해 지어진 맨션을 개량한 2층짜리 건물이야. 중세 빅토리안 양식이고, 백회색의 뾰족한 지붕, 벽돌 굴뚝으로 되어있었어. 원탑 하나가 나중에 지어진 건지, 뒤쪽 코너에 돌출 되어있었고; 2001년 쯤에 Elizabeth의 아버지가 그 원탑을 종탑으로 바꾸려고 했었는데, 자금이 너무 많이 들어서 실패했어. 트렐리스(정원에 줄기식물이 타고 오를 수 있도록 놔두는 격자모양 울타리-역주)를 타고 올라가서 창문으로 들어가보니까, 그곳은 지금은 먼지 쌓인 상자들만 있는 저장실로 쓰이고 있었어. 건물 밖으로 통하는 양문은, 아마 그 때 당시엔 잠겨있었을 거야.  트렐리스는 말라비틀어진 갈색 줄기들만 가득했고, 1층 지붕은 서리때문에 미끄러웠는데, 딱히 올라가는 게 어렵거나 하진 않았어. 적어도 열려있는 창문으로 들어가서 퀴퀴한 침묵과 온기를 느끼기 전까지는 내가 위험에 빠질거라곤 생각지 못했지. 그전엔 그냥 막무가내로 쳐들어가면 컬트 집단한테 들킬거라는 시나리오밖에 생각을 못했어. 들켜도 죽이지는 않을거라고 생각했어. 난 계단 앞에 서서 아래층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오나 귀를 기울였어. 하지만 그 탑엔 버려진 가구나 크리스마스 장식들만 있을 뿐이었고, 난 얼른 교회로 침투했다가 빨리 도망칠수록 좋을 거라는 걸 깨달았어. 나선형의 계단이 위에서 아래로 뻗어있었고, 난 과감하게 계단을 뛰어내려갔어. 낡은 나무 계단에서 나는 삐걱소리가 무슨 천둥소리 같이 들렸지. 난 그저 교회 안이 비어있길 바래야했어. 2층 복도엔 아무도 없었어. 이상할 정도로 비좁았는데, 빅토리안 양식의 성들이 으레 그러듯 했어. 내 뒤로는 계단이 1층으로 이어져 있었지만, 2층의 방부터 살펴보고 싶었어.  내가 있는 2층 복도에는 문이 3개 있고, 복도는 끝에서 오른쪽으로 꺾여있었어. 바닥엔 색 바랜 파란 카펫이 깔려있었는데, 내 발자국 소리를 감춰줘서 다행스러웠어. 난 얼른 방들을 확인했어 - 화장실, 분실물 보관소, 사용된 적 없는 것 같은 침실인데 침실엔 싱글베드랑 정교하게 조각된 빅토리안 옷장이 있었어. 아마 그 곳은 관리인이 어쩌다 가끔 거기서 밤을 보낼 때 쓰는 침실이었을 것 같아. 깔끔하지만 거의 비어있었고 침대시트만 좀 더러웠거든. 거기서 누가 잠을 잔지 꽤 오래돼보였어.  분실물 보관함에는 물건 몇 개가 들어있었어 - 아기 담요, 11학년용 역사 교과서, 남성용 샌들 한 켤레, 여성용 금 손목시계 같은 것들. 여성용 지갑도 있었는데 그 안에서 내가 2학년 때 봤던, 4학기 기간제 영어선생님의 신분증을 찾았어. 그땐 그 선생님이 좋았는데 - 젊고 똑똑하고 재밌으신 분이었거든.  그 선생님만은 믿었었어, 교무실에 계실 때 자주 찾아가서 시간을 보내곤 했단 말이야. 그 신뢰감은, 신분증에서 그분의 흐릿한 증명사진을 보자마자 연기처럼 사라졌지. 아마 그때가 '우리의 작은 마을 안에 컬트집단이 얼마나 침투해 있는지 깨닫게 된 때'였다고 생각해. 정상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 믿었던 사람들까지 전부 연루되어있었어. 끊임없는 물음이 생겨나게 됐고 미쳐버릴 것만 같았어. 내 친구들에 대해서도 의심하게 됐고. 우리 엄마조차도 의심하게 됐어. 그 다음엔 내가 찾은 물건들을 원래 자리에 되돌려 놓고 오른쪽으로 꺾였던 복도로 들어갔어. 거기엔 문 두 개가 더 있었고, 현관홀로 내려가는 메인 계단이 뻗어있었어. 가장 가까운 문 손잡이를 잡으려고 손을 뻗었는데, 건물에서 웅웅소리가 나더니 아래층에서 삐걱대는 소리가 들려왔어. 뭔가 다른 소리가 들리나 들어보려고 했지만 이미 멘붕이 와서 긴 시간을 가만히 서 있기만 했어. 그러다 그 소리가 그냥 건물이 흔들리는 소리였다고 생각하고, 문을 열었지. 잭팟.  그곳은 어떤 사무실이었는데 마호가니와 황동으로 클래식하게 장식된 곳이었어. 완벽한 빅토리안 양식이었지. 난 문을 닫고 가능한 한, 그 곳을 샅샅이 뒤졌어. 그리고 책상에서 지난 사십몇 년 간의 컬트 집단 회의록을 찾게됐어. 잠겨있는 서랍 안에 들어있는 공책에서 찾았지 - 주머니칼이랑 스크류드라이버로 자물쇠를 땄는데, 내 생에 15분이 그렇게 길게 느껴진 적이 없었어. 회의록은 짧았고, 회의는 1년에 특별한 때에만 한두번 열리는 것 같았어. 각각의 회의에는 4~5명이 참석하는 것 같았고, 사람들의 이름은 주기적으로 바뀌는 이니셜로만 적혀있었는데, 아마 핵심층 멤버 중 하나가 은퇴하면 그 대신 다른 사람이 들어오는 것 같았어.  많은 양의 회의록엔 별로 주목할만한 얘기는 없었어 - 대부분 컬트집단의 운영이나 총무 관련 얘기였지. 그러다가 보통 회의가 열리지 않는 달에 열렸던 특이한 회의만 찾아보기 시작했어 - 1월이나 7월 이외에 열린것들 말이야. 내가 정보를 모아놨던 파일이 2014년도에 없어졌을 때, 내가 파일에 끼워놨던 회의록들도 같이 사라졌는데, 그게 사라지기 전에 이미 내가 노트북에 내용을 다 옮겨적어뒀어. 없어졌다가 다시 되찾게 된 노트북. 고마워, Claire. 무튼. 회의록 내용은 이랬어. 처음 열린 회의는 1964년 1월로 기록되어있어. 현재 시장인 Hadwell의 임기 전이니까, 아마 H는 그의 아버지일 거라고 생각해. 너희의 흥미를 끄는 다른 이니셜은 Z일 거야.  처음엔 회의록이 좀 더 디테일하고 길었는데, 이 사람들이 대문자를 정말 랜덤하게 써대서 내가 놓친 부분이 있어도 양해 부탁해. 회의록은 이렇게 시작해: C 와 M이 'Stern 시종'은 우리의 '진실된 신앙인'이 아니라는 유력한 증거를 가져왔다. 그는 다른 시종들에 대해 의심과 의문을 품어왔는데, 특히 승천 의식을 위해 선택받은 것이라는 의문이었다. 우리는 그가 비방과 공포를 '추종자들' 사이에 퍼트리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 '개체'의 생존과 그것의 힘은 승천이 얼마나 영광스럽게 비춰지는 지에 달려있다. H는 내일 있을 설교시간에 이것에 대해 언급할 것이다. 추가로, 'Stern 시종'에게 별 다른 판결이 내려지기 전에, 먼저 충분한 증거를 모아야 한다. Z는 우리 추종자들의 새 멤버에 대해 의심 반 걱정 반으로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며, 위원회 대신 'Stern 시종'에게 찾아가서 사람들에게 무슨 말을 하고 다니는 것인지 진실을 캐낼 것이다. 그리곤, 1964년 2월: Z는 'Stern 시종'이 우리의 '개체'에 대한 의심을 확실히 말했다고 했다. Z는 그의 배반행위를 드러낼 증거를 요구했다. 다른 움직임이 있는지 주시할 것. 다시, 1964년 2월인데 위 내용 이후에 있었던 회의야: 어 젯밤, 'Stern 시종'이 지하 기록보관소에서 사진을 찍다가 발각됐다. 그는 즉시 처형됐다. 그의 동료들을 주시할 것. 경비의 수를 늘려야 한다. 다른 주목할 점은, Z가 2주 동안의 휴가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몇 세대 동안 그의 가문이 우리에게 해주었던 일을 생각하여, 위원회는 그에게 3주의 휴가와 런던행 티켓을 주었다. Z는 매우 기뻐하였고, 위원회는 그에게 축하와 감사를 전했다.  빨리 확인할 게 있어.  저 “지하 기록보관소”라는 게 내 주의를 끌었다는 거야. 그 사무실에서 몇 개의 회의록을 읽고 나서 내 다음 목적지는 지하가 됐지.  Z에 대해 말하자면.  1979년 4월 회의록에 Z의 득남을 축하했다는 내용이 있어. 아마 그 아들이 'Alan을 만나서 치료해주는 척했던 Z'일 거라고 생각해. 또 마을에 있는 동안 Jess를 예의주시했던 사람일거야. 그는 개체를 상대로 움직였던 게 아니야. 설마 너희들도 진짜 라벤더가 그 빌어먹을 일들을 고쳐줄거라고 생각했던 건 아니지? 그와 그의 친구들은 그들의 여주인처럼 온갖 트릭을 써서, 그년이 바라는 목표를 같이 이루려고 했을거야. Z는 컬트집단의 스파이로 오랜기간 일했던 걸로 보여. Liz의 충성스런 애완견으로, 잘못된 정보와 조작질로. 아마 그와 그의 친구 한두명은 개체의 적인 척 하면서 Elizabeth가 시키는 잡일을 했겠지. 마을로 돌아오지 말라는 경고는 감염을 더 퍼트리려는 수작이었어. 또 개체의 힘을 과장해서 퍼트리고, '그것'을 막을 수 없는 강력한 신으로 둔갑시켰지. 심지어 Claire도 그 사람들한테 이메일을 받았어, 말 그대로 "개체의 승리야"라는 것 말고는 별다를 내용도 없는 거였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한테 그 짓을 했는지 모르겠어 - 특히 그 컬트 집단 외의 사람들한테. 또 Liz년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시한폭탄을 뿌려놨는지도 모르겠어. 근데 그년은 더 이상 Z가 필요 없었어, 그건 확실해. 그가 죽었다는 사실을 내가 아니까, 왜냐면 내가 제일 처음 죽인게 Z거든. 그 땐 이미 Elizabeth의 희생양이 되어있었어 - 앙상하고 창백하게 웃고있는... 드디어 승천하게 된거지, 그가 원하던 대로 된거야.   고등학교 졸업 후에 그를 본적이 있어서 알아봤어 - 오랜 가문의 장자, 자기가 개멋있다고 생각한 병X. 그의 이름은 Mason Zabala였어. 내가 알기론 그 땐 레게머리같은건 안했고, 고스족 놀이를 했었지. 그 사람이랑 Elizabeth랑 같이 술마시고 취한 적이 몇 번 있어. 그냥 거절당한 구혼자 중에 한명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난 그를 Liz의 옛날 아파트에서 죽였어. 그날 밤에 집으로 돌아와서 읽어본 나머지 회의록 내용이야. 1988년 12월에 열린 회의록: 약속된 아이의 탄생 축하함. 아기는 건강하고 잘 자라고 있음. 이번에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을 것. 그리고 아래에 손글씨로 쓰여있어: "게다가 자랑스런 애아빠는 진탕 먹고 취해야지! 축하해, H!” 그땐 H가 Hadwell 시장인지 몰랐지만, '그릇'이 1988년 12월 안에 태어나야만 했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어. 마을에서 태어난 아이 명단을 살펴보고 의심이 가는 사람들을 발견했는데, 그게 Liz, Jess, 그리고 나야. 공교롭게도 우리 셋의 아버지가 모두 이니셜이 H인데, 그래도 유력한 '그릇 후보'를 3명으로 줄인 게 어디야. 그 후로 몇 년 동안 내가 진짜 '그릇'인 줄알고, 이 모든 게 다 개체의 계략인 줄 알고 미쳐갔어. 결코 편안해질 수가 없었지.  그 다음 회의록은 계속 내 머릿속에서 궁금증을 자아냈는데, 아직도 그 의미를 모르겠어. 2000년 7월꺼야. H의 둘째 소식에 대해 의논했다. 이번에도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예의주시하며 기다려야 한다.  Hadwell 시장이자 Liz의 아버지인 H는 외동딸밖에 없었어. 또 우리 아버지들한테서 2000년 7월에 아이가 태어났다는 기록은 없단 말이야. 이게 무슨 소리인지 정말 모르겠어. 마지막 회의록, 2007년 3월이야: 화재와 관련하여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의논했다. 7월에 혁신이 있을 것이다. H는 다른 사건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녀가 스스로 깨닫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과거를 되돌아보면, 이 얘기는 Elizabeth에 관한 것 같아, 불이 났던 그날, 걔가 확실히 컬트 집단의 비밀의 방에서 나왔다는 증거지. 아마 걔의 힘을 억제하려고 했던 게 아닐까싶어, 아니면 그들의 꼭두각시로 조종하려고 했었거나. 어쨌든 걘 반항한거지. 이후로 회의록은 없어. 컬트 집단이 아직도 움직이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어 - 아직도 매주 토요일마다 설교가 진행됐으니까 - 하지만 저 핵심층들은 움직이지 않는 것 같았어.  무튼 그 회의록 폴더 아래에 이름표가 붙은 열쇠뭉치가 깔려있었어. 바로 그것도 챙겼지. 내가 스크류드라이버로 서랍을 억지로 여느라, 나무에 기스도 나고 조각들이 떨어져나갔는데, 그건 내가 어떻게 돌려놓을 수가 없었어. 그땐 얼른 “지하 기록보관실”로 가보고 싶었으니까. 계단을 달려 내려가서, 내 목표를 수행하고 빨리 도망치고 싶었어. 또 내가 서랍을 억지로 열어제끼는 동안 아무도 날 잡으러 오지 않은 걸 보면, 이 건물엔 아무도 없는게 분명했어.  아래층의 원형 홀에서 잠시 숨을 골랐어 - 단상이 하나 있고 둥글게 좌석이 늘어서있더라. 그냥 일반적인 교회처럼 보였어. 그리고 의자 사이에서 Hadwell 성경을 집어들었어. 나중에 심심할때 읽기 좋더라고. 지하로 가는 문을 찾는데 3번이나 시도했어. 문에는 이름이 안 써있지 뭐야. 그치만 많은 문들 중에 하나에 "지하"라고 써있는 열쇠를 쓰니까 문이 열리고 그 안에 어둠속으로 뻗어내려간 계단이 나왔어.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내가 그 아래에서 본 것들을 설명하기가 어려워. 단편적인 부분들만 기억나. 일단 그곳이 어둡고 곰팡이 냄새가 심했지만, 난 난간을 잡고 내려가기 시작했어.  그리고 지하에 도착하니까, 온통 파이프랑 이상한 기계들이 가득 들어차있고, 간간히 틈사이로 푸르스름한 빛이 보였어. 핸드폰은 꺼졌고 벽을 더듬어가면서 길을 찾는데, 꼭 눈 뜬 장님이 된 것 같았지. 그 곳은 빅토리안 양식의 건물을 리모델링했다고는 상상하지 못 할 정도로 굉장히 컸어. 또 거길 지나가면서 계속 발자국 소리나 뭔가 내 무릎이랑 머리카락을 만지는 느낌이 들었어. 그게 쥐가 아니라는 것만 확실히 알겠었어. 쥐한텐 길다란 손가락이 없잖아. 마치 사람들이 내 얼굴 바로 앞에 잔뜩 서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 답답한 어둠속에 가려졌지만, 보통 사람이 아무리 어두워도 자기 눈앞에 뭔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감각이 있잖아. 뭔지는 모르겠지만 내 얼굴 바로 앞에서 자기들 이빨 사이로 숨을 쉬는 것 같았어. 그들의 숨소리가 들리고, 폐안으로 공기가 들어가고 나오는 모든 과정을 느낌 수 있었는데, 막상 앞으로 나아가보면 아무것도 없었어.  벽과 파이프 사이로 뭔가가 계속 빛이 들어오는 걸 가로막고 있었어. 몇 초 동안은 그 틈 사이로 나를 들여다보고 사라지기도 했어. 그래서 가능한 한 조용히 있으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몰라. 그치만 그들은 내가 거기에 있다는 걸 이미 알고있었을 거야. 마침내, 난 그 푸른 빛이 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졌어. 너희들처럼 나도 영화에서 오컬트 집단의 의식같은 걸 본적이 있단 말이야 - 검은 망토, 후드, 라틴어로 중얼거리는 사람들, 바닥에 그려진 커다란 펜타그램 뭐 이런거. 근데 이건 그런 게 아니었어. 뭐 적어도 그들이 하는 행위는 그런 의식이거나 비슷한 무언가이긴 했지만. 커다란 방 안에 남자 셋이 있었는데. 그 방은 완전히 검은 곰팡이로 잠식돼있었어. 구석엔 커다란 군집을 형성하고 있었는데, 무슨 질병처럼 이리 저리 뻗어나오는 형세였어. 파란 불빛의 정체는 천장에 매달려서 흔들리는 크리스마스 전구같은 것들이었는데, 누군가가 방의 분위기를 축제처럼 만들려고 했던 것 같아. 나는 밑으로 내려가는 통로 위에 있었는데, 이런 저런 기계들 뒤에 숨어있어서 들키지 않고 그들을 내려다 볼 수 있었어. 그 사람들 중 한 명은 정장을 입고 가죽으로 된 책을 한 권 들고 있었어. 그 책을 손에 넣고싶었지만, 교회에 그런 책은 단 한권만 있는 것 같았고, 책을 지키는 경비는 존나 삼엄했지. 마을이 감염 된 이후에 헤이븐에 다시 찾아가서 그 책을 찾아봤지만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어. 바닥엔 '승천'한 사람들이 기어다녀서 그 아래로 내려가기가 쉽지도 않았고. 아마 아직 그 커다란 방에 있을지도 몰라. 정장을 입고있는 남자는 그 책을 읽고 있었는데,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였어.  "sh", "tl", "k"소리가 상당히 많이 들렸던 걸로 기억해. 나중에 그 언어가 뭔지 알아보려고 발음 샘플을 샅샅이 뒤져봤는데, 제일 비슷하게 들리는 언어는 바로 고대 아즈텍의 '나후아틀어'였어. 물론 그 남자의 발음은 완전히 영어로 들릴만큼 구렸지만. 근데 그냥 그 단어를 입으로 말하는 것만 할 수 있다면, 발음 같은 건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았어. 다른 남자는 근육질이었는데. 검은 점프수트를 입고 장갑을 끼고 위험물질을 다룰 때 쓰는 헬멧같은 걸 쓰고 있었어. 그 사람은 세 번째 남자의 얼굴을 바닥으로 향하게 붙잡고, 그의 양 손을 허리 뒤로 오게끔 하고있었어.  그 세 번째 남자는 반쯤 벗겨져선, 홀쭉 마르고 지저분해보였어. 그리고 다른 두 남자한테 오열하면서 빌고 있었는데, 책을 들고 있는 남자는 계속 그걸 읽기만 했고, 점프수트를 입은 남자는 계속 그를 결박하고만 있었어. 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그 남자의 울음소리는 점점 작아졌어, 처음엔 흐느끼기 시작하다가 나중엔 완전히 침묵이었지. 정장을 입은 남자는 그래도 억양을 바꾸지 않더라고 - 바닥에 있는 남자가 얼굴을 땅에 박고 부들부들 떨기 시작해도 이상하리만치 일관된 음을 고수했어. 그 때 바닥의 남자를 붙잡고 있던 남자가 그를 풀어주고 방 밖으로 조용히 걸어나갔어. 책을 든 남자는 계속 책을 읽었고. 그렇게 몇 분이 흘렀는지 모르겠어. 그러다가 바닥의 남자가 몸을 이리저리 꺾기 시작했어, 정장을 입은 남자는 목소리를 높였고. 좀 신나있는 것처럼 들리기까지 했어. 그 남자가 마지막 몇 문장을 읊을 때는 거의 간질이 아닌가 싶을정도로 몸을 떨더라. 근데 마지막 문장을 읽고 말을 멈추자마자, 그 피해자도 움직임을 멈추고 축 늘어졌어. 그 땐 그 사람이 죽은 건가 싶었지. 아마 너희들은 이게 무슨 일인지 추측해봤을 거야, 그래서 내가 말해주는 얘기를 듣고도 별로 충격을 받지 않았겠지, 무튼 그 피해자의 머리가 천장을 향해 꺾여올랐어. 여기서 잠깐 딴소리를 해보자면. 그 곰팡이에 노출되면 감염이 시작되는 건 자명한 사실이지. 근데 내 생각에 곰팡이는 개체를 전달해주는 중간물질에 불과하다고 생각해, 그 자체로 불가사의한 일을 일으키는 게 아니라. 즉, 그건 진짜 그냥 검은 곰팡이인거야 - Stachybotrys chartarum라는 검은 곰팡이. 한 번 감염이 됐을 때, 어두운 곳에서 빠르게 퍼지는 특성과 능력이 개체의 바이러스나 뭐 그런거에 아주 적합했던 거야. 뭐 모종의 이유로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어서 감염되는 데 몇 주가 필요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두번 이상 노출돼야 감염되는 경우도 있는 거겠지. 감염사건이 터지기 시작했을 때 경찰서에서 훔친 노트북에 관련 문서가 있었어. 지역대학 연구원들이 협조해서 이게 뭔지 추측성 리포트를 써놓은 건데, 작성시에는 CDC에 연락만 해놓은 상태였다고 하네. 물론, CDC에 연락했다는건 구라였지. 궁금한 사람은 개인적으로 나한테 메시지 주면 그 리포트 파일을 보내줄게. 여기에 올리기엔 너무 글이 길어지고 난잡해져. 내 생각에 그 의식은 승천의 속도를 높여서 개체에게 바치고 접신하게 만드는 용도인 것 같아. 그래, 무슨 X 같은 마법주문 뭐 그런거.  근데 효과가 있긴 한 것 같았어. 바닥에 엎어진 남자가 손을 모으더니 아주 천천히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거든. 그 남자가 머리를 들어서 자기 어깨 너머로 고개를 돌리는 동안, 정장 입은 남자는 차갑게 지켜보고만 있었어. 고개를 어찌나 많이 돌리던지, 목에 힘줄이 터질듯이 부풀어올라서 내가 다 움찔했어. 그리고 나를 똑바로 쳐다보는데, 일그러진 미소를 짓고있었어. 크고 하얀 흰자에 바늘로 찍은 듯이 작은 눈동자가, 계속 내가 숨어있는 지점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고. 그리고 그 순간에도 그는 계속해서 상태가 나빠지고 있었어, 꼭 생명력이 어디론가 빨려나가는 것처럼. 그가 늙어갔다는 말이 아니라. 시체처럼 변해갔다는 말이야. 피부는 밀랍처럼 하얘지고 근육이랑 지방이 쑥 꺼져서는, 손가락이 쪼그라들고 서로 붙어버렸어. 발끝에서부터 검게 썩어가기 시작하고, 그가 고개를 다 돌리기 전에 이미 다리 반절이 썩어버렸어. 그 때가 내가 누군가 승천하는 걸 처음 목격한 순간이야, 그 때 든 생각은 다시는 이런 장면을 또 보고 싶지 않다는 거였고.  무튼 그가 그렇게 시체처럼 썩어가는 와중에, 자기의 가느다란 팔을 정확히 내가 숨어있는 곳으로 뻗었어. "손님이 있다..." 그가 바닥에 엎어져서 빌어댈 때랑은 완전히 다르게 깊고 쇠긁는 목소리로 말했어. 그 땐 두피에서도 썩는 게 시작되고 귀 아래로 퍼지고 있었어. 그 사람이 다음에 뭔가 말하려고 했는데, 아래 턱이 쑥 빠지고 혀가 쭉 늘어졌어. 역시 똑같이 썩어가는 기관지가 다 보일 정도였어. 그리곤 검은 액체를 흘리면서 살점이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어.  거기서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가 없었어. 도망가야한다는 직감이 들어서 바로 다시 파이프 사이로, 지하실의 어둠속으로 도망쳤어. 그 사람이 날 가리킨게 아니라고 믿고싶었지만 그러진 않았어. 그리고 정장 입은 남자가 소리치는게 들리고, 다른 발자국 소리들이 더해지더니 날 쫒는 소리가 들려왔어. 갈림길에서는 그냥 아무렇게나 꺾어서 도망치다가, 결국엔 지쳐서 길을 잃어버렸어.  그 다음엔 무슨 할로윈 귀신의 집에서 길을 찾아 헤매는 것 같더라 - 으스스한 푸른 빛이 새어나오는 방이 여러개 있고 그 속에서 검은 곰팡이를 헤집어가면서 길을 찾는거야. 무슨 스냅샷처럼 내 머릿속에 뜨문뜨문 기억나는데 - 작은 감옥같은 것들이 바닥에 들어서있고, 갈색 머리카락들이 얼기설기 뭉쳐있었어. 다른 방에는 환자이송용 들것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고, 그 위에는 시체를 하얀 천으로 덮어놨었어. 또 지저분한 욕조들도 있었고. 이빨이 가득 들어있는 메이슨자들도 있었어. 다른 방은 문이 닫히니까 너무 어두워서 뭐가 보이지를 않더라. 그 큰 방에서부터 도망치다가 잠시라도 멈추게 된건 그 방이 처음이었어. 방 밖에선 사방에서 발소리, 헐떡이는 소리가 들려왔고. 다시 정신을 차리고, 이 곳을 빠져나갈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어. 그러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같은 금속 구조물을 잡게됐는데, 그 구조물 너머에서 뭔가 살아있는 것이 날 만지는 게 느껴졌어. 나는 비명을 지르면서 뒤로 넘어지고 다른 금속 구조물에 부딪쳤는데, 역시 그 뒤에있던 뭔가의 손이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게 느껴졌어. 내 귓속으로 숨을 내쉬는 게 느껴져서, 그 구조물들을 이리저리 밀치면서 후다닥 일어났어. 그러니까 구조물들이 바닥에 우당탕하고 넘어지더라고. 날 쫒던 사람들이 그 소리를 듣고 달려왔나봐. 내 반대편의 문이 벌컥 열리고, 그 뒤로 들어오는 푸른 빛 덕분에 내가 만졌던 금속 구조물들이 뭔지 보이게 됐어. 그 작은 방에 조그만 철창들이 빼곡히 들어차있었던 거야. 1 세제곱미터보다도 작아보이는데, 그 많은 철창들 안에는 거의다 무언가가 들어가있었어. 사람들이 그 안에, 접혀있다시피. 창백하고, 비쩍마른, 웃는 사람들이 이리저리 뒤틀린 자세로 여기저기 상처입은 채, 검은 액체를 온몸에서 줄줄 흘리고 있었어. 그리고 대부분은 안대가 씌워져있었고. 몇몇은 천천히 썩어가는 곰팡이 때문에 사지가 없기도 했고, 떨어져나간 팔다리가 그들 옆에 놓여있었어. '개체'의 먹이창고였던 거야. 지하 보관실이라는 게. 나를 쫓던 사람들이 나한테 멈추라고 소리쳤어. 난 다시 비명을 지르면서 달려나왔고. 그러다가 어쩌다보니 다시 파이프가 가득했던, 내가 들어왔던 곳을 발견하고, 난 다시 계단을 밟고 도망쳐 올라갔어. 그 끔찍한 지하실 문을 쾅 닫고, 버려진 교회를 향해 달려갔지. 사방에서 시끄럽게 울리는 사이렌 소리를 무시하고 비상구를 찾아서 도망나왔어. 써야할 이야기가 훨씬 더 많은데, 그리고 내 과거 이야기를 마무리 짓고 너희의 질문에 답할 수 있을텐데. 그 이야기 전부를 이 포스팅에 다 쓸 수는 없고, 할 수 없지만 나눠서 올려야겠어. 나머지는 내일 올릴게, 24시간 제한이 풀리면 말이야.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이야, 다 말해주는 데에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리든. 내일 돌아올게 NoSleep. --------------------------------------- 원글의 댓글 :  theonewhosees 새글알람이 이렇게 고마울수가! ㄴ     helpmenosleep          그러게 :D [출처] [reddit] 감염된 마을 (15),(16) | 디미토리 ________________________ Clayton처럼 Liz도 방황의 10대를 보냈겠구나. 원하지 않은 운명, 그릇의 몸으로 태어났으니 얼마나 막막했을까. 뭐 모든 것이 준비된 상황이었던 Liz는 뭐든 직접 찾아내야 했던 Clayton과는 달랐던 것 같긴 하지만. 그나저나 원글에 달린 댓글... helpmenosleep은 Liz의 계정이잖아. 역시나 기다리고 있었네, Clayton의 글을. 우린 내일 다시 보자!
퍼오는 미스테리썰) 우리 마을이 감염된 것 같아 9화
다들 뭐하고 있어? 심심하면 나랑 같이 이걸 보도록 하쟈! 1편부터 봐야 재밌으니까 1편부터 링크 걸어줄게 ㅎㅎ 1화 http://vingle.net/posts/2651957 2화 http://vingle.net/posts/2651982 3화 http://vingle.net/posts/2652083 4화 http://vingle.net/posts/2652107 5화 http://vingle.net/posts/2652119 6화 http://vingle.net/posts/2652128 7화 http://vingle.net/posts/2653546 8화 http://vingle.net/posts/2653678 그럼 9화 들어가 볼까? __________________________ 감염된 마을 9 Heather랑 난 너희들의 조언을 받아들여서 밖에 나가서 햇빛을 좀 쬐기로 했어. Heather가 특히 굉장히 좋아하더라고. 너희들이 너무너무 똑똑한 것 같다며. 근데 내 생각엔 햇빛 쬐는게 별 도움이 안 됐던 것 같아. 약간 흐린 날이었는데도, 햇빛 때문에 눈이 굉장히 따가웠어. 그리고 나갔다 들어온 다음에는 너무 지쳐가지고… Heather 말로는 자기는 기운을 좀 차린 것 같다고 하더라. 아예 효과가 없었던 건 아닌가봐. 우리는 매일 한두시간 씩 나가서 볕을 좀 쬐기로 했어. 적어도 매일 정신을 차리고 있기 위해서라도. 우리 둘 다 기억이 드문드문 끊기기 시작했어. 한 번 필름이 끊길 때마다 점점 기억 못 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어. 글을 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야. 예전처럼 손가락이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이지가 않아. 오타가 좀 있더라도 양해해 주길 바라. Blake가 병원에서 돌아왔어. 여전히 진통제와 항생제를 달고 살긴 하지만. 우리 둘은 모텔 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얘를 돌보고 있는 중이야. 우리 방에 다른 사람은 들어올 수 없도록 확실히 하고 있어. 뭐 방 치우는 사람이라던가 그런 사람들도 절대 못 들어오게 하고 있는데… 문제는 그런 청소 서비스라던가 다른 호텔 서비스가 아예 제공이 안 되고 있다는 거지. 이 호텔이 뭐 별 달린 호텔도 아니고, 굉장히 영세한 모텔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체크인 한 이후로 리셉션에 사람이 있는 걸 못 봤거든. 로비에도 아무도 사람이 없어. 그냥 서비스가 안 좋은 건지, 아니면 무슨 일이 생긴건지 모르겠어. 더 이상 죄책감을 느낄 일이 없으면 좋으련만. Blake가 왜 병원에 입원하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이제부터 설명해볼게. 시간 순으로, 알지? 일단 우리가 그 고등학교 지하에 있던 비밀 방에 들어갔던 때부터 설명을 해야겠네. 내가 Hadwell 경전을 집어 들었던 거 기억하지? 그걸 집어들고 나서 책을 읽어보려고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어. 거의 내가 책에 손을 대자마자 우리 뒤쪽에 있는 터널에서 발을 질질 끄는 소리가 들렸거든. 명확하게 다리를 저는 발자국 소리. 그 소리는 시커먼 어둠을 뚫고 다가오고 있었어. Blake랑 나는 숨을 죽인 채, 그 어둠 속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어. 너무 어두워서 존나 개뿔도 안보였지. 그리고, 순식간에 방 문이 쾅 하고 닫혔어. 저번 그 노트북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 둘이 그 방 안에 갇힌거야. 난 문에 가까이 서 있다가, 놀라서 펄쩍 뛰는 바람에 방 중앙에 있던 단에 부딪히고 말았어. 단 위에 있던 것들이 와장창 무너졌지. 그 바람에 촛불도 꺼졌고. Blake는 플래시를 더듬어서 찾았고 나는 그 와중에도 그 가죽 양장 책을 꼭 붙들었어. 여기까지 와서 뭔가 중요해보이는 문서를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거든. 그 책을 읽고 나서 그게 얼마나 잘한 일이었는지 곧 깨달았지만. Blake는 문을 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중이었어. 주먹으로 문을 쾅쾅 때리고 있었지. 엄청 세게 때리고 있어서, 저번에 있었던 그 나무 문은 어떻게 부서지지 않고 견딜 수 있었을까 의아할 정도였지. 하지만 이 문은 강철로 되어 있었고, 밖에서 아주 단단히 잠겨 있었어. 난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는 빽빽한 어둠을 불안한 마음으로 둘러봤어. 꼭 어디 무덤 속에라도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더러운 기분이었다고. Blake는 한바탕 쌍욕을 퍼붓고는 뒤돌아서 나를 붙잡고 꽉 껴안았어. 우리 둘은 그렇게 어둠 속에서 부둥켜 안고 있었지. 둘이 그러고 있으니까 한결 안심이 되는 느낌이었어. 뭔가가 밖에서 문을 박박 긁는 듯한 소리가 났어. 그리고 숨죽인 히죽임 같은 것도 들렸어. 쉭쉭거리는 웃음소리. 밖에 있는 뭔가가 우리를 비웃고 있었던 거야. 우리가 그 어둠 속에서 얼마 동안이나 서로 껴안고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어. 그러고 있는 내내 문 뒤에 있는 그 뭔가는 계속해서 문을 긁어댔고 웃어댔어. 우리는 쓰러진 단 근처에 앉아 있었고, Blake는 조그만 소리에도 깜짝 놀라서 플래시 불빛을 비춰댔지. 그 손톱으로 긁는 소리와 발을 질질 끄는 소리는 진짜 사방에서 들려오는 것 같은 기분이었어. 어디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극도의 긴장감이 느껴졌지만, 아무것도 보이지는 않았어. 어느 순간 나는 너무 토할 것 같아서 내 머리를 다리 사이에 끼고 눈을 감았어. Blake가 잠시 일어나서 방을 살펴보는 동안, 난 그렇게 웅크리고 앉아 있었어. 벼라별 생각이 다 들더라. 심지어 그냥 이대로 포기하고 죽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 몇 시간이 지난 것 같았지. 갑자기 Blake가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 나를 잡아끌었어. 나가는 길을 찾았다는 거야. Blake가 다 쓰러진 단 뒤에 있었던 두번째 태피스트리를 찢었어. 그랬더니 그 뒤에 커다란 구멍이 나왔어. 우리 둘이 기어서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큰 구멍이었지. 나는 너무나 안도한 나머지 울음을 터트렸어. 그리고 먼저 들어간 Blake를 따라서 그 구멍으로 들어갔어. 우리 둘 다 그 구멍이 어디로 통하는 건지는 전혀 상관하지 않았어. 그냥 그 좆 같은 방에서 나가고만 싶었으니까. 우리가 들어간 그 구멍은 그냥 흙바닥이었는데, 갈수록 점점 경사가 급해지고 있었어. 우리는 최대한 빨리 안으로 기어들어갔어. 하지만 얼마 가기도 전에 갑자기 뒤에서 그 비밀 방의 문이 쾅 하고 열리는 소리가 났어. Blake는 나를 자기 앞으로 떠민 다음에, 다급하게 “빨리 가! 빨리!” 하고 속삭였어. 뒤에서는 그 크리쳐가 발을 질질 끌면서, 하지만 사뭇 빠른 발걸음으로 우리를 쫓아오고 있었어.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어. 어느 순간부터 우리가 기어들어갔던 그 터널은 점점 넓어지고 있어서, 허리를 살짝 굽힌 채로 뛰어갈 수 있을 정도가 되었어. 흙바닥은 거친 돌바닥이 되어 있었고. 우리를 뒤쫓아오던 크리쳐 역시 우리를 따라 터널로 들어왔지. 그것이 내뱉는 거친 숨소리가 터널 안을 가득 채웠어. 난 그것이 움직이는 동작 하나하나, 내뱉는 숨소리 하나하나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어. 정신없이 도망가고 있었기 때문에 플래시 불빛을 뒤쪽으로 비출 새도 없어서, 내 뒤를 볼 여유조차 없다는 게 날 미치게 만들었어. 그게 어디까지 왔는지 보려고 어깨 너머로 힐끗 본 순간, 난 벽에 부딪혔어. 바로 코앞에, 너무도 단단하고 야속한 벽이 그냥 불쑥 솟아 있었던 거야. 그 앞에서 그 괴물이 우리에게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Blake에게 매달려서 그냥 안절부절 못하고 서 있었어. 그 때 Blake가 뭔가 소리치고는 내 엉덩이 쪽을 붙들고 날 위로 번쩍 들었어. “그거 잡아!” 난 한껏 팔을 뻗어서 벽면을 열심히 더듬었어. 손에 뭔가 금속 막대 같은 게 잡혔지. 사다리였어. 끝부분이 땅에서 한 150cm 정도 높이로 떨어져 있는 사다리. 내가 힘겹게 몇 칸 올라가자 Blake는 훌쩍 뛰어서 어렵지 않게 사다리에 올라올 수 있었어. 원래부터 힘이 그렇게 셌던 건지, 아니면 극도의 위기 상황에서 몸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 건지는 모르지. 뭐 상관 없었어. 아직도 어둠 속에서 그 크리쳐가 우리를 바싹 뒤따라오고 있었으니까. 뭔가를 미친듯이 웅얼웅얼거리고 있었어. 그냥 알 수 없는, 언어같지 않은 그런 말들을. Blake가 나중에 나한테 말하기를, 분명 그게 자기 청바지 밑단을 붙잡은 것 같아서 있는 힘껏 발길질을 했는데 아무것도 발에 걸리는 게 없었대. 사다리를 계속 올라갔더니 천장에 무거운 문이 하나 달려 있었어. 분명 평소의 나였다면 절대 열지 못했을거야. 하지만 당시 내 몸엔 아드레날린이 흘러 넘치고 있었고, 어떻게 간신히 문을 열고 밖으로 엉금엉금 기어나왔어. Blake가 나를 뒤따라 기어나왔고, 바로 문을 닫아 버렸어. 자갈이 깔려 있는 통로였어. 학교 건물 바로 옆에 나 있는 통로. 우린 밖으로 나온 거야. 거기 안에 들어가 있는 동안 시간이 많이 지났는지 밖은 이미 어둑어둑해지고 있었어. 우리 등 뒤로 달이 떠오르고 있었지. 깊은 안도감이 내 전신을 휘감았어. 난 Blake와 눈을 마주쳤지. 우리는 불안한 마음으로 조그맣게 웃기 시작했지만, 이내 웃음소리는 점점 커졌어. Blake는 닫힌 문 위에 대자로 널브러진 채로 크게 웃었고, 나는 배를 움켜쥐고 낄낄거렸어. 그때까지도 Hadwell 경전을 놓치지 않고 무사히 가지고 나왔다는 사실이 날 더 크게 웃게 만들었지. 그 때 Blake가 누워 있는 바로 밑에서 쿵 하는 소리가 났어. 누가 주먹으로 철문을 후려친거지. 우리는 식겁해서 곧장 거기서 벗어나기로 했어. 짐을 다시 추스리고, 우리는 앞을 막고 있는 폴리스 라인을 넘어서 서둘러 뛰어갔어. 가볍게 비가 내리고 있었고 난 자유의 기쁨을 마음껏 만끽했어. 그때까지만 해도 너무너무 기분이 좋았지. 왜냐면 뭔가 중요해보이는 책이 내 수중에 있고, 그 책 때문에 그 크리쳐가 우릴 끈질기게 쫓아 왔었잖아? 그건 우리가 뭔가 이 모든 상황을 뒤집어 엎을 수 있는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겠어? 난 그렇게 한없이 낙관적으로만 생각했지. 하지만 그게 아니었어. 책 속에 뭔가 비밀이 있긴 했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어떤 방법을 찾은 건 아니었지. 하지만 그 순간에는 마치 우리가 이긴 것만 같은 기분이었어. 마치 아까의 그 사건이 우리의 마지막 시련이라도 된 것 같았다고. 난 바로 호텔로 돌아가지 않고 학교를 좀 더 살펴보기로 결정하고 내 폰을 꺼내서 학교 사진을 좀 찍어보기로 했어. Blake도 자기 카메라를 꺼내서 몇 장 찍었지. 걔 카메라로는 뭐가 나오긴 하더라. 아마 우리가 곰팡이랑 살짝 떨어져 있어서 그런 걸지도 몰라. 내 건 별로 뭐가 선명하게 나오진 않았어. 이거 세 장빼고는. 첫 번째 사진은 학교 서쪽에서 이층이랑 삼 층을 찍은 사진이고, 두번째랑 세번째는 우리가 처음 학교 안으로 들어갈 때 썼던 비상계단을 찍은 거야. 세 장 다 밑에 담배가 같이 찍혔네… 미안. 당시에 담배가 진짜 간절했었거든. 그리고 확실히 난 사진 찍는 데 재능이 없나봐. 내가 저 사진들 찍는 동안, Blake는 아까의 그 통로 쪽에서 사진을 계속 찍었어. 그때는 별 말 안했는데, 나중에 들으니까 우리가 탈출했던 그 터널 쪽에서 계속 발소리가 들려서 그쪽으로 가봤대. 그랬더니 그 인도 쪽에 뭔가가 있었다는거야. 바닥에 계속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는데, 길을 비추는 가로등 불빛을 피해서 그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었다는 거지. 그러더니 그 크리쳐가 똑바로 일어나서 자기 쪽을 한참을 바라보다가, 난간 위로 기어올라가서 벽 높은 곳에 나 있었던 조그만 구멍으로 들어가버렸대. 다시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간거지. 나는 Blake가 그것을 마주하자마자 바로 도망치지 않고 사진이나 찍고 앉아 있었다는 걸 알고 무지 화를 냈어. 하지만 Blake는 그것의 움직임이 너무 느려서 자기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확신이 들었대. 이게 걔가 찍은 사진들이야 사진을 다 찍고 나서, Blake는 나를 차 안에 들어가게 했어. 그리고 차를 몰아 다시 모텔로 돌아갔지. Heather가 엄청 불안해하면서 기다리고 있더라고. 예상했던 시간보다 훨씬 늦게 돌아왔으니까. 나는 모텔에 돌아오자마자 이메일을 확인했어. rjtwlzbt@guerillamail.com에서 이메일이 하나 와 있더라고. GuerillaMail은 나도 잘 알지. 왜, 그럴 때 있잖아. 어떤 사이트에 가입하고는 싶은데 그 사이트로부터 스팸메일은 받고 싶지 않을 때. 그 때 이메일 란에 GuerillaMail 주소를 썼었지. 고딩 때 많이 쓰던 방법이었어. 거기 이메일 주소는 일회용인데다가, 한 번 쓸 때마다 랜덤으로 주소를 배정해주니까, 다시 회신을 받을 수가 없는거지. 나한테 이메일을 보낸 사람은 다시 답장을 받는 걸 꺼려하는 듯 했어. 이게 그 전문이야. 복붙할게. Claire. 아마 나에 대해서 그렇게 신뢰가 가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한 번만 믿어봐. 밑지는 장사는 아니니까. 나는 Alan이랑은 아주 친한 친구였어. 그리고 지금 Elizabeth는 점점 미쳐가고 있지. 레딧에 올라와 있는 곰팡이 관련 시리즈를 다 읽어봤어. Alan이 그랬던 것처럼, 난 그냥 포기하고 가만히 손가락 빨고 있지는 않을거야. 그렇다고 내가 Alan처럼 무모하게 달려들거라는 뜻은 아니고. Alan은 내 가장 친한 친구 중에 하나였지만, 걔는 항상 너무 순진했어. 난 무신론자야. 하지만 만약 당장 내일이라도 신이 우리 집 문 앞에 딱 나타나서 자기한테 경배하라고 하면 난 그렇게 할거야. 거기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쳐봤자 나만 손해잖아? 그래서 난 총을 샀어. 그리고 지금은 총 다루는 법을 배우고 있는 중이야. 자기 자신을 기만하려고 하지마, Claire. 여기에는 어떤 치료 방법도 없다는 걸 알고 있잖아? 내 추론에 의하면, ‘그것’은 사람들의 몸을 빌려야만 살아갈 수 있는 것 같아. 그리고 몸은 총알구멍이 나면 움직일 수 없지. None of this following-me-around-watching-me-shit you pulled on Alan and Jess. 나에 대한 고정관념을 심어주고 싶지 않아서 하는 말인데, 난 무슨 영화에 나오는, 이런 일을 숱하게 겪어 본 상남자 뭐 그런 건 아니야. 오히려 난 이 일을 겪기 전까지 싸움이라고는 한 번도 안 해본, 강함과는 거리가 먼 그런 남자거든. 내 전공은 컴공이었어. 중간에 자퇴하기는 했지만. 하지만 크툴루 신화가 (역자 주: Lovecraft 소설에 등장하는 신화적 세계관. Hadwell 성경에 나와 있는 창세기와 비슷한 점이 있음) 책을 뚫고 나와서 진짜가 되어 버린 이 지경에 코딩은 별로 쓸모가 없더라고. 근데 한 가지 다행인 점은 뭔지 알아? 실제로 겪어 보니까, 조심스럽게 머리를 굴리는 편이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보다 훨씬 도움이 되는 것 같아. Nosleep은 양 날의 검이야. 그곳의 많은 사람들이 올리는 글들이 날 지금까지 안전하게 지켜줬어. 그들이 올리는 많은 정보들을 통해서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있었고.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너의 글들을 보고 이 일에 대해서 알게 되는 걸 마냥 시기할 수만은 없는 노릇인 거지. 하지만 그 ‘다른 사람’에, 네가 이 일에 대해서 몰랐으면 하는 그런 사람들도 포함이 된다는 걸 명심해. 그냥 조심하라는 거야. 근데 이 메일은 받는 즉시 nosleep에 올려줬으면 해. Elizabeth가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이 뭔지 알았으면 좋겠거든. 이건 너한테 말하는 거야, Liz. 너가 다시 nosleep에서 활동하고 있다니 매우 기쁘네. 난 너가 helpmenosleep이랑 alanpwtf 이 두 계정을 컨트롤하고 있다는 걸 알아. 그리고 니가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사람들을 엿먹이면서 얼마나 즐거워하고 있는지도 알고 있지. 내가 널 잡으러 갈 거라는 것도 알았으면 좋겠다, 이 개년아. 지옥에 분명 너 같은 배신자를 위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을 거야. 넌 사람들이 니가 그냥 우연히 이 모든 상황에 휘말리게 된 거라고 믿길 바라겠지만 그건 존나 개뻥이지. 넌 피해자가 아니야. 너가 바로 이 모든 상황을 폭발하게 만든 촉매잖아. 니가 바로 그 ‘육체’지. 내가 Illinois로 이사가기 전, 그 마을에 살고 있었을 때, 넌 항상 너의 추종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널 싫어하는 걸 전혀 숨기지 않았지. Jess랑 Alan이랑 맨날 그것 때문에 싸웠잖아. 왜냐면 걔네는 널 사랑했으니까. 걔네는 널 사랑했다고. 근데 넌 걔네를 배신했지. 니가 그 힘을 니 수중에 넣자마자 바로 걔네를 배신했어. 널 찾을 거야. 그리고 널 파괴해 버릴 거야, Elizabeth Hadwell. 니가 내 친구들한테 한 짓과 우리 마을에 한 짓, 그리고 아무 상관 없는 순진한 다른 모든 희생자들을 위한 복수를 할거라고. Claire, 이제 다시 너한테 하는 말이야. 니가 그 마을에 있다니 진짜 유감이네. 글 쓰는 거 보면 되게 괜찮은 애인 것 같은데. 하지만 이건 너가 그냥 피하고 싶다고 외면하거나 무시할 수 있는 종류의 일이 아니야. 나도 그렇게 해 봤어. 아무 소용 없었지. 그냥 신중하게 움직이는 수밖에 없어. 항상 긴장을 놓지 마. 그리고 쓸데없이 오지랖 부리지 말고. 누군가가 좆된 것 같아도 도와주려고 하지 마. 왜냐면 그 사람들은 이미 좆됐으니까. Z한테 연락 와도 무시해. 이건 치료할 수 있는 그런 게 아니야. Alan이 어떻게 죽어갔는지 읽어서 알잖아. 내 조언은, 그냥 그 마을에 갈 떈 항상 가스마스크를 끼라는 것 뿐이야. 절대 다른 사람들에게 마을 위치를 알려주면 안돼. 몇 달 전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지만, 너가 글에 올린 내용을 보고 뭔가 실마리를 잡았어. 니가 말했던 그 노트북 있잖아. 그것 좀 봤으면 좋겠는데. 아마 Liz 노트북일거야. 걔를 어떻게 하면 물리칠 수 있을 지 큰 힌트를 줄 수 있을지도 몰라. 항상 뭔가 비밀을 가지고 있었고 그걸 숨기려고 굉장히 애를 썼기 때문에 아마 비밀번호가 걸려 있을 테지만, 내 생각엔 풀 수 있을 것도 같거든. 한 번 만날 수 있을까? 만약 혼자 오는 게 불안하다면, 니 친구들이랑 같이 와도 돼. 너를 해치려고 그러는 게 아니야. 이 상황에서 약속 같은 건 정말 의미 없다는 건 알지만, 하여튼 약속할 수 있어. 난 너를 도와주고 싶어서 그래. 나한테 문자해. 너한테 시카고 지역번호로 문자 보냈던 사람 있지? 그게 나야. 언제쯤 만날 수 있을 지 알려줘. 우린 서로 도와야 돼. 난 그 마을에 대해서 상당히 많이 알고 있고 너는 그 노트북을 가지고 있지. 부탁이야. 내가 너한테 어떻게 신뢰를 줘야 할 지 모르겠어. 하지만 우리 둘 다 이젠 더 이상 잃을 것도 없잖아? 빠른 시일 내에 연락이 되길 바랄게. 여행자(The Voyager)가 _ 사실 이 메일은 이 주 전에 온 거야. 근데 여기 올리지를 못했네. 내가 이걸 쓰는 데 얼마나 걸릴지 알 수가 없어서 말이야. 음… 이건 좀 스포일러인데, 우리 Clayton이랑 결국 만났어. (그 자칭 여행자의 진짜 이름이 Clayton이더라고) 그리고 난 그를 만난 걸 후회해. 근데 너희가 생각하는 그런 이유 때문에 후회하는 건 아니야. 이 사이비 종교 집단은 굉장히 위험하고 교활하기 때문에 우리가 받을 수 있는 도움은 다 활용해야 해. Elizabeth Hadwell이 중요한 키가 될 거야. Alan과 Jess가 자기들의 가장 친한 친구라고 했던 이는 알고보니 ‘개체’와 손을 잡은 공모자였어. Liz는 그들을 배신했고 그들이 그냥 죽게 내버려뒀어. 그리고 지금은 자기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 모두의 뒤를 쫓고 있지. 그녀의 미친 질주를 멈춰야 해. 그러니까 일단 Elizabeth를 찾아야겠지. 감염된 마을 10 참고: 이 일기는 Claire가 4개월 전, 감염된 마을에서 본인이 겪은 일을 기록한 것이다. Claire는 나에게 이 일기를 이곳에 올려달라고 부탁했다. 그녀 스스로 더 이상 글을 올릴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일기들이 Claire가 발견한 것들을 충실하게 설명해줄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일기의 시작 시점은 Claire가 Nosleep에 글을 올리기를 멈춘 시점과 동일하다. 이것을 올리는 것이 왜 이렇게 늦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일기가 끝난 다음에 설명하도록 하겠다. -Clayton (여행자) [일기장의 표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Clatyon, 그들은 알 권리가 있어. 시간이 될 때 이 일기를 nosleep에 올려주기를 바라. 그리고 네가 나한테 해줬던 이야기를 그들에게도 해줘. 하나도 빼놓지 말고. 이건 내 마지막 부탁이야. 내가 저번에 니 부탁 들어줬잖아. 아이디: vainercupid 비밀번호: ********** [개인정보이므로 별표 처리함] 고마워. 다른 쪽에서 다시 보자. Claire _ 2014년 4월 12일 이제 전기를 쓸 수가 없어. 미안해, nosleep. 내 핸드폰 충전기 케이블이 죄다 썩었거든. 플라스틱이 말라비틀어졌고, 구리선은 다 헤졌어. 그냥, 그냥 일어나니까 그렇게 되어 있네. 하여튼 그래서 이제 폰은 꺼졌고, 내 노트북은 그냥 존나 망가졌어. 이 방 전체가 그냥 다 썩어들어가고 있는 것 같아. 나도 같이 썩고 있는 느낌이야. 그냥 이대로 시들어서 죽어버리는 느낌. 내 손이랑 발을 보면 그냥 정상처럼 보여. 아무것도 바뀐 게 없는 것 같지. 하지만 변화는 내부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어. 뭔가가 내 몸 속을 기어다니고 있는 게 느껴져. 피부 저 아래에, 수억 개의 기생충들이 내 근육과 뼈 속에서 꿈틀대고 있는 기분이야. 내 손톱을 자세히 관찰하면, 손톱 바닥이 갈색으로 썩어가고 있는 게 보여. 여행자 (진짜 이름이 Clayton이라고 저번에 말했지.) 그 개새끼가 Elizabeth Hadwell의 노트북을 가져갔어. 자기가 가지고 있는 편이 훨씬 나을 거라면서. 자기가 어쩌면 모든 걸 고칠 수도 있을거라고. 그가 다시 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야. [Clayton의 노트: Claire와 처음 만날 때 난 “여행자”라는 가명을 사용했다. 내 신상 정보를 드러내고 싶지 않았으니까. 내 옛날 게임 아이디였기도 하고, 내 이메일 주소에도 ‘voyager’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기도 하고. 고등학교 때부터 Alan이랑 Lisa가 날 그 별명으로 불렀었다. 그리고 나중에는 Jess랑 Elizabeth가 날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고. ] 시간관념이 무너지고 있어. 중간중간 기억이 끊기는 건 물론이고, 점점 선후관계도 뒤죽박죽이 되어 버리는 것 같아. 일단 내가 생각하기에 처음 일어났던 일부터 설명해볼게. Clayton이 나한테 그 이메일을 보낸 뒤부터, 우리 둘은 많은 이야기를 했어. 문자도 했고, 전화도 했고. 난 걔가 날 속이고 있지 않다는 걸 최대한 확실히 해두어야 했으니까. Clayton은 계속해서 자기는 날 도우려고 하는 것이며, 이 모든 일들을 멈추려고 하고 있다고 반복해서 말했어.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볼거라고. 자기는 Elizabeth와 Jess, Lisa, Alan, Alex 모두를 알고 있다고 나한테 얘기했고, 나를 직접 만나서 그들의 이야기를 해주겠다고 했어. 그치만 막상 만나니까 그것에 대한 말은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지. Clayton이 나한테 거짓말을 한 건 확실하지만, 그가 이 모든 일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것 역시 확실해. 자기가 그 노트북 비밀번호를 풀 수 있다고 했고, 그게 우리한테 유일한 답이 될 거라고 했으니까. 하여튼 그래서 우리는 Clayton과 만났어. 나랑 Blake랑 Heather랑. 우리보고 마을로 들어가는 그 다리에서 보자고 하더라고. 우리는 다리로 갔지. 삼십 분 정도 기다렸어. 아무도 나오지 않았어.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던 것 같아. 내 기억으로는. 그 때 다리 밑에서 뭔가가 질질 끄는 발자국 소리를 내면서 움직이기 시작했어.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지. Heather는 완전히 겁에 질려서 빨리 가자고 했어. 난 거절했고. 그때 난 점점 절박해지고 있었거든. 난 내가 이미 완전히 감염됐다는 걸 그 때 이미 깨달은 상태였고, 그가 뭔가 방법을 가지고 있다면 어떻든간에 그와 대화를 해 볼 생각이었어. 그 발자국 소리는 Clayton이 내는 소리라는 게 밝혀졌어. 그는 다리 밑에 있는 베이스캠프에서부터 기어올라오고 있었지. Clayton을 보자마자 걔가 저번에 봤던 그 가죽자켓이라는 걸 알아차렸어. 저번에 우리 셋이 차 타고 마을을 한 번 쭉 돌 때, 가죽자켓 입은 남자가 드레스 입은 여자를 데리고 걸어가고 있었잖아. 그 때 Clayton은 우리를 피해서 달아났었지. 그냥 평범한 보통의 남자였어. 뭔가 외관상의 특징이 딱히 없었다고나 할까? 생각보다 젊은, 우리 나이 또래의 키 큰 남자였어. 어두운 갈색 머리에 덥수룩한 턱수염에. 근데 되게 지저분했어. 먼지투성이에 냄새도 엄청 났고. 몇 달 동안 길거리에서 지낸 것 마냥. 전화 통화를 했을 때 받았던 인상이랑은 완전 딴판이라서 좀 놀랬지. 목소리는 되게 또렷하고, 발음도 굉장히 정확해서 이런 모습일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거든. 그는 다리 난간을 잡고 기어올라와서 우리 맞은 편 다리 끝에 가서 섰어. 그리곤 먼지를 털어냈지. 그 다음으로는 딱히 별다른 일이 없었어. 우리한테 말 한마디 안 했거든. 난 그의 이름을 불렀지만, Clayton은 그냥 고개 한 번 끄덕하고 우리한테 다가오지도 않았어. 그냥 불빛을 차례로 우리한테 비춰서 한사람 한사람 꼼꼼히 살펴 볼 뿐이었지. 그러다가 갑자기 얘가 깜짝 놀라면서 뒤로 휘청이는거야. 난 우리 뒤에서 뭔가가 다가오나 싶어서 뒤를 돌아봤지만 뒤에는 Blake랑 Heather 뿐이었어. 우리는 모두 어리둥절해서 눈만 끔뻑이고 있었지. Clayton이 갑자기 우리에게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어. 뭔지는 정확히 못 들었지만 대충 “씨발 것들! 대체 뭘 하고 있는거야? 저리 꺼져! 날 쳐다보지도 마! 당장 꺼져버려! 이 엿 같은 괴물 놈들! 너넨 다 괴물이야!” 뭐 이런 내용이었어. 진짜 완전 뜬금없었지. 엄청 부적절하기도 했고. 솔직히 말하자면 진짜 무슨 정신이상자 같았어. 그가 제정신이 아니라는 걸 그 때 깨달았어. Clayton이 갑자기 총을 빼들었어. 까만 피스톨. 허리춤에서 꺼내더니 우리를 정확히 조준하더라고. Heather가 소리지르기 시작했어. Clayton도 질세라 마주 고함을 쳤지. 그러니까 Blake도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어. Heather와 나를 자기 뒤로 보내면서. 난 존나 이게 무슨 상황인지 너무 혼란스러웠어. 진짜 겁나 카오스였어. Blake가 갑자기 Clayton을 향해서 두어 발자국을 걸어갔어.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어. 병신 짓이었지. 총성이 폭발했어. Blake는 땅으로 쓰러졌고. Clayton은 마을 쪽으로 뛰어가기 시작했어. 총알이 Blake의 오른쪽 어깨를 관통하고 지나가고도 모자라 Heather의 왼쪽 귀마저 찢어 놨어. 우리는 전보다도 훨씬 크게 소리를 지르면서 지혈을 하려고 난리를 쳤어. 난 Blake 옆에 앉아서 내 손을 상처에다 대고 힘껏 눌렀어. 영화에 보면 다들 그렇게 하잖아. 압박을 해야지, 안그래? 정확히 어떻게 했는지는 잘 기억이 안나지만, 하여튼 어찌저찌 Blake를 차 안으로 옮겼어. Heather는 피와 눈물을 철철 흘리면서도 운전대를 잡았고, 난 Blake와 함께 뒷좌석에 앉았어. 계속 어깨를 손으로 꾹 누르고 있는 상태였지. 엄청나게 고통스러워 하고 있었고, 얼굴색도 굉장히 창백했어. 우리는 곧바로 병원으로 갔어. 병원에 거의 반 정도 다 와서야 내가 노트북을 그 다리 위에다가 놓고 왔다는 걸 생각해냈지. 하지만 그 상황에서 그걸 다시 가지러 갈 수는 없었어. 곰팡이랑 온갖 괴물이랑 감염이랑… 이젠 거기다가 총기 난사를 일삼는 미친놈까지 상대해야 했으니까. 내가 땅에 떨어트려서 고장났을 수도 있는데, 그걸 가져가자고 그 수많은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었으니까. 병원에 도착해서, 우리는 의사한테 Blake를 격리조치 해달라고 부탁했어. 전염성 질병을 앓고 있다고. 의사가 실제로 그렇게 해줬는지는 잘 모르겠어. 우리가 병원을 떠날 때 Blake는 이미 의식이 없는 상태였거든. Blake를 혼자 두고 싶지 않았지만, Heather가 우리 둘이 이런 공공장소에 있는 것만으로도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지. Blake는 며칠 있다가 다시 모텔로 돌아왔어. 꽤 많이 꼬맨데다가 진통제도 엄청 많이 가지고 왔지. 의사들이 다들 퇴원하면 안된다고 말렸다던데, 사람들이 많은 장소에 오래 있으면 안될 것 같아서 그냥 재빨리 퇴원해버렸대. 특히 병원에는 아픈 사람들 투성이니까. 병원 직원들이 우리를 무슨 이상한 은둔자 집단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긴 하지만.. 뭐 될대로 생각하라지. 이만 줄여야겠어. 더 이상은 못 쓰겠네. 손이 아파서. 너무 피곤하다. [Clayton의 노트: Claire의 일기에서 내가 더 첨가한 내용은,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 괄호 안에 굵은 글씨로 쓰도록 하겠다.] 2014년 4월 13일 (?) 내가 느끼는 바로는 일단 13일이야. 하지만 아닐 수도 있어. 저번 일기를 쓰고 일주일이 지났을 수도 있겠지. 그냥, 어떻게 일어나기는 했어. 이야기는 계속 해야겠지. 과연 이걸 누가 읽어나 줄까 하는 의심이 점점 더 들기는 하지만. 이 셀프 격리의 제일 안 좋은 점은 너무너무 지루하다는 거야. 누가 너희 손에서 컴퓨터랑 핸드폰을 억지로 뺏기 전에는, 너희가 하루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컴이랑 폰 붙들고 사는지 아마 인식도 못할걸. 이 호텔 방에 갇힌 채로, 숨막히는 정적 속에 하루가 그냥 흘러가고 있어. Blake는 진통제를 먹고 기절하듯이 잠들어 있어. Heather는 그냥 창가에 조용히 앉아 있고. 우리 모두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아. 그래서 일기나 쓰려고. 모든 것들을 여기에 설명해보려고 해. 내가 만약 정신을 완전히 놓게 되면, 여기에 쓴 글들을 지우기는 더 힘들어지겠지. Blake가 병원에서 돌아온 다음 날까지도 내 폰은 여전히 잘 작동하고 있었어. 그리고 Clayton이 나한테 알아들을 수 없는 문자를 보냈어. Clayton: 닭장에 여우가 한 마리 있다. 내가 분명 후회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난 그에게 답장을 했어. 지금 나한테 핸드폰이 없는데다가 그 때의 그 대화를 어디다가 받아 적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내용은 아닐거야. 근데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기억해서 옮겨 적어볼게. 기억해라, 기억해 내. [Clayton이다. Claire가 일기장에 갈겨 쓴 우리 대화는 부분적으로만 맞다. 내 대화 기록에 남아있는 우리 대화를 정확하게 옮겨 적어 보겠다. 확실하게 말하는데, 토시 하나 안 틀리고 그대로 적은 것이다. 내가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다. 그럴 마음도 없고.] CLAYTON (1:03 AM): 닭장에 여우가 한 마리 있다. CLAIRE (1:14 AM): 미친놈아, 뭐하는 짓거리야?! 넌 Blake를 쐈잖아! 우릴 그냥 내버려 둬! CLAYTON (1:15 AM): 네 친구를 해칠 생각은 없었어. CLAYTON (1:15 AM): 미안해. CLAIRE (1:18 AM): 역 먹어! 총 들고 남 위협하는 게 니 일이냐? 너도 그 사람들이랑 똑같이 미친놈이야. [이 문자를 받고, 나는 나한테 문자를 보내는 사람이 진짜 Claire인지 살짝 걱정이 됐다. ‘개체’와 Liz는 문자메시지를 통해서 사람을 조종하는 데 아주 능숙하기 때문이지. 그리고 ‘엿’을 ‘역’이라고 오타 낸 게 날 아주 불안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Claire가 아닌 다른 그 무언가가 나를 속이려고 문자를 보내는 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답장을 하지 않았지. 이건 여담이지만, 나는 감염된 사람들이 오타를 내는 건 그들의 운동 기능이 점점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바이러스가 사람의 몸 속에 들어오게 되면, 근육의 질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손과 발의 살들이 서로 붙어버리기 때문이다. ‘개체’에게 잠식당한 사람들이 심각하게 오타를 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CLAIRE (1:27 AM): 너도 그 사이비 광신도 중에 하나지. 니가 그 썅년 Elizabeth Hadwell의 하수인이라는 걸 알고 있어. [이 문자를 보고 난 흠칫 놀랐다. 난 Liz를 상당히 오랫동안 알고 지냈다. 이 일들이 일어나기 몇 년 전부터 알고 지냈기 때문에 그녀를 아주 잘 알지. Liz는 스스로를 ‘썅년’이라고 절대 부르지 않는다. Elizabeth Hadwell은 내가 본 사람들 중에 가장 자기중심적이고 자아도취적인 인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를 속이려고 하는 순간에도 결코 자기 자신을 그런 식으로 모욕하지 않을 사람이지. ‘개체’ 역시 절대로 Liz를 그런 식으로 부르지 않을 것이다. 그 둘은 분리된 인격이지만, 서로를 그리고 그들 스스로를 그 누구보다도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답장을 했다.] CLAYTON (1:34 AM): 난 광신도가 아니야. 그리고 결코 Elizabeth의 하수인도 아니고. 지금 혼자 있어? 너한테 전화해야 할 것 같아. 니가 알아야 할 게 있어. [Claire는 답장하지 않았다. 나머지는 Claire가 설명하도록 하겠다.] 그 때 내 폰 배터리가 나갔어. 그래서 그가 나한테 전화했는지 안했는지는 알 방법이 없지. 그 직후에 내 필름이 끊겼던 것 같아. 왜냐면 내가 그 다음으로 기억하는 건, 침대에서 일어나 봤더니 내 폰 충전기 코드가 망가져 있던 거였거든. 그게 그리고 나의 문명 사회와의 단절을 뜻하는 시발점이었어. 그가 나한테 하려고 했던 말이 뭐였을까? 뭐였는지 [일기는 여기서 갑자기 멈췄다.] 수정: 더 이야기 할 게 아직 남아있어. Claire의 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야. 그리고 너희들한테 내 이야기도 말해주기로 약속했으니까. 금방 다시 글 올릴게. [출처] [reddit] 감염된 마을 (9),(10) | 오유 _______________________ 블레이크가 찍은 사진 속 크리쳐 너무 무섭다... 저걸 찍고 있었다니 블레이크도 참. 하긴 생각해 보면 저 마을까지 굳이 찾아갔던 것만 봐도 블레이크도 겁나 (한편으로는) 대단한 사람이니까 뭐. 근데 왜 여행자는 블레이크와 헤더를 쐈던걸까. 그 둘 중 누군가를 알고 있는걸까. 둘 중 누군가가 위험한 사람이었던걸까. 블레이크를 쐈던 걸 미안하다고 했으니 헤더가 문제인걸까. 왜 갑자기 충전기 코드가 망가진걸까. 알아야 할 게 너무 많아졌어. 그건 내일! 잘 자고 ㅎㅎ
휴게실
처음 써보는거라 못써도 이해해줘 ㅠㅜㅠㅜㅠ 내가 학교 체육관에 가게 됬는데 거기 체육관 단상 옆에 휴게실 조그만한거 두개가 있거든 근데 난 오른쪽 휴게실에서 잤어 내가 거기서 폰을 하다가 잠들것 같아서 애들도 밖에 있으니깐 아무일도 없겠지 하면서 잠들었는데 누가 옆에서 계속 앉았다 일어났다 누웠다 일어났다 해서 짜증나도 뒤를 봤는데 아무도 없는거야 그래서 무서웠긴 했는데 너무 졸려서 다시 잤어 근데 잠들고 별로 안 됬을때 누가 또 앉았다 일어났다 하는거야 내가 짜증나서 뒤돌아보니깐 아무도 없었어 그때도 잠든지 30분도 안되서 뭐야 이러고 다시 자고 있었는데 그냥 갑자기 잠에서 깨서 뒤를 돌아보니 금발에 피부 하얗고 에메랄드 빛 드레스를 입은 여자 피규어 엄청큰게 날 보고 웃으면서 서있는거야 그때 너무 무서워서 잠에서 깨서 내가 밖에 나갔다가 왼쪽 휴게실을 보고 다시 와서 잠들었어 그리고 또 누가 앉앗다 일어났다 하길래 뒤를 봣더니 밖에 아는 언니 한명이 날 뚫어져다 바라보면서 안절부절 못하길래 언니 뭐해 빨리자 잘꺼면 이라고 하고 잠을 잤어 근데 애들이 가야한다면서 밖에서 소리를 지르길래 내가 눈을 떳더니 친구 가방에 내가 새겨져 있는거야 처음에는 거울인줄 알았어 근데 암만 봐도 거울이 여기 있을리 없어서 내가 저혈압 때문에 잘못보는건가 ?? 하고 눈을 감았다 떳더니 난 가방에 있는 내가 날 보고 있는 모습을 봤어 내가 너무 무서워서 뛰쳐 나왔더니 언니랑 ㅈ인들이 왜 그러냐고 물어보길래 내가 상황 설명을 다 했더니 언니들이 야 너 나온적 없어 그러는거야 내가 뭔소리야 나 나가서 반대 휴게실 보고 왔잖아 라고 했더니 뭐래 이러는거야 그러더니 내 친구가 너 그 앉았다 일어났다 한게 그 옆에 있던 여자애가 절하는거 아니야 ? 그러길래 오늘 움 진짜 난 나갔던게 생생한데 너무 무서워
(no title)
이런 잘못 걸었네여~ㅎㅎ 남편이 직장에서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부인이 받지않고  다른 여자가 받더니, "저는 오늘 하루만 일하기로  한 파출부입니다. 누구 바꿔드릴까요?” 하였다 남편 : “주인 아줌마  좀 바꿔주세요.” 파출부 : “주인아줌마는  남편하고 침실로 갔어요. 남편과 한숨잔다고 들어오지,  말라고 하였는데,  잠시만 기다려보세요.” 남편 : (피가 머리꼭대기까지 솟구친다.) “잠시만, 남편이라고 했나요?” 파출부 : “예! 야근하고 지금  오셨다고 하던데~” 남편 : (잠시 생각하더니 마음을 가다듬고) “아주머니!  제가 진짜 남편입니다.  그 동안 수상하다 했더니만... 아주머니!  간통 현장을 잡아야겠는데  좀 도와주세요.  제가 크게 사례는 하겠습니다.” 파출부 : “아니 이런 일에  말려들기 싫어요.” 남편 : “이백만원 드릴테니 좀 도와주세요. 한창 뜨거울때 몽둥이를  들고 몰래가서,  뒤통수를 사정없이  내려쳐서 기절시키세요. 만약에 마누라가 발악하면  마누라도 때려 눕히세요.  뒷일은 내가 책임집니다. 성공만 하면 이백 아니,  오백만원 드리겠습니다.  제발... ” 파출부는 잠시 생각하더니, "한번 해보겠다"고 했고, 잠시후 “퍽, 으악, 끼악, 퍽!”하는  소리가 나더니,  숨을 가쁘게 몰아쉬면서  파출부가 다시 수화기를 들었다. . . 파출부 : "시키는 대로 했어요. 둘다 기절했어요.  이젠 어떻하죠?” . . 남편 : 잘했습니다.  내가 갈때까지  두사람을 묶어두세요. 거실 오른쪽 구석에  다용도실이 보이죠? 그 안에 끈이 있으니  가져오세요.  빨리하세요. 깨기전에... ” 파출부 : (한참 둘러보더니)  “다용도실이 없는데요?” . . 남편 : (잠시 침묵 이흐르더니...) “거기 전화번호가 8282-8549 (빨리빨리-바로사고)번 아닌가요? . . . 이런 잘못 걸었네여~ 죄송합니다.  수고하세요!” . . . 파출부 : “어휴~ 이런~ 니미 씨부R놈!  난 어쩌라고... 푸~ㅎ~ㅎ~ㅎ
퍼오는 미스테리썰) 우리 마을이 감염된 것 같아 10화
주말 마무리는 역시나 귀신썰이지. 너무 늦게 올리면 무서워서 잠 못 잘까봐 ㅎㅎ 그나마 덜 어두울 때 가져왔어. 오늘도 같이 봐줘서 고마워! _____________________ 감염된 마을 11 [Clayton이다. Claire의 일기 나머지 부분이다. 다음에 나올 부분들부터는 그녀의 정신이 급격하게 흐려지고 있다는 것이 보여진다. Claire는 이 시기 정신적인 문제 때문에 고통받고 있었던 듯 하다. 페이지가 바뀌는 것은 줄을 그어서 구분하도록 하겠다.] 4월 14일이나 15일이나 20일 4월의 소나기는 5월의 꽃을 피우지. 이 노래가 내 머릿속에서 잊혀지지가 않아. Heather가 끊임없이 노래를 부르기 때문이지. 패 버리고 싶어. 죽여버리고 싶어. 걔가 뭔가 나쁜 짓을 해서 내가 걔한테 복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걔는 그냥 창가에 앉아있을 뿐이야. 그냥 앉아서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미소를 짓고 있어. 계속 나 스스로한테 Heather는 그냥 피해자일 뿐이라고 되뇌고 있지만 별로 소용이 없네. 그렇게 생각하면 또 내가 걔를 이 마을로 끌고 들어온 게 생각나고, 그러면 죄책감이 생기고, 그러면 또 다시 화가 나니까. 난 요즘 항상 화가 나 있어. 아니면 지쳐 있는 건가? Blake, 너를 사랑해. 너가 걔를 처음부터 만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 내 두피 속에 뭔가가 숨어 있는 것 같아. ------------------------------- 다음 머리가 존나 아프지만 좋은 하루였어. Blake가 꽤 괜찮은 농담을 했거든. 말이 무슨 짓을 무슨 짓을 씨발. 기억이 안나. ------------------------------------------- 4월 3월 5월 몰라 안 좋은 하루였음. 머리 아픔. 내가 얼마 동안 정신 잃고 있었는지 모르겠음. 글씨를 쓰기가 어려움. 촛불도 너무 밝아. Blake의 방에 아침 일찍 들어갔다가 Blake와 Heather가 섹스를 하고 있는 걸 목격했다. Heather가 위에 올라타고 있었음. 그녀가 나를 몽롱한 눈으로 쳐다보더니 나한테 팔을 뻗었음. 마치 같이 하자는 듯이… 그러다가 갑자기 눈을 한번 깜빡이고는 얼굴을 일그러트리고 나가라고 소리를 질렀다. Blake의 얼굴은 멍했음. 눈에 초점이 없었고 그냥 침대에 축 늘어져서 누워 있었을 뿐. 내가 들어온 지도 몰랐던 것 같다. 난 뒤돌아서 나갔다. 너무 화가 났는데 다른 건 기억이 안 난다. 어떻게 이런 때에 떡이나 치고 있을 수가 있지? 그럴 힘이라도 있나? 아마 그냥 꿈이었나보다. ------------------------------------------ 마지막으로 음식을 먹었던 게 언제인지 기억이 안나. 배고프지 않아. -----------------------------------------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페이지 전체가 이 두 글자로 도배되어 있었다. 밑으로 갈수록 글씨가 점점 뭉개지고 있었다.] --------------------------------- 4월 중순- 아니면 5월 초 오늘은 정신이 굉장히 맑다. Blake도 막 일어났다. 평소보다 상태가 훨씬 좋다. Heather는 하루종일 자고 있다. 어제 술을 엄청 많이 마셨거든. 아직도 볼이 빨갛다. 우리가 괜찮아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돈다. 하지만 어떻게? 해질녘쯤 해서 Blake와 나는 산책을 하러 나갔다. 그의 어깨가 감염된 것 같다. 하. 무슨 어깨가 아닌 다른 부분은 감염이 안 되기라도 한 것 처럼. 다시 병원으로 가는 게 어떻겠냐고 얘기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차를 보니까 엔진이 완전 갈기갈기 조각이 났거든. 난 차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Blake가 말하기를 중요한 전선들이 죄다 잘려져 있거나 뽑혀 있다고 했다. 주차장에서 점화플러그를 발견했다. 차 문제를 떠나서,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안된다. 모텔은 버려진 것 같다. 되게 오랜만에 호텔 리셉션을 찾아가 봤는데, 아무도 없었다. 썩어가는 흙 냄새. 구석에서부터 곰팡이가 피고 있었다. 내 죄책감에 석유를 끼얹는 꼴이었다. 나머지 하루는 Hadwell 경전을 다시 읽으면서 보냈다. 하지만 별다른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경전에서 찢겨진 부분이 일기에 테이프로 붙여져 있었다. Claire가 인용하고 싶었던 부분인 것 같다.] 108쪽, 3번째 문단 ’그것’이 ‘그것’의 형제의 잔인함을 목도하였을 때, 우리의 ‘개체’는 ‘그’가 인간의 존엄성을 묵살한 것을 매우 부끄럽게 여겼다. 그래서 우리 인간은 성스러우며, 우리는 선택받았음을 우리로 하여금 알게 하셨다. 인간의 존재가 없었다면, 우리의 ‘개체’는 이 차원으로 넘어오시지 않았을 것이며, ‘그것’의 빛으로 이 세상을 축복하지 않으셨을 것이다. 인간이 없었다면 ‘개체’는 ‘그것’에게 적대적인 이 왕국에서 머물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우리의 전능자께서 우리를 소중히 여기고 계시니,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소중히 여겨야만 한다. 그 중에서도 ‘개체’의 교회는 가장 성스러운 것이다. 우리는 새로운 시대의 개척자들이다. ‘그것’의 빛이 온 세상을 축복하게 하라. 모든 인류가 승천할 수 있도록.” -------------------------------------- 다음 날이다. 24시간이 넘도록 정신을 잃지 않았다. 이게 좋은 일인지 무서운 일인지 모르겠다. Heather와 Blake 역시 나와 같다. 어젯밤에, 정말 오랜만에, 내 스스로 침대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이때까지는 깜빡 하고 정신을 차려보면 침대였는데… 샤워를 마음껏 한 뒤 새벽 2시 경에 어렵지 않게 잠이 들었다. 점점 희망이 생긴다. 아니야. 징크스를 만들수는 없지. 죽은 듯이 잠을 자다가 새벽 4시 쯤에 문이 끼익 하고 열리는 소리에 깼다. 문틈 사이로 가로등 불빛이 새어들어왔다. 선명한 공포가 느껴졌다. 몸 전체에 찬물을 끼얹은 듯한 공포. 그런 선명한 감정은 너무 오랜만에 느끼는 거여서 살짝 반갑기도 했다. 그때 그 터널에서 크리쳐에게 쫓긴 이후로 이런 공포는 처음이었으니까. 뭔가 확실히 살아있다는 느낌이었다. 문이 더 열렸다. 처음에는 Heather인 줄 알았다. 뭔가 여자같다는 느낌에, 짧은 머리, 드레스를 입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휘청거리면서 방으로 들어오는 사람을 찬찬히 살펴보니까, Heather라고 하기에는 너무 말랐다는 걸 깨달았다. 비정상적으로 마른 몸. 뼈랑 살갗밖에 없었다. 문이 활짝 열리면서 밖에서 불빛이 더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그 사람을 확실하게 볼 수 있었다. 빼짝 마른 몸에 오래된 곤색 메이드 복장 같은 걸 하고 있었다. 하얗고 매마른, 닳아빠진 피부에 거의 다 벗겨진 머리. 까만 머리카락 몇 가닥이 아직도 달려 있었다. 눈은 퉁퉁 부어서 감겨 있었지만 멍든 자국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입은 아플 정도로 크게 찢어져서 웃고 있었다. 머리는 불가능한 각도로 꺾여 있었는데, 귀가 거의 쇄골까지 내려가 있었다. 거의 얼굴의 위아래가 거꾸로 되어 있을 정도로. 왼쪽 팔은 없었는데, 팔이 잘려나간 상처는 유니폼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다. 왼쪽 발은 맨발이었고 접질린 듯 보였다. 난 침대에서 굴러떨어져서 재빨리 그녀에게서 멀어졌다. 비명을 질렀던 것도 같은데, 잘 모르겠다. 그녀는 그냥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고개를 기울이고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는 눈으로도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난 내 쇠지렛대를 꽉 움켜쥐었지만, 내가 그걸로 뭘 하고 싶은지는 알 수 없었다. 그녀를 해치고 싶지 않았다. 그녀 또한 아무것도 모르는 희생자 중에 하나일 것이 분명했으니까. 그냥 우연히 내가 이 모텔에 머물기로 한 선택 때문에. 아니 그 전에 내가 이 마을을 탐험하려고 했던 선택 때문에. 그리고 마을 주변에 머물면서 얼쩡거리기로 한 것 때문에. 너무나 많은 잘못된 선택이 있었다. 다 내가 자초한 일이다. 문간에 서 있는 그녀, 아니 그것은 아마도 호텔 청소부였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호텔 청소부도 사람도 아닌 그 무언가가 나를 향해 팔을 벌렸다. 우리는 그렇게 눈을 마주친 채로 한참을 있었다. 그리곤 그녀가 팔을 떨구더니 갑자기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녀는 마치 짐승처럼 네 발로 움직였다.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빨라서, 채 몇 초도 안 되어 내 지척으로 다가왔다. 그때 그녀가 얼마나 조용한지에 대해서 깨달았다. 으르렁거리지도, 낑낑거리지도 않았다. 그냥, 얕은 숨소리를 이빨 사이로 색색 내뱉을 뿐이었다. 엄청나게 밭은 숨소리를. 그녀가 손을 들어서 내 입술 사이로 억지로 우겨넣었다. 얼마나 깊게 쑤셔넣었던지 거의 토할 것 같은 지경이었다. 곰팡이 맛이 났다. 아직도 입에서 그 맛이 나는 것 같다. 내가 가만히 있었다면 아마 그 손이 내 목구멍까지 닿았을 것이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난 그제서야 쇠지렛대를 들어 그녀를 후려쳤다. 쇠지렛대는 그녀의 머리에 깊이 박혀들었고, 그녀는 나동그라졌다. 그 순간까지도 그녀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냥 조용한 방에 두개골이 깨지는 소리만 울려퍼졌다. 난 고개를 들고,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쉰 후 일어났다. 그리고 뭔가 핀트가 나간 것 같다. 내 분노를 조절하지를 못했다. 아무 생각도 없었다. 그냥 분노가 내 온 몸을 지배했다. 난 선 채로 그녀의 머리를 계속해서 내려쳤다. 이빨과 눈 사이에 쇠지렛대가 박혀들었다. 피는 튀지 않았다. 그냥 빼짝 마른 시체를 때리는 느낌이었다. 배 쪽에 쇠지렛대가 박혀들었을 때는 검고 찐득한 액체가 뿜어져 나왔다. 토할 것 같다. 어쨌든, 요약하자면 내가 그녀를 죽였다. 내가 씨발 그녀를 죽였다고. --------------------------------------- 우리는 시체를 숲 속에다 묻었다. [이 페이지는 물로 얼룩져 있었다. Claire가 이 부분을 쓰면서 울었던 모양이다. Claire는 아무래도 그것들에 대해서 연민의 정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다.] ------------------------------ 며칠인지 알 수 없음. 오늘 아침에 난 마을에 들어가 있었다. 내가 어떻게 거기까지 갔는지는 모르지만, 난 어떤 집 안에 있었다. 구석 부분에 얼굴을 처박고 서 있는 채로. 모텔로 돌아오는 길은 아주 길었다. ----------------------------------- [이 때 난 Claire를 목격했고, 그들이 머물고 있는 모텔까지 뒤를 밟았다. 난 Claire가 마을의 거리를 이리저리 방황하고 있는 걸 봤는데, 완전히 정신을 놓은 것 같았다. 혼잣말을 하고 있었는데, 꼭 자기 친구들과 대화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때, 난 그녀를 더 이상 어떻게 손 쓸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곧 Claire는 정신을 차리고 마을을 떠났는데, 그걸 보고 아직 그녀가 때때로 명료한 정신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아직도 뭔가 해결하기 위해서 애쓰고 있다는 것도. 난 정말 그녀를 돕고 싶었다. 이건 이해해 주길 바란다. 내가 도울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난 Claire를 굉장히 좋아했다. 용감하고, 고집 있고. 단지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던 것 뿐이다.] ------------------------------------- [이 다음 페이지에는 어떤 건물의 평면도가 그려져 있다. Claire가 그린 듯 하다. 이게 어디를 그린 건지 알아차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 거의 매일 놀러갔던 곳이니까. Alan의 아파트를 그린 건데, Alan이 Lisa와 같이 살았던 집이다. 너희를 위해 사진을 찍어왔다. 이게 그 사진이다. 물음표가 내 호기심을 굉장히 자극했다. Claire가 뭔가를 알아낸 걸까? 이 벽 뒤에 뭔가 중요한 게 있는 걸까?] ---------------------------------- 난 내가 보지 못한 것들을, 가지지 못한 것들을 사랑한다. 난 내가 증오하는 것을 사랑하는 게 뭔지 알고 있다. 날 가둔 사람을 사랑하는 게 어떤 건지 알고 있다. 제발, 제발 멈추지 마. 계속 해. 뒤돌아설 수 없어. 이걸 끝내. 날 데려가. 나와 함께 올라가줘. 약속했잖아. 나랑 약속했잖아. [Claire는 다시 정신이 흐려진 상태로 되돌아간 듯 하다. 이 부분에서 그녀는 ‘개체’에 관해 말하고 있는 것 같다.] ----------------------- [종이 쪽지가 다시 일기에 붙여져 있다. 내가 쓴 노트다. 내가 ‘그것’과 ‘개체’에 관해서 여러가지 소스를 통해서 모은 자료들이 정리된 노트가 있다. 내가 알고 있거나 어디서 들은 내용들, 그리고 내가 추측한 것들까지 모든 내용이 그 파일에 정리되어 있다. Claire가 이 일기를 쓰기 직전에 누군가가 내 캠프에서 이 노트를 훔쳐갔다. 아마 Elizabeth나 그녀의 꼭두각시 중 하나가 내 캠프에서 그걸 훔쳐다가 모텔에 갖다 놓은 것 같다. 어쩌면 Claire 본인일 수도 있겠지.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그럴 수도 있다. Claire는 아마도 대강이나마 인용된 이 부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인식한 것 같다. 아니면 남아있는 부분이 이것밖에 없었거나. 어쨌거나 그녀의 남아있는 의식이 이것을 기억하고 싶어 했던 듯 하다. 이것을 제외한 파일의 나머지 부분은 분명 파괴되었을 것이다. 이제는 내가 기억하는 것과 이 사이트에 남아있는 정보를 제외하면 이 일에 대한 기록은 세상에 없다. 어쨌든, Claire는 이 부분을 스크랩해 놨다. 내가 직접 쓴 건 아니고, 마을에 살고 있던 연구 집단이 이 바이러스의 발병에 대해서 기록한 것이다. 그들은 경찰이 채취한 곰팡이 샘플을 연구했고, 심지어 한 번은 살아있는 감염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것 같다. 내가 그들을 도울 수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그들은 이제 모두 죽었다.] “3단계: 기억 상실과 운동 상실로 특징지어진다. 기억하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진다. 의식이 깨어 있는 기간도 아직까지는 존재한다. 언어와 동작이 어눌해진다. 급성 마비가 심각한 수준으로 진행된다. 얼굴 근육이 마비되어 끊임없이 미소를 짓게 된다. 빛에 극도로 민감해지고, 체모가 사라진다. 신체가 되화된다. 식욕 감퇴. 대뇌 피질이 거의 활동하지 않는다. 이 단계가 가장 오랫동안 지속되는 단계이다. 오늘까지, 환자는 약 80일 간을 3단계에 머물렀다.” -------------------------------- [일기 내용은 더 있다. 너희들의 질문에 최대한 답변하도록 노력하겠다.] 감염된 마을 12 [Claire의 일기다. 이 일기가 너희들의 질문에 답을 해줄 수 있기를 바란다.] 난 하루종일 왔다 갔다 왔다 갔다 왔다 갔다 하고 있어. 한 순간 난 너무나 기뻐서 소리를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가 다음 순간에는 너무 화가 나서 누굴 죽여버리고 싶지. 그리고 나서는 절망이 찾아와. 절망은 여기서 내가 제일 싫어하는 부분인데. 그리고 나서는 그 순환이 계속돼. ‘그것’을 사랑했다가, ‘그것’을 증오했다가, 다시 ‘그것’을 사랑하게 돼. 물론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그러니까 내가 깨어 있을 때, 이건 감염 증상 중에 하나겠지. 그래야만 해. 내 삶을 파괴하는 신이든 악마든간에 어떤 씨발 것을 내가 사랑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하지만 가끔은, 내가 혼자 있을 때, 그러니까 나랑 내 머릿속에서 속삭이는 무언가랑 단 둘이만 있을 때, 난 금빛 찬란한 평화를 느끼기도 해. 그 헌신과, 그 사랑. 그 평화는 심지어 내가 일어나서 내 손가락이나 발가락을 움직일 수 없을 때도 날 찾아와. 때때로 필름이 끊기는 게 느껴져. 내 시야가 회색으로 변하고 난 미치는 거지. 그냥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그게 찾아올 때가 있어. 꼭 지금처 --------------------------------- Heather가 춤을 추면 난 웃기 시작해. 그리고 우리 모두 춤을 춰. 맨 발로. 이렇게 살아도 될 것 같아. --------------------------- 이렇게 살 순 없어. 날 죽여줘. --------------------------------- 제발 그만해. 그만 속삭여. 니가 이걸 읽고 있다는 걸 알아. 제발 그만해. 돌아와. 내가 너보고 방금 가라고 했었는데 그건 다 거짓말이야 난 너가 필요해 제발 넌 날 이해하는 유일한 사람이야 너 없이는 견딜 수 없어 널 증오해 씨발 뭐야??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 내 어린시절의 찬란한 괴로움을 기억한다. 달콤한 망각이 주는 평화를 기다리며. 평화를 기다리며. 기다리며. 여행자는 맹목적으로 꺼려 한다. 반쯤은 무지한 채로, 무기력하게. ----------------------------------- 오늘은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손으로 기어다녀야 했다. Heather는 그게 웃기다고 했다. 나도 웃겼다. 하지만 Blake는 울었다. 그래서 나도 울었다. Blake가 우는 걸 보는 건 이번이 두번째다. 그는 내 옆에 무릎꿇고 울면서 날 사랑한다고 했다. Heather는 굉장히 화를 냈다. 막 물건을 집어던지고 부쉈다. 그 날 밤에 우리는 또다시 춤을 췄다. 내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침대에 누워서 팔로 그들을 껴안고 지탱했다. -------------------------------------- 몇 주가 지났다. 그건 확실하다. 어쩌면 몇 달이 지났을 수도 있다. 정신이 드는 날들은 거의 없다. 그리고 그런 날들은 보통 너무나 피곤해서 쓸 수가 없다. 하지만 이건 써야겠어. Elizabeth와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그녀가 나에게 간섭하는 것이 느슨해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나았다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필름이 끊기고, 걸을 수도 없다. 다리 근육이 퇴화한 것 같다. 피부 또한 종잇장같이 새하얗다. 갈비뼈는 툭 튀어나왔다. 이젠 펜을 잡는 게 힘이 든다. 머리카락이 뭉터기로 빠지고 있다. 내 다리가 이 모양이 된 다음부터는 계속 바퀴달린 컴퓨터 의자를 이용해서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그 대신 정신은 한결 또렷해졌다. 내 속에 있는 뭔가가 마치 내 스스로 내 몸이 차츰 망가져가는 걸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보기를 바라기라도 하는 것 같다. Clayton이 나한테 무슨 말을 하고자 했는지를 알아냈다. 그와 다시 연락이 되는 데는 꽤 오래 걸렸다. Elizabeth가 그가 나에게 연락하는 걸 방해했는지도 모르겠다. [Elizabeth는 실제로 많이 방해를 했다. Claire의 방문 앞에 수없이 많이 쪽지도 남겼고 사진도 찍어서 보냈다. 그러나 그 중에 실제로 Claire가 받아 본 것은 하나도 없었던 것 같다. Elizabeth는 내 생각보다 훨씬 교활했다.] 요즘은 하루종일 정신이 멀쩡했다. 하지만 깨어 있는 시간 중에 누구와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방 안에 앉아서 곰팡이가 벽을 타고 올라가는 모습을 하루종일 지켜보기만 할 뿐. 다른 애들도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 애들이 우리 방 사이에 있는 복도에 와서 몇 마디 중얼거리는 소리는 들었다. Heather는 가끔 노래도 불렀다. 평소와 같이. 사람과 접촉한다는 생각만 해도 토기가 치밀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마음 속에서 뭔가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있었지만, 그게 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내가 절대로 이 방을 벗어나고 싶지 않다는 거였다. 저녁쯤, 몇 시간 전에, 주차장 쪽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다. 바스락거리는 소리. 놀라서 돌아봤는데, 어떤 두꺼운 봉투 하나가 내 방문 아래로 밀어넣어지는 거였다. 난 의자를 방문 쪽으로 밀어서 서둘러 봉투를 집어들었다. 다른 방에서 노래 부르는 소리가 갑자기 멈췄다. 봉투 앞면에는 “Claire : 혼자 있을 때만 열어보시오” 라고 쓰여 있었다. 그게 ‘여행자’의 뾰족뾰족한 글씨체라는 건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봉투를 서툴게, 그리고 천천히 여는 동안 내 손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내 손은 더 이상 예전처럼 민첩하게 움직이지 못한다. [그건 사실이다. Claire의 손글씨는 점점 알아보기 힘들어지고 있었다. 몇몇 부분은 거의 읽을 수 없는 정도였고, 또 어떤 부분은 그냥 낙서를 찌끄린 수준이었다. 그런 것들은 여기 옮길 수 없었음을 양해해주기 바란다.] 봉투를 여는 데는 적어도 오 분 이상 걸렸던 것 같다. 난 조용히 앉아서 봉투를 열었다. 사진 몇 장이 떨어졌다. 아니, 사진 두 조각이 떨어졌다. 찢어진 조각이었다. 좀 큰 첫번째 조각은 세 사람의 얼굴 사진이었다. 모두 웃는 얼굴이었다. 코에 피어싱을 한 금발머리 소녀와, 보조개를 보이며 웃고 있는, 어딘지 낯이 익어 보이는 애쉬 브라운색 머리의 남자… 그리고 Clayton. 그의 바로 옆에서 사진이 찢어져 있었는데, 옆에 있던 누군가를 고의적으로 사진에서 빼 버리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뒷장에 뭔가가 쓰여 있었다. 나는 어딘지 모를 두려움을 느끼면서 글씨를 읽었다. 맨 위에는 날짜가 있었다. 2009년 10월. 아래에는 왼쪽에서 오른쪽 순서대로 이름이 쓰여 있었다. Jess, Alan, Clayton 그리고… 사진은 거기서 찢겨 있었다. 나는 뒤집힌 채 바닥에 떨어져 있던 나머지 사진의 조각을 내려다 보았다. 이제는 내 온 몸이 떨리고 있었다. 난 사진을 집어들어 이름을 읽었다. Liz. 사진을 뒤집었다. Elizabeth Hadwell, ‘육체’, 그러니까 이 모든 엿 같은 상황을 만들어낸 주범의 얼굴을 나는 드디어 보게 되는 것이었다. 나를 이런 지옥에 빠트린 인물의 얼굴을. 예쁘장한, 미소짓는 얼굴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녹색 눈동자, 짧은 갈색 머리, 빨간 립스틱. 매력적이고 사람을 끄는 얼굴. 하지만 나에게는, 그 얼굴이 지금까지 본 그 어느 것보다도 공포스러웠다. 사진 속의 이 여자가 누구보다도 사악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이 여자가 그 모든 것의 원흉이기 때문에 그렇게 무서운 것도 아니었다. 내가 아는 얼굴이었기 때문에. 그녀는 Heather였다. 옆 방에서, Elizabeth Hadwell이, 내가 한 달 넘게 함께 살았던 그 여자가 높고 맑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대는 선샤인, 나만의 햇살. 힘들고 지친 날 감싸줘요. 그리고 Blake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 내가 이걸 어떻게 모를 수가 있었을까? 그것도 그렇게 오랫동안 새카맣게??? 그 찰나와 같은 순간에, Blake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하는 그 순간에, 사건의 모든 실마리가 나에게로 쏟아지며 덮쳐들었다. 그동안 진실은 항상 나와 함께 있었다는 사실이 명백해지는 순간이었다. 진실은 나와 함께, 아니 내 눈 바로 앞에 존재하고 있었다. 진실은 언제나 내 앞에서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리고 있었지만, 난 항상 그것을 무시하기만 했었다. 나는 Blake와 만나기 이전에 이 감염된 마을에 한 번 들어온 적이 있었다. 그 때, 난 아파트 건물과 경찰서를 탐험했었지. 의심의 여지 없이, 이 때부터 Elizabeth가 날 주시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녀는 날 따라왔다. 날 씨발 끈질기게 따라와서 San Francisco까지 온 거다. 그래서 내 단짝 친구 Blake를 이용해서 내 삶 속으로 끼어들 구실을 마련한 거다. Blake는 핫한 여자들의 유혹적인 손길을 결코 뿌리치지 못할 테니까. 그녀한테는 뭔가 아슬아슬한 분위기가 풍겼다. 존나 쿨해 보였다고. 그녀는 우리가 그날 밤 그 바로 가도록 모든 걸 세팅한 다음에 자기가 Blake의 침대로 기어들어갈 수 있도록 우릴 조종했다. Blake가 그 날 밤 누구랑 잤든 난 상관하지 않았다. 질투도 하지 않았다. (Blake랑은 가끔 섹스도 하는 사이였지만. 한때 잘 될 때도 있었다.) 왜냐면 그 날 난 술에 취해 있었고, 애쉬 브라운 색 머리에 보조개가 있는 어떤 남자한테 정신이 팔렸었으니까. 그 남자랑 같이 밤을 보내지는 않았지만. 하지만 아까의 그 사진 덕분에 그 남자가 Alan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때 Alan은 아마 Elizabeth에게 조종당하고 있는 상태였을 것이다. Alan을 이용해서 나를 손쉽게 치워버린 후, 한층 수월하게 Blake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겠지. 좆 같은 년. 난 널 존나 증오해. 내 생각에는 Alan이 그 호텔 방 5층 창문에서 뛰어내렸던 건 Elizabeth에게서 탈출하기 위해서였던 건 같다. 진짜 뛰어내렸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Elizabeth는 그렇게 썼었다. 아마 거짓일 가능성이 더 클 것이다. 실제로 탈출을 감행했다고 하더라도, Alan이 나한테 나타났던 걸 보면 아마 Elizabeth는 손쉽게 다시 그를 손에 넣을 수 있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해서 Heather는 우리 삶의 일부로 녹아들었다. 그녀는 우리와 함께 이 감염된 마을로 다시 돌아왔다. 그녀는 Blake를 스스럼없이 껴안았고 나에게 아무렇지 않게 농담을 했다. 난 그녀가 그냥 그럭저럭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냥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랑 같이 자는 여자 정도. 딱 그 정도로만 괜찮다고 생각했다. Heather는 흠잡을 데 없는 연기를 펼쳤다. Elizabeth가 얼마나 남을 조종하는 일에 능한지 수도 없이 많이 들어왔던 것을 생각하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그녀는 나뿐만 아니라 모든 Nosleep 유저들을 속여왔다. 마치 자신이 피해자 Liz인 것처럼. 그녀는 미치도록 뛰어난 배우이다. 그리고 이제 Elizabeth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그리고 문제는, 그녀는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조차 꿰뚫고 있다는 것이다. 그녀와 그녀의 ‘개체’는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가지고 놀고 있다. 심지어 중간중간 자기가 누구인지 힌트를 주면서까지 날 농락했다. 오레건 지역 번호로 왔던 문자를 기억하는가? 뜬금없는 데서 대문자가 나왔던 그 문자. H와 E만 대문자로 써 있었던. HE. ‘그’를 뜻하는 ‘he’가 아니다. 그건 이니셜이었다. Heather Engels. Elizabeth Hadwell. H.E. 가지고 놀았다. 그렇지 않은 적이 없었던 거다. 맙소사, 우릴 보면서 얼마나 미친듯이 웃었을까. 그리고 Clayton이 보냈던 “닭장 속의 여우”? 이젠 우리 모두 그 여우가 누구인지 안다. 그리고 왜 우리를 향해서 총을 쐈는지도. 왜 진작 나한테 말해주지 않았단 말이야?! 왜 그딴식으로 나한테 설명할 수밖에 없었냐고??? [이건 내 스스로에게도 자주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내가 지나치게 조심스럽게 굴었던 거다. 그리고 그 쓸데없는 조심성은 모든 일을 결국 그르치게 만들었다. 정말 미안하다, Claire. 너에게 그 즉시 말했어야 했다. 너를 그 곳에서 바로 빼냈어야만 했다.] Blake의 비명 소리는 끊이지 않고 계속되고 있었다. 난 정신을 차리고 급히 그의 방으로 갔다. 정말 순수한 고통과 공포로 가득 찬 비명. 난 의자에서 굴러떨어졌다. 그리고 팔로 내 쓸모없는 다리를 끌면서 최대한, 내가 할 수 있는 한 빨리 Blake의 방으로 기어갔다. 문을 여는 게 제일 힘들었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문고리가 나에게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난 문 손잡이를 잡고 있는 힘껏 힘을 줬다. Blake는 침대에 똑바로 누워 있었다. 미친년 Elizabeth가 그를 위에서 짓누르고 있었다. Blake의 몸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그의 손목을 거의 잡아뜯듯이 잡고 있었다. 얼굴을 하도 가까이 들이대고 있어서, Blake가 비명을 지르고 있지 않았더라면 둘이 키스하고 있다고 착각했을 것이다. 내가 보고 있는 가운데, 그녀가 입을 벌렸다. 크게. 아주 크게. 사람의 입이 가능하지 않을 정도로 크게. 마치 뱀이 먹이를 먹을 때처럼, 그녀가 아래턱을 탈골시켰다. 그리고 뭔가 까만 것이… 뭔가가 입 안에서 쏟아져 나왔다. 그게 뭐 연기였는지 액체였는지 어떤 미친 지랄이었는지 모르겠다. 마치 까만 기름처럼 쏟아져 나왔는데 그러면서도 무슨 연기처럼 공기 중을 둥둥 떠다녔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가라앉으면서 Blake의 입 속으로 들어갔다. Blake가 지르는 비명은 이제 그 까만 무언가에 막혀서 꼭 가글할 때같이 부글부글하는 소리가 되었다. 난 그제서야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Elizabeth는 나를 홱 돌아보았다. 그 기름 같은 까만 것이 다시 그녀의 입 속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입을 다물자, 그 까만 것이 턱 밑으로 살짝 흘러내렸다. Elizabeth는 매우 분노한 듯 했다. 뭔가 굉장히 난폭해 보이는 동시에… 어딘가 단단히 잘못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의 얼굴은 탈골된 턱 때문에 비정상적으로 길었고, 어딘지 뒤틀려 보였다. 환각을 경험하고 있는 것 같이 정신이 아찔했다. Elizabeth는 자신의 늘어진 턱을 천천히 손가락으로 쓸면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얼굴에 비해 지나치게 커진 눈에는 흰자위가 하나도 없이 온통 새카맸다. 그녀는 다시 한번 입을 크게 벌렸다. 그리고 입을 비틀어 역겨운 미소를 만들어냈다. 난 다시 비명을 질렀다. [Claire가 여기서 목격한 이 장면이 아마도 ‘개체’의 본 모습에 가장 가까운 모습일 것이다. ‘그것’은 평상시에는 Elizabeth의 몸 속에 숨어있지만, 가끔씩 이런 식으로 ‘그것’ 스스로의 본 모습을 드러내는 것 같다. ‘그것’이 Blake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뭔가 강력한 의식을 진행하고 있었던 것은 확실하다.] Elizabeth는 Blake를 끌고 침대에서 스르르 미끄러져 내려왔다. 방 중앙까지 마치 거미처럼 기어오더니 똑바로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Blake의 목덜미를 잡고 서 있었는데, 무슨 젖은 수건이라도 들고 있는 것 마냥 한 손으로 가볍게 들고 있었다. Blake는 눈을 까뒤집은 채로 축 늘어져 있었다. 난 그가 죽었다고 생각했다. Elizabeth는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보다 키가 훨씬 커 보였다. 하지만 내가 바닥에 힘없이 널브러져 있었기 때문에 커 보였던 걸지도 모른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더니 뭔가를 중얼중얼거렸다. 이미 어두운 방 안에 칙칙한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그녀가 나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거의 자비롭다고까지 느껴질 만한 그런 미소였다. 그리고는 뭔가를 말하기 시작했다. 내가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그런 목소리였다. 두세명이 한꺼번에 말하는 듯한 목소리. 하나는 웅웅 울리는, 그러나 꽤나 거친 목소리였고 다른 하나는 어린아이 목소리처럼 높고 째진 목소리였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잘 모르겠다. 뭔가 달랐다. 여자의 몸에서 나올 법 한 그런 목소리가 아니었다. 아니, 누구에게도 들어보지 못한 그런 목소리였다. “우리 귀요미가 뭘 하려는 걸까?” 그것이 나에게 물었다. Blake를 든 손을 살짝 흔드는 채로. Blake가 살짝 신음했고, 그것은 나에게 실낱 같은 희망을 주었다. 하지만 그 질문에는 대답할 말이 없었다.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뭘 하고 싶은지 전혀 알 길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거의 무의식중으로, 내 손은 천천히 바닥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옆 바닥에 떨어져 있던 램프를 쥐었다. ‘개체’, 아니 Elizabeth, 아니 어떤 개지랄이든간에 내가 문지방 뒤에서 뭘 하고 있는지 결코 보지 못할 것이었다. 그 다음으로 나온 목소리는 Heather의 목소리였다. 아니지. Elizabeth의 목소리였다. “쟨 아무것도 못 해, 내 사랑.” 그녀가 스스로에게 말했다. “못 하지.” ‘개체’의 수많은 목소리가 대답했다. “우리 손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을걸.” Elizabeth가 다시 말했다. 서로 다른 목소리가 한 번씩 번갈아가면서 말하고 있었다. 무슨 병신 같은 잡담이라도 나누는 것처럼. 두 사람이라도 이 방 안에 있는 것처럼. “그렇지. 절대 못 벗어나지.” “꼭 죽기라도 바라는 것 같지 않아?” “진짜 죽고 싶은 걸지도.” “한 번 본인한테 물어볼까?” “한 번 본인한테 물어보자. 얼마나 빨리…” “길 수 있는지.” Elizabeth가 ‘개체’의 말을 이어 받았다. 나를 향해서 사악한 미소를 지은 채였다. 난 내 마지막 기회의 순간이 왔다는 걸 깨달았다. 내 손에 들린 부서진 램프를 그들에게 던졌다. 그녀에게. 아니 ‘그것’에게. 아니 뭐든 좆도 상관없어. 램프는 그녀의 얼굴에 정통으로 맞았다. 그녀는 맞은 얼굴을 부여잡을 채로 분노에 찬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난 그 틈을 타서 침대 밑으로 재빨리 기어들어갔다. 내 눈에 보이는 숨을 곳은 그곳밖에 없었으니까. Elizabeth는 중얼중얼 혼잣말을 하면서 이방 저방을 뒤지고 다녔다. 그녀가 숨을 몰아쉬며 돌아다니는 와중에 나는 그녀가 나를, 그리고 Blake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 ‘그것’과 대화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우리 그냥 계획대로 하자, 내 사랑.” Elizabeth의 목소리가 말했고, “그래, 자기야. 그래야지.” ‘개체’가 대답했다. “자기는 너무 똑똑해. 계획대로. 예쁘고 영리한 우리 자기.” 맙소사. 자기애가 극단으로 치달으면 저렇게 되나보다. 그들이 서로에게 말하는 건, ‘그들’이라고 말하는 것도 존나 웃기기는 하지만, 그들이 서로에게 말하는 건 마치 깨가 쏟아지는 연인이 서로 대화하는 것 같았다. 난 그들이 무슨 짓을 할지 진심으로 두려워졌다. Blake를 데리고 뭘 하려는 건지 진심으로 무서웠다. 그들은 심지어 내 방으로 들어와서 나를 찾아보려고 하지도 않았다. 마치 나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아마 실제로도 난 그들 관심 밖이었을 거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실제로 하나도 없었으니까. 난 침대 밑에 그저 끝없이 누워서, 그들이 내는 발자국 소리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고만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문이 열리고 그들이 밖으로 나갔다. 난 미친듯이 아까의 그 방으로 기어가서 Blake를 찾았다. 하지만 방은 텅 비어 있었다. 그들이 Blake를 데려갔다. 그들이 나에게서 Blake를 데려갔다… 난 오열할 수밖에 없었다. ------------------------------------- 그 때 이후로 난 정신을 잃지 않았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그랬다. 한 주 정도가 지난 것 같다. 아니면 그 이상이거나. 내 인생에서 가장 지옥 같은 한 주였다. Elizabeth가 내 주변에 있지 않으면 그녀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 같다. 아니면 그녀는 그냥 나에게 일어나는 이 모든 고문 같은 일들을 내가 말짱한 정신으로 견뎌내는 걸 원하는 걸 수도 있다. 이 모든 무료함과 고통과 절망을, 두 눈 똑바로 뜨고 견디는 것을. 내가 나아지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냥 이 감염이 좀더 천천히 진행되고 있다는 걸 느낄 뿐이다.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이 병이 날 집어삼키고 있다. 난 지금 그냥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혼자, 가만히 앉아서. 난 모든 것을 잃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없다. 아니, 도와달라고 해도 날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 그냥 정신을 잃었으면 좋겠다. 내 남은 삶 동안 끝없이 고통받는다고 하더라도 내가 그걸 인식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Blake. 너를 너무나 사랑해. 네가 지금 여기 나와 함께 있었으면 좋겠어. 내가 널 구할 수 있었으면. 다른 그 무엇보다도, 네가 살 수 있었으면. 곰팡이가 벽을 타고 기어오른다. 침대를 타고, 이 일기장까지. 내 손까지 기어오른다. 침대에 너무 오랫동안 누워있었기 때문에 내 다리는 이미 곰팡이에 뒤덮여 버렸다. 난 곰팡이가 내 다리를 먹어치우고 있다고 확신한다… 내 다리에 감각이 없어진 지 오래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미친듯이 아팠을거야. 얼굴이 뻣뻣해진다. 손으로 얼굴을 만져보면, 내가 웃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귀까지 찢어져 있는 징그러운 미소.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려도, 난 여전히 웃고 있다. 난 방에서 나가지 않을 것이다. 그냥 여기 누워서 곰팡이가 내 몸의 나머지를 온통 다 뒤덮을 때까지 기다릴 것이다. 내가 나 스스로를 잃고 승천할 때까지. 하. 지옥으로 곧바로 승천할 때까지. 얼마든지. 달콤한 망각이 주는 평화를 나는 기다린다. 나는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다. 잠깐. 뭐지? 누군가가 방문을 두드리고 있다. ----------------------------------- [Claire의 일기는 여기서 끝이다. 나 Clayton이 이어서 서술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 나는 너무나 지쳤다. 악몽과 같은 기억들이 차라리 감염된 게 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출처] [reddit] 감염된 마을 (11),(12) | 오유 ________________________ 후. 설마 설마 했는데 진짜였다니, Heather가 Liz였어... 블레이크에겐 대체 뭘 하려는거야, 클레어에게 너무 잔인한거 아냐? 하긴 자신을 사랑해 주던 친구들 조차 그렇게 만들었으니 할 말이 뭐가 더 있겠냐 만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걸까 이 잔인한 이야기의 끝이 있기나 할까? 다음 이야기는 내일 또. 남은 일요일 잘 보내고, 내일 또 보자. 잘자!
퍼오는 미스테리썰) 우리 마을이 감염된 것 같아 14화
종일 내리던 비가 그쳤네. 어두워 졌으니까 이제 끝을 내 볼까? 오늘은 이 이야기의 마지막 편. 조금은 낯선 이야기 지금까지 함께 봐줘서 고마워. 오늘도 같이 보쟈! ㅎㅎ ______________________ 감염된 마을 마지막 안녕 NoSleep. 끝을 낼 준비 됐어? 난 됐어.  젠장, 다시 기억하기도 어려운 이야기야. 몇 개월이 지났는데도 소름이끼쳐. 글을 작성하려고 앉았는데 손가락이 계속 부들거려. 트라우마에 걸리면 어떤지 알거야. 몰라도 어떤 느낌인지 예상은 할 수 있겠지. 아무튼, 이제 이야기를 시작해야겠지?  바로 시작할게.  전부 다 기억나는 건 아냐, 대강 기억의 조각을 맞춰볼테니 알아서 이해하도록 해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주는 게 내가 짊어진 짐이니까 쓸 뿐이야. Clayton의 이야기는 잠시 후에 할게. 일단 내가 '그녀'와 수 개월을 함께 했고, 상대적으로 가까이 지냈다고 생각하니까, Elizabeth Hadwell과의 일들을 먼저 말하려고 해. Liz와 나는 같이 다니는 동안 많은 대화를 나눴어. 뭐, 그녀가 말을 했지. 난 주로 듣기만 했어. 그녀는 다른 남자들보다 나한테 자기 얘기를 더 많이 했어, 아마 나를 진짜 친구라고 생각했나봐. 그렇다고 내가 그 사이비 집단이었다는 말은 아냐. 난 그 마을에서 자라지 않았거든. 난 그녀를 숭배하거나 찬양하지 않았어.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땐 난 그녀의 정체를 몰랐고 그냥 예뻐서 접근했던거야. 그녀는 내가 친구가 되고 싶어하는 줄 알았나봐. Elizabeth Hadwell에게 있어서 친구란 수상하고 그저 스쳐가는 존재였어. 컬트집단 리더의 딸이니까 진심으로 사랑받기보단 추종자들에 둘러싸여서 우러러봄과 두려움을 많이 겪었겠지. Alan과 Jess는 그 중에서 예외였지만 그마저도 이 일이 시작된 후로 다 잃게 됐어. 상상할 수 있겠어? 내 안에서 자라는 두려운 존재 때문에 날 좋아해주는 사람들을 잃는다는 걸. 널 사랑해주는 유일한 존재면서 네가 사랑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 때문에. 여행자와의 술래잡기 싸움을 하면서, 나랑 다른 남자들을 곁에 둔 이유가 있었던 거지.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항상 개체와 단 둘이 있어야만 했을거야. 티내지는 않았지만, 다른 무엇보다 그렇게 되는 걸 제일 두려워했던 것 같아. 인생의 대부분을 외로워하며 지냈을 거야. 몰랐던 얘기지? Clayton이 여기 올린 글에서는 거의 괴물급의 나쁜년이었으니까. 굉장히 탐욕스러운 눈빛을 띈 악녀라고 다들 생각했을거야. 근데 그게 아니야. Clayton이 자기 관점에서만 글을 써놔서, 거짓말이나 과장이 군데군데 있었어. 그가 이 곳에 쓴 글은 사실이긴 하지만 MSG가 심하게 들어갔다는 말이야. 그리고 Liz는 자기한테 주어진 힘을 선택한 적이 없고 처음에는 평범한 여자아이였다는 사실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어. 그녀가 Hadwell 가문에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신의 그릇이 되려고 한적도 없다는 사실을. 악당이 되고싶은 사람이 어디있겠어. 그녀가 자기는 오랜 시간 동안 '개체'에게서 저항했었다고 말해줬어. 이것도 너희는 몰랐던 사실일거야. 13살쯤 돼서 자기 아버지나 다른 가족들과는 뭔가 다르다는 걸 깨달았댔어. 400년이 되도록 딸 한번 없던 가문에서 태어난 딸이니 오죽 주목 받았겠느냐마는. 하지만 개체는 그녀가 태어날때부터 몸 속에 있었고, 사춘기가 찾아오면서 점차 힘을 키워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어. 그녀의 것이 아닌 꿈과 생각, 느낌들이 머릿속에 떠오르기 시작한거야.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 영혼에 달라붙은 존재와 개별적으로 생각하는게 점점 어려워졌어. 어린 시절엔 그녀가 스스로 그릇이라는 사실을 자각조차 못했대 - 철저히 그 집단에서 비밀에 부친거야. 그래서 스스로 미쳐가는 거라고 생각했었대. 17~18살이 되어서야 아버지가 컬트집단의 회의에 그녀를 초대해서 그녀의 운명과 존재이유를 말해줬어. 그래서 의식을 하려고 방에 불을 지피자마자 도망친거고. 한참을 그 사실을 부정했대. 그 후로 컬트집단의 사람들이랑 일부러 멀어지고 - 심지어 Jess랑도 - 새 친구들을 만들었지. 하지만 상황은 악화되기만 했어. 그녀가 허락하든 허락치않든 '개체'가 점점 강해지고 있던거야. 그리고 머릿속에서 달콤한 사랑의 말들을 속삭이기 시작했어. 그녀는 개체를 유일한 동반자라고, 자길 100% 이해해주는 유일한 존재라고 설명했어. 다 필요없고 이제부터 혼자살겠다고 컬트집단으로부터 도망쳤어도 항상 그녀 옆에 있어줬던 존재라고. 그래서 서로가 서로에게 든든한 존재였어. 그리고 혼란스럽고 외로웠던 Liz는 그 존재를 사랑하기 시작했어. 단순히 감염자들이 느끼는 약빨고 세뇌된 느낌의 사랑이 아니라, 진짜 사랑을. 멀쩡하고 제정신인채로 개체를 사랑한거야. 개체는 그녀의 일부면서도 그녀를 넘어서는 존재였어. 그녀는 개체를 소울메이트라고 불렀지. 친구, 자신감, 나만의 신이라고. 그래야만 개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보여줄 수 있었어.  Lisa가 첫번째 희생양이었지. Elizabeth가 얼마나 불쌍한 사람인지 내가 말했듯이, 그녀는 여전히 하찮고 가엾은 인간이었어. 그렇다고 오해하진 말아줘, 나도 그녀가 싫으니까. Clayton이 그녀의 인내심에 감탄했다는 표현은 정확한 편이었어. 부끄러움과 자괴감, 열등감들은 철저하게 숨길 수 있었거든. 그녀는 사람들이 그녀를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며 사랑해주길 바랬어. 근데 Lisa는 아니었지. Lisa는 Elizabeth를 엄청 싫어했어. 그래서 Elizabeth가 Alan을 좋아하는 척하기 시작했어. 그녀는 Lisa에게서 Alan을 빼앗으려고 했는데, 그건 다 질투유발을 위해서였어.  Lisa가 친구의 결혼전야파티에 참석하려고 Chicago에 가려고 했던 날 밤에 Elizabeth는 Alan을 만나려고 걔네가 사는 집에 술을 먹고 찾아갔어. 그 다음 이야기는 Alan의 아파트에 있던 비밀의 방에서 Clayton이 찾아낸 일기장에 써있던 내용이야. 곰팡이가 번지기 시작한건... 그곳에서부터 이 모든 일이 시작된거야. 그녀는 근원지에서부터 검은 곰팡이가 이 건물 저 건물로 손을 뻗어나가는걸 지켜보곤 했어. 울다가 웃다가를 반복하면서. 그리고 가까운 방으로 곰팡이가 퍼져들어가면 그 방의 호수가 적힌 번호판을 떼다가 비밀의 방에 모아뒀어. 가끔 그녀는 그것들이 트로피같은거라고, 어떨 때는 그것들이 자기 죗값을 떠올리기 위한 상징들이라고 말했어. 스스로에게 주는 벌이면서 동시에 자부심의 상징이라고 말이야. 난 아직도 그게 어느쪽에 더 가까운 건지 모르겠어. 죄책감과 자부심, 둘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는 건 그녀의 일기에도 드러나있어. 아래는 감염이 시작된 그날 밤에 대해 그녀가 써놓은 일기야: 그 썅년이 왜 아직도 Alan의 집에 있는거야! 이미 Chicago로 출발한줄 알았다고! Alan이 나한테 거짓말을 한거야??? 그 오크 같은 년이 없을때 Alan을 찾아가서 놀래켜주려고 했는데, 썅. 근데 문을 두들기니까 내 앞에 그 개 같은 면상을 들이밀고는 내가 Alan을 찾으니까 존나 썩소지으면서 "Alan은 이미 자러갔어~" 이지랄을 해! 내가 질투하길 바랐나보지? 그거 알아 이 썅년아? 질투 하나도 안나거든 씨발!!!!!!! Alan이 사랑하는건 나야!!!!!! 소울메이트가 나한테 속삭이기 시작했어. 복도로 그년을 유인해서 대화 좀 하자고 하라고. 그래서 나와서 얘기 좀 하자고 했더니 걔는 또 멍청하게 나오더라고. 그리고 벌을 좀 줬지 이건 내가 쓴 게 아냐. 소울메이트가 쓴거야. 근데 맞는 말 같애. 점점 소울메이트가 내 입을 통해 직접 말하는 횟수가 늘고있어. 그렇게까지 할 수 있을줄은 몰랐는데, 점점 힘이 강해지고 있는 거겠지, 맞아. 뭐 괜찮아, 걔는 그런말을 들어도 쌌어. 비수 몇 개 쯤 더 박아줬어야해.  소울메이트는 걔가 우리에게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지, 내가 주변에 있으면 너는 Alan을 지킬 수 없다고 아주 세련되고 고상하게 말해서, 쌍스런 소리 한 마디 없이 냉소를 날렸어. 그년은 그 소릴 듣자마자 한심하게 나자빠져서 질질 짰지. 근데 거기서 내가 멍청하게 나서서 망할 주둥이를 나불대는 바람에 품격이 깨져버렸어. 왜냐면 나는 미X년이고 그러지 마 자기  그년은 나같은 미X년이 화나면 어떻게 되는지 알게 된거야. 재미는 있었어근데 갑자기 그년이 날 때렸어! 나를!!! 그래서 소울메이트가 그년을 처리했어. 자기는 한번도 내 몸을 그렇게 움직인 적이 없잖아. 그냥 글 쓸때나 내 뺨을 어루만질때만 그랬지. 근데 어젠 갑자기 그렇게 강한 힘으로 내 몸을 차지했어. 개쩔었어 자기야. 완전 오르가즘 후의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이랄까, 그러곤 내 손바닥이 날아가서 그 병신같은 얼굴을 덮어버리는 걸 봤어. 또 해줬으면 좋겠어. 또 해줄거지? 계속해 그랬더니 Lisa년이 갑자기 멈춰서는 어떤...에너지 같은게 느껴졌어, 내 손가락에서 그년의 피부 밑으로 무슨 힘 같은게 파고들어가는 느낌. 그리고 그년은 무슨 경련하듯이 부들부들 떨더니 가만히 서서 축 늘어졌고, 내 손을 치우니까 그년은 웃고있었어. 이걸 옮겨적고 싶지는 않았어. 무튼 굵은 글자는 다른 사람의 글씨는 아니었고 훨씬 강한 힘으로 종이를 꾹꾹 눌러서 수전증있는 사람이 쓴 글씨같았어 일기엔 Liz의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나타나있어. 아주 어둡고 두려운 일. 광기에 휩싸이기 시작하는 과정이 다 드러나있어. 그래서, 저런 일을 시작으로 감염이 더 이상 Haven의 지하실에만 갇혀있지 않고 세상에 퍼지게 된거야. 나머지는 너희가 아는 대로 진행되고. 여전히 Liz는 저항하긴 했어. 깊은 슬픔과 죄책감에 빠지는 순간이 있었지, 특히 Jess와 Alan을 보고 있을 때. 그녀는 그들을 좋아했어, 근데 '개체'가 그 감정을 소유욕으로 바꿔버렸어. 그녀가 그릇이 아니었다면, 아마 그렇게 느끼리라고 믿어. 그녀의 일기 대부분은 그녀와 '개체'가 대화한 내용이야. 항상 대답이 바로 돌아온 건 아닌데 Liz는 그걸 자기 정신이 이상해지고 있다는 증거로 삼은 것 같아. 아래 내용은 Jess가 마지막 글을 쓰고 Alan이 Chicago에서 깨어날 때까지의 일주일 간 쓰여진 내용으로 추정돼: Alan이 보고싶어. Jess가 그리워. 왜 이 짓을 또 하는거지? 알잖아 내 예쁜이 내가 슬픈데 넌 그걸 보고도 안 슬퍼??? 더 기뻐 솔직히. 이제 우린 평생 함께야. 평생 저들과 함께. 곧 자기도 이 곳이 얼마나 아름답게 변하는지 알게 될 거야. 여기 이 곳에. 우리와 저들이 함께 자기를 사랑하고, 자기를 섬기고, 자기와 하나가 되는 것을 그치만 Alan은 이미 Chicago에서 충분히 감염을 퍼트렸을거야 그러니까 제발 그를 데려오면 안돼? 아빠 밑에서 일하는 사람? 자기 아직도 그 사람 조종하는 거야? 왜?? Alan을 찾아서 믿음을 심어주고 우리의 빛을 퍼트리려고 내가 우리 아빠 싫어하는거 자기도 알잖아. Jess를 함정카드로 속이고 나서 약속했잖아! 이건 배신이야. 혼자 있고 싶어졌어. [페이지 맨 밑줄:]  사랑해. 나도 사랑해 자길 만지고 싶어. 진짜 자기를 만지고 싶다구. 조금만 기다려 자기 Alan과 그녀가 다시 만나게 된 이야기는 넘어갈게. 우리가 모르는 내용은 딱히 없어. 그렇지만 그녀의 일기를 보면, 그가 NoSleep에 글을 올리던 기간 내내 그들의 손에서 놀아나고 있었다고는 확실하게 말해줄 수 있어. 또 그녀는 그들이 여행을 시작했을 때, Jess가 그들을 쫓아서 Washington 주변을 찾고 있다고도 언급했어. '개체'는 그녀를 "강한 의지를 가진 자"라고 불렀어, 감염된 상태에서도 자기 자신을 잃지 않게끔 허락했다는 의미도 섞여있는 느낌이었어. 그래서 Liz는 그냥 그녀가 하고싶은 걸 하도록 놔두기로 했어. '개체'는 "난 별로 신경쓰지 않아 자기."랬어. 그 다음 이야기는 Alan과 Liz가 만나고 NoSleep에 글을 더 이상 올리지 않을 때인 것 같아 좋아. Alan은 이제 꼭두각시야. 허락하고 싶긴 해, 3번이나 시도했잖아. 아 근데 걔는 너무 몸이 좋아, 잠시동안이라도 곁에 두자. 시도는 그만하구, 걔도 힘들거고 할때 마다 너무 힘들어하는 게 눈에 보여, 그치만 곁에 둬도 될까? 잠시동안만. 약속할게, 그리고 나서 진행하자. 아마 다른 외부인이 마을로 찾아올거야. 적어도 그는 우리가 글을 안올려도 참을성 있게 기다리겠지. 다들 존나 걱정하던데 개웃겨 진짜! 그가 얼마나 기쁜지 저들이 알면 어떨까. 일단 나는 우리가 죽은척 할거야. 소울메이트, 자기는 강력한 악당이야 ;) 그 다음 내용은...좀 소름끼치는 내용이야. 일기들 사이에 있는 건데. 여행자는 마을에 새로 찾아온 여자에 관심이 쏠려있어. 경고해서 그 여자를 쫓아내려고. 교활한놈 맞아, 개같은거! 그 개같은 놈을 잡을 수가 없어. 왜 저들의 신이 나를 놔두고 저따위 놈한테 관심을 가지는 거지? 맞아 왜지? 전혀 특별한 애가 아닌데. 고등학교때 찐따였는데 정신병자새끼 맞아, 그 사시 눈깔하며... 그래도 Christian Slater같이 섹시하긴 해. 뭐, 난 이제 18살이라고! 새로 온 여자에 흥미가 생겨 뭐야 난 자기가 나만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이젠 다른 여자가 좋다 이거야? :( 겁먹지마 :) 안 무서워. 그치만 그래 그 여자는 뭔가... 용감해...  아님 멍청하거나. 그래도 자기가 뭘 원하는지는 알 거 같애. 뭐라고 했었지 자기? 우리가 그 여자를 쫓아가야 한다고? 어떻게 되는지 보자고? 난 마을을 벗어나고 싶어 죽을거같애. 이 Blake라는 남자. 어떻게 생각해? 그 남자는 강해 내 생각도 그래. 잘생겼고 강하지. 그리고 날 좋아해. 그 사람이 적합할 거 같애. 누가 자기를 싫어하겠어 아잉 :) 자기 물은 시험해봤어? 결과는? 처음엔 잘되가다가 나중엔 안됐어 Alan에게 생긴 일보다 심하지는 않았겠지. 자기가 영양분을 주지 않으니까 바로 엎어져 버렸잖아. Claire도 자기가 산 송장이란 걸 알고 있는지 궁금하네. 샌프란시스코는 거지같아. 너무 재미없어 집에 가고싶어! 그들도 그럴거야. 뭐 어쨌든 Claire는 우리꺼니까. 어젯밤에 걔가 좀비처럼 돌아다니는 거 봤어? 하하 존나 빡칠뻔했잖아! 그년이 드디어 입을 다물고 있어서 너무 좋아, 그년 목소리만 들어도 신물이 날 지경이니까! 그년은 지가 존나게 귀여운줄 알아, 역겨워 정말. 이제 그녀를 가질 수 있어 흠. 진짜 그년을 좋아하는거야 자기? 아니야 아 그래도 Blake를 기쁘게 만들수는 있겠네. 기억은 잘 안나겠지만. 아주 좋은 꿈을 꾸고있는 거 같겠지 :) 재밌네 맞아 우리한테도 재밌겠다 자기. 아오, 제발 Blake는 버텨냈음 좋겠어. 자기가 날 안아주고 만져줄 날을 더는 기다릴수가 없어, 진짜 완전한 자기가. 내 스스로나 승천한 자들을 통해서 말고 - 자.기.가, 그 아름다운 검은눈으로 날 돌아보는 걸 보고싶어. 내 안에 가득차게 들어와줬음 좋겠어, 지금 이런식으로 말고. 나도 빨리 그러고 싶어. 얼른. 자기 충분히 강해진거 맞지? 날 충분히 가진거야? 자길 전부 가질 순 없어 내말 뜻 알잖아. 그래. 다른 때보다 훨씬 강해져있어. 저들의 가짜 신이나 그의 여행자는 우리의 힘이 어디까지 뻗어있는지 알지 못해. 우린 가진것들이 많아. 자기는 그 일이 생기자마자 [날카로운 걸로 잔뜩 긁어놔서 읽을수가 없어.]고 했잖아. 오래걸리진 않아 그치만 그 안에 여행자가 우릴 찾아내서 무슨짓이라도 하면... 조심해서 나쁠 건 없어. 군대를 만들어야한다고 생각해. 자긴 얼굴도 예쁜데 똑똑하기까지 해. Liz는 그후로 며칠 동안 일기를 쓰지 않았어. 아마 이 도시 저 도시를 돌아다니느라 바빴겠지. 내가 정신을 차리도록 그녀가 허락하지 않았을 때의 기억은 잘 나지 않아. 그녀는 내가 정신차리고 있는걸 좋아했던 것 같아. 작년 초쯤에(X친, 내가 얼마나 오래 그녀와 같이 다녔던건지) 우리는 Liz의 어머님이 살고 있는 Michigan을 찾아갔어.  꿈 같은 기억이긴한데. 근 1년 동안 짐싸들고 돌아다니면서 모르는 사람들하고 부딪히다가, 갑자기 아늑한 가정집에서 미트로프랑 감자샐러드를 먹고 있었어. 그리고 모르는 남자 둘도 같이 있었고 - 젠장, 심지어 그들 이름도 몰라. 그들은 우리가 마을을 떠난지 몇 개월이 지나고 나타났어, 한 명은 시애틀, 다른 하나는 LA에서 만났어. 내 머릿속에서는 그냥 그들을 1호, 2호라고 불렀어. 서로 이야기는 하지 않았고 친해지지도 않았어. 아마 그냥 섹스나 경호를 위해서 붙여둔 것 같아. 그리고 내 생각에 그들은 Liz가 나를 가장 아꼈다는 사실을 알고있는 것 같았어. 그녀가 우릴 보고있지 않을 때, 그들이 날 째려보는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었거든. 무튼, 그들은 그녀의 어머님댁 밖에서 기다려야했어, 나만 같이 들어가는 게 허락 됐고. Liz는 날 남자친구라고 소개했어. 그녀의 어머니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지만 내가 그녀의 남친이 아니라는 건... 알고 계시는 듯 했어. 계속 나를 불안한 눈빛으로 흘깃흘깃 보시더라고. 저녁을 먹고 나서 Liz와 어머니는 크게 다퉜어. 나는 뒤뜰 테라스로 쫓겨났고, 거기서 안정을 취하면서 담배를 피웠던 걸로 기억해. 그녀가 담배를 사주면 되게 행복했어. 담배는 날 정상인처럼 느끼게 해줬거든. 무튼 왜 싸웠는지는 알지 못하고, 얼마 안지나서 바로 그곳을 떠났어. Liz는 창백하고, 무서울 정도로 화가 나 있었어. 어머니는 울면서 그녀보고 떠나지 말라고 비셨고. 우리는 차로 돌아와서 몇 시간을 달렸어. 어딘지 기억은 안나지만 모텔에 도착하자마자 난 정신을 잃었어.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는 모르겠고, 눈이 떠지자마자 난 움직일 수 없다는 걸 알았어. 기절했다가 정신을 차리면 가끔 그런 상태이긴 했어. 감염으로 인한 마비나 뭐 그런거. 일어나고 몇 분 동안은 의식적으로 움직이려해도 움직여지지 않았어. Liz가 내 주변에 있을 때만 그런 일이 생겼지. 그녀가 너무 가까이 있으면 내 몸이 누군가 주인이 나타나서 날 움직여주길 기다리는 것 같았어. 그치만 그건 무서운 부분이 아니야. 진짜 무서운 부분은 Liz와 그녀의 피부 아래에 기어다니는 무언가가 주변에 있다는 감각이 느껴질 때야. 그리고 제일 최악은 그럼에도 목을 돌려서 그들을 볼 수가 없다는 거야. 무슨 느낌인지 알려줄게. 시선을 이 화면에 고정해 - 이 글을 읽고있는 매체가 컴퓨터든 태블릿이든 핸드폰이든, 뭐든간에. 다른 건 신경쓰지말고 이 단어들에만 시선을 둬. 절대로 돌아보지마. 뒤도 돌아보지 말고 네 시야 구석도 쳐다보지마. 그냥 계속 읽기만 해. 이 페이지에서, 이 글을 읽기만 해. 내 글만 따라와. 이제 머릿속에 끔찍한 형상을 떠올려. 괴물이든 귀신이든 살인자든. 네가 무서워하는 걸 상상해. 근데 다른 곳을 보지말고 이 글만 읽어. 이제 그 형상이 너와 같은 방 안에 있어, 누군가 네 뒤에 있는게 느껴져. 네 등 뒤의 벽에서 튀어나와서 널 노려보고 있어. 그래도 화면에서 시선 돌리지 마. 뒤돌아보면 안돼. 그것의 그림자가 네게 다가오고 있어. 네 뒤에서. 네가 볼 수 없는 곳에서. 눈은 계속 여길 봐. 그게 네 뒤로 다가오고 있어, 천천히, 조용히. 뒤에 누군가 있다는 걸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어. 뒤돌아보지마. 귀가 쭈뼛거리면서 그 숨소리가 들리기 시작해. 그 길다란 손가락을 네 목으로 뻗는 게 느껴져. 이 화면에서 눈을 떼지마. 점점 가까이 다가와도 고개돌리지마. 길다란 손가락으로 네 목을 만지려고 할거야. 눈은 계속 여길 봐. 대강 어떤 느낌인지 알겠어? 중간에 뒤돌아보진 않았지? 너희는 자유로우니까 그럴 수 있겠지만, 가위눌린 것 처럼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해봐. 그 괴물, 귀신, 악몽 뭐든간에 네가 생각했던 형상이 - 그게 진짜 존재한다고 생각해보라고. 그리고 내 심장이 터질듯이 뛰기 시작하고 거의 죽는 줄 알았어. 그제서야 다시 움직일 수 있다는 걸 알았지. 일어나 앉아서 주변을 둘러보고 내 몸이 정상인지 확인했어. 제일 처음 알게 된 건 2호가 죽어있었다는 거야. 침대 옆의 카펫에 눕혀져있었는데, 살과 뼈로 이루어진 버려진 인형같았어. 나만큼 아니 나보다 더 덩치 컸던 단단한 근육질 남자가 이젠 바싹 말라있었다고. 툭 튀어나온 뼈를 시체같이 잿빛인 피부가 간신히 덮고 있었어. 얼마나 말랐는지 갈비뼈 하나하나가 다 보이고 손의 힘줄, 목의 핏대가 다 보일 정도였지. 그중에 가장 심각한건 얼굴이었어. 진공으로 빨아들인 것처럼 눈알이 툭 튀어나와서 부릅뜨고 있었거든. 눈알의 핏줄이 모두 터져나와서 검붉게 물들이고 있었고. 이상한 검은 점액같은게 눈구멍에서 흘러나오고, 코에서도, 귀에서도 흘러나와있었어. 피처럼, 근데 피는 아니었어. 충격받아서 오랜 시간동안 그를 쳐다보고 있었던것 같아. "또 실패했어."Liz의 목소리는 낮고 걸걸했어, 몸을 돌려보니 그녀가 창문 옆에 웅크리고있었어. 길잃은 고양이처럼 잔뜩 움츠리고 경계하는 듯 했어. 그녀가 평소의 모습은 아닌 것 같았지만 바로 그녀란 걸 알아볼 수 있었어. 전에도 그런 모습을 한 걸 본 적이 있었거든, 특히 어떤 파티에서 새로운 남자를 데려온 후에, 다음날엔 그 남자가 사라졌을 때. 내가 그런거에 좀 익숙해져있었나봐. 그치만 다른 사람이 봤으면 전혀 그게 Elizabeth라는 걸 알아보지 못했을 거야. 사람같아 보이지도 않았겠지. 그녀는 더 가늘고 뾰족해져 보였어, 특히 팔이랑 다리가, 그리고 관절이 전부 접혀서 웅크린 모습이 꼭 거미처럼 보였어. 얼굴은 부자연스럽게 가늘고 홀쭉했는데, 마치 점토로 그녀의 예쁜 얼굴을 만들어놓고 위아래로 잡아뜯어놓은 듯했어. 입도 엄청 커서 그 주변 피부가 너덜너덜하게 매달려있었어. 턱은 근육 하나하나가 과하게 발달해서 꼭 쥐를 통째로 삼키려는 뱀같았고. 누런 바늘같은 이빨 뒤로는 살아있는 것처럼 요동치는 검은 무언가가 있었어. 눈은 아예 까맸어. 흰자까지 전부. '개체'를 있는 그대로 물리적인 형태를 그렇게 가까이 본건 처음이었다고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무슨 질병처럼 Elizabeth의 피부를 뚫고 흘러나와서 더 이상 그녀 안에 숨어있지 않았어. 개체는 온 힘을 다해서 해야만하는 무언가를 할때만 그런 형태를 취했어. 뭔가 강력한 일이 일어났던 거야. 난 그저 그게 죽어있는 저 남자와 관련된 일이라는 것만 알 수 있었어. "남자들조차도 그를 버텨내질 못해," Liz가 낮은 목소리로 시체를 아쉬운듯이 바라보면서 말했어. "몇 번이나 시도해봤지만, 충분히 강한 사람을 찾을 수가 없어." 그녀의 무서운 검은 눈이 나와 마주쳤어. “네가 제일 오래 버텼어. 그래서 희망을 가졌지. 넌 정말 엄청나. 그가 네 안에서 3시간을 버텼다고 - 영광스러운 3시간을 - 네가 너무 약해지기 전까지. 그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내 몸 안에 있었지만, 평범한 인간들은 그의 그릇이 되지를 못해. 그가 그들을 너무 갉아먹어. 너도 처음엔 거의 죽을뻔했어. 그리고 그 후로 다시 시도할 때마다 점점 더 약해져갔지. 난 네가 죽는건 싫어. 정말로.” Liz는 진심으로 말하는 것 같았어. 그래서 난 그녀의 저 말을 믿어. 아직도. "그치만 넌 충분히 강하지 않아" 그녀가 말을 이었어. 그리곤 깊게 한숨을 쉬었어. "너무 절망적이야. 더 이상 이렇게는 못살아. 그가 진정으로 안락하게 느낄 그릇이 필요하다고. 나도 너무 고통스러워. 내가 바라는건 그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눈동자를 들여다보고, 그가 나를 바라보는걸 보고싶은 것 뿐인데.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랑 같이 살고, 그를 껴안고 싶단말이야. 그게 그렇게 잘못된거야?" 그녀의 괴물같은 얼굴은 눈물을 흘리면서 슬퍼하고 있었고, 실제로 불쌍해보이기까지 했어. 나는 말을 할 수 없어서 그냥 고개를 돌렸고. Elizabeth는 다시 한숨을 쉬었어. 그리고 카펫 위의 2호의 시체를 손으로 가리켰어. “쟤 같은 경우엔 너무 욕심 부렸던거 인정해.” 그래. “과욕을 부렸지.” 남자의 몸 안에 개체를 우겨넣고 그 안에서 육체가 버티지 못할때까지 살게 하는 걸 Elizabeth는 저렇게 표현했어. 괴물같은 소울메이트가 사람을 찢어발기는 걸 저렇게 표현했다고. “과욕을 부렸다”고. 난 다시 조용하게 편안히 다시 침대에 누웠던 게 기억나. 그게 그 일주일 간의 기억이야. 아니면 몇 달이거나. Liz는 일기를 쓰긴 했어. 아래 내용은 2호가 죽은 날 밤에 쓴 것 같아. 실패로 가슴이 찢어진다. 그렇다고 뭐가 잘못된 건지 평가해서 나중에 고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린 뭐가 잘못 된지 모른단 말이다, 심지어 소울메이트도 그 이유를 모르고. 그래서 계속 실패중이다. Alan, Zach, Mikey, Anthony, Connor… 이젠 Donny까지. 남자들을 너무 많이 죽게했다. 그 많은 꽃들을 지게 만들었어. 진짜 그릇이 되기 위한 힘을 지닌 자가 하나도 없었다니. 우린 그저 같이 있고 싶은 것 뿐인데 - 아님 분리되어 있거나, 어쨌든 그게 같이 있는 거니까. 이제 남은 건 뭐지? 전사한 군사들과 우리 임무 중에 부상당한 자들. 하, 그래 임무. 좋아. 임무같은 거라고 하자, 그 편이 고상해보이네. 대체 내가 뭐가 특별해서 소울메이트가 내 몸에서만 살아남는 걸까? 왜 나는 남자들처럼 찢겨죽지 않는 거지? 단순히 내가 여자라서는 아니었다 - 이미 Vegas에서 잡은 Amanda라는 여자한테 시험해 봤고 실패했으니까. 그럼 뭐야? 그냥 나라서야? 그냥 내가 특별해서? 우리 아빠나 I우리 신자들이 한 짓 때문인가? 내가 Hadwell이라서? Hadwell... ... 이런 X친. 바로 그거야. Hadwell 가문. 이제야 답을 찾은 것 같아 소울메이트! 자기가 몇 백년 전에 우리 가문이랑 계약을 했다며. 그럼 아마, 나만이 자기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할 수 있었어도... 우리 가문의 피를 가진 사람이면 자기를 버텨낼 수 있을 거야. 내 예쁘고 똑똑한 자기 그럼… 다른 기회가 있을 거야. 그래서 저들의 신이 그를 선택한 걸지도 몰라. 그래서 그놈이 우리에게 면역을 가진걸지도 몰라. 엄마가 말한게 사실이고 아빠가 그렇게 쓰레기같은 새끼가 맞다면, 난 빌어먹을 이복형제가 있는 거야. 여행자를 찾아. 그래서 우린 여행자를 찾았지. Clayton은 저번 글에서 우리보고 자기를 찾아오라고 했어. 잘 기억은 안 나. 그녀가 날 너무 강하게 조종하고 있었거든. 하지만 그가 그 얘기를 글에 쓴 순간부터, Clayton은 그녀에게 도전장을 던진거야. “들었지 Liz? 집으로 와. 기다리고 있을게.” 그녀는 그 도전을 받아들였어. 정확하게 그녀가 바라던 바였으니까. 그러고나서 감염된 마을에서 한두주 정도 캠핑을 한 것 같아. Liz와 Clayton은 서로 겉돌기만 했어. 겁에 질린 아이들 처럼. Clayton은 이 일을 어떻게 끝낼지 생각하면서 함정에 빠질까봐 두려워했고, Liz는 우리의 마지막 결전을 미루면서 그녀의 마지막 희망이 실패로 돌아갈까봐 두려워했어.  Clayton은 Liz의 일기장을 Alan의 아파트 숨겨진 방에서 찾았을 거야. Claire가 마지막 순간까지 간직했던 다이어리↓ 에 힌트를 남겨뒀으니까. 그 친구… 걔는 정말 놀라운 아이였어. 걔를 되찾을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텐데. 어쨋든, 그 일기 덕에 모든 게 해결됐어. 내가 정신이 들었을 때 이미 우리는 마을 안으로 들어와있었어. 정확히는 Hadwell 고등학교 안에. 1층의 커다란 교실이었어. 책상을 전부 교실 뒤에 쌓아놓고 교실 한가운데에 빈 공간을 만들어두고 있더라. 밖은 어두웠는데, Liz는 내가 정신이 들었을 때 촛불을 켜놓고 있었어. 그곳은 의식을 위한 곳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결투장 같아 보였어. 난 주위를 둘러봤어. 그곳엔 나, Liz, 3명의 남자들(물론 전부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지), 그리고 빌어쳐먹을 수십명의 승천자들. 그들은 교실 가장자리를 에워싸고 있었어 - 책상위에 웅크리고있거나 벽에 기대어 서 있었지. 전부 무기같은 형태로 변이한 모습이었어. 몇몇은 팔에 툭 튀어나온 뼈로 간신히 균형을 잡고있었고 - 그 뼈로 한번 베면 단번에 두동강 날 것 같았어. 다른 몇몇은 거의 인간의 것이 아닌 손톱과 발톱을 가지고 있었어. 또 어떤 승천자는 척추뼈가 전부 가시처럼 등을 뚫고 나와있는 것도 봤어. 다른 하나는 거의 내 머리도 한입에 삼킬 수 있을 정도로 입을 크게 벌리고 있었는데, 이빨이 전부 바늘처럼 얇고 뾰족했어. 어떤이들은 느리게 발을 질질 끌면서 팔꿈치에서 튀어나온 창같은 뼈로 간신히 걸어다녔어.  다른이들은 빠르고 가만히있질 않았는데, 이 책상 저 책상을 계속 옮겨다니고 머리를 이리저리 흔들어대면서 이상한 소리를 내고있었어. 또 다른이들은 누가 가까지 다가가기 전까지 - 벽에 머리를 박고, 입은 비틀려서- 죽은듯이 가만히 있었어. 그러다 다가가먼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달려드는거야. 실험결과물이었던 거지. 사람들을 굉장히 다양한 방식으로 무기화 시킨거야. 그치만 모두 공통점은 있었어 - 개체의 트레이드마크. 전부 마르고 창백하다는거. 물론 그들은 보기보다는 강했어. 아무도 눈이 남아있지 않았고, 전부 씨익 웃고있었어. Liz의 군대였던 거야. 그녀의 최강캐들. 알짜배기들이 전부 그들을 창조한 왕과 여왕의 혼종을 지키려고 모여있었어. 그녀는 그들을 자랑스럽게 바라봤어. 그들의 머리를 쓰다듬고, 눈없는 얼굴에 달콤한 말들을 속삭이기도 했어. 노래도 불러줬고. 그녀가 내 옆을 지나갈때, 내 눈빛이 선명한걸 알아챘어. “아” 그녀가 말했어. “정신이 들었구나.” 그러고는 내게 키스했어. “너무 기뻐. 네가 이걸 봐줬으면 했거든. 착하게 굴어야해, 알았지?” 난 대답하지 않았어. 단한번도 대답한적이 없어. “그가 오는 중이야” Liz가 말했어. “알 수 있어. 우리는 그냥 기다리기만 하면 돼.” 그래서 우린 계속 기다렸어. 몇 시간처럼 느껴졌지. 아마 진짜 몇시간이 지난 게 맞을거야. 바깥의 하늘은 어두워지고 있었어. 그래서 승천한 자들이 점점 난폭해졌고. 그들의 이상하고 색색거리는 숨소리가 점점 얕고 빨라졌어. 그러면서 창밖의 달을 쳐다보고 있었고. 밖에 나가고 싶었던거야. Liz가 그들보고 조용히 있으라고 하니까 대부분은 진짜 조용해졌어. 나머지는 계속 안절부절 못하고 머리를 앞뒤로 흔들거나 이를 딱딱 부딪쳐댔지. 나도 조바심이 나는 건 마찬가지였어. 나도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고. 그들을 이해할 수 있었어. 그때가 처음으로 내가 단순히 Liz의 세뇌된 장난감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때였던 것 같아. 난 특별하지 않았어. 나도 나머지처럼 감염된 자였을 뿐이었던 거야. 밤이 찾아오고 하늘이 더 이상 어두워질 수 없을만큼이 되고 나서, 내 손가락이 근질거리고 다리가 어둠속으로 달려가고 싶어서 불타오르는 것 같을 때가 되어서야 여행자가 찾아왔어. 교실에 정적이 흘렀어. 여행자가 학교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무슨 집단지성이나 텔레파시처럼 우리 전부가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던 것 같아. 서로서로 Liz와 벽의 곰팡이에 연결된 것 처럼. 뭔가 아름답고 대단한 느낌이라 다른 단점을 제외하고는 그 느낌이 그리울 정도야. 강력하고 안전한 무언가. 우리 모두가 같은 것을 보고 생각하고 알 수 있었어, 우리 머릿속에서 찬양이 울려대는 것처럼. 여행자. 내 소유. 우리 소유. Clayton은 Liz에게 산탄총을 겨누고 교실문으로 들어왔어. 우리의 깊은 본능과는 다르게 그를 공격하는 걸 다들 참고 있었어. 그를 공격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으니까. 그는 엄청 피곤해보였어. 늙었고.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훨씬 나이들어보였어. 그는 아주 조심스럽게 천천히 움직였어. 한때 전부 검은색이었던 머리카락은 이제 얼굴과는 안 어울리게 희끗희끗했어. 얼굴은 주름이 지고, 지저분하고, 상처가 가득했지. 약간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올법한 액션히어로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하지만 그의 크고 멍한 눈에서 공포를 엿볼 수 있었어. 어린아이같은 모습을. “Clayton.” Liz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신이났어. 그녀는 승천자들에 둘러싸여있는 책상 위에 걸터앉았어. 그제서야 깨달은 건, 여행자를 위해 옷을 차려입고 있었는데, 빨간 드레스, 빨간 립스틱, 검은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는 거. 그 순간 나는 갑자기 가슴에서 타오르는 질투심을 느끼고 그르렁거렸어. 다른 남자들도 나와 함께 그르렁거렸고. 아마 그 질투심은 내 감정이 이니었던 것 같아, 적어도 전부 다는 아니었어. 그치만 선명히 느낄 수 있었어. “씨발 이게 다 뭐야?” Clayton이 총구로 주변을 가리키면서 물었어. 그리고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우리를 하나하나 살펴봤어. “몇 주 전만해도 저것들이 다들 달려들어서 날 힘들게 하더니, 이젠 가만히 앉아서 구경질이야?” “얘들도 가만히 있는 게 좋은 건 아니야” Liz가 대답했어. “나도 마찬가지고.” 그녀는 책상에서 내려와서 교실 한가운데에 있는 그에게 다가갔어. 그녀의 몸매와 골반을 움직이는 모습이 - 팜므파탈을 연기하는게 아주 위험하고 동시에 아주 매력적이었어. “총은 내려놔, Clayton” Liz가 말했어. “우린 널 해치지 않을 거야. 그리고 날 쏘는 게 아무 도움도 안되는 건 너도 알잖아. 우린 아주 강하니까.” Clayton은 잠시 눈을 감았어. 그의 눈에선 갑자기 눈물이 흘렀어. 여전히 총구를 그들에게 겨누고 한참을 생각하고 있었어. 그리고 그는 살아오면서 가장 어려웠던 결단을 내렸어. 산탄총을 내린거야. 총구를 바닥에 대고 손을 떼서 총을 바닥에 떨어트렸어. “좋아,” 그가 말했어. “더 이상 총은 없다.” Liz는 잠시 놀란 눈치였어. 그러다가 뱀처럼 사악한 미소가 그녀의 입가에 번졌지. 그리고 팔을 그에게 뻗었어. “이리와,” 그녀의 목소리가 낮고 끓는 목소리와 겹쳐 들렸어. “널 우리에게 바쳐. 우리 모두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잖아.” “그럴까?” Clayton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어. 그리고 그들에게홀린듯이 다가갔어. “그래,” 그녀가 조용히 아주 찢어지게 미소지으면서 말했어. 그리고 눈동자가 점점 커지더니 눈 전체가 까매졌고. “우린 처음부터 함께할 운명이었어 내 사랑. 너랑 나. 우린 가족이잖아. 이젠 그 이상이 될 수 있어.” 그녀는 입술을 핥고 목구멍에서 꿈틀대는 어둠을 보이면서 입을 크게 벌렸어. 개체가 기어나오고 있었어. 먹잇감을 덮칠 기회를 엿보는 뱀처럼. “우리가 뭐가 될 수 있는데, Elizabeth?” Clayton이 부드러운 숨소리로 물었어. 그는 이미 그녀에게 매혹당한 것처럼, 그녀에게 자석처럼 끌려가고 있었지. 그도 그녀에게 팔을 뻗었어. “말해줘.” “무엇이든 될 수 있어,” 그들이 답했어. “우린 태양이 될 수도, 달이나 별이 될 수도 있어. 이 우주와 그 안의 모든 생명들이 다 우리 것이 되는 거야. 넌 그냥 그가 네 안에 들어가는걸 허락하면 돼. 그럼 우린 함께할 수 있어. 그와 함께, 서로 함께, 세상 전부와 함께.” Clayton의 손이 그녀의 허리를 감쌌어. 그녀는 그의 목을 팔로 감쌌고. 난 교실 전체를 집어삼킬듯한 힘에 덜덜 떨고 있었어. 마을 전체를 뒤덮는, 마침내 함께한 Hadwell 남매의 거대한 힘에. “네가 내 누나였어,” Clayton이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면서 속삭였어. “맞아, 내 사랑” Liz가 그의 입술에 다가가면서 속삭였어. “그게 우리가 널 선택한 이유야. 넌 그를 버텨낼만큼 강해. 넌 그가 충분히 강한 힘을 발휘하도록 만들어줄 수 있어. 우리가 함께할 수 있도록.” “약속해?” Clayton이 물었어. 그리고 그녀의 몸을 자기한테 끌어당겨서 그녀가 흥분해 숨을 헐떡이게 만들었어. “아, 내 사랑,” Liz가 대답했어. “온 세상을 약속할게.” 그가 그녀에게 키스했어. '그가 먼저' 지금까지 참느라 죽는줄 알았다는 듯이. 난 그게 어떤 기분인지 잘 알고 있었어. 아직도 그 느낌을 잊을 수 없어. 내 안에서 질투심이 폭발했지. 하지만 질투심도 그 후에 무슨일이 일어날지에 대한 궁금증을 뛰어넘진 못했어. Hadwell 남매가 서로 키스하는 동안 그들의 입 사이에서는 검고 걸쭉한 그림자가 옮겨갔어. Liz에서 Clayton에게로. 마치 검은 기름을 뒤집어쓴 뱀처럼. 그건 공중에 떠서 Clayton의 입을 통해 목으로 꼬여들어갔어. 난 그가 놀라서 눈을 뜨는 걸 봤는데, 그는 전혀 그걸 거부하지 않았어. 오히려 Liz가 그의 얼굴을 부여잡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동안, 그는 그것에 몸을 맡기고 기대는 모습이었어. 그리고 정말 짧은 순간만에 그들의 키스는 끝났어. 개체의 그림자가 -자기 새 그릇인 - 여행자의 몸 안으로 들어갔고. Hadwell 남매는 숨을 거칠게 쉬면서 서로에게서 떨어졌어. 여전히 Liz의 팔은 Clayton의 목을 감싸고 있었지만. 그러고 그녀는 그 자세로 그의 눈에 어둠이 번져나가는 걸 관찰했어. “자기야,” 그녀가 울면서 소리쳤어. 그리고 개체가 전혀 Clayton의 목소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완벽한 자신만의 목소리로 입을 열었어. “똑똑하고 예쁜 우리 자기.” Liz는 엄청난 기쁨에 휩싸여서 울음을 터트렸어. 개체는 순수한 사랑의 눈길로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고 있었고.  “믿을 수가 없어,” 그녀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말했어. “진짜, 정말, 자기구나!” 그녀는 기뻐 날뛰면서 그를 껴안았고, 개체는 그녀와 같이 웃으면서 이상한 쉭쉭 소리를 내면서 그녀를 더 꽉 껴안았어. “완전한 당신이야,” 그녀가 훌쩍이면서 말했어. “완전한 우리야.” 하지만 그들이 웃고 있을 때, 그것이 쉭쉭대는 소리는 점점 깊어지고 부드러워졌어. 잠시 후엔 그가 웃는 소리는 아예 쉭쉭 소리가 나지 않았고. 그 소리는 낮고 부드럽고 강렬했어. 그리고 한 손을 그녀의 허리에서 뗐어. “그건 아니야,” 그가 말했어. 그가 Liz를 밀어내자 그녀는 혼란스러운 눈빛을 띄었어. “뭐?” 그녀가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이 패닉에 빠진 표정으로 물었어. “우리만 있는 게 아니야,” Clayton이 눈에서 어둠기를 싹 빼내고 말했어. 그리고 그녀를 강하게 밀치면서 벨트 밑에 숨겨뒀던 권총을 꺼내들었어. “내가 아직 여기 남아있거든.” Liz가 놀라서 헉소리를 내자마자 그 조용한 교실에 총성이 울렸어. 그건 그녀가 마지막으로 낸 소리였어. 난 그녀의 몸이 바닥에 엎어져서 축 늘어지고 나서도 무슨 일이 생긴건지 알 수가 없었고, 내 귀는 먹먹했어. 그러자마자 개체가 Clayton의 입을 통해서, 고통과 분노의 비명을 질러대면서 그녀의 시체 옆에 무릎 꿇으며 털썩 주저 앉았어. Clayton의 눈은 다시 검어졌고, 개체가 다시 나오려는 듯이 턱이 크게 벌어졌어. 하지만 이미 그 걸쭉한 어둠은 갈 곳을 잃었지. 개체는 Liz를 품에 안고 새끼를 잃은 고양이처럼 울면서 그녀의 죽음에 분노했어. 나를 포함한 승천한 자들은 그 광경을 침묵하면서 지켜봤어. 그때 눈물이 내 볼을 타고 흘렀는데, 지금 생각해도 그게 무슨 감정인지 모르겠어. 동정? 슬픔? 해방감? 그녀는 사라졌는데 왜 기쁘지 않았을까? 개체는 잃어버린 연인의 시체 위에, 망가진 자신의 그릇 위에, 엎어져서 세상을 잃은 것처럼 슬픔에 빠졌어. 그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알수가 없어서 지금도 알아내려고 시도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추측해보자면 단순히 Elizabeth Hadwell을 잃은 슬픔 뿐이었을 거야. 그녀의 힘이나 세상을 감염시킬 기회를 잃은 게 문제가 아니라. 그냥 Liz를 잃은 것 하나만이. 그녀 하나만 있어도 충분한 것처럼. 하지만 내가 개체를 지나치게 착하게 생각하고있는 걸지도. 어쨌든 난 여전히 Liz의 시체에 기대어 울고 있는 개체를 바라봤어. 곧 그 눈이 어둠이 사라지고 다시 인간이 통제권을 갖게 됐어. 그리고는 바닥에 놓았던 총을 다시 주워서 자기 관자놀이에 총구를 가져다 댔어. “우린 아무것도 아니야,” 그가 말했어. 그건 완전히 Clayton만의 목소리였어. 그리고 그는 방아쇠를 당겼어. 악몽에서 갑자기 깨서 그 두려움과 안도감을 동시에 느껴본 적 있어? 그리고 어두운 침실을 두리번거리면서 네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괴물이 어떻게든 그 방안에 존재할거라 믿고, 말도 안되는 건 알지만 굳이 불을 켜서 확인하는 거야. 왜냐면 악몽이 바로 몇 초 전까지 실제처럼 생생했으니까. 따뜻한 침대에서 깨어나는 것보다 그 꿈이 더 진짜 같아서. 그게 내가 느꼈던 느낌이야.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내가 제정신이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정신이 번쩍들면서 진짜 내 몸의 통제권을 갖게 된거야. 마치 안개가 갑자기 사라진 느낌이었어. 다시 완전한 나로 돌아온 거지. 아무런 저항력 없이 내 생각을 말하고 움직일 수 있었어. 내 것이 아닌 목적이나 명령도 없이. 개체와 이어진 전파가 끊어졌어. 더 이상 내 머릿속에서 그것의 존재가 느껴지지 않았던거야. 그래서 개체가 진짜 죽은거라고 확신할 수 있었어. 거기다 죽은 Clayton의 시체 밑으로 걸쭉한 검은 물질이 천천히 바닥에 흘러나오고 있었기도 했고. 마치 피처럼, 하지만 피는 아니었어. 난 그게 그릇의 시체에서 흘러나와서 더 이상 퍼지지 않고 교실 바닥에 말라 붙을때까지 오랜 시간동안 바라봤어. 그건 더 이상 살아있는 뭔가가 아니었어.  다른 승천한 자들과의 이어진 파장도 끊어졌어. 왁자지껄한 술집에서 문을 열고 나와서, 조용한 거리의 찬바람을 맞는 느낌처럼. 한순간에 자유로우면서 동시에 깊은 외로움이 밀려왔지. 무튼 그래, 꼭 악몽에서 깨어난 기분이었어.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난 여전히 그 악몽 속에 있었어.. 시체들이 바닥에 굴러다니고. 내가 유일한 생존자가 된거야. X친, Liz가 정말 날 챙겨주고 있었던 거구나. 심지어 다른 세 남자들도 바닥에 눈을 감고 엎어져 있었는데. 그중에 두 명만 숨을 쉬고 있었고. 승천한 자들은… 이리저리 뒤틀리고 창백해진 살덩이들이 온 교실에 널부러져있는 걸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그들의 피부가 점점 갈라지고 부식되어갔던 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사지가 떨어져 나가고 썩은 물이 고이기 시작했어. 눌어붙은 눈꺼풀은 천천히 벗겨져서 그 안의 텅 빈 눈구멍을 드러냈고. 그들의 미소는 점점 옅어지고 결국 입술 주변에서부터 살갖이 찢어져 나갔어. 그 광경이 어땠는지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그 냄새는 또 어떻고? 더 이상 거기 있을 수가 없었어. 너희여도 마찬가지였을거야. 난 도망쳤어. 물론 Clayton의 주머니에서 차 열쇠를 챙겼지. 학교를 뒤덮었던 곰팡이들도 녹슨 파이프를 드러내면서 썩어 없어지고 있었어. 마을을 벗어나는 동안에 본건 더 심했어. 수십 수백 명의 승천자들 시체가 도로에 엎어져 있었거든. 전부 조각조각나서 썩고 있었고. 마을 전체가 여자애 하나랑 반쪽짜리 신 하나에 무릎꿇었던 거야. 하지만 더 이상 웃고있는 자는 없었어. 난 멈춰서서 그 광경을 지켜보지는 않았어. 폐허를 구경하거나 Claire라면 했을 법한 일들 - 생존자가 있나 찾아보는 일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고. 내가 도울 것이 없나 보는 일도 마찬가지고. 난 그냥 도망쳤어.  내가 쓰레기 같다고 생각한다면, 인정할게. 그게 네 기분을 낫게 해준다면, 악몽이 날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Clayton의 트럭은 마을 밖으로 통하는 다리에 주차되어 있었어. 시동을 걸고 확인했더니 가스는 꽉 차 있더라. 이미 교실에 들어서기 전부터 희생할 생각이었던 것 같은데도 가스를 풀로 채워놓고 오다니. 어쩌면 나보고 그 차를 가지라는 사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Liz의 일기가 Clayton의 더플백이랑 같이 뒷좌석에 있었어. 고마워, Clayton. 진심이야. 날 위해서 네가 한 일을 사람들에게 전부 말하고 싶은데. 또 Claire를 위해 한 일도. 빌어먹을 이 세상을 위해 한 일도. 난 차를 몰고 떠나면서 룸미러로 감염된 마을을 딱 한번 돌아봤어. 이른 아침이었고 하늘이 회색에서 푸른색으로 밝아오고 있었어. 그곳은 조용하고 평화로워 보였어. 검은 장막이 치워진 것처럼. 아니면 그냥 탈출했다는 안도감에 그렇게 보였는지도 몰라. 것도 아니면 그냥 직감이었거나. 어떤게 맞든간에, 난 일부러 마을에서 눈을 떼고 내 앞에 놓인 도로로 시선을 옮겼어. 그 후론 절대 돌아보지 않았고. 에필로그는 없어. 난 내가 오랜 기간 사라져있는 동안 놓친 인생을 다시 복구하고있어. 결코 쉽지가 않네. California에 돌아오자마자 Claire의 계정으로 로그인했는데, Clayton이 여기에 글을 쓰고 있었다는 걸 보고 너무 기뻤어. 그래서 이 이야기를 끝내는 게 내가 Clayton에게 진 빚이라고 생각해. 난 항상 가만히 있질 못하고있어. 여기저기 다니는 게 좋아. 현실에선 누군가 나 대신 내 몸을 이끌고 나가주지 않더라. 평생동안 내 일부분은 그 마을과 Liz, 개체, Clayton, 눈과 관련한 기억들로 고통받겠지. 이 모든 일이 일어나기 직전으로 어떻게 돌아가야할지 모르겠어. 개체 같은 것들의 존재를 알고 경험한 이후로는 생각하는 게 많이 달라졌으니까. 세상엔 그것보다 더 많은 것들이 존재 할거고. 하지만 지금의 나에겐 지식이 있어. 그 지식이 통하지 않을수도 있지만. 무튼 읽어줘서 고마워. 그리고 도와줘서 고마워, NoSleep. 무고하게 고통받은 그들의 이야기에 일부가 되어 참여해줘서 고마워. 그 용감하고 평범했던 사람들을 대신해서 인사할게. 두려움에 질린 내 베프와 혼란에 빠진 연인, 인간으로 변장한 악당과 쩔게 멋있는 도시모험가(네가 평생 그리울거야), 어쩔수 없는 선택을 했던 영웅과 전(前) 승천한 자였던, 반쯤 정신나간 나 자신을 대신해서. 이제 마무리를 어떻게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모든 일에 도움을 줬던 너희에게 마지막으로 부탁하나만 하고 끝낼게. 그들을 기억해줘. -Blake [출처] [reddit] 감염된 마을 (마지막) | 디미토리 ________________________ 결국 Clayton은 자신을 희생했구나. 개체가 Hadwell가문과 맺은 계약 '덕분에' 눈이 Clayton을 택했던 거였고. 하지만 그건 조건일 뿐이었고, 모든 것은 Clayton의 용기와 희생이 해낸 것 아니겠어? 신이라고 우기는 한 개체의 욕심 때문에 이게 뭐야. 얼마나 많은 사람이 희생됐던 걸까.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또한 그들을 기억하는 것 뿐이겠지. RIP... 길고 긴 이야기 같이 봐줘서 고마워. 곧 다른 이야기로 찾아 올게. 그 때 까지 잘 지내길! 잘 자!
67
4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