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gBebe7
500+ Views

애원

너의 옷자락에 매달려
너의 앞에 막고 가지 말라고 애원해야 했을까
나를 버리고 떠나버린 사랑 말하지 못하고 야위어가는 가슴
너무 쉽게 돌아서 버린 사랑 너를 위해 붙잡지 못한 사랑
Comment
Suggested
Recent
Cards you may also be interested in
일상적인 것의 기록
수많은 탯줄이 머리 위로 똬리를 틀고 있습니다. 검은색, 전선, 없으면 안 되는..의 공통점까지 생각하다가 커피를 한 모금 마십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요즘 팬톤의 양말을 사는 재미에 빠져 있습니다. 옷장 속이 검은색인 자의 색 있는 양말. 레드 퍼플, 라일락, 딥 엠버, 미스틱 블루...구매하면서 생소한 색의 세계도 알게 됩니다. 길을 걷다가 보고 듣는 모든 것들이 체내에 쌓입니다. 밝은 곳과 어두운 곳, 사람들의 말소리와 행동, 냄새와 다양한 형태의 장소들. 갈수록 비어지는 것들이 많아집니다. 비어지기는 쉬우나 채우기는 어렵다는 현실이 서글퍼집니다. 수많은 감정의 울렁임 속에서 살아내고 있습니다. '살아간다' 보다는 '살아내는' 쪽에 밀접한 생입니다. 물기 어린 마음이 나락으로 잡아끌어도 쓰러지지 않을 겁니다. 지구상에 날 위해주는 이가 생겼습니다. 안전망이 사라진 곳이 영 어색하기만 합니다. 드러난. 드러난. 드렁거리며 옆 자판기에서 콜라를 꺼냅니다. 안전을 지키는 이의 눈이 빨갛습니다. 주의, 콜라, 피로가 쌓인 눈. 온통 빨갛게 칠해진 각진 세상입니다. 회사 건물 내에 위치한 꽃집의 손님은 회사원일 확률이 높습니다. '누가 살까?' 싶은데, 꽤 많은 이들이 꽃집을 들릅니다. 집에 가기 전 꽃집 앞 의자에 앉아 꽃들을 바라봅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때마다 우르르 다들 꽃 앞으로 갑니다. 피고 싶은 마음들이 목을 내밉니다. 지하철 안에서 어떤 남자가 여자가 들고 있는 꽃을 보면서 "냄새나 꽃!!!!!"이렇게 소리 지르고 갔습니다. 꽃다발을 들고 가는 그녀를 보며 예쁘단 생각 하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무언가를 밖으로 내보내는 것에 대해 사유하게 됩니다. 자유 자유가 함의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인가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힐난하는 것들이 과연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내젓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입에 커피를 넣자마자 뱉었습니다. 시골 된장을 물에 푼 맛. '독특한 프로세스를 적용한 커피' 등의 표현이 수려하게 적힌 종이를 보다 웃어버립니다. 하하하하. SNS상에서 핫하다고 한 카페에서 제일 좋았던 것은 유리를 관통한 무지개입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신발을 벗은 채, 그 옆에 가만히 발을 가져다 댑니다. 순우리말이자 긍정의 뜻을 품고 있는 무지개 옆에 말입니다. 오 일만의 출근길에 눈에 띈 풍경입니다. 매 주 열 번씩 지나가는 길이지만, 매 번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침의 해가 물을 비추고, 반사된 빛의 강렬함에 눈을 온전히 뜨지 못합니다.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일상에도 여러모로 뒷모습이 있는거다.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중에서- 바쁜 일상 속에서 주어지는 이틀간의 휴식, 이제야 살 것 같습니다. 집 가는 길에 곁눈질로 보던 하늘을 마음 놓고 봅니다. 달님, 이번 주도 절 지켜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언가를 바라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매번 지켜봐달라고 하는 자는 달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건조에 극히 강해 반년쯤 물을 주지 않아도 죽지 않는 존재를 바라봅니다. 건조에 극히 강해. 강해지기 힘든 터전에 산세베리아를 그려넣습니다. 오늘도 살아내느라 고생했다, 고생하셨습니다.
299
그러니까 영화가 막 결말에 다다라가고 있던 중이었다. 십 분에서 십오분 정도 후면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즈음이었다. 좋아하는 배우들이었고, 좋아하는 방식의 영화였다. 특히 윤여정의 연기를 보면서는 결국 눈물까지 쏟았다. 물론 개인적인 이유에서였다. 할머니와의 애틋한 기억이 있는 사람들은 아마도 대개 가슴이 뭉클해지는 장면들이 꽤 있을 것이다. 극 중 스티븐 연과 한예리 부부가 미국인 남자 의사와 대화를 나누던 장면이었던가. 난데없이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영화에 삽입된 소리인가 싶었다. 하지만 극의 흐름상 경보음이 울릴 만한 맥락은 아니었다. 경보음은 생각보다 길게 이어지기 시작했다. 객석이 술렁였다. 영화가 아니라, 영화관 자체의 경보음이라는 것이 확실해졌을 무렵, 관객들은 눈치를 보며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해당 시간의 영화 관객 수는 꽤 많았다. 넓은 1관의 객석이 대부분 채워져 있었으니까. 그러나 그때까지도 영화관을 나가는 관객은 없었다. 나를 포함해 대부분의 관객에게는 두 가지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오작동이겠지. 잘 보고 있는데, 잠시의 소란 때문에 영화를 포기해야 하는가. 그러나 한편으로는 만에 하나 정말로 비상사태이기라도 하면 어쩌나. 사실 우리는 2014년 4월을 포함해 몇 가지 비극적 사건들을 거치며 일종의 국민적 트라우마를 겪었으므로, 이러한 상황의 불안을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심각한 안전불감증인 걸까. 사실 직원 중 누구라도 빨리 영화관에 들어와서 뭔가를 해명해줬으면 했다. 다른 관객들 역시 마찬가지 마음이었을 것이다. 더구나 곧 있으면 끝날 영화를 이런 식으로 방해받고 싶지 않았을 것이고, 한 시간 반 남짓 조심조심 쌓아온 따뜻한 정서가 훼손되는 일을 누구도 원치 않았을 것이다. 그때였다. 한 여성 관객이 재빠르게 계단을 내려가 영화관 문을 열고 나갔다. 그러자 관객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너나 할 것 없이 비상구로 우르르 몰려갔다. 사실 그때까지도 나는 스크린에서 눈을 못 떼고 있었다. 직원이 아니라면 먼저 나간 관객 중 누구라도 화재경보기의 오작동임을 확인하고 다시 영화관에 들어오기를 바랐다. 내가 너무 이기적인 걸까.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정말로 한 남성 관객이 영화관에 다시 들어오며 외쳤다. 오작동이랍니다. 이 정체 모를 불안을 한순간 종료 시켜 줄, 누구라도 듣고 싶었을 바로 그 말. 우선은 한숨을 돌리며 안심했지만, 이미 영화의 흐름은 놓친 뒤였다. 나는 다리가 풀리듯 객석에 앉으려고 했다. 그런데 경보음은 여전히 멈추지 않았고, 급기야 영화 상영도 종료되며 비상 대피 화면이 떴다. 직원들의 발 빠른 대처가 조금 아쉬웠다. 긴 줄을 선 관객들에게 환불 조치가 시작됐다. 의미 없는 경보음은 여전히 울리는 채였다. 환불은 물론이고, 다음 날에는 무료 티켓까지 추가로 증정하겠다는 문자메시지가 왔다. 어쨌거나 오작동인 것은 천만다행이다. 당시 상영관 내에 진동하던 불안의 기운을 잊을 수가 없다. 나의 심각한 안전불감증까지도. 아니 어쩌면 안전불감증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할 수도 있다. 그것은 전에 없던 상황에 대한 대책 없음과 무력함이었다. 실제로 그것이 오작동이 아니었다면.  토요일, 메가박스 신촌에서의 일이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신촌 일대의 죽은 상권을 상징이라도 하듯, 메가박스 신촌은 겉으로 보면 거의 폐건물에 가깝다. 영화관만 겨우 운영되는 사실상 빈 건물처럼 보인다. 오죽하면 건물 외벽에는 당사 간판보다 훨씬 큰 글자들로 '정상 영업 중'이라고 쓰여 있다. 나는 건물에 입장하며 그것을 보고 잠깐 웃기도 했는데, 건물을 나가면서 다시 돌아보니 그 을씨년스런 건물의 분위기가 불안을 조장하는 데 일조한 느낌마저 들었다. 아무래도 영화 <미나리>는 한 번 더 보러 가야 할 것 같다. 다행이다. 다행스런 일이었다. 모두가 무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