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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2. 잘-생긴, 장난꾸러기, 연하남과의 동거?!



로라는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제야 자신 주위로 빙 둘러싼 사람들의 웅성거림과 호기심 가득한 시선들이 눈에 들어왔다. 술집 안을 넘어, 술집 밖에서까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보며 웅성거리고 있는 것을 알아챈 로라. 순간 그녀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어버렸다. ‘뭐…야, 구경났어? 뭐 좋은 구경이라고 우르르 모였있는 거야.’ 가쁘게 숨을 몰아쉬던 로라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어때요. 나랑 같이 나갈래요?”

그리고 순간,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그러나 진지한 눈빛으로 로라를 내려다보며 말하는 남자.
그냥 오지랖이 흘러넘치는 남자인가, 아님 자신에게 다른 볼 일이라도 있는 것인가, 아님…자신의 머리끄덩이를 잡고 있는 이 여자의 친구라도 되는 것인가.

로라는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그 말을 내뱉으며 자신의 손목을 쥐고 있는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그 때, 로라에게 머리카락이 잡혀있던 현우가 로라의 손을 아프게 쳐냈다.

“이 기집애가 무슨 깡패인가. 왜 남의 가게 와서 행패야, 행패가!”

로라는 남자에게로 향했던 시선을 거두어 현우를 바라보았다. 머리가 산발이 된 채 씩씩거리며 그녀를 차갑게 바라보고 있는 현우. 곧, 자신의 머리채를 잡고 있던 여자가 현우 옆에 찰싹 달라붙어 현우의 머리 모양새를 다듬어 주었다.

“어머 오빠, 머리 뭉탱이로 빠진 것 좀 봐. 나 몰라, 어떡해!”
“아씨. 기집애가 힘은 세 가지고. 봐봐, 많이 빠졌어? 나 아파 죽겠어.”

아주 염병들을 떨고 앉아 있네. 로라는 기가 찬 다는 듯 하-, 코웃음을 치며 둘을 바라보았다. 로라의 머리도 여자에게 한껏 쥐어 뜯겨, 엉망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로라는 개의치 않았다. 산발이 된 채, 로라는 물끄러미 그 둘을 응시했다.

곧, 현우와 여자는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 찰싹 달라붙어 로라를 차갑게 쏘아 보았다.


“진짜 찌질 하다, 찌질해. 오빠가 그렇게 눈치 줬음 알아서 떨어져 나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됐어. 열 내지 마, 이제 알았으니 나가떨어지겠지.”

와장창, 깨져버리는 듯 했다. 강한 멘탈이라 생각했건만, 웬만해선 흔들리지 않는 멘탈이라 자부했건만. 지금 로라의 멘탈은 저 자식의 저 한 마디에 끝까지 지켜왔던 마지막 자존심과 함께 산산조각이 나,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로라는 이상하게 이 상황에서 자꾸만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그러면 안 되는 거다, 구차해지기 싫어 이를 악물어 보았지만 이상하게도 눈물이 참을 수 없이 터져 나오려고만 했다. 로라는 자신의 원피스 자락을 꾸욱 쥐었다.

“그래. 열 내지마.”

로라는 힘겹게 그 말을 내뱉었다. 자신도 놀랄 정도로, 차분한 그러나 차가운 목소리였다. 그리곤 당장이라도 뺨을 세게 내려치고 싶은 현우의 앞에 저벅저벅 걸어가 우두커니 섰다. 로라의 손목을 꾹 쥐고 있던 오늘 처음 보는 남자 역시 가만히 로라의 손목을 놓곤 뒤에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알아서 떨어져 나갈 테니.”


로라는 그 말을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내뱉곤 이내 자신의 목에 걸려있던 은색 목걸이를 있는 힘껏 손으로 끊었다. 툭, 로라의 목을 아프게 할퀴고는 맥없이 끊어져버린 목걸이. 현우와 그의 현 여친인 여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곤 로라를 바라보았다.


“사랑한다는, 정말 마지막이라는, 이런 감정 니가 처음이라는. 이젠 모든 걸 정리하고 너만 바라보겠다는.”
“…….”
“그 말들도, 그 말을 내뱉으며 지었던 니 표정들도, 달콤했던 그 목소리들도, 그러면서 걸어주었던 이 목걸이도.”
“…….”
“…그리고 지긋지긋했던 우리의 관계도.”
“…….”
“모두 다가 거짓이었는데. 알고는 있었는데. 어느 정도 예상은 해왔었는데.”
“…….”
“그러고도 못 끊어내고 질질 끌다, 여기까지 왔네. 일찌감치 끊어내 주었어야 했는데 지금이라 유감이다.”
“…오로라.”
“너 같은 새끼랑 1년을 사귀었단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이미 난 찌질해졌으니, 찌질도, 쿨도 이젠 다 소용 없어. 그냥 꺼져. 다신 내 눈에 띄지 마라, 이현우.”
“……!”
“근데 그 지겨운 레퍼토리 바꾸지 좀 그러니? 이 목걸이마저 똑같다니. 정말 소름 돋는다, 이 개자식아.”


그리고 로라는 자신의 손에 들려있던, 이젠 ‘구 남친’이 되어 버린 현우가 자신에게 고백을 하며 걸어주었던 목걸이를 미련 없이 끊어 내 그의 얼굴에 냅다 던졌다. 정확히 현우의 얼굴을 강타하고 그대로 바닥에 툭, 떨어지는 목걸이.

그의 옆에 서 있던 여자가 입술을 꾹 깨물곤 자신의 목에 걸려있는 목걸이와 똑같은 그 목걸이를 말없이 손에 쥐었다.


“오…빠? 이거…내 목걸이랑…똑같…”
“아, 아니…나, 나리야. 오빠가 다 설, 설명…”
“뭐야. 오빠 지금 나랑 장난 쳐?!”


여자의 고함을 뒤로 한 채, 로라는 그렇게 아수라장이 되어 버린 가게를 나섰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눈엔 여전히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지만 다행히 그 개자식 앞에서 눈물을 흘리진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주변에 웅성웅성 모여 있는 사람들 틈을 휘청휘청 벗어났다. 그러곤 몇 걸음 걷고 나서야 그대로 주저앉아 버린 로라. 그리고 그런 로라 주위로 친구들이 모였다.


“야, 오로라!”
“로라야, 괜찮아?!”


괜찮을 리가 없잖아…, 로라는 중얼거리며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 뒤에 한 남자가 저벅저벅 와 섰다. 힘겹게 올려다보니 아까 그 남자였다.


“아…”
“…….”
“뭐…어쨌든…아깐 저 도와주시려 한 거니, 감사…”
“그렇게 똑 부러지게 말 잘하면서.”
“네, 네?”


로라는 쭈그리고 앉은 채 남자를 올려다보며 아까 나서준 것에 대한 감사를 표시하려다 말을 뚝, 잘라 먹혔다.


“저런 형편없는 새낀 어디서 만났데요? 앞으론 저런 새끼 만나지 마요, 오호라누나.”
“에? 오, 오호라…요?”

오로라, 라는 자신의 이름을 제멋대로 바꾸어 내뱉고 있는 이 남자. 로라는 눈을 동그랗게 뜨곤 자리에서 엉거주춤 일어나 다시금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어디선가…본 적이 있었던가? 나와 안면이 있는 사람인가? 로라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남자를 바라보다 이내 미간을 심각하게 찌푸렸다.


“내 현 여친이 지금 바람을 피고 있는 중이라 괜히 지나치려다 남 일 같지 않아서 나서긴 했다만.”
“……?”
“아무튼 잘 해결된 것 같으니. 그럼 노세요들.”


하고 말하며 남자가 씨-익 웃었다. 그런데 웃는 게 너무 예뻤다. 붉은 입술을 달싹이며 씨익 웃는 남자를 로라는 넋 놓고 바라보다, 얘가 어떻게 날 알지? 하는 표정으로 돌아서려는 남자를 빤히 바라보았다. 이리 보고, 저리 보고, 아무리 보아도 초면이었다. 내가 아는 남자 중에, 이렇게 어리고 잘-생긴 남자가 있었던가?

로라는 손톱을 잘근잘근 깨물며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남자를 게슴츠레한 눈으로 올려다보았다.


“근데, 오호라 누나.”
“…에?”
“나. 모르죠.”


나, 모르죠 하는 남자의 목소리엔 호기심과 장난이 한껏 묻어나 있었다. 허리를 반쯤 숙인 채 로라를 빤히 바라보는 남자. 로라는 그런 남자의 진-한 눈빛에 주춤하는 기색 없이 똑같이 남자를 응시했다. 하지만 아무리 보아도 로라에게 이 남자는 처음 보는 남자였다.

아까 가게에선 경황이 없어 몰랐는데 이렇게 자세히 바라보니 굉장히 장난꾸러기처럼 생겼다. 게다가 한 눈에 봐도…자신보다 어려 보였다. 키도 무척이나 컸고. 피부까지 자신보다 희고 고왔다. 잘-생긴, 장난꾸러기, 연하남. 그를 두고 세 가지의 표현이 번뜩 떠올랐다.

로라는 눈을 느리게 깜빡이며 남자를 올려다보다, 이내 흐음…뒷짐을 지었다.


“네 몰라요. 근데 저기요. 내 이름은 오호라가 아니라 오로…”
“참…쓰레기에, 개차반에, 게다가 바람둥이라니.”
“……?”
“아주 골고루 던데. 저런 남자 만나는 것도 능력이야…재주지, 재주.”
“…뭐요?!”
“아니, 오 씨 집안은 대체로가…쓰레기차 잡아타는 내력이 있는 가 본가…유전인가, 그것도? 히-익. 그렇네, 유전인가보네. 얼른 가서 오로준한테 말해줘야겠다.”
“뭐래는 거야…”


남자는 주머니에 손을 푹 찔러 넣곤 혼자 웅얼웅얼 거리더니 이내 고개를 갸우뚱하며 사라져버렸다. 나타날 때도 제멋대로더니, 사라질 때도 제멋대로였다. 왠지 로라의 기분이 이상해졌다. 자신의 손목에 여전히 저 남자의 온기가 남아있는 것만 같았다. 로라는 우두커니 서서 남자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어머, 로라야. 누구야?! 너무 귀엽게 생겼다!”
“나도 몰라. 근데 뭔가 모르게 재수 없단 말야…. 그래도 뭐. 다신 마주칠 일은 없겠지.”


이내 로라 역시 어깨를 으쓱하며 친구들과 뒤돌아섰다. 하지만 여간 찜찜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로라는 연신 뒤를 돌아보며 자신을 ‘오호라’라 부르던 남자가 사라진 곳을 힐끔거렸다. 잘생긴…장난꾸러기…연하남….

* * *


[ 30분 전 / 시내, 술집 안 ]


“너희 누나도 시내 나온다냐? 마주치는 거 아냐?”
“오로라 마주치는 순간, 재수 옴 붙는 거다. 난 이-상하게 오로라만 마주쳤다 하면 괴상한 일들이 벌어지더라니까?”
“푸핫-. 그래도 니 누난데, 임마.”
“말이 누나지. 두 살 차이가 무슨. 저번주에 나 시내 나와서 술 마셨댔잖냐. 그 날 술집에서 오로라를 딱 마주쳤거든? 근데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는 지 아냐?”
“무슨?”
“내 전 여친 있지, 임하나. 바람피우고 내 뒤통수친 애. 걔를 딱 마주쳤는데 글쎄 걔가 눈물 콧물 흘리면서 미안하다느니, 다시 만나지 않겠냐느니, 내 앞에 울고불고 했는데…하, 끔찍했다 정말.”


로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한숨을 쉬었다. 도헌은 그런 로준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그때, 도헌 앞에 놓였던 휴대폰이 요란스레 울렸다. 도헌은 신경질적으로 휴대폰을 꺼버렸다. 꺼버린 걸로도 모자라 아예 테이블 위에서 뒤집어 버렸다.


“왜, 계속 연락 오냐?”


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도헌을 바라보았다. 도헌의 표정 역시 딱딱하게 굳었다. 로준의 물음에 도헌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도헌의 빈 잔에 소주를 부었다.


“한국 온 거 들키면 끝장일 텐데.”
“당분간 어디서 지내게. 지낼 데는 있고? 너희 부모님도 니 여자 친구 편 아니냐?”
“두 말 하면 잔소리. 나 한국 온 거 얘한테 비밀로 해 달라고 말 해봤자니까 내가 집에 까지 속이고 한국 온 거 잖아.”
“어쩌냐, 구도헌. 너희 집 이나, 니 여친이나 아직 너 파리에 있는 줄 알 텐데.”


로준은 도헌이 따른 소주를 입 안으로 털어 넣으며 아까보다 더 표정을 구겼다. 쓴 소주의 맛이 입 안에 맴돌았다. 도헌은 한숨을 푹 내쉬며 로준을 따라 술을 마셨다.


“그러게 말이다. 그래도 언제까지 속이고 있을 순 없지. 정리 할 건…빨리 정리하고. 제자리를 찾아야 되지 않겠냐.”
“진짜 걔도 너무하다. 어째 3년을 사귄 널 두고…너랑 제일 친한 형이랑…바람을 피냐…와. 대단보스다, 대단보스.”
“처음에 그 사실 알았을 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는데. 지금은 뭐…그러려니 해. 아예 정내미가 떨어져 버린 거지.”


이젠 무표정한 얼굴로, 담담하게 그 말을 내뱉는 도헌을 바라보며 로준은 피식 웃었다. 그러곤 다시금 빈 잔을 들어 장난 반, 진심 반으로 말을 내뱉었다.


“그럼 구도헌. 우리 집에서 같이 살래?”
“뭐?”
“나 이번에 독립했잖냐.”


로준은 씨-익 웃으며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려보였다. 그러자 도헌 역시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니 누나 있잖냐. 그게 무슨 독립이야. 누나랑 같이 산다며.”
“어차피 걔 맨날 술 퍼 마시고, 가게에 붙어 있어야 해서 집엔 거의 일주일에 몇 번 밖에 안 와. 와도 잠만 자고 가버려.”
“그래도 누나 허락 맡아야 하는 거 아냐? 다 큰 남자 둘씩이나 같이 지내려면 불편할 텐데.”
“야. 오히려 좋아할 걸? 너같이 멀쩡하게 생긴 연하남이랑 같이 산다고 하면?”


로준의 말에 도헌은 내가 좀 연상들한테 먹히는 얼굴이긴 하지? 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곤 창가에 앉았던 도헌은 물 잔을 들며 미소를 띤 채, 무심코 창밖을 바라보았다.


“어…저기…니 누나 아니야?”


언젠가 로준의 고등학교 졸업식 때 본 적 있던 얼굴이었다. 긴 머리에 까무잡잡한 피부. 여전했다. 동글동글 귀여운 외모에 눈부시게 예쁜 얼굴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디서 꿀리지 않을 정도의 준수한 미모. 게다가 어딘가 묘하게 남자를 끌어당기는 매력적인 페이스였다.

도헌은 물끄러미 그녈 바라보았다. 그녀와 몇 마디 나누어보진 않았지만 까칠하고, 날카롭고, 예민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성격은 서글서글하고 쿨하고 호탕해 의외라는 느낌을 주었었다. 조금은 멍해보이는 그녀를 도헌은 응시했다.


“아, 뭐? 아…오로라. 그렇게 눈에 띄지 말랬는데!”


로준은 소주잔을 소리 나게 탁, 내려놓으며 있는 힘껏 창밖의 로라를 째려보았다. 그런 로준의 반응이 웃겨 도헌은 푸하하 소리 내어 웃으며 장난스런 웃음을 가득 머금곤 로라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창밖의 로라는 어쩐지 어두운 표정이었다. 그때 보았던 것과는 달리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는 것인가, 밝은 에너지를 폴폴 풍기던 로라가 아니었다. 좋지 않은 안색으로 어딘가를 멍하니 바라만 보고 서 있었다.


“근데 니 누나 좀 이상한데? 어디 아픈 거 아냐?”
“아 몰라. 어제 또 술 처먹었겠지.”
“…그런가?”


도헌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빈 잔에 소주를 들이부었다. 그때, 창밖에 멍하니 서 있던 로라가 순식간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로준과 도헌이 앉아 있는 가게 안으로 쳐들어왔다. 도헌은 입 안으로 털어 넣고 있던 소주를 푸우-, 하고 뱉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재활용도 안 되는 씹 쓰레기 인간아! 니가 그러고도 남자 새끼냐?!”
“푸우-!”


정말 순식간이었다. 밖에 멍하니 서 있던 로라가 험하게 욕을 하며 가게 안으로 휙-, 처 들어온 것은. 그러더니 서빙을 하고 있던 이 술 집 사장의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도헌은 너무 놀라 히익-, 소리까지 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도헌 앞에 앉아 있던 로준 역시 너무 놀라 의자까지 넘어뜨리며 일어나, 입을 떡 벌린 채 자신의 누나를 바라보았다.


“으악! 뭐야! 오로라 이거 안 놔?!”
“못 놔! 안 놔! 오냐 그래, 오늘 너 죽고 나 죽자! 어?!”
“헐…로준아, 니 누나 대-박이다. 대-박.”
“저…오로라…집안 망신 다 시키는 망나니 같으니라고!”


도헌은 입을 떡 벌린 채 남자의 머리채를 휘어잡고는 사정없이 흔들어 재끼는 로라를 바라만 보았다. 로준은 에이씨, 에이씨, 욕만 내뱉으며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웬 여자 하나가 저벅저벅 가게 안으로 튀어 들어와선 그런 로라의 긴 머리를 휘어 잡아버렸다.

도헌의 눈은 아까보다 더 커졌다. 저건 또 무슨…상황이래?!


“야, 오로준 가서 말려야 하는 거 아냐? 어?”
“쪽팔리게 에이씨. 그러니까 쟤만 시내에서 만나면 재수 없는 일이 생긴다니까. 야, 구도헌 니가 가서 말려봐라.”
“내, 내가? 어우야. 내가 저기 끼었다간 두 여자들한테 얻어터지고만 올 것 같은데?”


도헌은 슬쩍 로준의 등을 떠밀었다. 하지만 로준은 이미 많은 사람들 틈에 끼여 있는 자신의 누나를 구하러 가기가 꺼림칙했다. 죽을상을 하곤 어떻게 해야 하지? 하며 어물쩡거리고 있던 그때,


“상황 파악 안 되니?! 니가 방금 지껄였던 너희 오빠한테 질척대는 여자가 난데?!”
“뭐? 뭐…뭐라구요?”
“여친 있는 멀쩡한 남자 꼬신 것도 모자라, 니가 내 머리채 까지 휘어잡아? 어?! 니년 손모가지도 이 놈 모가지랑 같이 분질러줘?!”


오호라. 일이 그렇게 됐단 말이지? 도헌은 순간 자신의 주먹에 힘이 잔뜩 들어간 걸 느꼈다. 로준 역시, 로라의 남친이 바람을 펴서 그래서 지금 저렇게 화가 났다는 사실을 깨닫곤 울컥 화가 치밀어 올랐다. 동시에 그런 남자새끼 뭐가 아쉬워서 사람들 틈에 둘러싸여, 얼굴까지 팔리며, 게다가 그 남자새끼의 바람피운 상대 여자에게 머리채까지 휘어 잡혀 있나 싶어 로라에게 화도 났다.

로준이 미워도 자신의 핏줄인데 싶어, 오만상을 쓰고서 로라에게 다가가기 위해 한 걸음 내딛었는데.


“어…? 구도헌…?”


도헌이 이미 저벅저벅 걸어가 웅성웅성 모여 있는 사람들을 한 손으로 제치곤 로라 앞에 섰다. 그러곤.


“이런다고 바람 난 그쪽 전 남친이.”
“뭐야!”
“정신 번쩍 차리고 그쪽 현 남친으로 컴백하진, 않을 것 같은데요?”


로라의 손목을 휘어잡으며 특유의 장난기 어린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꽤나 진지했다. 도헌의 오랜 친구인 로준은 한 눈에 도헌이 화가 났다는 걸 알아챘다. 한껏 화난 표정을 짓진 않았지만 장난기 섞인 미소 뒤에 숨겨진 깊은 분노감이 그대로 전해졌다.

세상 장난꾸러기인 녀석이 저렇게 진지한 표정으로 진지한 목소리로 로라의 손목을 잡아채고 있었으니. 로준은 오잉? 하는 표정으로 도헌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런 로준 만큼이나 당황한 표정의 로라까지.

곧, 로준은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러곤 팔짱을 꾹 끼곤 마치 영화감독이 된 마냥, 고개를 갸우뚱하며 둘의 투 샷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저 둘. 한 집에 살면 꽤 재미있겠는데…오랜만에…시트콤 하나 찍어봐?”

* * *


안녕하세요 신화그녀입니다 :D
이렇게, 한주가 또 시작되었네요^_^
모두들 힘찬 한주 되셔용!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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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 점점 재밌어 지내요 기대 만땅입니다
ㅋㅋㅋㅋ흥미진진!
아우 그다음이 궁금한데 다음은 언제 올라오나욛ㅠㅅ
아아아악!! 짧아요 짧아요 ×100 빨리 3화 올려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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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을 이용해 태안 앞바다에 간다. 물론 목적은 휴양이다. 안면도는 아니다. 휴가 때도 못 간 바다를 뒤늦게 가고 있다. 사실 바다는 성수기를 피해 가는 것이 좋다. 내 경우에는 그렇다. 아무도 없는 바닷가. 인적이 드문 바닷가. 바다에까지 노트북을 들고 가고 싶지는 않아서, 어젯밤, 아니 오늘 새벽, 정확히 2시 21분까지 데스크톱 컴퓨터 앞에 앉아 버텨보았지만, 도저히 글을 쓸 수가 없었으며, 나는 울고 싶은 지경이었다. 엔간해서는 이러고 싶지 않았지만, 오늘은 처음으로 이 글을 핸드폰을 이용해 써보기로 한다. 적응력의 문제겠지만, 글은 모니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이용해 쓰는 것이 지금으로선 가장 효율이 높다. 펜을 들고 종이 위에 시 쓰던 게 편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컴퓨터 앞에 앉아 시를 쓰기 시작한 뒤로는 펜으로 시를 쓰는 게 고역에 가까워졌다. 더구나 이렇게 분량이 꽤 있는 글은 특히나 그렇다. 천재는 악필이라는 낭설이 있다. 근거가 있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일리가 있을 것도 같다. 내가 추측하는 바로는, 천재인 경우 두뇌 회전이 빠르므로, 생각의 진행 역시 빨라 쓸 거리는 넘치는데, 손의 속도가 생각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생각이다. 그 속도의 불일치가 악필을 낳는 게 아닐까. 천재를 떠나서 생각이 많은 사람은 예쁜 글씨를 쓰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닌 이상, 예쁜 글씨를 쓰기가 아무래도 힘들 것 같고, 예쁜 글씨를 쓰기 위해서는 꽤 많은 인내가 필요할 것 같다. 그러므로 글씨가 목적이 아니라 글이 목적인 사람이 글을 쓰기 위해 펜을 드는 일이란, 그것이 더 익숙했던 세대가 아닌 이상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분량이 조금 남았다. 그래도 바다에 가는 건데, 나머지 글은 바다에 가서 이어가 보기로 한다.) 바다다. 신두리 해수욕장이라고 한다. 펜션 바로 앞이 바다로 이어져 있다. 썰물이라 바다가 저 멀리에 보인다. 일행들이 백사장으로 걸어 나간다. 나도 따라나선다. 걸어가며 글을 쓴다. 물에 도착했다. 발목을 담갔다. 조개를 캐는지 호미나 모종삽을 들고 쪼그려 앉은 사람들이 있다. 여기저기 미역 뭉치가 보인다. 일행 중 한 사람이 미역을 가지고 가자고 한다. 오늘 생일이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여러분께 바다를 보여주고 싶다. 그래도 사진을 싣는 것은 좀 그렇다고 생각한다. 나는 카메라 대신 메모장을 들고 바다에 온 유튜버라도 된 것 같다. 일행 중 둘은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그들의 상반신만 보인다. 상반신만 내보인 채 둘은 마주 보고 대화를 하고 있다. 보통의 거리에 서 있는 것처럼. 어쩐지 마그리트의 그림 같다. 물론 마그리트는 동의하지 않을 것 같다. 그들은 이제 목만 보인다. 그들의 목이 수면 위에 떠 있다. 목 두 개가 수면 위에 떠있다. 미역을 가지고 가자던 사람도 바다로 성큼성큼 들어가고 있다. 그들은 한때 나와 함께 출판 수업을 듣던 사람들이다. 셋 중 두 사람은 충남 서산시가 고향이고, 한 사람은 그 옆의 예산군이 고향이다. 그들은 집 근처에서 바캉스를 즐기는 사람들 같다. 피서를 즐기기 위해 집 앞에 텐트를 치고 캠프파이어를 하는 사람들 같다. 세 사람의 빈 슬리퍼가 앞에 놓여있다. 저 앞의 바다 위에는 세 개의 머리가 떠 있다. 아니다. 다른 피서객들의 머리도 몇 떠 있다. 세 사람은 이제 홀딱 젖은 채로 걸어 나온다. 마그리트의 그림이 살아 움직인다. 미역을 가지고 가자던 사람이 미역 한 뭉치를 들고나오며 내 이름을 부른다. 그리고 말한다. 혹시 오늘 생일이야? 이제 그들과 함께 숙소로 걸어간다. 숙소 앞에서 바다 위에 떠 있는 등대를 본다. 백사장을 지나가는 앰뷸런스를 본다. 누가 바다에서 다치기라도 한 걸까. 몸에 묻은 모래를 씻어내던 일행 중 한 사람이 앰뷸런스를 보며, 해파리에 쏘인 걸까, 하고 말한다. 늙은 바다를 들것에 싣기 위해 온 앰뷸런스가 아닐까, 하고 내가 말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예약한 펜션은 입실자가 우리 말고는 없다. 펜션을 통째로 빌린 것 같다. 우리는 잠시 나란히 누웠다. 그들은 조금 행복해 보인다. 이렇게 바다의 시가 한 편 완성되었다, 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몫.
내 사랑 내 아픔 그 시간들 서로 겸허히 감당하고 아파했을 충분한 시간과 흘려보낸 시간이 아깝지 않음에 당신이 어떠한 선택을 한들 내 사랑 이 한 선택 나 존중해 단. 서로 아팟을 시간의 무게를 그리고 각자 행복을 추구함에 있어 방법은 당신은 날 놓아주는 선택에 무게를 난 . 난. . 내 몫인 걸로 남겨주세요. . 내 사랑. 두려움과 아픔에 추억하고 싶음에. 시간흐르며 견딘 내. 사랑까지 듣지못한 보지못한 . 아픔. 눈물 행복 미소 겪지 못한 내 것들까진 내 행복까진 당신의 몫은 아님을 아직은.. 난. 당신이 아니면 아니라면. 누구도 그 누구라도 난 행복하지도 웃어지지도 않아. 아직은 그래. 똥.고.집 이 것 또 한 이기적인 지 배려심 없는 건지 나 또 한편 걱정이 앞서지만. 처음이라. 이 모든게 너무도 생소하고. 아프고. 무뎌지지 않아. 생각이 쉽게.. 이성이 잘 찾아 지지 않음을 이해해 주세요.. 오빠.. 사랑.. 표현.. 참.. 달라. 다른거 같아요.. 그래서 나 어려워요. 근데요.. 근데.. 오빠가 아픈게.. 아파하는게 더 싫을거 같으다요.. .. 후.. 그래도. 이건 이것만은 이해해 주세요. 틀린게 아니라 다른 것. 내 선택까지 강요받고 싶진 않은 소중한 내 마음 내 사랑임을 알아주길.. 가벼운 마음이었다면 쉬이 지나칠 마음이었다면.. 누구 손 잡고 행복해 웃어질 마음이었다면 쉽게 떨어질 발걸음 아니었음을 기억해주길. 당신이 날 행복 속 추억으로 남기고자 한다면.. 그 또한. . 아프지만 참아야 겟지요. 마음은 내가 움직일 수 없음을 이젠 총총 알게되었으니까요. 알아요. 이젠. 너무. 아프지만. 아프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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