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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누지마 프로젝트 15년 | 나오시마

1992년 나오시마의 베네세하우스가 개관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개인전 초청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세토우치의 경치에 끌려 섬 일주를 하게 되었다. 세토내해에서 무언가 내 일생의 역작이 될 만한 것은 없을까 찾고 있었다. 당시 나는 뉴욕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예술이 머니 게임이 되어 자본에 종속되어가는 것에 강한 회의를 품고 있었다. 본래 아티스트란 이런 것에 휘둘리면 안 된다고 주장하면서 그런 것들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싸워야 하는 존재다.

1995년 12월 6일 이누지마에 처음 왔을 때,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뭐니뭐니해도 폐허가 된 이 구리 제련소를 보자마자 아이디어가 샘처럼 솟아올랐다. 1909년 조업을 시작한 오래된 제련소인데, 구리 가격 폭락으로 10년 만에 문을 닫았다. 그런데 일본 근대화의 모순과 역사가 응축되어 있는 이 작은 섬에 산업폐기장이 세워질 계획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즉시 기획서를 만들어 후쿠타케 소이치로에게 보여주었다. 그 폐허가 가지고 있는 힘, 가능성, 역사, 섬의 자원, 그것을 이용하여 예술의 힘으로 재생시키고 싶다고, 그리고 산업폐기장 계획을 막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야나기 유키노리, <히어로 건전지ヒロ乾電池/솔라 락ソ?ラロック>
가로로 펼쳐진 이누지마 산의 거석과 미시마 저택의 창호 (촬영: 泉山朗土)

또한 실제로 나는 이누지마에서 살아보기도 했는데, 실로 대단한 경험이었다. (웃음) 조수들도 모두 데려왔는데, 페리가 없어 직접 배를 만들어 강을 거슬러 올라가 오카야마 중심지까지 가서 물건을 사야 했다. 다행히 다들 불평 없이 잘 따라와 주었다. (웃음) 작은 섬인데도 그 속사정은 저마다 달랐다. 폐기장 계획으로 이익을 얻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입장은 다르다. 이 또한 일본을 축소해서 보여준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근대화의 산물이라고 해야 할지, 어려운 부분이었다. 최종적으로 후쿠타케가 제련소 부지를 구입했다. 그 후 프로젝트 구상을 하고 협업할 건축가를 후쿠타케로부터 소개받아, 폐허의 재생이라는 나의 생각에 건축가의 관점이 더해져 예술과 자연 에너지가 일체화된 미술관 계획이 탄생했다. 자연 에너지나 섬의 자원으로 폐허를 재생시킨다는 생각은 1995년 프로젝트 착상 단계부터 가지고 있었다. 거창한 것은 아니었고, 작은 섬이니만큼 있는 것을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자연을 착취해 에너지를 쓰고 싶은 대로 쓰는 근대적인 발상은 통하지 않는다. 섬에서는 원래 분뇨도 거름으로 사용하는데,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그러한 지혜를 활용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야나기 유키노리, <히어로 건전지/이카로스 타워イカロスタワ>
미시마 저택의 문과 창을 공중에 매달아 놓았다. (촬영: 泉山朗土)

후쿠타케와는 자주 요트에 올라 작업에 대한 생각을 주고받는다. 뉴욕에서 미시마 유키오를 테마로 한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였다. 후쿠타케가 “미시마가 살던 집을 내가 갖고 있는데”라고 말했다. 그 순간 나는 “네? 그럼 저 주세요”라고 해버렸다. 처음에는 이누지마의 이케노우에池の上에 옮겨짓는 나오시마 이에프로젝트의 연장선상에 있는 듯한 계획이었다. 하지만 막상 조사해보니 도저히 옮겨 지을 만큼 자재가 남아 있지 않았다. 최종적으로 그 자재를 예술 작품으로 활용해 건축과 일체화하자는 쪽으로 결정했다. 이것이 세이렌쇼에서 ‘필요악’의 역할을 했다. 지금은 반전이나 환경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 당연한 일이고, 그것은 물론 정치적으로 올바른 일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예술이 될 수 없다.

또 예술이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뉴욕에 있을 때는 타인이라고 하면 종교가 다른 사람, 또는 인종이나 국적이 다른 사람이었다. 그런 가운데서 내 작품이 태어났다. 그런데 진짜 타인이란 누구일까 하고 규명해보면 다름아닌 죽은 사람과 미래에 태어날 사람이다. 어느 쪽이든 나와 만날 일은 절대 없다. 그렇지만 그 만날 수 없는 타인을 이미지로 만들어 소통하고자 하는 것이 예술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보자면 확실히 이누지마는 망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이다. 악극 노에서는 망자에게 말을 하게 하지만, 나는 미시마를 무덤에서 소생시켜 미시마 자신의 목소리를 내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세이렌쇼에서는 건축가와 콜라보레이션을 한 기간이 몹시 길었기 때문에 건축이 가지고 있는 기능을 예술과 조합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들일 수 있었다. 어디까지가 건축이고 어디까지가 예술인지, 경계는 알 수 없다. 예를 들어 굴뚝의 드래프트공기의 흐름를 환기에 사용한다는 것은 건축가적인 발상이지만, 내가 당초에 생각하고 있던 것은 공기의 흐름 자체의 체감적인 은유이다. 세이렌쇼는 복잡하게 뒤얽혀 있는 검은 슬래그벽돌 벽이 미로처럼 굴뚝으로 연결된다. 이는 드래프트의 바람을 받아 굴뚝 속 나선형 계단을 통해 하늘로, ‘한 점 푸른 표상’미시마 유키오, <이카로스/태양과 쇠>을 향해 올라간다고 하는, 그리스 신화 속 이카로스를 모티프로 한 아이디어였다. 여기에 건축가의 힘을 보태, 건축적 기능과 예술이 융합한 형태로 세이렌쇼가 실현되었다.

야나기 유키노리, <히어로 건전지/이카로스 셀イカロスセル>
검은 벽의 미로에서 되돌아보면 태양이 번쩍이고 있다. (촬영: 泉山朗土)

15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지금은 이누지마와 관계가 있는 분들도 많아져 허전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마치 아이가 자립해버린 것처럼 조금 서글프기도 하다. (웃음) 이누지마는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이제는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아티스트는 스스로 선구적으로 생각을 하고 행동한다. 즉 그러한 대중화의 밑거름에 창조의 씨앗을 뿌리는 사람이다.

예술의 섬 나오시마

작가 | 후쿠타케 소이치로, 안도 타다오
출판 | 마로니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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