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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푸치의 모닝레터_0628. 영화음악가가 전하는 인문학 개론

최근 개봉한 영화에서 귀 호강을 시켜주는 멋진 영화음악을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필자의 음악적 취향은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가 OST를 부른 뮤지션을 찾거나 극 중 삽입된 클래식이나 재즈를 찾아 듣곤 하는데요, 과거 '신영음' 분위기의 팟캐스트를 소개하고자 해요.

'윤성은의 Screen music' 팟캐스트는 영화평론가의 진행으로 솔직하고 담백한 영화음악 감독의 스크린 데뷔 에피소드에서부터 영화 덕후인 음악 감독들의 개성 있는 영화적 취향과 영화음악 해설, 음악 작업 안팎에 얽힌 이야기와 미발표 음악, 영화음악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라디오 감성의 뉴미디어 콘텐츠 같아요.

최근 3개월 만에 재개된 방송에서는 조성우 음악 감독이 출연했어요. 조성우 감독은 허진호, 이명세, 김태용, 봉준호, 박흥식 감독 등 충무로의 내로라하는 영화감독들과 협업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음악가이자 철학박사로 알려져 동종업계의 음악 감독들에게도 모범이 되는 아티스트이자 멘토입니다.

특히, 철학을 전공한 음악가답게 영화 안팎에 걸친 철학적 주제에 대한 설명은 물론, 편안한 분위기에서 인문학적인 소양을 넓힐 수 있는 인문학 강의 같았어요.

철학을 전공하며 겸임교수로 모교에 교편을 잡기도 했던 조성우 감독은 "철학을 공부하려는 방편으로 음악을 시작했고 어릴 적, 철학자를 꿈꿨다"라며 "철학이 학교 안에 갇혀 산다는 느낌이 들어 학교를 그만두려고 하니까 직업이 필요했다"고 말을 이어갔죠.

그는 "중학교 때부터 기타에 빠져 살았고 밴드 활동을 해왔던 까닭에 음악을 직업으로 삼아 현재에도 재즈 연주를 하고 있고, 순수 철학을 전공했지만, 학교의 부름을 받아 예술철학 강의를 15년 가까이 해왔는데 예술에 대한 자신의 정체성을 세우기 위해 책을 쓰고 있다"고 했어요.

조 감독은 "철학자가 학생들한테도 예술이 뭔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예술 현장과 학교의 교량 역할을 하는 철학책을 쓰고 싶었고 「영화는 책이 아니다」라는 제목으로 올가을에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라며 "이명세 감독이 가장 거론하기 좋은 예술가라고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김성수 감독의 <런어웨이> 음악 감독으로 충무로에 입성한 조성우 감독은 두 번째 작품으로 절제의 미학이 강조된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음악을 맡았는데 "허진호 감독은 표현은 절제돼 있지만, 그 밑바탕에 주제가 선명한 연출가라서 영화를 통해 담아내고 싶은 핵심적인 정서와 이야기가 뭐냐는 얘기를 허 감독과 많이 했고, 이걸 모티브로 삼아서 음악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에 더 몰두했다"라고 음악 작업을 위한 협업 방식에 관해 설명했죠.

이어 "허 감독과 철학에 관한 얘기를 많이 했는데, 철학자의 책에 대한 얘기도 많이 했다"라며 "영화의 줄거리는 죽음을 앞둔 사진사였는데 주차단속원 다림이가 찾아와서 주인공 정원의 평정심을 흔들어 놓게 되자 살기 위해 노력하다가 다시 죽음을 받아들이면서 영정 사진을 웃으면서 찍는다는 이야기인데 이면에는 시간, 죽음, 삶 이러한 문제들이 있다"고 풀이했어요.

"허진호 감독의 영화는 <고철을 위하여>라는 단편부터 시작해서 대부분 비슷한데, 변화하는 걸 싫어하는 청년에게 <봄날은 간다>의 '왜 사랑이 변하니?'라는 대사처럼 변화를 받아들이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저항하고 싶은 운명이 있고, 그 운명을 수용하는 정서를 표현하려는 관점에서 대화를 풀어나갔다"고 조성우 감독은 설명했죠.

그는 공포 영화이지만 슬픈 멜로드라마 같은 정서를 느끼게 한 민규동, 김태용 감독의 <여고괴담:두 번째 이야기> 음악 작업 대해 "호러 영화의 장르적 성격과 멀어진 작품으로 기억한다. 이 영화는 여러 사람이 균등한 비율로 등장해 이야기를 끌어간다"라며 "그 당시까지만 해도 우리 영화음악에 팝송 등 외국 음악이 많았는데, 오리지널 스코어라고 하는 창작 영화음악은 음악적 가치나 대중적으로 하나의 독립된 음악으로서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영화를 떠나 독립된 음악으로서의 정체성을 만들어 봐야겠다고, 이 영화를 기점으로 음악에 팝송을 쓰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음악 작업에 접근했다"고 전했어요.

조 감독은 "음악에서 완결성을 갖고 싶었는데 호러 영화가 오히려 완결된 선율 구조를 갖기에 좋은 부분도 있다. 영화 <드레스 투 킬>의 테마 음악처럼 선율적인 완결된 구조로 되어 있어 심리학적으로 굉장히 질서 있고 안정된 것이 정반대의 느낌이 든다"라며 "그 이면에 무질서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같이 가지고 있으므로 음악의 선율적이고 미적인 부분을 극적으로 몰고 가면 영상에서 반대 효과를 가져왔을 때 두 개가 결합해 더 무서운 공포감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어요.

조성우 감독은 "철학을 하기 위한 사회 경험 차원에서 영화투자, 배급하는 사업도 했다. 돈을 많이 버는 영화를 기획하거나 투자를 유치하기엔 어렵지 않지만 그러려고 영화를 한 건 아니어서
음악이든 영화든 인생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선택이었는데, 가치에 맞는 영화들을 선정했다"라며 "옛날부터 논문 형태의 산문은 주로 많이 써왔는데, 노랫말 쓰는 건 전문가 영역이란 생각이 들어 함께 일하는 작사가가 멜로디를 듣고 가사를 멜로디에 맞출 수 있도록 협력하고 있다"고 덧붙였어요.

특히, 조 감독이 영화 <미션>의 'Gabriel Oboe' 연주자인 데이빗 에그뉴의 오보에, 보니푸에리 어린이 합창단과 함께 작업한 영화 <H>의 사운드트랙과 뮤지컬 <대장금>에서 작곡한 '언젠가 이 곳이'도 감상할 수 있어 음악적 깊이를 더하는 시간이었어요.

From Morning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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