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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임차인의 역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라는 경제학자 제임스 토빈의 투자 관련 격언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것입니다. 이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위험을 분산하라는 뜻입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투자환경 속에서 분산투자는 투자자의 위험을 낮추는 역할을 합니다. 오피스 빌딩도 포트폴리오다. 흔히 이런 격언은 주식 등에만 적용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투자라는 관점에서 하나의 오피스 빌딩도 크게 보면 포트폴리오로 볼 수 있습니다. 여러 개의 빌딩을 묶어서 투자한다면 이를 포트폴리오로 보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하나의 빌딩도 포트폴리오라고 말하면 언뜻 이해하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격언을 부동산과 관련해 비유하면 오피스 빌딩 자체는 바구니이고 그 안에 입주해 있는 임차인들은 계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동산 자체를 포트폴리오로 보고 임차인들 하나하나를 위험 관리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임차인이 내는 임대료가 주요 수익원인 빌딩에서 임차인에게 문제가 생기는 것만큼 큰 리스크는 없습니다. 계란을 다루듯 임차인 하나하나를 소중히 살펴야 합니다. 빌딩의 앵커 테넌트 때론 독이 될 수 있다. 오피스 빌딩의 임차인들 중에서 많은 면적을 사용하고 있고 빌딩의 명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임차인을 앵커 테넌트 (anchor tenant) 또는 키 테넌트 tenant)라고 부릅니다. 이런 임차인들은 임대인의 입장에서는 꼭 잡아야 하는 가장 크고 중요한 고객입니다. 최근 앵커 테넌트 때문에 빌딩 운영에 심각한 타격을 입는 사례들이 뉴스에 나오고 있는데 이를 통해서 빌딩 운영에 있어 임차인 구성도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근 여의도 FKI 전경련 빌딩의 50층 중에서 13개 층을 사용하고 있는 LG CNS가 이전을 결정하였고, 29층 규모의 여의도 Two IFC에 4개 층을 사용하고 있는 LG 전자도 계약 해지를 하기로 했습니다. LG그룹은 여의도 트윈타워 주변으로 계열사들이 많이 입주하고 있었는데 LG 마곡지구의 개발이 완료되면서 그룹 관계사들이 대거 이동을 하게 된 것입니다.  앵커 테넌트의 이전은 임대인의 입장에서는 우량 고객의 변심으로 인해 발등의 불이 떨어진 상황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꿀처럼 달콤했던 임차인이 단숨에 독으로 변하게 된 것입니다. 기존 수익을 유지하기 위해서 대형 공실을 채울 다른 임차인을 서둘러 찾아야 합니다. 그렇지만 임대라는 것은 시장의 상황과 주변 부동산의 현황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에 생각처럼 쉽게 채워지는 게 아닙니다. 게다가 그 면적이 크다면 공실을 해소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입니다. 앵커 테넌트의 장단점은 무엇일까? 이런 대형 임차인은 임대인 입장에서는 많은 장점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큰 규모의 공실을 한 번에 해소해 주고 빌딩의 인지도나 평판도 높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실제로 대형 임차인이 입주를 하게 되면 이에 따라 관련 회사들이나 업체들이 따라서 임차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게다가 재무 상태나 신용도도 좋기 때문에 임대료의 연체 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재무 위험이 낮아집니다.  빌딩 운영자 입장에서도 대형 법인과 일을 하기 때문에 업무 절차나 협의 등이 순조롭게 잘 되는 것도 큰 장점 중에 하나입니다. 반면 단점으로는 앞서 언급한 대형 공실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항상 존재합니다. 게다가 대형 임차인들은 임대인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선점하고 있어 무상 임대(Rent Free)나 인테리어 공사 대금의 지원(Fit-out Allowance)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면서 입주를 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빌딩 운영에 있어서도 요구하는 사항도 많아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빌딩의 명칭을 변경해 달라고 하기도 하고 회사 내부 규정에 맞게 빌딩의 운영 방식에 대해 변경을 요청하기도 합니다. 대형 임차인의 역설에 대비하는 법 그렇다면 이런 '대형 임차인의 역설'을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가장 먼저 생각해 봐야 할 것은 임차인의 면적 비율이 적정한지 확인하고 이를 대비해야 합니다. 면적에 따라 대형, 중형, 소형 임차인들이 고루 배분되어 있는 게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임대차계약이라고 하는 게 임대인의 마음대로 결정되는 게 아니지만 임차인의 구성이 고루 배분될 수 있도록 빌딩의 임대 방안과 층별 임대 전략을 세워 놓아야 합니다. 다음으로 생각해 볼 것은 임대차계약 기간입니다. 이 또한 통제하기가 쉽지 않지만 계약 종료가 한 해에 몰리지 않도록 배분하면 위험을 분산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3년짜리 계약과 5년짜리 계약, 그리고 그 이상 장기 계약 등으로 임대 계약 체결 기준을 정하고 고루 배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만약 어쩔 수 없이 한 해에 종료되는 계약들이 많이 몰려 있다면 재계약 협의를 빨리 시작해서 임차인의 동향을 신속히 파악해서 대비를 하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 혹시라도 계약 연장을 하지 않겠다고 하는 임차인들을 확인하여 대체 임차인을 찾을 준비를 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대형 임차인들과의 계약에서는 중도 해지를 하게 될 경우 그 통지 기간을 길게 잡아서 해지 통지를 받은 이후에 충분히 대비를 할 수 있도록 조항을 넣을 필요가 있습니다. 해지 통보를 적어도 6개월이나 1년 전에 해야만 해지가 될 수 있도록 해서 다른 임차인을 구할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는 방법입니다. 그리고 임대 시 제공했던 무상 임대 기간이나 공사 지원금 등의 혜택도 계약을 끝까지 채우지 못했을 경우 반납을 하거나 패널티를 주는 계약 조건을 임대 계약서에 삽입하도록 합니다. 그래야 임차인도 약속한 기간을 지킬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습니다. 자산관리 업무 중에는 임차인의 입주 현황 볼 수 있도록 표로 정리한 Stacking Chart와 계약 내역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만든 Rent Roll이라는 게 있습니다. 이런 현황표를 통해 빌딩의 임차인의 계약 현황과 기간을 눈여겨보면서 임차인의 동향을 미리 예의 주시하고 이를 대비해야 합니다. 특히 대형 임차인은 비용 절감을 위해서 사옥을 준비하여 이전하는 사례가 종종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수수료를 노리는 에이전트들의 타깃이 되어 신축 건물로 좋은 조건에 이전을 하라는 제안을 자주 받게 됩니다. 나에게 좋은 임차인은 남들도 선호하는 임차인이 분명합니다. 따라서 이런 경쟁에서 이기려면 결국 임차인이 빌딩이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가장 좋은 예방법입니다. 임차인이 머물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기업에게도 회사를 옮긴다는 것은 큰 비용과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입니다. 따라서 그런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명분이 필요하고 때로는 정치적인 입김이 작용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만약 빌딩에서 제공하는 냉난방이 충분하지 못하다거나 보안이 철저하지 않고 출퇴근 시간에 엘리베이터가 제때 오지 않는 빌딩이라면 다른 곳으로 이전하게 되는 빌미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만족을 넘어 떠나고 싶지 않은 이유를 만들어 준다면 이런 대형 임차인들을 빌딩에 오래 머물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임대차 계약서라는 문서에 서로가 합의한 조건과 내용들도 중요하지만 결국 그 빌딩의 사용자가 어떤 서비스를 받고 있느냐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빌딩이었는데 다른 이유 때문에 대형 공실이 생겼다면 그 공실이 재임대가 될 가능성은 다른 빌딩보다는 더 높을 것입니다.  결국 좋은 빌딩은 누군가가 다시 사용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게 가격 경쟁력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프라임급 빌딩이라고 하면 다른 빌딩과 차별화된 무언가를 임차인에게 제공하는 빌딩이 되어야 합니다.  대형 임차인의 역설은 결국 경쟁력 없는 빌딩이 대형 임차인을 유치했을 때 그 발생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임대 시장에서도 체리 피커처럼 임대인이 제공한 혜택만을 노리고 이전을 하거나 협상의 방식으로 이를 이용하는 임차인은 더 이상 우량 임차인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임대인도 대형 공실 해소의 유혹에 넘어가 협상력을 잃어 가면서 까지 대형 임차인을 유치하기 보다는 차근차근 적정한 면적의 임차인을 빌딩에 입주시키는게 결국 대형 임차인의 역설을 피하고 빌딩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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