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stol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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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악당들 1 : <대부>-돈 비토 꼴레오네     
오늘의 씬 : 대부(The Godfather, 1972)
감독 :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본 내용은 3부작으로 나뉘어 연재 됩니다.
*본 내용은 같은 영화의 여러 장면을 소개할 수 있습니다.
*전편과 이어지는 글입니다. 

2. 악행의 ‘룰’

돈 꼴레오네는 분명히 악인이다. 비록 패밀리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어쨌든 살인을 사주하는 일만 하더라도 명백히 불법적인 일이니까. 그럼에도 돈 꼴레오네의 악행이 악행처럼 다가오지 않는 이유는 그의 악행에는 ‘룰’이 있기 때문이다.     

악행에 룰이 있다는 것은 무슨 소리일까? 그것은 마치 제네바 협약과 같은 전쟁의 규칙과 같은 것이다. 어차피 인간은 전쟁과 같은 숙명적인 비극을 거부하지 못한다. 마치 빛이 드리워 있다면 그 아래에 어둠이 깃들어 있듯이. 그래서 이렇게 자동적으로 생기는 어둠을 인정해야만 한다면 차라리 그 어둠 속에서 생겨나는 해악을 최대한 억제하는 방법을 생각하는 게 옳을 것이다.     

돈 꼴레오네가 추구하는 룰도 이와 같다. <대부> 영화에서도 줄곧 묘사되듯 사회 속에는 합법적인 틀 안에서도 갱생이 불가능한 이들이나, 법의 영향력이 닿지 않는 무저갱의 혼란도 엄연히 존재한다. 대부는 밝은 세상에서는 통제 불가능한 일들을 대신 떠맡으면서 그 대가로 밝은 세계의 비호를 얻는다. 그로써 빛과 어둠 어느 세상에서도 굴종하지 않는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힘을 얻기 위해서는 빛과 어둠의 세계가 서로 침범하지 않도록 중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분명 범인의 그릇으로는 해내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그는 빛과 어둠의 세계를 철저히 구분 짓는다. 초반부 딸의 결혼식 시퀀스에서 대부는 결혼식 와중에도 일을 처리할 때는 반드시 어둠의 세계(집무실)에서 의뢰를 받는다. 빛의 세계에 드러나지 않아야할 내밀한 이야기들은 오직 어둠의 세계에서만 이야기된다. 이 두 세계는 서로 침범하지 않으므로, 대부의 입지는 어느 쪽 세계에서나 굳건하다. 그는 이렇게 ‘악행의 룰’을 고수하면서 타인이 범접할 수 없는 경외를 업는다.     

#3


“돈 꼴레오네 씨, 막강한 보스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현금 백만 불과 당신이 거느리고 있는 정치인들이 필요합니다....... 꽤 많다고 들었죠.”     

시대의 흐름이 바뀌고 지하세계의 사업 구조가 마약 사업으로 옮겨가면서 타탈리아 패밀리의 솔로조는 대부를 찾아와 마약 사업을 건의한다.     

지하세계에서 막대한 수익, 즉 돈은 곧 힘이므로 꼴레오네 패밀리의 사람들조차 대부에게 마약 사업을 시작할 것을 권한다. 아무리 꼴레오네 패밀리가 강성하더라도, 계속해서 자신들은 적은 이익을 얻고 타 세력이 많은 이익을 거둬들이면 결국 힘의 차이가 드러나는 것은 기정사실이니까.     
(중략)“그러니까 30%를 받고 정치적 영향력과 법적 보호를 보장해달란 건가?”     

솔로조의 입장에서 꼴레오네 패밀리와 힘을 합쳐 마약사업을 하는 것은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불법적인 일의 가장 큰 약점은 말 그대로 ‘불법’이니까. 불법인 것은 결론적으로 빛의 세계와 대립하는 일이다. 그러나 그 위험성만큼 수익도 막대하다. 만약 여기서 ‘위험’만 제거할 수 있다면, 어느 사업보다도 막대한 수익을 올리게 된다. 그리고 그 수익은 곧 힘이 되고, 지하세계의 맹주가 될 수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돈 꼴레오네의 신념을 모르는 솔로조의 시선에서 말이다.     

(중략)“현금으로 백만 불만 생각해 주십시오. 대단한 액수니까요.”     
“자네가 날 존경한다기에 이렇게 만나준 거네....... 하지만 대답은 ‘노’야. 이유를 말해주겠네.”

“정치인 친구가 많은 건 사실이오. 하지만 마약을 한다면 우호적이지 않을 거요. 도박은 무해하지만, 마약은 지저분하니까. 먹고 살려고 무슨 짓을 하든, 그건 중요치 않소. 하지만 당신 사업은 좀 위험하오.”    
살인도 마다않는 집단에서 마약 사업을 이어가는 것쯤 무슨 대수겠는가. 꼴레오네 패밀리의 수하들도 이를 적극적으로 찬성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는 전적으로 꼴레오네의 ‘룰’에 어긋나는 일이다.     

가령 꼴레오네가 예로 든 도박은 마약과는 달리 강제적이지 않다. 물론 도박도 해악이 있지만, 약물작용에 의해 자의가 개입될 여지조차 없는 마약과는 그 중독의 정도가 차원이 다른 것이다. 게다가 도박은 사람을 직접적으로 해치지 않는다. 물론 도박 후유증으로 강도가 되거나 재산을 잃은 이들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곤 하지만, 적어도 마약처럼 직접 사람의 몸을 병들게 하거나 범죄를 일으키게 만들지 않는다.     
꼴레오네의 사업이 빛의 세계의 비호를 받을 수 있는 까닭도 그 세계에 직접적으로 해를 끼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조직도 살인을 저지르지만, 그의 폭력은 조직에게 부정의한 압력이 가해졌거나 법의 테두리로는 해결할 수 없는 지하세계의 ‘쓰레기’를 처리하는데 쓰인다. 그러므로 꼴레오네는 지하세계의 패권을 쥐면서도 정치인과 관료들의 힘을 얻을 수 있다.      

허나 꼴레오네가 그동안 이어오던 관점을 내버리고 마약 사업에 손댄다면 어떨까. 물론 일시적으로 수익은 증가할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아편 전쟁 같은 역사적 사실에서 보듯이 마약의 창궐이 사회에 끼치는 해악은 막대하다. 비단 중남미의 마약 전쟁과 같은 현시대의 일들만 들여다보아도 마약 사업 같은 일들은 사회에 지극한 혼란을 야기한다.      

꼴레오네가 경계하는 것은 마약 사업 자체의 불법성이 아니라, 특히 마약 사업이 불러올 사회의 혼란과 그로 인한 명분 상실이다. 꼴레오네 패밀리의 가장 든든한 힘인 법적, 정치적 조력도 명분을 잃는 순간 사라질 것이고, 조직의 힘은 급격히 약화된다. 더욱이 폭넓은 인맥으로 인해 유지되던 꼴레오네 패밀리의 명성은 빛의 세계를 잃어버림으로써 그 세가 더욱 기울게 된다. 허약한 조직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다른 맹주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된다.     

그런데 이는 꼴레오네 패밀리의 안위와도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악행의 이유에 이윤추구가 우선시 된다면 마약 사업을 넘는 더한 일도 꾀하게 된다는 것이 문제다. 그러면 이 문제는 지하세계에 그치지 않고 세상 밖으로 튀어나오게 된다. 이윤을 목적으로 명분도 없이 악행을 정당화시키기 시작하면 한 사람의 목숨쯤은 그야말로 파리 목숨이 된다. 내전이 창궐하고 법과 질서가 사라지며, 와해된 사회 속에서 개개인은 짐승처럼 울부짖게 된다. 그래서 돈 꼴레오네는 빛의 세계를 침잠하려는 어둠의 세력들,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무슨 짓을 하든 중요치 않지만 마약 사업만큼은 지저분하다고 표현한 그의 속내가 이와 같다. 

돈 꼴레오네가 제시하는 ‘악행의 룰’은 비단 악업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빛의 세계로 표현되는 일반 사회에서도 이는 적용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느 정도 이윤을 추구하는 마음, 이기적인 마음을 가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그러나 그 이윤을 위해 무엇이든 짓밟아도 상관없다면, 그것은 문제가 된다. 정녕 떼돈을 벌 수 있다면 어린 소녀의 심장을 잘라 팔아도 좋겠는가? 아니, 대부는 분명 고개를 저을 것이다. 

하지만 비슷한 과정으로 이미 우리 세상은 이윤 속에서 '어린 소녀의 심장' 같은 것들이 파괴되는 일이 분명 존재한다. 아무리 숙명적인 세상이라도 이런 지옥만큼은 피해야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우리는 선을 지켜야 하고, 그 선을 넘어서는 일에 대해 경계해야만 하는 것이다. 정도를 벗어나는 일에 감시가 소홀해지는 순간, 세상은 금새 지옥이 될테니까. 그렇게 도를 넘은 부정한 일에 저항하고 감시하는 일들이, 바로 대부가 제시하는 '악행의 룰'이자 정도(正道)의 길이다.

*3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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