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릴 적
하얀 눈 소복하게 내렸던
까만 밤.
겨울 방학맞이 마당 눈밭에
하얀 눈 호빵도 꼬마 눈사람도
새로 덮는 눈이불 사이로
연탄 아궁잇불에
두꺼운 이불에
셋이 눕기도 좁은
작은 방에 있노라면
하루의 추위를 이겨 낼
하룻밤 따스함을 찾아
문 앞에 앉은 채
긁어도 보고 울어도 보며
작은 방 문을 두드리던
길고양이.
엄마의 무서운 으름장도,
반짝 빛나는 눈빛 속에
어디서 뭘 하고 왔는지 알수없는
냥이의 행색도,
마당 어귀서 자꾸 짖는
울집 토박이 개 곰순이의 텃새도 다 이겨낸
그 신호에
우리들은 기쁘게 조용하게 잽싸게
이불 한구석을 내어주곤 했다.
우리들의 쉴새없는 토닥임과
연탄불의 따스한 방과 이불속의 어두움은
추웠던 겨울을 이겨내는 길고양이의 생존이었고
우리에겐 엄마 몰래 공유하는 우리들만의 일탈.
기나긴 겨울밤을
그렇게 쌕쌕 가르릉 거리며
단잠 자고 나면 엄마 몰래 내보내며
약속없는 무언의 눈빛으로
밤의 두드림을 기다리곤 했던
추억의 한겨울 그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