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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14. 사랑해요, 의 의미.

“그래서 확인할 게 뭔데.”
“이 가게에서 확인할 건 아니고. 점심 잘 챙겨 드세요. 그럼 전 이만!”
“뭐어-? 그럼?!”
“북어국 식기 전에 드세요! 뜨끈뜨끈할 때 먹어야 해장이 잘 되지.”


그러곤 휙, 가게를 나서버리는 도헌. 로라는 그런 도헌을 의심쩍은 눈초리로 바라보다 이내 도헌을 따라 가게를 나섰다. 그러곤 어딘가로 휘적휘적 걸어가는 도헌의 뒷모습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야! 구도발! 너 어디서 사고치고 다니면 죽는다!”



그런 로라의 목소리를 들은 도헌은 걷던 걸음을 멈추곤 로라를 돌아보며 자신이 알아서 다-, 한단 표정으로 손을 흔들어 보였다. 아무래도 마음이 찝찝한 로라였다. 무슨 꿍꿍이야 대체. 하며 로라가 입을 쭉 내밀곤 걱정스런 얼굴로 한참이나 도헌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았는데,


“어라…?”


그때 보았던 여자였다. 지난 번 현우와 담판을 지었던 날 밤. 세찬 비를 홀딱 맞은 채, 마감 시간이 다 되어 자신의 가게에서 옷을 사갔던 여자. 여전히 신선한 아름다움을 뿜어내고 있었다. 물론, 자연스러운 아름다움보단 인위적인 아름다움이 짙긴 했지만. 로라는 상가 안으로 들어서는 여자를 빤히 바라보다 이내 자신도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근데 저 여잔…저번에두 여기 나타나더니? 여기서 일하나?”


로라는 어깨를 으쓱하며 마네킹 디피를 바꾸기 위해 오늘 들어온 신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여자의 얼굴이 자신의 눈앞에 아른 거리는 것만 같았다. 로라는 마네킹의 팔을 빼다 말고 다시금 가게 밖을 돌아보았다.


“느낌이 이쌍하단 말이지-. 저번에도 그렇고…뭔가 저 여자를 보면 느낌이 쎄 한데.”


* * *



“수의사랬지? 이 근처일 텐데…”


도헌은 주머니에 손을 푹 찔러 넣은 채 상가 안을 훑었다. 어슬렁거리며 상가 안을 지나치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도헌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꺼내 액정을 확인했는데, 모르는 번호였다. 아침부터 누구래. 도헌은 가만히 모르는 번호를 내려다보다 이내 다시금 주머니에 휴대폰을 집어넣었다.

원래 모르는 번호는 받지 않는 도헌이었다. 어깨를 으쓱해보이곤 도헌은 다시 기태의 병원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는데, 벨소리가 끊겼다 다시금 울렸다. 아까와 같은 번호였다. 어디 급한 데인가. 도헌은 자리에 멈춰 서서 잠시 고민했다. 받을까, 말까.



“여보세요.”


고민하다 도헌은 귓가에 휴대폰을 가져다 댔다.


“도헌…아.”


구 여친 한지혜였다. 한껏 풀이 죽은 목소리. 도헌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도헌은 그 자리에 멈춰 서선 주머니에 손을 푹, 찔러 넣었다. 이대로 그냥 끊을까, 말까. 도헌은 망설였다.


“얘기 좀 하자. 내가 파리로 갈게.”
“그만하자고 했잖아.”
“그만…못하겠어. 너랑…끝 못내겠다구.”
“그럼 왜 그런 짓을 한건데.”


도헌의 표정이 다시금 딱딱해졌다. 그 말을 내뱉는 도헌의 목소리도, 굳어 있었다. 지혜는 단번에 도헌이 화가 나 있음을, 그리고 그 화가 앞으로도 쉽게 풀리지 않을 것임을 느꼈다. 3년을 만나온 도헌은 언제나 장난기도 많고 밝고, 쾌활한 성격이었다. 하지만 한 번 화가 나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뿐더러 쉽게 마음을 풀지 않는 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미안해. 너무 미안해, 구도헌.”
“미안하단 말. 별로 안 듣고 싶고 그 말로도 소용없단 거 니가 더 잘 알잖냐.”
“기다릴게. 니 마음이 풀어질 때까지. 너 기다리고 있을게.”


지혜의 말에 도헌은 피식, 웃음을 내뱉었다.


“실컷 바람피우고, 다른 남자랑 놀아나고. 내 마음, 내 진심, 모두 짓밟아 놓고 나서는 고작 한단 소리가 미안하다고, 기다린다고?”
“도헌아…”
“진짜.”
“…….”
“욕 나온다.”
“…….”
“그래도 사랑했던 너니까. 차마 그런 너한테 쌍욕은 하고 싶지 않다. 끊어라. 다신 전화 하지 말고.”


하고 도헌이 전화를 끊으려 휴대폰을 귀에서 떼어 냈는데, 순간.


“사랑해…!”


지혜가 다급한 목소리로, 사랑한다고 도헌에게 소리쳤다. 그리고 동시에.


“사랑해요.”


자신의 뒤에서 들려오는 한 여자의 조그마한 목소리. 도헌은 자신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다.


“……?”


왠 여자가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얼굴을 하고서 한 남자 앞에 서 있었다. 도헌은 다시금 휴대폰을 귀에 가져다 댄 채, 여자를 바라보았다.


“내가 다 미안해…그러니까…그만하란 말은 하지 말아줘.”


지혜가 애원했다. 하지만 도헌의 귀엔 지혜의 목소리 따윈 들리지 않았다. 도헌은 사랑해요, 라며 낮게 읊조리고 있는 슬픈 표정의 여자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자 정말 신기하게도 그 여자 역시, 지혜와 같은 말을 남자에게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그만하란 말은 하지 말아줘요.”


도헌은 굳은 표정으로 여자를 노골적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다, 문득 여자가 남자를 올려다보고 있다 도헌을 바라보았다. 여자와 눈이 마주친 도헌. 도헌은 입술을 꾹 깨문 채, 시선을 돌렸다. 그러곤 지혜에게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좀. 꺼져라, 한지혜.”



그러곤 전화를 뚝, 끊었다.


“그냥 지금 마음이 좀 어지러워서 그래. 그러니 일단 돌아가. 연락할게.”


남자가 도헌만큼이나 싸늘한 목소리로 여자에게 그 말을 내뱉곤 이내 뒤돌아섰다. 동시에 도헌 역시 등을 돌려 기태의 병원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다. 남자가 휘적휘적 빠른 걸음으로 도헌의 옆을 지나쳤다. 그러곤 도헌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으로 문을 열고 휙, 사라졌다. 도헌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지나치는 남자에게 시선을 옮겼다.

훤칠한 그런데 조금은 익숙한 실루엣, 그리고 어디선가 맡아본 적이 있는 듯한 향수 냄새. 도헌은 그리 밝지 않은 표정으로 남자를 빤히 바라보았는데,


“투게더…동물…병원….”


동물 병원 안으로 남자가 들어섰다. 그리고 동시에 도헌은 직감적으로 방금 자신을 지나쳐 저 안으로 들어선 남자가 기태란 걸 느꼈다. 꾹 쥐고 있던 주먹에, 스르륵 힘이 풀려버렸다.

사랑해요, 라고 기태에게 말을 했던 그 여자는 대체 누구였을까. 지난 밤, 기태의 팔짱을 끼고 나란히 걸어가던 그 여자와 동일 인물이었을까. 사랑해요, 라는 말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여자 친구라도 되는 것이었을까. 그만하란 말은 하지 말아달란 말이, 헤어지잔 말은 하지 말아 달란 말인지. 아님 혼자 하는 사랑마저 그만해달란 말은 하지 말아달란 말인지. 도헌은 생각이 많아졌다. 우두커니 서서 굳게 닫힌 동물 병원의 문만 바라보다 문득 그 여자를 돌아보았다.


“…….”


그 여자 역시, 그 자리에 도헌처럼 우두커니 서서 땅만 바라보고 있었다. 다가가 저 남자와 무슨 사이냐고 물어라도 보고 싶었다. 그런데 자신이 그럴 자격은 있을까, 순간 그런 생각이 도헌의 머릿속을 스쳤다. 마음이 어지러웠다. 그리고 이 순간 왜 오로라의 얼굴이 도헌의 눈앞에 그려지는 것인지. 또 한 번, 뒤죽박죽 모든 생각들이 섞여져 버렸다. 그때,


“어이! 구도발!”


로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슬픈 표정의 여자 역시, 고개를 들어 로라를 돌아보았다. 상가 끝에서 분무기를 든 채 휘적휘적 도헌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로라가 보였다. 도헌은 눈을 동그랗게 뜨곤 여자를 한 번, 로라를 한 번 바라보았다.


“오…호라.”
“너! 뭐해, 여기서! 내가 사고치고 다니지 말랬지! 왜 상가 안을 어슬렁거리면서 돌아다니고 있어?!”


오호라가 본 건 아니겠지…, 도헌은 순간 로라의 표정을 살폈다. 하지만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고민 없는 평온한 얼굴. 도헌은 조심스럽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로라는 휘적휘적 도헌 앞에 다가와선 고개를 삐딱하게 하고 도헌을 향해 붉은 입술을 달싹였다.


“너. 무슨 꿍꿍인지 말해.”
“그런 거 없어. 확인할 게 있어, 온 거 였고. 확인 할 거 다했고.”
“그래서 그 확인할 게 뭐냐구. 왜 말 안 해줘, 나한텐?”
“그냥 내 개인적인 일이니까? 한가한가 봐요? 가게 비워두고 이렇게 돌아다니고 말이야.”


도헌은 애써 웃어 보였다. 애써 밝은 표정으로 로라를 내려다보았다. 로라는 그런 도헌을 의미심장한 얼굴로 빤히 올려다보다 흠…, 하며 시선을 거두었는데. 어랏? 아까 그 여자가 저기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또…저 여자야? 로라는 속으로 생각하며 팔짱을 꼈다. 여자는 로라를 알아보는 것인 지, 아닌 것인 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로라를 빤히 바라보다 이내 뒤돌아섰다.


“이상하게…말이야. 저 여자만 보면 기분이 이상하단 말이지…”
“…왜?”


로라의 중얼거리는 말에 도헌은 로라를 바라보았다. 한 쪽 눈을 게슴츠레 뜨곤 사라져가는 여자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는 로라의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저번에 나 이현우 그 노무 시끼랑 끝장을 낼 때.”
“…….”
“비가 억수로 내렸었거든? 그때, 마감시간 다 돼서 와가지구 옷을 2분만인가? 급하게 사가지고 갔었어.”
“근데…?”
“몰라. 그게 단데. 나 왜 자꾸 저 여자 보면 기분이 이상해지지?”
“…….”
“뭔가 생긴것두 묘…하게 이쁘고? 아! 뭐 물론! 저 여자보다 내가 더 예쁘지만? 눈 코, 다 뜯어보면 저 여자는 만들어진 아름다움이구, 난 태생의 그 선천적인 아름다움이구? 그건 뭐 굳이 얘기 안해두 너도 느낄 거라 생각해.”
“뭐…래.”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여자가 사라질 때까지 빤히 바라보는 로라를 도헌은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렇게…생각 없고…걱정 없고…긍정적이고…단순하고…순수하고…맑은 사람인데. 도헌은 혼자 궁시렁 거리는 로라를 가만히 바라보다, 자신도 점점 멀어져가는 그 여자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사랑해요…란 의미가.”
“뭐?”
“뭘까?”
“뭐래는 거야.”
“그만하란 말은 말아달란…그 말의 의미는 뭘까…”
“뭐야. 너 혹시 구 여친 전화 왔었니? 전화 와선 사랑한데? 그러니 그만하란 말은 그만 해 달래?”


로라는 팔짱을 낀 채, 휙 도헌을 올려다보았다. 도헌은 뜨끔한 표정으로 로라를 내려다보았다. 그러자 로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이내 검지를 떡, 도헌 눈앞에 펼쳐서는 좌우로 까딱까딱 흔들었다.


“별루야. 아주 별루.”
“…그런 거 아니거든?”
“그래서…어유, 흔들리셨어요 구도발?”
“…아니거든?!”
“아주 그냥 마음에 지진이 나고 염병이었나 보네. 야! 정신 차려라? 어?!”
“…….”
“무슨 그런 되도 안하는 소리를 듣고서 그-렇게 고민에 빠진 얼굴로 그 말을 되씹고 있냐?”
“…아니랬다.”
“아주 그냥 개그를 하고 자빠졌네, 개그를. 사랑은 얼어 죽을 사랑이냐. 세상 사랑 다 나가 죽었냐?!”
“목소리 좀 낮춰요. 그런 거 아니랬다.”


또다시 흥분하며 씩씩대는 로라의 어깨를 쥐곤 가게 쪽으로 다시금 로라를 돌려세우는 도헌이었다. 도헌의 힘에 밀려 가게로 향하는 내내, 로라는 다혈질의 성격을 죽이지 못한 채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하-여튼간에. 애인 있는 사람 꼬시는 년, 놈들이나. 애인 있는데도 불구하고 꼬신다고 홀-라당 넘어가버리는 년, 놈들은. 아주 그냥 한꺼번에 싸잡아가지구 그 뭐냐, 밧줄에 꽁꽁 묶어서 바위를 매달아가지고 바다 깊숙이에 던져버려야 해. 아주 그냥 물고기 밥이나…”
“씁. 어디서 그런 나쁜 말을 배워가지고!”
“야. 미쳤니? 나쁜 말? 더 심한 말도 그런 년, 놈들한텐 아름다워. 나쁜 말 좋아하시네. 그러니까. 구도발 너? 그 여자 다신 만나지 마라? 만나자고 살살 꼬셔도. 절대 넘어 가지 말란 말이야!”
“…너나 잘해.”
“그 여자 다시 만난단 소리, 내 귀에 들리기만 해? 넌 그날로 당장 짐 빼야 할 줄 알아.”



로라의 말에 도헌은 피식 웃으며 로라 앞에 우두커니 섰다. 그러자 아직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 씩씩거리며 로라가 도헌을 휙 올려다보았다.


“말이 나와서 하는 소린데요.”
“뭐?”
“그 벤츠남 말이야. 안 만나면 안 돼?”
“뭐래.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그러니까 그 시작…안 하면 안되겠느냐고.”
“야. 니 얘기하다가 갑자기 왜 내 얘기로 튀냐?”
“확실해요? 여자 친구 없다는 거?”
“그걸 꼭 물어야 아니? 여자 친구 있는데 설마 나한테 그러겠어?!”
“…아니 그래. 만나고 말고는 누나 자유야. 근데. 확실히 하고 만나요. 아무래도 그냥 좀…그래서 그래. 여자 친구 있는 지, 없다면 언제 헤어진 건지. 확실히 하고 만나라고. 확실하게 해서 나쁠 건 없잖아.”


도헌의 말에 로라는 가만히 입술을 앙다문 채 도헌을 올려다보았다.


“그럴 사람 아니야. 니가 뭘 걱정하는지는 알겠는데. 아니야, 그런 사람. 그래 니 말대로 확실히 해서 나쁠 거 없으니. 물어는 볼게.”
“…….”
“근데 너 오늘…좀.”
“…네?”
“심각한 척 한다?! 쪼꼬만한 게!”



하고 도헌에게 윽박을 지르던 그때, 병원 문이 열리고 기태가 나왔다. 도헌을 향해 소리치는 로라를 발견한 기태는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으며 성큼성큼 로라 앞으로 다가섰다. 도헌은 굳은 표정으로 기태를 돌아보았다. 아까, 그 남자가 맞았다. 입술을 꾹 깨물고선 굳은 표정의 도헌이, 슬며시 로라를 자신 쪽으로 잡아 당겼다. 그리고 그걸 본 기태는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도헌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자주 뵙습니다.”
“그러네요.”
“로라씨와 할 말이 있는데.”


그 말에 로라는 활짝 웃으며 자신의 옷자락을 꾹 쥐고 있는 도헌의 손을 떼어내며 기태에게 한 발자국 다가섰다.


“구도발! 조심히 가라!”
“…….”
“그리고 내가 한 말. 명심하고!”


하며 기태와 나란히 걸음을 옮기는 로라를 빤히 바라보다, 도헌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오호라!”
“뭐?”
“누나도 명심해요, 내 말. 꼭이요!”



불안했다, 도헌은. 매사가 똑 부러지고 칼 같은 성격의 로라였지만, 어쩐지 자꾸만 마음이 놓아지지가 않았다. 애인 있는 사람 건드는 년, 놈이나 그런 년, 놈들에게 홀라당 넘어가는 년, 놈들은 싸잡아 죽여야 한다고 부들부들 떨던 로라였는데. 어쩐지 로라가 그 년, 놈들의 손에 놀아날 것만 같아. 불안했다. 그러다 문득 도헌은 생각했다.


“근데…나…왜 이렇게 오호라 일에 적극적이래? 오호라가…뭐라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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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발 화이팅!!
나쁜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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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미스테리에 업로드가 안되어 재등록 합니당. 안녕하세요 빙글러님들 ^^ 제가 너무 늦게 왔죠ㅠㅠ 죄송합니다. 다시는 이렇게 늦지 않겠습니다. 그동안 회복을 좀 하느라고 늦었습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이전 11편 링크 https://vin.gl/p/2668121?asrc=copylink ============================================================== 제목없음 12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줄기에 대비라도 되는 듯 소장의 집에 앉은 셋은 더이상 말이 없었다. 숙소에서 길을 나선지 시간이 조금 되는 듯 해서 지현은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벌써 시간이 저녁을 향해 가고 있었다. 세 사람은 비를 너무 많이 맞아 입술이 파리하게 질려있었고 더이상 취재는 어려울듯 판단해 지현은 말을 건넸다. “ 오늘은 이만 철수하시죠. 물에 젖은 옷도 무겁고 다들 안색도 안좋으신데… “ 그 말에 부르르 몸을 떨고있던 수연도 수긍을 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녁이 되자 아까보다 좀 더 어둡고 음침해진 분위기에 압도되어 집안 내부는 좀 더 을씨년스러워졌다. 몸을 겨우 일으켜 영민과 수연이 먼저 카메라와 짐을 챙겼다.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리는 줄 알았다면 카메라는 두고올걸 괜히 비싼 장비 젖은건 아닌지 지현은 괜히 걱정이 되었다. 지현은 수첩에 영민의 연락처를 간단히 적은 메모를 적어 소파 테이블에 올려두었다. 그리고 소장의 집을 나서자 빗줄기는 아까보다 조금 더 굵어져 앞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 혹시 다른게 생각나거든 연락주세요. 제주향기 권영민 010-####-####] “ 두분 여기서 기다리시면 제가 차 금방 가지고 올게요. 셋다 젖는거보단 나을거 같네요 “ “ 네. 그래주시면 감사하죠 “ 영민은 허겁지겁 자켓을 뒤집어쓰고 차가 있는곳 까지 달리기 시작했다. 아까부터 파리한 입술을 깨물며 덜덜 떨고있던 수연은 오랜 침묵을 깨고 말을 건넸다. “ 지현아. 미안해… “ “ 무슨소리야 . 새삼스럽게 “ “ 내가 괜히 뭔가 큰일에 너를 끌어드린거같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 “ “ 난 어차피 취재도 하고 겸사겸사야. 너무 미안해하지마. “ “ 지현아..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수정이. 무슨일이 생긴거 맞는거 같아. 사실 이미 알고있었는데… 수정이가 무사하지 못할거라는거 말야. 근데 인정하기가 싫었어. “ “ 이해해… 원래 가족들이 그렇잖니. 죽었든 살았든 일단 우리는 수정이를 찾아야해. 할머니한테 보내줘야지 … “ “ 그래… 맞아… 정말 무슨일이 생긴거라면…… 할머니 볼수 있게 고향으로 데려가야겠어…. “ 저 멀리서 라이트가 깜빡거리고 암흑 사이로 권기자의 차가 등장했다. 둘은 서로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일단 차에 올랐다. 혹시 몰라서 찍어둔 관리소장의 핸드폰번호를 지현은 혹시 잊을까 싶어 또다시 수첩에 옮겨 적었다. [ 정진규 관리소장 010- ####-####] 돌아오는 길의 5.16도로는 난코스의 연속이었다. 꼬불꼬불하게 꺾어지는 급 회전 길이 몇번이고 지나서야 숲터널에 진입했다. 아까 낮에 봤을때는 그래도 조금 낭만적으로 보였던 숲터널이 비가 오는 저녁이 되어서 들어서자 한없이 어두운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영민은 혼자 운전하는것이 아니라 긴장이 되었는지 비상등을 켜고 서행을 하며 천천히 운전했다. 그 와중에 조수석에 탄 지현은 급격하게 올라오는 피로감에 잠이 쏟아지는듯 했다. ‘ 조수석에서 졸면 예의가 아닌데… ‘ 밀려오는 졸음과 한참 씨름을 하던 지현은 양쪽 볼을 몇대 때리고 나서야 잠이 조금 가시는 느낌이었다. 비를 쫄딱 맞고 조금 따뜻한 차 안으로 들어오자 밀려오는 졸음을 참기가 힘들어진 지현이었다. 그런데 아까부터 서행을 하던 영민이 갑자기 조금 속력을 내는 것이 아닌가. 비상등까지 켜가며 조심히 운전하던 영민이 어째서 속력을 내는것인지 운전석에 앉아있는 그를 보며 자제를 시키려고 옆을 쳐다보자 그곳에는 영민이 아닌 다른사람이 앉아있었다. 운전선에 앉은 사람은 남자였다. 사실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모자를 푹 눌러쓴 머리가 덮수룩하게 길러진 사람이였지만 담배를 문 입술사이에 비춰지는 수염이 눈에 띄었다. 그는 무심하게 운전대를 잡고 있었고 주위에 차들은 아랑곳 하지 않는 듯 위험한 속도를 즐기고 있었다. “…..누….누구세요 “ 입술을 파리하게 떨며 그에게 말을 건네자 그는 들리지 않는것인지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저 앞만 보며 빗속을 달릴 뿐이었다. 그 속도가 제어가 되지 않아 지현의 안전띠를 맨 몸이 앞뒤로 흔들려 덜컹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 … 누구시냐구요 !! “ 흔들리는 몸을 겨우 일으키며 지현이 그에게 소리쳤다. 그는 시끄럽다는 듯 한쪽 눈썹을 찡그리며 그녀에게 대답했다. “ 조용히해. 진짜 죽여버린다 “ 그의 입술에서 새어나온 압도적인 낮은 목소리에 지현은 더는 대답할수가 없었다. 어떻게 된거지 . 어떻게 해서든 이 곳을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을 지배했다. 어떻게든 나가야한다. 일단 바깥을 살피려 창문을 내리자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가 차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바깥은 시야가 확보되지 않을정도로 폭우가 내리고 있었다. 어쩔수 없이 다급해진 지현은 손에 닿는대로 보이지않게 엉덩이 밑이나 좌석근처에 무엇인가 잡히는것이 있는지 더듬어 보았으나 아무것도 없었다. 지금 이 상황을 벗어날수 있는 방법은 없는듯 했다. ‘ 어쩌지…. ‘ 살아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가 않던 지현은 어떻게서든 이 차를 세워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험한 길인줄 알지만 차라리 사고를 내서라도 이놈을 저지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녀는 본인도 인지 못한 반사 신경으로 그가 쥐고있던 운전대를 잡았다. 놀란 그가 그녀를 쳐다보자 지현은 질수 없다는 듯 운전대를 쥐고 핸들을 돌리기 시작했다. 앞으로 가고있는길이 안전한 곳인지 사실 알수는 없었다. 그냥 이차를 무조건 멈춰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험하게 스키드 마크를 새기며 자동차는 도로위에서 곡예를 하고있었다. “ 이년이 …. 가만히 있으라고 했잖아 !!! “ 무엇인가 뜨끈하게 올라오는 고통에 고개를 들어보니 운전석이 아닌 뒷자석 누군가가 지현을 공격했다. 그는 지현의 머리칼을 잡아당기며 조수석에 내팽겨쳤고 차유리에 머리를 크게 부딪친 지현은 목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고통에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않아 컥컥 소리를 내며 지현은 창문에 머리를 기대었다. 시야가 흐려지고 주변이 뱅뱅돌았다. 어두운 차 유리에 비춰진 자신의 모습은 다름아닌 목에 칼에 꽂혀진 피범벅이 된………… 수정이었다. !!!!!!!!!!!!!!!!!!!!!!!!!!!!!!! 창문에 비춰진 수정의 모습에 놀라 소리를 지르려 했지만 목에 무엇인가 막혀져있어 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저 꺽꺽 소리만 날 뿐이었다. 입을 달싹거리며 수정의 이름을 부르려 하는 순간 무엇인가 차가운 기운이 돌더니 갑자기 몸이 꺼지고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 지현씨 !!!! “ 볼에 차가운 기운이 닿자 지현은 퍼뜩 눈을 떴다. 눈앞에는 영민이 그를 걱정스럽게 보고있었고 수연은 물그릇을 들고 있는걸 보아 아마 그녀가 지현의 얼굴에 물은 적셔준 모양이었다. 지현은 숨을 쉬지 못하겠다는 듯 꺽꺽 거리기 시작했고 영민은 다급하게 그녀를 일으켜 등을 두드렸다. 그제서야 의식이 돌아오는지 지현은 숨을 고르기 시작했고 그 모든 끔찍한 광경이 꿈이라는 사실을 알아챘다. “ 지현아 괜찮아 ? 너 갑자기 차에서 잠들더니 깨질 않아서 영민씨가 숙소까지 업고왔어. “ “ 어………? 어…… 괜찮아 ………그냥 꿈 꾼거야 “ 지현은 그제서야 안심이 된다는 듯 마른 세수를 하며 얼굴을 쓸어내렸다. 어째서 이런 끔찍한 꿈을 꾼 것인가…. “ 너 갑자기 숨도 못쉬고 꺽꺽대가지고 우리가 얼마나 놀랐다고 . 너가 막 소리소리 지르면서 엄청 허공에다가 대고 뭐라뭐라 하는데… 꿈꾼거야? “ “ 어………… 그냥….꿈이야 “ 영민은 지현이 깨났으니 무슨일이 생기면 부르라는 말만 남기고 젖은 옷을 갈아입으러 나갔다. 어렵게 의식을 되찾은 지현은 침대옆에 놓여져있는 거울을 들어 올려 자신의 목을 살폈다. 다행히 그녀의 목은 상처하나 없이 깨끗했다. 또 꿈을 꾼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같은 꿈이 아니였다. “ 비 맞아서 다들 너무 몸이 안좋아진거 같아. 얼른 쉬자 지현아. “ 수연이 따뜻한 타올을 가져와 그녀의 얼굴을 세심하게 닦아주었다. 엄마처럼 그녀를 챙기는 모습을 보며 지현은 아무래도 자기가 아는 모든 사실을 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마를 닦던 그녀의 손을 잡아 내렸다. “ 수연아. 수정이………….. 수정이 죽은거 같아 . “ “ 그래…….. 나도 알아……. 그건 아까 우리 얘기 했잖아. “ “ 아니야 수연아 그거랑 다른 문제야. 수정이 정말 죽었어. 나 느낄수 있어........... “ “ 니가….느낀다고 ? 어떻게 ? “ 그동안 그녀에게 말하지 못했던 그 말. 지현이 수연을 만나기 전부터 그녀에게 일어났던 평범하지 않았던 그 꿈들. 새벽마다 깨야 했던 그 끔찍했던 기억들을 모두 말해야 했다. “ 나 사실……… 매일 밤 수정이 만나 “
아껴 읽고 싶은 너와 나의 이야기: 14
뉴스를 보다가 밥 먹던 숟가락을 내려놓고 달려가서 찍은 추석의 보름달입니다. 이제야 편히 웃음을 짓습니다. 찬물에 설탕을 넣고 저으면 설탕이 녹는다. 찬물을 데우면 설탕을 더 많이 녹일 수 있다. 끓이면 훨씬 더 많은 설탕을 넣고도 쉽게 녹일 수 있다. 이렇게 끓인 설탕물을 천천히 식히면 더는 설탕을 녹일 수 없는 물이 된다. 이런 물을 과포하 용액이라고 한다. 과포화 용액에 설탕 한 숟가락을 추가로 넣으면 포화 상태에 있는 설탕이 급속히 결정을 이룬다. 질서의 회복을 간절히 바라는 요구처럼 여겨진다. ⠀ 생이 꺼진 눈을 한 채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눈 앞에 비친 광고판 속 네 글자가 눈에 띈다. 바랍니다. 질서의 회복이 불가한 과포하 용액상태에 있는 자는 그저 글자의 획에 따라 눈을 움직일 뿐이다. ⠀ #12가지 인생의 법칙 #메이븐 #조던B피터슨 어떤 저녁은 투명했다. (어떤 새벽이 그런 것처럼) ⠀ 불꽃 속에 둥근 적막이 있었다. ⠀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문학과지성사 #한강 세상은 슬픔으로 가득 차 있다는 걸, 보이는 것 뒤에는 늘 슬픔이 자리 잡고 있다는 걸 알아버린 사람에게, 나보다 더 아파하는 사람 옆에서 아프다 내색할 수 없었던 사람에게, 슬픔을 견디기 위해 몸부림 치는 사람을 끌어안고 또 다른 상처를 몸에 새기고 있는 사람에게 ⠀ 오랜만에 울었다 ⠀ #한 번쯤 남겨진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수오서재 #안희주 닐 디 그래스 타이슨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서로에게는 생물학적으로, 지구와는 화학적으로, 우주 전체와는 원자적으로." 하나 더 인용하자면 미국 철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바다의 섬들과 같다. 표면에선 떨어져 있지만 깊은 곳에선 이어져 있다." 영화 <어바웃 어 보이>의 마지막 대사와도 비슷하다. "모든 사람은 섬이다. 그러난 어떤 사람들은 섬들을 연결시켜 준다. 우리는 보이지 않게 이어져 있다." ⠀ 그래서 우리는 손을 맞잡을 때 안온함을 느끼는지도 모른다. ⠀ #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담 #김영사 #김하나 예전에는 친절함이 칭찬의 대상이었다면, 요즘에는 친절함이 디폴트값이고 친절하지 않은 것은 비난의 대상이 된다. 요즘 '친절'에는 절박한 냄새가 난다. ⠀ 저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친절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몸에 배인 습관이기도 하지만, 그 선함이 옮겨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불손한 행동을 하는 이에게는 해당되지 않지만요. 어제 '웃기는 양반'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모든 일은 절차에 따라 행해지기 마련인데 이를 자신만의 잣대로 판단하고 화를 내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더군요. 웃으실 일 없으실 것 같아 제가 웃겨드렸습니다. 라고 할 수는 없으니 조용히 짜증의 데시벨을 듣다가 끊긴 연결음을 들었습니다. 뚜 뚜 뚜 뚜 고약한 소리가 납니다. ⠀ #치킨에 다리가 하나여도 웃을 수 있다면 #허밍버드 #박사 ''또 한 해가 가고 오네요.'' ''당신 나이가 되면 모든 게 선명해질까요?'' ''아니요.'' ''그럼 더 혼돈스러워지나요?'' ''그냥 빨리 흘러가요. 비 많이 왔을 때 흙탕물처럼.'' ⠀ 정제되지 못할지라도 긴 호흡으로 부유하는 것들과 함께 가라앉고 싶다. 내려앉은 것들에 대해 조용히 이야기 나누면서. ⠀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어크로스 #김영민 사라지는 것만이 가장 현재 같았다. 구름은 사라지고 빗물이 남았고, 연기는 사라지고 재가 남았다. 음악은 사라지고 감정만이 남았다. 그러니까 나는 사라지고 무엇이 남는가. ⠀ 인간 때문에 기쁠 일은 점점 줄어가고 그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한 지도 이미 오래라고 생각하는 그가 마음에 든다. 우리 같이 사라지자 ⠀ #여름, 스피드 #문학동네 #김봉곤 하나라고 여겼던 심장이 두 갈래로 벌어지던 저녁이 있었고 이인분의 생을 사는 일인분이 되었고 예고 없이 폭설이 왔고 심장 하나를 떼어내 움켜쥐고 눈 위에 팡팡 두드렸고 일인분의 기억이 사라졌고 나머지 심장 하나가 뜨거운 혈액을 온몸으로 푹푹 내보냈고 둘이라고 여겼던 심장이 하나로 뭉개지던 그날만이 남았고...... ⠀ 일그러진 미련은 그때라는 시간 속에 나를 박제시킨다. ⠀ #내가 나일 확률 #문학동네 #박세미 티베트어로 '인간'은 '걷는 존재' 혹은 '걸으면서 방황하는 존재'라는 의미라고 한다. 나는 기도한다. 내가 앞으로도 계속 걸어나가는 사람이기를. 어떤 상황에서도 한 발 더 내딛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기를. ⠀ 말에는 힘이 있고 혼이 있다. 나는 그것을 언령이라 부른다. 내 주위를 맴도는 언령이 악귀일지 천사일지는 나의 선택에 달려 있다. ⠀ #걷는사람 하정우 #문학동네 #하정우 그리고 가을도 하나의 풍경이 아니라 가을이라는 의지를 세상의 모든 것들이 각자 번역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어서 이를 시로 써보았습니다. ⠀ 나의 계절은 번역할 수 없습니다 번역하고 싶지 않습니다 ⠀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 #문학동네 #황유원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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