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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올리가르히, 이자벨 도스 산투스


어느 나라나 발전 단계에서 보면 자본의 축적->재벌의 탄생으로 이어지게 되어 있는데 말이다.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들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개중에서도 아프리카 제일의 재벌이 있으니, 현 앙골라 대통령의 딸인 이자벨(참조 1) 도스 산투스이다.

잠깐, 이 르몽드 기사의 제목에는 아프리카의 올리가르히라는 표현이 있다. 르몽드가 괜히 이 단어를 택하지 않았다. 올리가르히(Олигархи)는 러시아어 단어다. 왜 하필이면 chaebol이라는 좋은(…) 단어를 택하지 않았을까? 앙골라 자체가 소련(그리고 쿠바)의 도움을 통해 맑시스트 반군(MPLA)이 독립시킨 나라였기 때문이다. 당연하지만 그때문에 앙골라에서는 좌우파간 내전이 일어난다.

그런데 아마 Call of Duty : Black Ops II(2012)를 플레이 해보셨다면, 앙골라 내전의 조나스 사빔비를 기억하실 것이다. 게임에서의 묘사와 마찬가지로, 미국은 (아파르트헤이트 시절의 남아공과 함께) 사빔비를 지원했지만 그가 2002년 전투에서 사살당한 후로 그의 조직, UNITA는 소멸되고 결국은 MPLA가 단독 집권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주제 에두아르두 도스 산투스 대통령은 1979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대통령을 하고 있다.

그는 1969년, 소련으로 유학을 갔었다. 정확히는 (오늘날의) 아제르바이잔으로 갔고, 그곳에서 화학공학과 레이더 통신 학위를 받았다. 공부만 했는가? 러시아인 아내도 하나 얻었다(나중에 이혼했다). 그 사이에서 난 딸(1974년생이다)이 바로 이자벨 도스 산투스. 그녀는 대통령의 장녀다(그래서 그녀는 러시아어 네이티브이기도 하다, 학교는 내전을 피해 영국에서 다녔다).

그런 그녀는 현재 앙골라의 석유와 통신, 다이아몬드, 시멘트, 은행, 부동산, 극장(?) 등을 운영하는 “올리가르히”이다. 다만 알려진 사항이 그리 많지 않다. 인터뷰도 거의 안 하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가는 곳도 한정되어 있다. 콩고 출신 남편, 신디카 도콜로 역시 별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인물.

(남편 역시 콩고 은행산업의 선구자의 아들, 그러니까 콩고 금수저인데, 그도 혼혈(콩고/덴마크)이다.)

확실히 올리가르히답다는 의미다. 아버지인 주제 에두아르두 대통령도 앙골라의 푸틴이라 불린다. 사실 맑스주의 나라를 만들기는 했어도 앙골라가 공산주의 국가냐, 하면 딱히 그렇지는 않다. 그냥 철저히 마키아벨리스럽게 다스리고 있다는 말인데, 그는 1979년 대통령에 오른 이래 여러 차례 양위(…)하겠다고 해놓고서는 지키지 않곤 했었다.

그렇다면 이자벨은 아버지의 후광으로(참조 2), 아버지의 지원으로 재벌에 오른 것일까?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데, 이와 관련된 기묘한 대목이 하나 있다. 그녀의 남편이 런던에서 앙골라 발행 신용카드를 사용하여 현금을 인출하려 했었는데, 계좌 개설이 안 된다고 거절 당했다. 이들 부부가 “Personne politiquement exposée(PEP)” 명단에 올라 있기 때문이었다(참조 3).

그녀가 직접적으로 부패와 뇌물 공여자로 조사를 받은 적은 없지만 (최소 영국에서는) 충분히 연루되어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사업에 대해 아는 건 무엇일까? 다 아버지 빽 아닌가? 석유 산업에 대해 아는 게 없다는 비판이 일자, 그녀는 자기 인스타그램에 엑손모빌과 셰브론 CEO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었다.

하지만 어떡할까, 이제 노령인 그녀의 아버지는 병도 깊고 이번의 양위는 진짜일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자 그녀의 남편은 후계자로 지명된 국방부장관과 함께 찍은 사진을 자기 트위터에 올렸다.

이쯤 되면 이게 뭔가 희극같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다만 이들은 흑인 자본가가 아프리카에서 나올 때가 됐으며, 신식민주의자 백인 자본보다는 부패했다 하더라도 흑인 자본이 더 낫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 나은가? 어디서나 되풀이되는 역사일 것이다. 마침 남편은 자기 원래 나라인 콩고에서의 영향력을 확대시키는 와중이다. 장인어른의 군대를 믿고 벌이는 일일 것이다.

한 인터뷰에서, 이사벨은 자기가 6살 때부터 계란 팔이를 하여 사업 종자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6살이면 아버지가 대통령된지 얼마 안 된 때이다. 자신들을 고용한 분의 말이라면 앙골라인들은 기꺼이 믿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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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1. 여담이지만 앙골라는 유럽식 포르투갈어를 사용한다. 그래서 /이자베우/가 아니라 /이자벨/이다.

2. 이자벨이 운영하는 앙골라의 국영(…) 석유회사 Sonangol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최대 규모의 에너지 기업이다. 아버지가 그녀를 2016년 회장으로 임명. 포브스 추정에 따르면 그녀의 재산은 35억 달러 정도이다. https://www.forbes.com/profile/isabel-dos-santos/

3. PEP는 보통 금융업계에서 쓰이는 용어로서, 부패나 뇌물과 관련된 정치권 인물들을 가리킨다. G7과 OECD가 후원하는 조직, Financial Action Task Force(OECD 안에 사무소가 있다)에서 그 범주를 정하면, 각국 정부가 그에 따라 제한을 가할 인물 목록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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