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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요.

물질적이든 혹은 형이상학적이든, 우리는 늘 아름답기를 추구하고 때로는 그것의 노예가 되기도 합니다. 이것은 작금의 유행도 예외적인 현상도 아닙니다. 형태나 형식의 차이가 있을 뿐 아름다움을 동경하는 태도는 아주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죠. 그 이유를 짐작하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아름다운 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어딘가 만족감이 들기 때문일 텐데요. 이제 아름다움은 차라리 일종의 정의나 선의를 자처하고 스스로 하나의 권력이 되어버린 느낌입니다. 우리는 아름다움을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요. 아름다움을 인식하고 나서 가장 처음 든 의문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아름다운 것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단어나 문장이 있지는 않을까. 아름다움이라는 말을 형용하는 모든 수식을 지우고 그것의 원소만을 남겨둘 수는 없을까. 기회가 될 때마다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묻기 시작한 것은 그래서였습니다. 아름다운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을 가르고 모두가 동감할 수 있는 미의 정의를 제시해보리라 마음 먹었습니다. 그것이 가능하기만 하다면 우리가 욕망하는 것의 정체를 밝혀낼 수 있으리라 믿었습니다. 편차가 큰 대답들을 거치며, 그러나 애초의 예상과는 달리 미와 추의 경계는 점점 흐릿해져만 갔습니다. 아름다움이라는 단어는 하나였지만 발화하는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누구는 비례와 질서를, 다른 이는 편중과 우연을 미의 근원이라 대답했던 것입니다. 상반된 견해들이 때론 여정을 고단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끝내 질문을 멈출 수 없었던 것은 그 모든 의견들이 갖춘 나름의 체계와 철학 덕분이었습니다. 모두 다른 대답이었지만 오답은 없었습니다. 아름다움은 그야말로 수만가지의 가능성으로 도처에 널려있었고, 그것은 발견하는 사람들의 입술에만 허락된 맑은 이슬 같았습니다. 이토록 다양한 아름다움의 이름을 혼자서만 알고 있을 수는 없다는 의무감이야말로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입니다. 좋은 것은 많을수록 좋고, 많은 것은 나눌수록 좋은 것일 거라고 믿으며 믿는 대로 해보려고 합니다. 정답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정말 중요한 질문들이 대개 그렇듯, 여기에도 영영 정답같은 건 없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그저 아름다움에 대해 조금이라도 할 말이 있으시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말씀해주세요. 찾아가 듣고 이곳에 기록해두겠습니다. 아름다움은 인식하는 것이고, 인식은 공유할 수 있습니다. 공유된 아름다움은 점차 그 범위를 넗혀 나갈 것입니다. 반론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꼼꼼히 듣고 가능한 멀리로 전하겠습니다. 여러분께 묻습니다. 당신께 아름다움이란, 도대체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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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가 넘쳐나는 시대에 다른 광고보다 좀 더 사람들의 눈에 띄고 제품의 판매량을 늘리거나 기업의 좋은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경쟁회사와의 차별화를 내세우기 위해서 광고는 필수라고 할 수 있다. 오죽하면 사람도 자기 PR시대라며 스스로를 알려나가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하겠는가? 이 책은 우리나라 광고 시장에서 말만하면 국민 대다수가 알만한 굵직 굵직한 광고를 제작한 박웅현 ECD를 강창래작가가 인터뷰해서 만든 책이다. 박웅현 ECD는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한다. 특히 인문학이 사람에 대한 학문이니만큼 요즘 같이 광고를 피할 수 없는 시대에 인문학은 광고에 필수불가결하다고 말 할 수 있겠다. 이 책에서도 여러번 묻지만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책을 많이 읽고 많이 메모하고 마음으로 많이 느끼라는거다. 책 속 한 구절이다. <<실패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다. 우리는 어릴 때 수도 없이 넘어지면서 걷는 데 천재가 되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 누구도 넘어지면서 일어나라는 명령에 따른 것이 아니다. 스스로 하려고 해서 이룬 일이다. 실패를 하고도 딛고 일어서는 사람들은 그 실패마저도 즐겁다. 성공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는 '무언가'를 배운 기회였기 때문이다. 에디슨 식으로 말하면 천재란 2,000번 실패해도 다시 시작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며, 창의성은 2,000번 실패한 뒤에 얻을 수 있는 빛과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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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도넛걱정입니다~~ 벌써 11월, 다가오는 연말 분위기에 아직 두달이나 남았지만 마음이 두근두근! 바로 홀리데이 한정 화장품 때문이죠>< 헤라에서도 홀리데이 컬렉션이 출시가 되어서 소개 겸 리뷰를 들고 왔어요! https://youtu.be/fAWA-Bfua58 헤라 홀리데이 컬렉션은 LIGHT SPLASH! 어둠 속에서도 환하게 빛나는 빛을 컨셉으로 꾸며졌어요 헤라 픽스올쿠션(21호, 23호) SPF34/PA++ 9g / 3.5g / 1g 54,000원 대 Light Splash 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인데요, 핸드폰같은 전자기기에서나 있었던 기술로 메탈을 쿠션에 옮겨놓았어요! 그래서 오래 사용하여도 금박(?)이 벗겨지거나 스크래치 날일이 없어요!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쿠션 + 하이라이터 + 립앤치크밤 3in1 제품이라는 것! 기존 헤라 울트라 모이스처 미스트 쿠션과 함꼐 밤타입의 하이라이터와 립앤치크가 같이 들어있는 신개념 멀티 쿠션이에요! 한 쪽은 쿠션 반대쪽은 하이라이트, 립앤치크가 있는데 어떻게 이 세가지가 한 쿠션안에 있을까요! 우리나라 쿠션에서는 처음으로 나온 타입이라서 제가 How to 영상과 사진으로 정리해 봤어요. 360도로 돌아가는 타입인데 정말 신기하죠! (헤라 공식 영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으니 참고해주세요!ㅎㅎㅎ) https://www.youtube.com/watch?v=wM0jhzMbR6U&feature=youtu.be 그리고 쿠션 퍼프도 5.5mm로 슬림하게 새로 나왔어요! 지만 기존의 밀착력은 그대로 유지한 루비셀 퍼프에요! 위의 블랙쿠션 퍼프와 비교하면 훨씬 얇죠? 프레스티지 브랜드 쿠션에서는 처음 나온 얇은 퍼프랍니당 많이 뭍을까봐 살살 찎어는데도 균일한 양이 찍혀나왔어요! 역시 쿠션 종주국ㅎㅎ 쿠션은 기존 헤라 UV 미스트 쿠션 울트라 모이스처가 내장되어 있어요. 21,23호 두가지 종류만 출시되었어요. 저는 21호로 받아서 써봤답니당 제가 가지고 있는 헤라 21호 쿠션들과 비교해봤을 때 옐로베이스로 다른 제품들에 비해 가장 차분한 컬러였어요! 고급스러운 마블 테이블과 너무 잘어울리는 픽스올쿠션! 커버력이 많이 높지 않지만 큰 트러블을 제한 잡티 제거 + 톤 보정 정도는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엄청 촉촉해서 기본적으로 광도 돌았어요. 하이라이터/립앤치크밤은 쿠션과 마찬가지로 촉촉한 밤타입으로 되어있어요. 촉촉하지만 발색이 잘되고 밀착도 좋은 편이에요! 건조해진 날씨에 수정메이크업을 할때도 기존 베이스가 뭉치치 않고 얹어질 수 있는 타입이에요 ㅎㅎ 하이라이팅 밤 에는 마이크로 글램 파우더가 있어서 피부에 건강하고 예쁜 광을 표현해주고 다공성 파우더로 오일을 잡아주어 메이크업 지속력을 높여줘요! 립앤치크 밤 은 볼에서는 은은한 로즈 컬러, 입술에서는 립베이스로 좋을 만한 연한 로즈 컬러로 발색되더라구요! 손으로 찍어 발라도 좋지만 퍼프를 이렇게 잡고 뭍혀서 두드리면 손에 안뭍고 더 좋은 것 같아요 ㅋㅋㅋ 블러셔와 하이라이터를 모두 한 모습이에요! 은은한 광과 분홍 장미빛 치크 보이시나요!! 너무 예뻐용...ㅠㅠ 루즈 홀릭 샤인과 함께 들고 다니면 수정 파우치 끝~~~ 보기에도 예쁘고 가방도 가볍게! 헤라 2017 홀리데이 한정판 픽스 올 쿠션 꼭 겟하세요!!><
영화 <우리들> 당신의 11살, 우리는 그 때 누구랑 놀았을까?
영화 <우리들(2016)> 윤가은 감독 11살 때 어땠더라? 까마득한 기억 저편을 아무리 더듬어 봐도 쉽게 기억이 날 리가 없다. 과거를 잘 기억하지 못하는 편이라서 그런지   11살의 내가 어땠는지, 흐릿하게 군데군데만 떠오를 뿐 선명하진 않다.  어떤 생각을 했는지, 어떤 느낌을 가지고 있었는지, 친구는 어땠는지, 어떻게 놀았는지. 어렸을 때 좀 외롭게 자라나서 그런지, 어린아이를 데리고 쓴 서사를 보면 깊게 빠져든다. 그리고 영화 <우리들>은 모두 다 까먹어버린 줄 알았던 나의 11살을 눈 앞에 데려다놓는다. (그래서 약간 괴로울 수도 있습니다!) 생각보다 예민하고, 알 건 다 알고, 그래서 상처도 곧잘 받던 그 때. 아니 감독님이 11살이신가? 놀라서 찾아봐도 성인 여성이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을 봤을 때도 어렸을 때 아이들 감정을 어떻게 이렇게 잘 그렸지? 이 미묘한 감정들을? 이라고 생각하고 감독을 찾아봤는데 할아버지(고레에다 히로카즈)였어서 놀란 기억이 있다. 아무튼, 마치 타임머신이라도 타고 다녀온 것처럼. 11살의 나와 당신들을 그려놓은 영화. (아이들 영화라고 얕보면 큰 코 다칩니다.) 친구가 별로 없는 '선'. 왜인지 모르겠지만 친구들과 어울리기 힘들다. (너무 귀여워..) 어느 날 전학 온 '지아'. 거침없고 당당한 성격의 친구. (너도 귀여워..) 둘은 어느새 친한 친구가 된다. 나에게도 친구가 생겼어! 신난 '선'. 오른 쪽은 선의 동생.(너도 귀여워..) 하지만 어느 관계에나 불안과 혼선이 있다. 부모님과 동생이 모두 함께 살며 가정에 화목한 편이지만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았던 선과 경제적으로 넉넉한 편이지만 불안정한 가정 속에서 살았던 지아. 둘은 자신이 가지지 못한 부분을 서로에게서 보고, 그러면서 묘한 틈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평소에 ‘선’을 한껏 무시하던 친구 무리에 스카웃(?) 같은 걸 받고 그 친구의 무리로 들어가게 된 지아.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고군분투를 하던 중에 마음만 앞서 실수까지 하게 되는 ‘선' 점점 악화되는 관계에 뭐하나 쉬운게 없다. 아무 것도 알고 싶지 않아하거나, 알 수 없는 어른들. 그들은 그들의 11살을 모두 까먹어버린건지. 상황은 극한으로 치닫게 되고, 그 혼란 속에서도 기특하게 용기를 내는 ‘선' 우린 다시 그 틈을 매울 수 있을까? 크고 어른이 되면서 꽤 많은 것들이 달라 지는 것 같지만, 사실 아주 작은 부분들이 조금씩 성장할 뿐일지도 모른다. 11살의 나와 25살의 내가 크게 달라졌나? 그 때나 지금이나 타인은 어렵고, 타인과 하는 관계는 더 어렵다. 조금 능숙한 척을 하는 것 뿐이다. 어렸을 때든 지금이든, 먼저 손을 내밀 용기를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나는 마음 놓고 죽었다
'나는 마음 놓고 죽었다' / 임선경 저 (지극히 주관적인 저의 생각을 쓴 글입니다.) 필자는 이 소설을 밤의 고속버스 안에서 읽었다. 마지막에 연이 엄마, 정순, 숙이 엄마 셋이 문방구집 아줌마와 드잡이질을 하는 걸 보고 그때서야 마음을 놓았다. 아, 연이는 자기를 아껴주는 사람들 사이에서 무럭무럭 사랑을 배우며 자라나겠구나. 그래서 연이 엄마가 마음 놓고 연이의 곁을 떠날 때, 나도 마음 놓고 책을 덮을 수 있었다.(사실 후반부에는 눈물이 나서 훌쩍대며 읽었다.) 이 소설은 이미 죽어서 귀신이 된 연이의 엄마의 눈으로 1970년대의 풍경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필자는 그 뒷세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지만 그때의 정서는 아직 1970년대와 통하는 부분이 있었기에 필자의 경험에 빗대어 이 소설을 이해하며 읽을 수 있었다. 그때는 집 앞에 나가면 언제나 같이 깡통차기를 할 아이들이 있었고 아이들이 놀고 있는 곳 옆의 정자에는 할머니, 아줌마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하며 쉴 새 없이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우리 집 앞에는 항상 할머니가 비닐 위에 말려놓은 빨간 고추가 있었다. 그 고추는 무슨 맛일까 궁금했었던 기억이 난다. 조금 잘 산다는 아이의 집 책장에는 소년소녀 세계명작이나 위인전집이 1번부터 순서대로 쭉 꽂혀있었고 가끔 책 방문 판매원이 오면 엄마는 항상 주스를 한 잔씩 드렸었다. 소설 속에서 언뜻언뜻 필자의 어린 시절을 찾을 때마다 점점 더 이야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이 소설이 좋았던 점은 소설 속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어린 시절 필자의 주변에 실제로 있었던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숙이 엄마처럼 목소리 크고 드센 아줌마도 있었고 희철이처럼 괜히 주변 사람에게 짓궂게 굴고, 문방구에서 도둑질하다 걸리던 아이도 있었다. 숙이 아빠처럼 물건을 척척 고쳐주는 아저씨나 매일 술에 취해 들어오는 아저씨도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책을 방문 판매하는 기석이나 딸 낳았다고 며느리를 타박하는 미호댁, 반에서 잘 사는 공주님 같은 소영이와 사별한 남자와 재혼한 정순, 아빠와 떨어져 할머니, 할아버지와 살다가 아빠가 재혼하면서 다시 아빠와 새엄마와 살게 된 연이까지. 이 책의 모든 등장인물들이 필자의 어린 시절 어디선가 보았고 경험했던 사람들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 소설에 빠져들지 않고 버틸까. 어린 시절의 내 이야기인데. 연이 엄마는 연이에게 못해준 것, 엄마로서 부족했던 것만 기억에 남아 죽고도 연이의 곁을 떠나지 못한다. 귀신인 연이 엄마는 귀신을 무서워한다. 피 흘리는 기괴한 모습 때문이라기보다는 다른 귀신들이 너는 그다지 대단한 원한도 없고 이유도 없으면서 뭔데 이 이승에 붙어있느냐고 따질까 봐 그렇다. 연이 엄마가 마음 놓고 이승을 떠나기에는 연이 주변에 온통 연이를 못살게 구는 사람뿐이다. 연이의 새엄마 정순은 물론이고 주인집 숙이 엄마도 왠지 연이를 못마땅해하며 희철이는 연이를 무시한다.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연이의 아빠, 사람 좋은 기석에게 연이를 맡기고 떠나기에는 기석도 그다지 미덥지 않다. 그래서 연이 엄마는 연이의 곁을 떠나지 못한다. 그래도 연이는 혼자 씩씩하게 살아간다. 어느새 글도 혼자 깨우쳐 읽을 줄 알게 되었고 혼자서 잠도 잘 자며 자신의 엄마는 죽었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희철이가 무시해도 혼자 마당에서 사방치기를 하며 놀고 학교 입학식 날에도 일어서서 선생님 이름 석 자를 읽었다. 그런 씩씩한 연이를 보면서도 연이 엄마는 끝내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연이가 길을 잃고 만다. 오후반 학교를 땡땡이치고 뒷산에 올라가 놀다가 깜빡 잠들었는데 산에서 내려오니 처음 보는 동네였다. 영영 집을 못 찾을 뻔한 연이를 연이 엄마가 물 없는 우물에 사는 노파 귀신에게 애원해 큰 길가로 데려가자 마법처럼 희철이가 나타났다. "야, 홍연!" 내내 연이를 찾아다녔는지 먼지 투성이다. 그 뒤를 이어 단추도 제대로 채우지 못한 웃옷 자락을 펄럭이며 숙이 아빠가 나타나 연이를 업고 집으로 향한다. 집에서는 숙이 엄마도, 찬이를 업은 정순도 자리에 앉지 못하고 서성이고 있다가 연이가 들어오자마자 정순이 달려들어 연이를 껴안고 숙이 엄마는 아이고, 관세음보살을 외친다. 기석은 넥타이가 풀어헤쳐진 채로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들어와 연이를 감싸 안은 찬이를 업은 정순을 감싸 안고 희철이와 희철이의 엄마, 아버지는 마당에 서서 그 모습을 지켜본다. 연이를 무시하던 희철이도, 연이와는 이야기 한 번 제대로 해본 적 없는 숙이 아빠도, 연이를 못마땅해하던 숙이 엄마도, 아직 연이에게 진짜 엄마 노릇을 해주지 않고 있는 것만 같던 정순도, 정순과 연이 사이에서 중심을 못 잡고 있던 기석도 연이가 사라진 순간 정신없이 모두 함께 연이를 찾는다. 그 시절에는 그런 어디서 생겨난 건지 알 수 없는 연대가 있었다. 사이가 좋지 않았던 동네 사람들 사이에서도 어떤 집에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서로 발 벗고 나서 도와주고 일이 해결되면 마치 자기 일이 해결된 듯 기뻐하곤 했다. 도대체 어디서 나타났는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알 수 없는 그런 연대가 그때에는 있었다.  그제야 연이 엄마는 마음을 놓는다. 사라진 연이를 애타게 찾아주는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연이가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 깨달은 연이 엄마는 드디어 이승을 떠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게 떠나는 연이 엄마와 함께 독자도 연이에 대한 걱정을 놓고 책을 덮을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결말은 투박하고 따뜻했다. 참 좋은 소설이다. 이렇게 빠져들어서 읽었던 소설이 얼마만이고 또 읽으면서 눈물이 나왔던 소설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자신 안의 어린아이를 찾고 싶은 독자에게 권하고픈 소설이다. 소설 속 한 문장 : 나는 진심으로 고마웠다. 진심으로 울고 진심으로 화내는 이 엄마들에게 고마웠다. 희숙이 엄마, 찬이 엄마가 그냥 나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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