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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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영미간의 공조로 전세계를 아우르는 마약왕을 소탕한다. 어디선가 본 영화의 줄거리인 것만 같다. 액션영화를 자주 본 편이 아니었어서 쉽게 떠올리게 되는 영화는 없다만. 1. 이건 킹스맨의 줄거리다. 악당에 의해 조직이 와해되고, 다른 조직의 힘을 빌린다. 몇 번의 액션 끝에 비로소 세계를 구하는 임무를 완수한다. 전세계를 아우르는 마약 카르텔 골든서클. 그들은 금테를 두른 문신을 갖추고 있다. 카르텔에 속하기 위해선 내 옆의 동료를 잡아먹을 정도의 끔직한 무한경쟁을 통과해야 한다. 2. 그들이 전세계인을 인질로 하여 요구하는 바는 마약의 무한한 허가. 미 정부는, 건들거리는 대통령은 이를 방임하면서 일거양득하려고 한다. 마약쟁이들도, 마약상도 일망타진하겠다는 것. 간편하게 공리를 이루려는 기계적인 접근법에 질린 킹스맨과 형제들은 해독제를 구하러 고군분투한다. 3. 비바 라스 비건. 막판에 마약상 두목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다. 우리말로 하자면, 비건 만세. 비건은 채식주의 중에서도 상위개념이다. 쉽게 말하면 모든 동물의 희생을 거부한다. 현대의 공장형 사육에의 거부에 기인할 텐데, 모든 폭력적 상황에 대한 거부일 테다. 돌이켜 보면 공장에 사육되는 동물은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런 그들을 잡아먹고 일하며 산다. 살며 일하는 게 아니라. 4. 어쨌든, 재밌다. 다채로운 영화의 재미와 별개로 다채롭게 뜯어내는 내 병적인 비약이. 또한 비건만세라는 말이 마약이나 퍼트린 악당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라는 게, 더불어 그런 악당을 막아서는 게 하필이면 플랜테이션과 아편전쟁이나 벌이던 국가의 왕실 요원이라는 게. 5. 이건 마치 목사 안수를 마친 전직 마약상들의 스펙타클한 자서전과 같달까. 20세기를 주름잡던 (하나는 아직도 유효한) 두 제국의 의리가, 그 신자본주의의 전도사들이 팬시한 액션질 하는 걸 보는 게 참 즐겁다가도 찝찝하다. 일진설 나돌던 래퍼의 무대는 그 자체로 훌륭하다만, 그 래퍼라는 사람은 아닌 것과 같이. 6. 블록버스터 액션영화에서 뭔 의미를 부여하나 싶지만, 그래도 달갑진 않다. 그들이 퍼트린 독은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 유효하다. 심지어 우리나라가 그렇지 않은가. 우리 뿐 아니라 하더라도 즐겁게 놀아나다 사고가 마비되어 피를 쏟고 쓰러진 국가들을 수없이 봐왔다. 19세기 말 중국에서부터 현대의 중동이나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중독된 국가들의 끔직한 증상은 계속되고 있잖은가. 7. 그러나 해독제는 퍼지지 않고 있다. 그건 "비건만세"를 코드로 정한 마약상과 다름 없는 그들의 농간임을 우리는 안다. 한국은 그들로 인해 한번 피를 흘리고도 또 흡입한 마약 때문에 또 위기에 놓여있다. 작금의 정세로는 또 피를 흘릴 것만 같은데, 우리 몫의 해독제는 어디에 있을까. 새삼 참 시국 어지럽다 싶다. 쉽게 보고 즐기면 그만일 이런 영화를 보고도 이만큼의 억지를 부릴 수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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