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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억 아파트 불쏘시개로 몰딩, 의정부 참사 잊었나
현장에 사용된 스티로폼 성능 확인도 어려워 수도권에서 건설업을 하는 A씨가 최근 CBS노컷뉴스에 한뭉치 자료를 가지고 왔다. LH 등 유명 건설사가 수도권에 지은 아파트 단지 100여 곳의 명단도 포함돼 있었다. 현재 시공중인 곳도 있었고, 이미 완공이 된 아파트 단지도 많았다. A씨가 취재진에 전달한 리스트. 리스트에는 'EPS 몰딩' 기법으로 외벽 마감을 의뢰한 공사현장, 시공사, 준공일 자료가 담겨있다. 이 명단은 'EPS 몰딩' 기법으로 공사한 아파트 단지 리스트. 'EPS 몰딩'이란 발포 폴리스타이렌(Expanded Polystyrene)이라는 불에 타지 않은 불연 스티로폼을 이용해 아파트 외벽을 마감하는 공사를 말한다. 밋밋해 보이는 국내 아파트 외관에 변화와 포인트를 주기 위해 수년 전부터 국내 아파트 건설 현장에 도입된 공사 기법이다. 성형이 자유로운 스티로폼으로 모형을 만들고 그 위에 알루미늄이나 금속 소재 등으로 소재를 감싸 스티로폼을 감추는 방식이다. 세라믹, 알루미늄, 석재 몰딩 방식도 있지만 EPS 몰딩보다 비싼데다 EPS보다 무겁기 때문에 고층부에 설치가 어렵다. 이 때문에 국내 아파트 외벽 몰딩은 대부분 EPS로 처리되고 있다. 문제는 EPS 소재가 불연재가 아닌 불에 잘 타는 일반 스티로폼이라는 사실이다. A씨가 취재진에 건내준 리스트는 아파트 화재가 발생하면 2015년 의정부 아파트 화재참사처럼 한 순간에 불구덩이가 될 수 있는 아파트 '데스노트'인 셈이다. 현행 '건축물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건축물 외벽을 꾸미는 재료는 모두 불연재 또는 준불연재 등 불에 타지 않는 소재를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의정부아파트와 지난해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와 같은 대형 참사를 막기 위한 장치다. 그런데 내부 고발자 A씨에 따르면 이런 재난 대응 장치가 현장에서는 무용지물로 내팽개쳐져 있는 것이다. 대체 무엇 때문일까? EPS 몰딩으로 처리된 것으로 추정되는 아파트 외벽(붉은색 표시). 몰딩을 따라 전 세대가 이어져 있어 화재시 불길의 통로가 될 수 있다. 아파트 외벽에 설치되는 몰딩은 어떤 재료를 사용하는지 계약서에 표시 한다. 스티로폼은 반드시 정부가 기준으로 한 난연 시험을 통과한 제품이어야 한다. 현재 시험 방식은 스티로폼을 만드는 업체에서 시험기관에 샘플 스티로폼을 보내고 그것을 바탕으로 난연 등급을 결정한다.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샘플용은 불에 잘 타지 않는 스티로폼을 보내지만 실제 공사 현장에서는 샘플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스티로폼으로 바꿔치기해 사용된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우리도 불에 안타는 스티로폼 샘플 만들 수 있어요. 불에 안 타는 흑연 같은 거 넣으면 돼요. 그런데 그걸 현장에 적용할 수 없어요. 일단 우리 기술이 안 돼요. 원하는 대로 모형이 나오지 않죠. 그리고 무엇보다 가격이 비싸요. 그 가격이면 EPS 몰딩 말고 다른 걸 하죠. 결국 시험에 사용된 샘플과 현장에 들어가는 스티로폼이 다른게 현실입니다" EPS 몰딩 기법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강남의 한 아파트 외벽(붉은색 표시). 결국 가격 문제였다. A씨는 자신은 불에 타지 않으면서 가격이 저렴한 스티로폼을 만들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국내에서 준불연성 스티로폼을 제작하고 있는 업체 관계자는 "우리 제품이 준불연성(난연 2등급) 제품이다 보니 등급이 낮은 다른 난연성 제품보다 20~30%비싸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제품이 준불연재로 우수해 사용을 독려하고 싶어도 이쪽(기존 스티로폼 사업자) 영향력이 워낙 쎄니 제대로 된 홍보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시방서에서 공개적으로 EPS 몰딩 방식을 허용하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있는 눈치였다. LH는 시공사 입찰 과정에서 외벽 몰딩 종류에 'EPS 메탈몰딩', '압축성형 세라믹 몰딩', '석재 몰딩' 등 3가지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주택공사(LH)가 사용하고 있는 외부 몰딩재 기준. 현장에서는 1번 'EPS 메탈 몰딩' 기법이 많이 쓰인다. 형광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스티로폼이 들어가는 부분이다. 시공사는 대부분 가격이 저렴한 'EPS 메탈몰딩'을 선택한다. LH 관계자는 "혹시 모를 화재 위험성이 있는 만큼 현재 시공되고 있는 현장에 내용을 전파하고 LH 내부 규정도 변경 할 수 있게 담당자에게 이야기하겠다"고 대답했다. 'EPS 몰딩'은 스티로폼 위에 다른 마감재를 덮어버리기 때문에 어떤 스티로폼을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이 쉽지 않다. 이와 관련해 국토교통부 김부병 사무관은 "전국 현장에 어떤 EPS 스티로폼이 사용됐는지 정확한 모니터링은 불가능하다"며 "이와 같은 문제를 국토부에서도 인식하고 있고 현행 모니터링 방식을 바꾸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 사무관은 "과거에는 문제가 된 시공현장을 적발하면 지자체에서 처벌하는 것으로 끝났는데 앞으로는 해당 스티로폼을 유통한 업체, 제조한 업체, 계약한 사업체까지 역추적해 처벌하는 방식을 계획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2017년 12월 충북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 화재 현장감식 모습. 화재 당시 건물 외벽에 스티로폼 마감재로 단열을 한 트라이비트 구조가 화재를 키웠다. (자료사진=황진환 기자) 하지만 '계획'이 실현되기까지는 불쏘시개로 장식된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을 수 밖에 없다. 지난 2016년 서울 강남에서 유명 시공사에서 건설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민은 "건설사 브랜드를 보고 입주했는데 실망했다"며 "20억 가까이 되는 아파트인데 스티로폼 장식은 말이 안 된다"고 어쩔 줄을 몰라했다.
한 장의 사진, 산불 재난 호주 국민들 울렸다
호주 산불을 피해 피난길에 오른 11살 어린이가 보트의 조종간을 쥐고있는 사진이 호주 일간지 표지를 장식했다. (사진=The Daily Telegraph(좌), The West Australian(우) 캡처) 강풍과 고온, 가뭄을 동반한 사상 최악의 산불로 지구 남반부 호주 남동부 지역이 두 달 가까이 타들어가고 있다. 특히 피해가 집중되고 있는 뉴사우스웨일즈주 정부는 3일부터 일주일간 국가비상사태를 발동했다. 7명이 사망하고 수천명이 재난을 당한 연말 보다 심각한, 총 14명이 숨진 이번 장기 산불국면 중 최악의 상황이 닥쳐올 수 있다고 본 때문이다. 특히 4일 기온이 40도가 넘을 걸로 예보돼 이번 호주 산불 사태의 고비가 될 전망이다. 이번 호주 산불로 고통을 겪고 있는 호주 시민들의 처지가 몇 장의 사진들에 잘 나타나 있다. 사진=가족 제공 위 사진은 빅토리아주 말라쿠타 지역 화염에 휩싸여 모든 주민들에 소개령이 내려진 31일 모리슨씨 가족이 집을 탈출해 나 올 때 찍힌 것이다. 엄마 앨리슨이 두 아들과 강아지를 데리고 부랴부랴 피난길에 올랐을 때 11살 밖에 안 된 아들 핀이 보트의 조종간을 쥐고 있는 모습이다. 다른 아들은 강아지를 보살피고 있었다고 한다. 이 사진은 다음 날 지역 일간지 표지를 장식하며 호주 국민들로부터 큰 공감을 샀다.(사진 위) (사진= 'travelling_aus_family' 인스타그램 계정 캡처) 위 사진은 같은 날 말라쿠타 지역 시민들이 탈출을 위해 선착장에서 대기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암담한 현실을 반영하듯 선착장에 홀로 켜진 등불이 마치 풍전등화처럼 느껴진다. 담요를 두르고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주민들과 아무렇게나 바닥에 엎드려 있는 시민들의 모습도 애처롭다. (사진= 'andrewflaxman' 인스타그램 계정 캡처) 위 사진은 같은 날 뉴사우스웨일즈의 콘졸라 호수 인근 주민들의 대피 때 모습이다. 승선 정원이 6명인 이 작은 보트에 14명의 사람과 2마리의 개가 승선해 있다. 더 뭉클한 것은 이 보트의 주인에 관한 이야기다. 브렛 크립스(50)씨는 불길이 거세지고 있을 때 호수 주변에 모여 있던 여행객들이 마땅히 피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목격했다. 자신의 집도 갑작스럽게 불길에 휩싸이던 순간이지만 크립스씨는 중요물품을 챙겨 나오는 대신 보트에 시동을 걸었다. 여행객들을 우선 대피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 때문이다. 그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던 여행객들을 향해 "빨리요 빨리, 여기서 나가야 합니다"며 소리치며 배에 이들을 태웠다. 이 배에 올라탄 14명 가운데는 가족들과 함께 5주간의 연말 휴가를 이 곳에서 보내기 위해 온 3~10세 사이의 어린이도 7명이나 됐다. 이 배에 탄 질리 플랙스만씨는 호주 ABC와의 인터뷰에서 "갑작스런 불길에 시야가 확보가 안돼 차를 타고 대피할 수도 없는 아찔한 상황이었다"며 "크립스씨 아니었다면 6명의 가족이 큰 일을 겪을 뻔 했다"고 말했다. 한편, 3일부터 일주일간 발령된 국가비상사태 기간엔 주민 강재 소개령이 발령되고 도로도 봉쇄된다. 충청도 크기의 남동부 관광지에선 관광객 대피령도 내려졌다. 호주 정부는 산불 대응에 군사력까지 동원하고 있다. 해군 함정들은 해안가 주민들을 안전한 곳으로 실어 나르고 있다. 연말이면 강도가 세지는 산불에 호주에서는 정부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다.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처를 못했다는 건데, 역대급 가뭄과 혹서기로 인한 피해 말고도 그로 인한 사회갈등도 큰 비용이다. 인접국인 뉴질랜드도 비상이다. 뿌연 재 때문에 관광과 보건에도 피해가 생길 뿐 아니라 뉴질랜드 남섬의 국립공원 빙하들도 녹아내릴 위기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