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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냉혹한 소련의 가자미 썰
소련 땅에 아랄해라는 바다가 있었음 정확히는 호수지만 뭐 아무튼 바다라는 이름이 클 정도로 존나 큼. 물도 짜고. 근데 짤 보면 알겠지만 개 빠른 속도로 말라가는 중임 왜냐면 빨갱이 쏘련놈들이 목화 키운다고 댐을 지어서 물유입을 막아버렸거든 바다에 소금은 그대론데 물만 마른다고 생각해봐 ㅈ되는 건 당연하겠지? 염도가 엄청나게 높아지자 물고기들이 다 뒈져버림 그리고 당연히 아랄 해에서 물고기 낚아서 먹고 살던 어부들도 때죽음을 당하기 시작했음 아 ㅆㅃ 어떡하지 솔직히 지들 책임이라 모르쇠할 수도 없어서 쏘련놈들이 대책을 강구함. 근데 그 대책이란게 참 공산주의스러웠다. '물고기가 뒤진게 문제니까 물고기를 더 넣죠?' '님 천재임?' 디스 이스 코뮤니즘. 진짜 빡대가리같은 발상이었다 염도가 높아져서 물고기가 뒤지는게 문제인데 염도를 낮출 생각을 해야지 거기 물고기를 더 넣다니 진짜 헬소련스런 해결방식이다 환경을 개선하고 물고기를 풀어야지 그냥 대책없이 물고기를 비행기로 날라서 호수에 그대로 처박으니 당연히 물고기들이 살아서 번식하긴 커녕 전부 뒤져나갔다 아랄 해의 식량생산이 개선되긴 커녕 물고기 시체가 바글바글 썩어가면서 오히려 상황이 악화됐다 돈낭비 환경낭비 인명낭비 그 자체였다 그런데 여기서 예상 외의 사태가 벌어진다 온 사방이 썩어가는 시체로 가득하고 물은 짜고 오염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상황에서도 유입된 쏘-련 가자미가 쌩쌩하게 살아서 번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공산주의 파워인지 뭔지 하여튼 빨갱이 가자미는 강인했다. 아랄해의 오염이 나아지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바다에 다시 물고기가 돌아다니게 만드는데는 성공한 것이다. 이걸로 뽤괭이 친구들은 더 이상 어부들이 굶어죽는 일은 없겠지 싶었다. 근데 또 문제가 생겼다. 어부들이 가자미 먹는 것을 거부한 것이다 왜? 당시 소련은 심심하면 핵실험을 할 정도로 핵에 미쳐있는 친구들이었다 그리고 가자미 면상 꼬라지를 보자 원래 아랄해에는 가자미가 안 살았다. 근데 난데없이 다들 뒤져나가기 바쁜 헬지옥 난이도 바다에서 유일하게 쌩쌩한 물고기가 이렇게 생겨먹었다 눈깔 두 개가 얼굴 한 쪽에 몰려있는 흉악스런 생김새. 이걸 본 어부들 입장에서 도무지 의심을 안 할래야 안 할수가 없었다 이윽고 합리적 의심이 떠돌기 시작한다 아 정부 새끼들 방사능 오염된 물고기 우리한테 짬처리 시킨 거 아니냐? 이거 체르노빌 출신이라던데? 이 새끼들 우리한테 방사능 처먹이고 결과 관찰하려는거 아님? 솔직히 어부를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가자미가 바닥에 누워 사느라 저렇게 진화한거긴 하지만 모르는 사람 눈깔에는 영락없는 돌연변이잖아 소련 친구들은 열심히 어부들한테 이거 멀쩡한 물고기라고 해명을 했지만 아무도 안 믿었다 결국 아랄해 가자미를 어부들이 먹게 하려고 소련인이 아니라 덴마크인이 와야 했다 덴마크 사람들이 가자미 요리법까지 가르쳐주고 자기가 직접 먹은 후에야 아랄 어부들은 가자미를 낚아올리기 시작했다 근데 신기한게 인간의 이 개짓거리에도 불구하고 아랄해는 어떻게 복구는 되고 있다 자연은 참 위대하네 [출처 - 디시인사이드 고질라맛스키틀즈] 여담으로 저렇게 댐을 지어서 짓겟다던 목화 농사는 말라가는 아랄해에서 불어온 소금황사때문에 다 조졌다고 합니다. 결말까지 완벽...
자이언트 수달을 아십니까?
우리가 알고있는 귀염둥이 수달. 하지만 오늘 소개하는 자이언트 수달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있던 수달의 이미지를 개 박살낼 것이다. 고독한수달방에서도 금지당한 자이언트 수달. 명실상부한 아마존 강의 깡패. 커다란 몸집과 사나운 성질, 그리고 강한 포식성을 두루 갖춘 초대형 족제비과 동물답게 아마존 민물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 중 하나다. 발 보임? ㅅㅂ 배가 고프면 겁대가리 없이 악어에게도 달려들어 사지를 끊어 씹어먹는 포악함때문이다. 특히 퓨마나 재규어 둘 다 기본적으로 홀로 생활하는 포식자들이기 때문에 큰수달 무리와 마주치면 그냥 자리를 피한다. 자이언트 수달한테 쪽도 못쓰고 내쫓기는 재규어.. 보통 자이언트 수달은 무리를 지어서 사냥하지만 가끔 혼자 사냥을 하기도 한다. 수달의 먹이감은 새, 곤충, 개구리, 갑각류, 그리고 비버를 포함한 작은 포유동물이다. 그러나 다른 먹이들이 부족해질 경우 카이만악어를 사냥하기도 하는데 배가 고플 때는 주저없이 집단으로 달려들어 카이만 악어나 아나콘다까지 사냥해 잡아먹기 때문에 현지인들은 ‘강의 재규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새끼 재규어가 아니라 '강의 벌꿀오소리' 아님? 갑자기 배 위로 올라온 녀석을 보고 놀란 아저씨 악어랑 맞다이를 떠도 밀리지 않는 사이즈 매우 절륜한 수영실력과 난폭한 성질로 인해 심지어 재규어와 퓨마도 큰수달을 함부로 못 건드린다고 하는데, 실제로 재규어, 퓨마 등 자신보다 압도적으로 커다란 맹수를 만나도 도망치지 않고 기싸움을 벌일 정도다. 아무리 날고 기는 족제비과라지만 체급이 딸리는 큰수달이 대형 고양이과 맹수와도 기싸움을 할 수있는 것은, 무엇보다도배가 고프면 겁대가리 없이 악어에게도 달려들어 사지를 끊어 씹어먹는 포악함때문이다. 특히 퓨마나 재규어 둘 다 기본적으로 홀로 생활하는 포식자들이기 때문에 큰수달 무리와 마주치면 그냥 자리를 피한다. 36kg이 넘는 피라루크를 사냥한 ‘어린’ 왕수달의 위엄있는 자태 음 피라냐 냠냠긋 족제비과 동물 중 가장 몸길이가 길다. 어제 공 보통의 족제비과 동물들이 몸 길이가 기껏해야 1m 안팏인 반면 큰수달의 몸길이는 수컷의 경우 1.5~1.7m에 이르고, 암컷 1~1.5m에 이른다. 관찰된 것 중 가장 큰 개체는 2.4m에 이르는 몸길이가 보고된 적이 있다. 다만 꼬리길이가 60~70cm에 달하기 때문에 꼬리길이를 제외하면 80~90cm 안팎의 길이로, 체감크기는 리트리버 정도의 중대형견의 크기이다. 몸무게는 수컷은 26~32kg 정도, 암컷은 22~26kg 정도이며, 같은 과 중 몸크기로 쌍벽을 이루는 해달보다는 몸길이가 길지만 체중에서는 살짝 밀린다. 족제비과 동물 중에서 꽤 크다고 알려진 울버린도 이놈보단 작다. 울버린 사이즈임. 야 너도 세금내라.
펌) XX부대 살인사건 _2
1편 재밌게 읽으셨나요 껄껄 이런건 또 흐름이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오늘은 2편까지 딱 올리고 목요일에 찾아오겠습니다. 태그부터 ㄱㄱ @kym0108584 @eunji0321 @thgus1475 @tomato7910 @mwlovehw728 @pep021212 @kunywj @edges2980 @fnfndia3355 @nanie1 @khm759584 @hibben @hhee82 @tnals9564 @jmljml73 @jjy3917 @blue7eun @alsgml7710 @reilyn @yeyoung1000 @du7030 @zxcvbnm0090 @ksypreety @ck3380 @eciju @youyous2 @AMYming @kimhj1804 @jungsebin123 @lsysy0917 @lzechae @whale125 @oooo5 저의 공포 소설 알림을 받고 싶은 빙글러는 댓글에 알림 신청을 해주십쇼. 그러면 앞으로 공포소설 카드에 닉넴 태그해드립니다. 잼나게보십쇼 "죄..죄송합니다. 중대장님...제가 잠시 정신이 나갔었나 봅니다." "이 새끼... 한 번만 그런 장난치면 머리통에 총구멍을 내 주겠다. 알았어?' 이렇게 말은 했지만 왠지 장난같지가 않은 김병장의 행동은 나를 서서히 알 수없는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다. 나는 간신히 정신을 가다듬으며 장대비가 쏟아지는 빗속을 내달렸다. 그 날 밤 나는 이리저리 뒤척이며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조사를 시작하면 정리될 것만 같았던 사건이 자꾸 미궁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아 머리가 복잡했다. 게다가 김병장의 기이한 행동이 마음에 걸려 더더욱 나는 잠 못드는 밤을 보내야만 했다. 힘겹게 밤을 보낸 나는 일어나자 마자 급한 연락을 받았다. 최중사가 군 검찰로 이송된다는 소식이었다. 아직 해 놓은 것도 없는데 벌써 이송되다니... 헌병대는 사건조사를 마무리 지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나는 급히 사단장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이미 이송명령이 떨어진 후라 사단장도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젠장!! 사단장 끗발도 벌거 아니구만." 나는 절로 탄식이 나왔지만 이러고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나는 서둘러 헌병대로 향하였다. 내가 도착하자 벌써 최중사는 이송준비가 완료되어 검찰 호송차량에 올라타고 있었다. 내가 급히 달려오자 온 몸을 포박당한 채 말없이 차안으로 들어서던 최중사가 나를 알아보았다. "중대장님.." 그는 고개를 돌려 나를 불렀다. 그에게 무슨 말이라도 해야겠는데 나는 아무런 말도 내뱉을 수가 없었다.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한 쪽 입꼬리를 올리고, 진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는 그의 표정에서 나는 알 수없는 두려움이 몰려왔다. 다시 돌아오겠다며 말하는 미소짓는 저 표정, 저게 내가 아는, 살인을 저질러 죄책감의 시달리던 최중사란 말인가? 어떻게 지금 이 상황에서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단 말인가? 나는 머리속이 믹서기로 갈려진 것처럼 뒤죽박죽이 되는 기분이었다. 문득 지금 저 한마디가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나는 그제서야 그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래...다시 보자. 행운을 빈다." 멀어지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지금부터 나는 최중사가 없는 상태에서 그의 무죄를 증명할 증거를 찾아야 한다. 그에게서 들은 얘기라고는 단 세 가지 뿐이었다. 애기울음 소리를 들었다는 것과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과 그리고, 다시 돌아오겠다는 것.... 어쩌면 지금 나는 무모한 행동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지금 무엇을 더 알아낼 수 있단 말인가? 알리바이, 살해도구, 족적, 지문, 그리고 총소리를 들은 주변 이웃들, 현장을 목격한 경찰들... 이미 모든 증거들은 최중사가 확실한 범인임을 말해주고 있다. 내가 이것을 뒤집을 수 있단 말인가? 혹시나 최중사는 내가 아는 선량한 모습으로, 깊은 내면 속에 잔인한 살인자의 모습을 감추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그의 겉모습에 속은 것은 아닐까? 어제 김병장의 기이한 행동은 정말 장난이었을까? 내 머릿속은 도무지 지금의 상황을 정리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나는 깊은 숨을 들이마시면서 답답한 머리를 식히고자 모자를 손으로 벗어 쥐었다. 오른손에 쥐어든 모자가 종이장처럼 구겨지고 있음을 모른 채 나는 천천히 뒤돌아서 걸었다. 멍하니 넋나간 표정으로 뒤돌아 걷는 나의 모습을 본 헌병대원들이 연신 나의 눈치를 살피기에 급급했다. 나는 부대에 돌아와서도 혼이 빠진 사람처럼 멍하니 행정실을 지켰다. '애기 울음소리.....툇마루 근처에서 소리가 멈추었다. 그리고 박병장이 기이한 행동을 했다.' 무엇인가를 정리해야 하겠는데, 아니 무엇인가를 지금해야 하는데 정말로 아무것도 손에 잡히는 것이 없었다. 그 때 불현듯 나는 머릿속을 스치는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래...툇마루...거기를 파보자.' 나는 서둘러 사단에 굴삭장비와 차량을 요청했다. 그런데 행정실을 나가려는 순간 나는 갑자기 CP의 간부용 무기고가 떠올랐다. 무슨 이유에선지 모르지만 권총을 챙겨야 할 것 같다는 본능적인 의무감이 들었다. 나는 더 이상 생각할 겨를도 없이 무기고에서 권총 한자루를 꺼내고, 실탄이 삽입된 탄창을 권총에 끼워 넣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장전은 하지 않고 안전핀의 위치를 안전에 조정하였다. 밸트 뒷쪽에 깊숙히 총을 숨긴 나는 부대 밖으로 나와 사단 본부에서 내려오는 지원차량을 기다렸다. 본부 차량이 눈 앞에 나타났다. 서서히 가까워지는 지원차량을 바라보고는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운전병이 김석우 병장인 것이다. "너, 뭐야? 난 운전병을 요청했는데...." 김병장은 나를 안심시키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제가 죄송한 것도 있고 해서 자원했습니다." 나는 의심스런 눈초리로 그를 쳐다보았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는 표정이었다. 사건현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큰 강을 끼고 도는 다리를 하나 지나야 한다. 낙석이나 산짐승 같은 위험 요소 때문에 지나치게 가파른 산악지형에는 강물을 끼고 도는 다리를 만들어 지나도록 한다. 다리 위를 내 달리는 차량 내에서 몇 분여 동안 아무 말없이 우리 둘은 전방을 주시한 채 앉아 있었다. "굴삭 차량은 언제 오지?" "곧 뒤따라 올 겁니다." 다시 침묵 속에 우리는 빠져 들었다. 이 침묵을 다시 깬 것은 김병장이었다. "최태영 중사는 어떻게 애기울음 소리를 들은 겁니까?" "몰라 임마. 그 얘기 그만해." 전방을 주시한 채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앉아 있었다. "난 하고 싶은데.....왜 안하지?" 그의 말이 존칭이 아닌 짧은 어구로 끝나는 것을 눈치 챈 나는 고개를 돌려 김병장을 쳐다보았다. 그제서야 나는 김병장이 앞을 보지 않고 나를 보며 웃는 모습으로 운전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온 몸이 싸늘해지는 한기가 순간적으로 몰려왔다. 최중사 얘기를 저 놈이 어떻게 아는 것일까? "너...이 개새끼....최중사가 얘기 어떻게 알았어?" 이에 김병장은 전방을 주시하는 것을 포기한 채, 잇몸이 모두 드러날 정도로 크게 미소를 짓더니 나에게 말했다. " 하하하하하하하하!!! 내가 다시 온다고 하지 않았니?" 그의 엽기적인 표정을 보는 순간 나에겐 분노와 공포가 동시에 밀려왔다. "너...이 발새1끼!!!" 이 말과 동시에 이미 내 오른손은 밸트 뒷쪽에 깊이 숨어있는 권총을 찾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당황한 나는 품 속 깊이 숨겨진 권총을 제대로 뽑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 때 나를 더욱 놀라게 하는 것이 있었다. 갑자기 김병장의 눈이 뒤집이더니 광신도들의 방언처럼 알 수 없는 말을 쏟아내기 시작하는 것이다. "알루라알라얄라...울러러알라워워워..울러러..알라라.샬러러럴..." "정신차려!!! 미친 새꺄!!!!!!!!!!" 지금 이곳이 달리는 차량 내부임을 직감한 나는 김병장이 잡고 있는 운전대를 얼른 손으로 움켜쥐었다. 그러나 너무 늦어 버렸다. 고속으로 질주하던 차량은 천둥같은 파열음을 내면서 강물 쪽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나는 순간 오른쪽 머리를 무엇인가에 세게 강타당하였다. 육중한 무게의 군용차의 바퀴는 일그러진 가드레일을 넘어 강물 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하였다. 정신이 혼미해졌다. 오른쪽 뺨에는 뜨거운 액체가 연신 흘러내렸다. 사물이 울렁거렸고, 초점이 맞지 않는 안경을 쓴 듯 세상이 뿌옇게 흐려졌다. 김병장으로 보이는 한 사람이 앞유리를 뚫고 몸의 반이 밖으로 나가 있음이 보였다. 뭔가를 잡고 버티고 싶었지만 몸이 전혀 말을 듣지 않았다. 그냥 허공에 손을 휘저을 뿐 내 손에 잡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 순간..... "응애...응애....응애...." 어디선가 들리는 작은 아기 울음소리...... 내가 만들어 낸 환청인가? 진정 저 소리가 이 사건의 모든 진실인가? 나는 어떡해서든 이 환각같은 상태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다. 한 참을 정신을 차리려고 애쓰고 있는데 갑자기 차량이 기우뚱하더니 강물 쪽으로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밑으로 보이는 강물이 죽음의 사신처럼 다가왔다. 순간 지금껏 내가 살아왔던 나의 일대기가 파노라마처럼 눈 앞을 지나가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너무나도 기뻤던 임관식 날, 한 때 내 영혼을 바쳐 사랑했던 여자, 그리고 사랑하는 나의 부모님..... 예전 공수부대에 있을 때 교관의 말이 떠 올랐다. "사람은 자신이 곧 죽을 것이라고 판단되며, 과거의 기억을 한꺼번에 쏟아내어 지금껏 살아오면서 보았던 모든 것들이 마치 파노라마처럼 순식간에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지. 그러나 최소한 군인이라면!!! 안되면 되게 하라는 정신을 가진 특전부대 용사라면!!! 그 파노라마를 되돌릴 줄 알아야 한다. 죽음 직전의 너에게 최소한의 무엇인가가 보이고, 들리고, 느껴지고 있다면!!! 너는 아직 죽은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것이다." 그래 나는 아직 살아있다. 나는 아기 울음 소리를 들었고, 깊은 물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 그러나 미처 들이마시지 못한 숨으로 인해 활용할 공기의 양이 부족하다. 귀가 아파오고, 폐에 물이 차오르는 것 같다. 예전 해상특수훈련 때 힘이 빠져 물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나를 꺼내 준 교관이 있었다. 그는 숨가쁜 소리를 내며 헐떡거리는 나를 눕히더니 내 얼굴에 수건을 덮고 그 위에 물을 뿌리기 시작했다. 마치 얼굴에 비닐 봉지를 씌운 것처럼 전혀 호흡을 할 수가 없었다. 발버둥치며 괴성을 지르던 나를 강제로 제압하며 그 교관이 말을 했다. "수심이 깊어지면 수압으로 인해 평형감각을 잃게 되지...위 아래가 어디인지 몰라. 살려고 발버둥 치면서 수면 위로 올라오려고 하지만 실상은 강바닥을 파헤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살 수 있는데도 죽을 것이라는 공포감에 정신을 잃고 헛 짓거리 하다가 그렇게 죽는거야. 지금 너는 물에 빠져 죽기 전의 느낌을 받고 있는 것이다. 살고자 한다면 정신을 잃지 마라..." "쿵....." 묵직한 작은 충격음이 내 귀에 들려왔다. 차량이 강 바닥에 닿은 듯 했다. 수압으로 인해 고막은 터질 듯이 아팠고, 들이 마신 숨이 없어서 곧 죽을 것만 같았다. 주변은 칠흑같이 어둡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어디가 위고, 어디가 아래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정신을 차리자. 정신을 차리자. 그제서야 파손된 차량 앞유리를 통해 차량의 여기저기를 더듬 듯이 빠져나왔다. 수심이 얼마나 되는지 가늠이 되지 않았고, 이대로 몇 초만 더 있으면 곧 물귀신이 될 것 같았다. 폐 속의 마지막 공기가 다 소비되었는지 가슴을 찢는 듯한 고통이 몰려왔다. 바로 그 순간 나의 뇌는 마지막 구원의 메세지를 보냈다. 나는 벨트 뒷쪽에 숨긴 권총을 꺼냈다. 그리고 오른쪽 앞 타이어를 손으로 확인한 후 탄알 한 발을 장전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근접 사격임에도 물 속이라 그런지 두꺼운 고무재질을 총탄이 뚫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난 이제 죽는걸까? 그 때 내 왼손에 뭔가 잡히는 것이 있었다. 바로 공기 주입구의 돌출된 핀이었다. 나는 이제 몇 발이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권총을 들고, 마지막으로 그 핀을 향해 미친 듯이 총탄을 쏟아 부었다. "텅! 텅! 텅! 텅! 텅!" 둔탁한 총소리가 몇 번 울리자 갑자기 생명의 공기방울이 화염방사기처럼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주입구에 입을 대고 폐 깊숙히 공기를 집어넣었다. 두 세번을 반복한 나는 그제서야 내 머리쪽에서 어렴풋이 비춰지는 빛을 느낄 수가 있었다. 칠흑같은 어둠은 죽음의 사신에게 지배당한 내 머리가 상상한 허상에 불과했던 것이다. 빛은 느낄 수 있었지만 수심은 족히 20미터는 넘어 보였다. 나는 서둘러 헤엄을 쳤고 이별할 것 같았던 물 밖 세상으로 고개를 내 밀었다. 물 밖의 신선한 공기가 내 가슴 속 깊이 스며 들어왔다. 살아있다는 것이 이거구나.... 내가 숨 쉬고 있다는 것이 이거구나.... 나는 수면 위에서 몇 초 동안 생존의 기쁨을 만끽한 후 강 밖으로 헤엄을 쳤다. 강 밖으로 빠져 나온 후에야 나는 하루 전 쏟아진 비로 인해 강물이 상당히 불어나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수 차례의 기침과 구역질이 멈추자 나는 물 속에 두고 온 김병장이 생각났다. "이런...........젠장" 그를 구하러 가야 된다. 그런데 순간 나는 사고 직전 김병장의 기이한 행동이 떠오르면서 구조를 주저했다. 솔직히 김병장이 무서웠다. 김병장이 있는 저 깊은 물속으로 다시 들어가야 하다니.... 1초...2초...3초.... 나는 딱 3초를 고민했던 것 같다. 나는 모든 생각을 지워버리고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강의 중앙부가 아닌 비교적 가장자리임에도 수심이 상당했다. 그러나 그나마 다행인 것은 차량이 강의 가장자리에 빠졌기 때문에 내가 다시 뛰어들었을 때 그 차량을 찾기가 쉬웠다는 것이다. 시체처럼 늘어져 있는 김병장을 꺼내 물 밖으로 나왔을 때 나는 그가 깨어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앞 머리는 크게 찢어져 과도하게 피를 쏟아낸 것 같았고, 손과 입술은 이미 파랗게 변색되어 있었다. 숨은 멎어 있었고, 심장도 뛰지 않았다. 나는 곧 바로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 "정신 차려 임마....정신 차려!!!" 나는 그를 깨우려 소리치며 심폐소생술을 이어갔다. 복부 전체가 파랗게 멍든 것으로 보아 운전대에 복부를 부딪힌 것 같았다. 그렇다면 이미 그의 장기는 파열됐을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심폐소생술을 멈추지 않았다. 늘어진 시체를 붙들고 장난질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가 나처럼 죽음의 문 앞에서 조금이라도 무언가를 느끼고만 있다면 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살아나지 못했다. 뒤늦게 구조된 나와 김병장은 똑같이 의무대로 이송되었다. 나는 부상자로 그는 사망자로........ 내 얼굴은 유리 파편으로 인해 산탄을 맞은 것처럼 엉망이 되어 있었다. 또 오른쪽 머리는 5센티 가량이 찢어져 있었다. 다른 부위는 크게 다친 곳이 없어서 그냥 부대로 복귀하려 했지만, 군의관의 권유로 나는 의무대 입원실에서 그 날 밤을 보냈다. 수 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면서 잠시 나의 잠자리를 방해했지만, 그 날은 엄청난 피로감으로 인해 깊은 수면에 빠질 수 있었다. 다음 날 해가 중천에 뜨고서야 나는 잠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그제서야 어제는 느끼지 못했던 통증이 여기저기서 몰려왔다. 끙끙대며 상체를 일으키자 잠시 후 의무병이 식사를 준비해 가져왔다. 밥이 목으로 넘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나는 아픈 몸을 하고서 허겁지겁 숟가락질을 했다. "자주 뵙습니다. 대위님...." 식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사건 조사를 위해 헌병대 수사관이 내 앞에 나타난 것이다. 그에게 무엇을 말해야 하나? 일련의 아기 울음 시리즈라도 얘기해야 하나? 내 머릿속은 복잡해 졌다. 그러나 나는 단순한 것을 선택했다. 졸음운전... 운전미숙... 총기 사용에 대한 수사관의 집요한 심문이 나를 괴롭히기도 했지만, 나는 빈틈없는 대답으로 응했다. 오후 늦게서야 나는 의무대를 빠져 나왔다. 대대장의 면담이 끝나고 부대 행정실로 돌아온 나는 그 동안의 사건을 서류로 정리하였다. 헌병대 수사관에게 말했던 거와는 달리 나는 그동안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솔직하게 정리했다. 믿든 안 믿든 내일 이 자료를 사단장에게 제출할 것이다. 나는 밤 늦게서야 서류작업을 끝낸 후 부대원들의 안부를 뒤로 한 채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 날 날이 밝자 나는 지체없이 복장을 갖추고 사단본부로 향했다. 출근 시간이 가까워졌지만 사단장은 아직 본부에 나타나지 않았다. 당번병의 안내로 나는 사단장의 집무실로 향했다. -사단장 장태섭- 집무실 탁자에 반듯이 놓인 그의 명패만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맞은 편 소파에 앉아 사단장을 기다렸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준비해 온 서류를 매만지던 나는 문밖에서 들리는 수 차례의 경례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곧 사단장이 집무실로 들어왔다. 나는 예를 갖춘 후 그에게 준비해 온 서류를 내밀었다. 엉망이 된 나의 얼굴을 몇 차례 확인하며 안부를 묻던 사단장은 조용히 그 서류를 받아들었다. 10분 여가 지났을까? 부동자세로 열중쉬어 자세를 취하고 있는 나에게 사단장은 소파에 앉을 것을 권유했다. 그리고는 담배 하나를 꺼내 입에 물었다. 연신 담배를 태우면서 준비해 온 서류를 계속해서 뚫어져라 읽던 사단장이 몇 차례 담배 연기를 내 뿜고는 입을 열었다. "자네, 지금 이 걸 나에게 믿으라고 하는 건가?"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제가 보고 느낀 그대로 작성한 것입니다." "내용을 보니 헌병대 조사와는 많이 다르구만. 나도 다른 견해를 얻고 싶어서 자네에게 사건 조사를 맡긴 건데 이건 너무 심하지 않나? 애기 울음 소리에 다들 죽어간 것처럼 묘사되어 있으니...누가 알면 비웃음만 듣겠군." "그 것 때문에 죽었는지는 모르지만 사실 그대로 작성한 것입니다." "지금 이 보고서의 내용을 자네 말고 아는 사람이 있나?" "어제 밤에 작성을 마치고 바로 이 곳으로 들고 온 서류입니다." 사단장은 다 타들어 간 담배를 재털이에 누르고는 나를 응시한 채 입을 열었다. "미안하지만 박대위. 사건조사를 여기서 끝내야 하겠네." 뜬금없는 사단장의 말에 나는 잠시 멈칫한 후 입을 열었다. "사단장님, 조금만 더 조사를 해보면..." "더 조사를 해보면 뭐가 나오나? 이미 최중사는 기소되어 재판을 기다리고 있네. 모든 정황증거나 물증은 최중사가 범인이라고 말하고 있어. 나도 최중사를 살리고 싶어서 나름대로 자네에게 조사를 맡겼지만 이 보고서를 재판부에 제출하면 뭐라고 하겠나? 귀신의 장난이니 최중사 살려주십시요 이래야 하나?" "저는 그냥 뭔지 모르는 숨겨진 진실을 알고 싶습니다." "진실? 이미 밝혀진 모든 것들이 진실 아닌가? 명령이다. 박대위. 사건을 복잡하게 만들지 말고 여기서 마무리짓는다." 나는 잠시 입을 굳게 다문 채 말을 아꼈다. 나의 굳은 표정을 잠시 살피던 사단장이 말을 이었다. ㅊㅊ: 웃대
펌) XX부대 살인사건 _4
자 4편까지 후다닥 올리겠음 그리고 주말에 돌아옵니다.. 그 이유는 님들을 애태우고 싶으니까! 이렇게하도 하지 않으면 나에게 관심이 없을테니까! ㅎ 즐감 태그부터 ㄱㄱ @kym0108584 @eunji0321 @thgus1475 @tomato7910 @mwlovehw728 @pep021212 @kunywj @edges2980 @fnfndia3355 @nanie1 @khm759584 @hibben @hhee82 @tnals9564 @jmljml73 @jjy3917 @blue7eun @alsgml7710 @reilyn @yeyoung1000 @du7030 @zxcvbnm0090 @ksypreety @ck3380 @eciju @youyous2 @AMYming @kimhj1804 @jungsebin123 @lsysy0917 @lzechae @whale125 @oooo5 저의 공포 소설 알림을 받고 싶은 빙글러는 댓글에 알림 신청을 해주십쇼. 그러면 앞으로 공포소설 카드에 닉넴 태그해드립니다. 잼나게보십쇼 피쓰- -1978년 7월 14일- 육군 [중사 김ㅇㅇ]가 같은 부대원 [중사 고ㅇㅇ], [하사 이 ㅇㅇ]와 자신의 아내를 소총으로 살해하고 본인은 자살. -1981년 7월 23일- 육군 [중위 정ㅇㅇ]가 술자리를 같이 하던 동료 부대원 [중사 이 ㅇㅇ], [중사 김ㅇㅇ]을 권총으로 살해하고, [하사 최ㅇㅇ]에게 심각한 부상을 입힘. 부대로 다시 돌아가 부대원에게 총격을 가하던 도중 사살됨. -1986년 7월 18일- 육군 [중사 강ㅇㅇ]가 만취상태에서 자신의 어머니와 여동생을 소총으로 살해하고, 군재판에서 사형을 언도받고 6개월 후 사형집행됨. -1991년 7월 29일- 육군 [하사 박ㅇㅇ]가 자신의 여자친구를 흉기로 수십 차례 가슴과 안면 부위를 찔러 살해 한 후, 군재판에서 사형을 언도받고 4개월 후 사형집행됨. 마지막까지 읽어내려간 나는 수사관에게 물었다. "이게 뭡니까?" 내 질문에 답을 거부하고 수사관은 오히려 나에게 되물었다. "그 사건들의 공통점이 보입니까?" "모두 7월에 발생하였고, 군인들이 일으킨 사건이네요." "맞습니다. 최중사 사건도 절묘하지 않습니까? 7월 17일......" "그러고 보니 김병장이 죽은 날도 7월 19일인데...." 수사관은 무슨 엄청난 정보라도 알아낸 냥 감탄사를 연발했다. "캬~~~~ 7월의 저주라....이거 멋진 걸." 수사관은 잠시 장난스런 표정을 짓더니 이내 진지하게 말을 건넸다. "또 다른 엄청난 공통점이 뭔지 아슈?" "뭡니까?" 수사관은 잠시 미소를 짓더니 답을 했다. "사건현장이 모두 같은 곳이라는 겁니다." "예?????" "바로 그 모든 사람들이 최중사 집에서 죽어나갔다는 겁니다. 거기에 나와 있는대로 최중사 사건 말고 그 집에서만 20년 동안 모두 7명이 죽었고, 그 집과 관련된 사람을 포함하면 총 10명이 죽었소." 나는 놀라움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이건 완전히 저주받은 집이네요. 그런데 왜 20여년 동안 폐쇄되지 않고 집이 남아있는거죠? " "7월을 넘기지 않은 군인들과 거기에 살던 민간인들은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소. 단지 거기서 7월을 보낸 군인들과 그 가족들만이 처참하게 죽어나간 것이오." 그냥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많은 것들이 석연치 않았다. 그동안 나 자신이 보고 느껴왔던 일련의 사건들이 오버랩되면서 싸늘한 기운이 내 등골을 타고 내려갔다. "도대체 누가 이런 끔찍한 저주를 내리고 있는 걸까요?" 나의 넋두리에 수사관이 대답했다. "귀신이든 아니든 분명히 뭔가 있습니다. 예전에 수사관 교육 받을 때 들은 얘기인데, 강한 자기장이나 방사선에 노출되면 사람이 환청이나 환각을 겪는 사례가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방사선 같은 경우는 암 같은 질병까지 일으키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저주로 치부하기도 한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집에서 일어난 일들의 원인을 밝히는 겁니다." 나는 정신을 가다듬고 차에 올라탄 직후 궁금했던 사항을 다시 물었다. "그런데 지금 어디로 가는 겁니까?" "거기에 보면 사건현장에서 살아남은 생존자가 있지 않습니까? 하사 최ㅇㅇ...." "아니...그 사람 찾았습니까?" "명색이 군수사관인데 그 쯤이야 껌이죠. 미리 연락도 취해놨소." "대단하십니다." "솔직히 직업이 경찰인 사회 친구들 도움을 좀 받았죠. 그 건 그렇고 죽은 김병장 얘기나 해보슈. 사단장한테 뭐라고 보고가 된 겁니까?" 나는 잠시 서류에서 눈을 떼고, 긴 한숨을 내뱉았다. 그리고 그 간 벌어졌었던 일련의 미스테리한 일들을 수사관에게 낱낱히 얘기하였다. 얘기를 듣고 있던 군수사관은 자신도 소름이 끼치는지 몇 번의 탄식을 내뱉았다. 특히 김병장이 광신도들의 방언같은 괴상한 말을 쏟아냈다는 부분에서는 진짜로 그랬냐고 몇 번을 되묻기도 했다. 우리는 군이수지역을 한 참 벗어난 곳까지 차를 몰았다. 보통의 군인들은 이수지역을 벗어나기 힘들지만 수사관들은 다른 것 같았다. 검문소 헌병들은 수사관의 얼굴만 보고도 그냥 통과시켰다. 1시간 정도 차를 몰아 우리는 외진 시골집에 도착하였다. 대문앞에서 인기척을 보이자 한 쪽 발을 사용하지 못하는 40대의 한 남자가 목발을 짚고 나오는 것이다. 키는 170이 조금 넘고, 마른 체형이었으며, 하얀 얼굴에 며칠동안 깍지않은 듯한 검은 수염이 눈에 들어왔다. 절룩거리는 다리 뿐만 아니라, 함몰되어 있는 양쪽볼이 그가 지금 상당히 병약해져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직감적으로 우리가 찾는 그 남자임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신분을 밝히고 여기에 온 목적을 얘기했다. 그는 우리를 천천히 불편한 몸을 이끌고 방으로 안내했다. 결혼도 하지 못한 채 그는 국가보조금을 받고 허름한 집에서 연명하는 것 같았다. "그 날 사건은 아직도 기억에 떠올리기 싫을 정도로 끔찍했소." 그는 조용히 담배 하나를 꺼내 입에 물었다. 길게 담배연기를 한 모금 들이키더니 말을 이었다. "그 날은 무서울 정도로 폭우가 쏟아지는 날이었소. 부대 합동훈련이 끝나고 얼마 후 나는 소대장 집에서 선임하사 둘과 간단히 술자리를 같이 했다오. 원래 하사관들과 장교들은 친하지 않은데 소대장이 워낙 넉살이 좋고, 술을 좋아해서 우리 하사관들이 그를 잘 따랐소. 그런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 와중에 소대장이 이상한 얘기를 하더이다. 요사이 밤마다 어디서 애기 우는 소리가 들린다고......" 얘기를 듣고 있던 수사관과 나는 잠시 서로의 얼굴을 확인했다. "그 애기 울음 소리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다고 그럽디다. 어떤 날은 가위에 눌렸는데 어두운 방안에 어떤 군인이 총을 들고 나타나 이리저리 돌아다니더랍니다. 얼굴과 몸에 온통 피로 범벅이 되어 있는 군인이었는데 뭔가를 계속 찾고 있더랍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배 위에 올라앉아 징그러운 웃음을 한 번 짓더니 긴 소총을 턱밑에 대고 방아쇠를 당기더랍니다." 그는 잠시 담배를 몇 번 빨더니 말을 이었다. "소대장의 귀신얘기에 우리 하사관들은 그냥 웃어넘기려고 했는데, 소대장 표정이 너무 진지한거요. 우리가 소대장에게 무슨 군인이 겁이 그렇게 많냐며 놀리니까 갑자기 소대장의 표정이 경직되더니...이상한 소리를 하더이다. '들어봐...지금도 들리잖아..'이러면서 말이오. 휘둥그레 부릅 뜬 두 눈으로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며, 소리의 정체를 찾는 소대장의 표정이 정말 소름끼치도록 무서웠다오. 우리도 소리가 들리는지 귀를 기울여 보았지만 들리지 않았다오. 정말 우리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데 소대장은 미친 사람처럼 괴상한 소리를 내면서 우리를 협박했다오. '얼럴러..얼러러..들어...들어..들리잖아....'이러면서 말이오. 그거 있잖소, 교회 같은데서 괴상한 소리내면서 기도하는거...." "방언 말입니까?" "맞아..그 거..." 나는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죽은 김병장의 그 괴기했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런데 소대장이 계속 그런 소리를 내면서 몸을 부르르 떨더니 눈이 뒤집히더이다." 이럴수가 어떻게 이렇게 똑같을 수가.....나는 잠시 한쪽 팔뚝을 쓸어내렸다. "우리는 그 사람을 진정시킬 생각은 못하고 너무 놀라서 순간 뒤로 물러났는데.............." 얘기를 잠시 멈추는 그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피우던 담배를 재털이에 짓이기고는 다시 담배 하나를 입에 물었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갑...갑자기 소대장이 정신을 차리고 그 괴상한 행동을 멈추더이다. 그리고는 이리 저리 몇 번 목을 꺽더니..........." 그는 갑자기 말문이 막히는지 왼손으로 자신의 입을 감싸쥐었다. "진정하시고 천천히 말씀해 주세요." 나는 그가 심하게 격해져 있음을 알고 그를 안심시켰다. "갑자기 벌떡 일어서 품에서 권총을 꺼내더니...왼쪽의 선임하사부터 차례로 권총을 난사하는거요.....흑흑흑.." 그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울음을 쏟아냈다. 우리는 잠시 그가 진정될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잠시 후 그는 옆에 있던 무슨 종류인지 모르는 약을 손에 움켜쥐더니 입에 털어넣고 물 한모금을 들이켰다. 몇 번의 깊은 숨을 몰아쉬고는 그는 계속 말을 이었다. "맨 왼쪽에 있던 선임하사는 세 발을 머리에 맞아죽고, 가운데 앉아있던 선임하사는 거의 다섯발을 얼굴과 가슴에 맞았소. 갑작스런 총소리에 귀가 멍해져서 있는데 내 얼굴과 몸에 핏물이 마구 튀는거요. 나는 너무 무서워서 죽어라 비명을 질렀소. 이게 꿈이라면 깨길 바랬고, 꿈이 아니라면 누가 좀 소대장을 말려주길 바랬소." 심하게 떨리는 그의 손에서 미처 털어내지 못한 담뱃재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런데....흑...두 명을 순식간에 해치운 소대장은 곧바로 나를 죽이지 않고 나에게 미소를 보이더니...총을 겨누고 씨익 웃는게 아니오? 그 때 마지막 순서로 죽음을 기다리는 나의 심정이 어떠했겠소? 내가 그 때 본 것은 소대장이 아니라 악마였소... 악마... 그 순간 나는 소대장을 제압하기 위해 괴성을 지르며 온 힘을 다해 그를 향해 튀어올랐소.. 그리고는 두어발의 총소리가 들렸고, 나는 의식을 잃었다오." 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그의 얼굴을 살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몸이 불편하신 겁니까?" "한 발은 폐쪽, 한발은 어깨쪽에 맞았고, 마지막 한 발은 대퇴부쪽에 맞았는데, 대퇴부쪽으로 들어간 총탄이 신경을 건드린거요. 하늘이 도왔는지 나에게 세 발을 쏘고나서 소대장의 권총이 실탄을 모두 뱉은거요. 난 실신했고, 소대장은 다시 부대로 돌아가 소동을 벌이다 죽은겁니다. 결국 난 의가사 전역했소. 그나마 살아있음을 감사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십수년간 나는 그 뒤로 매일 밤 악몽이 시달렸소. 매일 밤마다 피떡이 묻은 얼굴로 소대장이 나타나 그 악마같은 모습으로 웃고 있는거요. 지금은 약도 먹고 치료도 받고 해서 많이 나아졌지만, 얘기를 하는 지금 이 순간도 그 때 일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오." 모든 얘기가 끝나자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발걸음을 옮겼다. 아픈 몸을 이끌고 목발의 그 남자가 대문 밖까지 배웅을 하였다. 낮에는 맑아보였던 하늘이었는데 어느새 비구름이 몰려왔는지 빗방울이 한 두방울씩 흩날리기 시작했다. 그에게 안부를 전하고 뒤돌아 가려는 순간 그가 마지막으로 한 마디 내뱉았다. "그 곳은 저주받은 곳이오." "예?" 수사관과 나는 고개를 돌려 그의 바라보았다. 어둠속에서 유난히 더 핼쑥해 보이는 그의 얼굴이 나를 두렵게 만들었다. "난 살아 돌아왔지만, 살아 돌아온 댓가를 난 지금 처절하게 치루고 있는 것이오. 부디 몸 조심하시오." 한 동안 말이 없이 우리는 조용히 달리는 차 안에서 전방을 주시했다. 조금씩 빗방울이 굵어지자, 수사관은 와이퍼를 작동시켰다. 나는 서서히 사건을 파헤치는 것이 두려웠다. 사건을 파헤칠 수록 자꾸 죽음이라는 종착역으로 달려가는 것 같아 머릿털이 곤두서는 기분이었다. 뒷좌석이 아닌 조수석에 내가 앉아 있는데도 수사관은 별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나는 어색한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그에게 물었다. "왜 저를 도와주시는겁니까?" 나의 질문에 운전을 하던 수사관이 씨익 웃었다. 이젠 누가 미소짓는 것만 봐도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도와달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만일에 이번 일이 들통나기라도 하면 고생 좀 하실텐데요. 저야 홀몸이라 부담이 없지만 수사관님은 먹여 살려야 할 처자식이 있지 않습니까?" "솔직히 난 대위님이 부럽소이다. 나는 내 안위만을 생각한 채, 수사관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도 저버린 사람이오. 속으로는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그렇게 하는게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식이라는 것을 알았죠. 그런데 대위님은 나와 달리 부대원 하나 때문에 사단장의 명령까지 어겨가며 위험한 모험을 하고 있잖소. 당신을 만난 뒤로 예전에 내 가슴속에서 사라졌던 정의감이 불타오르기 시작한거요. 지난 사건은 어쩔 수가 없지만 지금의 사건이라도 제대로 해결하고 싶었소. 그런데 대위님은 왜 이런 무모한 짓을 하는거요?" "그냥.....그냥........군인답게 살고 싶었습니다." "헐...명답이로세." 수사관은 얼굴에 함박 웃음을 지었다. 시간이 10시에 가까워지자, 나는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음을 감지하고 수사관을 제촉했다. "이제 뭘하죠?" "죽은 김병장이 말한 곳으로 가봐야죠." "사건 현장 말입니까?" "대위님이 거기를 파보려다가 실패한 것 아닙니까?" "장비도 없는데..." "오늘 거기 툇마루를 뜯어봅시다. 빠루같은 간단한 장비를 트렁크에 다 실어왔소." 사건현장....서서히 굵어지는 빗줄기...그리고 어둠에 묻힌 밤........왠지 불길하다. "수사관님......" "네?" "현장에 가기 전에 나하고 약속 하나 합시다." "무슨 약속이죠?" "지금의 모든 주변 환경이 저와 김병장이 사건현장을 방문했을 때 상황과 같습니다." "음........대위님은 지금 우리 중에 누가 귀신 들릴지도 모른다는 말씀이신가요?"" "걱정이 되서 하는 말입니다. 만에 하나라도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우리는 살아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어느 한 명이 미쳐 날뛰기라도 한다면 지금 뒤에 있는 공구들이 치명적인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 말에 수사관이 깊은 한숨을 내 쉬었다. "그럼 어떻게 하잔 말입니까?" "처음에 김병장이 이상한 행동을 했을 때 제가 김병장을 향해 주먹과 발길질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김병장이 정신을 차리는 겁니다." "아...그럼 둘 중에 하나 누군가가 귀신 들렸다 판단이 되면 사정없이 후려쳐라 이겁니까?" "현재로서는 그 방법 밖에 없습니다." "별 거 아니구만. 일단 알겠소........" 나는 고개를 돌려 사정없이 빗줄기가 분쇄되고 있는 앞유리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을 이었다. "부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길 바랍니다." 사건현장에 도달하자 주변은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내리는 빗줄기로 사물을 분간하기 힘들 정도가 되었다. 우의를 입고 차에서 내리자 질퍽한 흙탕물이 군화 주변을 맴돌았다. 우리는 차량 트렁크에서 장비를 챙겨 들었다. 나는 배척(일명 빠루라고 부르는 못을 뽑을 때 사용하는 긴 쇠막대)을 들고, 수사관은 야전삽과, 해머를 들고 대문 앞에 나란히 섰다. 가끔씩 하늘을 울리는 천둥소리와 빗소리 외에는 그 어느 것도 들리지 않았다. 번갯불에 잠깐씩 얼굴을 드러내는 사건현장의 대문은 우리를 반기는 듯 크게 입을 벌리고 있었다. 또한 비바람에 찢겨 펄럭이는 폴리스라인 테이프가 어서오라고 반가운 손짓을 보내는 것 같았다. "정신 바짝 차리십시오." 나의 말에 수사관이 맞대응했다. "대위님이나 그 빠루로 날 찍어 죽이지나 마쇼." 지옥의 입구처럼 보이는 낮은 대문을 통과해 우리는 작은 마당 안으로 들어갔다. 이리저리 손전등을 비추어 우리 외에 다른 누가 있는지 구석구석 살폈다. 눈 앞에 툇마루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수사관에게 말을 건넸다. "바로 저기입니다. 김병장이 말했던 곳이." "음...그럼 먼저 마루 밑의 디딤돌부터 치워버립시다." 우리는 배척을 지레삼아 마루 아래에 놓여있는 두 개의 디딤돌을 힘껏 들어내기 시작했다. 디딤돌 주변을 시멘트로 발라 놓았기 때문에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해머질과 삽질을 번갈아가며 우리는 조금씩 디딤돌을 움직여 나갔다. 기와집 처마 아래로 빗물이 사정없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조금 전보다 번개치는 횟수가 늘어난 듯 보였다. 번갯불이 번쩍일 때마다 마당을 중심으로 주변이 환하게 밝아졌다. "아우....무섭게 자꾸 번개가 치고 지랄이야..." 수사관이 하늘을 몇 번 쳐다보더니 불평을 토로했다. 바로 그 때.... "응애......응애.......응애....." 내 귀속의 고막을 울리는 작은 아기 울음소리..... 빗소리에 섞여 있지만 분명히 들린다. 나는 즉시 행동을 멈추고 쭈그린 자세를 유지한 채, 침을 한 번 꼴깍 삼켰다. "대위님, 왜 그래요?" 수사관이 걱정스러운 듯, 땀인지 빗물인지 모를 액체로 흠뻑젖은 내 얼굴을 바라보며 말을 걸었다. 나는 아무런 대답없이 다시 한번 침을 삼켰다. 그리고 낮은 숨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안 들립니까?" "뭐요? 애기소리?" "네. 애기소리....." 내 말에 수사관이 주변을 이리저리 손전등을 비추기 시작했다. "어라....난 안들리는데....진짜로 들려요?" 손전등을 통해 주변을 관찰하던 수사관이 나의 얼굴을 비추며, 말을 이었다. "비오면 고양이 소리가 애기소리처럼 들리기도 해요." 수사관은 나를 안심시키려 하는 것 같아 보였지만, 그의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는 그것이 거짓말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순간 번개가 연속으로 플래시를 터트렸다. 나는 수사관을 바라본 채 정수리부터 꼬리뼈까지 쫘악 얼어버렸다. 마당 한가운데 누가 서있는 것이다. 얼굴은 수사관을 향하고 있는데 왼쪽 곁눈으로 그가 보이는 것이다. 나의 왼쪽뺨이 싸늘하게 식어갔다. 뒤늦게 번개를 따라 온 천둥이 사방에 울려퍼졌다. 나도 모르게 오른손에 쥐고 있던 배척에 힘이 들어갔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어둠속에 묻힌 마당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번개가 빛을 발했다. 텅빈 마당....그리고 쏟아지는 빗줄기...아무도 없었다. 배척을 쥐어든 나의 오른손이 덜덜 떨렸다. "괜찮아?" 수사관이 나의 어깨에 손을 탁 얹으며 물었다. "응애.....응애....응애....." 아기 울음소리.....빗소리는 들리지 않고, 아기 울음소리가 가까이서 들린다. 그런데 뭐지? 수사관이 왜 갑자기 나에게 반말이지? 그리고 목소리가 왜 낯설지? 나는 다시 고개를 천천히 원위치시키며 그를 바라 보았다. 순간 나는 심장이 터져나가는 듯 했다. 얼굴에 온통 피로 덮여있는 낮선 남자가 내 어깨에 손을 얹고 하얀 이를 드러내며 미소짓고 있는 것이다. 번갯불이 번쩍일 때마다 그의 얼굴이 하얗게 변하고 있었다. "아~~~~~악!!! 씨발 뭐야!! 아~~~~~~~악!!" 나는 미친 사람처럼 괴성을 지르며 뒤로 나자빠졌다. 뒤로 물러서며 넘어진 나에게 그가 천천히 다가왔다. 나는 배척을 오른손에서 천천히 들어올렸다. 순간 어떤 강한 힘이 내 얼굴을 강타했다. 차디찬 얼음물을 끼얹은 것처럼 정신이 확 돌아왔다. "여길 왜 왔어? 군바리 새끼" 그러나 그 괴상한 음성은 멈추지 않았다. "너..누..누구야..." 다시 한번 내 얼굴에 큰 타격이 주어졌다. "대위님!! 정신차려요!!!" 수사관이었다. 뒤로 넘어진 자세로 헐떡이는 나에게서 수사관은 배척을 뺏아들었다. "미쳤어요? 정신차려요!! " 두 눈을 부릅뜨고 뒤로 넘어진 자세로 헉헉대는 나를 향해 세 번째 손이 나에게 날아왔다. 나는 날아오는 그의 손을 덥썩 잡았다. "그만.....그만..." 수사관은 계속해서 나의 얼굴을 살폈다. "이젠 괜찮습니다....허..헛 것이 보였어요." 나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이제야 주변의 빗소리가 귀에 다시 들어왔다. 수사관이 걱정스러운 듯 말을 건넸다. "진짜로 미쳐서 이 빠루로 날 찍어 죽일 셈이요?" "미안합니다....잠시 헛것이 보여서..." "아까 약속하고 오기를 잘 했네..." 이제야 난 안도의 한숨이 내쉬어졌다. 그런데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내가 정상인 줄 알았는데, 내가 미친 것이었다니....... 어떻게 이럴 수가? 그렇다면 김병장과 다리를 건널 때 누가 미쳤던 것인가? 혹시 김병장이 아니라 내가 미쳤다면? 김병장이 똑바로 잡고있던 운전대를 내가 틀어버린 것은 아닐까? 그럼 멀쩡히 운전하고 있던 김병장을 내가 죽였단 말인가? 그 날 애기 울음소리는 내가 듣지 않았던가? "크아~~~악!!! 씨발 말도 안돼!!!!!!!!!" 머리를 움켜쥐며 울부짖는 나에게 수사관이 호통을 쳤다. "왜 그래요? 박대위!!! 이번엔 군화발로 맞고 싶소!!!!!!!" 그래....김병장과 나, 우리는 둘 다 죽을 운명이었어. 그런데 나는 살아 돌아온거야. 혈기 왕성한 한 젊은이를 죽이고.... 이젠 평생 이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야 해. 소대장의 권총세례에서 살아나온 하사의 말이 떠올랐다. '난 살아 돌아왔지만, 살아 돌아온 댓가를 난 지금 처절하게 치루고 있는 것이오.' "헉헉...말도 안돼...씨발!!! " 아무런 대답없이 주저앉아 울먹이며 절규하는 나에게 갑자기 군화발이 날아들었다. "정신차려!! 박대위!! 당신 미쳤어?" 수사관의 군화발에 나는 마당의 흙탕물 속으로 나뒹굴어졌다. 큰 대자로 누워버린 내 몸위로 차가운 빗줄기가 끝없이 쏟아졌다. 헐떡거리는 내 입속에 빗물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가늘게 눈을 뜨려하자 나의 작은 속눈썹은 쏟아지는 빗물을 연신 걷어내기에 바빴다. 한참을 시체처럼 누워있는 내 앞에 수사관이 삽을 들고 걸어와 멈춰섰다. 한심한 듯 나를 지켜보던 수사관이 입을 열었다. "박대위...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오. 정신차리시오." 지금 이 순간 그는 나를 때려 죽이러 온 것 같진 않았다. 나는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빗물을 토해내기 위해 몇 번의 기침을 하고는 대답했다. "김병장이 죽은 날....... 김병장이 미친 게 아니라..... 제가 미쳤었다면 어떻게 되는겁니까?" "김병장을 자신이 죽였다고 생각하는거요?" "만일 그랬다면요?" 내 말에 수사관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인명은 재천이라고 하지 않았소? 만일 당신이 그랬다하더라도 그건 당신의 의지가 아니었잖소? 김병장이 죽지 않았다면 어쩌면 당신이 죽었을 수도 있는 것이오." "흑...말도 안돼..." 나는 다시 한번 머리를 움켜 쥐었다. 이러는 나에게 수사관은 나를 진정시키려 애썼다. "박대위....최중사나 죽은 김병장이 바라는게 진정 뭐일 것 같소? 이제 정신차리고 마저 하던 일을 계속합시다." 수사관은 조용히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의 말에 서서히 안도감이 몰려왔다. 왠지 친형처럼 느껴지는 그가 나에겐 큰 힘이 되는 것 같았다. 나는 얼굴을 뒤덮은 눈물과 빗물을 두 손으로 힘껏 쓸어내리고는 그의 손을 잡아 일어섰다. 무슨 잘못을 하여 스승앞에서 꾸중을 듣는 아이처럼 나는 그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몸에 묻은 흙을 빗물로 천천히 씻어내던 나는 그에게 물었다. "수사관님, 몇 살이죠?" "서른 일곱이오. 그런데 나이는 왜 묻소?" 나의 뜬금없는 질문에 수사관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제가 서른 하나니까 여섯살 형님이시네요." "어이쿠 대위님. 생각보다 젊네요." "모든 일에 있어서 인생 선배들은 어린 사람이 모르는 뭔가를 가지고 덤비는 것 같습니다. 배운 놈이든 못 배운 놈이든 나이를 먹어가면 알아가는 그런 것 있잖습니까? 수사관님에겐 그런게 느껴집니다." "쳇....별 거 없소이다. 마누라 잔소리 들어가며 처자식 먹여살려 보시오. 귀신? 산다는 것? 죽는다는 것? 그런 거 별거 아니게 느낄 것이오. 여기저기 사람들에 치어가며, 욕먹어가며, 아둥바둥 살아가 보쇼.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이라오. 사람이 가장 나를 힘들게 하고, 슬프게 하고, 좌절하게 만드는 거랍니다." "도와줘서 고맙습니다." 나의 감사표시에 그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대위님 부하들은 참 행복하겠습니다. 이런 인간적인 지휘관 밑에서 근무를 하니..." 우리는 잠시 서로 미소를 지으며 우정의 눈빛을 나누고, 다시 장비를 챙겨 디딤돌을 들어내기 시작했다. 드디어 육중한 디딤돌이 밖으로 밀려 나왔다. 수사관은 몸을 옆으로 최대한 눕힌 후 낮은 마루 밑을 향해 이리저리 손전등을 비추었다. 같은 자세를 취한 나도 눈에 띄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 때 마루 밑 깊은 곳에 눈에 들어오는 뭔가가 보였다. "헛...저거 뭐죠?"
동물학대에 맞서 폭력 1도 안 쓰고 오직 대화로 문제 해결하는 '평화주의' 보호단체
원문글 : http://www.animalplanet.co.kr/news/?artNo=3626 사진 : Rescue Ink 구성원 모두가 전직 갱단 출신으로 이루어진 동물보호단체가 있습니다. 동물학대에 대한 목격자 신고가 들어오면 전원이 출동해 주인과 진지하게 대화와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이 단체는 레스큐 잉크(Rescue Ink) 입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동물학대를 비폭력적으로 해결하는 보호단체'라는 제목으로 폭력을 전혀 쓰지 않는 보호단체를 소개한 글이 올라와 누리꾼들의 뜨거운 관심을 한몸에 받았는데요. 다른 보호단체와 달리 우람한 몸집에 팔뚝에 새겨진 문신 등 구성원 전원이 범상치 않은 포스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 : Rescue Ink Unleashed 사실 레스큐 잉크라는 동물보호단체는 전직 갱단 출신으로 이루어진 동물보호단체라고 하는데요. 물론 전직 경찰, 소방관, 피트니스 선수 등 몸 좀 꽤 쓴다는 남자들이 모인 단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러다보니 마동석 저리가라 할 정도로 우락부락한 얼굴과 얼굴만한 팔뚝을 자랑하는 이들이 많은데요. 얼핏보면 폭력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 같지만 이는 편견입니다. 살벌한 겉모습과 달리 동물학대 문제 해결에 있어서는 그 누구보다 진지하게 대화와 협상을 통해 적극 임하는 동물보호단체이기 때문인데요. 이들의 이야기는 10년 전인 지난 2009년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에서 '레스큐 잉크 언리쉬드(Rescue Ink Unleashed)'라는 제목의 TV 프로그램이 방영될 정도라고 하는데요. 궁금하시다고요?! 사진 : Rescue Ink 동물학대 신고가 접수되면 먼저 구성원 전원이 출동한다고 합니다. 반려동물 주인을 만나 진지하고 진실된 대화를 깊게 주고 받으며 문제를 해결하려고 안간힘을 쓰죠. 물론 주인이 설득에 응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럴 때는 강제로 마당을 점검하는 등의 방법으로 시위를 한다고 합니다. 즉, 폭력은 전혀 쓰지 않는 것이죠. 다른 동물보호단체들의 활동과 크게 차이가 없는 것입니다. 정말 놀라운데요. 온전히 평화로운 방식으로 상대방을 설득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탓에 매우 온건한 단체로 평가받는 레스큐 잉크는 진정으로 강하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사진 : Rescue Ink [저작권자 ⓒ 애니멀플래닛,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콘텐츠 더보기
퍼오는 귀신썰) 포상휴가 -2-
반응이 많진 않지만 계속 이어서 가져오는 포상휴가 2탄 ㅋㅋ 나 이거 너무 무서웠는데 왜때문에 반응이 없쪄...? 군대도 안갔는데 군대 귀신이야기가 젤루 무서운 나, 비정상인가요? ㅎㅎㅎㅎㅎㅎ 그럼 오늘도 같이 볼까? _____________________ 근무를 마치고 돌아오게 되면 으레 라면을 한개씩 들고 취사장으로 가곤 했었지요. 배가 고프던 안 고프던 긴 근무를 마치고 왔다는 여유랄까요? 잠자기 전까지 나름대로의 여유를 부려보는 것도 근무 후의 커다란 즐거움 이었습니다. 하지만, 낯선 곳에 있는 지금 날 위해 준비된 라면도 없거니와 왠지모르게 더욱 어둡게 느껴지는 내무실 취침등이 좀전에 보았던 그 장면을 계속 떠 올리게 했습니다. "박병장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으..응?" 주둔지에 있을 때 일병이었던 심상병이 침상을 내려앉으며, 물어오더군요. 그 순간 눈에 들어온 그의 발목.... "왜? 뭔일있냐?" 되려 반문해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의식하고 있는 그의 발목에서 억지로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드랬죠. "멍하게 계셔서 말입니다." "그랬냐?"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전투화를 벗고 침상에 올랐습니다. 여전히 의식되는 발목... "박병장님 취사장으로 가시지 말입니다." "짬장?" "예. 라면 끓고 있을겁니다." "끓어?" 제가 있던 초소에서는 상식적으로 끓여먹을 라면도 없거니와... '누가 끓이지?' 그러고 보니 같이 근무섰던 부사수들이 내무실 안에 아무도 보이질 않더군요. 다급히 대충 아무 활동화를 꺾어 신고, 그의 뒤를 따라 어두운 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 걷는 중에 여전히 의식에서 떨어지지 않는 발목에 자꾸 힐끔 뒤를 돌아보게 되더군요. 아무것도 없는 어둠. 자꾸 그 어둠속에서 뭔가가 튀어나올 것 같은 두려움에 저는 심상병의 옆으로 바짝 붙었습니다. 위에서는 한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강렬한 두려움.... 전설의 고향에서나 볼 수 있는 구식 화장실에 밤이고 새벽이고 할 것 없이 혼자 드나들던 지난일들이 정말로 신기했고 앞으로는 그렇게 하지 못할 것 같다는 두려움도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끼익' 허름한 취사장의 나무문을 열고 들어서자, 어두컴컴한 형광등 밑에서 삼삼오오 모여 라면을 먹고 있는 모습이 보이더군요. 우리 근무조만이 아닌 1중대의 다른 근무조들도 허기짐에는 매 한가지 였을테니까요. "야 여기서는 라면 끓여먹는구나." "위에선 그렇게 안 드십니까?" "위엔 야 컵라면 밖에 없어. 전자렌지 딸랑 하나에." 컵라면에 물을 붓고 취사병 몰래 계란을 하나 꺼내 전자렌지에 돌려먹는 그맛이 잠깐 떠오르더군요. 하지만 이내 탁자앞에 놓여지는 끓인라면에 그 생각은 바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휴가 갔을 때 먹어보고 처음이네." 왠지 감탄 스러웠다고 할까요? "박병장님 휴가 언제 다녀오셨습니까?" "나?" 생각을 해보니 꽤 오래된 듯...전방에 올라오기 한 3개월 전이었으니.. "반년정도 됐나?" "그렇습니까? 얼마 안되셨지 말입니다." "그렇긴하지..." 라면을 한젓가락 솥에서 퍼올리며, 라면솥과 함께 가져온 나무 젓가락과 사기 그릇이 보고 있자니 참 신기해 보이기도 하더군요. "거의 확실한 소문으로 박병장님 휴가 가실거라고 하던데 말입니다." "쉿.." 저는 급히 심상병에게 주위에 눈짓하며, 그를 조용히 시킬수 밖에 없었죠. 다행히 주위 사람들은 라면 먹기에 바빠서 못 들은 모양이었습니다. "야...안그래도 휴가증 모자를텐데, 딴 중대 놈이 가져가면 짜증나지. 일단 가는 날까지는 조용하자. 난 죄인이야 여기선..." "크크크. 그렇겠지 말입니다." 능청스럽게 웃어제끼는 심상병. 한동안 저를 포함해 6명은 라면먹기에 바빴습니다. 그러다 젓가락을 넣고 솥을 휘휘 저어도 건더기가 잘 걸리지 않을 때쯤 저랑 같이 근무를 섰던 이등병 부사수가 쭈뼛거리며 말을 걸어오더군요. "박병장님 아까 근무설 때 말입니다." "아까?" "예 근무끝나기 전에 말입니다." "그런데?" 이등병은 무척 신경 쓰이는 얼굴로 근무지에서의 내 행동과 내무실로 들어와서의 내 말들을 계속 신경쓰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야야. 별것아냐. 니 놀려줄려고 그런거니깐. 라면이나 더 먹어라." 물론 남아있는 것이 없는 상태서 그런말은 설득력이 없었지만, 이등병이 벌써부터 그런것에 집중하면 사고가 날 수도 있으니 저는 얼버무리기로 했던 거죠. 그렇게 라면을 먹고 부사수 셋과 그중 짬밥이 안되는 사수가 솥과 그릇을 들고 취사장 저 안쪽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고 저는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끼익' 취사장 문소리가 정말 소름이 돋을 정도로 거슬리는 소리를 내더군요. 평소 아무렇지도 않았을 그런 것들이 말입니다. "박병장님." "왜?" "담배 한대 피시지 말입니다." 심상병이 담배한개피를 건네주길래, "야 나 담배 안 핀다." "아 그렇습니까? 의왼데 말입니다." "뭐가 의외야." 살짝 입가가 올라가며 웃음이란게 지어지더군요. 그렇게 한동안 말이 없이 곤충소리며 물흐르는 소리며 들으며 내무실로 향해 걷자니 문득 좀전에 무서운 표정으로 말을 걸어오던 이등병의 표정이 떠오르더군요. "저기 박병장님." "응?" "혹시 지금 많이 피곤하신거 아니시면, 저랑 잠깐 말씀 좀 나누시지 말입니다." "......." 뭔가 할말이 있구나란 생각을 그의 표정에서 바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내무실 막사 뒤쪽터에 빨래를 널어두는 곳이 있었는데, 심상병의 안내로 저는 그곳으로 갈 수 있었죠. 대충 자리를 잡고 앉자, 심상병이 담배를 끄고 제게 말을 하더군요. "박병장님 아까 근무지에서 보신거....저는 알고 있습니다." "뭐?" "아까 김병장님이 웃어 제꼈지만, 그 분이야 원래 그런거 안 믿는 분이시니 그려러니 하는 사람들 많습니다." "뭔소리야?" "여기 의외로 이런저런 소문 많습니다." "........." "전방 투입전 자살자 교육 동영상 생각나시지 말입니다."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었죠. 전방 투입 2개월 전부턴 여러가지 교육을 하는데, 그 일과 중 하나였던 것은 자살하지 말라는 차원에서 행해지는 자살자 해부 동영상을 시청하는데 절대 잊을 수 없는 강렬한 동영상이었죠. "그게 말입니다. 우리가 서는 2초에서 일어난 자살자라는 겁니다." "정말이냐?" "1중대장님이 그러셨으니 거의 확실하겠지 말입니다." "........." 1중대장은 제가 알기론 1년전에 이쪽으로 부임해 온 사람이라 여기 전방을 모를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 입대도 하기 전 온 사람인데 꼰대가 어떻게 알고 있지?" "박병장님 1중대장님 사단서 정보장교 하다 오신거 모르십니까?" "정보? 아! 육사 출신이지..." 머리가 빠르게 회전되더군요. 사단 정보 장교면 여기저기서 일어난 일들 거의 파악하고 있으리라 생각되었습니다. "그게 어쨌든...내일 작업 하면서 함 안내해 드리지 말입니다." "뭘?" "자살자가 와이어 매단데 말입니다." "야 씨발.됐어." 저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오더군요. "저도 알고 나서 박병장님과 똑같은 맘이었지 말입니다." "그래 할말이 그거냐?" "그건 아니지 말입니다." 심상병은 건빵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어디서 가져온건지 '자유시간'을 제게 하나 건네주더군요. "전역한 저희 소대 고참들도 그랬고, 1중대 아저씨들도 그러고 요즘 여기저기서 이상한 이야기 많이 들리지 말입니다." "이상한 이야기?" "오늘 박병장님이 보신 것 같은거 말입니다." "나 말고도?" "예. 1중대에 제 동기가 한 명 있는데 말입니다. 얼마전에 근무서다가 사하나(41)쪽 계단으로 올라가는 귀신을 봤다고 하지 말입니다." "뭔 귀신?" "동기 말로는.....우워 이것 좀 보시지 말입니다." 하면서 걷어 올린 팔에 소름이 돋는 것을 보여주더군요. "그 때 근무 끝나고 짬장서 만나서 이야기 했는데 말입니다. 닭살 돋아 뒤지는 줄 알았습니다." "어떤 놈들이었다는데?" "박병장님 훈련소에서 입었던 민무늬 전투복 아시지 말입니다." "알지." "그 전투복 입은 셋이 어디서 나타난건지 계단으로 올라가고 있더라는 겁니다." "108계단?" "108계단? 그렇게 부릅니까?" "몰라 고참들도 그렇게 불렀었어. 108갠지 세 보지는 않았지..." 그당시 급경사의 계단이라 힘이들어 붙였겠거니 생각했습니다. "하여튼 그 계단으로 3명이 올라가는데, 보는 순간 직감했답니다. 귀신이다라고..." 거기까지 들으니 소름이 스윽 돋기 시작하더군요. '발목은...?' 이라는 생각도 들고... "저도 듣고는 새끼야 뻥치지마 하고 말라 그랬는데...솔직히 걔 근무서는 스타일도 모르겠고...지 말로는 절대 졸면서 본게 아니라는데, 어떻게 부사수는 못 볼 수 있는 건지..." 이야기를 듣고 보니 저도 의아한게...항상 고참들이 말해주던 귀신이야기도 부사수나 사수 둘 중 하나는 꼭 못 봤다거나 하는 상황이 항상 따라다녔거든요. 그래서... "니 동기 졸다 가위 눌린거 아니냐?" "그런데 그건 아닌거 같습니다....걔가 본게 어떤 식이였냐면..." 근무라는게 굉장히 지겨울때가 있죠. 뭐 항상 지겨웠지만.... 그렇게 지루한 시간 짜증나서 기지개를 펴다보니, 오른쪽 사하나 1초 옆 계단으로 누군가가 올라가는 모양이 보이더랍니다. '사하나 근무잔가?' 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돌리는데 갑자기 눈알이 커지면서 자기도 모르게 빠르게 고개가 다시 돌아가더랍니다. '뭐야? 민무늬잖아...왜 세명이지...' 순간 당황스러워서 젤 먼저 든 생각은 대대순찰자를 여기서 놓쳤나 하는 생각과 곧이어 전신이 쏴 하는 소리가 들릴정도로 소름이 머리끝까지 타고 올라오더랍니다. "야!! 야...야투경 줘봐!" 입초근무를 서고 있는 부사수한테 버럭 소리를 지를 수 밖에 없었다네요. "야..야투경 말입니까?" "씨발 빨리 줘!" 부사수는 상당히 당황해 하며, 목에 걸고 있던 야투경을 벗어 동기에게로 건네주었다네요. 건네 받자 마자 아직 계단을 올라가고 있는 그 셋을 바라보는데, "으...으...." 자세히 볼려고 해도 거리가 멀어 자세히 볼 순 없었지만, 그 셋은.... "다리가 없이 그냥 몸통만 둥둥 떠서 올라갔다고 했지 말입니다." "지랄한다..." "저도 믿지는 않습니다. 여튼 야투경으로 보니 야투경으로는 안 보이고, 그냥 보면 보이고 아주 미쳐버리겠다고 했지 말입니다." "부사수는?" "부사수는 이등병 놈이라 뭔일인가 쫄아가지고 초소 안에만 있었다고 했지 말입니다. 그래서 동기가 야 너도 한 번 봐봐 라고 밖으로 나오게 하니깐 이미 계단 저 위로 사라진건지 꺼진건지....없더랍니다." "........" "말하는 꼴로 봐서 거짓말 같지고 않고, 연대에서 대기할때 몇일 지내보니 그런걸로 거짓말 할 놈은 아니지 말입니다." 뭐라고 해야 할지 참.... 그때는 저도 제가 근무서며 겪었던 일들 중 처음 맛보는 것이어서... 슬금슬금 돋은 닭살이 전혀 사그러들지 않더라고요. "걔만 그런게 아니지 말입니다." "뭐야? 또 있어?" "박병장님 근무서신 그 2초도 말입니다. 애들이 이상한거 많이 본다고 소문이 자자 하지 말입니다." 갑자기 밀조 이동 할때가 생각나더군요. "야 그래서 2초에선 둘다 동초서는 거냐?" "보셨습니까? 그렇지 말입니다." 그 2초는 날개진지도 없고, 특별한 엄폐물도 없어 보이는데... 밀조이동으로 그쪽으로 갈땐 사수 부사수 초소 밖에서 근무를 서고 있었던 겁니다. 두 근무자가 사이가 좋아 그런가 싶었는데, 사람들 딱 보면 분위기 파악되듯이 둘이 같이 즐겁에 뭘 이야기 할 사이는 아녀 보였거든요. "아 씨발.....왜 이런 좆같은 일이..." 겨우 몇일 온건데 왜 이런일이 생기나 짜증이 확 나더군요. 지금이야 이렇게 쓰고 웃을 수도 있지만, 그당시엔 정말 죽을맛이란게 그런거라 생각했습니다. 읽으시는 분들이야 분위기를 어떻게 전달 받을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철책이란 곳이 정말 적막하고 안개라도 짙게 드리워지면 별 오만가지 상상이 되곤 하죠. 그 적막함 속에서 이상한 소리라도 들리면 괜히 소름이 돋고, 같이 있는 부사수도 어깨에 손 올려보면 사람이 아닐수도 있다라는 공포심이 무럭무럭 자라나곤 한답니다. 물론 그런 공포감때문에 헛것을 본게 아니냐 라고 반문 할 수도 있지만... 한마디로 말하자면 '아니다' 라고 대답하고 싶네요. 작업을 하다보면 지뢰 탄피를 보는 것은 허다하고 가끔은 유골도 나오곤 한답니다. 전쟁당시 수많은 군인들이 죽어 묻힌 곳이기에 분명 그럴수도 있다 생각은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자살이나 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났던 이유가 아마 그런 지리적인 요건에 영향을 받아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요. "근데 너는 본거 없냐?" "저 말입니까?" "있어?" "........" 심상병은 주위를 스윽 살피더니 이내 말을 꺼내더군요. "있지 말입니다. 저는 아니고 말입니다." "누구?" "박병장님 같이 근무선 이등병 있잖습니까?" "최 머시기 였는데...걔?" "예 최xx 이병 말입니다." 순간 머릿속에 취사장에서의 일이 휙 지나가더군요. "그래서 그놈이 나한테 물어본건가? 진짜냐고..." "그새끼 좀 이상한 놈입니다...저번에...." 약 한 달 정도 되었다고 했네요. 근무 로테이션상 사수와 부사수는 바뀌지 않게 되어 있는데, 심상병의 건의로 한동안 주간근무만 서다가 이번주가 되서 야간 근무에 투입되었다고 하네요. "이등병한테는 어지간 하면 근무를 안 세우는데, 아시지 않습니까? 사람 없으면 그런게 어딨습니까?" "그렇긴하지..." "그래서 저놈 부소대장 전령으로 한 2주 다니면서 근무 파악시키고 바로 투입시켰지 말입니다. 그런데 하필 첫주 후반야에 저랑 걸렸지 말입니다." "왜 재밌잖어. 이등병 데리고 노가리 풀다보면." "저는 걔들 예기 별 관심도 없습니다. 사고나 안쳐주면 다행이지만 말입니다." "여 심상병 많이 컸네. 내가 마지막으로 본게 너도 이등병이었어." "저는 그래도 이젠 상병 아닙니까. 밥대우 좀 받아야지 말입니다." "지랄한다 새끼 크크크." "하여튼간에 첫 야간 투입이라 제가 다 긴장이 됐더란 말입니다. 근데 첫날 부터 아 정말....." "뭔데?" "후반야 두번째 밀조 시작하고 나서지 말입니다." 심상병의 말에 의하면 그 문제의 자살자 초소로 밀조 이동을 마치고 심상병이 입초 근무를 설 때 였답니다. 30분 입초 후 동초 근무를 서는 방식으로 여름에는 몰라도 겨울에는 동초가 너무 힘들어 자살자가 나오고 사수가 부사수를 동초에다 말뚝을 세워놓는 가혹행위가 잇따라 군단 전체 지침사항으로 내려온 근무 지침이었지요. 하여 한시간을 나누어 정각부터 30분까지는 사수, 30분 부터 정각까지는 부사수가 근무를 서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4시 좀 넘었길래 탄통이나 깔고 앉아 있자 하는 생각에 하이바 벗고 잠깐 벽에 기대고 있었지 말입니다. 근데...." 밖에서 누군가 대화하는 소리가 들리더랍니다. 바로 부사수의 목소리란것을 알 수 있었다고 했죠. '이등병이 빠져가지고 노래를 쳐 부르네.' 라고 생각하고 한마디 할려고 일어설려고 마음을 먹는데, 막 밀조를 마치고 돌아와 앉아버린 후에 바로 일어나기가 귀찮아서 그냥 신경을 끌려고 했답니다. 그런데 갑자기 신경이 확 곤두서더랍니다. '뭐지?' 라는 생각과 곤두선 신경이 밖에서 들리는 이등병의 목소리에 몰리더랍니다. '노래가 아닌데....누구지..?' 라는 생각에 미치자 심상병은 후다닥 탄통을 박차고 일어나 하이바를 쓰고 총을 들고 정면을 응시했답니다. '씨벌..지금 왠 순찰자가 오고 지랄이야...대대서 왔나?' 그렇게 근무를 제대로 서고 있었다라는 모양을 보여주기 위해 나름대로 에프엠 근무 자세를 취하려는데, 다시 한 번 신경이 밖에 있는 중얼거림에 쏠리더랍니다. 그리고 등에 흐르는 써늘함. 뭐가 있는 것처럼 정말 자신도 모르게 완전 반사적으로 뒤를 휙 돌아보게 되더랍니다. 그리고 시선은 몸통이 도는 것보다도 먼저 천정으로 먼저 향하게 되었다지요? '.........' 자신은 신경쓰지 않는다고 그렇게 마음먹고 있던 터였답니다. 하지만, 그날만은 그렇게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었다네요. 여기는 사람이 죽은 초소다 라고 하는 것이요. '니미.....' 순간 욱 하는 마음에 튀듯이 초소 밖으로 뛰었답니다. 도저히 못 있겠다라고 했지요. 그리고는 나오자 마자 거의 윽박에 가깝게 부사수를 다그쳤다고 했습니다. "야 씨발 너 누구랑 이야기 한거야? 미쳤냐?" "예?" "뭐가 예야? 씨발 순찰자가 오면 바로 알려야지 어떤새끼랑 뭔 대화를 하고 있어! " "대화 말입니까? 순찰자가 오는 것 같아서 수화 한 것 밖에는 없습니다....." 심상병은 답답했는지 어디에서 순찰자가 오는지 그 부사수가 보고 있던 그 방향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지요. "야이 새끼야 어디가 순찰자야." "어?" "어어? 이새끼가." 자기도 모르게 손이 올라갈려던 찰나였다네요. "심상병님 저기 안 보이십니까?" "뭐?" 부사수가 손가락으로 가르킨 방향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고 하네요. "이게 미쳤나 있긴 뭐가 있어." 다시 부사수를 바라보며 성질이 날대로 나는 중이었는데, 마주친 부사수의 눈빛을 보고는 자기도 모르게 소름이 돋고 겁이 확 나더랍니다. 정말 안 보이냐는 식의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반문하는 부사수. "정말 안 보이십니까?" 손가락은 그 방향 그대로 한 채로 말이죠. "그날 진짜 사람 쏠 것 같은 기분이었지 말입니다." ".........." "그새끼 평소에 안 그런 놈이지 말입니다. 근데 희안하게 근무만 들어갔다 하면 미치는 건지....그래서 소대장한테 말해서 근무 뺐는데, 이번주부터 재 투입 된거지 말입니다." 심상병의 표정을 보니 어느새 담배를 문건지 근심이 참 짙어 보이더군요. "구라는 아닌 모양인갑네." "후.....구라라면 좋겠지 말입니다. 근데 더 웃긴건 뭔지 아십니까?" 뭔가 사연이 더 있다는 표정이었습니다. 그 때쯤 되니 저도 모르게 등뒤를 자꾸 힐끗힐끗 보게 되더라고요. 등에 끊임없이 소름이 흐르고 있었으니까요. -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역시 실화도 제가 겪은 것 쓰는게 가장 잘 쓰이네요. 상상을 해가며 쓰는 것보다는,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게 더욱 즐겁습니다. 1시간 정도 쓴 분량인데 나름 그 때 생각하면서 쓰니 재미있군요. 급똥 크리로 화장실 가서 신문보는데 저도 모르게 자꾸 천정을 쳐다보게 되더라고요. 얼릉 끊고 나왔습니다. 다음편도 다 써놨으니 금방 올릴게요~ [출처] 포상휴가 #2 | 공포게시물 _______________________ 너무 무섭잖아... 그렇잖아도 뭔가 이상한게 보여서 무서운데 애써 잘못 본거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주변 사람들도 뭔가 이상해 보이면 더 불안해 지는거 특히나 그 장소를 벗어날 수 없을 땐 더더욱 ㅠㅠ 쓰고나니 그래서 군대 귀신이 무섭구나 싶군 어제부터 계속 마음이 안좋네 마음 속으로(때로는 입 밖으로도) 응원하던 아이가 떠나서 마음이 많이 무겁다 참... 매일 불안하다 불안하다 싶었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게 슬프네 지금 혹시 많이 힘든 사람이 있다면 그건 네 잘못 절대 아니니까, 감기 바이러스처럼 나도 모르게 찾아온 아픔인거니까 꼭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면 좋겠다. 나을 수 있을거야, 오래 걸리더라도 절대 네 잘못이 아니야. 그렇게 믿어주는 사람들이 나 말고도 꼭 더 있다는 것도 잊지 말고! 그럼 오늘도 잘 자고 내일 또 보자!
펌) XX부대 살인사건 _3
공포소설을 퍼오면서 느낀건데 나 절묘하게 끊는데 재능이 있는듯ㅇㅇ 이거 진짜 재밌지 않음..? 쫄리는 맛이 있음 이제 반 정도 온 것 같은데 과연 어떻게 흘러가려나 태그부터 ㄱㄱ @kym0108584 @eunji0321 @thgus1475 @tomato7910 @mwlovehw728 @pep021212 @kunywj @edges2980 @fnfndia3355 @nanie1 @khm759584 @hibben @hhee82 @tnals9564 @jmljml73 @jjy3917 @blue7eun @alsgml7710 @reilyn @yeyoung1000 @du7030 @zxcvbnm0090 @ksypreety @ck3380 @eciju @youyous2 @AMYming @kimhj1804 @jungsebin123 @lsysy0917 @lzechae @whale125 @oooo5 저의 공포 소설 알림을 받고 싶은 빙글러는 댓글에 알림 신청을 해주십쇼. 그러면 앞으로 공포소설 카드에 닉넴 태그해드립니다. 잼나게보십쇼 피쓰- "자네 군인이 되고 싶어서 장교를 한 것 아닌가? 자네 정도의 집 안 배경에 내 입김까지 작용한다면 자네는 대령까지 초고속 승진이 가능하지. 물론 아무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경우에 말야. 그런데 최중사나 죽은 김병장 사건에 자네가 연루되어 이름이 오르내린다면 어떻게 되겠나?" 사단장은 나를 위로하려는 듯 보였지만, 그의 말은 정작 나에게는 분노와 배신감만을 치밀게 만들었다. 온 몸 여기저기서 다시 통증이 밀려오는 듯 했다. 잠시 인상이 찌푸려지자 얼굴 위에 여기저기 붙여진 작은 반창고들이 내 피부를 당기기 시작했다. "그냥 최중사는 부대와 아무 상관없이 개인적인 사고를 친거야. 알겠나? 그렇게 마무리 지으면 모두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거야." 그제서야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입을 열었다. "사단장님은 지금 저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단장님의 진급을 걱정하시는 겁니다." 그러자 갑자기 사단장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예하 부대원의 목숨보다 사단장님 본인의 진급이 더 중요한 겁니다." 예기치 못한 나의 말에 사단장은 조용히 나에게 명령했다. "그 입 다물지 못하겠나?" 그러나 나는 격해진 나의 감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미 나의 목소리는 두 세배나 커져 있었다. "부대원이 수렁에 빠졌을 때 진정한 지휘관이라면!! " "입 다물어!!!" "비록 거두어야 할 예하 부대원이 만명이 넘을지라도!! " "박대위!! 이 개새끼!! 어린 놈의 새끼가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그 수렁 속에서 쓸쓸히 나 혼자 죽어간다는 것을.........." 나는 숨을 한 번 들이켰다. 그리고 몸이 풀어지듯 숨을 내 쉬며 마지막 말을 던졌다. "절대로.....절대로 느끼게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사단장은 입을 굳게 다문 채 내가 제출한 보고서를 주먹을 쥐듯 움켜쥐고, 무서운 눈빛으로 나를 응시했다. 잠시 동안 살인적인 적막과 긴장감이 집무실을 감돌았다. 그 소름끼치는 적막을 깬 것은 사단장의 나즈막한 목소리였다. "니가 지금 고난을 자초하는구나." 사단장은 무시무시한 눈빛을 풀지 않은 채 나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사건조사는 오늘 부로 접는다. 이번 사건에 대한 일체의 어떠한 행동이나 말도 금한다. 그리고 나를 모욕한 댓가로 일주일 내에 넌 다른 사단으로 전출될 것이다." 머리에 총을 맞은 듯 나는 순간 현기증을 느끼며, 멍한 표정으로 사단장의 얼굴을 지켜 보았다. 사단 본부를 등지고 나와 나는 한 참을 걸었다. 많은 생각들이 머릿 속을 맴돌았다. 너무나도 나약한 , 최중사에게 아무 것도 도움이 되지 못하는 나 자신이 싫었고 미웠다. 예전 공수부대에 있을 때 낙하산 강하 도중 대퇴부 관절을 다쳐 2개월 넘게 치료를 받았다. 병원에 있으면서 나를 가장 힘들게 만들었던 것은 더 이상 강하 훈련을 할 수 없다는 군의관의 말과 그로 인해 매일같이 온 몸에 젖어오는 무기력감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그 때의 고통보다 더 한 것이 나를 힘들게 하고 있다. 그것은 정의롭지 못한 일에 반기를 들 수 있는 힘조차 나에겐 없다라는 사실이다. 군인으로서 내가 지켜야 할 정의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이젠 뭐가 정의인지도 잘 모르겠다. 어쩌면 사단장의 말이 정의인지도 모른다. 혹시나 내가 흐르는 물을 막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막는다고 해서 물이 거꾸로 흐르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이대로 뜨내기 생활 끝에 진급도 못해 보고 제대하는 것은 아닌가? 내가 먹여 살릴 처자식이 없어서 이런 막가는 행동을 하는 것일까? 서로 상반된 생각이 내 머릿속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을 때, 순간 또 하나의 생각이 그 사이를 가로질렀다. '그래....사건현장에 가서 더 늦기 전에 거기를 파보자.' 이 때 내 주머니 속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진동을 일으켰다. "여보세요." "어이쿠...박대위님. 저 헌병대 수사관입니다." 비아냥거리는 듯한 그의 목소리가 귀에 거슬렸다. "무슨 일이십니까?" "어..이거 어떡하나? 방금 전에 사단에서 연락이 왔는데, 당분간 저하고 같이 다니셔야 하겠습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사단장님 명령으로 박대위님을 근접 호위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뭐요?" "지금 이 순간부터 박대위님은 헌병대에서 생활하셔야 합니다. 지금 어디 계시죠? 제가 모시러 가지요." "젠장 미치겠구만." "사단장님 명령인데 불응하면 곤란해지십니다." 나는 머릿속이 하얘지는 것 같았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사단장은 나를 밑바닥까지 밀어넣는 듯 보였다. 헌병대로 호송된 나는 행정실에 앉아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내가 어디를 가든 항상 수사관과 그의 부대원들이 번갈아 가며 나를 뒤따랐다. 내가 무슨 커다란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나를 비참하게 만들다니........ 오후에는 내 숙소에서 간단한 옷가지와 생활도구들이 헌병대로 옮겨졌다. 나에겐 아무런 일도 주어지지 않았다. 하루종일 하는 것이라고는 자고 먹고, TV보고, 책 읽는 일 뿐이었다. 벌써 이틀을 여기서 보냈다. 나는 좀이 쑤셔서 미칠 것 같았다. 점심을 마치고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행정실에서 한동안 팔짱을 낀 채 넋나간 사람처럼 내가 앉아 있자 수사관이 말을 걸었다. "힘드시죠? 껄껄껄...대위 정도 되시는 분이 무슨 사고를 치셨길래..." 나를 위로하는건지 놀리는 건지는 모르지만 나는 별로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 30대 중반 쯤으로 보이는 상사를 달고 있는 수사관은 연신 나의 눈치를 살피더니 다시 말을 걸었다. "며칠만 참으십시오. 자리가 나는 대로 곧 다른 부대로 배치 받으실 겁니다." 그제서야 나는 입을 열었다. "여기 대대장이나 수사과장은 어디에 있는 겁니까?" "주로 작전실에 계시고, 행정실에는 거의 오지 않습니다." "그렇군요." "......." "수사관 일 오래 하셨나요?" "이제 7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보람 차시겠습니다. 범죄자들 잡아들이고 있으니..." 내 말에 수사관은 손을 가로 저으며 대답했다. "에이...보람차다니요. 이거 막말로 할 짓 없어서 이런 일하는거지 기회만 되면 당장이라도 다른 병과로 옮기고 싶다니까요. 처자식만 아니었어도 군복 벗고 사회생활 좀 해보고 싶었는데.." "왜요? 수사관이면 파워도 세고, 다들 겁내하는 직책 아닙니까?" "허허..천만의 말씀입니다. 수사과장 정도는 되야 어디서 손가락질 받지 않고 일할 수 있다니까요. 그리고 수사과장은 아무나 합니까? 나머지는 생노가다하는 겁니다. 군대 사건 현장 가보세요. 대위님도 사단장 명으로 사건조사하면서 가보셨지 않습니까? 어이쿠..참혹해서 말이 안나옵니다." "저도 어느 정도 공감합니다." 내 말에 수사관은 잠시 긁적이던 볼펜질을 멈추고 무용담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수사관 일을 시작하고 처음 접한 사건이 하나 있었는데, 전차대에서 발생한 사건이었죠. 부대 체육대회였는데 팀별로 전차 끌기 종목이 있었나 봅니다. 기어를 풀어놓은 전차에 줄을 연결해서 일정 거리까지 먼저 끄는 팀이 이기는 경기였는데 모두들 포상휴가 가겠다는 일념하에 무지하게 열심히 끌었나 봅니다. 그런데 한 팀의 줄을 당기던 부대원이 그만 미끄러져 넘어진 겁니다. 그런데 움직이는 물체는 관성이라는게 있잖아요. 모두들 당기던 줄을 놓았는데도 전차가 넘어진 그 친구를 덮쳐버린거죠." "오...이런.." "피해자를 확인하러 저는 후송된 의무대로 갔습니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참혹했습니다. 복부부터 하반신이 모두 으깨져있는 겁니다. 내장이고 근육이고, 뼈까지.... 그런데 저를 더 경악하게 만든 건 그 친구가 살아서 눈을 부릅뜨고 헐떡이고 있다는 것이었죠. 저는 자리를 가리지 못하고 거기서 토하고 말았습니다. 저는 간신히 진정한 후 수술을 집도하던 군의관들을 쳐다보았죠. 젠장 그런데 이게 웬 걸? 수술하는 척 하더니 으깨진 내장을 살가죽으로 덮어 그냥 꿰매버리더군요. 제가 보기에도 이건 살아날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더 웃긴 게 뭔지 아십니까?" "...?" "젠장 무슨 코미디도 아니고 그 피해자가 의식을 잃고, 숨이 멎자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겁니다. 뭐하는 거냐고 물으니까 군대에서는 기본적으로 호흡이나 심박이 멈춘 환자에게 30분 동안 심폐소생술을 해야 된다고 하더군요. 무슨 애들 장난도 아니고..." 나는 수사관의 말이 그림처럼 그려지는 것 같아 영 속이 편치 않았다. "또 한 번은 뭐더라 5년 전인가? 우울증을 앓고 있던 이등병이 부대 내무반에서 총기를 난사한 겁니다. 그 때 7명이 죽고, 5명이 반신 불수가 되었죠...사건현장에 갔더니 아이고..........이건 말이 아니었습니다. 내무반 침상과 바닥에 벌건 피가 소방 호스로 뿜어낸 것처럼 뿌려져 있더라니까요 진짜 농담이 아니라 사건 현장 조사하는데 담요를 밟으니까 젖은 빨래처럼 핏물이 쏟아져 나오더란 말입니다. 게다가 여기저기 떨어져 나간 살점들이 벽에 오물처럼 붙어있더라니까요." 내 속이 편치 않음을 알기나 하는지 수사관은 말을 멈추지 않았다. "죽은 애들만 불쌍한 거지요. 나라 지키겠다고 군대와서 그게 웬 날벼락이란 말입니까? 부모들 심정이 어땠는지 상상도 안갑니다." 나는 간신히 거북한 속을 달래고 있었다. 죽은 김병장 말대로 나는 비위가 많이 약한 듯 했다. "이 생활 하다보면 회의감도 많이 느끼지요. 전에는 군납 비리 사건에 연루된 중대장 한 명이 자살을 한 적이 있습니다. 사건을 파헤치는데 이건 도저히 수사할 엄두가 나질 않더군요." "뭔데 말입니까?" "그 비리에 군단장까지 연루가 되어 있더란 말입니다. 군검찰은 물론 수사관들까지 혀를 내두룰만한 초대형 비리커넥션이 포착되었던거죠. 그런데 어느 날 알 수 없는 이유로 육군본부에서 사건을 종료하라는 명령이 하달된 겁니다. 항간에는 그 중대장의 죽음이 자살이 아닌 타살일 수도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었죠. 죽기 전 그 중대장은 의외로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했습니다. 자신이 군납비리에 관한 거의 모든 서류를 관리하고 있음을 폭로했죠. 그런데 군검찰로 소환되기 전날 자살한 겁니다. 부모님과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에게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기구요. 유서가 조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너무나도 수상한 냄새가 많이 났습니다. 아니 어떻게 그토록 협조적이던 사람이 처자식을 놔두고 갑작스레 자살한단 말입니까? 결국 그 사건은 그 중대장이 비리사건 수사에 대한 압박을 못 이기고 자살한 것으로 수사가 종결되었죠. 지금도 생각하면 참 아쉽습니다. 그 중대장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수사관으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죄책감도 들고요." "씁쓸한 얘기군요." "X파일처럼 군대에도 여러가지 의문스런 사건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대부분의 사건들이 인위적으로 덮어진 것입니다. 정말로 덮어서는 안될 것들이 덮어졌을 때는 뭔지 모를 분노와 배신감이 치밀었었죠. 간부 사건도 그 정도인데 사병들 사건은 오죽하겠습니까? 평균을 내보면 1년에 군인들이 약 500명 넘게 죽습니다. 1개 대대병력이 1년 하나씩 사라지는 꼴이죠. 권력자들은 이렇게 생각하나 봅니다. 500명 중의 몇 명 정도는 그냥 넘어가자고. 군대 의문사라는 게 다 그런거죠. 그 만큼 군대가 폐쇄적인 곳이라는 상징이기도 하지요." 수사관은 잠시 볼펜을 쥔 손을 턱에 받치며, 감상에 잠기는 듯 했다. "처음엔 미연방수사관 FBI처럼 정말 멋진 수사관 생활을 상상하며 의욕적으로 덤볐었죠. 멋진 롱코트를 입은 사복경찰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빳빳하게 풀먹은 군복으로 입고 사건현장에 '쨔잔~~'하고 나타났을 때는 나름대로 뽀대도 나고 멋있었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다보니 저는 수없이 많은 무소불위의 권력자들의 노리개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았죠. 수사관이 아닌 그 들의 입 맛에 맞는 시나리오를 쓸 줄 아는 작가였다고나 할까요? 입을 다무는 댓가로 저는 승진을 했고, 세상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렇게 다시 돌아갔습니다." 나는 수사관의 얘기를 들을 수록 의외로 그가 생각이 넓고 속이 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 들은 얘기들은 못 들은 걸로 하십시요. 그냥 제 무용담이려니 생각하시고, 그냥 넘겨 버리세요. 괜히 수사과장이나 대대장님 아시면 잔소리 듣습니다." 진지하게 얘기를 듣고 있던 나는 꼭 묻고 싶었던 것을 그에게 던졌다. "최중사 사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말에 수사관은 멈추었던 볼펜질을 다시 시작하며, 나로부터 시선을 돌렸다. "그 얘기 하지 마십시요. 사단본부에서 함구령이 내려졌습니다." 종이서류에 볼펜을 긁적이며 시선을 맞추지 않는 수사관에게 나는 계속해서 질문을 던졌다. "수사관님도 그 날 들었지 않습니까? 최중사가 애기 울음소리 들었다고, 그리고 자신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수사관은 대답을 거부한 채 무슨 서류를 작성하는지 연신 볼펜질을 해댔다. 나도 역시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어차피 최중사는 죽을 목숨입니다. 이젠 제가 그를 살릴 수도 없습니다. 그럴 힘도 없구요. 단지 알고 싶은 건 최중사 사건 뒤에 숨어있는 내막이 궁금할 뿐입니다. 수사관님도 알고 싶은 것 아닙니까? 입 다물고 있는 게 정의입니까? 저를 좀 도와주십시요. 제가 전출을 가면 모든 게 끝입니다. 사건을 파헤칠 시간도 3~4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수사관은 시선을 피한 채 대답을 거부했다. 나는 잠시 말을 멈 춘 후 굳은 결심을 하고 그에게 말을 건넸다. "김석우 병장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아십니까? 제가 따로 사단장에게 제출한 보고서의 내용은 제가 수사관님께 진술한 내용과 완전히 다릅니다." 그제서야 수사관의 볼펜질이 멈추었다. 그리고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나를 아무말 없이 응시했다. 나는 이 때다 싶어 계속 말을 이었다. "그 친구는 졸음운전이나 운전미숙으로 죽은 게 아닙니다. 저를 도와 주신다면 진실을 말해 드리죠." 그러나 나를 잠시 동안 응시하던 수사관은 다시 고개를 숙이고 볼펜질을 시작하였다. "대위님이 죽인 게 아니라면 그냥 덮어두십시요. 그러는 게 대위님 신상에 좋습니다. 이젠 다 끝났습니다. " 나는 그에게 얼굴을 가까이 하며, 조용히 속삭였다. "솔직히 수사관님도 일련의 사건 내막을 알고 싶죠? 알고 싶은데 위에서 내리는 지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따르는 거죠?" 나는 볼펜질을 하는 그의 오른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의 숨소리가 불규칙해지고 거칠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때 행정병 몇 명이 행정실로 들어왔다. 무슨 업무를 보려고 하는데 수사관이 그들을 잠시 내보냈다. 그는 고개를 들지 않고 눈만 치켜뜨며 나를 응시했다. 무섭게 노려보는 그의 눈빛은 무슨 일을 낼 것처럼 보였다.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지만 상처로 만신창이가 된 나의 얼굴을 한참 동안 관찰하던 수사관이 입을 열었다. "오늘 밤 대대장과 수사과장이 군단 기무대장의 회식 자리에 참석기 위해 멀리 떠날 것이오. 당신 대타로 한 놈을 숙소에 박아놓을테니 오늘 저녁 8시에 차량고 앞에 서 있는 소나타 차량을 타시오." 저녁 6시쯤 헌병대장과 수사과장이 부대를 떠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나는 빨리 해가 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저녁식사를 마치고 얼마 동안 자유시간을 즐기는 척 하며 시간을 보낸 후, 서둘러 복장을 챙기고 부대 차량고로 향했다. 저녁 8시에 구름까지 몰려오고 있음에도 주변은 그다지 어두워지지 않았다. 수사관의 말대로 어두운 차량고 앞에 소나타 승용차 한 대가 정차되어 있었다. 운전석에 타고 있는 사람은 역시나 수사관이었다. "뒷좌석에 타십시오. 앞좌석은 위험합니다." 내가 좌석에 앉자마자 차는 급히 출발했다. "어디로 가는 겁니까?" 내 질문에 수사관은 재빨리 대답했다. "일단 부대를 빠져 나간 후 얘기합시다." 위병소에 진입을 하자 나는 살짝 긴장감이 몰려왔다. 그러나 위병에서는 퇴소차량은 잡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위병소를 통과한 수사관은 부대를 나와 어딘지 모르는 방향으로 계속 차를 몰았다. "사건현장으로 가는 겁니까?" "묻지 말고 일단 이 걸 읽어보시오" 말이 끝나자 수사관은 조수석에 놓인 얇은 서류봉투를 꺼내 나에게 내밀었다. "앞의 사건기록일지만 보시오." "뭡니까? 이게" "이번 사건조사하면서 알게 된 것들이오." 나는 실내 조명등을 켰다. 그리고 운전에 열중하는 수사관의 도움말을 참고로 사건일지를 읽어 내려갔다.
퍼오는 귀신썰) 다른 이의 꿈 1화
오늘은 조금 포근한 이야기를 가져와 봤어 마음이 따뜻해 지는 이야기 왠지 아련해 지는 이야기 가을이잖아 ㅎ 귀신썰에도 감성을 한 번 더해 보쟈 ㅎㅎ 시작한다! __________________ 남편이 말했다. 자신은 저승사자라고. 죽은 자의 혼을 저승의 문으로 안내하는 저승사자. 남편의 심각한 표정에 나 역시 사뭇 진지해졌다. 이 인간이 무슨 큰 사고를 친 건가? 그러고 보니 요 며칠 남편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게다가 출근 시간에 서두르는 것 같지도 않았는데… 혹시… 회사에서 짤린 건가? 작은 회사이긴 하지만 퇴근 시간 확실하고 급여도 나쁘지 않은 직장인데… 순간 남아있는 아파트 대출금과 적금 만기일, 그리고 통장 잔고가 나의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에이 설마! 나는 실눈을 뜨고 남편을 응시했다. 남편은 나의 눈길을 피한 채 이야기를 계속했다. “우리 처음 만났을 때 기억나? 당신이 교통사고로 죽었을 때… 내가 당신 살려줬잖아.” 하— 이건 또 무슨 헛소리인지… 나는 심란한 마음으로 남편을 불렀다. “자기야…” 남편은 여전히 나의 눈길을 피했다. 나는 목소리를 높여 남편을 다시 불렀다. “자기야?” 그제서야 남편은 나를 바라보았다. “혹시… 회사에서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응?” 남편은 고개를 저었다. 다시 교통사고 이야기를 꺼내는 남편을 어르고 달래서 결국 출근을 시켰다. 4살 연하인 남편은 가끔씩 이렇게 아이 같을 때가 있다. 연애할 때는 그런 남편의 모습이 귀엽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뭐랄까… ‘한심하다’는 표현은 너무 쎄고, 음… 그래… ‘피곤하다’는 표현이 맞겠다. 예전 같았으면 내가 맞장구도 쳐주고, 깜짝 놀라는 리액션도 해줬을텐데… 그런데 요즘 내 컨디션이 영 아니다. 특별히 힘든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그냥 몸도 자꾸 피곤하고, 몸이 힘드니까 마음의 여유도 없어지는 것 같다. 음… 그런데…… 그래, 저승사자 이야기는 농담이라고 치고, 뜬금없이 교통사고라… 내가 살면서 겪은 교통사고는 딱 두번이다. 지난 여름 휴가 때 바닷가 해안도로에서 작은 접촉사고. 그리고 어릴 적 아버지가 운전하시던 차에 난 사고. 어릴 적 사고에서는 차가 많이 망가지기는 했어도 우리 가족이 다치지는 않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교통사고와 남편과의 첫만남은 아무런 접점이 없었다. 남편을 처음 만난 순간은 무척 묘했다. 그래서 15년이 넘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때 나는 자정이 넘기 전에 무언가를 사려고 늦은 저녁 자취방에서 급하게 나가는 길이었다. 그리고 자취집 문 밖에서 서성이던 남학생과 눈이 마주쳤다. 고등학생 즘 되었을까? 앳돼 보이는 남학생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겁이 난다거나 무섭게 느껴지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었고, 남학생은 나에게 걸어왔다. 그리고 내 앞에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는 마치 내 주변의 모든 공기를 들이키려는 듯 길게 숨을 들이마셨다. 나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지으며 그에게 물었었다. 나한테 무슨 냄새라도 나느냐고… 그때 남편이 뭐라고 대답했더라? 오래된 시간의 향기라고 말한 것 같기도 하고... 기다림의 냄새라고 말한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그때 그가 했던 말은 흐릿하지만 그의 얼굴은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양 눈썹을 치켜올리고 지어보였던 미소. 그의 얼굴은 어둠 속에서도 환하게 빛이 났던 것 같다. == 설거지를 마치고 잠시 쉴 겸 소파에 앉았다. 어젯밤 죽은 듯이 잠을 잤는데도 몸이 피곤했다. 이제 정말 몸이 늙는구나… 고개를 뒤로 젖히고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남편이 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저승사자… 교통사고… 그리고 환생… 어디서 들어본 듯한 이야기인데… 무슨 이야기지? 소파에 기댄 채 잠이 드는 듯 하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 맞다. 로또 꿈! 오래전 다른 사람의 꿈을 사고 로또에 당첨된 일이 있었다. == 대학생 시절. 나는 동아리 선배 언니와 원룸에서 함께 자취를 했었다. 그 선배 언니는 나와는 다르게 여자여자한 성격에 미모도 출중해서 주변 남학생들에게 인기가 무척 좋았었다. 그래서 동아리의 여러 남자 선배들이 나를 통해 언니에 대한 고급? 정보를 알아가곤 했다. 예를 들면, 언니가 좋아할 만한 선물, 보고 싶어하는 영화, 또는 언니의 주말 스케줄 같은 정보들 말이다. 하루는 언니가 오전 수업을 들으러 밖으로 나갔다가 바로 자취방으로 되돌아왔다. “오늘 생각보다 쌀쌀하네. 너 입는 가디건 좀 빌려입어도 될까?” 나는 아직 세탁을 못했다고 말했지만, 언니는 괜찮다며 내 가디건을 걸치고 자취방을 나섰다. 그리고 그날 저녁. 내가 자취방에 돌아왔을 때, 언니는 자신의 침대 위에 멍한 표정으로 누워있었다. 언니는 빌려간 가디건을 아직 입고 있었고, 내가 방에 들어갔는데도 여전히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언니 이름을 불렀고, 언니는 그제서야 몸을 일으키며 나에게 왔냐며 아는 척을 했다. “언니,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아… 글쎄… 음… 내가 꿈을 꾼 거 같기도 하도… 잘 모르겠네.” “무슨 소리야? 언니, 술 한잔 했구나?” 언니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언니는 오늘 수업이 끝나고 자취방으로 오는 길에 있었던 이야기를 나에게 해주었다. 학교에서 자취방으로 오려면 6차선 도로의 횡단보도를 건너야 했다. 마침 신호등의 파란불이 끝나가고 있어서 언니는 급히 횡단보도를 건넜단다. 순간 자동차 타이어 미끌어지는 소리와 함께 자신의 바로 뒤에서 쿵 소리가 났다고 했다. 언니는 고개를 돌렸고… 사람 몸뚱이가 소리가 난 반대쪽으로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고 했다. 그 몸뚱이가 떨어진 곳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언니는 자신이 본 장면이 너무 끔찍해서 곧장 자취방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방에 돌아온 언니는 침대에 웅크리고 누워 울음을 터뜨렸다고 했다. 한참을 울던 언니는 인기척이 느껴져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낯선 남자가 자신의 머리맡에 서있었다고. 놀라서 기절을 할 상황인데도 언니는 이상할 정도로 마음이 차분했다고 했다. 잠시 후 남자는 언니에게 언니가 지금 죽었고, 그래서 언니를 데리러 왔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때 남자의 눈빛이 어색하게 느껴졌는데, 남자는 언니가 아닌 허공을 바라보며 말을 하고 있었다고… 언니는 남자에게 물었단다. 조금전 교통사고가 혹시 자기였냐고. 남자는 여전히 허공을 바라보며 그렇다고 대답을 했고, 신기하게도 언니는 남자의 말을 그대로 믿었다고 했다. 그래서 언니는 이제 저승으로 가는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침대에서 일어나 남자에게 앞장을 서라고 말했단다. 하지만 남자는 잠시 머뭇거리다 자기 얼굴을 한번 봐달라고 말했고, 언니는 아까부터 보고 있었다고 말했다고 했다. 언니의 대답에 남자는 실망한 표정으로 한참을 그대로 서있었다고… 남자가 말이 없어서 언니는 궁금한 마음에 남자에게 자신이 보이지 않느냐고 물었고, 남자는 죽은 영혼을 볼 수 없다고 말했단다. 잠시 후 남자는 슬픈 표정으로 알 수 없는 말을 남기고 방을 나갔고, 언니는 잠에서 깨어났다고 했다. 나는 언니에게 물었다. “그래서 그 남자가 나가면서 무슨 말을 했는데?” 언니는 잘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계속 캐묻자 언니는 부끄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오랜 시간을 기다리고 기다려서 나를 만났는데, 이렇게 보낼 수가 없다고…” “이야— 언니의 엄청난 미모는 이제 저승에서도 통하는구나.” 나는 이게 예사 꿈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로또를 사야한다고 언니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나의 끈질긴 설득에도 불구하고 언니는 복권을 사본 적도 없고 살 생각도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결국 나는 언니에게 그런 엄청난 꿈을 그렇게 버릴 거면 차라리 나에게 팔라고 제안했다. 나쁜 꿈이면 어떡하냐며 언니는 고개를 저었다. 상관없다며 내가 끈질기게 조르자 언니는 잠시 주저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럼… 내가 꿈을 주는 대신에… 네 가디건… 내가 가져도 될까?” “언니가 지금 입고 있는 거?” 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빨지도 않은 가디건은 왜?” “글쎄… 그냥 느낌인데… 이 가디건 때문에 저승사자가 날 두고 혼자 간 거 같아서...” 나는 흔쾌히 오케이 했고, 시간을 확인했다. 밤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12시가 넘어 날짜가 바뀌면 꿈의 효과가 없어질 것 같았다. 나는 바로 편의점으로 가서 로또 넉장을 구입했다. 그래서 로또 결과가 어떻게 되었느냐고? 구입한 로또 중 하나가 3등에 당첨되었고, 세금을 제하고 100만원이 살짝 넘는 돈을 수령했었다. 당첨금의 절반을 룸메이트 언니에게 건내며 말했다. 언니가 직접 로또를 샀으면 분명 1등이었을 것이라고… == 남편이 퇴근했고, 우리는 말없이 저녁을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는 거실에서 텔레비젼을 보다가 안방으로 들어갔다. 불이 꺼진 안방은 어두웠다. 남편은 침대에 누워있었다. 나는 남편 옆에 나란히 누웠다. 낮은 목소리를 남편에게 말을 걸었다. “자기야… 벌써 자는 거야?” “아니… 아직…” “아침에… 저승사자 이야기… 장난치는 것 같지는 않던데… 자기 혹시 무슨 일 있어? 혹시… 어디… 아프다거나……” 남편은 누운 채로 고개를 저었다. “그럼 왜 그런 이야기를 한거야?” 남편은 몸을 돌려 나를 향해 돌아누웠다. 그리고 방긋 웃으며 말했다. “장난이었어. 하하.” 나는 남편의 팔뚝을 꼬집었다. “으이구! 내가 오늘 내내 얼마나 걱정한줄 알아?” 남편은 환하게 웃으며 미안하다 말했다. 어둠 속에서 남편의 얼굴은 빛이 나는 것 같았다. == 다음날 아침. 눈을 뜨고 거실로 나왔다. 남편은 이미 출근 준비를 마치고 혼자 아침을 먹고 있었다. “미안. 내가 아침 챙겨줘야 하는데.” “미안하긴. 누나 많이 피곤한 것 같던데, 들어가서 좀 더 누워있어.” 남편 말대로 더 자고 싶었지만 나는 남편을 마주보고 식탁에 앉았다. 남편 혼자 밥먹는 게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턱을 괴고 남편이 밥먹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남편은 그런 내가 부담스러웠는지 입을 열었다. “뭘 그렇게 빤히 봐? 밥먹기 민망하게…” 나는 손을 뻗어 남편의 입술에 붙은 밥풀을 떼어냈다. “에구에구, 우리 애기 밥먹으면서 흘리지 않고 잘 먹나 보려고 그러지~” 남편은 나를 보고 씩 웃어보이고는 말했다. “누나, 우리 여행갈까?” “뜬금없이 갑자기 왜? 나야 좋은데… 자기 여행 싫어하잖아. 집 나가면 고생이라며?” “하하. 내가 그런 말을 했었나?” 남편은 식사를 마치고 식탁을 치우는 나를 향해 말했다. “우리 신혼여행 갔던 곳 있잖아. 거기는 어때? 누나 종종 거기 다시 가고 싶다고 했잖아.” “글쎄… 마음이야 가고 싶지. 그런데 문제는 돈이지. 그리고 자기 회사에서 휴가를 길게 줄지도 모르고…” == 태국 크라비. 우리가 신혼여행을 간 곳이다. 벌써 10년이 넘었구나. 시간 참 빠르다. 크라비 주변 섬 투어. 배를 타고 이동하는 중간 중간 바다 가운데에서 하는 스노쿨링. 카약을 타고 하는 정글 투어, 그리고 야시장과 타이 음식들. 남편이 뜬금없이 꺼낸 여행 이야기에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런데 신혼여행에서 남편은 음식이 맞지 않아 고생을 했었다. 남편은 향신료 냄새에 무척 민감하게 반응했는데… 자기가 먹는 음식은 말할 것도 없고, 식당의 다른 테이블에서 향신료 냄새가 넘어오기만 해도 음식은 고사하고 물 한모금 넘기지를 못했다.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시댁에 인사를 갔을 때… 헬쑥해진 남편과 나를 번갈아 바라보던 시댁 식구들의 눈빛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비록 음식 때문에 힘들긴 했어도, 남편은 신혼여행이 자기 삶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했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큰 행복을 느끼는 사람은 그 행복이 끝나는 시간을 미리부터 걱정한다고 한다. 그래서 남편은 신혼여행 중에 죽음에 관련된 질문을 나에게 던진 게 아니었을까? 남편은 재미로 하는 심리 테스트라며 나에게 물었지만, 남편의 표정에는 심각함이 느껴졌었다. 남편이 물은 심리테스트 질문. 당신에게 미래를 보는 능력이 생겼다고 하자. 그래서 당신의 가까운 친구가 죽는 날을 알게 된다면, 당신은 그 친구에게 죽음을 미리 알릴 것인가? 만약 알려준다면, 당신은 친구가 죽기 얼마 전에 알려줄 것인가? 그때 나는 알려줄 것이라 답했고, 한달이면 죽음을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었다. 태국 크라비로 여행을 가자고 고집을 부리는 남편을 어렵게 말렸다. 대신 우리는 제주도에 가기로 결정했다. 남편 말로는 제주도나 태국이나 가격 차이가 별로 없다 했지만, 솔직히 그 작은 차이도 아쉬웠다. 그리고 모른다면 모를까… 남편이 물 한모금 마시기도 힘들어할 것을 뻔히 아는데 태국을 고를 수는 없었다. == 제주도는 이번이 세번째다. 하지만 4월의 제주도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지난주가 이미 유채꽃 절정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제주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지인이 추천해준 녹산로로 향했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유채꽃과 벚꽃. 노오란 꽃길에 마치 눈이 내리듯 벚꽃잎이 허공에 날라다녔다. 우리는 풍경을 즐기며 느릿느릿 움직이는 앞차를 따라갔다. 한참을 따라가다 보니 유채꽃 벌판이 펼쳐졌다. 탄성이 절로 나왔다. 남편이 물었다. “우리 주차하고 좀 걸을까?” 남편과 나는 유채꽃으로 뒤덮인 들판을 걸었다. 남편은 말이 없었다. 나는 가만히 남편의 손을 잡았다. 남편의 손은 차가웠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 손을 잡은 채 한참을 걸었다. 구경을 마치고 차로 돌아오며 남편이 말했다. 사람이 너무 많다고… 남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생각했다. 늦은 밤 조용할 때 왔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저녁을 먹고 호텔로 돌아왔을 때, 나는 씻자마자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그리고 꿈을 꾸었다. 꿈 속 나는 어두워진 유채꽃 들판을 걷고 있었다. 진한 노란색이 아닌 창백한 흰색의 유채꽃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낮에 보았던 거대한 풍력 발전기가 보였다. 발전기의 날개가 천천히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우웅— 우웅— 하는 풍차 소음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주변이 쥐죽은 듯 조용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넓은 벌판에 나 혼자였다. 순간 내가 있는 곳이 낮에 구경한 장소가 아니라고 느껴졌다. 내가 지금 다른 세상에 있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끝없이 펼쳐진 하얀 꽃밭이 괴기스럽게 느껴졌다. 순간 나의 왼손을 감싸는 차가운 감촉이 느껴졌다. 손을 움츠렸지만 차가운 그것은 낚아채듯 나의 왼손을 움켜쥐었다. 헉—하는 소리와 함께 나의 몸은 굳어버렸다.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손을 잡고 있는 차가운 느낌은 여전했다. 팔에 힘이 들어갔다. 하지만 나의 손은 무언가에 붙들린 듯 꼼짝할 수 없었다. 그리고 머리 속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나... 아직은 아니야…' 남편의 목소리. 나는 왼손에 느껴지는 남편의 차가운 손을 꽉 움켜쥐었다. 그리고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 여행을 다녀와서 몸무게가 많이 줄어 있었다. 여행 중 많이 피곤하고 입맛이 없어서 좀처럼 먹지를 못했다. 처음에는 좋아했는데, 체중이 너무 빠지는 것 같아 병원을 찾았다. 여러가지 검사를 받았고, 검사 결과가 나오는 다음주에 진료를 예약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검사 결과가 나오는 날 이른 아침.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수화기 건너 나를 확인하는 목소리가 차분하게 느껴졌다. 병원 직원은 보호자와 함께 올 수 있는지 물었다. 순간 머리에 스치는 생각... 검사 결과가 좋지 않구나… 나는 애써 목소리를 내리 누르며 대답했다. 남편과 함께 가겠다고. 의사는 친절한 목소리로 검사 결과를 설명했다. 의사의 긴 설명 중 나의 머리 속에 남은 것은 말기암이라는 단어와 몇몇 숫자들이 전부였다. 간암 4기…… 5년 생존율 10%. 나는 차분했다. 사실... 차분했다기 보다 아무 생각이 없었다. 아마도 그날 나는 내가 간암 말기라는 상황을 거부하고 있었던 것 같다. 병원에서 집으로 오며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말기암 판정을 받아서가 아니라... 그저 여느때 처럼 입맛이 없어서 저녁을 걸렀고, 조금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 세안을 하고 양치를 하다가 거울 속 나와 눈이 마주쳤다. 거울 속 나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입에서 흘러나온 치약 거품이 턱으로 흘러내렸다. 흘러내리는 거품을 바라보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대로 화장실 바닥에 주저앉았고, 목으로 넘어오는 치약맛에 헛구역질을 하면서 나는 울었다. 한참을 울었다. == 3개월에서 반년. 많이 피곤한 것을 제외하면 행동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하지만 한달 후… 아니 보름 뒤에는 나의 병세가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었다. 째각째각 흐르는 일분 일초가 아깝게 느껴졌다. 잠이 오지 않았다. 나의 옆에 누워 잠들어 있는 남편을 보았다. 남편의 얼굴은 여전히 빛이 나는 것 같았다. 남편은 잘생겼다. 정말 잘 생겼다. 내 눈에 콩깍지가 씌여서가 아니라 남편은 객관적으로 봐도 잘생겼다. 결혼 당시 친구들 사이에 남편의 외모에 대한 소문이 자자했었다. 심지어는 한 친구를 통해 내가 유력 대기업 오너의 손녀라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다. 소문은 꽤나 구체적이었다. 나의 아버지가 재벌 가문의 막내 아들인데, 그동안 행실이 좋지 않아 기업의 오너인 할아버지의 눈 밖에 났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티내지 않고 검소하게 그리고 비교적 얌전하게 대학 생활을 해왔다는 것이다. 친구 말에 의하면 재벌 3세가 아니고서야 내가 그렇게 준수한 신랑감을 구할 수 없다는 게 소문의 이유라 했다. 소문을 듣고 기가 막혔지만 남편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나는 잠든 남편을 흔들어 깨웠다. 남편이 눈을 떴다. “자기야. 깨워서 미안한데… 나 좀 많이 급해서.” “응? 누나, 괜찮어? 진통제 필요해?”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픈 게 아니고… 나 이렇고 있으면 안될 거 같아… 나 뭐라도 해야하는데…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나… 뭐 해야하지? 응?” 남편은 몸을 일으켜 앉아서 나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남편은 나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사랑받는 느낌. 남편이 나를 만지고 사랑하는 이 느낌. 나는 눈을 감았다. 남편의 목덜미에서 느껴지는 남편의 체취. 나의 어깨를 간지르는 남편의 까끌거리는 턱수염. 나의 손끝에서 느껴지는 남편 등 근육의 굴곡. 나를 달래주는 남편의 목소리. 앞으로 이 느낌들을 몇번이나 더 느낄 수 있을까? 그날밤 나는 남편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 말했다. 그리고 다음날 퇴근한 남편은 당분간 회사를 나가지 않아도 된다 말했다. 막상 하루 24시간을 남편과 함께 지내니까… 뭐랄까…? 남편과의 애틋한 느낌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출근하는 남편을 보내며 느끼는 작은 아쉬움. 퇴근 후 집에 온 남편을 보고 느끼는 반가움. 이런 소소한 감정들이 느껴지지 않아 아쉬웠다. 나의 말을 들은 남편은 세상 별게 다 아쉽다며 웃었다. 그랬다. 세상 오만 것이 다 아쉬웠다. 바람이 머리칼을 스쳐지나는 느낌이 아쉬웠고, 햇빛의 눈부심도 아쉬웠고,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도 아쉬었다. 특히 남편과 함께하며 느껴지는 기분과 감정들은 더더욱 아쉬웠다. 이제 마지막이 될테니까… 남편은 미안하다며 감정이 격해진 나를 달래주었다. 그리고 바람을 쐬자며 드라이브를 가자 했다. 양양을 향하는 고속도로를 달리다 44번 국도로 빠져나왔다. 구불구불한 도로에는 차가 많지 않았다. 대신 힘겹게 자전거 페달을 구르는 사람들이 종종 눈에 들어왔다. 안개가 자욱해졌다가 다시 시야가 맑게 트이기를 반복하는가 하더니 이내 한계령이라고 적힌 표지판과 휴게소가 나왔다. 우리는 한계령 휴게소에서 잠깐 쉬기로 했다. 휴게소 건물을 타고 흘러가는 안개를 보고있노라니 기분이 묘해졌다. 그곳에서 차 한잔을 마시고 우리는 차를 돌려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오는 길. 한참 동안 말이 없던 남편이 입을 열었다. “누나… 누나는 내세를 믿어?” “응? 내세? 내세가 뭐야?” “사람이 죽으면 다음생에 다시 태어나는 거…” “아… 글쎄… 음……… 생각해본 적 없는데... 물론 내세가 있으면 좋겠지… 그런데 뜬금없이 그건 왜?” “그냥…” “왜…? 나 너무 힘들어하는 거 같아서?” “아니야… 그냥 물어봤어.” 남편의 말에 나는 웃으며 말했다. “뭘 그냥 물어봐? 내가 믿는다고 하면 재미있는 이야기 해주려고 물어본 거 아냐?” “하하. 그런거 아니야.” “어허! 왜 자꾸 빼는 거야? 알았어. 나 다음생이 있다고 믿으니까, 하려던 이야기 해줘.” 하지만 남편은 입을 다물었다. 남편이 하려던 이야기가 무엇인지 굼금해졌다. 흠… 그냥 처음부터 진지하게 믿는다고 할껄 그랬나? 그날밤. 나는 침대에 누워 남편을 기다렸다. 남편이 나의 옆에 자리를 잡고 눕자 나는 입을 열었다. “나 그 이야기 듣고 싶은데… 내세 이야기.” 남편은 웃으며 말했다. “하하. 누나, 그게 그렇게 궁금해?” “그 이야기 안들으면 나 오늘 못잘 거 같아.” “하하. 알았어.” “어서 해줘.” “음… 이건… 어느 남자에 대한 이야기야.” 남편의 첫마디에 나는 남편 자신의 이야기임을 직감했다. 하지만 나는 그냥 남편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남자는... 음… 전생에 살았던 여러 삶들을 기억해. 특히 그가 사랑했던 사람들을 잊지 않고 잘 기억하고 있어.” 남편은 이야기를 멈추었다. 어두운 방안이 조용해졌다. 남편이 숨쉬는 소리가 느껴졌다. 나는 남편의 품으로 파고 들며 말했다. “이제… 그 남자… 이번생에서 나와 함께한 시간도 기억해 주겠지?” “그럼…” 남편은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계속했다. “처음 몇 번의 삶을 살고난 후 그 남자는 한가지 확신을 가지게 돼.” “어떤 확신?” “다른 삶에서 자신이 사랑했던 연인들이 모두 같은 사람이라는 믿음.” 남편은 잠시 쉬었다가 말을 이었다. “그래서 그 남자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면 환생한 자신의 연인을 찾아다녀." 나는 물었다. “다른 사람으로 태어나는 건데… 어떻게 알아보는 거야?” “글쎄… 그냥 느낌으로 아는거지.” “그냥 느낌? 흠— 이해하기 좀 어렵네.” 남편이 물었다. “누나는 나 처음 보는 순간 어땠어? 느낌이 딱 하고 오지 않았어?” 남편이 꾸며낸 이야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나는 진지하게 남편과의 첫만남을 떠올렸다. 그날 나는 자취방을 나와 복권을 사기 위해 편의점에 가는 길이었다. “음… 잘 모르겠어. 그때 자기가 얼굴에서 빛이 날 정도로 잘생겼다는 것 밖에 기억이 안나네.” 잘생겼다는 나의 말에 남편은 기분이 좋아진 듯 웃으며 말했다. “하하. 그런거 말고. 음… 뭐랄까… 익숙한 얼굴이라거나… 아니면 꿈에서 나를 봤다거나… 그런 거 없었어?”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전혀…” 남편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했다. “흠… 그럴리가 없는데…” 남편과 이야기를 마치고 잠을 청했다. 그런데… 꿈에 자기를 보지 않았냐는 남편의 말. 그 말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 이렇게 잘생긴 남자와 사귀게 될 것이라는 생각은 감히 하지도 못했었다. 그래서 남편이 적극적으로 나에게 다가왔을 때 나는 생각했었다. 그날 내가 잡은 진짜 로또가 바로 이 남자라고. 혹시...... 그날밤... 남편은 내가 산 꿈의 주인인 룸메이트 언니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아닐까? 고개를 저었다. 에이!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 나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남편이 꾸며낸 이야기가 아닌가.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자. 나는 애써 잠을 청했다. == 긴장을 하면 얼굴에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 남편이 그런 사람 중 하나다. 오늘 아침부터 남편의 얼굴이 심각했다. 많이 긴장한 표정이다. 물론 내가 암선고를 받은 후로 남편의 표정은 늘 좋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은 좀 달랐다. 무언가 중요한 결심을 한 것 같았다. 혹시… 호스피스 병원으로 옮기기로 결정한 건가? 마음 속으로 그럴리 없다며 고개를 저었지만, 서운한 마음이 왈칵 밀려올라왔다. 아니나 다를까 남편은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불렀고, 우리는 식탁에 서로를 보고 마주앉았다. 한참을 머뭇거리던 남편이 결국 입을 열었다. “누나… 나 많이 고민했는데… 아무래도 누나에게 알려줘야 할 거 같아서…” “무슨 일인데…?” 남편은 나와 눈을 맞추지 못했다. 남편은 눈을 내리 깔은 채 입을 열었다. “누나 아픈 거 있잖아…” 남편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다시 입을 열었다. “누나… 시간이… 시간이 얼마 안남았어… 이제…… 한달이야.” 나는 물었다. “한달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니?” 남편은 대답 대신 자신의 팔을 뻗어 나의 손을 잡았다. 그제서야 나는 남편이 말한 한달이 무슨 의미인지 알아챘다. “하하… 무슨 소리야. 의사가 약 잘 먹으면 3개월에서 6개월이라 그랬잖아. 너 혹시…… 나 모르게 병원 갔다 온거야?” 남편은 고개를 저었다. “너 그런 장난 치는 거 아니야. 나 화낸다.” 남편은 말이 없었다. 남편의 두 눈에 눈물이 맺혔다. 남편이 잡고 있는 손을 빼내었다. “누나…” 나는 두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말했다. “나 혼자 있고 싶어.” 문득 기억이 떠올랐다. 교통사고로 엄마가 갑자기 돌아가셨을 때… 그때 나는 친정에서 지내고 있었다. 엄마가 돌아가시기 한달 전… 남편은 장모님이 외로워하시는 것 같다며 나를 떠밀다시피 친정으로 보냈었다.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역시 비슷했다. 남편이 나를 친정에 보냈고, 한달이 지나서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 그날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는 남편에게 잠시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나 궁금한 게 하나 있어.” 남편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 오늘 생각해 보니까… 자기가 회사에서 무슨 일하는지 모르고 있더라고... 병원에 의료 용품 납품한다고 했잖아. 무슨 물건 납품하는 거야?” 남편은 대답을 하지 못하고 주저했다.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솔직히 나 오늘 인터넷에 자기 회사 검색해봤어. 그런데 찾을 수가 없더라구. 자기가 일하는 회사 정말 있는 회사야?” 남편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지금까지 남편에게 속고 살았다는 생각에 감정이 북받쳤다. 나는 따지듯 물었다. “너 뭐하는 사람이야? 너 누구야? 너 도대체 누구냐구!” 남편은 고개를 떨구었다. 그날 밤. 나는 진통제를 먹고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잠이 깼을 때, 남편은 침대에 나와 나란히 누워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말했다. “아까는 미안해…” 남편은 괜찮다는 표정으로 미소를 지어보였다. 나는 남편 품으로 파고 들었고, 남편의 커다란 팔이 나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리고 남편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남편은 자신이 저승사자라 말했다.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며 죽은 영혼을 저승으로 안내하는 일을 한다고. 처음부터 저승사자가 된 것은 아니라 했다. 언젠가부터 지난 삶의 기억을 가지고 태어나기 시작했고, 우연히 자기처럼 전생의 기억을 가진 사람들을 만났다 했다. 그리고 그들로부터 저승사자 일을 제안 받았다고 했다. 남편은 자신이 하는 일이 보람있는 일이라 말했다. 모든 죽음은 슬프고 아쉽지만 죽음이 늘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종종 사람들이 진심으로 사랑하고 용서하는 시간이 바로 죽음의 순간이라고... 그리고 우리는 죽음을 통해 현재 삶을 매듭짓고 새로운 몸을 받아 다시 태어난다고 했다. 나는 남편의 이야기가 참인지 거짓인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남편의 이야기를 들으며 잠이 들었다. == 대학 시절 룸메이트 언니. 죽기 전 언니를 만나고 싶었다. 대학 친구를 통해 언니의 연락처를 구할 수 있었다. 그런데… 막상 연락을 하려고 하니까 언니를 직접 만나면 후회할 것 같았다. 아침 내내 전화기를 만지작거리다 어렵게 통화 버튼을 눌렀다. 작은 커피 가게. 언니는 환한 웃음으로 나를 맞아주었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도 언니의 몸매와 미모는 여전했다. 언니는 나의 손을 꼭 잡은 채로 말했다. 얼굴이 반쪽이라고… 어디 아픈거 아니냐고… 나는 질끈 눈을 감았다. 그리고 눈을 다시 뜨고 밝게 웃으며 말했다. “아프긴~ 나 언니한테 예쁘게 보이려고 한달 전부터 다이어트 했잖아.” 언니는 나에게 여전하다며 까르르 웃음을 지어보였다. 언니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후회하고 있었다. 만나지 말았어야 했는데… 집에 도착해 씻지도 않고 바로 침대에 누웠다.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배게에 얼굴을 묻었다. 내가 미웠다. 처음에는 미안한 마음에 언니를 만나보고 싶었다. 언니의 연락처를 알아보는 중 친구를 통해 언니 상황이 그리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때 나는 언니에게 죄책감마저 느꼈었다. 언니가 누려야 할 행복을 내가 빼앗었다는 생각에 직접 만나서 마음으로나마 사과하고 싶었었다. 하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언니를 보고, 아직 미혼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슴 속 질투심이 터지고 말았다. 그런 나의 모습이 부끄러웠다. == 남편 말대로 나는 한달 뒤 죽음을 맞이했다. 하지만 죽음의 순간은 남편의 이야기처럼 아름답지 않았다.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보다 우리의 사랑을 의심하는 마음이 앞섰고, 언니의 행복을 빼앗은 사실에 대한 미안함은 커녕 언니를 여전히 질투하고 있었다. 사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솔직히 나는… 내가 죽은 후... 남편이 언니를 만나서 서로가 알아보면 어쩌나 걱정하고 있었다. 남편이 나와 함께한 시간과 추억을 부정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고 있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내가 추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질투와 자기 혐오 속에 호흡이 서서히 멈추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난다는 생각에... 죽음이 반갑게 느껴졌다. 이제 그만 푹 쉬고 싶었다. 갑갑한 병실을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 내가 좋아하는 우리집 소파에 앉아 쉬고 싶었다. 다시 정신이 들었을 때... 나는 거실 소파에 앉아있었다. 거실을 둘러보았다. 병원에 입원하기 위해 집을 떠날 때 모습 그대로였다. 현관문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남편이 들어왔다. 남편은 무심한 표정으로 내가 죽었음을 알려주었다. 남편의 말에 나는 동요하지 않았다. 내가 죽었다는 말에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남편의 무심한 표정에 서운한 마음 역시 들지 않았다. 죽기 전 복잡했던 심정 역시 사라지고 없었다. 어느새 나는 남편과 함께 들판을 걷고 있었다. 어두운 들판에는 하얀 꽃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들판을 걸으며 남편은 말했다. 다음생 우리 다시 만나자고. 나를 반드시 찾아낼 것이라고.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생각했다. 이제 남편에게 사실을 알려야하지 않을까? 우리가 처음 만난 날… 남편이 기다리고 있던 사람은 내가 아니었다고. 잠시 고민했고, 말하지 않기로 했다. 질투심 때문이 아니었다. 사실을 알게 된다면 남편이 힘들어 할 것이다. 그동안 내가 힘들어했던 것처럼… 다음생에는 남편이 언니를 제대로 알아볼 것이다. 어쩌면 나의 장례식에서 서로를 알아볼지도 모른다. 나는 남편에게 말했다. 이제 나를 잊고 하루라도 빨리 좋은 사람 만나길 바란다고... 걷다보니 작은 문이 눈 앞에 나타났다. 아... 여기서부터는 나 혼자 가야하는구나… 남편을 보았다. 남편과의 마지막. 나답게 헤어지고 싶었다. 웃으며 말했다. "혼자 밥먹으면서 궁상 떨고 있으면 귀신이 되어서 밥상 확 뒤집어 엎을테니까... 하루라도 빨리 좋은 사람 만나." 나의 말에 남편은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작은 문을 열었고, 문의 반대편으로 발을 내디뎠다. 뒤를 돌아보았다. 여전히 나를 보고 있는 남편. 천천히 문이 닫혔다. 나는 작은 오솔길을 따라 걸었다. 길을 걸으며 남편과 함께 했던 시간을 곱씹었다. 남편과의 기억마저도 이제 마지막일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아쉬웠다. 만약 하나의 기억만 간직할 수 있게 해준다면 어떤 기억을 골라야 할까? 아마도 신혼여행의 기억을 고를 것이다. 향신료 때문에 고생한 남편이 떠올랐다. 얼마나 걸었을까? 꽤 긴 시간을 걸은 것 같았다. 갈증으로 물이 마시고 싶었다. 조금만 쉬었다 가야겠다는 생각에 걸음을 멈추었다. 그때 흐릿하게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더 걷기로 했다. 물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점점 심해지는 갈증에 걸음이 빨라졌다. 낮은 수풀이 우거진 좁은 길을 지나자 마침내 맑은 물이 흐르는 시냇물이 나타났다. 나는 시냇가에 쪼그리고 앉았다. 두 손을 모아 물을 한모금 들이켰다. 시원한 청량감이 온몸에 퍼져나갔다. 물을 한모금 더 마시려다 멈칫하고 말았다. 시냇물에서 고수풀 냄새가 은은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이 냄새… 이 고수풀 냄새... 무슨 사연이 있는 냄새인데… 뭐지? 기억이 날 듯 말 듯 답답했다. 한참이 지나서야 어럼풋이 기억이 나기 시작했다. 맞다... 남편이 싫어하는 향신료 냄새인데... 그런데... 어떻게 그걸 잊을 수 있지? 혹시 지금 먹은 시냇물 때문인가...? 갈증감이 다시 강렬해졌다. 하지만 더이상 시냇물을 마시지 않았다. 그리고 서서히 의식이 흐려졌다. 수풀 위에 누워 눈을 감았다. 흐려지는 의식을 붙잡고 애써 신혼여행의 기억을 떠올렸다. 스노쿨링을 하면 보았던 열대어들... 맑은 바다... 타이 음식......... 하하... 그래... 타이 음식...... 향신료 냄새........ 향신료 냄새... 그리고 의식이 끊겼다. — 끝 — [출처] 다른이의 꿈 | 오유 ___________________ 저승사자라니, 전생부터 이어진 인연이라니, 매번 다시 태어날 때마다 만난다니, 근데 어쩌면 그게 내가 아니라니. 실화는 아니고, 쓰니가 지어낸 이야기라지만 그래서 더 애틋하고 몽글몽글할 수 있는 것 같아. 다들 마음에 감성 한줌 지폈길 ㅎㅎ 비록 주말은 끝났지만 좋은 꿈 꾸고 내일부터 또 힘내자! 잘자!
퍼오는 귀신썰) 포상휴가 -4-
오늘 날씨 너무 좋네 :) 다들 기분도 좋은 하루였기를 바라며 오늘도 이야기 같이 보자! ___________________ 일상에 다름이 없는 날이었습니다. 조금 다를게 있다면 오늘 전원투입 시간에 본거지로 돌아가는 것이었죠. 작업은 전후반야 근무자들이 일어나 식사를 마친 1시 30분 부터 시작이 되었습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이었죠. 그래도 전날 보다는 좀 약해진 것 같기는 했지만, 작업 하기에는 좀 짜증이 나는 날이었답니다. 주간 근무를 마친 근무자들이 들어오며 삽이랑 곡괭이를 가지런히 바닥에 놓는 우리를 바라보며 '충성' 하고 지나가자 무심결에 둘러보니, 제 부사수 였던 거죠. "야 어제 전반야 서고 잠은 잤냐?" "예 조금 자다가 10시 근무 부터 투입됐습니다." "음...사수가 없으니 고생이구나." "괜찮습니다." "그래?" 오늘 저녁 전원투입엔 제가 본거지로 돌아가는 지라 자연히 부사수는 사수가 없는 모양이라 일반 근무로 뺀것 같더군요. '근무 로테이션 엄청 꼬이겠는데....' 하지만 제가 신경쓸건 아니었죠. 저는 저녁에 고향으로 가면 끝.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대충 삽과 곡괭이 등등을 가지런히 늘어놓고 부소초장에게 인원보고를 한 짧게 부소초장의 말이 이어졌습니다. "비오는데 짜증날거다. 그러나 어쩌겠냐. 어쨌든 다 해야 하는 건 너희들도 잘 알고 있잖아? 작업지 도착하면 판쵸우의 벗고 해도 돼." "예 알겠습니다." 다 죽어가는 목소리였죠. "오늘은 비닐 작업 전부 투입 안하고 5명은 배수로 작업 투입할거다. 박병장." "병장 박xx." "비닐작업 다 끝나가니깐 애들 4명 데리고 보급로 쪽 배수로 작업 좀 갔다와라." "배수로 말입니까?" "그렇지. 진입로 쪽으로 돌아가는 곳에 관리 안된 배수로가 있다. 고생 좀 해라." "마지막날 이라고 막굴리시는 거 아닙니까?" "야야 너 아니면 누가 인솔하냐. 심상병이 할까?" "예 저말입니까?" 옆에 섰던 심상병이 화들짝 놀래긴 했지만, 왠지 모를 미소가 보였다 할까요? 인솔자 되서 작업 나가는 건가 싶었을 겁니다. 한마디로 리더가 되는 건가 싶은 기대였죠. "부소초장님 저 올라가면 신나게 비닐 작업 해야지 말입니다. 좀 쉬고 싶습니다." "나도 그렇게 해주고 싶은데 어쩌겠냐. 박병장 오늘 복귀라고 행보관님의 특별지시가 있었다. 휴가 그냥 가는 거 아니잖냐 하고 행보관님이 전해달란다." '킥킥' 옆에서 웃는 소리들이 그렇게 기분 나쁘지만은 않았습니다. "아후 그놈의 휴가....진짜 쉽게 못가겠네..." "비닐작업 쪽은 슬슬 마무리 단계니깐 박병장이 배수로는 확실히 책임져줬으면 해. 이상. 장비 들고 이동!" 후다닥 끝마치고 대꾸의 여지도 주지 않고 자리를 떠 버리는 부소초장이었습니다. 저는 자리에 서서 그동안 작업에 열의를 보였던 4명을 데리고 부소초장 무리와는 반대방향으로 이동했습니다. 작업병이라고 그러죠? 제가 그런거 였습니다. 중대 대대 큰 작업들엔 항상 제가 있었죠. 10년이 지난 지금도 삽질 곡괭이질 그 때만큼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체력은 그때와 무지하게 다르겠지만... 그렇게 대충 열을 맟춰 한 10분정도 이동하니 작업지역인 듯 한 배수로가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작업 해놓고 비가 와서 그런건지, 아니면 개발 새발 대충 작업 해 둔 모양새가 짜증이 스윽 일기 시작하더라고요. "야 저거 누가 작업했냐?" "김병장님이지 말입니다." "에혀 말년 그럼 그렇지..." 각이라곤 찾아볼수 없고 그냥 흙과 풀같은 것만 대충 파내고 물길을 만들어둔 모양이었습니다. 아 배수로가 뭔지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잠깐 설명하자면, 흔히들 텐트를 이용한 야영을 해 보신 분이라면 이해가 빠를 겁니다. 비가 올때 텐트 주위에 작게 도랑을 파죠? 비가 올때를 대비해 텐트에 물이 들지 말라고 파놓는 긴 구덩이 보신 분들이면 아실 겁니다. 배수로는 그것보다 더 깊고 넓은 것으로, 아스팔트나 시멘트가 아닌 산악지형 도로 특성상 흙으로만 이루어져 양 옆에 배수로를 파 두지 않으면 빗물에 많이 침식되곤 하죠. 그 말고도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별 쓸데도 없는 이유들 뿐이죠. 제가 보기엔 그냥 보여주기 용도가 전부. 그 반증이 군대의 특성상 각이 생명이라 여튼 이쁘게 잘 만들어야 합니다. 각 잡다가 시간이 다갑니다. 그런데 저도 군인인지라 미리 작업 해둔 그 모양새를 보니 인상이 저절로 구겨지더군요. "저걸 작업이라고 한건지...." 짜증이 나면서 저것까지 다 손봐야 작업 해놓고 욕 안 먹겠다 싶었습니다. 작업이 시작되고 신나게 삽질을 해대다 보니, 빗물을 먹은 흙이 삽을 더 무겁게 만들더군요. 흙속에 바위가 있을때면 곡괭이로 내리 찍었는데, 그 찍는 순간에 물을 먹은 흙이 이리 저리 튀며 눈이고 입이고 코로 들어가 짜증도 무척 났었답니다. 단 하나 땡볕이 아니라 좋긴 했지만, 차라리 땡볕이 더 나을 듯 싶었습니다. 얼마나 작업을 했을까요? 허기가 약간 느껴져 시계를 들여다 보니 3시 반을 약간 넘어가고 있었네요. "벌써 두시간 동안 판거냐?" 개어놓은 판쵸우의 더미로 가서 삽을 대충 던저놓고 지나온 길을 돌아보니 꽤 먼 거리를 파고 지나왔더군요. "막내야. 갖고 온 빵이나 먹자." 출발전에 관물대에 짱 박아둔 빵을 갖고 나오는 것을 봐둔 것이었죠. "벌써 저만큼이나 팠네....앞으로 언제 저만큼 파냐?" "박병장님 오시니 그래도 금방 팠지 말입니다. 말년이랑 할때는 일 진짜 안됐었는데 말입니다." "야 어디다가 갖다 대냐. 말년이랑 나는 밥 안될 때부터 엔진이 달랐어." 심상병이 건네주는 빵을 건네받으며 판쵸우의 더미로 털썩 주저앉으니, 다리가 그냥 힘이 쫙 풀리는게 그대로 누워버리고 싶더군요. 그 때 였을 겁니다. "야...저거 불발탄이냐." 턱짓으로 가르킨 방향에는 빨간색 물감같은 즉 락카로 칠해놓은 가운데 무슨 돌덩이 같은것이 보였습니다. "예 그렇지 말입니다." 그 때 까지는 작업하느라 주위를 볼 틈이 없었는데, 자리에 앉아 주위를 보니 슬슬 풍경이 들어오더군요. 저는 일어나 좀더 자세히 볼 모양으로 가까이 다가갔더랬죠. 분명히 90미리 무반동총 탄환 같은 모양새 였습니다. 아니면 박격포의 탄환이라던가 하는... 전방지역에선 불발탄이 굉장히 많이 발견되서 그때마다 경고차원으로 그 주위에 빨간색 락카로 칠을 해두곤 했죠. "저런게 어째서 이런데까지 굴러와있냐..." 저는 살펴보기를 관두고 다시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씨발...그나저나 지금 우리 지뢰밭 위에서 곡괭이질 하고 있는 거네..." 말 그대로 였습니다. '지뢰' 라고 표시된 경계 부근이 바로 배수로 였으니 말이죠. 우리집 마당안에서 하는 삽질이 아니라 지뢰위험지역에서 그 작업을 한다고 생각해 보시면 그 나름대로 그것도 공포네요. 작업중 곡괭이로 대전차 치뢰 뇌관을 찍어 그 주위 작업병사들이 전부 중상을 입었다는 사고 사례 같은 것은 군생활 해보신 분들은 잘 아실겁니다. 불발탄을 삽으로 찍어 손목이 날아간 사고 사례 전파 같은 것들도 몸서리가 쳐지기엔 충분했죠. "에휴..어쩌다가 이런 오지까지 오게 됐나..." 체념 섞인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다시 저 지뢰밭으로 들어가 곡괭이 질을 할 생각을 하니 몸이 뻣뻣해 지더군요. 그 때 였습니다. "박병장님!" 누군가가 저를 소리질러 부르는 소리에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더랬죠. 같이온 이일병이 제가 좀전에 다가갔던 숲 방향으로 손을 들어 가르켜 보이고 있었습니다. "저...저기 뭔가 이...있습니다." 상당히 당황한 목소리였습니다. 저는 그 방향으로 다가가 가르키는 방향으로 시선을 틀었죠. 방금전 쳐다보고온 불발탄이 제일 먼저 보였습니다. "뭔데?" "그...그게..." "뭘 본거야?" 잠시 뜸을 들이더니 제게 자기도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더군요. "누...누가 있었습니다." "뭐?" 이일병은 계속 고개를 흔들며 '분명 있었는데' 하는 말만 중얼거리면서 제 눈치를 살피더군요. "맷돼지 아녀?" "...그런가...." 당시 아무것도 없는 풍경에 제 말은 큰 설득력이 있었죠. 누구나 다 맷돼지로 인정을 하려는 분위기로 흘러가는 중이었죠. "그런데...박 병장님...정말 있었지 말입니다." 미간을 징그리며 분명 거짓이 아니다라는 표정을 지어보이는데, 솔직히 뭐라 할 말이 없더군요. "........" "저도 불발탄이 신기해서 계속 쳐다 보고 있었습니다. 근데 저 뒤에 사람 같은게...." '사람' 같은게 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는 주위에서 야유가 흘러나왔죠. "에휴 병신아 저기 사람이 왜 있어." 그렇죠. 사람이 있을리가 없죠. 그러나... 그날 비가 내리고 안개도 계속 드리워져 있던 중이라 숲 안쪽을 바라보며 작업을 하는 우리들로서는 묘한 분위기에 계속 짓눌리고 있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게 분위기는 일단락 되었고, 다들 희안하게 침묵속에서 작업을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한 시간이 지나고 잠깐 쉬게 되었을 때였죠. "우악!! 뭐야!!" 갑자기 비명을 지르는 저만치에서 전상병이 미친듯이 이쪽으로 뛰어오는거 아니겠습니까? 소변보러 간다고 저만치 가더니, 갑자기 소리를 지르면서 미친놈처럼 이쪽으로 뛰어오는 것이었죠. "저...저기 미친년이!!" 그러나 그의 뒤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야 뭔데!" 저는 그가 등진 방향으로 튀어나가며 뭐가 있나 볼려고 이리 저리 둘러보았지만 역시나 아무것도 없었죠. "저...저...정말 있었지 말입니다." 고갤돌려 뭐가 있냐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저에게 말을 더듬으며 말해오더군요. 이쯤되니 아까일도 그렇고 지금일도 그렇고...작업을 일단 중지 하는 길 밖에 없더군요. "야 무전기 줘바." 저는 85k 무전기를 건네받고 부소초장과 통신을 시도해보았습니다. '치...치...삐...' 하지만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죠. 현장에서 철수 하겠다는 무전을 날릴려고 했지만, 역시나 상대방 쪽에서는 아무런 응답이 없었습니다. "야 아까 내려오면서 감도체크 한게 어디쯤이냐?" "여기서 한 번 했지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작업 시작전에 작업 한다고 무전 친것이 기억이 나더군요. "어디 짱박혔나...." 거기까지 상상이 미치자 슬슬 방금 있었던 일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신경이 쓰이기 시작하더군요. "이일병 니가 본거 뭔지 이야기 해봐." "그..그게...그냥 여자라고 생각되지 말입니다." "여자?" "예." "이런데 여자가 왜 있어. 있으면 그게 귀신이지!" "......." "어떻게 생겼던?" "그냥 뭐랄까...머리는 길고 얼굴은 검은 건지 그늘 같은게 있어서 잘 안 보였습니다. 팔 축 늘어트리고 앞으로 구부정하게 숙이고 있었는데, 옷은..푸르스름한 원피스 였습니다. 얼룩 같은게 있는 건지 군데군데 좀 너덜거리는 건가 싶기도 하고...." "씨발 딱 귀신이잖어." "아니 그렇다기 보단 왠지 사람 같은 느낌이 더 크지 말입니다." "사람?" "숲 저만치에 서서 저한테 손짓했습니다. 이리로 오라고...목소리가 들렸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럼 전상병 너는?" "저 말입니까? 이일병이랑 똑같습니다. 오줌 싸고 있는데 옆에 뭐가 있는 것 같았지 말입니다. 그래서 봤더니만..." '껑충' 하고 저한테 뛰는 시늉을 해보이더니, "그렇게 확 저한테 왔지 말입니다. 그래서 미친듯이 튀었지 말입니다." 어이가 없었드랬죠. 비가 오긴 해도 대낮인데, 그것도 군사지역 민간인의 출입이 아예 있을리가 만무한 곳에 미친년의 출현이라.... 어디가서 말 했다가는 바로 군기교육대 감이었죠. 그저 옛날부터 이 근처에 살던 늑대인간 같은게 아니냐는 우스갯 소리나 지껄이는 중이었죠. 그 때 였습니다. 누군가 저기서 인기척을 내며 다가오고 있었죠. 순간 저 포함 일동의 시선이 그쪽으로 휙 쏠리며, 온몸에 소름을 맛보고 있었죠. 긴장하는 그때 일동의 시선이 차단되는 저 만치 커브길에서 스윽 모습을 나타내는 부소초장과 전령이었습니다. "야 작업은 다 되가냐?" 순간 모두는 초긴장 하고 있던 마음이 누그러 드는지 가볍게 한숨들을 내뱉고 있었죠. "역시 박병장. 각이 제대로 살았네." 배수로 근처를 따라 이쪽으로 오던 부소초장이 이쪽의 분위기를 느꼈는지 한마디 건네더군요. "뭔일 있었냐?" "........." 그간 있었던 일을 잠깐 설명을 하니 부소초장은 얼굴이 굳으며, 같이 따라온 전령에게 무전기를 건네 받았습니다. "이게 안된다고? 갑자기?" 부소초장은 우리쪽 무전기까지 마저 건네받고는 호출버튼을 여러번 눌러 보더군요. 결과는 실패..... 고장이나 신호의 방해 없는 인접 상태에서 무전기는 서로의 신호를 받고 있지 못 했던 것이었습니다. 부소초장의 얼굴은 더욱 굳어가더군요. 그 때서야 같이 온 전령이 최이병임을 알 수 있었죠. 침묵은 약 1분 정도 이어졌습니다. 그동안 무전기의 '치익' 거리는 잡음과 '후두둑' 최이병의 판쵸우의를 때리는 빗소리. 숲속에서 짙게 안개가 피어오르는 것만 바라보고 있었죠. 저 안개속 무언가와 눈을 마주치기 위해서. "일단 철수해라. 배수로 작업도 거의 다 된 것 같고, 비도 많이 오니깐...."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아무래도 기다리고 있던 모양이었는지 후임들은 벗어놓은 탄띠며 판쵸우의 들고온 장비들을 챙겨 드는 것이었습니다. 모자 챙에서 뚝뚝 떨어지는 빗물 안으로 실제로도 퍼렇게 변한 입술의 후임들을 보고 있자니 굉장히 안스럽기까지도 했고요. "박병장." "예?" 부소초장이 저를 불러세우고는 가져온 것들은 챙겨 열을 갖춘 후임들에게 지시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심상병. 삽 두자루만 두고 인솔해서 소초로 복귀해라." "예 알겠습니다." 심상병은 이야기를 듣자마자 '앞으로 가!' 하고는 무리를 인솔해 저만치 커브길로 금새 사라져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발자욱 소리까지 완전히 지워질 무렵, "야. 애들이 본거 말이지...." "예...." "딴데 가서는 이야기 하지 말아라. 혹시 이야기 했냐?" "여기만 있었는데 하고 싶어도 못하지 말입니다." "일단은 하지 말어. 안그래도 요즘 이상한 소리가 많이 나와서..." "........" 말 안해도 알 것 같았습니다. 전방은 특히 누가 뭘 봤다거나 하는 그런류의 소문들은 정말 귀신같이 멀리도 퍼져나가곤 했습니다. 순찰거리로 재자면 반나절 정도를 걸어야 닿을 수 있는 대대OP의 소식까지도 금새 전해지곤 했으니까요. "얼마전에도 1중대 병사들이 근무 복귀하다 이상한 것 봤다고 했는데...희안하게 이상한 소문들이 많네..." "..........." "그거 아냐 박병장?" "어떤거 말입니까?" "하긴 모를거야. 지금 대대장님 계시기 전에 계시던 대대장님 있을 때 이야기니깐...너 입대 하기 전일거다." "무슨일 있었습니까?" "있었지..." 부소초장은 바닥에 놓인 삽을 집어들고는 제게 하나를 던지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작업하고 복귀하는 행세는 해야지. 비좀 피하자." 그러나 피할것도 없었습니다. 부소초장이야 장피를 입고 있어 괜찮을지 모르지만, 저는 이미 물이 다 스며들어 속까지 다 젖은 것 같았으니까요. 대충 비가 덜 닿는 큰 나무아래 삽을 던져놓고, 털썩 주저앉았더랬죠. "야 흙 다 묻겠다." "이미 다 버렸지 말입니다." 전투화 말릴 생각을 하니 깜깜했습니다. "예전에 말이지...그러니깐 전에 계셨던 대대장님은 군종 간부 출신이었거든." "군종 말입니까?" "그래 군종들 대빵급이지." "군종 장교가 어쩌다가 이런 야전대대로 온 겁니까?" "그야 나도 모르지. 1군 사령부에서 불교쪽 있었나 보던데..." "진급 꼬인겁니까?" "아냐 그렇지도 않지. 여기 한 반년 계셨나? 소문으로는 전방 체험 좀 해보고 오라고 해서 잠깐 코스 밟은 듯도 하고. 육사 출신이야." "워...그럼 경험코스가 맞겠지 말입니다." 육사 출신의 군종간부라.... 군종이란 군대에서도 종교활동을 하기 때문에 그 책임이나 진행을 하는 소위 사회로 말하면 큰 목사정도 랄까요? 일반 군종병사는 전도사 정도? 여튼 그런 군종의 간부가 일개 야전대대에 왔다는 건 맡고 있는 직무상 성격이 완전 다르죠. 군인이긴 해도 종교에 몸담고 있는 사람에게 병사의 지휘통제를 맡긴다는 건 아무래도 이상하겠죠? 문관에게 무관의 일을 맡기는 것과 비슷하다 생각하심 되겠습니다. "그 대대장님도 전에 여기서 희안할 일 겪으셨지." "무슨일이 있었습니까?" 그 말은 이랬답니다. 그 당시 무월광 때를 이용해 대대장급 예하 장교들은 불시 순찰로 병사들 근무 태도를 체크하라는 사단지시가 내려왔던 모양입니다. 이런 소문은 다리 없이 천리를 가고 이미 비밀 아닌 비밀이 되었었다죠. 소문을 들은터라 달빛이 굉장히 약해질때를 기점으로 무월광이 끝날때까지 전방 주시보다는 저 멀리 뒤에서 보이는 불빛과 소리에 더 심혈을 기울이고 있을 때 였답니다. 이틀전엔 작전장교를 태우고 불시 순찰을 갔던 대대장의 운전병이 그날은 대대장을 모시고 일단 1중대 OP에 들러 근무상태를 점검 할려고 했던 모양입니다. 그럴려면 부소초장과 제가 이야기를 나누던 그 길은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곳이었거든요. 그날도 일단은 1중대 OP를 잠시 경유하기 위해 그 쪽기로 가던 도중이었답니다. "대대장님." "응?" "혹시 오늘 대대장님 말고는 다른 순찰자가 있습니까?" "왜 뭔일있나?" "그게...." "그게?" "방금 사람을 본 것 같습니다. 이미 지나치긴 했습니다만..." "......." 대대장도 운전병도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죠. 결론은 금방 나왔답니다. "차 돌리게." "예 알겠습니다." 운전병은 차를 돌리라는 말에 아무런 의심없이 바로 차를 돌릴려고 했다죠. 방금 지나쳐온 간이 검문 초소에 교대한 근무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의심은 없었답니다. 평소 대대장의 성품을 알고 있기에 분명 그 사람을 태우고 이동할려는 내심을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고했죠. 평소에도 근무중인 병사들에게 경례 한 번 소홀히 받아준 적이 없다던 대대장이었다고 부소초장이 말해줬네요. "대대장님 1중대 OP가 바로 앞이니 그 쪽 공터에서 돌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도록. 아마 병사들이 복귀 하는 모양일거야." "예. 그런것 같습니다." 그리고 좀더 나아가 기억에 익숙한 그 장소가 점점 가까워짐을 느끼고는, "대대장님 거의 다 왔습니다. 저 앞에서 돌리겠습니다." "그러도록..." 운전병은 어제도 왔던 길이라 시야가 어둠때문에 한정이 됐음에도 어디쯤에서 운전대를 틀어야 공간이 나올지 알고 있었다는군요. 슬슬 우리가 서 있었던 그 마지막 커브길을 앞에두고, 틀기만 하면 바로 넓은 공간이 나오는데, 그때! '끼익!' 커브길을 돌며 시선이 따라 움직이는 그 선상에 허연 뭔가가 보이길래 순간 브레이크를 밟자 차가 크게 요동치더랍니다. "으헉!!" 운전병과 대대장은 동시에 같은 것을 보고 심장이 멎는 듯한 충격에 휩싸여 순간 아무것도 못하고 그것과 눈을 마주쳐야 했답니다. 그냥 퀭한 눈... 그 어둠 속에서도 눈이 우릴 바라보고 있다라고 했답니다. 그에 운전병은 그것을 깔아 뭉갤 기세로 악셀을 있는 힘껏 밟아 밀어 부쳤다고 하네요. 핸들이 커브를 하기 위해 돌아가있는 상태에서 급 출발을 함에 있어 약간의 현기증을 느꼈답니다. 그에 곧바로 시선을 잡았을때는 그것의 모습이 없었다고 하네요. 위치상으로 보면 분명 깔아 뭉갠것 같은데 아무런 충격이 없었고, 그저 반사적으로 보이는 길을 있는 힘껏 밟아 나가는 수밖엔 없었답니다. 룸미러로 뒷쪽을 계속 힐끔거렸음에도 그저 보이는 건 어둠뿐. 대로등으로 비추어지는 뒤쪽에 먼지구름 사이로 그것이 언제라도 튀어나올것 같아 운전병은 룸미러를 그냥 확 접어버렸다고 하는군요. 한동안 대대장과 운전병은 할말도 잊고 그저 앞만 주시하고 있었다죠. 어느새 차량은 1중대 OP 쪽으로 향한 진입로를 지나쳤답니다. 뭔가가 또 튀어나올까 하는 불안감은 운전병이나 대대장이나 매 한가지였을 테니까 하려던 일따위 모두다 잊었을 겁니다. 그러다가 대대장이 입을 열었는데, "내가 부처님 가르침을 받는 중생임에도 방금 본 그것은 그냥 귀신으로 밖에 표현할 길이 없구나." 그 순간만큼은 대대장도 한 인간이었을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하네요. 왠지 모를 깊이를 느끼게 해준 대대장의 말을 끝으로 그저 자동차의 엔진소리만 들리고 있었다죠. 불안한 만큼 그런것들에 더 주위가 기울여진 모양입니다. 그러다가 1중대 OP를 지나왔다는 것을 알리는 저만치 수통문의 투광등을 보자 운전병은 화들작 놀라 잠깐 뒤를 돌아보았다고 하네요. 하지만 일은 그럴때 터지게 된다나요? 다시 앞을 보려하는 찰나 옆에 앉은 대대장이 핸들을 잡아 채며 자신쪽으로 휙 끌어당기더랍니다. 그 순간 차가 옆으로 확 쏠리며 바라보고 있는 시야가 조금씩 옆으로 기울어지는 순간 운전병은 보았답니다. 자동차는 옆으로 기울며 모든 풍경이 회전하고 있는데 밖에 서 있는 그것의 모습은 주위의 풍경과는 완전히 분리되어 서 있는 그대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고... 몸이 완전히 뒤집어 짐을 느끼고 바닥이 머리위로 왔음을 느낄 때 마지막 본 그 모습은 절대 잊을 수 없다고 하더랍니다. "그 때 난리도 아니었지. 대대장 차가 배수로쪽으로 굴렀다고 수통문 애들이 보고 하고 나서 40분 정도 있다가 헬기도 날아왔었다." "헬기까지...." "그 때 그게 거기서 끝나서 다행이야. 배수로안으로 차가 쳐 박혀서 지뢰밭 안쪽으로 안 굴렀기에 망정이지." "운전병하고 대대장은 어떻게 됐습니까?" "타박상에 운전병 다리 부러진 정도?" "차가 많이 안 굴렀나 봅니다?" "그렇대도. 배수로 아니었음 지뢰밭 안쪽으로 데굴데굴 굴렀을 걸. 지뢰 안 밟았다 치더라도 바로 벼랑길이라 죽었을지도 몰라." 순간 배수로의 한 가지 기능이 추가되었다 생각했죠. "헬기가 OP 마당에 도착 하자마자 후송해서 병원으로 간 모양이더라고. 그 후에 행보관님이 병원가서 운전병한테 이거 저거 물은 모양이지." 사고가 난 그날 밤. 운전병은 의식이 어느정도 유지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것을 보고 기절한 건지 차가 전복되는 충격에 기절했던건지 잘 분간은 가지 않았지만, 어찌되었든 의식이 거의 있는 상태였다네요. 의식이 주위를 완전히 구별하게 되었을 때쯤에는 몸이 매우 불편해 시선을 뿌려보니 차 지붕이 바닥에 닿은 완전히 전복되어있는 상태였다고 합니다. 조수석쪽으로 기울어진 상태였다고 했는데, 아마 그 부분 지붕이 배수로에 닿은 모양이었겠네요. "대대장님!" 정신을 차리자 자연스례 먼저 들어온것이 조수석의 정신을 잃은 대대장이었다죠. 그 모습을 보자 반사적으로 몸을 움직이기 위해 다리에 힘을 준 순간 전신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을 느꼈답니다. 다리가 부러진 모양이었습니다. 힘이 조금만 들어가도 온몸을 강타하는 고통. 그 때문에 정신이 번뜩 하더랍니다. 바로 그 때. 뒤집어진 창문 밖으로 뭔가가 스윽 다가오더라는 겁니다. 배수로 쪽으로 기운 헤드라이트에서 나오는 빛이 바닥을 비추고 그 반사된 여분의 빛의 도로를 살짝 비추고 있었는데, 그 빛속에서 완전 하게 이질적인 허연 그것이 운전병과 똑바로 시선을 마주하며 다가오고 있었답니다. 그 모습을 보자 미칠것같이 몸이 바둥거려지는데 다리 고통 따윈 상관없이 어서 도망가야 겠다는 욕구만 넘쳐 흐르고 있었답니다. 거기까지 부소초장의 말을 들으며 잠깐 동안 생각을 해봤는데.. 비에 옷까지 젖어서 그런건지 순간 오한에 몸이 바르르 떨리더라고요. 그도 그럴게 뒤집어진 차안의 운전병과 시선을 마주하고 있다는 건 그것도 거꾸로 뒤집어져서 다가오고 있었다는 이야긴데, 생각해 보세요. 몸이 자유롭지 못하고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의 나에게, 그런것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이죠. 다리 고통따위라고 했지만, 몸부림치는 와중에 계속 전해지는 말로 표현 못할 고통. 정신은 더욱 맑아지기만 하고, 잠시후면 얼굴을 맞댈 정도의 거리로 다가온 그것에 운전병은 자기도 모르게 절규를 하게 되었답니다. "으악!!" 그 때 였다죠. "야! 여기다!" 하는 소리가 혼란을 깨고 어느 소리보다도 맑게 귓가를 때리더랍니다. 뒤집어진 시야 저 멀리 라이트가 거의 사라져가는 그 끝에서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는 전투화소리들. 어느새 눈앞에 그것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그 풍경을 마지막으로 운전병은 의식을 잃었다고 했습니다. "사단에서 조사나왔을 때 운전병 징역 갈뻔 한거 대대장이 겨우 막았나 보더라고. 군기교육대 갔다가 운전병 보직 박탈당하고 대대 오피에서 행정병으로 있다 제대했지." "대대장은 뭐라고 했더랍니까?" "그건 우리도 모르지...." "......." 아마 사실대로는 말하지 못했으리라 생각되어 지더군요. 누가 믿겠습니까? 귀신 보고 놀래서 차가 뒤집어 졌다고.... "운전병 말로는 대대장이 핸들 당긴건 잠깐 돌아본사이에 대대장이 그걸 보고 피할려고 당긴게 아니라..." "........" "아마 홀려서 그런것 아니겠냐고 행보관님 한테 되물었다고 그러더라." 뭔가 뒤끝이 개운하지 않은 이야기였죠. "행보관님도 짬밤이 이젠 원사 바라 보고 계시는데도 그런일은 정말 흔치 않은 일이라고 말씀하시더라고." 과연...어떻게 된 일일까... 그 운전병이 있으면 직접 한 번 들어보고 싶었더랬죠. [출처] 포상휴가 #5 | 공포게시물 _______________________ 와씨 얼마나 무서웠을까 아파 죽겠는데 움직이지도 못하는데 그게 내 눈앞에 얼굴을 들이밀었다니 구하러 온 사람들 아녔으면 진짜 어쩔 뻔 했냐 ㅠㅠ 원래는 이거 다음 편이 마지막 편이었던 것 같은데 무슨 일인진 모르겠지만 여기서 이야기를 끝맺으셨어. 혹시 언젠가 다음 편을 가져 오신다면 나도 바로 가져올게 남은 하루 잘 보내고 내일 또 보쟈 ㅎㅎ
퍼오는 귀신썰) 포상휴가 -3-
-3-라고 적으니까 뭔가 귀여운 얼굴 표정 같아서 자꾸 웃음이 나네 ㅎㅎㅎ -3- 귀엽... 오늘도 이야기 같이 볼까? 들어가자 이야기 속으로! __________________ "최이병 이새끼 정말 사람 환장하게 만들었지 말입니다. 눈 동그랗게 뜨고 안 보이냐고 하는데, 정말 한 대 패 버릴 수도 없고..제 눈엔 전혀 안 보이는데 말입니다..." ".........." "그냥 엉덩이 발로 차서 입초로 쳐박았지 말입니다. 그래도 계속 저기 온다고 하는데....진짜 총 당길 뻔 했습니다. 근무 끝날때 까지 겨우 참았지 말입니다." "근데 구라치는거 같진 않디? 왜 있잖아 이등병 새끼들 자주 쓰는 것중에 헛것이 보인다 뭐 어쩐다 해서 보직이나 의가사 전역 같은거 함 얻어볼까 하고 말야." "그건 분명히 아니었지 말입니다. 저놈이 근무땐 저래도 평소에는 잘 합니다." "연막 아냐?" "음....그래도 사람 느낌이란게 있잖습니까? 그건 아니다라 하는...." "그래?" "예." "그럼 고참들 한텐 이야기 해봤냐?" "아직은 안 했습니다. 하긴 안해도 다 알고 있는 일이지 말입니다." "김병장은 뭐래?" "김병장님이야 뭐......워낙 호탕한 사람이라...아 그러고 보니..." "뭔데?" "혹시 투입전 교육 할때 중대별 축구 대회 한거 기억하십니까?" "연대 다 모여서 한거?" "예 그거지 말입니다." "그게 왜?" "다른게 아니고...그때 저희 중대가 우승했지 말입니다." "그래서?" "3소대에 그 왜 연대장 한테 표창받은 애 있잖습니까?" "아..3골 넣었다고?" "예 그놈 말입니다." "걔가 왜?" "사회서 프로축구하다 들어온거는 아시지 말입니다?" "연대장이 그렇게 떠들어 댔는데...뭐..." "운동하다 온놈이라 그런지 부지런하고 작업도 잘하지 말입니다. 3소대 차기 분대장감이라고 분대장 집체교육 때 소대장이 건의해서 분대장 교육 보낼거라고 하는데 말입니다...." ".........." "그놈도 별수 없던 놈인지...아니면...진짠지..." "뭔데?" "2초 안에서 근무서다가...물위에 있는 귀신을 보았다나 뭐라나..." "........." 순간 섬뜩 했습니다. 걸터앉은 의자에 한족 다리를 끌어안고 앉아 있었는데, 문득 시선이 제 발목으로 가더군요. "야 2초 그렇게 말 많은데 왜 폐쇄 안하냐? 사람까지 죽어나간 초손데..." "저도 잘 모르겠지 말입니다. 경계지형상 요충지란 이야기가 있던데..옆에다 하나 더 만드는 건 의미가 없어 보이고.." "37은 철책 까지 땡겨서 폐쇄 시키더만...중대장 같은 간부들은 알고 있냐?" "알면 뭐합니까? 그래봐야 중대장 나부랭인데...하여튼 그 축구선수놈 뭘 본건지 지는 죽어도 2초 못 서겠다면서 상황병으로 빼달라고 소초장한테 건의하고 그랬던 모양이지 말입니다." "씨발....심각한데 이거...." "뭐가 말입니까?" "야 아까 나 근무 끝나고 내무실서 이야기 했던거 말야...진짠가보네...." 눈가가 시원해질 정도로 눈을 크게 하고 심상병을 올려다 보았더니, 이 녀석도 뭔가를 느낀건지 손사례를 치더군요. "박병장님까지 그러시면 어쩝니까..." "야 상황을 봐봐 내가 헛걸 본건가...." "그건 또 그렇지만 말입니다..." "내일 또 근문데 아 씨발..." 한기가 엄습해 오더군요. 휴가 한 번 갈려고 잘못된 거래를 했단 느낌이랄까... "야 여기애들은 그거 말고 또 없냐?" "뭐가 말입니까?" "귀신 본 애들 말야.." "아...많지 말입니다." "많아?" "시원하게 저도 한 번 봤으면 좋겠지 말입니다." "지랄마라...막상 보면 심장 멎을 껄. 솔직히 최이병이랑 근무설때 존내 쫄았을거 아냐?" "안 쫄았지 말입니다..." "크크. 놀고 있네." "박병장님은 어떨것 같습니까?" "뭘 어때. 썅 보이는대로 총 휘갈기는 거지." "사단 기무대에서 바로 박병장님 찾으로 오겠지 말입니다. 크크크." "오라 그래!" 객기는 부려보았지만 어찌 해 볼수 있는 대상이 아니란 걸 마음속 깊이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거라도 해야 한다고 마음먹고 있어야 겁이 덜 날테니 말이죠. 그리고 제글 아시는 읽으신 분은 아시겠지만, 처음으로 올렸던 실화에서 총 휘갈길려다 기절한거.... 이때 장난처럼 말했지만, 실제 말이 씨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던 겁니다. "방금 라면먹고온 짬장에서도 한가지 일화가 있지 말입니다." "짬장서?" "예. 전원투입 후라고 했지 말입니다." 이야기는 이랬습니다. 전원투입이라곤 해도 평소같으면, 상황병하고 취사병은 전원투입에서 제외되었습니다. 근데 그날은 사단에서 전원투입 검열 나온다고 비상이 걸렸던지라, 확실히 그날 온다는 보장도 없는데 사단 폭풍이 지나갈동안은 취사병도 무조건 전원투입에 합류했었어야 했답니다. "그거 알지...우리 짬병도 한 4일 나갔다. 입이 이만큼 튀어나오데..." "저희도 다 나갔지 말입니다. 근데 2소대 짬장(취사병들 중 최고참)이 요령핀다고 안나가고 짬장서 짱박혔던게 문제가 됐지 말입니다." 사단검열 나온다고 알려진지 4일째 되던날, 짬고참은 오늘도 안나오겠지 하는 생각에 전원투입 신고 후 바로 뒤로 빠져 취사장으로 짱박혔던 모양입니다. 신고 후라 특별한 인원체크도 없었고, 철수 할때쯤 몰래 빠져나와 합류하면 그만이었던 것이었죠. 그렇게 취사장으로 몸을 피해 들어갔을 때 였답니다. 익숙지 않은 생김새의 군복차림 남자 둘이서 밥을 하는 증기기계옆에서 서서 뭔가를 먹는 것 처럼 입가에 손을 대었다가 내렸다가를 반복하고 있더랍니다. '아 씨발...사단간분가...좆됐네.' 라는 생각과 뒤로 돌아서서 몰래 빠져나갈려하는데, '이미 봤을텐데 문소리도 들렸을테고....' 하는 체념이 들자 번뜩 생각이, '투입전 취사장 시건장치(잠금장치) 확인하러 들어왔다고 해야겠다.' 라고 마음을 먹고 다시 안쪽으로 돌아섰을 때 였답니다. '응?' 증기기계 옆에는 아무도 없더라는 것이었답니다. '잘못 본게 아닌데....' 하는 생각에 뒤이어 바로 등에서 소름이 쫙 타고 올라오더랍니다. '설마...' 당장에 튀어나갈 것 같은 기세로 문을 잡고 밀어제낄려는 순간 이성이 개입해 오더라고 했죠. '나가면 바로 좆되는건데...아 씨발...' 그야말로 진퇴양난 이었다죠. 누가 볼지 안볼지는 모르지만 전원투입된 시간에 혼자 총을 들고 왔다갔다 하는 모습은 탈영병의 그것이다 라는 생각이 순간 머리를 때리더랍니다. '쫄지말자...쫄지말자...' 속으로 어떻게든 위로 해 볼려고 했지만, 안그래도 뒤숭숭한 요즘 혹시 그것이 여기에 온 것인가 하는 생각에 정말 오들오들 이빨이 떨릴정도로 공포에 휩싸여 있었답니다. 안그래도 취사장은 어둡고 퀭 한데다가 헛것까지 본 상황에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저 한 구석에 쪼그려 앉아 총을 겨누고 정면만 응시하고 있었답니다. "그 고참 아주 죽을 맛이었다고, 다시는 짬장에 혼자 안남는다고 다짐을 했지 말입니다." "그게 다야?" "뭐 별건 아니지만 이게 답니다." "뭐야. 헛거 본거잖어. 쫄아가지고 그냥 상상의 나래를 핀 모양이구만." "저도 그렇게 생각했지 말입니다." "근데?" "같이 작업하면서 그 고참이 이야기 하니깐 짬장 애들도 혼자 있을 때 희끄무레한 뭔가 봤다고 해서 아주 난리가 났었지 말입니다. 짬장은 신나가지고 내가 본게 헛거 아니라고 아주 들떠가지곤....크크." "그러면서 근무 끝나곤 라면 잘도 쳐먹으로 가잖어." "그래서 말입니다. 절대 혼자 안가지 말입니다. 예전에 취사장 계란이며, 라면이고 맨날 없어진다고 울더니만...그 이후로 혼자 거기 가는 사람 아무도 없지 말입니다. 저도 혼자는 못 가겠습니다." "그렇겠지....." 누가 혼자 가겠냐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말입니다. 진짜 하일라이트는 이겁니다. 아까 시원하게 한 번 봤으면 좋겠다고 했지 말입니다. 시원하게는 아니더라도 저도 하나 봤습니다. 그땐 정말 제대로 쫄았습니다." "........." "이것 때문에 박병장님 한테 이야기 하자고 말씀 드린거지 말입니다." 별로 듣고 싶지 않았습니다. 겁이 많은건 아닌데...혼자 이젠 화장실 다갔다 생각하니 영 개운찮은 기분이랄까요... "저도 솔직히 이 사건 때문에...최이병한테 크게 뭐라 못하겠지 말입니다." "어떤건데...." "최이병 야간 근무 빼라고 건의 한게 저라고 말씀 드렸지 말입니다. 이새끼 그동안 구라나 친다고 한 번 날잡아 갈굴것만 생각했는데 말입니다...." 그 일이 있던 후 2주가 지나고 전반야 근무를 서게 되는 주가 되었을 때 였답니다. 전에 그 일도 있고 해서 근무지서 최이병에게 좀 소원하게 대했었는데, 그날은 왠지 측은하게 느껴져서 이거저거 말도 걸고 대화도 해가며 근무를 서고 있었을 때 였답니다. 밀조 이동을 마치고 23시 정도를 넘어설 때 상황실에서 인터폰이 오더랍니다. '삑' '부소초장님 나간다.' '예 알겠습니다.' 초소 안에서 상황병의 연락을 받고 가볍게 부사수 최이병에게 순찰자 이동을 알려주고 멍하니 바깥을 바라보고 있었을 때 였답니다. 인터폰 받고 한 5분 정도 지났다나요?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화랑!" 밖에서 부사수의 수화 외침이 들려와, '벌써 여까지 왔나?' 싶은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그냥 뭐 그려러니 하고 순찰일지나 내어 줄려고 손에 쥐고 있었다죠. 그런데, "손들엇! 움직이면 쏜다!! 화랑! 화랑!!" 부사수의 수화목소리가 굉장히 당황해 하고 있다는 걸 느낀 순간 반사적으로 몸이 밖으로 튀어 나가더랍니다. "야 뭔데!" 초소의 문틀을 잡고, 당기듯 몸을 밖으로 밀어내며, 고개를 돌린 순간 심상병은 심장이 멎을 듯한 광경을 목겼했다 했지요. 시커먼 물체가 아니 분명 사족 달린 짐승인지 사람인지 잘 구분이 안가 검은 물체가 부사수가 총을 겨누고 있는 정면을 바퀴벌레가 기듯이 하지만 엄청나게 빠른 속도록 가로질러 가고 있었다네요. 그것의 진행방향엔 철책이 막고 있었는데, 그 속도 그대로 철책을 뚫을 기세로 나아가는 듯 했으나, 곧 벌레가 벽을 기어오를려는 듯 몸통이 반정도 뒤로 꺾이더니, 철책을 기어 오르더랍니다.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르던지, 부사수도 당연 그랬겠지만, 심상병도 약 3초 정도 걸린 그 시간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었다고 하네요. 철책으로 다가오자 투광등 빛으로 그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었는데, 민무늬 전투복에 분명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지만, 투광등 역광에 얼굴은 도통 알아볼수가 없었다네요. 그러다가 순간 번뜩 정신이 돌아온 때가, 그것이 순식간에 철책의 꼭대기 까지 올라 넘어가기 바로 직전이었는데, 순간 멈칫하고는 고개를 돌려 심상병을 향해 시선을 던지더라고 했습니다. 순간 철렁 내려앉는 마음이 들면서 온몸에 털이란 털은 모두다 곤두서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네요. 그렇게 정신을 차릴 때쯤에 뭔가를 해야 하긴 해야 하는데, 도저히 발이 떨어지질 않아 그자리에 무너지듯이 주저앉게 되더라고 하더군요. 시선은 그것에서 도저히 돌리지 못해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는데, 좀전 보다 더 빠른 속도로 철책을 기어 내려와 전방 수풀 사이로 귀신같이 사라지더라고 했더랬죠. 그 와중에도 부사수는 손들어! 손들어! 녹음된 것 처럼 계속 외치고 있었다는데,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그 상황을 바로 인지해서 도저히 그럴 수 없으리라 하는 사건 후 생각을 말해주더군요. "저는 아직도 그게 짐승인지 사람인지를 모르겠지만, 뭔가 그로데스크 한 것이다라는 느낌이지 말입니다." "그로데스크라.....그런데 상황실에 알리긴 했냐?" "말도 안되지 말입니다." 바로 손사래를 치더군요. "그걸 어떻게 상황실에 말합니까? 월북인데...것도 사람이 아닌..." "야 그거 누가 알기라도 하면 너 좆되는거야. 그게 간첩이기라도 했으면.." "박병장님은 그게 사람이라고 믿으십니까?" 못 믿겠냐는 표정과, 상식이 있는 사람입니까? 하는 표정으로 묻더군요. "절대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최이병은 뭐래?" "그놈...의외로 입 꾹 다물고 있지 말입니다. 아마 아까 쭈뼛거린게 박병장님한테 뭔가 이야기 할려는 내용이 아마 이런거 아닐까 싶지 말입니다." "그런가.....?" "여튼 그날도 철수 하기 전까지는 아주 뒤지는 줄 알았지 말입니다. 한동안...아니지...지금도 철책 넘어 보고 있노라면 자꾸 그놈이 튀어나올 것 같아서...마지막에 분명 노려본것이 확실한 느낌이지 말입니다." 그러면서 내가 뭔잘못을 했나 혼자 중얼거리며,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더군요. 그 모습을 보니 당장 내일 근무가 무척 두렵게 느껴지더라고요. '이놈처럼 기절 안하고 안 쫄수 있을려나....' 하는 생각이 들자 문득 최이병도 같이 떠오르더군요. 아 꼬이네....하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날 새벽 전원투입 시간. 평소보다 어수선한 소리가 머리위에서 끓이질 않고 있었죠. 상황을 보아하니 비가 내리고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창고에 모셔둔 공병우의(비올 때 입는 상하 분리형 우의)를 찾느라 그런 모양이었습니다. 소란스러움의 원인은 짭밥이 안되는 소대원의 것으로 당연히 질좋고 입기 편한 공병우의는 고참들이 이미 선점을 해서 그나마 입을 만한 것들을 찾아 헤메는 모양이었는데, 제 부사수인 최이병은 벌써 판초우의(두꺼운 비닐재질로 된 커다란 보자기 라고 생각하면 편함)을 모양나게 접어입고 근무 투입 대기를 하고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아 이거 나도 판초우의 뒤집어 쓰고 나가야 할 판인걸...' 제가 원래 있는 근무지에는 저만의 전용 A급 우의가 있지만, 여기서 그런걸 바랄 수는 없었죠. 판초우의를 뒤집어 쓸 때와 벗을 때 목에 감기는 그 축축함을 생각하니 괜히 한숨이 나오더라고요. "박병장님 여기있습니다." "응?" 최이병이 건넨건 잘 개어 접어진 공병우의 였더랬죠. 딱 봐도 A급 이다라고 알 수 있는.... "어서났냐?" "비가 올것 같아 어제 근무 마치고 박병장님 것 챙겨 두었습니다." "그래?"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며, 밤에 말한 심상병의 말이 떠오르더군요. 평소에는 군생활 잘 한다는 그 말의 증거를 보는 듯 한 느낌이었네요. "밖에 많이 오냐?" "예 장마비 같이 내리고 있습니다." 그말을 들으니 장마가 슬슬 시작되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작업 없을라나....." "아마 안하겠지 말입니다." 하지만 이등병의 그말을 그대로 들을 수는 없었죠. 여지껏 수많은 변수와 역경에도 작업은 계속 되었다 라는 저의 경험을 덮어두기에는 그의 말은 많이 가벼웠었죠. "어쨌든 나가보자고. 먼저 나가서 기다리고 있어." "예 총은 옆에 두겠습니다." 그동안 들고 있던 제 소총을 매트리스가 개어진 옆자리에 두고 소란스러운 가운데로 사라지더군요. 가만히 보니 노란 장판의 침상에는 제 매트리스만 깔려 있었드랬죠. "여..박병장 빨리 일어나시지." "앗 충성! 얼릉 나가겠습니다." 소초장이 씨익 웃어 보이며 지나 갔었드랬죠. 솔직히 전원투입이나 근무는 안나가도 되는데 그놈의 땜빵때문에... 대충 닝기적 거리며 군복을 챙겨입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몹쓸 비가 엄청나게 내리고 있었습니다. 희안하게 비가 안오는 해가 쨍쨍한 날이라도 공병우의와 판초우의는 살에 닿는 그 느낌이 언제나 축축한건 저만 그랬던 걸까요? 마치 예비군시절 군복만 입으면 괜히 춥고 배고파지는 그런 현상과 맥락이 같은 것이 아니었을가 싶네요. "박병장까지 다 나왔습니다." 제가 마지막 인원이었는지,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리고 저는 제 부사수의 위치를 찾아 후딱 앞으로 나가 섰더랬죠. "앞에 총." "앞에 총!" (제대한지 10년 정도가 되네요. 저는 이미 민방위로 빠졌지요. 저 근무신고 순서가 맞는지 가물가물 합니다) "좌상탄 봉인지 이상 무." "좌상탄 봉인지 이상 무!" "수류탄 봉인지 이상 무." "수류탄 봉인지 이상 무!" 소초장이 선창하고, 그 뒤를 따르는 소초원들의 근무점검 상태 목소리가 평소보다 크게 메아리치는 듯 했습니다. '인원이 많으니...그나저나 위는 잘 돌아가나..." 물론 제가 없어도 잘 돌아가겠지만, 괜히 고향땅이 생각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근무신고를 마치고 전원투입이 되어 초소로 투입해 해뜨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죠. 당연히 해뜨는게 보일리가 없었죠. 오직 철수 시간만 기다리며 서 있었습니다. "야 안으로 들어와 있어." "괜찮습니다." 입초 룰은 사수의 시간인지라 저는 안에 있었고 최이병이 밖에 있는 상황이었네요. 비가 많이 와도 밖에서 서있는 모양이 안되보여 안으로 들일라고 해도 말을 잘 듣지 않더군요. "야 그렇게 신나게 비맞다가 니가 어떻게 되도 상관 없는데 총 다 녹슬면 어칼라고 그러냐?" "........" 괜히 억지를 부려보았죠. 그때서야 들어오는가 싶더니, 초소 쪽으로 다가와선 반은 밖으로 반은 안으로 몸을 들여놓고 누가 있지도 않은 주위를 경계하느라 오바질을 해대더군요. "박병장님." "왜?" "어제 심상병이 이야기 했지 말입니다?" "뭘?" "근무서다 본 것 말입니다." 번뜩 생각이 들자 저도 모르게 돌아서서 철책을 바라보게 되었드랬죠. "그게 왜?"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받아쳤습니다. "정말 본게 맞나 싶어서 말입니다." "뭐가?" "정말 그런게 있는 겁니까?" "........." "아무리 생각해도 상식선에선 도저히 이해가 안가서 말입니다. 그런데..." "이해가 안 가면 안 하면 되지 왜 이해를 할려고 애쓰냐." "그렇겠지 말입니다..." 뭔가 이을 말이 있는 모양이었는데 저는 가볍게 무시하고 제 질문을 먼저 던졌죠. "너 올해 몇살이냐?" "스물 넷 입니다." "나랑 동갑이네. 너도 어지간히 군생활 늦게 하는구나." "어쩌다가 그렇게 됐지 말입니다." "학교다니다 왔냐?" "예 그렇습니다." "졸업반 이었겠는데?" "재수하다가 늦게 들어가서 그렇지 그정도는 아닙니다." "학교가 어딘데?" "서울 사범대 다니다 왔습니다." "사범대면 선생님 되는 거?" "예. 그렇습니다." "이야 엄청 똑똑한가 보네? 어쩌다 이런 오지에 와서 군생활 하냐?" "........" "서울 사범대면 어디있는 거야?" 저는 그때까지 서울 사범대는 그저 학교 선생님 되는 곳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알고보니 서울대학교 사범대 였더군요. "서울대학교에 있습니다." "서울대?" "예. 그렇습니다." 듣자마자 벙 쩔었드랬죠. 주둔지 있을 때 행정실 고참이 서울대 출신이다는 것을 알고나서 부터 인간이 달라보였을 정도로 괜히 함부러 못 대하겠더라고요. "말씀 드렸듯이 재수 해서 들어간 학굡니다. 그리 자랑꺼리는 안되지 말입니다." "야 그래도 거기 갈려고 해도 못 가는 인간들이 많은데 자부심 가져도 돼. 앞으로 잘하면 선생님도 따놓은 거 아냐?" "그건 그렇지 말입니다." "근데 과는 뭐야?" "수학입니다." "여여. 수학이라고? 나도 대학간다고 수능 쳐봤는데...수학 42점 나오더라 하하하." 실없는 말이었죠.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을 정도네요. 공고를 나와 변변한 전기계산 공식도 하나 모르고 있는 제가 보기에 수학의 벽은 엄청난 것이었죠. 여튼 앞으로 수학선생님 될 사람한테 함부러 하면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드랬죠. "그러고 보니 어제 너 할말 있어 보이던데?" "아 어제 말입니까?" "그래 어제." 취사장에서 라면 다 먹고 난 후의 일이 저보다도 먼저 기억이 안나는 모양이더군요. "저희 친척중에 아버지 누나께서 무당을 하십니다." "무당?" "예 고모가 되지 말입니다." "그런데....?" 순간 한 겨울 아침 찬 공기가 몸을 감싸고 지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반문해놓고 보니, 모든 의구심이 한 방에 풀리는 듯 했더랬죠. "아버지 대에 신내림을 받아야 할 사람이 누나밖에 없었다고 하셨습니다. 어렸을 때 고모댁에 놀러가보면 보통 집에서는 구경 하기 힘든 것들 때문에 정말 가기가 싫었었지 말입니다." "........." "그러다가 중학교 졸업하고 고등학교 들어가면서 대충 우리 집안이 어떤 집안인지 알게 되었고 말입니다. 그때 까지도 고모댁엔 잘 안 갔습니다. 갈때 마다 이상한 분위기하며 물건 하여튼 정말 가기 싫었던 곳 중에 하나였습니다." 어렸을 때 보았던 부적이나, 무당집 대문을 연상하니 그 마음이 이해가 갔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고3 여름 방학 때 시험 준비하느라 정신 없었을 때였는데 말입니다. 고모가 저희 집에 왔었지 말입니다. 솔직히 그때 당시에는 고모가 집에오고 그러면 일부러 도서실 간다거나 해서 피해서 다녔었는데, 그 당시 그런거에 신경 쓸 만큼 여력이 없었지 말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그냥 없는 듯 생각하고, 제 방에서 책만 봤지 말입니다. 그러다가 화장실은 가야겠고, 어쩔 수 없이 거실로 나가는 데 말입니다 고모가 절 뻔히 쳐다보고 있지 말입니다. 그래서 뻘줌하게 그냥 인사만 하고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거실서 어머니랑 말하는 걸 들었지 말입니다." "뭐라고 하셨는데?" "어머니께 세고개가 보인다고 말입니다." "세고개? 혹시 숫자 삼?" "예. 셋 말입니다." "그게 왜?" "저도 그 땐 그게 죽어도 무슨 말인지 몰랐지 말입니다." "혹시...?" "아시겠습니까?" "혹시 삼수 했냐?" "예 정확히 맞추셨습니다." 지금 이렇게 써놓고 보면 누구나 다 예상 했을거라 생각하겠지만, 뭔가 그 당시 분위기는 굉장히 절묘했다 라고 말씀드릴 수 있네요. "그 말대로 삼수 하고 사수 만에 붙었는데, 그 붙은 것도 고모 아니었으면 불가능 했을 겁니다." "뭔일인데?" "고등때 내신 1등급이었고, 왠지 계산식 같은 걸 좋아해서 이공계열 학과에 계속 도전을 했었습니다. 그렇게 삼수를 했지 말입니다. 그러다가 정말 나는 안되는 건가 싶어서 다 때려치우고, 술먹고 놀러다니면서 영장 나오면 연기하지 말고 바로 군대나 가야겠다 라고 생각했지 말입니다. 그런데... 그런사정을 아버지께서 고모한테 이야기 했는지, 어느날 집에 들어가보니 기다렸단 듯이 저를 불러 세우시더니 하시는 말씀이..." "........" "너는 가르치는게 업이야. 라고 하시더란 말입니다." "그래서 사범대학으로 들어간거냐?" "예 그렇습니다. 그때까진 전 제가 좋아하는 이공계열만 생각했지 누굴 가르친다거나 하는 생각은 전혀 안 했었지 말입니다. 그러다가 이왕 이렇게 된거 될대로 되란 식으로 맘잡고 공부해서 그냥 한 번 찔러본게 덜컥 합격이 되어 버린 거지 말입니다. 남들은 죽을 고생 해서 왔다고 하던데...저는 그냥 믿음 이랄까 그것 하나만 가지고 대충 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당시 합격전화 받고 기쁘다기 보다는 온몸에 소름이 주욱 돋던게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원서넣었던 다른곳은 전부 불합격 이어서지 말입니다." 거기까지 이야길 들으니 소름이 돋는 한편 속으로 참 대단한 놈이라고 느껴지더라고요. 아무리 대충 했어도 그게 운으로는 설명이 안되는게 그만큼 실력이 있었기에 가능 했던 거다라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왠지 그 후의 들어야 할 이야기가 있다라고 판단되어 속으로만 생각하고 말았었죠. "합격통지서 받자마자 젤 먼저 고모께 전화해서 감사하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고모께서 하시는 말씀이 '넌 이 집안의 맥을 쥐고 있는 조상의 기운이 있어서 조상께서 항상 보고 계신다. 대리인인 내 말만 들으면 잘 풀릴거다' 라고 하셨지 말입니다." 세상에 이런 티비에서 보던일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왠지 이해가 간다...니가 본것도 그렇고 말이지..." "그래서 말씀 드리고 싶은게...." 잠시 뜸을 들이는 듯 하다가 이내 말을 잇더군요. "고모께서 한 말씀 중에 잘 잊혀지지 않는게 있는데, 그것때문에 희한한 경험 자주 하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기억나는 그때 분위기는 선임과 후임의 갭이 느껴지는 그런 상황이 아니라 오래된 친구의 어젯밤 꿈을 듣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우리집안 중 누군가 신을 모셔야 하는데, 그게 내가 된거는 아버지 한테 들어서 잘 알고 있느냐고 물으셨습니다. 그래서 알고 있다고 대답을 해 드렸더니 하시는 말씀이...꼭 신을 모시지 않아도 우리집 대대로 신통력은 피를 나눈 모두에게 있다라고 말입니다." "........." "앞으로 살아가면서 별의 별 희안한 일을 겪게 될 것이라고. 때로는 주위 사람까지 말려드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라고 말입니다. 제가 있는 주위에 있는 사람도 아마 같은 볼 때가 있으니, 그 사람이 멀어지기 전에 잘 설명해 주라고 신신당부 하셨지 말입니다." 거기까지 듣고나니...그녀석이 던지는 눈빛이, '당신도 이미 알고 있을거야.' 라는 눈빛이었습니다. 한동안 말없이 비오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오만가지 잡생각이 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특히 밤에 봤던 그 안개속 발목이라던가 하는.... "그래서..." 문득, 돌아보게 되더군요. "그래서...내가 본 것도 다 네 영향 아니겠느냐 하는 거지?" "솔직히 그렇습니다." "........." "그러니 만약에 또 보시게 된다면, 제게도 알려주시면 고모께 들은 걸로 어떻게든 해결해 보겠습니다." "들은거?" "고모께서 망자는 망자일뿐 산사람에게 직접적으로 해를 끼칠 수 있을 때는 그 사람이 심적으로 약해진 상태여야만 가능하다고 말입니다." "쫄고 있으면 걸린다 그말이지?" "비슷합니다." 그러나 쫄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사진으로 어느정도 감을 전달해 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밤이 되면 시야는 오직 저 투광등이 비추어지는 곳까지만 제한이 됩니다. 저게 번개라도 맞고 정전이 되면(딱 한 번 있었습니다)그냥 눈을 감아버린 상태가 되어버리죠. 빛이 닿는 저 멀리 희미한 풍경속에 오만가지 잡생각은 귀신의 형태를 그려내기에도 충분합니다. 제가 본 발목도 그럴 수가 있지요. 쫄고 있으면 충분히 무엇도 그려집니다. 그러나.... 내가 그리지 않아도 정말 보일때가 있죠. 그게 바로 그 날 오후에 비닐 작업 나갔을 때 였습니다. 낮사진 옆에 보면 돌들이 지저분하게 막 널려있죠? 비에 씻겨내려간 흙때문에 돌들이 드러나 보이는 것이죠. 저게 계속 되면 밑에 토사량이 엄청나 집니다. 저기에다가 바로 비닐을 덮어씌워 장마철을 피해가는 것이지요. 제가 근무했던 곳은 아닌데 상당히 비슷한 사진 찾느라 고생 좀 했습니다. 야간 사진은 '저렇게 밝은데 뭐가 무서워' 이러실수도 있는데, 아무도 없는 가로등이 켜진 끝없는 인도를 혼자 걸어본 기억을 되새겨 보세요. 거기에 지형은 산악지형에 사람은 내 짝궁 외에는 단 한사람도 없다고 생각해 보시면 이해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아 이건 여담인데요... 공포영화를 보게 되면.... 그 공포의 원흉이 서서히 드러나게 되죠? 끝내는 주인공의 시야에 들어오게 되고요. 이 시점에서 공포영화의 재미는 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합니다. 귀신이라던가 유령 광기에 사로잡힌 무엇...뭐 어쨌든 주인공을 괴롭히는 뭔가가 등장하는 순간부터 재미는 나락으로 떨어져 버리죠. 아마 저와 같은 관점으로 공포 즐기시는 분이 꽤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이유로... 착신아리 1편이나 특히 링 소설을 보게 되면, 원흉이 드러나지 않는 공포에 정말 강하게 매료되었었죠. 스즈키 코지라는 작가의 그 상상력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읽는이로 하여금 초절정의 공포를 맛보게 해 준답니다. 이번에 구입한 물을 소재로 한 단편 소설 모음집< 어두컴컴한 물밑에서>는 뭐랄까...실망이 좀 컸네요. 링 소설 아직 못 읽어본 분 이번 여름에 중고서적으로 구입해 읽어보세요. 공포소설이 무엇인지 뼈저리게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출처] 포상휴가 #3, #4 | 공포게시물 ________________________ 3편이 짧아서 4편이랑 붙여서 가져왔어 원래 본문에 사진이 있어야 하는데, 너무 옛날 글이라 사진이 다 사라져서 찾을 수가 없네 ㅜㅜ 그나저나 그런거였구나 눈이 열린 사람이 근처에 있으니 같이 휘말리는거... 여태 우리 같이 봐 온 귀신썰들도 그런 사례들이 많았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네 다음 글도 내일 가져오도록 할게 오늘도 같이 봐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