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라서 더 비난 받은
야후의 여성 CEO
마리사 메이어

요즘 여성들은 전투적이어야 한다는 말을 곳곳에서 듣는다.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임하라, 원하는 것을 요청하라, 자신의 가치를 인식하라, 중요한 역할을 맡아라, 강하게 밀어붙여라, 자신감 결여를 극복하라······. 이런 조언들은 중요한 일을 결정하는 직위를 차지하도록 여성에게 용기를 불어넣고, 원한다면 권력을 손에 넣을 것이라고 약속한다. 열심히 일하고 기대 수준을 높이면 최고의 성공에 도달할 수 있다고, 다시 말해 중요한 결정을 더 많이 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여성이 중요한 결정을 할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일러준 사람은 지금껏 아무도 없었다. 위험부담이 크고 어려운 결정을 내릴 때 여성이 겪어야 하는 일은 남성이 겪는 일과 어떻게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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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자신이 결정하는 방식은 물론, 의사 결정의 현실적 상황을 자신의 행동 방침에 어떻게 반영할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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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결정보다 여성의 결정을 톺아본다(샅샅이 더듬어 뒤지면서 찾아보다.)는 사실을 우리는 인식하지 못한다. 성별을 제외한 모든 요인이 같은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인식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이따금 아주 유사한 상황이 발생하여 편견이 뚜렷이 드러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 2013년 2월 마리사 메이어Marissa Mayer는 야후의 재택근무 정책을 변경한 일로 언론에 대서특필되었다. 야후가 전일제 재택근무 정책을 폐지한다고 발표하자, 언론은 메이어를 격렬히 비난했다. 전문가들은 여성이 피해를 볼 것이라며 야후의 정책 변경을 비판했고, 우리는 대부분 논란을 일으킨 메이어의 결정을 의아해했다.

하지만 일주일쯤 지나고 베스트바이〔전자 제품과 휴대폰, 컴퓨터 관련 제품 등을 판매하는 미국의 대형 유통 업체〕 CEO 유베르 졸리Hubert Joly가 동일한 결정을 내렸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소식을 들었을까? 졸리가 베스트바이의 너그러운 재택근무 정책을 중단했을 때 경제부 기자들은 의무적으로 이 기사를 실었지만, 그는 메이어만큼 대중의 격렬한 항의를 받지 않았다.
(한국 언론도 유베르 졸리에 대해선 마이어만큼 많이 그리고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다.)
졸리의 결정은 2013년에 잠시 헤드라인에 오른 반면, 메이어의 결정은 2015년까지 기자들이 화제로 삼으며 그녀가 옳은 선택을 했는지 분석하고 있다. 같은 결정을 했는데 남성 CEO는 몇 달 동안 관심을 받다 말았지만, 여성 CEO는 여러 해 동안 전면적인 조사와 비난을 받아야 했다.

우리는 이런 반응을 합리화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야후의 결정은 소프트웨어 회사라는 속성상 더 많은 직원에게 영향을 미칠 테고, 프로그래머래머는 밤이든 낮이든 집에서 파자마 차림으로 일할 수 있는 반면, 오프라인 매장이 있는 베스트바이는 직원들이 옷을 갖춰 입고 제시간에 출근해야 하므로 재택근무 인력이 얼마 되지 않을 거라고 추론한다.
신문 기사에 따르면 메이어의 결정은 직원 200명에게 영향을 끼쳤지만, 졸리의 결정은 자주 집에서 일하던 직원 4,000명의 생활을 바꿔놓았다. 다시 말해 베스트바이의 결정에 영향을 받은 직원이 야후보다 20배나 많았다. 결정에 영향을 받은 직원 수가 메이어에 대한 격렬한 항의와 졸리에 대한 정중한 예의를 설명할 수 없다면, 무엇으로 이를 설명할 수 있을까?
메이어는 야후에서 경영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나, 졸리는 오래전부터 베스트바이의 책임자였을까? 아니다. 두 사람 모두 약 6개월 전에 CEO가 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 더욱 당혹스럽다. 우리가 메이어의 결정에는 계속 분노하면서도 졸리의 선택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의는 아니지만)
우리는 여성의 결정은 함부로 의심하면서 남성의 결정은 쉽게 받아들이는 행동을 무심코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여성과 남성이 다르게 행동하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다르게 바라본다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실제로 아주 중요한 결과를 낳는다. 기업이 남성을 승진시키는 데 열성적이면서 여성을 승진시키기를 꺼린다는 흔히 거론되는 말을 생각해보자. 왜 그럴까?
(고의는 아니지만)
우리는 남성이 어려운 선택을 할 수 있으리라고 믿고,
(고의는 아니지만)
우리는 여성이 과연 잘 선택했는지 의심한다. 남성의 결정에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같은 결정을 한 여성에게 눈썹을 치켜들며 의아해한다는 것을 믿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의지를 가지고)
우리는 자신을 선하고 공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차별하는 걸 아주 좋아합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다. 현실에서 우리가 남성과 여성의 결정에 반응하는 방식은 다르고, 이에 대한 이해와 질문이 필요하다.
남성과 여성의 결정이 실제로 차이가 있는가? 우리가 그 차이를 과장한 적은 없는가? 대중문화는, 그 차이를 조성해왔는가? 여성과 남성이 동일한 선택에 다르게 접근하는 경우, 여성이 결정에 도달하는 방식은 장애라기보다 자산이 아닐까?
남성과 여성의 결정이 받아들여지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을 때 대처하는 방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선 자기 내면에 있는 의사 결정에 관한 편견을 깨우쳐야 한다. 혼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사람은 없으므로 남성과 여성 모두 상황을 면밀히 보고 전략을 짜야 한다.
(여성들은 전투적이어야 한다는 말처럼) 더 많은 여성이 의미 있는 결정을 하는 자리에 함께하기를 바란다면(공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가 여성의 결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구조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때 여성의 삶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상을 위한 결정도 어느정도 향상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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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내용은 아래 도서를 참고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