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recha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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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마드리드를 3대1로 격파한 토트넘
11월 2일 오전 4시 45분(한국시간) 토트넘은 홈구장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18 UEFA 챔피언스리그 H조 4차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레알 마드리드를 3대1로 완파했다. 이날 완승을 거둔 토트넘은 3승 1무 0패 승점 10점의 고지를 달성하며 단독 조 1위로 올라섬과 동시에 조기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레알 마드리드의 이번 패배는 여러모로 흥미로운 기록을 남겼다. 레알 마드리드는 2012/13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경기 상대였던 도르트문트에 1대2로 패배한 이후 무려 1835일 동안 이어오던 무패 행진을 마감했다. (토트넘전 패배 이전까지 22승 8무) 또한, 2008년 유벤투스전 0대2 패배 이후 조별리그에서 처음으로 2골 차 패배를 당했으며 프리미어리그 클럽을 상대로 강한 모습을 보였던 기록도 깨졌다. 2009년 리버풀전 0대4 패배를 당한 이후 프리미어리그 클럽 상대 8승 4무를 달리고 있었고, 토트넘과의 역대 전적에서는 3승 2무로 우위를 지키고 있었다.
두 팀 모두 분위기 반전이 필요하던 시기였다. 토트넘은 EFL컵 웨스트 햄전(2대3패), 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0대1패)에서 2연패를 기록하고 있었고, 레알 마드리드는 지로나전에서 졸전 끝에 1대2 패배를 당하며 페레즈 회장으로 하여금 분노를 금치 못하게 할 만큼 팀 내부적으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
챔피언스리그 4차전 빅매치로 꼽혔던 이날 경기의 승자는 토트넘이었다. 아무리 ‘디펜딩 챔피언’의 레알 마드리드라고 하지만 준비가 잘 된 토트넘을 상대로는 어쩔 수 없었다. ‘디펜딩 챔피언’은 다시 말해서 분석을 가장 많이 당하는 팀이라고 하지 않았나. 포체티노는 최근 부진하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의 약점을 잘 파고들었고, 토트넘의 ‘조기 16강 진출’을 이끌어냈다.
포체티노의 지휘 아래 빠른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토트넘, 그들이 레알 마드리드를 격파할 수 있었던 무기는 무엇이었을까?
# 토트넘의 무기 - ① 엄청난 활동량
이날 토트넘 선수들의 축구화 바닥에 페인트를 묻혀 놨다면 아마 웸블리 스타디움 그라운드 전체가 메워졌을 것이다. 전반전만 살펴보더라도 토트넘은 레알 마드리드보다 7km를 더 뛰었다. 경기에서의 7km는 매우 큰 변화를 가져오는데, 선수들 모두가 한번 씩 더 뜀으로써 상대방이 공격할 수 있는 루트를 제한시킬 수 있다. 즉, 활동량을 통한 전방 압박이 상대의 시야를 좁히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체 경기 – 토트넘 121km, 레알 마드리드 109km)
토트넘식 ‘변형 3백’을 완성시킨 포체티노 감독은 선수들에게 전방, 중원, 후방을 구분하지 않고 압박을 확실하게 할 것을 요구한다. 이날 3-5-2 포메이션에서 최전방으로 투입되었던 델레 알리와 2선 공격진의 크리스티안 에릭센은 전방과 중원을 가리지 않고 부지런히 오가면서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을 차단했다. 이처럼 전방에서부터 압박은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로 하여금 패스미스를 연발하게 했고, 토트넘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인터셉트를 통해 곧바로 역습으로 이어나갈 수 있었다. (토트넘의 인터셉트는 16회로 레알 마드리드보다 6회 많았다.)
알리, 에릭센, 윙크스의 히트맵. 전방에서 후방을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뛰어다녔다. (출처 : 후스코어드 닷컴)
# 토트넘의 무기 - ② 포체티노의 선택은 트리피어였다.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멀티골을 터뜨리며 경기 MVP로 선정된 알리 외에도 크게 칭찬받아야 할 선수가 있다. 바로 키어런 트리피어다. 트리피어는 이날 자신감이 넘치는 돌파,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리며 알리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했고, 레알 마드리드의 측면을 말 그대로 ‘흔들었다.’
레알 마드리드전은 트리피어의 'Showtime'이었다.
사실 트리피어는 시즌 초반, 번리전 동점골의 빌미를 제공하는 등 수비력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트리피어 대신 뛰어난 피지컬과 정교한 크로스, 뛰어난 돌파 능력을 가진 오리에가 출전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포체티노의 선택은 트리피어였고, 이는 곧 ‘신의 한 수’가 되었다.
이날 트리피어는 단점으로 지적되었던 수비력 면에서 결점을 볼 수 없었을 정도로 완벽한 경기를 선보였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상대로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오버래핑을 통한 트리피어의 과감한 돌파는 마르셀루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레알 마드리드는 엄청난 활약을 보여준 트리피어로 인해 다이아몬드형 4-4-2 포메이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 지단의 다이아몬드형 4-4-2 포메이션은 투톱 바로 밑의 이스코를 필두로 한 포메이션으로 중원 미드필더들 간의 간격을 최대한 좁힘으로써 패스 플레이를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전술이다. 하지만 전문적으로 윙어의 역할을 맡는 선수가 없어 좌, 우측면이 순식간에 무너질 수도 있는 장, 단점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전술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다이아몬드형 4-4-2 포메이션이 제대로 가동되기 위해서는 좌, 우측 풀백이 윙어 역할까지 맡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날 카르바할 대신 출전한 하키미는 경험이 많이 부족했고, 마르셀루는 최근 퍼포먼스가 그리 좋지 않은 상태였다. 레알 마드리드의 이러한 약점을 알고 있는 포체티노 감독은 트리피어로 하여금 레알 마드리드의 풀백이 전진하지 못하게끔 지속적인 측면 공격을 주문했고 트리피어는 이를 완벽하게 수행해냄으로써, 전방의 벤제마와 호날두가 고립되도록 하였다. (트리피어는 마르셀루가 버티는 측면을 계속 돌파하면서 전진할 틈을 주지 않았다.)
포메이션으로 살펴보자. 레알 마드리드의 중원은 토트넘의 선수들에게 둘러쌓인 상태다. 그리고 윙어 역할까지 해야하는 좌우 풀백은 토트넘의 트리피어와 데이비스에게 묶여 전진하지 못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다이아몬드형 4-4-2전술의 장점인 중원에서의 패스 플레이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게 되고 전방의 벤제마와 호날두는 고립된다.
# 토트넘의 무기 - ③ 공격 삼각편대 그리고 역습
토트넘의 알리-에릭센-케인 공격 삼각편대의 위력은 말이 필요 없다. 이번 시즌 그들은 매우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는 지금까지 리그에만 국한되는 말이었다. 알리가 지난 시즌 받은 징계로 인해 앞서 치러진 3경기에 출전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동안 챔피언스리그에서 삼각편대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알리의 징계가 풀리고, 부상으로 잠시 그라운드를 떠나있던 케인까지 복귀하면서 올 시즌 처음으로 공격 삼각편대가 챔피언스리그 경기에 출전하게 되었다.
토트넘의 에릭센-케인-알리 삼각편대. 그들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 레알 마드리드’라는 명성은 그들에게 전혀 위협이 되지 못했다. 케인은 밀리지 않는 피지컬을 바탕으로 레알 마드리드 수비진을 무너뜨리며 유효슈팅을 계속 기록했고, 엄청난 활동량을 보여준 알리와 에릭센은 최전방부터 중원 미드필더 지역과 측면, 그리고 상황에 따라 수비 지역까지 오가며 토트넘의 역습을 주도했다. 포체티노의 축구철학에 따라 이들은 공격뿐만 아니라 전방 압박, 수비까지 모두 관여하며 공수전환의 연결고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은 그라운드를 폭 넓게 사용하는 이들을 상대로 창의적인 공격을 제대로 시도하지 못했고, 이들에 의해 주도되는 토트넘 특유의 빠른 역습 전개에 지속적으로 휘말렸다. 알리-에릭센-케인 공격 삼각편대는 이제 토트넘이 내세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이들을 통한 역습은 이제 토트넘의 승리 방정식으로 자리 잡았다고 할 수 있다.
토트넘이 보여준 역습
# 챔피언스리그의 토트넘, 그들의 질주는 어디까지?
이제 그들은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레알 마드리드를 격파한 것을 넘어 토트넘의 챔피언스리그 역사상 최고 성적을 노리고 있다. (챔피언스리그 전신인 유러피언컵 4강이 최고 성적, 챔피언스리그로 개편된 이후에는 8강이 최고 성적)
지난 시즌에 유로파리그로 떨어지며 아쉬움을 삼켰던 토트넘이지만 이번 시즌은 다르다는 것을 그들이 직접 보여주고 있다. 수년 간 함께하며 만들어진 끈끈한 조직력과 이길 수 있다는 ‘승리 DNA’는 이제 어느 누구도 쉽게 막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토트넘은 젊은 팀이다. 포체티노 감독의 지휘 아래 선수들은 빠른 속도로 성장해가고 있고, 내재된 잠재력을 극대화시키고 있는 중이다. 그들에게 이번 챔피언스리그는 단지 기록을 깨기 위한 대회가 아니라 상대에게 자신들이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보여주는 대회가 될 것이다. 포체티노의 토트넘, 그들의 질주는 어디까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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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과 사진들이 참 많네요. 소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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