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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시편生涯詩篇 11
눈을 떠보니 밤이었다. 아니, 밤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밤이라고 해도 너무 어두운 것이었다. 고개를 두리번거리다가 눈을 깜빡여 보았지만 어떤 실루엣도 눈에 띄지 않는다. 시간이 흘러도 전혀 암순응되지 않는 어둠이다. 어떤 빛도 새어들지 않은 완벽한 어둠. 눈앞에 손을 들어 보였으나 주변의 어둠과 분간이 되지 않는. 눈을 감은 것과 뜬 것의 차이가 전혀 없는. 아니, 오히려 눈 감았을 때 차라리 뭐라도 보이는 것 같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은. 어둠이 내 전신을 결박해오자 입을 벌려 소리를 내보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군. 그야말로 완벽한 어둠이군. 고작 어둠을 장식하는 소리가 되고 만다. 다른 소리가 필요했다. 어둠에 균열을 낼 만한 그런 소리가. 몸을 빠르게 뒤척여 소리를 낸다. 소리가 잠시 허공에 생채기를 내고 지나갔지만 이내 어둠의 두터운 살집 속에 파묻히고 만다. 나는 다시 손을 들어 코에 가져다 대고 냄새를 맡기 시작한다. 아주 미세한 비누 향이 난다. 혀를 내밀어 손에 가져다 댄다. 아무 맛도 나지 않는다. 혀에 손이, 손에 혀가, 닿았다는 감각만 짧게 지나간다. 문득 생각한다. 설마 내가 맹인이 되고 만 것인가. 아니라면 누가 나를 빛 하나 들지 않는 방에 가둔 것인가. 문을 찾기 위해 우선 한 방향을 향해 기어가다시피 한다. 벽을 찾는다. 사방에 아무것도 닿는 것이 없다. 누구 없나요. 소리쳐 본다. 아무런 대답도 없다. 정적이 이어진다. 벽 하나 없는, 넓이가 가늠되지 않는 그런 공간에 꽉 찬 어둠만이 나를 옥죄어온다. 나는 눈이 먼 것인가. 완벽히 폐쇄된 공간에 갇힌 것인가. 그걸 모른다는 게 가장 큰 고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