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2018년도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 3일 사장단 인사를 발표한 지 13일 만이다.
삼성전자는 16일 부사장 27명, 전무 60명, 상무 118명, 펠로우 1명, 마스터 15명 등 221명을 승진시켰다.
227명 규모였던 2014년도 임원인사 이후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는 2013년도 인사와 2014년도 인사에서 각각 240명과 227명을 승진시켰고 2015년도 165명, 2016년도 135명 규모 인사를 시행한 바 있다. 2017년도 인사는 최순실 게이트 등의 여파로 지난 5월 96명 수준에서 실무진만 교체하는 선으로 진행했다.
때문에 2015년 말 이뤄진 2016년도 인사 이후 인사·법무·홍보·재무 등 2년 이상 인사가 적체된 지원부서에서도 승진자가 다수 발생했다. 그간 그룹 인사를 책임져온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후 새로운 인사시스템이 가동되는 상황에서 승진자가 대폭 늘어나니 작업이 지연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인사의 특징 중 하나는 성과주의 원칙의 재확인이다. 승진자 221명 가운데 절반 가까운 99명은 사상 최고 실적을 낸 DS부문 소속이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 승진자는 2015년 58명, 2016년 57명, 2017년 41명 등을 기록한 바 있다. 이번 99명 승진은 역대 최대 기록이다. R&D분야로 한정하면 DS부문에서 승진 임원의 50% 이상을 배출했다.
부사장 승진자도 예년의 2배 수준으로 늘어났다. 2018년도 삼성전자 임원인사에서 부사장 승진자는 27명이다. 2015년 18명, 2016년 12명, 2017년 11명 등에 비교해 현격히 늘어난 수치다.
삼성전자는 "향후 사업책임자로 활용할 수 있는 미래 CEO 후보군을 두텁게 하기 위함"이라며 인재확보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인사는 최근 발탁된 정현호 사업지원TF 사장이 주도하고 이재용 부회장이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장 출신인 정현호 사장은 지난 2월 미래전략실 팀장급이 일괄 사의를 표하며 물러났지만 3일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에서 다시 부름을 받았다. 청문회를 거치며 미전실이 해체된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비판 여지를 무릅쓰고 정 사장을 복귀시킨 것은 그에 대한 깊은 신뢰를 보여준다.
정 사장은 이 부회장이 미국 하버드대학 박사 과정을 밟는 동안 지근거리에서 유학 생활을 보좌하며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 부회장과 비슷한 속도로 승진하며 인사업무 담당 경험이 없었음에도 2014년 미전실 인사지원팀장을 맡았다. '이재용 체제' 전환을 위한 대규모 인사 개편을 앞두고 있던 시기 밑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맡은 셈이다. 이번 인사도 그 연장선상이라는 분석이다. 정 사장은 올해 2월 자리에서 물러난 뒤 이 부회장의 지시에 따라 밖에서 인사 작업을 주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미전실 해체 이후 처음 이뤄진 대대적 인사"라며 "인사 주체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 사장의 입김이 상당히 반영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정 사장은 인사 구상에 이재용 시대로의 세대교체와 실용주의 기조 등 이 부회장의 복심을 담아냈다는 평가다. 실제 삼성전자 3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기존 삼성전자 부사장 54명의 평균 연령은 만 56세(1961년 출생자)지만 이번 발표에 포함된 신규 부사장 27인의 평균 연령은 만 54세(1963년 출생자)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 14일과 15일 승진자에 전화로 인사 결과를 알리는 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지난 14일 오후부터 전화 작업이 진행된 것으로 안다"며 "퇴직 임원은 개별 면담으로 그간 노고를 치하하고 위로하는 것이 관례다. 임원들은 최대 2년까지 회사에서 고문·자문 역할을 맡을 기회도 주어진다"고 설명했다.
메트로미디어=오세성 기자( sesung@metroseoul.co.kr)
기사출처= http://bit.ly/2AMGqy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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