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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수능 하루 만이라도 지진이 없기를”… 포항 수험생 엄마 김미정씨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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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현지의 모습은 보도된 것과 약간 달랐다. ▲지진 첫날이던 15일엔 바람이 몹시 불었다. ▲강풍에 지진이 겹치자 자동차가 요동치며 출렁거렸다. ▲포항을 빠져나가려는 차량들로 도로는 아수라장이 돼 있었다. ▲우리 아파트(15층 중 6층)는 다행히 별 피해가 없었지만, 집에 있기가 너무 불안했다. ▲우리 가족은 담요, 먹거리, 손난로 등을 챙겨 자동차에 머물다가, 새벽에 잠깐 집에 들어가곤 했다. ▲20일 새벽에도 ‘으드득’ 하며 집이 흔들렸다. ▲일찍 일어나 공부하던 고3 수험생 딸이 놀라 소리치며 안방으로 뛰어들어 왔다. ▲전날 밤 11시 45분에도 3.5의 여진이 있었다. ▲제발 23일 수능 당일에는 제발 지진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포항에 사는 전업주부 김미정(45‧가명)씨가 보내온 편지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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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 손 들어봐?” 지진이 일어난 이후 긴장된 모습으로 등교한 아이들에게 담임 선생님은 이렇게 농담을 던졌다. 고3 수험생인 딸은 “엄마, 학교에 갔더니 ‘샘’이 우리가 불안해 보였는지, 이렇게 농담을 하는 거야. 다들 깔깔깔 웃었어”라고 말했다.  갑작스런 지진에, 더 갑작스런 수능 연기에 아이들도, 부모도, 학교 선생님들도 다 같이 두 번 놀랐다. 나는 농담으로 아이들을 웃게 만들고, 불안감을 없애준 딸 아이의 선생님이 마냥 고마웠다.  고3 딸 담임 선생님의 재치있는 농담 나는 포항에서 나고 자란 45세의 가정주부다. 다른 엄마들처럼 아파트 단지에서는 그냥 ‘누구누구 엄마’로 불린다.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내게 느닷없이 규모 5.4의 강한 지진이 들이닥친 것은 15일(수요일) 2시 15분이 좀 지나서다.  이날은 학교에서 수험표를 배부하던 예비 소집일이었다. 나는 자동차로 딸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고사장을 확인하러 가기 위해 학교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다. 이날엔 유독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그런데 갑자기 ‘꽝’하는 소리가 나더니 운동장에서 아이들 비명소리와 우는 소리가 섞여 들려 왔다.  강풍에 지진 겹쳐… 자동차 요동치며 출렁 그 순간, 내가 타고 있던 차도 엄청나게 요동치며 출렁거렸다. 강풍 탓에 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멍했다. 좀 예민한 편이기도 했지만, 확실히 경주 지진 때 느꼈던 진동보다 훨씬 강도가 세다고 생각했다. 조금 있으니, 휴대폰에서 지진을 알리는 재난문자가 윙윙 울렸다.   가까스로 아이를 태우고 차를 돌려 집으로 향했다. 벌써 도로는 차들로 꽉 막히고 아수라장이 돼 있었다. 포항을 빠져 나가려는 차들로 붐볐다. 가까운 대구와 울산으로 가려는 것 같았다. 
가방, 담요, 먹거리, 손난로 챙겨 자동차에서 지내
지진이 난 이후, 줄곧 머리가 띵하고 아프다. 나뿐만 아니라 같은 아파트 단지에 있는 엄마들도 같은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어지럼증에 울렁증까지 더해, 집에 있기가 힘들 정도였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15층 중 6층)는 다행히 별다른 피해가 없었다. 그래도 집에 있기는 너무 불안했다. 그나마 자동차 안이 좀 나았다. 간단하게 꾸린 가방, 담요, 약간의 먹거리, 손난로 등을 챙겨 차에서 머물다가 새벽에야 집으로 들어가곤 했다. 
집에서는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모자가 달린 후드 점퍼를 입고 잤다. 여차하면 집 밖으로 뛰어나갈 수 있게 방문도 열어뒀다. 깨지기 쉬운 물건들은 모두 방바닥에 내려 놓았다. 또 찬장 등 유리 집기에는 청테이프를 발랐다. 이런 상황에서 잠이 제대로 올 리가 없다. 여진이 수없이 이어지고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 두통 역시 계속 나를 괴롭혔다. 
아침에도 3.6 여진… 공부하던 딸 놀라서 뛰쳐 나와
오늘(20일) 아침 6시 5분에도 ‘으드득’ 하며 집이 흔들렸다. 밤새 잠들지 못하다가 겨우 1시간 정도 눈을 붙이는 순간에 3. 6여진이 온 것이다. 일찍 일어나 공부하던 수험생 딸이 놀라서 소리치며 내 방으로 뛰어들어 왔다. 전날 밤 11시 45분에도 3.5의 여진이 있었다. 지진 이후 시간을 정확하게 보는 습관이 생겼다. 
우리 집은 ‘보기 드물게’ 신문을 구독한다. 지진이 난 후에는 이 신문을 보기도 겁이 난다. 어제 신문에는 모래가 치솟아 오르는 액상화 보도가 났다. 여러 학교에서 이런 현상이 있다고 하니 걱정이 앞선다. 
지진 이후 포항 시내 아파트 단지는 주차 때문에 난리를 피웠다. 지진이 불안해서인지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차를 대지 않고 모두 지상과 인근 도로에 주차를 한 것이다. 차를 대는 것도, 빼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차 배열이 얽히고 꼬였다. 
“엘리베이터 무서워 45층 아파트 걸어다녀”
주말이 지나고 나서야, 오늘 처음으로 지진이 심한 지역을 한번 둘러봤다. 진앙지인 장성동 쪽에서 알고 지내는 친구를 만났다. 친구는 “포항에서 가장 높은 45층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엘리베이터가 겁나서 그 높은 층을 걸어서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지진 공포가 얼마나 컸으면 그랬을까 싶었다. 
피해가 심한 흥해읍 쪽으로 가봤다. 아파트 벽에 심하게 금이 갔다는 대성 아파트로 차를 몰았다. 이 아파트는 7번 국도 옆 흥해4거리에 있다. 아파트로 가는 도로변에는 50m 마다 경찰이 배치되어 있었다. 대성 아파트 앞에는 경찰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출입을 막고 있었다. 
대피소가 마련돼 있는 흥해공고 쪽으로 차를 돌렸다. 학교에 들어가자 취재 차량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다. 피해 주민들이 있는 대피소 안으로 들어가기는 힘들어 보였다. 더 이상 큰 지진이 일어나지 않기를, 대피 주민들이 빨리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빌며 학교를 나왔다. 
그나마 낮은 아파트 가격… 더 떨어질까 걱정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죽도시장에 들렀다. 상인들 말로는 휴일에도 손님이 없었다고 한다. 평소 같으면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는 곳이 이곳 죽도시장이다. 이제 곧 포항 명물인 과메기 시즌인데, 상인들이 울상을 지을 것만 같아 마음이 아팠다. 최근에는 수억원을 들인 과메기 기념관도 문 열었는데, 관광객들 발걸음이 뜸해질 것은 분명했다. 이래저래 걱정이다.
걱정거리는 또 있다. 집값 하락이다. 경주 지진이 일어난 후, 경주와 포항 지역 집값이 좀 떨어졌다고 한다. 이번에도 그럴 것 같다. 아줌마들은 ‘입단속’을 하고 있다. 아파트에 조금씩 피해가 생겼어도 집값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서로 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32평이다. 시가는 2억4000만원 정도로, 서울의 3분의 1도 안 된다. 이마저도 지진 때문에 더 떨어지게 됐다. 
수능 시험 날이라도 지진 없었으면…
일주일 연기됐던 수능이 23일 치러진다. 시험 당일 큰 지진이 와도 더 이상 시험 연기는 없다고 한다. 그런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불안해 하던 딸아이도 조금씩 진정이 되는 것 같았다. 딸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엄마, 우리 1999년생들은 정말 운이 없어. 세월호 사고, 메르스 사태 때문에 2번이나 수학여행을 못갔어. 이번에는 지진에 수능까지 연기됐고.”
인터넷 댓글…딸아이의 또 다른 고민거리
딸아이는 수능 걱정 이외에 또 다른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큰 도시 대학으로 가게 될 경우, 다른 신입생들이 “너, 포항에서 왔니? 너희 때문에 수능이 엉망이 됐잖아”라며 왕따를 시킬지 모른다는 것이다. 인터넷 댓글에 이런 내용들이 난무하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이 무서운 세상이다. 또 다시 머리가 아파 온다.
딸 아이가 수능에서 제대로 된 실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다른 지역 학생들보다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 성적 걱정보다는 시험 치는 시간만큼은 지진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불안감 속에 살고 있는 아줌마의 작은 소원이자 간절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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