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erwi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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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앞으로 뛰어 나갔다. 그런데 그 때 처음으로 이 호수가 둥글다는 생각이 들었다. 둥그니까 이렇게 앞으로 나간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결국 그에게 멀어지면서 다시 그에게 가까워지는 것이었다. 원의 신비였다. 그러니 이 원에 들어서 버린 나는 도망갈 수도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었다. 어찌되었든 모두가 그에게로 가는 길이다."
공지영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평생 한 사람만 생각하고 그리워하고 사랑하는게 가능한걸까 ?
운명적인 사랑은 있는 걸까?​

추위를 녹여 줄 따뜻한 멜로 영화~
그 중에서도 운명적인 사랑, 극적인 재회 장면을 담은...! 영화를 추천해보려 한다.

<노트북​>  (The Notebook , 2004) 


"비록 나는 금방 잊혀질 평범한 사람이지만 한 여자를 열렬히 사랑했으니 그걸로 된거죠. 더할 나위없이.

로맨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중에 <노트북>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누구나 한번쯤 영화를 보고 "사랑은 이런거지."라는 생각을 해봤을 법한 고전적인 로맨스 영화이다. 17살의 노아와 앨리는 열병같은 사랑을 한다. 그러나 처한 환경의 문제로 둘은 헤어지게 된다. 7년이란 시간 동안 서로를 잊지못한 노와 앨리는 긴 시간을 돌아서 다시 만난다는 그런 이야기.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

(Wicker Park, 2004)

내가 자랐을 때 사물이 아름답기 위해서는 특별해 보일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평범한 것도 그 자체로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매튜는 첫눈에 반해서 리사라는 여인을 사랑하게 된다. 운명적으로 사랑에 빠지게 됐지만 갑자기 떠나버린 리사를 그리워하며 살고 있는 매튜가 2년 뒤 우연히 다시 리사의 흔적을 만나게 되고 둘은 다시 만나게 된다. 영화에는 매튜와 리사 이외에도 다른 남녀들이 등장해서 엇갈리는 청춘남녀들의 사랑 역시 보여주고 있다. 운명적인 사랑과 비극적인 짝사랑 등 다양한 모습의 사랑과 관계들을 엿볼 수 있다.

<비포선셋> (Before Sunset, 2004)


요즘은 다들 쉽게 사랑하고 쉽게 끝내잖아. 옷 바꿔입듯 상대를 바꾸지. 난 아무도 쉽게 잊은 적이 없어. 누구나 저마다 특별함이 있거든. 헤어진 빈자리는 다른 사람이 못채워줘.

영화를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의 인생영화로 손꼽히는 영화, 
비포 시리즈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으로 이루어져 있다.) 
비포 선라이즈가 제시와 셀린느가 여행을 하다 경험한 강렬한 로맨스라면, 
비포 선셋은 9년 만에 재회한 제시와 셀린느의 이야기이다. 

오랜만에 재회한 둘은 노트북에서 처럼 극적으로 재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현실 속에서 담담하게 마주 앉아서 혹은 걸으면서 커피를 마시고 근황을 묻는다.  왜인지는 몰라도 그런 장면들이 더 절박하고 애틋하게 다가왔다.

<냉정과 열정 사이> (Between Calm and Passion, 2001)

진실한 사랑은 변하는게 아니라 마음을 다해서 사랑했다면 언젠가 꼭 만난다. 인연이 잠시 멀어져도 긴 시간동안 먼 길을 돌고 돌아 결국 이렇게 그 사람 앞에서게 된다.
10년간에 걸친 준세이와 아오이의 가슴 벅찬 로맨스.
이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단연코 이탈리아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에서 재회하는 장면일거다. 영화를 돌려 보며 '두오모를 가야지'라고 결심한 사람은 나 뿐만이 아닐거다.


솔직히 말하면 10년을 걸친 로맨스. 7년이 지나도 못잊어서 재회하는 남녀. 사실 주변에서 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틋하고 지고지순한 사랑은 어쩌면 모두의 일생의 로망일지 모른다. (다들 한번쯤은 꿈꿔봤을...!) 

퍽퍽한 일상에 치여서 혹은 반복되는 만남과 헤어짐에 회의감이 들어서 사랑이 뭐지 라는 회의감이 든다면 그런 사람에게는 이런 영화들이 처방이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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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커뮤 이벤트 <리뷰대잔치> 성황리 마감!! 👏
약 3주전... 콧구멍에 봄바람이 들어가 신이 난 나머지 호기롭게 영화 커뮤 이벤트를 열었습죠!! 그리고 이벤트 기간동안 들어오는 리뷰카드를 보면서 ㅠㅠㅠㅠ 기쁨의 눙물을 주루룩 흘렸어요. 이벤트 기간동안 영화 커뮤에 리뷰카드 풍년이어서 정말 뿌-듯했습니다!! 이벤트 기간 (3월 21일 ~ 4월 10일) 동안 총 42개의 카드가 들어왔고, 총 17분이 참여해주셨습니다. (10일에서 쪼오끔 더 넘은 시간에 카드 쓰신 @RedSunny 님까지 포함한 숫자입니다!) 이번 리뷰대잔치 이벤트의 당첨자는!!!! 좋아요수 ❤️ + 클립수 📎 가 가장 높았던 @Chicpucci 님의 ' [故 장국영 출연작 베스트10]2탄. 천녀유혼 ' 입니다!!!👏 영화 커뮤니티 에디터이기도 하신 시크님이 장국영 출연작 시리즈를 연재하신 카드 중 하나인데요. 1등한 '천녀유혼' 카드 외에도 장국영이 출연한 필모그래피 리뷰 10탄까지 연재해주셔서 너무 재밌게 잘봤습니다. 이 시리즈 보고 '패왕별희'가 다시 보고 싶어서 봤는데 역시 명작이더군요 크.. 이 카드는 영화 커뮤니티에 '리뷰_대잔치' 라벨 뿐 아니라 에디터 공간인 '@Chicpucci' 라벨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chicpucci 님 축하합니다 👏👏👏 영화예매권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랜덤추첨으로 1명은?!! @blues77 님👏👏👏 영화 <50/50>, <헬프>, <12몽키즈>,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 리뷰를 올려주셨어요. 공정한 심사를 위하여 손수 컴퓨터를 켜서 랜덤추첨을 돌렸습니다. 100% 랜덤으로 공정하게!! 운수만빵 @blues77 님 축하드려요 👏 올려주신 솔직한 리뷰 재밌게 잘봤습니다 따듯한 봄날에 호로록 마실 수 있는 음료 기프티콘 보내드릴게요. 올 한해 운수대통 하시길 ㅎㅎㅎ 그리고 아쉽게 당첨권엔 들지못했지만 리뷰 써주신 모든 분들! @jdkim915 @Chicpucci @schwgm12 @storysh @soozynx @cosmoskdj @hkyung0105 @riwdream @YongJerry @blues77 @mmung @kah0 @gomugomu1 @gus9474 @starshines @wens @RedSunny 모두들 어디계시나요... 계신곳을 향해 제가 💙 하트 💙 날릴게요 리뷰 기간동안 들어온 카드는 영화 커뮤니티 카드 라벨 '리뷰_대잔치'에 따로 보관될 거에요. 바로 요렇게.ㅎㅎㅎ 이건 빙글이 사라지지 않는한... 계속 있을겁니다. 평.생.박.제. 이벤트 당첨되신 두분 축하드립니다. 마음같아선 모든 분들께 상품을 드리고싶지만 ㅜㅜㅜ 제가 큰성공을 거두어 부자가 된다면 하트가 아니라 돈 💸 을 드리겠습니다. (레알루) 후후 제 성공을 모두 빌어주세요. 저도 여러분의 성공을 빌겠습니다 훗 그리고 영화 커뮤니티는 이벤트가 끝나도 여러분의 리뷰 카드를 환영합니다. 🕺 Welcome! 자유로운 이야기, 짧은 카드도 모두모두 환영이니까요. 영화 보시고 짧막하게 영화에 대한 이야기 나눠요. 저는 그럼 이만, 이벤트에 맛들린채로 다음에 다른 이벤트를 또 들고올게요. 제 첫번째 이벤트를 풍요롭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벤트 당첨되신 @Chicpucci , @blues77 님 상품을 보내드리기 위해 메시지 보낼게요. 빙글 업데이트 해야 개인 메시지가 보인다니까 꼭 업데이트 하시고 메시지에 답해주세요!!! 고럼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 행하~~!!!
[헤어질 결심] 누가 무엇과 헤어지고 싶었길래
- '미결'을 '결심'한 까닭에 관해 ※ 영화 <헤어질 결심>의 결말 등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 ------- 시간은 결(決)의 축적이다. 한 사람의 시간 안에는 무수한 분별과 결정, 결단이 차곡차곡 쌓인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는 말도 있지 않나. 당장 오늘 끼니도 무엇으로 때울지 정해야 먹을 수 있다. 영화 매체로서의 물리적 시간, 즉 러닝 타임 또한 마찬가지다. 최종 결론 도출에 도움이 될 법한, 선택된 숏들이 상영시간 안에 빼곡히 들어찬다. 이 숏들이 영화라는 유기체 덩어리를 구성하면 영화는 체계 안에서 분류된다. 책꽂이에 꽂히듯 마이 추천 리스트에 정렬. 장르별, 키워드별, 감독별, 배우별 선호도 따위로. 영화 <헤어질 결심>이 분류될 자리는 거의 정해진 듯보였다. 남편이 죽은 여자(서래), 그 여자를 바라보는 형사-남자(해준), 훔쳐보기, 이끌림, 로맨스 또는 느와르의 어딘가겠지. 혹은 둘 다거나. 역시 팜므파탈, 파멸하는 형사, 박찬욱표 대사, 그러다, 어, 어? 마침내, 미결. 분류표를 걷어차고 안개 속으로 들어가 버린 역행. 미결의 주체는 서래다. 그녀는 훔쳐보기의 구도 안에 있고, 사람을 죽이고, 또 사람을 이용하지만 팜므파탈이라는 규격 안에 갇히기를 거부한다. "내가 그렇게 나쁩니까?"는 반격의 멘트다. 그러면서 '독한 년'이 아니라 '몸이 꼿꼿한 사람'임을 알아챈 남자를 끌어안기까지 한다. "붕괴 이전으로 돌아가요"는 파격적인 고백처럼 들린다. 물론 이미 불쌍한 서래 씨는 여생을 감옥에서 보낼 생각이 없다. 도피. 어디로? 바닷가로. 바닷가는 영화에서 죽음을 장렬한 낭만으로 박제할 때 곧잘 찾아진다. <베니스에서의 죽음>, <노킹 온 헤븐스 도어>, <타임 투 리브>, 심지어 박찬욱 본인의 <박쥐>까지. 그리고 최종 신(scene)에 이르러 두 번째 미결, 그녀는 바다에 가서는 땅으로 파고든다. 시신을 전시하고 쓸쓸함을 과시하던 관습에 안녕을 고한다. 관객한테나 해준한테나, 위로의 객체가 아니라 수수께끼의 창조자로 남고 싶은 듯하다. 도주의 완성이자 불멸의 사랑의 형태로서, 횡과 종이 뒤엉킨 트릭. 그렇게 서래는 해준에게 좌표를 찍을 수 없는 점이 되고 만다.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는 모래알 중 하나일 수도 있고 그조차 아닐 수도 있는. 사랑이 어떻게 그래요. 사랑은 원래 그렇다. 설명 못 할 무언가. 미결사건의 완성. 서래는 이 전무후무한 증발로써 그녀가 감당해야 할 수식어들을 최소한 물리적으로는 따돌렸다. 살인 혐의와 행정상의 생사 증빙은 물론, 남편 잡아먹은 (중국)년 따위의 껍질도 벗어젖혔다. '시신' 딱지조차 달라붙지 않을 거다. 어쩌면 인간으로서 이 우주에서 사라지는 가장 완벽한 방법. 서래는 오직 해준이 살아있는 동안의 어떤 얼룩으로만 남게 됐다. 로맨틱하지 않은 절통의 로맨스가 이제 막 시작될 참이다. 이건 엄연한 변종이다. <헤어질 결심>은 훔쳐보기라는, 영화의 근원적 본질에 한 발을 담근 채 최첨단 관계 맺기 도구들을 경유, 각종 계보를 잇는 똘똘한 최적자인 척은 다하다가, 어느새 달아나버린다. 러닝 타임이 다됐는데 결론은커녕 말없이 안개만 흩뿌린 꼴. 하나의 유기체로 똘똘 뭉쳐가던 숏들은 뿔뿔이 흩어져 조금 전과는 다른 표정들을 짓고 있다. 자신을 물과 흙에 동시에 가둔 살인자의 사랑&실종극을 감당할 수 있겠냐는 듯. 이제 이 영화를 꽂아도 좋을 책꽂이나 분류표를 우리는 찾을 수 있을까. 글쎄, 본 적 없는 '걸작' 코너 정도면 괜찮으려나. 그러고 보면 <헤어질 결심>이라는 제목은, 영화를 보고 만드는 기존의 모든 습관과 헤어질 결심을 한, 박찬욱의 결별 선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미'결'이라는 '결'심. 마침내, 이질적인 무엇으로의 분화. 마침내. ⓒ erazerh ※ 이 글은 ‘브런치’에도 올라갑니다. https://brunch.co.kr/@erazerh/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