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강철비' 주연배우 정우성. 정우성은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했다. /NEW 제공
'강철비' 엄철우 役 정우성 인터뷰
[더팩트ㅣ강수지 기자] 올곧은 소신을 고스란히 드러낼 줄 아는 배우 정우성(44)이 영화 '강철비'로 생각의 지평을 한 뼘 더 넓혔다.
지난 14일 개봉된 영화 '강철비'(감독 양우석)는 북한 내 쿠데타가 발생하고, 북한 1호가 남한으로 긴급히 내려오면서 펼쳐지는 내용을 그린 첩보 액션 블록버스터다. 이번 작품에서 정우성은 북한 최정예요원 엄철우 캐릭터로 분해 냉철한 면모뿐만 아니라 가족을 사랑하는 평범한 가장 등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줬다.
영화 개봉을 이틀 앞두고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난 정우성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강철비'와 함께한 소감부터 배우, 나아가 한 인간으로서 고민까지 다양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강철비' 스틸. 배우 정우성(왼쪽)은 영화 '강철비'에서 각각 북한 최정예요원을 연기했다. /'강철비' 스틸
- 북핵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원래 해당 주제에 관심이 많았는가. 작품 결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 모두 관심은 있지만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가의 차이인 것 같다. 저 역시도 보편적인 정도, 혹은 아주 조금 더 생각을 열어놓은 사람이었지 북한에 대한 입장, 통일은 어떻게 돼야 할까 등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이 작품은 우리에게 그런 주제에 대해 조금 더 들여다볼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주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 제 선택이 여러분(대중)에게도 같은 선택이 되기를 바라는 기대가 있다.
결말에 대해서 관객들이 다양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양 감독님이 개인적인 의견을 넣은 결말은 아니라고 했다. 한반도의 상황, 남한 내의 이견, 열강의 입장 등을 객관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고, '이런 해결의 방식도 있는데, 어떻게 해결해나가면 좋을까?'라고 고민을 확장해보는 결말이었다고 생각한다.
- 작품을 준비하면서 어떠한 고민을 했는가.
'작품이 잘 될까'라는 걱정보다는 '캐릭터 전달을 잘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다. 평양 사투리를 연기하는 것, 익숙하지 않다 보니까 고민이 있었다. 거기에 정우성에 대한 대중의 선입견(보편적인 일상과 동떨어져 있을 것만 같은 이미지)이 늘 있기에 선입견과의 충돌을 잘 이겨내야 했다. 대사 첫 마디 첫 마디 떼는 게 힘들었다. 촬영 초반, 현장에서 감독님과 스태프들, 동료 배우 곽도원과도 여담을 나눌 여유가 없었다. 계속해서 (북한 관련) 다큐멘터리 재생해놓고 평양 남성들의 이야기, 말투, 뉘앙스 등을 계속해서 숙지했다.

'도전'하는 배우 정우성. 정우성은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시나리오가 나에게 어떤 새로운 도전을 주는지를 쫓아왔다"면서도 "'강철비'는 천만 관객 달성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NEW 제공
- 양우석 감독과 작업은 어땠나?
뚝심이 강하고 좋은 화두를 잘 얘기할 수 있는 화자다. 단 한 번도 자신이 던지려고 하는 화두에 대해서, 자신이 얘기하는 방식에 대해서 의심하거나 초조해하지 않는 방식이 좋았다. 많은 감독님이 극장에 작품 걸기 전 여러 생각으로 초조해한다. 이렇게 묵직하게 확신을 갖고 겸허하게 결과를 받아들이려는 감독님을 처음 본 것 같다.
- 흥행을 바라는가.
대중이 사랑해 주신다는 게 '흥행'인데, 사실 그것을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이 시나리오가 나에게 어떤 새로운 도전을 주는지를 쫓아왔다. 그게 시대 안에서 관객이 원하는 코드와 맞물리면 흥행 면에서 큰 성과를 얻는 거다. 그런데 그렇다고 처참히 망한 영화는 몇 편 없다(웃음). '천만'이라는 숫자가 귀한 숫자인데, 한 500만 관객 정도를 불러모으는 영화들이 많을 때 영화 시장이 건강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강철비'는 천만 관객 달성했으면 좋겠다(웃음).
- 사회적인 발언을 자주 한다. '박성배 나와' 패러디도 화제가 됐다.
어릴 적에는 사회에 대한 관심이 컸다. 왜냐하면 아무것도 없이 홀로 사회에 나와서 '내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 성장기를 겪으면서 사회의 불평등, 부조리가 눈에 많이 들어왔다. 그런 것들을 바꿔야 한다는 의식도 있었다. 그런 의식이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을 형성해준 것 같다.
30대에는 그런 것에 조금 무뎌졌고, 개인사에 좀 더 관심을 가졌다. 열정이라는 에너지가 상실된 것 같았다. 열정은 '관심'에서 나오고 저는 '세상 관심사'를 얘기하는 직업을 가졌는데, 흥행 코드나 개인적인 욕구만 찾는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자각했다. '이 나이를 먹었는데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싶더라. 연차도 쌓여 선배가 됐는데 '어떤 선배가 돼야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영화로 얘기할 수 있는 세상에 대한 가치관을 다시 한번 찾아봐야겠다 싶었다.
'아수라' 특별 시사회 당시 '박성배 나와'를 패러디한 것('박근혜 앞으로 나와'라고 외친 것)은 세상에 보여주려고 한 것도 아니고, 불합리하고 정의가 상실된 그들만의 정치에 한 시민, 국민으로서 낼 수 있는 목소리를 낸 거다. 보여주려고 한 행동은 아니었다. 극장 안에서 해당 대사를 패러디했는데 영상이 온라인상에 퍼졌다.

새로운 것을 찾는 배우 정우성. 정우성은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새로운 것을 늘 찾겠다는 방식으로 내 길을 갈 것"이라고 말했다. /NEW 제공
- 앞으로 배우로서 어떤 길을 걷고 싶은가.
나 다운 길이라는 게 없어서 어떻게 가야 할 지 늘 고민이다. 어떤 수식어에 구속되지 않으려고 노력해왔다. '비트' 끝나고 나서 '청춘의 아이콘'이라는 수식어에 갇히기 싫어 새로운 것에 도전했다. 그러다 보니 관객과 충돌하는 지점도 있었다. 그렇지만 앞으로도 나를 자극하는 새로운 것을 늘 찾겠다는 방식으로 내 길을 갈 것 같다. '나'라는 길에도 어느 시점에 엔딩이 있지 않겠나. 정우성은 이런 길을 걸었고 이런 배우였구나 하는 것은 그때 평가되는 것이지 않을까 싶다. 그때 잘 평가받기를 바라면서 걸어가려고 한다.
- 앞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어떠한 사람으로 남고 싶은가.
어려운 질문을 하신다. 저는 사람이 좋고, 사람을 믿는다. 남에게 상처 주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데 그게 상대적인 것이라 힘들다. (기자: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평을 받아 질문했다.) 너무 좋은 평을 받는 것도 무섭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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