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먹는 건 내가 배가 다 부른데
걔가 먹는 건 내 입맛이 뚝 떨어졌었다
네가 뽀뽀하는 건 내가 오히려 각도를 맞추고 싶었는데
걔가 키스하는 건 내가 먼저 삐딱선을 타고 있었다
네가 집에 가지말라고 하기도 전에 난 외박을 결심했는데
걔가 집에 못가게 하면 눈쌀을 찌푸리며 홱 하고 돌아섰었다
네가 좋아하는 건 내 취향을 바꿔가며 같이 했지만
걔가 해주던 건 뭐라뭐라 트집을 잡으며 한소리를 했었다
네가 나한테 쏟아부은 시간이며 모든 건 하나하나 고마워서 사채금리로 쳐서 돌려주고 싶었는데
걔는 나한테 더 못해주냐고 사채업자마냥 빈정거렸다
네가 다른 여자한테 말만 걸어도 속이 확 뒤집혀서 눈물을 뚝뚝 흘릴 거 같았는데
걔는 딴 여자랑 타오르는 시간을 보내도 차게 식은 내 가슴은 알 바 아니었다
네가 좋았던 건 내게 너무 소중하고 무거워서 표현도 함부로 못하고 츤츤거렸는데
걔한테는 빈말로 스쳐지나가듯 툭툭 내뱉었다
네가 날 못 믿어주면 내 심장이라도 꺼내어 보여주고 싶었는데
걔가 나한테 진심어린 말을 해도 흘려들었다
네가 잔소리하고 훈계하면 틀린 말도 뜨끔하며 나를 되돌아보았지만
걔가 쓴소리를 하면 니까짓게 뭘 아냐고 바락바락 대들었다
네게 내가 하는 사소한 행동과 말이
대다수의 걔들한테도 똑같이 이루어질거라고 생각말아.
걔한테는 항상 당찬 ㅆㄴ이었어도
너한테는 항상 더 해줄 게 없어서 해주고 싶어서 죄인이었어
네게 향한 내 마음이 평생 영원토록 똑같을 거라는 건 함부로 단언하지 않겠지만
지금 이 순간순간이 겹치고 겹쳐져서 그때 그때마다 쌓여온 너와 나의 시간에는
오롯이 네게로만 쏟아지는 나의 온 감각이 녹아있고
나의 온 시간의 주인공은
오로지 너 뿐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