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ang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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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걔와 달라



네가 먹는 건 내가 배가 다 부른데
걔가 먹는 건 내 입맛이 뚝 떨어졌었다

네가 뽀뽀하는 건 내가 오히려 각도를 맞추고 싶었는데
걔가 키스하는 건 내가 먼저 삐딱선을 타고 있었다

네가 집에 가지말라고 하기도 전에 난 외박을 결심했는데
걔가 집에 못가게 하면 눈쌀을 찌푸리며 홱 하고 돌아섰었다

네가 좋아하는 건 내 취향을 바꿔가며 같이 했지만
걔가 해주던 건 뭐라뭐라 트집을 잡으며 한소리를 했었다

네가 나한테 쏟아부은 시간이며 모든 건 하나하나 고마워서 사채금리로 쳐서 돌려주고 싶었는데
걔는 나한테 더 못해주냐고 사채업자마냥 빈정거렸다

네가 다른 여자한테 말만 걸어도 속이 확 뒤집혀서 눈물을 뚝뚝 흘릴 거 같았는데
걔는 딴 여자랑 타오르는 시간을 보내도 차게 식은 내 가슴은 알 바 아니었다

네가 좋았던 건 내게 너무 소중하고 무거워서 표현도 함부로 못하고 츤츤거렸는데
걔한테는 빈말로 스쳐지나가듯 툭툭 내뱉었다

네가 날 못 믿어주면 내 심장이라도 꺼내어 보여주고 싶었는데
걔가 나한테 진심어린 말을 해도 흘려들었다

네가 잔소리하고 훈계하면 틀린 말도 뜨끔하며 나를 되돌아보았지만
걔가 쓴소리를 하면 니까짓게 뭘 아냐고 바락바락 대들었다



네게 내가 하는 사소한 행동과 말이
대다수의 걔들한테도 똑같이 이루어질거라고 생각말아.

걔한테는 항상 당찬 ㅆㄴ이었어도
너한테는 항상 더 해줄 게 없어서 해주고 싶어서 죄인이었어

네게 향한 내 마음이 평생 영원토록 똑같을 거라는 건 함부로 단언하지 않겠지만
지금 이 순간순간이 겹치고 겹쳐져서 그때 그때마다 쌓여온 너와 나의 시간에는
오롯이 네게로만 쏟아지는 나의 온 감각이 녹아있고

나의 온 시간의 주인공은
오로지 너 뿐이었으니까.
5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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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누구나 가슴속에 특별했던 사랑얘기 하나씩은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힘들때마다 한 번씩 들춰보며 미소짓곤 하죠. 그래서 더욱 특별한 추억이 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 아름다운 이야기. 비록 그 스토리의 주인공이 서로가 되지 못해 어긋나 버렸지만, 이뤄질 수 없었기에 더 애틋하고 아름다울 수 있었던 시간이지 않았나 싶기도 해요. 혹시 알아요? 아마 '걔'도 지금쯤 자신만의 특별한 사랑얘기에 님을 주인공으로써 아름답게 그려나갈지. '너'의 사랑얘기의 주인공은 내가 아닌 딴사람일지. 사랑이란 감정은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기에 그 마음이 서로를 향했을 때 우리는 기적이라고 해요. 그리고 기적은 아무한테나, 아무때나 일어나지 않죠. 그래서 더욱 기적이 아름다운 것이겠죠. 또 그래서 기적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좌절할 필요도 없죠. 기적은 기적일 뿐이니까. 나는 내 '아름다움'만 챙기고서 내 갈 길 잘 가면 그만일테죠.
@zzangbba 저 역시 통하지 않는다면 여기까지라고 생각하고 잇어요 인연이 아니었던 거죠
이글에서 너는 연인 걔는 부모라고 생각하고 읽으니 가슴아프네요 ㅎㅎ
@whsitle 설마요...걔가 부모가 될리가.... 부모님은 항상 은혜로운 존재셔요 후후 일부 부모님에 적용할 구절이 보이긴 하네요!
그러게요 제가 불효녀라 괜히 찔리나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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