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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인 면식수햏 - 이승윤의 라면밥
때때로 자금난에 시달리곤 합니다. 정정합니다. 종종 자금난에 시달립니다. 그럴 때마다 고향을 떠난 연어가 다시 강을 찾아오듯 저 역시 라면으로 회귀하곤 합니다. 오오...마음의 고향... 다만 요 근래 너무 자주 찾아뵌지라 조금 지치는 기분입니다. 고향은 나와는 먼 곳에서 고향으로만 남아있을 때 더욱 선명하고 애틋한 법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일상의 변주가 필요합니다. 그 때 마침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이승윤씨가 보여준 라면밥이 생각났습니다. 어차피 밥도 해야됐는데 잘됐다 싶어 냉큼 레시피를 찾아봤지만 전기밥솥 레시피는 없더군요. 하긴 이렇게 될 수도 있겠다. 결국 두렵지만 생애 처음으로 냄비밥을 도전하기로 합니다. 엄밀히 말해서 냄비는 아니지만 위상적으로 동형이니 넘어갑시다. 레시피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쌀 한 컵을 준비합니다. 그리고 물은 한컵... 플러스 반을 부어줍니다. 쌀과 물의 비율을 1대1.5로 만들어주는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쌀을 씻어야합니다. 병신... 물의 개량은 쌀을 불려준 이후에 해야한다는 진리를 비로소 깨닫습니다. 전 머리가 안좋아 몸이 피곤한 타입입니다. (대충 20분 불리고 물 새로 부었다는 글) 물까지 부은 뒤에는 라면 스프와 후레이크를 고르게 섞어줍니다. 만들면서 느낀 거지만 실시간으로 반신반의하게 만드는 레시피입니다. 대체 누가 처음으로 이런 시도를 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라면이 잘 익을 수 있게 꾹 눌러줍니다. 그래도 반쯤은 수면 위에 떠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대로 익히면 겉바속촉이 될 것 같습니다. 호드의 전투식량인가. 너무 비쥬얼이 허전해보여서 특단의 조치를 취해주기로 했습니다. 단백질 긴급수혈. 냉동실에 오랫동안 잠들어 계시던 소 새지 옹(86세)을 불러봅니다. 탈탈 털어냈더니 방부제까지 토해내셨습니다. 라면을 먹으면서도 노화를 방지하는 비결이 되겠습니다. 이렇게 준비가 끝났다면 이젠 불을 켜줍니다. 가장 센 불로 5분, 중불로 5분, 약불로 5분. 도합 15분을 끓여주면 라면밥이 완성됩니다. 그럼 이제 뚜껑을 덮고 불을 키기만 하면 됩니다. 뚜껑이... 없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없는 살림이라도 저 후라이팬의 빈공간이 너무 거슬립니다. 지니어스! 자 이제 15개월같은 15분을 기다려봅시다. 15개월 후.... 굶어 죽기 직전이지만 무사히 불조절도 해가며 인고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중간부터 타기 직전의 탈랑말랑한 냄새가 나는 바람에 마지막 5분은 5년 같았습니다... 기어코 불안감에 뒤를 돌아보던 오르페우스의 마음을 십분 이해하는 순간입니다. 그렇게 뚜껑을 딱 여니... 오...? 개밥같은 비쥬얼일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훌륭합니다. 냄새도 라면향이 은은하게 쌀밥의 향과 어우러지는게 보통 라면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밥은 상당히 괜찮은 편입니다. 국물에 밥말아먹는 그런 맛이 아니라 마치 김밥 말기 전에 간 해놓은 그런 밥처럼 은은하게 슴슴한 짭짤함이 올라옵니다. 면은 위부분이 아주 조금 건조한 것을 제외하면 고르게 익었습니다. 막 불어터진 라면처럼 퉁퉁해서는 먹지도 못할까 싶었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약간 불은 비빔면처럼 뭉쳐서는 쪈득한 식감을 보여줍니다. 재밌습니다 딱 김치까지 올려먹으니 한국인이라면 무조건 좋아할 맛이겠다 싶습니다. 하지만 라면이 가지는 신속함과 편리성이라는 아이덴티티가 흐려지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게다가 양도 많아서 저같은 자취생은 오히려 끓여먹는게 이득이겠습니다. 그래도 나름 색다른 맛이었습니다. 두 번 해먹을까 싶긴 하지만 충분히 만족할만한 경험이었습니다. 남은 밥은 제작진이 맛있게 먹었습니다~! ^^ 참, 제가 면식수햏 프레지던트가 됐습니다. 조만간 이벤트 할 예정이니 예.의.주.시. 하십시오 휴먼. 면식수햏 관심사는 당신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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