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aub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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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7월에 차기 ECB 의장을 향한 경쟁을 얘기하면서 살짝 절차에 대해 논한 적이 있었는데(참조 1), 마침 좀 더 자세한 내용의 기사가 나와 있다. 일단 6명의 이사진(executive board)이 핵심인데, 여기서 모든 초안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초안이 나오면 ECB 이사 및 유로존 중앙은행 총재들로 구성된 총이사회(Governing Council)로 간다. 만장일치제로 결정이 이뤄지지만 결국은 6명 이사진 내에서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 이게 쓰여 있는 규칙이고, (당연히?) 안 쓰여 있는 규칙이 더 중요하다. 다 지역 안배, 성별 안배 등등, 정치적인 이유이기 때문이다.

(1) 가령 ECB 의장이 소위 말하는 북부 출신이라면, 부의장은 남부 출신이어야 한다. 그리고 (2) 이사진은 모두 각각 다른 국적이어야 한다. (3) 이왕이면 여자로.

여기부터 오래 전부터 ECB 의장 자리를 노리던 옌스 바이트만(참조 2) 형님의 고민이 시작된다. 일단 내가 썼던 것(참조 1)처럼 바이트만은 올해 6월부터 공석이 되는 부의장 자리에 스페인을 지지할 요량인 듯 하다. 부의장이 스페인, 그렇다면 의장은 독일이 할 수 있음!

꼭 그렇지 않다. 바이트만의 적수가 프랑스의 François Villeroy de Galhau도 있지만, 같은 “북쪽”의 아일랜드 Philip Lane도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아일랜드는 ECB 내에서 고위직을 잡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독일에 반감을 가진 표들이 쏠릴 우려도 있다. 메르켈 누나, 힐프 미어!

노노. 정부 구성이 됐다손 치더라도, 독일이 대놓고 바이트만을 지지할 수 없는 속사정이 있다. 지금까지 독일은 저금리가 모조리 다 ECB 탓(...참조 3)으로 돌려왔었다. 저 이탈리아 놈을 매우 쳐라! ...그런데 총재가 독일인이라면 더 이상 애꿎은 ECB를 탓할 수가 없게 된다. 그래도 독뽕(!)을 마시고, 독일인을 올린다고 해 보자.

당연히 양보해야 할 조건이 생길 것이다. 은행연합을 제대로 구성한다든가(참조 4) 하는 조건 말이다. 그렇다면 독일이 그냥 의장은 포기하는 편이 독일을 위해서도 낫잖을까?

그런데 이런 저런 악조건을 모조리 다 물리치고, 바이트만 형님이 의장 자리에 오른다고 해 보자. 그렇다면 원래 이사진에 속해 있던 독일 이사, Sabine Lautenschläger가 물러나야 한다. 이사진 내 같은 국적 둘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많지 않은 소중한 여성 이사가 한 명 나가야 한다는 의미로 이어진다. 유럽의회가 잘도 통과시켜주겠다.
이런 거 보면 마크롱이 참 두 세 수 앞을 내다보는 듯한 느낌적 느낌이 든다. 실비 굴라르 전 국방부장관 때문이다(참조 5). 크게는 미래를 위한 포석, 작게는 ECB에 대한 날카로운 협상 카드 역할을 하기 위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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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1. 차기 ECB 의장을 향한 경쟁(2017년 7월 24일): https://www.facebook.com/minbok/posts/10155449198544831

2. 옌스 바이트만(2014년 1월 29일): https://www.facebook.com/minbok/posts/10152142961474831

3. 독일은 어째서 마이너스 금리를 싫어하는가?(2016년 4월 18일): https://www.facebook.com/minbok/posts/10154050538169831

4. “제대로”의 의미는 결국 예금보장 체제를 동의한다든가, 유로존에 대한 마크롱의 구상을 따른다든가 등등... 지금 원내 구성에서 분데스탁을 잘도 통과하겠다. 아니 그 전에 헌재 소송부터 생길 것이다.

5. 더 강력해지는 마크롱(2017년 6월 21일): https://www.facebook.com/minbok/posts/10155333653484831 굴라르는 마크롱이 처음 LREM을 세웠을 당시 LREM에 입당한 유일한 현역의원이었다.
casaub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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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이 프랑스 대통령 맞지요? ㅋ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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