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사업장 체감 변화 큰 공휴일 민간 적용, '사전 도입' 바람 불 듯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노동시간 단축 법안을 의결하면서 영세한 중소기업이나 노동조합을 세우지 못한 노동자들에게도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이 찾아올지 주목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27일 주당 법정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확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다만 300인 이상의 기업은 오는 7월 1일부터, 50∼299인 기업과 5∼49인 기업은 각각 2020년 1월 1일과 2021년 7월 1일부터 단계적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하도록 했다.
또 국회는 영세 중소기업의 경영상 충격을 줄여야 한다며 30인 미만 사업장은 2021년 7월부터 2022년까지 한시적으로 노사합의를 통해 8시간의 특별연장노동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또다른 주요한 변화는 관공서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바꿔 민간기업에도 이를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 민간부문 노동자들에게 적용되는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휴일은 1주일에 1일 이상씩 노동자에게 제공되는 유급휴일인 '주휴일'과 노동절 뿐이었다.
반면 공무원 등은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라 설날과 추석 3일 연휴나 국경일 등 총 15일을 '공휴일'로 쉴 수 있도록 법으로 정해졌다.
많은 민간 회사들도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으로 공무원 규정에 준해 휴일을 정하지만, 언제나 일치하지는 않는다.
예컨대 회사창립일을 휴일로 정하는가 하면, 국경일이라도 일감이 몰릴 때에는 쉬지 않도록 정하기도 하는 식으로, 뒤집어 말하면 공휴일 없이 근무를 하더라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 합의로 공무원·공공기관 직원들에게만 적용되던 법정공휴일 유급휴무 제도가 민간에도 일괄 적용해 공휴일에 반드시 쉬도록 바뀐다.
이 역시 300인 이상 기업은 2020년 1월 1일부터, 30∼299인 기업은 2021년 1월 1일부터 적용되고, 5∼30인 미만 기업은 2022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
개정안대로라면 2020년부터 민간부문에 공휴일이 확대되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의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통해 체결하는 단체협약으로 휴일을 누려왔기 때문에 대규모 사업장에서는 큰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300인 이상 사업장은 대부분 법정공휴일을 유급휴무일로 지정한 반면 중소기업 중 40% 가량은 법정공휴일에도 일을 하거나 무급휴일, 연차휴가 사용일 등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공휴일에도 일을 해야 했거나, 급여를 받지 못한 채 쉬거나, 연차휴가를 내야만 쉴 수 있던 영세 중소기업 및 노동조합이 없는 미조직 노동자들에게는 휴일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그동안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노동조건 양극화의 대표적인 문제점 중 하나인 노동시간 및 노동일수 격차도 비교적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민주노총도 이날 논평을 통해 "최종적으로 30인 미만 기업은 2022년 1월 1일자로 시행하도록 되어있어 최소 2년, 최장 4년을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도입의 취지가 빛이 바랬다"며 아쉬워하면서도 "유급으로 휴식권을 보장하는 관공서 공휴일 규정 전면도입은 부족하지만 진일보한 내용"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국회는 기업 규모별로 단축된 노동시간 및 공휴일이 단계적으로 적용하도록 결정했지만, 실제로는 영세한 사업장이라도 노동조합이 세워진 경우에는 단체협약을 통해 미리 도입하려는 시도가 일어날 가능성도 높다.
특히 올해부터 1년 미만 신규입사자도 연차휴가규정을 적용받아 11일의 휴가를 사용할 수 있게 된 변화와 맞물리면서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에게는 연차휴가 확대가 주요 관심사가 되면서 노동자들의 관심이 몰릴 전망이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 일괄적으로 사업장 규모에 따라 결정한 도입 시기를 따르기보다는, 정부가 나서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사업장 상황에 따라 인건비 부담을 차등 지원하는 등의 방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곽상신 워크인연구소 연구실장은 "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높게 평가할 부분 중 하나가 바로 공휴일을 민간에 확대했다는 것"이라며 "국회가 연착륙을 위해 유예기간을 뒀지만, 이처럼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면 노조가 있는 사업장은 사전 도입 여부가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