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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대가 오… 오 일 남았다

2월 22일 오전 11시 37분, 나는 병무청으로부터 온 메시지를 확인했다. “귀하는 2018년 03월 05일 14:00까지 육군훈련소로 입영하시면 됩니다.” 뜬금없이 11일 뒤 입ㄷ… 입대… 입대라니…! 정신이 혼미해지려던 찰나, 대학내일이 10만원을 쏠 테니 어디 한번 신박하게 써보라고 한다. 그렇다면 오늘, 나는 누구보다 Hip하고 Hop한 입대 준비를 한다.
힙과 눈물의 군주 파티
#01 핵인싸 필수템 우표 50장
오후 2시. 입대하는 사람들 모두가 준비하는 우표. 고미디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핵인싸 랭킹 5위권에 항상 드는 나는 우표 50장을 샀다. 편지 보낼 모든 사람들에게 답장을 쓰기엔 턱 없이 부족하다는 건 나도 안다. 50장이라는 우표의 개수에 우체국 직원조차 나에게 “편지 한 통에 우표 한 장 쓰는 거 아시죠?” 라고 물어보셨다. 내가 너무 적게 사는 걸까? 사진을 찍어주는 친구도 날 이상하게 쳐다본다. 입대 전에 사비로 더 사야겠다. 우표 50장 ₩21000

#02 예비 군인 착붙템 모자
오후 3시. 평소 모자를 쓸 바엔 머리를 감겠다는 의지로 꾸역꾸역 다녔지만, 군대에 가면 얄짤 없다. 군인은 추운 겨울에 머리털이 없어 체온 조절이 불가능하고, 더운 여름엔 두피를 보호하기 위해(선크림을 바를 순 없다) 모자를 써야 한다. 군인의 두상을 가리기 위해 동대문에서 모자를 샀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나에게 어울리는 모자가 없다. 킹갓제너럴 인싸인 나를 감당할 착붙템은 동대문에 존재하지 않는 걸까? 20개쯤 써 볼 무렵 주인 아저씨가 한숨을 쉬며 빅 사이즈 모자를 추천해주셨다. 빅 사이즈 모자 ₩23000

#03 옛다 김경욱 장학금
오후 4시 반. 군주(군대에 가는 사람들이 마시는 술. 생일주와 유사하다) 파티의 멤버를 구하기 위해 전화를 걸던 중 가장 친한 동생이 토익 시험 준비로 불참 의사를 밝혔다. 항상 열심히 공부하는데 점수가 잘 나오지 않는 친구라 도와주고 싶어졌다. 원래 남 돈으로 생색 내는 게 제일 즐거운 법! 학교에 있는 동생에게 토익 시험비를 지원해줬다.
10만원 중 반이나 되는 돈이지만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바쁜데 부른다고 틱틱거리던 동생은 돈을 받은 자리에서 거수경례를 보여줬다. “충성 충성! 꼭 990점 받겠습니다!” 그러더니 술자리에 참여하겠다며 친구들을 불러 모으기 시작했다. 동생아, 공부는 안 하니? 얜 토익 글러 먹은 것 같다. 토익 응시료 ₩44500 용돈 ₩50
#04 술찌를 위한 여명 한 캔
파티 직전. 나는 내가 술찌(술 찌랭이의 준말)라는 것을 기억해냈다. 평소의 주량으론 대규모 파티를 감당하지 못할 터. 비싸서, 한약 맛이 싫어서, 늘어날 주량을 감당하지 못해서 평소에 못 마시는 ‘여명808’을 샀다.
808번의 실험 끝에 탄생한 숙취해소제 여명808의 오랜 기다림은 마치 나의 군 복무 기간과 같아 보인다. 오늘 나는 여명과 함께 안암동5가 최고 파티플래너로서 체면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그날 나는 과방으로 가는 계단에서 발견되었고 아침저녁 내리 쌀국수만 먹으며 해장했다.) 여명808 ₩5500

#05 마지막 사제 쇼핑, 군주 재료
파티 가기 진짜 최종 직전.alcohol 나는 일반적인 군주를 마시기 싫어졌다. 맛있는 것만 먹고 살아도 시간이 부족한데 친구 손가락 맛 술을 마실 순 없다. 편의점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만 4개를 샀다. 오늘의 장학생은 군주를 타자마자 조교 톤으로 “군인은 젤리를 음미하지 않습니다!”를 외쳤다. 알코올 덕분인지 나와 동생은 감정이입하며 역할극을 시작했다(참고로 둘 다 미필이다). 생긴 건 정말 맛없어 보이지만 역시 맛있는 것들은 섞으면 더 맛있다.
+ 번외 술자리 이야기
파티는 30분 만에 아.비.규.환이 되었다. 소주 2잔, 사이다 1잔의 황금 비율은 우리 모두를 하나로 만들었다. 내가 의도한 파티는 미국 하이틴 영화에 나오는 프롬 파티였지만 잠깐 들른 친구 말에 의하면 모두가 <워킹데드>의 좀비처럼 제대로 걷질 못했다고 한다.
호기롭게 골든벨을 울리러 계산대에 갔더니 사장님께서 내 카드를 받지 않으셨다. 사장님은 05학번 같은 과 선배님이 지나가다 결제해주셨다고 말씀하셨다. 선배님! 정말 감사합니다! 저도 꼭 선배님처럼 멋있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핫식스 ₩1200 허쉬 밀크 초콜릿 ₩1500 청포도 젤리 ₩1200 젤리데이 포도 ₩1000



이 글이 발행될 즈음… 난 훈련소에 있겠지…? 나도 3년 전엔 새내기였는데 이제는 군대 새내기라니…. 사회의 친구들아, 편지 많이 써줘야 해? -31번째 군주 파티를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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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1호 – 10만원이 생긴다면]
Writer 김경욱 Intern 최은유 mataphor@univ.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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