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점을 위한 섹스, 보도 후 온 나라 '발칵'
BBC 서아프리카 일류대 성에 탐닉한 교수들 보도 폭로 이후 교수들 정직, 정계와 직장서 '미투' 잇따라 '학점을 위한 섹스' 스캔들을 폭로한 BBC 비밀취재팀(사진=BBC) BBC는 지난 7일 '학점을 위한 섹스(Sex for Grades)'라는 1시간짜리 다큐멘터리를 방송했다. 도발적인 제목처럼 이 다큐는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와 가나에서 수십년째 은밀히 반복돼 온 대학내 교수들의 성적 타락과 부도덕성을 폭로한 영상이다. 특히 다큐가 고발한 교수들이 서아프리카에서는 일류대학으로 꼽히는 라고스대학과 가나대학의 교직원들이라는 점에서 더 큰 충격을 던졌다. 'BBC 아프리카의 눈' 팀의 비밀취재에 걸려든 교수들 가운데 1명은 가나대학 폴 크와임 부타코르 교수, 또 다른 1명은 라고스대학 이그벤후 보니파이스 교수(현직 목사)다. 1시간 분량의 다큐는 제자와의 성관계에 탐닉한 교수들의 파렴치함을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다. 방송 이후 두 나라에서는 엄청난 후폭풍이 일었다고 미국 라디오 방송 NPR이 2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NPR에 따르면, 해당 대학들은 문제의 교수들을 정직시켰고, 보니파이스 교수가 재직 중이던 대학은 그의 사임을 요구했다. 나이지리아 상원은 학생과의 관계를 성적(性的)으로 발전시킨 대학 강사를 범죄자로 규정하고 성희롱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강사에 대해서는 징역형을 부과하는 법안을 다시 발의했다. BBC가 방송 이후 유사한 사례에 대한 추가 제보창을 열어놓은 탓인지 두 나라에서는 성폭행과 성적 괴롭힘에 대한 제보가 줄을 잇고 있다고 한다. 제보를 수집 중인 나이지리아 민간단체 관계자는 "나이지리아에서의 성희롱 문제는 대학을 넘어 정계와 직장 전반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남자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존중하지 못하고, 그것을 남용하고 싶을 때 이런 일이 일어난다"며 "남자들이 천하무적이라고 느끼는 바로 그 순간이 여성들은 '당신은 아니다'고 말해야 하는 때"라고 강조했다. 앞서 해당 다큐는 대학시절 악몽을 직접 경험한 제보자들과, 학생으로 위장한 기자들이 바디 카메라를 착용하고 학점과 같은 성적이나 입학을 무기로 제자와의 성관계를 집요하게 요구한 교수들의 모습을 3개월간 취재한 내용을 담고 있다. 부타코르 교수는 비밀 취재 중이던 기자에게 "지금 아내가 외국에 있으니 나의 첩(side guy)이 돼 주면 취직을 시켜주겠다"고 제안했다. 부타코르 교수는 17세 수험생을 연기한 기자에게 그의 성적 이력과 여대생들과 키스를 한다는 동아리를 설명하며 취재기자에게 줄기차게 키스를 요구했다. 대화가 진행된 장소는 어떻게 하면 입학허가를 받는지를 상담하는 연구실이었다. 이 교수는 특히 교수와 관계를 맺은 학생들이 약속된 수혜를 입지 못했다고 지적하자 "공짜는 없는 법"이라며 "그 학생들이 '몸'으로 비용을 지불했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교수와의 성적 관계를 거부한 이유로 시험성적을 받지 못한 나이지리아 키키 모르디. 그는 BBC 아프리카의 눈 다큐멘터리 Sex for Grades의 기자로 활동했다.(사진=BBC) 한편, BBC의 비밀 취재의 조력자로 나선 피해자들 가운데는 28세의 키키 모르지라는 여성도 포함됐다. 그녀는 교수와의 성적 관계를 거부해 2학기 동안의 시험 성적을 받지 못해 결국은 의사의 꿈을 접고 대학을 포기했다고 한다. BBC와의 인터뷰에서 "상위권에 속하던 내가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 이유는 딱 한 가지"라며 "바로 성희롱 때문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