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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리뷰
사랑의 형태는, 당신과 나의 마음과 닮아 있다 (스포일러가 없습니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퍼시픽 림>(2013)보다도 2년이나 앞서 기획하기 시작한 (그는 어릴 때 본 <The Creature From The Black Lagoon>(1954)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원제: The Shape of Water)은 사실상 제목만으로 관람 전에도 영화의 주제의식에 관해서는 거의 모든 것을 함축하고 있을 만큼 그의 전작들에 비해서는 쉽고 친절한 영화다. 게다가 인간과 인간이 아닌 생명체의 교감 혹은 사랑 이야기는 국적과 규모를 가리지 않고 많은 영화와 소설 등의 매체를 통해 다뤄져 왔기에 새롭지 않으며, 영화 속에 심어진 상징들도 비교적 직접적이고 명확하다. 영화의 배경은 1960년대 초 미국 남부 앨라배마 주의 한 비밀 연구소. 미국과 소련의 우주개발 경쟁이 한창이던 때다. 주인공인 ‘엘라이자’(샐리 호킨스)는 이 연구소에서 청소부로 일하며 들을 수는 있지만 말을 하지 못한다. 이 연구소에 남미에서 잡아온 괴생명체가 오게 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이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여우주연상, 음악상 등을 포함한 13개 부문에 후보로 오른 건 다분히 진보적인 할리우드의 성향에 걸맞는 작품이기 때문일 것이다. 멕시코인 감독이 냉전 시대의 미국을 배경으로 만든 소수자들의 사랑 이야기, 대충 이렇게만 요약해도 이 영화를 관객에게 어느 정도 납득시키기에 무리는 아니다. 다만 이 아름다운 영화의 시대적 배경과 캐릭터, 프로덕션, 각본 등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살펴봐도 부족하지 않다. 다양성과 인간애에 대한 존중이 결여되고 정치와 권력의 논리가 세상을 지배하던 시기를 이 영화는 다분히 향수와 애착이 가득한 시선으로 담는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생존해 있었던 시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고전 영화가 상영되는 극장(이 극장의 촬영 로케이션은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Elgin Theatre’로, 공교롭게도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는 토론토국제영화제 때 이곳에서 상영되었다. 이 묘한 조화란!) 위층에 자리한 아파트에 사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절제되어 있지만 음반과 차량 등 당시의 문화적, 사회적 양식을 충실하게 구현한다. ‘엘라이자’는 말을 할 수 없고 주변인, 특히 연구소 내 권력층에게는 일정 부분 억눌려 있는 인물처럼 보이지만 뚜렷한 예술적 취향을 갖고 있으며 영화는 그녀를 성적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으면서도 몇 개의 상징적 신을 통해 그녀의 육체적 욕망을 스스럼없이 보여준다. 특히 중요한 순간마다 ‘엘라이자’는 자신의 언어를 상대에게 명확하고 뚜렷하게 전달한다. 그녀와 생명체(크레딧에서는 ‘Amphibian Man’, 즉 양서류 인간 정도로 표기된다. 여기서는 편의상 ‘그’라고 표기해보도록 한다.)의 사랑은 힘과 효율, 기능의 가치로 인간을 대상화하던 이들 사이에서 표면적 언어로 드러나지 않는 상대의 마음을 비언어적 소통으로 헤아리며 발전한다는 점에서 영화가 목표한 바를 뛰어나게 달성한다. 게다가 말을 하지 못하는 인물을 연기한 샐리 호킨스의 연기는 ‘그’의 행동에 대한 리액션을 표정만으로 생생하게 담는다. 감독의 타 영화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그’는 눈꺼풀을 제외하면 컴퓨터 그래픽의 도움 없이 (더그 존스가 수트를 입고 연기한) 아날로그적인 크리처로 조금의 이질감도 없이 매력적인 캐릭터가 된다. 자연스럽게 이들의 사랑은 물과 땅에서 모두 호흡 가능한 ‘그’를 우주개발 연구 목적으로 해부하려는 이들에 의해 위기에 처하고, ‘엘라이자’는 기꺼이 ‘그’를 연구소에서 구출하기로 마음먹는다. 여기서 옆집에 사는 ‘자일스’(리차드 젠킨스)에게 “나도 말을 못하는데, 그처럼 나도 괴물이에요?”라며 화를 내는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다. 긴박감 있게 펼쳐지는 이 ‘구출 작전’에서 중요한 것은 ‘그’를 사랑하게 된 ‘엘라이자’의 마음이 아니라 그녀를 도와주는 주변 인물들의 공조다. ‘호프스테들러 박사’(마이클 스털버그)는 연구소 내 핵심 인물 중 유일하게 ‘그’를 생명체로 여기는 인물이며, ‘자일스’는 동성애자, ‘엘라이자’의 동료 청소부 ‘젤다’(옥타비아 스펜서)는 흑인이다. 마음을 진정으로 모은 인물들의 연대는 어느 영화에서든 아름답다. 이 영화를 ‘그로테스크한 사랑 이야기’라고 무심코 요약하려다, 앞의 다섯 글자를 지우기로 한다. 사랑 이야기, 혹은 한 사랑 이야기. 사랑은 그 자체만으로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다는 어쩌면 헛된 희망을 품지 않고 현실을 직시할 줄 아는, 그럼에도 황홀한 판타지 영화다. 형태가 없는 사랑은 그것을 대하는 이들이 지닌 마음의 그릇의 모양과 용량만큼 형성된다. 영화의 처음과 마지막을 내레이션으로 열고 닫는 '자일스'의 목소리에 등장하는 시구가 하나 있는데, 나는 그 시의 출처를 찾으려다가 그만 멈췄다. 누가 쓴 시인지보다 그 내용이 더 중요할 것이다. "Unable to perceive the shape of you, I find you all around me. Your presence fills my eyes, with your love. You've humbled my heart, for you are everywhere."  사랑은 추상적 관념이기에 그 형태가 없지만, 사랑을 대하는 당신과 나의 마음만큼의 형태로 이 세상을 담는다. (★ 9/10점.)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The Shape of Water, 2017), 기예르모 델 토로 2018년 2월 22일 (국내) 개봉, 123분, 청소년 관람불가. 출연: 샐리 호킨스, 리차드 젠킨스, 마이클 섀넌, 옥타비아 스펜서, 마이클 스털버그, 더그 존스 등. 수입/배급: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https://brunch.co.kr/@cosmos-j/257
사랑하는 사랑 할 줄은 모르는 우리가 있다
너는 신비한 마법상자와 같다 무엇이 들어가면 무엇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들어가면 무엇 아닌 것이 나오는 어쩌면 방정식 같은 거 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같은 것을 넣는다고 해서 매번 같은 것이 나오지는 않으니 나는 너를 그냥 모르겠다 하고 웃었다 웃음에 웃음으로 답해주다가 좋아한다는 말에 침묵 침묵 침묵이었다 무서웠다 500원을 먹은 자판기라면 발로 실컷 차기나 하고 돌아섰겠지만 왜인지 못 잊어 아침부터 와서 보았다 밥을 굶어 만든 500원을 또 넣고 침묵 웃겼고 웃었다 아까워서 답을 제대로 안 내어주는 네가 아까워서 바보같은 내가 아까워서 나는 늘 거기로 갔다 모르지만 늘 바라보았고 예상했지만 늘 틀렸다 웃겼고 웃었다 무엇을 받고 싶은 지도 잊었다 그냥 재미가 있는 듯 모르는 너와 늘 함께 있었다 생각해 보면 문은 사람이 늘 스쳐지나 갈 뿐이고 사람이 문을 붙잡고 있을 때는 문이 왜인지 열리지 않을 때 뿐이었네 그러니 나는 다만 너의 이상함에 매달려 있는 것 사랑하는 장면이라는 말에 나는 부끄러웠다 나는 사실 무엇을 하지도 못 했고 나는 사실 무엇을 받지도 못 했다 500원에 침묵 1000원에 환타 다시 1000원엔 침묵 2000원에 침묵 다시 500원엔 콜라 웃겻고 웃었다 답을 내는 게 아니라 다만 함께 있는 것이지 알 수 없는 네 마음과 알 수 없는 내 집착을 같은 그릇에 담아 두는 것 뿐이지 사람들이 단란한 맛집이라며 후루룩 먹고 가는 사랑하는 사랑할 줄은 모르는 우리가 있다 배워서 고향으로 갈 수가 없는 다만 이곳의 물 맛이라며 조용히 그릇에 물을 받아 양념같은 내 마음이나 얹어 보는 비법없는 사랑의 글들이 있다 W 레오 P Ingmar Hoogerhoud 2019.09.19 시로 일기하기_오늘 날씨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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