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nhwa2x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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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은 서찰을 꾹 쥐었다. 그러곤 벌벌 떨며 소맷자락에서 꺼내 자객의 눈앞에 보였다. 자객의 날카로운 칼은 여전히 노인의 목을 겨눈 채 였다. 노인은 한숨을 내쉬며 그 서찰을 오른손에 쥐었다. 그러곤 자리에서 일어나기 위해 왼손으로 땅을 짚었는데, “내가 이걸 쉬이 너에게 넘겨줄 것 같으냐!” “으윽-!” 흙을 한 줌 쥐어 재빨리 자객의 얼굴을 향해 던지고 노인은 다시금 달리기 시작했다. 자객은 예기치 않게 흙을 맞아 잠시 휘청이다 이내 무서운 기세로 노인의 뒤를 따랐다. “거기 서지 못 해?!” 노인은 이를 악물었다. 그러곤 달리며 서찰을 다시금 소매 폭에 집어넣었다. 발이 닿는 대로 달렸다. 노인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던 빈 가지들을 맨 손으로 쳐내 노인의 손은 이미 피투성이였지만 노인은 멈추지 않았다. “게 섯거라!” 그러나, 거칠 것 없던 노인의 발목을 잡은 것은. “하아…하아…하아…” 발밑으로 아득히 벌어진, 낭떠러지였다. 노인은 탄식을 내뱉으며 더는 발을 내딛지 못하고 멈추고 말았다. 곧 따라온 자객은 노인의 등 뒤에 다시금 칼을 겨누었다. “서찰을 내놓거라! 서찰만 내놓는다면 니 목숨은…” “누구의 사주를 받고 온 것인지는 모르겠다만.” 노인은 돌아, 자신에게 칼을 겨누고 있는 자객을 똑바로 응시했다. 어느덧 달을 가리고 있던 밤 구름이 걷히고, 환한 달이 숲속을 훤히 비추었다. 노인은 자객의 눈 옆에 난 날카로운 칼자국을 보았다. “아까도 얘기했듯이 짚어도 한참을 잘 못 짚었다.” “…….” “이 서찰이 무엇인지 알고…내 놓으라는 것이냐.” 노인은 작심한 듯 두 주먹을 불끈 쥐고서 아까완 달리 당당히 곧추 섰다. 자객은 서슬 퍼런 칼날을 더더욱 노인에게 들이밀며 한 걸음 다가갔다. “무엇인지는 내 궁금치 않다. 그저 그 서찰만 무사히 가져오라는 명이 계셨다.” “…….” “네 따위가 감히! 명을 어길만한 분이 아니시다! 조용히 그 서찰만 내놓고 목숨을 부지하거라!” 노인은 자객의 말에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피식, 실소를 흘렸다. 그러곤 이내 실성한 사람처럼 꺼이꺼이 웃었다. 그런 노인의 눈에 눈물마저 설핏 어렸다. “하하하하! 하하하하하!” “지금 이게 뭐하는…” “누구의, 어느 귀하신 분의 명이 계셨대도, 그 분이 설령 주상 전하시라고 해도!” “…….” “나는.” “…….” “이 서찰을…못 내놓는다!” “니가 정녕 죽고 싶은…”“달의 기운이…결국, 두 동강 날지라도!” “……?” “달의 기운을! 결코!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천 벌을 받을 놈들아!” 노인은 서찰을 꾹 쥔 채 결국, 낭떠러지 밑으로 몸을, 던지고, 말았다. * * * “뭣이?! 죽…어?” 우상의 집, 유정은 일전의 윤화의 뒤에 붙였던 무사에게서 노인이 서찰을 쥐고 낭떠러지 밑으로 몸을 던져 죽었단 소식을 듣곤 크게 노하였다. “아니! 그것이 뭐 그리 중헌 것이 기에! 몸까지 던져! 쯧쯧…미련한 노인네 같으니라고.” “송구하옵니다.” “그래서 그 무당년은? 어찌되었어?” “그것이…” “놓치기라도…했단 말이야?!” 유정은 주먹으로 상을 내려치며 이를 악물었다. “그것이…노인을 뒤쫓고 있을 때 이미 처소를 떠난 듯 했사옵니다.” “어찌 일 하나도 제대로 처리 못 해! 쯧쯧!” “송구…하옵니다.” 유정은 미간을 찌푸린 채, 머리를 짚었다. 한숨을 크게 내쉬며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대체…목숨까지 바쳐가며 지키려했던 그것이 무엇이었을꼬…” “노인이 몸을 던지기 전에 달의 기운을…막지는 못할 것이라 하였습니다.” 무사의 말에 유정은 감쌌던 머리를 들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 달의…기운?” “예. 달의 기운이 두 동강 날지라도, 막지는 못할 것이라 하였습니다.” “달의 기운이라…대체 좌상과 그 무당년은 무슨 관계며…끝까지 지키려했던 그 서찰 속엔 무엇이 들어 있었을까. 그리고 그 노인은 그 서찰을 들고 어디로 향하려 했던 것일까.” “…그래도 죽은 것이 확실하오니 심려 마시옵소서.” “어찌하였든 그 년의 뜻은 꺾은 것 같으니. 이쯤에서 갈무리 하지.” “……” “오늘 밤의 있었던 일은 자네와 나. 둘만 알아야 한다. 밖으로 새어나가선 아니 될 것이야.” “분부 받잡겠사옵니다.” 유정은 입술을 꾹 깨문 채 영 찜찜한 기운을 가시지 못했다. “그년을 당장에 여기로 끌고 와 문초라도 했어야 했는데. 못내 그 년을 놓친 것이 찜찜하구나.” * * * “부인. 이제 채비를 해야겠소.” 정경은 한 시진 전부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젠 채비를 해야 한단 좌상의 말에 둘 째 아기인 채희를 끌어안고 엉엉 울었다. “부인…이제 그만 채희를…” “대감…흐윽…이 어린 핏덩이를…어찌…어찌 보낸단 말이어요.” “그래야만 이 두 아이를 살릴 수 있다 하지 않았소. 마음…굳게 먹읍시다.” “흐윽…아가…채희야…” “믿을만한 보모와 주한이 채희와 함께 가지 않소…염려 마시오.” “…흐윽…흐윽 채희야….” 밖에선 이미 채비를 마친 보모 ‘화령’과 무사 ‘주한’이 굳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 안채에서 들려오는 정경의 울음에 좌상의 노비들은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혹여 아가씨들에게 무슨 변고라도 생긴 것은 아니냐며, 수군댔다. 좌상 댁에서 오랜 세월을 지낸 정경부인 ‘채화’와 연이 깊은 노비, ‘화령’은 자처하여 보모가 되겠다, 했다. 오랜 세월 정경에게 받은 은혜를 갚고자 하였기에. 정경의 울음이 커지자 화령은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채희야…흐윽…” “채희 아가씨에게 무슨 일이라도…” 곧 좌상은 젖은 눈동자로 터덜터덜 안채를 나섰다. 곧 쓰러질 듯한 좌상의 행세에 노비들은 더더욱 안절부절 못했다. 좌상은 넋이 나간 얼굴로 안마루에 서서는 힘겹게 입을 떼었다. “…둘 째…아이가…” “…….” “죽었다.” “대, 대감마님!” “대감마님!” 둘째 아이가 죽었단 좌상의 말에 노비들은 죄다 땅바닥에 엎드렸다. 무사 주한과 보모 화령은 기다렸다는 듯, 안채로 들어섰다. 안채에선 정경의 울음이 더욱 커졌다. 곧 보모 화령이 포대기에 쌓인 채희를 조심히 안고 나섰고, 그 뒤를 주한이 뒤따랐다. “아이고! 대감마님!” “세상에, 무슨 일이야!” 정경은 안채에서 나오지도 못한 채, 꺼이꺼이 울음만 터뜨렸다. 좌상은 화령의 품에 안긴 채희를 보듬어 안았다. 세상모르고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채희. 좌상은 끝내 울음을 터뜨리며 채희를 꾹 끌어안았다. “아가…아가 미안하다…” “대감마님….” “세상에 나와, 채 눈도 뜨지 못하고 어미 품에서 떠나는 이 어린 것을.” “…….” “부디 천지신명께서 보살펴 주십시오.” 반 시진 전만해도, 밤하늘을 환희 비추던 달빛이, 곧 들이닥친 먹구름으로 인해 뿌옇게 뒤덮이고 말았다. 짙은 어둠이 깔린 좌상 댁에선 차마 울음소리가 밖으로 새어나갈까, 노비들도 모두 숨죽여 울어야 했다. * * *
한주가마무리도어가용,
즐거운주말되셔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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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억..., 이렇게 아이가 바뀐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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