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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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성(恒星)
하늘에 떠 있는 별이 있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때론 동경으로, 때론 희망으로 때로는 길잡이로, 때로는 그저 있음으로 평안을 주고 방향이 되어 주는 하늘의 변치 않는 별, 꼭 그 만큼의 밝기로 제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별들을 우리는 각항저방심미기 28수로, 서양에서는 황도12궁으로 밤하늘 아래 앉으면 항상 그 자리에서 지긋이 내려다보는 별들 말이다.
어릴 적 저녁 어스름까지 놀다 밥을 먹고 난 후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 발코니에 서서 낮동안 잊었던 별들을 찾아보던 날이 있었다. 국자처럼 생긴 저건 북두칠성, 국자머리 7배를 늘려 찌그러진 W 모양의 카시오페이아, 땡땡땡 콩콩콩콩 나란히 있는 별 셋 주위를 두른 별은 오리온자리, 나란한 세 별 중에 가장 어둡고 여린 가운뎃별은 내 별. 사람이 태어날 때 자신의 별을 갖고 태어나 그 사람의 전성기에 별은 가장 밝게 빛을 내다가 그가 죽을 때 함께 져버리는 별 이야길 어디선가 들었다. 나의 별이 있다면 오리온자리의 가운뎃별처럼 아직 전성기를 맞지 않은 어려서 흐리한 그 별일 거라고 마음 속에 간직한 별. 그 별은 아직도 제 빛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하늘에 늘 저렇게 그 만큼의 밝기로 자리를 지킨다. 내가 잊고 살던 시간에도 그 별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한때는 그 별이 그 자리에 있음으로 내가 존재하는 듯했다.
그 밝기야 어떻든 스스로 빛을 내는 별을 '항성'이라 한다. 항성은 또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는 밤, 별에 얽힌 이야기들이 먼 세대를 지나 지금 우리에게까지 소곤대는 소리를 듣는다. 너의 동심이, 너의 꿈이, 너의 추억이, 너의 사랑이 거기에 있다고. 그리고 나는 제자리를 찾는다. 아무리 멀리 돌아왔다고 할지라도, 너무 먼 곳에 있는다 할지라도 별이 있는 그 자리가 나의 고향 같았다.
<인줌예줌>이 항성같은 존재이기를 바랐다. 사진을 잊고 지내던 분들, 우리와 연이 닿은 분, 잠시라도 우리를 스쳐지나간 사람들이 언제든 원하면 찾아오도록, 모두에게 열려 있는 마음 편한 혜윰자리가 되어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되었다. 하늘에 밝게 빛나는 별은 아닐지라도 변함없이 언제나 늘 그 자리에 있어 누구에게나 보이는 별처럼 지나온 자리를 좇아 거슬러거슬러 오면 닿아지는 푸근한 고향과 같아, 언제나 찾을 수 있고 쉽게 보이는 그 자리에 <인줌예줌>을 놓고자 했다.
답사부터 마무리까지 익산과 함께했던 이번 여행은 달콤한 말들이 유난히 많았다. 긍정적 평가들을 해주셨던 분들의 말씀이 천년을 이어온 탑처럼 늘 그 자리인 밤하늘의 항성처럼, 이어가도록 주문한다. 이어간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언제까지 이어질지 장담할 수도 없다. 하지만 아직은 이어가고자 한다. 원하는 이가 있고,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들이 행복하고 소중하여...
* <인줌예줌>은 항성입니다. 오는 5월은 마음의 항성, 가족과 함께 하시길 바라며, 6월 9일 시원하고 맑은 평창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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