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cutnews
2 months ago1,000+ Views
[노컷 인터뷰] 연극 '행복한 날들' 송정안 연출

2015년부터 세월호를 기억하는 동시에 현재진행형의 참사로 인식하고자 기획초청공연을 해온 '혜화동1번지 6기 동인'이 올해는 세월호와 관련 없이 쓰인 고전을 원작으로 10주간 세월호를 이야기한다. 이 역시 세월호를 기억하고 사유하는 또 다른 방식이다. 세월호로 우리의 세계가 재구성되었듯 이전 창작물 역시 '세월호'라는 관점을 통해 재구성하는 시도이다. 공연을 마친 뒤 연출에게 직접 들은 뒷이야기들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세월호는 '그곳'에 있는데, 달라진 건 당신일지도" - 연극 '벡사시옹+10층' 윤혜진 연출
② "'세월호'는 기억하면서, '남은 자'는 잊지 않았나" - 연극 '행복한 날들' 송정안 연출
(계속)
부부인 위니와 윌리는 어딘가에 갇혀 있다. 서로를 바라보기도 힘든 상태이다. 두 사람은 그저 소리로만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다.


두 사람이 갇힌 곳이 어디인지, 연극 '행복한 날들'은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광활한 평야 땅속인지, 아니면 무덤인지 알 수 없다. 관객이 알 수 있는 건, 그들이 거동하기 힘든 상태라는 것뿐이다.

사람이 안 왔던 것은 아니다. 한 커플이 위니와 윌리가 있는 곳을 지나쳤다. 하지만 그들은 퉁명스럽게 바라보고는 자신들의 대화를 나누며 유유히 사라졌다.

연극은 모놀로그(1인극, 독백) 형태로 진행된다. 위니는 쉴 새 없이 떠들고, 중간 중간 윌리에게 답변을 요구한다.

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위니는 "오늘도 행복한 날이다"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어쨌든 지금까지는"이라는 단서조항이 달리기는 하지만, 관객은 자신의 처지를 불행히 여기지 않는 위니를 발견한다.

가끔씩 위니가 스스로의 상황에 조금씩 지쳐가는 기미가 나타나기도 한다. 그런 순간에는 윌리가 헛기침을 하거나, 화제를 바꾸는 식으로 위니에게 기운을 준다.

서로 바라볼 수는 없지만 위니는 윌리에게, 윌리는 위니에게 버티는 힘을 주는 존재이자 이유이다.

사무엘 베케트의 '오! 행복한 날들'을 각색한 연극을 선보인 송정안 연출(프로젝트그룹 쌍시옷)은 위니와 윌리가 세월호 참사 이후 '남은 자'들 같았다고 전했다.

연출의 글에서 송 연출은 "세상의 편견과 고통의 상흔들이 여러 형태로 자신들을 공격하고 침범할 때마다 버텨낸다"며 "이유 있는 침묵, 존재에 대한 확인과 위안, 이야기를 통한 일상성의 유지 등 나름의 방식으로 말이다. 저는 그들의 행동이 삶을 버티고 극복하기 위한 혼신의 노력이었음을 깨닫는다"고 밝힌다.

연출이 이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다음은 송정안 연출과의 1문 1답.
▶ 원작 '오! 행복한 날들'에 대한 정보를 찾아봤는데, 정보가 많이 없더라. 원작에 대한 소개를 해 달라.
= "<고도를 기다리며>로 잘 알려진 사무엘 베케트의 대표 장편 희곡이다. 이번 '세월호 2018' 기획에 참여하게 되면서 어떤 원작을 할지 찾다가, 우리 팀 드라마터그가 추천했다. 원작에서는 아내 위니가 광활한 평야 땅속에 묻혀 있고, 남편 윌리는 왼쪽 뒤에 위치해 있다. 둘은 서로 소통을 하는 듯, 안 하는 듯 그려진다. 나는 세월호라는 시각으로 재구성할 때는 '남은 자들의 소통'에 집중했다. 그리하여, 황야에 남은 두 인물이 서로의 존재를 느낄 수 있도록 해석하고 구현하고자 했다."

▶ 캐릭터에 대한 각색도 있는 건가.
= "원작에서 역시 윌리는 위니에 비해 모습을 구체적으로 드러내거나 등장하지 않지만, 원초적인 소리로 본인의 존재감을 알린다. 그것이 마치 남성의 본능밖에 남지 않은 짐승처럼 묘사될 위험이 있어서 원작에서 윌리가 '어떠한 야한 엽서 사진'을 보고 반응하는 장면 역시 이번 공연에서는 삭제하였다. 위니 역시 지금보다 더 흥분한 상태로 끊임없이 치장을 하며 방대한 대사를 쏟아낸다. 베케트가 두 인물의 '남성성'과 '여성성'을 부각하려고 그렇게 묘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그 지점을 지양하고 각자의 행위가 서로의 상태와 관계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해석했다."

▶ 수많은 고전 중 이 작품을 선택한 선택한 계기가 있을 것 같다.
= "어떤 사연이 있든, 두 사람이 뭔가에 묻혀 있고 함몰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동시에 일상을 유지하려는 모습이 마치 사고 후 남은 자들의 숙제이자 현재 모습인 것 같았다. 또 두 사람이 소통하는 듯 안 소통하는 듯 서로 서포트하며 일상을 유지하려는 모습에서, 인물로서의 숭고함이나 연민을 가져서 선택했다."
▶ 잘 이해한 건지 모르겠는데, 공연을 보면서 위니가 스스로를 세뇌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행복해', '나는 행복해'하며. 무언가에 갖혀 있는 위니는 대체 뭐가 행복한 걸까 궁금했다.
= "행복하고 싶어서, 행복하고자 스스로 되뇌이는 게 맞는 것 같다. 땅에 묻혀 있지만, 남은 자로서 의무 혹은 삶을 지속하려는 노력을 계속 하고 있다는 것에 의미부여를 한다. 곁에 윌리가 존재한다는 것에 위니는 일말에 행복을 느낀다. 그 과정을 통해 자기 존재를 확인하게 되고, 다시 삶을 연속하고 싶은 바람에 '행복한 날이야', '아직까지는'의 대사로 묻어나는 것 같다."

▶ 위니가 무언가에 갇혀 있다고는 느꼈지만, 무대만 봤을 때는 땅속인지 몰랐다.
= "무대 디자이너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인간을 그려보고자 해서 조영성을 많이 부여했다. 고통이 조금씩 위로 쌓여가는 무덤으로 보일 수도 있다. 언젠가 죽음이 올테지만 그럼에도 삶을 유지하는 그 모습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했다."
▶ 위니에게 윌리의 어떤 존재였을까.
= "윌리는 위니가 힘들 때마다 자극을 준다. 화제를 바꾸게 하거나, 소리를 내서 중단시켜준다. 2막에서는 윌리가 위니에게 힘겹게 기어온다. 그녀 곁에서 일상을 유지하게끔 하는 거다. 겨우 이틀 혹은 사흘밖에 더 살지 못하더라도, 고통 속에 함몰해 있는 위니가 조금이라도 힘을 받을 수 있게 마지막을 그려보고자 했다."

▶ 그래서 노래를 부르면서 끝나는 건가.
= "너는 힘들지 않아라며,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노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올해가 세월호 4주기다. 이 작품을 통해 본인이 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텐데.
= "나도 그렇지만 매년 '잊지 않겠습니다' 말하며, 기억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이런 것이 사건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남아계신 분들의 고통은 정작 잊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분들은 4년 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데, 이 가벼운 말들로 그분들에게 과연 위로가 될까. 나 또한 반성해야 하지 않나 싶었고, 그래서 남은 자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 관객이 공연을 본 후 어떤 생각을 하게 되면 좋을 것 같나.
= "사고 후 남은 자들,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저같은 입장에 계신 분들이, 어떠한 사안이나 사건에 대해 가볍게 말로만 기억하려고 하지 않고, 남은 분들에 대한 존중하는 마음으로 좀 더 깊게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사실 그분들에게 쏟아지는 언론이나 대중의 안 좋은 말들도 있다. 그런 것들이 사람 대 사람으로서 과연 마땅한 것인가를 반성했으면 좋겠다."

※ 2주차 공연 '행복한 날들'은 29일부로 공연이 끝났다. 3주차인 이번 주에는 '광인일기'(링크)가 5월 3일부터 6일까지 대학로 혜화동1번지에서 공연한다. 1만 원~1만 5000원.
4 comments
Suggested
Recent
글 잘보고 가요~ 꺄르르 아기 웃는 모습보며 힐링하고가세요~!!! https://www.youtube.com/channel/UCF6Saho34IkWkthOn8PMTjA?sub_confirmation=1
좋은 글과 사진들이 참 많네요. 자주 소통해요!
8
4
Share